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61)은 에콜 노르말 음악원 피아노과 교수로 후배들을 양성하며 파리에서 활동했던 피아니스트다. 2019년 30년간의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해 자양동에 터전을 잡았다. 공연장 ‘자양스테이션’을 운영하며, 클래식 음악 신예들과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혜영을 만나 클래식 음악의 가치와 매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원래 그녀의 주 무대는 파리였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 피아노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연주자협회인 파리뮤직포럼을 통해 조각, 무용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그렇다면 어쩌다 자양동으로 터전을 옮기게 된 것일까?
“연로하신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가까이에서 내 연주를 보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파리 생활을 급하게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과 음악 공간을 함께마련할 수 있는 장소를 고민하다 우연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파리뮤직포럼처럼 다방면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각자의 이정표에 따라 많은 이들이 지나가는 곳인 스테이션(Station)처럼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들에게 작은 콘서트의 큰 감동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낯설고 한적한 골목 어귀에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장면은 오래전부터 품었던 꿈이었다. 그 꿈과 어머니의 바람 덕분에 이곳이 탄생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란 ‘한파’가 공연계에 매섭게 불어닥쳤다.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대규모 공연장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소규모 공연장도 마찬가지일 터.
“2019년에 문을 연 자양스테이션은 원래 살롱 음악회를 지향하는 공연장이었다. 공연을 엄숙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와서 음료도 마시고 다과를 즐기면서 공연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음악회였다.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들과 와인 한잔 곁들이면서 얘기도 하고 파티도 즐기는, 그야말로 살롱을 지향하는 음악회를 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벗고 대화를 나누거나 취식이 불가능해져서 너무나도 아쉽다.”
마담 드뷔시의 열린 귀
인생의 절반을 파리에서 지낸 그녀는 평범한 음악학도였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나와 벨기에 브뤼셀 왕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연습을 병행했다. 덕분에 경제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에서 연주할 때 너무 부끄럽더라. 일정한 실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일하다 보니 연습량이 모자랐다. 결국 연주에 만족하지 못했다.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파리로 향했다.”
그녀가 실력을 쌓기 위해 택한 곳은 파리의 에콜 노르말 음악원이었다. 이 학교는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 실제로 학위를 수여받은 이들이 전문 연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온다. 그녀는 이곳에서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배웠다.
“음악가에게 필요한 재능은 열린 귀다. 에콜 노르말에서 그걸 배웠다. 스승님들은 자신의 울림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강조하셨다. 울림을 들을 줄 알아야 울림을 전할 수 있다. 이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또 다른 스승은 작곡가 드뷔시였다. 여러 감정이 다채롭게 녹아 있는 그의 곡을 배우면서 울림을 듣고 표현하는 능력이 더 확장됐고,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다. 드뷔시 곡에 대한 나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본 이들은 ‘마담 드뷔시’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장면을 선물하는 일
에콜 노르말에서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웠고, 2009년에 세운 파리뮤직포럼을 통해서는 공연 기획자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마흔을 기점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완벽한 연주를 통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스트레스가 컸지만 성취욕도 컸다. 하지만 연주가 즐겁지 못했고 갈수록 중압감이 커졌다. 연습할 때의 외로움과 무대 위에 홀로 선 고독감, 그리고 무대에 쏟아지는 수백 개의 시선에서 비롯된 고통이 축적됐다. 그때부터 판에 박힌 연주를 ‘잘’하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울릴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을 기획하고 싶었다. 공연 기획자로서의 첫 시작이 바로 파리뮤직포럼이었다. 이 포럼은 국적, 나이, 성별을 초월한 예술가들의 모임이었다. 당시 그림, 연극, 연주를 한 무대에 올리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그 경험이 자양스테이션의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자양스테이션은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영유아와 엄마가 함께 즐기는 ‘베베 콘서트’, 신인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살롱 음악회 ‘아티스트 라운지’ 등을 운영한다.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공연을 총괄하는 기획자다.
“공연 기획자 겸 연주자로서 이곳에 온 모든 이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을 선물하고 싶다. 가령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할 때는 바다에 일렁이는 달빛의 장면을 관객들에게 선율로 보여주고 싶다. 또한 무대에 선 신예들에게 관객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살아 있는 연주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얼마 전 오픈 리허설 때 근처 주민 네 분이 오셨는데, 공연을 보고 울다 가셨다. 곡에 담은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서 나 역시 울컥하더라. 그 순간은 내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맛있는 한 끼를 드리는 마음
그녀는 1인 3역을 소화 중이다.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 관객의 발길을 이끄는 공연을 만드는 기획자, 살림을 책임지는 대표. 특히 대표로서의 고민이 존재했다.
“무대 없는 신예의 서러움을 알기에, 연주자에게 대관료나 홍보비 등을 일절 받지 않는다. 실력과 열정 있는 후배들이 무대에 많이 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멤버십 등 다각도의 고민을 하고 있다. 또한 공연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있다. 관객의 발길을 끄는 대중성도 좋지만, 수준 높은 곡을 들려주고 싶은 맘도 크다. 그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끝으로 클래식의 가치를 말하며 앞으로의 꿈을 밝혔다.
“클래식은 세기를 넘어서도 존재하는 희로애락의 콘텐츠다. 사랑의 기쁨, 슬픔의 고통 등과 같은 감정을 오롯이 소리로써 전달한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세월 속에서도 고스란히 남아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 가치를 관객에게 아름답게 전달하는 것이 연주자의 의무라면,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관객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클래식은 낯설어서 어려울 뿐이다. 노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즐길 수 있다.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다.”
그녀는 연주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곡을 연주하며 떠올리는 장면과 감정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져, 같은 공간에서 같은 울림을 느낄 때 가장 감동적이라고 했다. 그것이 감동적인 이유는 내면 깊숙이 숨겨뒀던 진심의 장면을 서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장 인근 단골 식당의 사장님은 이 공연장의 VIP 관객이다. 그분은 “우리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서로의 가치를 이해했기에 가능한 말이다. 무릇 가치를 이해하는 일은 진심을 바탕으로 한다. 진심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지만 노크해보고 싶은 일. 그게 클래식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자양동 골목에서 선율로 진심을 들려주고 있을 그녀를 응원하며 마친다.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서,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서.(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는 쿠바 체류시절 두 가지 칵테일을 즐겨 마셨는데, 그 술이 ‘모히토’와 ‘다이키리’다. 헤밍웨이는 매일 아침 ‘라 보데기타’에서 모히토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고, ‘엘 플로리디타’에서 한 번에 열 잔 넘게 다이키리를 마셨을 정도로 두 술을 사랑했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저서에서 선보인 뛰어난 영감이 술에서 비롯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에 가면 헤밍웨이의 흔적을 좇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헤밍웨이와 책을 사랑하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집중과 사색이 필요한 독서에 몸의 긴장을 푸는 술이라니, 언뜻 책과 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팬뿐 아니라 한국에도 술과 책을 동시에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작은 2013년 상암동에 생긴 ‘북바이북’이다.
북바이북은 책과 맥주를 합한 ‘책맥’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곳이다. 칵테일과 커피를 파는 ‘부장고’, 요리책 전문 책방 ‘쿡쿠프’, 일본의 대표적인 책방 ‘츠타야’ 등 김진양 북바이북 대표가 일본 책방들을 발이 부르트도록 찾아다니며 참고한 덕분에 한국에 북바이북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책바’가 주목받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되고 김영하 작가의 방문으로 입소문을 탔다. 술의 향기에 젖은 독서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술 마시는 책방’ 두 곳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직접 체험해봤다.
‘책맥’을 처음 선보인 북바이북
상암동에서 시작한 북바이북은 현재는 광화문에서 통합점을 운영하고 있다. 광화문역 1번 출구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 1층으로 들어가면 된다. 띄엄띄엄 떨어진 좌석, 서가에 정갈하게 꽂힌 책들을 보면 평범한 동네서점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음료와 디저트, 맥주를 판매하는 카운터와 책방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커피와 차, 토스트, 약과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카운터를 지나자 포스트잇에 적힌 방문객들의 방명록으로 빼곡히 채워진 벽면이 나타난다.
북바이북은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함께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스페인식 레몬 맥주 ‘끌라라’가 북바이북의 대표 메뉴다. 기자는 중고책 서가에서 북바이북 로고가 찍힌 ‘무진기행’을 선택했다. 중고라 정가의 30% 가격에 결제한 다음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투명한 캔에 담겨 나오는 끌라라에는 얇게 썬 레몬 두 조각이 띄워져 있다. 고려의 시조인 태조 왕건이 한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줬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물을 급히 마시다 체할까 걱정돼 나뭇잎을 띄웠다는 처녀처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 취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불상사를 우려한 마음이었을까. 의도야 어쨌든 덕분에 숨을 고르고 천천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양이 줄어들수록 맥주의 레몬 향이 더 강해진다. 적당히 취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 잔 같은 느낌이다.
김진양 북바이북 대표는 책과 술의 조합에 대해 “북바이북에서 맥주는 책을, 독서를, 책이 있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굳이 진지하지 않아도, 심각하지 않아도 책을 가까이할 수 있고, 책이 있어 편안한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맥주”라고 설명했다.
좁지만 다양한 신청곡에 분위기가 바뀌는 책바
연희동에 가면 북적이는 바가 아닌, 책과 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용한 공간 ‘책바’를 작은 골목에서 찾을 수 있다.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맞은편에서 ‘현대부동산’과 ‘추앤추 한의원’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구석에 숨은 책바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는 처음이시죠? 반갑습니다.” 어렵게 책바에 도착하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책방 주인이 자리로 안내한다. 처음 들어선 책바는 공간이 협소하다. ‘바 안에서는 1~2명만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책장이 열리면서 안쪽에 있는 자리가 나타났다. 버튼 하나로 책장이 열리고 닫히는,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읽기에 책바는 어두운 분위기다. 하지만 자리마다 녹색 원통형 조명이 배치돼 있어 책을 읽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자리에 앉으니 책방 주인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메뉴판이 범상치 않다. 술의 도수에 따라 ‘시’, ‘에세이’, ‘소설’로 분류된다. 흥미로운 건 다양한 주종의 술과 더불어 술이 소개된 소설의 문구가 메뉴판에 함께 적혀 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술을 직접 마셔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실 술을 골랐다면 이젠 책을 고를 차례다. 책바에서는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빈손으로 온 고객을 위해 책을 대여하기도 한다.
서가에 꽂혀 있는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를 골랐다. 그리고 한때 ‘악마의 술’이라고 불린,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다는 압생트를 주문했다. 이 술은 역사적으로 많은 오해를 샀지만 실제 독성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향이 특이했다. 옅은 초록빛에 풀 냄새가 났다. 의외로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50도 이상인 술이기에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씩 들이켰다.
책을 읽다 보니 금방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책바는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바에 있는 손님들에게 마감 전 듣고 싶은 곡을 신청받는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요란한 음악은 신청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신청한 다양한 곡을 들으니 분위기가 새롭게 바뀐다. 다 읽지 못한 책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마감곡을 들으며 읽던 챕터를 마무리한 다음 자리를 털고 나왔다.
사라지는 책방, 시니어들의 선택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전 회장은 반대를 무릅쓰고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교보문고를 만들면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종이책 세대인 시니어들은 지금 세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은 시니어들조차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다. 물론 시니어들의 잘못은 아니다.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진 환경 탓이다.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많은 책방이 사라지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던 ‘책과 밤낮’, 25년간 은평구민들의 곁을 지켜왔던 ‘불광문고’가 올해 폐업했다. 대형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 기준으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이어 서점 업계 3위였던 ‘반디앤루니스’도 올해 33년 역사를 마무리했다. 올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발간한 ‘2020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국내 서점은 2003년 3589개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976개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가을이 되니 동네책방만의 개성과 분위기가 더 그리워진다. 책을 좋아하는 시니어라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도서관과 대형서점으로 한정되는 걸 아쉬워할 만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려 해도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으로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아주 많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흥미로움을 전한다. 서점이나 카페에서 오래 책을 읽자니 부담스럽다. 코로나19로 운영 시간이 짧아진 탓에 도서관 이용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이지만 책에 빠져보고 싶은 시니어가 있다면 술과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술이 긴장을 풀어줘 책에 더 편안히 스며들도록 돕기 때문이다. 독서의 계절 10월이 가기 전에 술이 깃든 책방에서 체험하는 새로운 책방 문화가 신선함을 전할 것이다. 술과 책,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조화를 경험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나의 끌라라는 북바이북에서, 나의 압생트는 책바에서.”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시니어들이 많이 앓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흔히 자가면역질환이라 부르는데, 종류가 다양하며 치료가 어려워서 난치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을 만나, 자가면역질환의 특징과 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을 들어봤다.
한의학에서 면역(免疫)은 역병을 면할 수 있는 저항력을 일컫는데, 건강한 면역을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를 알 필요가 있다.
“건강한 면역력은 에너지 순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신체의 원리는 우주와 같다. 우주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로 돌아간다. 즉 태양의 뜨거운 기운(火)은 땅으로 내려오고, 땅의 수증기(水)는 반대로 하늘로 올라가서 비를 뿌리고, 이를 통해 만물이 자라난다. 예를 들어 인체에서 심장은 ‘화’의 기운을 가지며, 신장은 ‘수’의 기운을 갖는다. 심장을 통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신장을 통해 호르몬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면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을 막는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호르몬이 불균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피의 관점에서 본다. 혈액은 몸을 순환하면서 독소를 배출하고 영양을 공급하는데, 자가면역질환은 순환장애로 인해 나쁜 피가 발생했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체내 순환을 막는 지방이 증가하면 피가 탁해지고, 호르몬이 부족하면 피가 걸쭉해진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피가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이러한 혈액을 어혈(瘀血)이라 부른다. 우리 몸은 면역을 통해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기능에 고장이 나면 어혈을 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하며 염증을 유발한다. 어혈이 특정한 관절의 활막에 붙어서 일어나는 병을 류머티즘 관절염이라 부르며,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달라붙는 부위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양생(養生)을 위하여
한방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접근 방식이 양방과 다르다.
“양방과 한방은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흔히 양방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과잉 면역 반응으로 정의하고, 염증을 발견하고 그 통증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치료의 중심을 증상으로 보고 진통제나 억제제를 통해 완화하고자 한다. 이와 다르게 한방은 몸에 중심을 둔다. 증상이 나오는 이유는 피의 순환과 밀접하므로, 순환장애가 생기는 원인을 소화 기능, 심폐 기능, 비뇨 기능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알맞은 요법을 통해서 치료한다. 궁극적으로는 탁해진 피를 맑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은 중년 여성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류머티즘 환자의 80%가 40대에서 70대 사이의 여성이다.
“중년 여성은 갱년기를 지나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찾아온다. 더불어 여성은 매월 생리를 하는 만큼 혈액의 변화가 왕성하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류머티즘 관절염은 피가 탁해져서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피를 맑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봉독 약침과 건칠단을 활용한다. 봉독 약침은 꿀벌에서 채취한 벌의 독을 정제하여 주사기로 혈 자리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벌의 독에는 아파민, 멜리틴 등 염증을 완화하고 피를 맑게 하는 성분이 있다. 건칠단은 마른 옻나무인 건칠을 활용한 약인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우르시올을 제거한다. 모두 피를 맑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끝으로 생활 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 강화를 위한 양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생이란 생명력을 강화하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의 75%는 생활 습관 개선에 달렸다. 다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게 좋다.
무조건 운동이 좋다고 해서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 때에 따라서는 과한 운동이 염증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피를 맑게 하는 데는 생수가 효과적인데, 소화 기능이 안 좋다면 찬 생수는 추천하지 않는다. 늦게 자더라도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생의 비결은 알맞은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있다.”
유형별 면역력 올리는 습관
소화 기능_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손발이 차고 늘 피곤하다. 이런 경우엔 엔진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를 조금씩 자주 넣는 게 좋다. 밀가루 음식과 찬 음료는 멀리해야 한다. 과식이나 급하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차라리 낫다.
순환 기능_순환 기능이 떨어지면 물만 먹어도 붓고, 몸이 늘 무겁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푸석푸석함을 느낀다. 이런 경우엔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탄수화물 과잉은 지방으로 축적된다. 지방은 혈액순환을 막는다. 대신 두부, 콩, 생선, 토마토, 오이 등을 섭취하면 좋다.
비뇨 기능_비뇨 기능이 떨어지면 뒷골이 자주 당기고, 입이 자주 마르며, 충혈이 자주 생긴다. 이 경우엔 음식보다 수면이 중요하다. 호르몬이 잘 생성되는 황금 시간대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인데, 이때 자는 것을 권한다. 하체 운동을 하면 호르몬 분비에 좋다.
‘인절미’라떼, ‘흑임자’아이스크림, ‘귀리’우유 등 최근 식품업계의 신제품 동향이 시니어의 향수를 자극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흑임자나 인절미와 같은 예스럽고 향토적인 식재료들은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시니어들이 주로 찾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복고라는 의미의 ‘뉴트로’ 열풍이 식품시장까지 이어지며,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디저트가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할머니와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을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레트로 열풍이 MZ세대 사이에서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할머니 음식이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음식들에 젊은층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통 식재료가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할메니얼로 불리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찰떡콩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게 됐다”며 “뉴트로 식품은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해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게 전통 식재료는 신선한 맛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즉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레트로’(retro)에서 재미를 찾는 MZ세대의 특징이 전통 식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현상이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에 이어, 음식의 맛과 건강(라이프)의 밸런스인 ‘맛라밸’이 식품업계 트렌드로 떠오르며 할메니얼 입맛을 부추겼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에 열광하던 MZ세대가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지향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간식도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디저트로 즐기는 경향이 짙어져 뉴트로 식품에 인기를 더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추억의 식재료를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재탄생 시켜, 시니어와 젊은층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민간식이라 불리우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2019년 말 ‘찰 초코파이’로 재탄생했다. 초코파이에 우리 전통 디저트인 떡을 접목해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인절미, 흑임자, 팥앙금 등 전통 식재료를 초코파이에 사용해, 유행에 민감하고 이색 조합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이번 9월 이달의 맛으로, ‘찰떡콩떡’이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인절미를 메인 원료로 활용한 ‘찰떡콩떡’은 곡물 풍미를 더한 ‘찰떡 아이스크림’과 ‘콩고물 아이스크림’에 쫄깃한 ‘인절미 떡’과 바삭한 ‘흑임자 볼’이 쏙쏙 박혀있는 제품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가을과 추석 시즌을 맞아 전통 간식 메뉴인 ‘인절미’를 활용한 10월 한정판 음료와 디저트를 출시했다. 인절미와 카페라떼를 혼합한 ‘고소한 인절미 카페라떼’가 대표 메뉴다. 바삭한 크로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인절미를 더한 디저트메뉴 ‘인절미 아이스크림 크로플’도 함께 선보였다.
이외에도 투썸플레이스의 ‘쑥 라떼’, 이디야의 ‘쌍화차’와 같은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시장에 나와, 다양한 세대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추석을 맞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품목이 있다. 바로 명절 선물로 빠지지 않는 홍삼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건강식품인 홍삼은 인삼을 증기 등으로 쪄서 익히고 말린 걸 말한다. 1895년 고종 32년에 홍삼 제조법을 공포한 뒤 약재로 꾸준하게 사용되고 있다.
시중에서 홍삼 스틱, 홍삼정, 홍삼농축액, 홍삼차 등 다양한 브랜드와 유형의 홍삼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홍삼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선물하거나 직접 먹기 위해서 구입할 때는 건강기능식품의 조건이나 특정 성분의 함유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삼 건강기능식품은 4년근 이상의 인삼을 사용하고, 기준과 규격에 따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1g당 2.5mg 이상 함유돼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품은 홍상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홍삼 캔디와 홍삼 음료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즉 이들은 홍삼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고, 홍삼을 이용한 일반식품이다.
진세노사이드는 사포닌 일종의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기억력 개선, 항산화 등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제품마다 가격과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이를 비교하면 소비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제품 점도와 진세노사이드 함량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점도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제품이 더 걸쭉하면 좋겠다, 제품이 너무 묽은 것 같다 같은 의견들이 있는데 소비자원에서 확인한 결과 제품 점도와 진세노사이드 함량은 상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기능에 따라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진세노사이드 양도 조금씩 다르다. 면역력 증진과 피로 개선을 위해서는 하루에 3~80mg, 혈액 흐름과 기억력 개선, 항산화를 위해서는 2.4~80mg, 갱년기 여성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25~80mg의 진세노사이드를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좋다는 생각에 진세노사이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즉 하루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혈소판 응고를 감소시키고, 혈당을떨어뜨리는 효과를 높일 수 있어 당뇨 치료제와 혈액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는 의사와 상담하고 복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능성 홍삼 제품을 찾을 때는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마크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호흡기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처럼 소개하는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트가 비싼 취미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개인이 요트를 소유해서 즐기면 비싼 취미일 수 있다. 하지만 요트를 직접 구매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요트를 즐길 수 있다. 또 수도권에서는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한강에서 요트를 탈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체험해 보는 요트가 어떤지 궁금할 시니어를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현대요트 도움을 받아 직접 요트를 체험해봤다. 현대요트는 서울 반포동에서 ‘더리버 마리나’를 운영한다.
동작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면 동작대교 남단을 통과해 한강산책로로 갈 수 있다. 한강산책로를 따라 10분에서 15분 정도 걷다 보면 더리버 마리나가 나온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친절하게 이정표가 있으니 지도 앱은 잠시 넣어두고 산책로를 즐겨도 좋다.
더리버 마리나
1층 카페가 있는데 요트를 타지 않아도 한강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는 30분간 한강을 유람하며 음료 한 잔을 제공하는 ‘커피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운항이 끝난 후에도 커피가 남아있다면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다 가도 좋다.
요트를 타려면 카페를 통해 선착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카페에 입장하면 발열체크와 QR체크인을 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승선자 명단을 적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30분을 타더라도 안전이 중요하다. 요트를 타는 동안 마리나에서 구명조끼를 제공한다. 요트차터(대여)팀에서 간단한 구명조끼 사용법을 알려주니 숙지하고 들어간다.
선착장에 들어서니 세일링 요트 한 대, 12m 정도 크기의 파워보트 한 대와 기자가 탈 블루진 파티보트가 있었다. 한강 물이 출렁이다 보니 묶여 있는 요트들도 흔들렸다. 차터팀 관계자는 “운항을 할 때보다 선착장에 묶여 있을 때 오히려 더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커피보팅 프로그램
덥지 않고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이었다. 운 좋게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좋은 날씨에 요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커피보팅 프로그램에서 운행하는 블루진 보트는 대략 6m 정도다. 30분간 한강을 떠다니며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에서는 보트를 잠시 멈춰준다. 보트를 타는 동안 항해사가 중간중간 설명해 줄 때 말고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보트는 반포대교(잠수교), 세빛섬, 동작대교, 노들섬 앞에서 멈춘다. 먼저 보트는 선착장을 지나 오른 편에 있는 반포대교(잠수교)로 향한다. 잠수교를 반환점 삼아 돌 때 잠수교를 건너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잠수교 근처에는 세빛섬이 있다. 차터팀 관계자에 따르면 밤에는 세빛섬 전체가 LED 조명을 뿜어내 야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방향을 바꾼 다음에는 동작대교로 향한다. 동작대교로 향하는 와중에 멀리서 보트가 출발했던 마리나가 작게 보인다. 새삼 한강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작대교를 지나면 아치를 그리고 있는 한강대교가 보인다. 그 옆에는 한강대교를 살포시 받치고 있는 노들섬이 있다.
63빌딩이 보이는 여의도 방향의 사진까지 찍은 뒤 보트는 선착장에 돌아왔다. 보트가 선착장에 완전히 정박하기 전까지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항해사가 당부했다. 짧은 운항인데도 꽤 안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더리버 마리나 커피보팅 프로그램은 30분 운항에 2만3000원이다. 야간에는 45분 운항에 3만3000원이다. 차터팀 관계자는 “커피보팅 프로그램은 가격이 저렴해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고 시니어들은 주로 카타마란 요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체험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적은 인원이 이용한다면 시니어에게도 커피보팅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카타마란 요트 '블랙캣'
커피보팅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에는 더리버 마리나가 보유한 카타마란 요트 ‘블랙캣’ 선내를 둘러봤다. 카타마란 요트는 3층 구조다. 지하 선실에는 침실과 화장실이 있다. 지상층에는 다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지상층 선머리에는 그물이 있다. 블랙캣 이용객들은 이 그물에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일광욕을 즐긴다. 지상층 위층에는 요트 운전석이 있다.
블랙캣 이용료는 30분에 60만 원, 60분에 100만 원이다. 꽤 가격대가 있지만 3~4명이 나눠 내면 큰 부담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돼 4명 이상이 빌린다면 블랙캣을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날은 코로나19 4차 유행 탓인지, 안타깝게도 요트를 즐기는 시니어를 만날 수가 없었다.
언제나 탈 수 있는 나만의 요트를 가지고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요트의 낭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강 외에도 전국 여러 지역의 마리나에서 요트 대여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요트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당일 운영 여부를 마리나에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헛걸음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유리컵을 가득 채운 뽀얀 우유 위로 천천히 퍼지는 에스프레소. 접시 위 색색의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과 소복이 내려앉은 견과류. SNS에 ‘홈카페’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런 게시물이 448만 개나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카페 이용이 불편해지자 집 내부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며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홈카페족’이 늘고 있다. 마치 예쁜 카페를 방문한 기분을 내기 위함이다.
특히 집에서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중년 홈카페족이 속속 늘고 있다. 전국 50세 이상 남녀 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임팩트피플스에 따르면, 5060세대 가운데 62%는 최근 1년 이내 커피머신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머신을 이용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27%)’, ‘다양한 원두 맛을 집에서 느껴보고 싶어서(23%)’ 등으로 상위 2개 응답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중장년들 사이에서 홈카페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나만의 홈카페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존 공간을 정리하고, 여기에 좋아하는 소품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실과 주방, 베란다 등 공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홈카페를 즐길 수 있다. 음료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 탄산수, 커피, 우유 등을 활용하면 된다.
홈카페 하면 커피부터 떠오르지만 요즘엔 신선하고 다채로운 메뉴가 많다. 맛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까지 갖춘 메뉴들이 인기다. 중장년 홈카페족의 즐거움을 돋구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홈카페 메뉴를 소개한다.
복숭아 그릭요거트
집에서는 신선한 제철 과일을 활용하기 좋다. 최근 7~8월이 제철인 복숭아로 만든 복숭아 그릭요거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복숭아 윗면을 칼로 자른 뒤 숟가락으로 씨 부분을 파내고 껍질도 벗긴다. 복숭아가 준비되면 그릭 요거트로 속을 가득 채운다. 랩을 씌워 냉동실에 1시간 얼린다. 접시에 견과류나 시리얼을 깔고 위에 복숭아를 얹는다. 마지막으로 꿀로 토핑하면 완성된다.
레몬딜버터
레몬딜버터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소개된 바 있다. 버터와 레몬,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허브인 딜이 주재료다. 버터와 얇게 간 레몬 껍질, 다진 딜 이파리를 섞어 원통 모양으로 뭉친 후 냉장실에서 굳힌다. 레몬딜버터는 갓 구운 토스트에 발라 먹어도 좋고, 스테이크에 곁들이면 상큼한 레몬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2개월간 먹을 수 있다. 인기에 힘입어 여러 판매처에서 레몬딜버터 만들기 키트도 판매한다.
크로플
크로플은 초승달 모양의 빵인 ‘크루아상’과 ‘와플’의 합성어로, 와플 팬 또는 와플 메이커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고 구운 디저트다. 반죽과 버터가 교차하는 층 구조로 이뤄진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처럼 구워, 크루아상의 식감과 고소한 버터의 풍미, 와플의 바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메이플시럽, 시나몬, 설탕 등을 곁들여도 좋다. 생지를 구매할 때는 발효 생지인지 미발효 생지인지 확인을 하고 구매해야 한다. 미발효 생지는 발효 과정을 거쳐야 생지가 부풀어 올라 적당한 크기의 크로플이 된다. 자매품으로 가래떡이나 인절미를 와플 팬에 구운 ‘떡플’도 인기다.
달고나라떼
달고나라떼는 코로나19로 지난해 파생된 ‘집콕’ 트렌드 중 하나다.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기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꽤 든다. 먼저 커피 가루, 설탕, 물을 1대 1대 1 비율로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 달고나 크림을 만든다. 젓는 횟수는 최소 400번 이상이다. 점차 꾸덕꾸덕해지면 크림을 차가운 우유 위에 얹으면 된다. 달고나를 잘게 부숴 올리면 금상첨화다. 쌉싸름한 커피와 달달한 달고나가 잘 어우러진다.
인기 트로트 가수 임영웅과 송가인이 여전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
지난 19일 한국 소비자 포럼에서 발표한 ‘2021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임영웅과 송가인은 각각 남자 광고모델 부문·남자 트로트가수 부문, 트로트 가수 여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임영웅은 지난해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도 같은 부문에서 수상해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치킨, 피자, 음료 등 식음료부터 화장품, 자동차, 패션 브랜드, 시계, 보일러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CF 스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브랜드 평판 1위를 이어가고, 각종 음원 플랫폼 트로트 부문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송가인 역시 브랜드 대상을 거머쥐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트로트 가수 여자 부문 대상을 받은 송가인은 “꾸준하고 변함 없이 저에게 사랑을 주신 AGAIN(송가인 팬클럽)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빨리 팬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AGAIN의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팬클럽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송가인은 음원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화제성 1위를 차지하는 등 시니어를 비롯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매년 대국민 투표로 한 해를 빛낸 최고의 브랜드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행사다. 투표는 6월 21일부터 지난 달 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이번 브랜드 대상 소비자 투표에는 61만395명이 참여해 역대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때 늦은 장마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 8월 말에서 10월까지 집중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기상 현상을 뜻하는 ‘가을장마’는 다음 달 초까지 충청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가을장마에는 태풍까지 겹쳐 기상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을장마가 오면 수확을 앞둔 농가에 많은 피해를 미치기 때문에 예로부터 가을장마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비구름이 물러나면 덥고 습해지는 여름철 장마와 달리, 가을장마가 지나가면 날씨가 선선해지고 일교차가 커진다. 이번 여름이 워낙 무더웠던 탓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을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시니어들은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면역력 낮은 시니어, 일교차 심할수록 체온 조절 신경 써야
나이가 들어 노화가 시작되면 면역력을 비롯한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면역력은 피부와 호흡기 등으로 들어온 외부침입자를 막아내는 힘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가 외부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노인은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기온 자체보다는 급격한 기온 변화 때문에 몸이 항상성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출 시 얇은 옷을 챙겨 몸이 바깥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장년층 피부는 노화로 인해 온도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얇은 겉옷을 챙겨 체온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가을철 건강관리 방법에 따르면 목덜미 부분을 약간 따뜻할 정도로 감싸는 방법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잘 때는 긴소매 잠옷을 입어 새벽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하고 어둑한 날씨에 찾아오는 우울증·곰팡이성 질병 조심
비가 오랜 기간 많이 내려 습해지면 곰팡이가 활동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곰팡이가 배출하는 미세한 포자는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병,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무좀과 완선, 비염, 구내염 등도 곰팡이가 원인인 질병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노인들이 장마철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피부질병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이다. 노인들은 피지선과 피부면역체계 등의 기능이 약해 곰팡이성 질병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특히 당뇨병 환자는 무좀 같은 곰팡이성 질환 때문에 고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곰팡이로 인한 피부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피부를 잘 씻고 말려줄 것을 권한다. 옷과 양말 등을 세탁하고 나면 햇볕에 말려 곰팡이가 번식하지 않도록 한다. 욕실, 주방이나 여름 내 사용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밀폐된 옷장 등 집안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쉬운 곳도 관리가 필요하다.
장마가 길어지면 우울증도 심해진다. 뇌의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수면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세라토닌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마철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불면 증세까지 나타나기 일쑤다. 낮에 졸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수면장애는 우울증과도 연관이 깊다. 잠을 잘 못 자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낮에 졸려도 20분 이상 자지 않는 등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적게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전문가들은 비 오는 날일지라도 노인들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맨손체조와 근력운동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천둥이 치면서 내리는 비인 우레비가 내리면 가급적 야외 운동을 피해야 한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가 오더라도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실내에서는 조명을 밝게 유지하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50대 중장년 남성 A 씨는 최근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는 날이 잦아졌다. 소변을 보고 돌아오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이 들면 자다가 소변 보는 일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소변 때문에 자꾸 선잠을 자니 만성피로까지 생겼다.
수면 중 소변이 마려워 1회 이상 잠에서 깨 배뇨하는 증상을 ‘야간뇨’라고 하는데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빈뇨·야간뇨·다뇨 환자 수는 2016년 5만6000여 명에서 2020년 6만9000여 명으로 23.2% 늘었다. 2017년 이후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김대경 회장은 “보통 야간뇨를 노화로 인해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령 환자일수록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되는데, 빈번한 야간뇨는 숙면을 방해하고 우울증이나 낙상에 의한 골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야간뇨는 왜 발생하는 걸까. 우선 생활 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잠들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잘못된 수분 섭취 습관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음주와 고카페인 음료 섭취, 불규칙한 수면 습관도 야간뇨를 일으킨다.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다. 나이가 들면 항이뇨호르몬이 감소하는데, 이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물을 재흡수하게 해 소변 양을 줄이는 호르몬이다. 또 노화로 인한 콩팥 기능 저하도 야간뇨에 영향을 미친다. 콩팥의 주요 기능은 농축인데 나이가 들면 이 농축 기능이 떨어져 같은 양의 혈장이 지나가도 생성되는 소변의 양이 늘어난다.
또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성의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해 요도를 둘러싸는 전립선이 커지는 질병이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전립선이 방광을 들어올리는 결과를 낳아 방광을 자극해 야간뇨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방광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여성은 요도가 짧아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방광염에 걸리고 쉽고, 감각이 예민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야간뇨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생활 습관 개선을 먼저 이야기한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과다한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일정한 시간에 숙면을 취한다. 과도한 음주와 고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은 “야간뇨는 정확한 진단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고, 그래도 야간뇨가 계속되면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