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산림’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분재조합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숲을 찾는 도시인이 많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며 관련 자격증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깨끗한 자연을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낸 중장년의 경우 산림 분야에서 제2직업을 찾아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싱그러운 숲에서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면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PART1. 국가전문자격
‘숲’과 관련해 가장 익히 들어본 자격이 바로 ‘숲해설가’일 것이다. 숲해설가를 비롯해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등을 ‘산림교육전문가’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전문자격으로 관련 양성기관에서 일정 시간 산림교육 전문 과정을 이수해야 취득이 가능하다. 산림교육전문가 양성기관은 전국적으로 숲해설가 31곳, 유아숲지도사 15곳, 숲길등산지도사 7곳으로 산림청 또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기간은 양성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숲해설가 4~5개월, 유아숲지도사 5~6개월, 숲길등산지도사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산림교육전문가 취득자가 그다음 단계로 준비하는 자격증이 바로 ‘산림치유지도사’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앞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 자격증을 딴 후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의료·보건·간호·산림 관련학과 학위를 보유해야 한다. 더불어 산림치유지도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시험 평균 합격률이 1급 33.3%, 2급 53.6%인 것을 감안하면 쉬운 도전은 아니다.
산림교육전문가와 산림치유지도사의 연령별 취득 현황을 살펴보면 중장년 세대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모든 자격에서 50대 취득자 수가 가장 많았고, 60대 역시 타 연령대보다 취득자가 많은 편이다. 관련 종사자들은 “산림치유지도사의 경우 평가시험이 만만치 않은데도 중장년층의 학구열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산림교육전문가 취득 후 실무 경험을 쌓았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나무의사가 병든 나무를 진단하고 농약을 처방하거나 치료하는 ‘나무의사 제도’가 시행됐다. 그동안 비전문가가 부적절한 농약으로 병든 나무를 치료하는 사례가 잦아 나무는 물론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받았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본인 소유의 수목을 직접 진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가 있는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수목진료가 가능해졌다. 이에 국가전문자격인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나무의사의 경우 올해 3월 제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을 시행했는데, 시험이 까다롭고 난이도가 꽤 높다는 반응이다. 시험도 어렵지만 수목진료 관련 전공 이력 등 자격기준을 충족하고, 지정된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나무병원을 직접 차리거나 취업하려는 계획이 아니라면, 별도의 요건 없이 양성기관 교육 이수를 통해 취득 가능한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을 준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PART2. 국가기술자격
일반적인 국가기술자격과 마찬가지로 ‘산림기능사→산림산업기사→산림기사→산림기술사’ 등의 순서를 거치게 된다. 상위 자격으로 갈수록 석사, 박사 등 전문 전공자와 종사자들이 주로 응시하기 때문에 관련 학위나 경험이 없다면 취득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목표를 갖고 산림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먼저 산림기능사 과정부터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산림기능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 후 관련 실무에 종사한 연수에 따라 산업기사(1년 이상), 기사(3년 이상), 기술사(7년 이상)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산림기능사 연령대별 시험 합격 현황에서 50대와 60대 이상의 합격자 수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50~60대의 시험 합격률은 60%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합격 인원이 많다고 해서 시험 자체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 직무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PART3. 국가공인 민간자격
‘수목보호기술자’는 나무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목의 병충해 방제, 상처 치료, 영양제 살포 등을 수행한다. 2001년 첫 자격검정시험 시행 후 지난해까지 총 47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한국수목보호협회 홈페이지 기준). ‘분재관리사’ 역시 국가공인 민간자격에 속한다. 2017년 기준 취득자의 77.8%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중장년 선호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노인복지·돌봄’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건강한 노인이 요양 단계의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 또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 등에 관심을 갖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준비할 만한 자격증으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득 후 활동으로 이어졌을 때 얻는 보람이 큰 분야다. 실제 ‘2018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에서도 요양보호사 세부 직무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 ‘사회발전 기여’(89.0%)와 ‘보람 및 자긍심’(87.7%) 항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 노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체력은 물론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PART1. 국가자격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에 속하며,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취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 두 가지를 모두 따려면 ‘사회복지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 이수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개인의 이력에 따라 교육시간이 상이하다. 관련 국가자격증(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등)이나 경력(재가노인복지시설, 간병요양기관 등 관련 종사 경험 1년 이상)이 없는 경우 이론, 실기, 실습과정을 합해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라면 이수과정이 총 50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모두 준비할 때는 시간 절감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먼저 취득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따고 난 뒤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요양보호사 취득만을 원한다면 애써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관련 경력을 쌓거나 수업을 모두 이수하는 편이 낫다.
사회복지사 자격 등급은 본래 1, 2, 3급으로 나뉘었으나 201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3급 자격이 폐지됐다(기존 취득자는 사용 가능). 1급은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급은 대학원, 대학교, 전문대학 졸업자로 일정 과목을 이수한 경우 취득 가능하다. 관련 학위가 없다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하거나 양성교육과정 수료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2급에 해당하는 요건을 만족해야 1급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점이수 조건을 채우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몇 년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50대(24.3%)와 60대 이상(19.8%) 응시자의 합격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30대(23.6%)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 자체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요양보호사 시험은 합격이 수월한 편이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 수(9만8369명)와 합격자 수(8만6662명)가 가장 많은 50·60대의 합격률은 88.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점은 70대 이상 응시자 현황이다. 젊은 세대는 주로 취업 준비 등을 목표로 자격증을 따지만, 중장년 세대는 부모, 배우자 등 환자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취득하는 이가 많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장기요양보험 1~5등급에 해당하는 가족을 수발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요양보호사’의 경우 실제 돌봄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1시간, 월 20일을 인정해주며 직장 근로자가 아니라야 가능하다. 요양 대상자의 나이, 질환(치매) 정도 등에 따라 인정 시간 및 환산 금액이 다르다.
요양보호사 직무 만족도는?
‘2018년도 장기요양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보호사의 직무 만족도 부분을 살펴보면 ‘불만족(매우 불만족)’을 드러내는 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만족도에 대한 세부 항목에서는 ‘사회발전 기여’(89%)가 가장 높았고, ‘임금 및 수당’(24.7%)이 가장 낮았다.
PART2. 민간자격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 등에서는 노인들의 신체 활동을 돕는 일 외에도 인지기능과 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촉감놀이나 체조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외에 추가로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두뇌훈련지도사, 실버레크리에이션지도사, 노인미술심리상담사, 실버건강지도사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민간자격증이 있으며, 비교적 취득 과정도 어렵지 않다.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집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서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노인들 곁을 24시간 지켜주는 곳이 있다. 바로 요양원. 지난 3월 오픈한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를 방문해 시니어로서 노후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면서 꼼꼼히 살펴봤다.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도심형 요양원이다. 지난 3월 8일 오픈한 이 요양원은 최신식 건물에 총 130개의 침상을 갖추고 있다. 오픈한 지 이제 불과 1개월 정도밖에 안 지난 시점에 벌써 60여 명이 입소해 있으며 꾸준하게 입소가 진행중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의 목표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보호자에게 안심과 신뢰와 희망을 주는 데 있다. 요양원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 통유리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으로 실내 공간이 밝고 넓고 쾌적해 보여 좋았다. 특히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새집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건축 자재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실내 공기질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건물을 지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더 신뢰가 갔다. 환한 미소로 맞이해준 곽혜련 원장의 안내에 따라 유닛을 돌아봤다. 입소자 어르신들은 민요강사의 프로그램 진행으로 간단한 부채 율동과 창을 따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유닛을 살펴볼 때 입소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오밀조밀하게 잘 갖춰진 최신식 시설이 마음에 쏙 들었다. 곽혜련 원장은 제일 먼저 인간 중심 케어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인간 중심 케어 모델이란 첫째, 어르신이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신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함은 물론 자기결정권과 선택권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고 둘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전문적인 케어’ 서비스를 하고 셋째, 입소자 한 분 한 분을 위한 ‘맞춤 케어’ 서비스를 하며 넷째, 최고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하고, 편안하고, 깨끗한 환경을 항상 유지하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각자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있지만 시설에 입소하면 그곳에서 짜놓은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그러나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원 시스템에 맞춰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게 아니라 입소자 한 분 한 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돌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입소자가 늦은 아침시간까지 더 자고 싶을 때는 더 잘 수 있고,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대로 누워 있어도 된다. 또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꾀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케어를 실천하고 있다.
내 집 같은 편안한 환경
시설 배치의 콘셉트는 내 집 같은 분위기다. 실내로 들어가자 거실이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엔 침실이 보였다. 130개의 침상을 8개의 유닛으로 나눈 방에는 희망채, 행복채, 소망채 등 친근감이 드는 이름을 붙였다. 요양보호사는 근무지 변경 없이 유닛별 전담제로 일한다.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요양원은 복도형 침실배치로 병원형 구조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이곳은 소규모 유닛을 만들어 유닛이 집의 개념이 되는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고 베리어프리 설계를 도입했으며, 유니버셜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했다. 특히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공조시스템을 설치해 실내 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것은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간호 및 의료 서비스의 질도 강화해, 간호 인력이 365일 24시간 대기하면서 케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는 3명의 전문가가 어르신의 기능회복 및 유지를 위한 재활치료를 제공하면서 입소자를 돌보고 있으며, 취미 활동 및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가 프로그램 운영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구성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짜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강사를 초빙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빌리지에서는 입소자를 모두 한곳에 모아놓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유닛 별 운영을 함으로써 입소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식단도 어르신의 상태와 식성에 맞춰 짠다. 소위 맞춤형 식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입소해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이 같은 식단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유닛 내에서 직접 밥을 지어 제공함으로써 마치 내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입소자들과의 대화
생활채를 돌아보던 중,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어르신,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떠신지요?”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정갈해 입맛에 맞는 것은 물론 잠자리도 편해요.”
“혹시 외롭지는 않으세요?”
“솔직히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에 딸이 살고 있어 거의 매일 찾아오니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도 읽을 수 있고 신문도 읽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것 아닌가요?”
외롭거나 불편한 점이 그래도 한두 가지 있겠지 해서 여쭤봤는데 어르신은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당신 자서전에 사인까지 해서 기어코 한 권을 선물로 내어줘서 감사함을 느끼며 자리를 떴다.
다른 유닛에서는 아내와 함께 입소한 87세의 어르신을 만났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또 여쭤봤다. 시설은 좋은데, 입소자들끼리 소통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어르신은 입소한 지 이제 1개월밖에 안 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각 유닛 거실에 마련된 케어 스테이션에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요양보호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 한 요양보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황선복(59세)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의 방침대로 맞춤형 1대 1 케어를 목표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분들의 근무 여건은 어떠신지요?”
“업무가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근무 환경은 좋은 편이에요.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타 요양원에 비해 근무 환경이 한결 좋습니다.”
지역 주민 위한 커뮤니티센터 운영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준공 과정에서 일어난 주민들과의 마찰을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좀 더 활용도 높은 복지공간으로 쓰이길 바라는 주민들의 욕구와 충돌한 것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했고, 그 결과로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 1층에 지역 사회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를 마련했다. 넓고 채광이 좋은 커뮤니티센터는 앞으로 지역 사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임, 프로그램 활동, 강의, 행사 공간 등 다양한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옆으로는 데이케어센터가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데이케어센터는 4월 30일 개소를 한다는 소식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야간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심하고 가족을 맡길 수 있는 곳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는다. 가족이 돌볼 상황이 안 되면 결국 시설로 들어가야 한다. KB 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는 도심형 요양시설이다. 요양원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외딴곳에 위치해 있으면, 가뜩이나 가족과 떨어져야 있어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 하는 입소자들이 더 고립감이 들 수밖에 없다. 도심형 요양시설의 장점은 입소자들이 마치 마을회관으로 마실 가듯 가까운 곳에서 지낼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고, 가족들도 입소자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한걸음에 달려와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넓은 통유리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행복해하는 입소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도 요양원으로 들어갈 시기를 짐작해봤다.
시니어에게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된다. 예전엔 일상처럼 해왔던 운전이나 일, 독서, 운동 등도 어느 날부터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최근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운전 능력 자가진단으로 해결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JAF(사단법인 일본자동차연맹)에서는 노인의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맹이 개설한 ‘고령 운전자 응원 사이트(jaf-senior.jp)’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운전과 면허갱신 등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퀴즈를 통해 운전자의 시각과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맹 측은 “게임 형식으로 제작돼 즐기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고,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 유지와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사회 문제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도민의 제2인생 응원 사업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3월 27일, 6개월간의 교육이 진행된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은, 평생 현역을 위한 두 번째 경력(직업)을 원하는 희망자 중 도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총 112명의 1기 수료생은 두 곳 시설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획 실습 강좌 등 51개 수업을 수강했다. 도쿄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 중 취업을 원하는 60명의 명단인 ‘시니어 인재 목록’을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도쿄도 측은 “노인에게 취업은 단순히 수익 수단을 넘어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력 부족에 시니어의 경험과 인맥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니어 아지트 ‘탁구 카페’
최근 일본에선 지자체와 기업, NGO,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니어를 위한 아지트 ‘탁구 카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와나(桑名) 시와 기업 네슬레 재팬, 구와나 시 종합의료센터, 탁구로 건강한 일본 만드는 모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탁구 카페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 등 다양한 계층에게 운동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모임 장소도 되고, 탁구대 등의 시설을 통해 운동 기회를 제공하는 헬스 공간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필요에 따라 건강 강좌나 요리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는 고령화 현상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치매 예방이나 치매 환자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사회 곳곳에선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을 간추려봤다.
치매 환자 총기 제한 요구
총기의 나라 미국에선 지난해 적기법(Red Flag Law)이 화두가 됐다. 적기법은 총기 소유주 중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에 대해 임시 총기 소지 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법안이다. ‘위험인물’로 규정되면 갖고 있는 총기도 일시적으로 몰수당할 뿐만 아니라 금지령 해제까지 새 총기를 구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법을 시행 중인 주는 2018년 이전까지는 5개 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4개 주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는 이 법안이 치매 환자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걱정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지방정부에 경고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고령자 총기 소유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어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미국노인병학회(AG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중 27%가 하나 이상의 총기를 갖고 있고, 37%는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또한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18%가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망상이나 환각을 겪기 쉬워 우발적인 총격 사건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고 연구결과는 경고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노인의학과 캐서린 갈루치 교수는 “노인에게서 차나 총기를 뺏는 것은 정신질환 악화를 막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가족이 본인과 상의해 위임장 확보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 간병 인력 확보 위해 VR 도입
최근 미국에선 치매 환자의 증가로 인한 간호 인력 부족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병인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으로 VR(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24시간 재택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캐어인디드(Care Indeed) 사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면 요양보호사인, 간병인을 위한 VR 교육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VR 시스템은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가벼운 인지능력 장애를 겪는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응대법에서부터 좌절감과 분노, 편집증, 우울증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대처법을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이 현실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회사 측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인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어, 동영상이나 문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교육법에 비해 몰입도가 높다”고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학습 정보 제공과 함께 원격 교육 등을 통해 더 많은 간병인 지원자를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땅콩과 땅콩버터가 치매 예방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땅콩연구소(The Peanut Institute)는 지난달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마인드 식이요법에 도전한다면 땅콩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마인드(Mind) 식이요법이란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대시(Dash) 식사법과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결합해 만든 방법으로, 녹색채소와 견과류, 콩류, 장과(漿果, 열매)류, 곡물, 생선, 닭고기, 올리브오일, 약간의 포도주를 주로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이 식이요법을 잘 따르기만 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고령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예방과 진행 지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과 노화(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 발표됐다.
땅콩연구소의 사마라 스털링 박사는 “마인드 식이요법에서 권하는 견과류 섭취량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통곡물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거나 간식으로 땅콩을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해외 선진국의 요양시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선진국 요양시설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를 지향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인간중심케어란,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입소자의 심리적 욕구에 대한 배려를 하고 독립성, 자율성,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식과 실천을 말한다. 인간중심케어를 기본 축으로 두고 이뤄지는 요양원의 특징은 무엇일까?
2026년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프고 불편해도 평소에 살던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다.
돌봄에 대한 불안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생활수준의 보편적 상승 추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거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더 나은 인격적 대우를 원했지만 필연적으로 삶의 질 경시와 서비스 질의 저하를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중심케어의 노인주거복지시설이 대안적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유로운 삶의 추구, 에덴 대안 모델
인간중심케어 개념이 적용된 대표적인 모델로는 ‘에덴 대안’ 모델과 ‘그린하우스’ 모델을 들 수 있다. 에덴 대안 모델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외로움, 무료함, 무기력함을 없애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간적인 주거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식물이나 동물을 자유롭게 기르고 가족과 교류를 자유롭게 하여 입소자들의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상호작용, 직원에게 케어 관련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중심케어를 강조하며 거주 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집중한다.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노인과 직원들의 관계성을 높여 상호관계 방식의 관리를 꾀하는 에덴 대안 모델은 자연스러운 개선과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에덴 대안 모델을 적용한 요양원의 경우 욕창이 57% 감소하고, 직원 결근이 48% 감소했으며 침상에만 체류하는 거주자들이 25% 정도 감소했다. 또한 행동 억제도 18% 감소했다.
보다 전문적인 관리, 그린하우스 모델
그린하우스 모델은 요양시설을 최대한 가정집처럼 조성하고 10인 이하의 노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 집과 같은 환경을 위해 병원을 상기하게 하는 간호사실, 투약 카트 등의 요소들을 최대한 지양한다. 일상생활 보조인력은 프로페셔널리즘 고취를 위해 일정한 트레이닝을 거친 ‘샤바즈’로 불리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과 업무에 대한 책임을 교육받게 된다. 그린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직원 비율, 가정과 같은 환경, 요양시설의 소규모 사이즈, 사전 직원교육 등 4가지 영역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린하우스 홈에 거주하는 입소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진료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및 직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입소자들과 직원이 소수라서 서비스가 집중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여진다.
개인과 공동의 절묘한 밸런스, 유니트 케어
일본도 1994년 고령사회에 돌입하면서 장기요양보장제도 등의 노인보건복지정책 및 서비스의 정비 하에 노인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고 특히 시설 생활자 중심의 노인장기요양보호시설 서비스 제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유니트 케어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서 인간중심케어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배려와 중시가 생활 속에서 크게 작용하고 집단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성향이 느껴진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는 유니트당 10인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1960~70년대의 소규모 케어에서 시작해 1990년대에 개실화를 거쳐 현재는 개호보험법 도입과 함께 제도화한 상태다.
유니트 케어를 기반으로 한 시설의 건축적 특성은 개인적 공간과 공공적 공간의 융합에 있다. 서비스의 특징은 식사를 원하는 시간에 하고 목욕도 일반 욕실과 특수 욕실을 구분해 사용 가능하며 배설에 대한 케어도 완전한 개별화가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또 개인 침실을 통해 케어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받기 때문에 자립성과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능하고 면회 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시설에서의 생활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보장되고 개인 침실을 본인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베넷세 스타일 케어
마치 회전 초밥 같다고나 할까. 일본의 요양시설 중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케이스도 있다. 일본의 베넷세 그룹 계열사인 베넷세 스타일 케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홈 스타일을 갖추었다. 요양원, 그룹 홈 등 원하는 거주 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7개의 시리즈 중 자신에게 알맞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적 인간중심케어 기반의 KB요양시설 모델 개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발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해외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인간중심케어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자회사로 설립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우리나라 요양산업의 발전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인간중심케어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처음엔 직원(요양보호사)들의 마음을 얻고, 그다음은 가족(보호자)의 마음을 얻고, 마지막에는 입소자(환자)의 마음까지 얻어야 인간중심케어 모델이 완성된다. 따뜻한 감성과 냉철한 판단으로 만들어나가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앞서 소개한 선진형 모델들을 기반으로 입소자 중심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KB요양시설 모델을 개발했다. 인간중심케어의 특징은 그동안 살았던 삶의 연장을 추구한다는 것과 ‘집’ 개념의 적극적인 차용이다. 그래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원은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고 언제든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아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 지역사회와 동화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요양시설이 주거시설 인근의 편의시설로 자리 잡으면 어르신들과 가족,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도심형 요양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
KB요양시설 모델은 모두의 집이 다르듯, 8개 유닛별로 각 집의 콘셉트에 차이를 두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 쓰던 가구를 들여와 내 집처럼 익숙한 환경으로 꾸밀 수도 있다. ‘시설’이라는 명칭의 낯선 느낌이 아니라 집의 연장선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또한 식사와 생활에 본인의 기호대로 폭을 넓히는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하루 일과, 기호 등을 선택하는 선택칠판, 반 뷔페식 식사, 커튼과 이불 선택 등 기존 요양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KB요양시설 모델은 3월 오픈 예정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결국 콩 심은 자리에서 콩이 난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간중심케어에 충실하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지속 가능한 시설이 될 것이다. 내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터전을 일구는 KB요양시설 모델이 명실상부 국내 요양산업의 착한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면 요양 시설을 이용하는 시대다. 고령 인구가 750만 명에 이르고 부모와 자식의 동거 비율이 줄어들어 요양 시설에 대한 의식도 개선돼 선호하는 인구가 점차 느는 추세다. 전국에 21,775개의 요양 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요양 시설이 생기기는 하지만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안전한 시설을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전국 요양 시설과 요양사의 전문성, 서비스, 평가 등급을 비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케어닥’이 지난달 말 출시됐다. 케어닥을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설치하면 전국의 모든 요양 시설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 시설 비교, 요양 시설 이용자의 관리 유의사항, 돌봄과 진료 내용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 후기나 평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시설의 등급만으로는 알 수 없던 각 요양 시설의 의료 사고 유무, 욕창 발생 증감, 환자 1인당 의사. 간호사. 병간호 인력의 수, 등급 변화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요양 시설의 36.4%가 부실 등급판정을 받았다. 구체적 부실 내용을 보면 ‘안전사고’가 38.1%, ‘보건 위생’이 36.6%, ‘노인 학대’가 19.9%를 차지해 시설을 선택할 때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입원 후에도 계속하여 관리 사항을 챙겨야 한다. 노인 요양에 관한 검증된 정보나 서비스에 대한 집적된 내용이 없어 각종 민원과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요양 시설 이용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발 품을 팔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선택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요양 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8개월 만에 연명의료를 안 하거나 중단한 환자의 수가 2만 명이 넘었다고 보건복지부가 10월 9일 밝혔다. 이 제도의 핵심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의 숫자는 8개월간 5만8845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보급과 연명의료결정법이 자리 잡은 이면에는 제도의 정확한 내용을 알리고 작성을 돕는 등록기관과 상담사들의 활약이 있다. 그중 죽음준비교육,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해서 초창기부터 활약해온 상담사 강형구(姜炯求·60) 씨를 만나봤다.
“처음엔 저도 죽음준비교육이라는 분야가 생소했죠. 하지만 국내 상황이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기울면서 수요도 늘고,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형구 씨는 20년 넘게 생명보험회사에서 교육과 영업을 담당했던 보험맨 출신.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직원과 점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다 그는 죽음준비교육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배경에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임병식 이사장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그는 “워낙 개인적으로 믿는 분이라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한다. 또 오랜 기간 보험업계에서 쌓아온 감각도 긍정적인 알람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2013년 싸나톨로지스트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협회가 배출한 첫 번째 기수다. 이후 이 분야에 관심이 생긴 강 씨는 각당복지재단의 죽음준비지도자 과정도 심화과정까지 수료했다. 2년간 죽음 준비와 관련한 교육에 매달린 셈이다.
정책 초창기 강사 12인에 선정돼
“그러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 전문강사를 모집했어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죽음 준비나 호스피스에 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뽑았던 것이죠. 총 12명을 선발했는데 다행히 합격해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죠.”
이 사업은 지금의 완화의료나 연명의료 관련 정책의 씨앗이 됐다. 선발된 강사들은 2017년까지 전국을 돌며 죽음 준비 등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전국의 노인복지관 등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했지만 상당수 교육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실무자 등을 상대로 이뤄졌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 실무자들도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았다.
“아무래도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으니까요. 특히 치매에 걸리거나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해요. 또 죽음의 순간에 느껴지는 고통에 대한 걱정도 있고요. 호흡기 문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해소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하면 안심하십니다. 죽음의 순간에는 도파민이 통증을 막아주거든요. 그 외에 죽음을 준비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알려드리면 무척 좋아하십니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계층 대상 교육
그는 3년간 40여 개 기관을 돌며 교육을 진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로 시각장애인 대상 교육을 꼽았다.
“일반적으로는 준비된 자료 화면을 통해 교육을 하는데 그분들은 볼 수가 없으니까요.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큽니다. 그래서 꼭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구술로만 설명이 가능하도록 사례를 엮은 뒤 스토리텔링을 통해 꼭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했는데, 다행히 호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게 3년간 전국을 돌고 난 강 씨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작성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류 기재와 등록 등의 과정을 돕는 역할이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86곳(지역보건의료기관 19곳, 의료기관 46곳, 비영리법인·단체 20곳, 공공기관 1곳)이다. 또 전국 238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와 지사, 출장소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강 씨가 활동 중인 곳은 비영리 사단법인인 희망도레미.
보람과 의무감이 움직이게 해
“의향서 작성이나 교육에 대한 신청이 들어오면 상담사가 2인 1조로 나가 교육을 진행하고 서류 작성을 도와줍니다. 이때 더러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상담사들이 절대 서류 작성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의향서 작성은 무조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되며, 저희는 관련 내용 안내만 할 뿐이에요. 건당 할당량이 있거나 수당을 받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안내를 하다 보면 그런 오해들을 받고, 간혹 어르신이 의향서 작성 후 자녀분들이 항의를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또 기관끼리 의사소통이 안 돼 문전박대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사들이 받는 돈이 많은 것이 아니다. 각 등록기관마다 내규를 통해 교통비를 지급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담당하는 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산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측 관계자는 “상담사의 활동비는 각 등록기관의 재량으로 정해지며, 정책적으로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강 씨가 상담사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른 상담사들과 마찬가지로 ‘봉사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있고, 본인 의사와 관련 없이 연명의료로 연장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막연히 무서워만 할 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특히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상담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한글을 읽고 쓰는 것조차 안 되시는 분들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때문에 저와 같은 상담사들의 활동이 그분들에게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간절함이 제게는 원동력이 되고요. 막연히 두려워만 하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시곤 ‘후련하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모든 분야에는 기존의 길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보통 이들을 우리는 개척자라고 부르는데 국내의 요양시설에도 이런 개척자는 존재한다. 너싱홈그린힐도 그중 하나. 국내에서 간호사가 설립한 노인의료복지시설 중 1세대다. 정책에 따라 움직여왔다기보다 제도를 이끌었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느껴질 정도. 너싱홈그린힐을 찾아 노인요양시설의 덕목은 무엇이고, 소비자들이 요양원을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소비자들에겐 너싱홈이란 단어가 생소할 수 있다. 너싱홈(nursing home)은 치매나 중풍 등의 만성질환을 앓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을 돌보는 장기요양기관 중 간호사에 의해 설립되거나 운영되는 기관을 말한다. 국내에선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에선 가정집을 개조해 ‘집에서 어른을 모시듯’ 운영되는 소규모 시설도 흔하다.
영국의 너싱홈에서 영감 얻어
너싱홈그린힐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요양원으로 건물을 둘러싼 정원이 인상적이다. 원래는 인근의 가정집을 개조한 작은 규모였지만 이곳으로 옮겨와 증축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65병상 규모가 됐다. 일하는 직원만 130여 명.
너싱홈그린힐의 조혜숙 원장은 1992년 영국 여행 중 현지의 너싱홈을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1992년 영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작고 아름다운 소도시 사이사이에 너싱홈들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생각도 못했던 시설이라 기웃거리기만 했는데, 정원에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 표정이 너무나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그 무렵 국내 요양시설은 ‘고려장’이라는 모욕까지 받고 있었으니 완전히 대비되는 광경이었죠. 간호사 입장에서 국내에도 내 부모님을 모실 만한 이런 시설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2년 말 노인의료복지시설장 자격에 대한 법률이 완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너싱홈 설립의 문호가 개방됐고, 이미 실무를 익히며 창업을 준비 중이었던 조 원장은 다음 해 너싱홈그린힐을 설립한다. 그리고 1세대로서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다른 시설과 함께 활약을 시작한다.
너싱홈그린힐이 국내 의료계에서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은 데에는 조 원장의 논문이 단초가 됐다. 2000년 창업과 함께 진학한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박사과정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노인간호요양시설의 질 관리 지표 개발’이 그것.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 시행을 준비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논문을 주목하고 평가지표 도구개발 위원으로 조 원장을 위촉했다. 조 원장이 국내 요양시설의 모델 개발 과정에서 투영한 이상향이 너싱홈그린힐이라는 결과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싱홈그린힐은 장기요양시설 평가가 시작된 이래 5회 연속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너싱홈그린힐의 특징 중 하나는 시설 곳곳에 가득한 꽃과 나무다. 정원만
7가지 종류가 있다.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 대부분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하면서 “소파나 식탁, 침대를 가능한 한 가정에서 많이 쓰는 목재 제품으로 구성하고, 화초를 많이 키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려와 애정 때문인지 이곳의 최장수 어르신은 104세이고, 18년 동안 이 시설을 떠나지 않고 지내는 있는 이도 있다.
용도에 따른 정원이 시설 곳곳에
시설의 내실이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외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들이 부모를 시설에 모셨다는 괜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 중 하나다. 물론 너싱홈그린힐의 공간 구성에는 외적인 요소만 고려된 것은 아니다. 입소자와 가족의 동선, 안전 등을 생각해 공간을 구성했다. 정원만 해도 면회를 위한 정원과 치료정원, 산책을 위한 정원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내부 시설은 이제는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유니트 케어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일정 공간 안에서 입소자의 생활이나 치료, 활동이 가능한 구조다. 정원이 65명인 너싱홈그린힐에는 다섯 곳의 거실과 식당이 침실 사이에 존재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식구들이 보통 생활하는 공간이 각자의 방보다 거실이 되는 것처럼, 일정 인원마다 거실과 식당이 마련되어 있어 침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식사도 치료 과정의 일환
대규모 프로그램실 역시 입소자의 동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학교 강당 같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이나 놀이는 인지장애 개선 효과뿐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재미까지 부여한다. 오전에 나와 오후 프로그램을 마칠 때까지 침실 밖에서 지내고, 하루 세끼를 침실 밖에서 먹는다. ‘눕혀놓는’ 열악한 시설들과는 삶의 질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너싱홈그린힐이 갖는 또 하나의 경쟁력에 대해서 직원들은 바로 자신들이라고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일했던 다른 시설에 비교하면 입소자당 근무자 수가 월등히 많아 어르신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환경이 어르신들의 다양한 요구에 모두 응대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고 결국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싱홈그린힐의 인력 구성에는 조 원장의 철학이 녹아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식사도 침상에서 하게 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침상에서 내려와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도 재활입니다. 경영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어르신들의 재활과 서비스를 위해 인력을 충분히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력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전문간호사와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들이 함께 움직인다. 요양보호사와 입소자들 사이에서 젊은 직원들도 눈에 띄는데, 바로 간호대학 실습생들. 너싱홈그린힐이 전국 주요 간호대학의 실습기관으로 지정돼 입소자들이 어떻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실습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눈으로 확인한다.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요양원에 비해 비용은 높은 편. 장기요양등급과 관계없이 부담하게 되는 자기부담비용이 4인실은 월 105만 원, 2인실은 135만 원 수준이다 .
현재 한국 농업·농촌에 대해, 이동필(李桐弼·63)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간단하게 ‘전환기’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농업 현장인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농부로 일하면서 느낀 솔직한 속내였다. 그러나 그는 전환기 속에서 맡은 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 돌아보는 ‘마음공부’ 뜨락에 씨앗을 뿌리고 일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장관을 거쳐 귀향한 후 농부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서 한국 농업과 농촌이 직면하게 된 현재와 미래의 활로에 대해 물어봤다.
경상북도 의성군은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마늘로 친숙한 도시다. 그리고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특별하게 유명해진 지역이기도 하다.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컬링 종목의 스타들이 모두 의성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의성은 컬링 종목의 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컬링의 수도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30년 뒤면 사라질 수도 있는 도시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진 의성의 대외 이미지와는 달리,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걱정이 많았다. 그는 인터뷰를 하던 중 서산대사의 시를 읊었다. ‘환향’이라는 제목의 시다.
삼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사람은 죽고 집은 부서지고
마을은 황폐화됐는데
청산은 말이 없고 봄 하늘은 지는데
어디서 두견새 우는 소리만
들리는구나
그야말로 막막하다.
“이게 내 심정이에요.”
그의 먹먹한 기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었다. 그가 장관 퇴임 후 한 명의 농부가 되어 귀향한 의성군은 2016년 ‘중앙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30년 뒤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그러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고령화, 양극화, 그리고 예전 같은 공동체가 스러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죠. 연구소나 중앙부처에 있을 때는 망원경으로 세상을 봤지만 현장에서는 현미경 보듯 보이지요.”
장관, 농부가 되다
이 전 장관은 뼛속까지 농업인이다. 그의 경력을 보면 바로 드러나는 사실이다. 농촌지도자였던 아버지를 둔 그는 영남대학교 축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와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30여 년 넘게 근무하면서 농촌의 현실과 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내놓는 일을 했으며 201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입각해 역대 최장수인 3년 6개월의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2016년 9월 5일 퇴임한 다음 날 고향으로 돌아와 2500평(8264㎡)의 땅을 관리하는 농부가 되었다.
“요즘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동물들 밥 먹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요. 온몸이 타박상과 상처투성이예요.(웃음) 며칠 전에는 경운기 사고가 나서 갈비뼈가 부러졌어요. 도처에 해야 할 일이죠. 옛날 방식으로 농사를 하면 힘만 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귀향할 때 나름 세운 ‘일이삼사 원칙’이 있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 두어 차례 텃밭을 돌보고, 삼시 세끼 어머니와 밥을 먹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말동무가 된다’는 것이었다. 3년간 보리·콩·팥·참깨·마늘·양파·옥수수 등 온갖 농사를 다 지어봤다.
그 과정에서 사모님은 반대 안 했느냐고 묻자 퇴직한 그날 밤에 어찌 내려가느냐며 딱 하루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로는 함께 고생하면서 도와주고 있다 한다.
“가끔 외롭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아내가 그걸 풀어줘요. 신세를 많이 지고 있죠.”
남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수고로움은 모두 아내 이정숙 여사가 맡아서 하고 있다. 노모를 돌보고 남편 수발하고 농사일까지 거들며 집안 곳곳을 돌보는 1인 다역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전 장관은 이런 아내를 인생 최고의 반려자라고 손꼽았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먼저 오래된 집을 손보면서 마당에 5평(16.5㎡)짜리 사랑채를 지어 사원재(思源齋)라 이름 붙였다. 농사일하며 이곳에서 책을 읽고 손님을 맞는다. 사원재라는 말은 조상과 부모, 그간 살아오며 도움을 줬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또 40년이 다 된 부친의 생가 마당 한가운데에 작은 정자를 세우고 애일당(愛日堂)이라 이름 지었다. 노모가 황반변성 때문에 눈이 불편하신데 남은 날 하루하루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새겨 넣었다. 이 또한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아니겠는지.
‘故鄕創生’에 몰두하다
하지만 눈앞의 일을 두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종일 흙에 파묻혀 있다 들어오면 너무나 피곤해 바로 쓰러져 자는 현실. 그는 자신의 현재를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농가에 비유했다.
“이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게 세상 근본 이치란 주장을 했어요. 그런 주장을 갖고 등나라를 갔죠. 그 나라 임금이 너희들의 주장은 뭐냐 물어보니 첫째는 근면 검소해야 한다, 둘째로는 왕과 왕비도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대답했어요. 왕이 그 말을 듣고는 첫 번째는 공감할 수 있는데 두 번째는 못하겠다며 거절했죠.(웃음) 이 사람들은 농업인들과 함께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 자기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어요. 당시 유가들은, 실천보다 말로 사는 사람들이니까 자신들의 주장을 다 책으로 만들었죠. 나도 이렇게 농사일만 하다가는 정작 농촌의 살길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마는 게 아닌가 걱정돼요.(웃음) 이제 좀 바꿔야겠어요.”
그렇다고 그가 다시 정치의 세계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인가 하면, 전혀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밖에 나가면 말이 많아 거의 두문불출하고 있어요. 무슨 운동을 하거나 당을 같이 해보자며 찾아오는 이도 있지만, 차나 한잔 먹고 가라며 돌려보내요. 한 눈 팔지 않고 텃밭 일구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생의 과업인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을 만드는 생각을 하기에도 바쁩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집에는 신문도 TV도 없었고 라디오 하나만 틀어놓고 있었다. 외부 활동이라면 가끔씩 강의를 나가는 정도다. 요즘 그의 주된 관심사는 ‘지방소멸과 고향창생’, ‘청년창업과 귀농귀촌’ 그리고 ‘농협의 역할’ 등이다. ‘늙고 지친 고향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화두와 관련한 고민거리인 것이다.
극장 하나 없는 곳, 젊은이들에게 와서 살라 말할 수 있나
“지역발전이라 하면 흔히 돈 버는 얘기만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너그러운 마음과 역량을 갖춘 인재양성, 그리고 생활환경 및 복지 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중요하다고 봐요. 의성만 해도 극장 하나 없어요. 그런데 말로만 여기 와서 살라고 권유할 순 없죠.”
사실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전 장관은 지역활성화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정부는 지방 분권과 지원체제 정비를 하고 지방에 도전할 기회를 준 후에 결과에 책임지도록 해야 해요. 지역의 특성과 농가를 유형별로 구분하여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거든요. 또한 조건불리지역 직불제도를 개선하여 개발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대해 지원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조속한 시행과 함께 고향기부금제를 도입할 것을 적극 주문했다.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모으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요. 당시 한중 FTA 협약 비준을 전제로 여야가 합의한 약속입니다.”
아울러 지방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민과 민간 부문의 참여를 촉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에 젊은 사람들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스마트팜이나 공동경영체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 유통, 체험관광 등과 결합한 6차산업으로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농교류를 하고 귀농·귀촌을 통해 외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책임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자기들의 문제와 가능성, 부존자원을 기초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가 유형별 육성정책 완성해야
이는 그가 장관 시절에 핵심적으로 추진한 과제 중에서 못 다 이룬 숙원과도 관계가 깊다.
“농정의 새 틀을 짜고 싶었어요. 농업·농촌을 둘러 싼 대내외 여건이 다 바뀌어버린 지금은 그 변화에 걸맞게 정책 프레임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죠. 그중 하나가 농업경영체를 등록하고 이에 기초하여 농가 유형별 육성정책을 추진하는 일이었어요.”
그는 경영주가 65세 미만이면서 소득이 연 5000만 원 이상인 농가는 규모 있는 농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저리 융자와 컨설팅, 경영안정대책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자가 없는 영세고령농가는 농업 경영에서 은퇴를 유도하여 사회안전망으로 커버하고, 나머지 중간 규모 농가는 가공, 유통, 관광 등을 결합한 6차산업화를 통해 추가적인 소득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농가를 한데 묶어놓고 획일적인 정책을 추진하니 돈은 돈대로 쓰고 손에 잡히는 효과를 못 볼 수밖에요. 이웃인 성주는 참외 하나만 갖고도 잘살아요. 참외 주산지로서 품목이 특화되어 전후방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6차산업으로 수급까지 안정되니 가능한 거죠. 이처럼 지역 및 농가 유형별 육성정책을 완성해야 했는데, 끝장을 못 보고 나온 게 아쉬워요.”
지역의 농업·농촌 관련 사업이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해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같은 문제다. 농촌 중심 활성화 사업을 보면 지역 여건이나 부존자원에 대한 고려없이 주민 의사나 참여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건물이나 지어놓고 활용을 못해 심지어 전기세도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지역이라는 공간 정책 위에 산업 정책을, 그 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이 이루어져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제각기 따로 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후관리는 안 되고 지자체는 책임 안 지려 하고…. 지역이 정책을 좀 더 주도하고 책임지도록 추진체계를 보강해야 해요.”
어쩌면 농협이 대안이 될 수도
그는 1·2·3차산업을 융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6차산업을 주창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시아 몬순기후대의 영세소농이란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여름에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논농사에 특화하다 보니 계절별 유휴인력이 발생하게 되고, 유휴노동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외소득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농업생산이란 1차산업과 가공이란 2차산업, 그리고 유통 및 관광서비스 등의 3차산업을 결합한 6차산업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수확한 팥 서 말과 양파 100kg을 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콩 750kg은 다행히 인근 농협에 판매하였으나 시중보다 낮은 가격으로 넘겼어요. 오죽하면 농민들이 농협에 바라는 소망이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달라는 것이겠어요. 농사짓는 것도 힘들지만 판매하는 것은 더 어렵습디다.”
정부는 농협 개혁을 통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아직도 체감하는 성과는 얻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업장들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농업인의 고령화로 준조합원 수가 늘어나면서 신용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농협 회원 중 농사를 짓지 않는 준조합원이 정조합원보다 30% 정도 많고, 농협 계통 매장의 농산물 책임판매율이 5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협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2014년부터 개혁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농협은 정조합원이 준조합원보다 훨씬 더 많은데도 농산물 책임판매율은 25%에 불과해 농민들로부터 돈장사만 한다고 비판받는 거예요.”
그는 오랜 연구생활과 장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감 없이 농협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시대에 있어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협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농협이 지역 단위의 6차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봐요. 경제사업의 수지개선을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향상하고 규모화, 전문화해야 합니다. 인근 지역과 품목을 생산하는 농협과의 통합 또는 사업을 연계하거나 연합사업단을 운영할 수도 있겠지요.”
어째서 농협일까? 그는 지금처럼 개별 농가가 따로따로 로컬푸드니 직거래니 하는 식으로 장사를 하면 비용절감을 고사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표준화, 규격화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개별 농가가 하기 힘든 그 작업을 농협이 해줬으면 하는 의견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농협은 농기계를 구비하고 영세농들의 영농을 대행할 수도 있습니다. 농촌지역의 교육, 의료, 복지 등 서비스 전달 체계로서 농협의 새로운 역할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것이 농협이 살길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농협이 대체 뭐하는 곳이냐는 정체성 논란이 심화될 겁니다. 농협이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도록 스스로 혁신하고 노력해야 해요.”
귀농·귀촌, 국가 정책으로 시행해야
이 전 장관은 요즘 세상이 시끄럽다는데 다 잊고 산다고 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씨 뿌리고 가꾸는 즐거움이 여간 아니라고 한다. 농업과 농촌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은 물론 은퇴 후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려는 사람들에게도 보람을 느끼는 새로운 삶이 가능함을 농촌이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지역의 균형발전은 물론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귀농·귀촌 정책은 어느 한 부처가 아니라 여러 부처가 협력해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농촌은 흡사 요양병원과 비슷해요. 우리 집 왼쪽으로 있는 집 세 채는 빈집이고, 오른쪽의 두 채는 독거노인이 살고 있어요. 소멸위험 지역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지 인구를 유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이사비 몇 푼 보태주는 게 자랑이 아니라 이주자들이 필요한 것을 도와줘야죠. 여기서 태어나 20여 년 살았고, 지금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저도 적응이 쉽지 않은데 낯설고 물선 객지로 이사와서 얼마나 답답한 게 많겠어요? 지역을 찾아 온 외지인을 축복으로 여기고 따스하게 배려하는 너그러운 이웃이 있어야 이곳에 눌러 살고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답니다.”
그는 귀농·귀촌 통계확립과 관련 정책의 정비, 농촌지역에 대해 1가구 2주택에 추가적인 감세를 포함한 제도정비등과 함께 주민들의 귀농·귀촌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청복(淸福)을 위해 노력할 때
오로지 고향의 발전과 활기찬 농촌을 위한 생각에 둘러싸인 그에게서 못다한 책임감과 꺼지지 않은 열정이 보였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없다면 그렇게 힘들게 생활할 리가 없다. 그에게 견딤의 비법을 물었더니 정약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산 정약용은 복을 열복(熱福)과 청복(淸福)으로 나눴어요. 열복은 출세해 권세를 누리는 것이고, 청복은 청빈한 삶을 통해 욕심과 번뇌를 지움으로써 얻는 복이죠. 다산은 열복보다는 청복을 얻기가 훨씬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제 인생을 돌아보면, 이미 열복은 과분하게 누린 셈이죠. 이제 마음을 내려놓고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사는 복이 남았습니다.”
청복을 누려보겠다고 다짐했다는 말에서 그가 유독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평생의 숙제, 희망찬 농업과 활기찬 농촌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도전이 있다. 도전은 사람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마음의 가치를 알게 된 그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변화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향창생은 우리들 마음의 재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살아갈 지역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염원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활력은 다시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