[빈 부의 차이] (1)

기사입력 2016-08-19 19:23 기사수정 2016-08-19 19:23

▲영화관으로 향하는 입구에 있는 휴계실이다. (양복희 동년기자)
▲영화관으로 향하는 입구에 있는 휴계실이다. (양복희 동년기자)
여러분들도 알고 계셨는지요? 영화도 VIP 영화관에서 보면 마음만은 부자가 따로 없다는 것을. 한 번쯤은 푹신한 의자에 누워 대형 스크린을 즐겨 보니 상류사회의 재미도 그럴듯한 것 같았다.

필자는 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한국에 와서야 영화관람에도 격식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난겨울, 큰딸은 아직 한국이 낯선 필자에게 영화티켓 예매 문자를 보내왔다. 바깥바람도 쏘일 겸, 남편과 함께 명동에 있는 한 시네마로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전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갔다.

그 옛날의 명동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고층 빌딩들도 군데군데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달라진 것들이라면 유난스럽게 많아진 동양의 외국인들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중국인들이었다. 상점 앞에는 중국어를 해대는 안내원들의 호객행위가 즐비했다. 그들은 얼굴이 비슷하니 한국 사람인지 중국인들인지는 도통 구분할 수가 없었다.

영화관 건물 밖을 내다보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두 줄로 늘어선 대기 차량들이 꼼짝도 못하고 늘어서 있다. 대체로 고급스러운 외제차량들이었다. 유독 외제차가 아주 많았다. 시간이 남아 건물 안에 있는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 안에도 명품 관과 일반 점이 있었다. 명품 관은 그나마 발레파킹을 해주니 주차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듯했다.

명품관 안에는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눈이 부신다. 모두가 외국 브랜드 명품들로 기가 막힌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가 필자의 눈을 유혹한다. 가격대가 보통 몇 백만 원을 넘어 몇 천만 원 짜리도 있다. 백수생활의 필자에게는 어마어마한 가격이라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매장 안에는 거의가 젊은 남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복한 모습으로 물건들을 고르고 있다. 한국이 어느새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부가 넘치는 곳으로 변해있는 것에 필자는 만감이 교차했다.

서둘러 시네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화관으로 올라와 핸드폰의 문자 내용을 보여주니 필자 부부를 정중하게 안내했다. 소위 VIPROOM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음료와 다과가 준비되어있고, 고급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영시간이 되어가니 안내원이 다시 안내를 했고, 따라 들어갔다.

독립된 커다란 영화관 안에는 안락한 큼직한 소파가 둘씩 짝을 지어 나란히 있었다. 번호를 찾아 안내원은 정중하게 안내를 하고 인사를 하며 나갔다. 필자와 남편은 갑자기 상류계급이 된듯한 마음으로 우아하게 의자에 앉았다. 스위치를 눌렀다. 푹신한 안락의자가 몸을 푹 감싸준다. 갑자기 황홀하게 다가오는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온통 부자가 된듯했다.

필자는 눈이 휘동 그래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이 쑥 들어가 깊이 파묻혀있으니 다른 좌석은 보이지도 않았다. 참으로 신기했다. 조금 후에 안내원은 맛난 음료와 고소한 쿠키를 가져왔다. 극진한 대우와 함께 130도 가까이로 펴지는 안락의자에, 누워진 몸속으로 묘한 기분이 타고 흘렀다. 잠시 상류사회의 느낌 같은 고급스러운 생각이 스쳐 필자도 부자가 된듯했다.

처음 맞보는 비싼 값의 자리는 아주 편하고 기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일반 영화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했으니 비싸다고 생각을 했으나, 결코 아깝지가 않았다. 역시 빈과 부의 차이는 충분히 있었다. 비록 딸에 의해 선물 받은 부의 가치였지만, 잠시나마 그 세상은 처음으로 맛보는 고급 세계의 느낌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부가 주는 안락은 너무나 편한 나머지 필자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잠깐이나마 평화로운 부의 세계로 빠져들어 한잠을 푹 자고 나니, 결국 영화는 맥이 끊기고 말았다. 너무나 짧게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몸은 편안하고 개운하니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또 하나의 세상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가끔씩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격식을 갖춘 영화관람으로 새로운 엔도르핀을 창출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빈과 부의 차이, 그것도 별것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억지로 라도 값을 치르며, 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값진 일이었다.

가끔씩은 시니어들도 일부 젊은이들이 즐기는 부의 세계를 누려보는 것도, 평범한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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