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등원시키는 며느리가 손녀를 유아원에 들여보내고는 종종 또래 엄마들과 근처 커피숍에서 모닝커피 타임을 가진다고 한다.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이니 할 말도 많을 것이고 정보도 나누면서 즐거운가보다.
모닝커피 타임이라 하니 예전에 필자가 활동했던 SIWA(서울국제부인회)가 생각난다. ‘시와’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 부인들의 모임인데 우리나라 부인들도 회원이 되면 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여행 클럽 등 다양한 모임이 있었는데 필자는 영어회화 클럽에 가입했었다. 홍은동의 스위스 그랜드호텔(지금의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정기적인 바자회도 열려 각 나라의 특산품을 판매하고 각국의 요리도 소개되었다. 여기서 얻은 이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필자는 바자회에 낼 상품으로 크리스마스용품과 헝겊으로 리스 장식을 만들었다. 각국의 부인들과 모여 예쁜 장식품을 만들던 시간은 참으로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또 ‘시와’에서는 ‘모닝커피 오픈 하우스’ 행사가 있었는데 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당시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오는 소식지에는 ‘모닝커피 타임’ 행사 관련 기사가 실렸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느 집에서 모닝커피 오픈 하우스가 열리니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시와’ 회원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주로 열리는 장소는 성북동이었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필자는 매번 참석했다. 당시 필자는 무척 당돌하고 얼굴도 두꺼운 용감한 여자였던 것 같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외국인 부인들뿐인데 유창한 영어 실력도 아니면서 찾아다녔으니 말이다.
소식지에 쓰여 있는 대로 구불구불한 성북동 언덕의 오픈 하우스 집을 찾아가면 골목 입구부터 화살표가 그려진 예쁜 팻말이 장소를 안내해줬고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렌트한 집이었는데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면 많은 외국 부인이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함박웃음으로 맞아줬다.
매우 어색할 것 같았지만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오히려 용감하게 인사를 건네며 어울릴 수 있었다. 거실 한쪽 테이블엔 향긋한 커피와 직접 구운 쿠키를 가지런히 담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접시에 쿠키 몇 개와 커피 한 잔을 들고 아무 데나 섞여서 이야기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역시 서양인보다는 아시아계 부인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필자보다 훨씬 나이가 어려 보이는 필리핀 아줌마 캐시는 필자를 친구라고 불러주었다. 그녀에게는 세 살짜리 예쁜 딸 ‘리아’가 있었고 한국에 온 것은 바나나 수입 일을 하는 남편의 사업 때문이라고 했다. 친정엄마는 필리핀에서 이름 좀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공지했던 시간이 되면 넓은 거실에 둥글게 모여앉아 자기소개도 하고 활동내용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자기소개 이외의 내용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필자 소개를 할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도 했지만,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몇 번의 ‘모닝커피 타임’을 가진 후 캐시와 친해져 근처에 있는 캐시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하기도 했다. 집안 분위기로 보아 필리핀 상류층인 듯했다. 캐시는 자신이 가톨릭 신자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성경 공부를 하는데 같이하자고 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캐시 집에서 대여섯 명이 모여 공부를 했다. 영어로 된 성경책을 읽고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필자는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열심히 질문도 해가며 동참했다.
그 후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캐시를 외국인 병원에 데려다주기도 했고 미사를 드리고 싶다 해서 성북동 성당에도 같이 가줬다. 또 아기 옷을 사러 유아복 전문점도 같이 다니면서 우리나라 아줌마의 친절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캐시가 필리핀으로 돌아갈 때까지 친하게 지냈으니 필자는 썩 훌륭한 민간외교를 한 셈이다.
몇 년 열심히 다니다가 그만둔 ‘시와’ 모임은 지금도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커피 한잔을 들고 젊었을 때의 잊지 못할 즐겁고 멋진 시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았다.
장마가 지나가고 더욱 더 더워진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힐 피서의 시즌이 다가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두고 갈 반려동물이 걱정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은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것은 어떨까?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멍비치’, 그리고 반려동물과 같이 가볼 만 한 여행지를 추천한다.
반려견과 시원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멍비치!
반려견과 함께하는 바다 여행과 물놀이는 반려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사실 반려견과 같이 갈 수 있는 해변이 많지 않을뿐더러 다른 이용객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런 견주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수욕장이 바로 강원도 양양 남애해변에 있는 ‘멍비치’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일반 관광객과 분리돼 있다. 해변에 반려견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도 있고, 함께 해변에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멍비치에는 100m의 길이로 안전펜스가 둘려 있고, 1m 20cm 깊이의 바다까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어 안전하다. 또한 해수욕장 입구에는 강아지 전용 놀이터와 샤워장까지 마련되어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멍비치는 한 사람이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인당 3천 원, 강아지는 kg에 따라 5천 원 이상 낸다. 맹견류(입마개를 해야 하는 종류)는 입장이 불가하고 반려견이 없는 일반인도 들어갈 수 없다. 깨끗한 해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아지의 배설물을 치울 수 있는 비닐봉지가 파라솔마다 준비되어있다. 배설물을 수거해 오면 간식이나 사료 같은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2번씩 모래사장 소독을 하고 매일 해양경찰 점검도 받고 있단다. 이 외에 애견 에티켓과 공지사항을 잘 참조하여 즐긴다면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시원하고 즐거운 바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78-20 광진해변
개장 기간 2017년 7월 8일 ~ 8월 20일
강원도 평창 봉평 허브나라 농원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강원도 태기산 자락에 허브나라 농원이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 허브 테마 관광농원으로 평창의 대표 명소 중 하나다.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할 수 있어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힌다. 태기산의 흥정계곡을 따라 조성된 허브나라는 1만여 평 규모의 정원으로 7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허브나라 농원의 입장료는 인당 7,000원이며, 반려견 입장료는 없다. 허브나라 농원 안에서는 반려견에게 목줄을 반드시 착용시켜 주변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 관람 시에는 반려견을 안고 입장하며 배변 봉투를 지참하여 배설물을 즉시 수거해야 한다. 대형견은 출입할 수 없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흥정리 302-7)
덕평 자연 휴게소 ‘달려라 코코’
강아지와 장거리 이동이 걱정되시거나,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원할 때 애견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를 추천한다.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장소로 애견 테마파크가 떠오르고 있다. 그 중 덕평 자연 휴게소 내에 위치한 ‘달려라 코코’는 반려견을 기르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명소 중의 명소다. 덕평 자연휴게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테마파크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운전 중 휴식의 목적이 아닌, 이곳 휴게소의 테마파크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 ‘달려라 코코’는 도심 속에서 산책할 공간이 부족한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반려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친환경 애견 놀이터 ‘달려라 코코’는 1,200평의 천연 잔디 시설로 전력 질주 코스, 물고 당기기, 터널, 망루 등과 같은 시설을 마음껏 뛰놀며 도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소형견을 위한 인조잔디 공간과 반려견카페가어 다른 애견친구를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도 있다.
이용수칙과 주의해야 할 점
친환경 애견 놀이터와 애견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은 10,000원이다. 반려견을 동반할 시 5,000원이 추가된다. 강아지가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 퇴장 시 소독용 물티슈와 세면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달려라 코코’는 예방접종이 완료된 3개월 이상의 건강한 반려견만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견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음식물 반입은 금지하며 일부 공격성이 강한 강아지나 타인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품종은 입장이 제한된다.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이로 154번길 287-76 덕평 자연휴게소 내
제주도 애견 동반 가능 관광지
요즘 반려견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많다. 국내 항공사에도 반려견이 탑승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제주도 내 애견 펜션과 애견 출입 가능 식당도 증가했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어렵지 않게 반려견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반려견이 입장 할 수 있는 제주도의 관광지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 섭지코지
드넓은 초원과 광활한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제주도의 대표 관광지다. 영화 , , 드라마 의 로케현장이기도 하다. 이 근처 성산일출봉은 반려견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섭지코지는 가능해 반려견을 동반한 관광객을 종종 볼 수 있다. 섭지코지 입장은 무료이고 이곳 역시 배변 봉투와 목줄은 필수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 제주 카멜리아힐
제주 카멜리아힐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 동백 수목원이다.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종에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꽃과 식물들로 예쁜 풍경을 이루어 계절마다 보는 즐거움이 다르다. 동백과 벚꽃, 튤립, 야생화가 계절마다 자태를 뽐내는 이곳의 여름은 동그랗고 풍성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반려견의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 청소년은 5,000원, 반려견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 한림공원
입구에서부터 야자수가 늘어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한림공원은 반나절을 할애해도 될 만큼의 큰 공원으로 9가지 테마로 즐길 수 있다. 적정한 습도가 유지되며 넓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다. 재암 민속마을에서 옛 제주의 초가집을 볼 수 있고, 사파리 조류원에서 먹이를 주는 등 체험도 가능하다.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이 공원 안에 각각 있고, 7월에서 9월은 연꽃축제 기간이다.
한림공원 역시 반려견 입장 가능한 제주도 관광지로, 성인은 11,000원이며 반려견은 따로 입장료가 없다. 또 한림공원 바로 앞으로는 에메랄드빛의 금능으뜸원해변이 있다. 한림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때에는 목줄과 배변 봉투를 반드시 지참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
반려동물과 이동 시 주의해야 할 점
과거와는 다르게 반려동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러워졌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멀리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운송수단마다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각기 다른데 어떤 규칙이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 자동차 장시간 여행시 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갖는 것이 좋다. 반려견 또한 장거리 탑승의 경우 멀미를 할 수도 있다. 여행 가기 전 동물 병원에 들려 멀미약을 미리 처방 받아 준비해놓아야 한다.
주의점 어떠한 이유라도 개를 차안에 혼자 있게 하면 안 된다. 바깥의 기후 변화를 예측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를 스트레스, 저체온증, 열사병, 혹은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 비행기 항공사마다 약관에 의해 다르나 국적기의 경우 소형 반려동물의 기내 동반 탑승을 허용한다. 전용 이동장을 사용해야 하고 기내에서는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도록 한다. 대형견의 경우 수화물 위탁을 해야 하며 소형견과 대형견 모두 kg에 따라 규정 요금을 지불한다.
⊙ 지하철 운영 약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든 지하철에서 반려동반 동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이때 전용 이동장에 넣어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반려동물의 동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 버스 장애인 보조견 및 전용 이동장으로 이동하는 반려동물은 함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송 시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
⊙ KTX 외 기차 전용 운송장 또는 가방을 이용해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게 이동한다. 광견병 예방접종 등 예방접종을 마친 애완동물의 동반 탑승을 허용한다.
반려견 여행 다녀온 뒤 케어
해수욕을 했던 여행이라면 바닷물의 소금기로 인해 피부병이 날 수도 있으니 해수욕 후에 꼼꼼히 씻겨야 한다. 뙤약볕에 오랜 시간 있었다면 미지근한 물에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씻겨주는 것이 좋다. 허브 농원 또는 수목원, 놀이터 다녀온 뒤라면 반려견의 몸에 벌레나 진드기가 붙어 있을 수도 있으니 부드럽게 빗질을 해준 뒤 목욕시킨다. 귀가 덥힌 품종의 경우 귀 쪽에도 벌레가 들어 갈 수 있으니 유심히 봐주는 것이 좋다. 여행에 신이 난 반려견의 몸에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 여행 전에 반려견의 상처 연고를 처방받아 가져가는 것도 좋다. 반려견에게도 여행이 피로 할 수도 있으니 다녀온 뒤 반려견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뒤 이상 징후가 있다면 동물 병원을 내원해야한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손관승(58) 전 iMBC 대표를 만났다. 전 MBC 베를린 특파원, 전 iMBC 대표이사,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온 그는 여러 개의 호칭을 갖고 있다. 스스로 부여한 현업(業)은 스토리 노마드, 즉 이야기 유목민이다. 강의와 강연, 기고와 저술을 하는 삶이다. 전반전은 수치와 가치를 추구한 2치의 삶이었다면 후반전은 브런치, 맘대로 시간을 쓰고 배울 수 있는 사치,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한발 먼저 호흡해야 하는 눈치, 3치의 삶이란다. 그의 3치의 삶에 1치를 덧붙이고 싶다. 재치! 고전의 인용과 고급 유머의 재치를 적재적소 활용하는 활용하는 그에게선 자유인의 향취가 물씬 풍겼다.
그는 거듭되는 사진 촬영 포즈 요청에도 ‘Sure’, ‘OK’를 연발하며 경쾌하게 응했다. 또 ‘흑모백모(黑毛白毛) 가리지 않고 아쉬운 중년의 머리숱이니 정수리 부분의 사진 촬영은 피해 달라’는 유머로 분위기를 경쾌하게 띄웠다. 퇴직 후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른바 전직의 ‘잉크’가 쏙 빠진 티가 역력했다.
메고 오신 백팩의 끈이 ‘나달나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닳았습니다. 바꾸지 않고 사용하시는 사연이 있으신지요.
“독일 속담에 ‘가방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퇴직할 때 직원들이 선물해준 것입니다. ‘그간 고생했으니 새로운 설레는 이야기를 담아 가져와달라’는 당부를 담아서요.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제가 일생 뜨겁게 일하던 열정, 후배와 동료들이 준 사랑 등 과거와 미래가 함께 담긴 가보예요. 그 직원들의 바람과 기대를 생각하면 열심히 뛰게 되지요. 중요한 자리에도 가능한 한 이 가방을 메고 간답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빈티’ 가방을 ‘빈티지’ 가방으로 보면서 감동받더군요. 이 백팩과 운동화는 스토리 노마드로서의 프로 의식과 현장 의식을 잊지 않겠다, 허례허식을 버리겠다는 제 다짐이 담긴 인생 2막 필수 장비(?)입니다.”
퇴직 후 많은 사람이 조직의 후광, 즉 타이틀이 없어지는 상황에 멘붕이 되시더군요. 선생께선 어떠셨습니까.
“타이틀 앞에 전(前), ex라는 말이 붙는 것보다 비참한 것이 없습니다. 죽어라 하고 치달린 인생이 A4 용지 발령장 하나로 흔들리지요. 자기 인생을 찾으려면 명함의 타이틀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과거는 선용 하면 자산이지만, 매달려 있으면 부채입니다. ‘내가 누군데’ 하며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실패합니다. 허세를 빼야 실세가 됩니다(허허). ex를 잊어야, 인생 전반전에서 exit해야 인생 후반전 진입이 가능해집니다. 저는 예전 CEO를 할 때도 늘 엑시트 플랜이 없는 프로젝트는 결재 보류했어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직업에서 20년 이상 일했으면 나중에 어떻게 엑시트할지 상정해놓는 게 필요합니다.”
그는 “경영자는 수치(數値)가 나쁘면 수치(羞恥)를 당한다. 최고의 수치는 강판당하는 것, 그만두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경영자 시절 “매일 주가, 실적, 매출, 수익 등의 수치와 싸워야 했다”며 “나쁜 수치는 강판을 시키지만, 좋은 수치가 자리를 보호해주지는 않는 게 현실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그늘조차 위트를 담아 말하는 모습이 스토리 노마드다웠다.
조직에 있으면서 출구 전략을 미리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뭘 원하는지, 잘하는지 자신과 진정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세월과 나이가 저절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퇴직을 속절없이 당하느냐, 의지를 갖고 맞이하느냐는 차이가 큽니다. 코앞의 일이 급하다고 미루다 보면 늦습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왔어도 자신과의 대화를 갖지 못한 사람은 퇴직 때 자괴감과 혼란을 느끼기 쉽습니다.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기만 하다가 낭떠러지에서 갑자기 멈추면 더 위험하고 부상도 크게 당하지 않습니까. 준비 없이 갑자기 조직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상황이 그와 같습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책 없는 ‘퇴직’과 대책을 생각해둔 퇴직은 많이 다릅니다.”
그는 “지금의 50플러스 세대는 물심양면에서 퇴직 이후가 가장 준비되지 않은, 낀 세대”라며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대충 해도 잘살았어 하며 퇴직 이후를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선생께선 2013년 퇴직 후 괴테의 궤적을 따라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셨지요.
“과거에는 일에 미쳤지만, 이젠 한량이 되어 내가 미칠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심리스(seamless), 말 그대로 30년을 재봉틀 박음질하듯 쉼 없이 달려온 직장생활에 완전 지쳤다고나 할까요. 번아웃(burn out)된 내 인생에 갭 이어(gap year), 안식년을 줘야겠다는 절박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혹자는 ‘먹고살 만한 게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어요. 대학 다니는 애들도 둘이나 있고요. 독일 여행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느라 새 자리와 기회, 제안 등을 놓쳤지요. 하지만 리스크 없는 투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내일, 내일’ 하며 미루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다 보면 ‘매일 책임질 일’은 계속 이어지고 평생 헤어나오질 못해요. 여행을 하며 내가 원하는 것이 자유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요.”
그의 여행 궤적은 이라는 책으로 나왔고, 마법처럼 제2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퇴직 후 일반적 설계는 크게 버킷리스트의 로망형, 생활형 구직으로 크게 나뉘는데요. 각각의 유형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인지요.
“첫째도 둘째도 자기탐색입니다. 버킷리스트를 남, 책, 영화에서 나온 대로 따라 하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맞춤 프로그램을 세워야 합니다. 속절없이 시간보내기를 하면 후회합니다. 계획을 세웠으면 도전해야 합니다. 못할 이유를 찾으면 백 가지도 더 나오게 마련입니다. 또 조급한 구직 역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더 갈증이 나는 이치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오랫동안 일할 커리어 로드맵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프리랜서로 2막을 시작하신 지 이제 3년 차에 접어드셨지요. 전반전과 후반전의 룰은 무엇이 다릅니까.
“인생 전반전은 남이 정해진 룰을 익히는 타율의 적응학습이라면, 후반전은 자기주도 학습이에요. 전반전이 패키지여행이라면 후반전은 자유여행이에요. 당연히 전술과 전략이 달라야 해요. 남이 보기 좋은 옷이 아니라 내게 어울리는 옷, 내게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요. 남의 답안지 훔쳐보면서 인생을 허비할 시간이 이젠 없어요. 또 주인공에서 벗어나 조연, 심지어는 카메오 역할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다스리면 됩니다. 그러다 가끔 주인공 역할 맡게 되면 또 감사한 것이고요.”
인생 전반전은 앞서가기 위해 최고에 역점을 뒀더라도, 2막은 최적을 택해, 오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빛 좋은 개살구’보다 ‘뚝배기보다 장맛’의 내용, 즉 자기 적합성 여부를 따져야 멀리, 오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말하며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꼰대와 어른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꼰대는 과거에 갇혀 있고, 어른은 미래를 향해 있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꼰대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며 장광설만 늘어놓고 실천은 따르지 않습니다. 반면에 어른은 매일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영광, 기억에 머물러 있으면 ‘옛날 타령’만 하게 됩니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을 해야 하는데 꼰대일수록 doing을 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입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배우려는 것, 그것이 조직 밖 세상에서 살아남는 비결이자 어른으로 존경받는 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직(職)과 업(業)은 어떻게 구분이 되나요.
“직(職)은 조직에 있어야만 유지되는 직책, 직장이지요. 업은 남이 뺏을 수 없는 본인의 경쟁력, 경륜입니다. 퇴직 후의 대책 하면 흔히 경제적인 것과 이직을 위한 타이틀 등 유형자산만 생각합니다. 저는 업, 경험과 지혜의 노하우 등 무형자산을 준비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도 종잣돈이 필요하듯, 인생 2막에 키워나갈 수 있는 종자 경험이 업입니다. 전문성, 네트워크, 경험 등의 총합인 내 일[業]이 없으면 내일(來日)은 없습니다.”
그는 “직은 동료들에 비해 뒤처졌지만 업의 힘을 베를린 특파원 시절에 길렀다”며 “혼자 지낸 고독력이 그 비결”이라고 털어놓았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 혼자 하는 여행. 웅덩이가 있어야 물이 고이는 것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이겨내야 창조적인 것들이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파워 스토리텔링을 강조하시는데요. 선생처럼 베를린 특파원, CEO, 교수 등 화려한 경력과 해외탐방의 이색 경험이 없는 분들도 가능합니까.
“내 이야기야말로 삶의 무궁무진한 무형자산이에요. 각각 자기의 파워스토리는 다 갖게 마련이지요. 스토리텔링이란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극복 스토리예요. 백퍼센트 성공담과 실패담은 재미와 의미가 없어요. 시련과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느냐 그것을 담아내는 반전에서 스토리의 파워가 나옵니다. 나를 스토리텔링할 줄 아는 게 경쟁력 있는 셀링포인트예요. 덕장, 지장보다 앞서는 게 운장이라고 하는데요. 그보다 상수가 담장(談將), 즉 스토리장이라고 농담하곤 합니다.”
그의 인생 2막을 열어준 비밀의 열쇠는 현직 시절 틈틈이 적어놓은 수첩이다. 이순신에게 남아 있던 ‘12척의 배’처럼 12권의 수첩이 그를 소생시켰다. 책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인생 2막의 시침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한다. 심지어는 영감을 얻은 식당의 영수증까지 노트에 꼼꼼히 붙여놓는다. 그것이 이야기의 보물창고가 된다.
이른바 ‘손빠’를 가지실 만큼 강연 및 저술로 프리랜서계에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자신의 저서 에서 “100세 시대에 코끼리에 붙어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1인 기업가’처럼 강인한 벼룩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라”고 말한 바 있지요. 프리랜서가 명심해야 할 생존법은 무엇입니까.
“자유직업, 프리랜서의 다리는 조직인의 다리와 달라야 합니다. 뭍사람의 다리와 뱃사람의 다리가 다른 것처럼요. 뭍사람은 배를 타면 작은 파도의 출렁거림에도 일을 못합니다. 반면 뱃사람은 균형감각을 잡아 폭풍우 속에서도 일을 하지요. 프리랜서는 뱃사람처럼 심리적으로 굳건한 다리를 가져야 합니다. 고체가 돼선 안 되고 액체가 돼 늘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하고요.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프리랜서력(力)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상대를 설레게 할 정도의 섹시한 제안 능력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기 위해 생자료를 가공자료로 바꿔 기획안을 만들고, 제안하고, 그러다 역제안을 만들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전직을 내세워 고위관계자와 직통하려 드는 것. 필패하게 돼 있다는 조언이다. 둘째는 상시 준비력이다. 언제 어떤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알파에 베타까지 덧붙여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준비력이다. 평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쉬는 날에도 일해야 하는 상시 근무체제와 같은 의미다. 셋째는 탄력 회복성이다. 숱하게 거절당하거나 좌절당할 일이 있어도 자존심 상해하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회복하고 돌아봐 스스로를 성장시킬 계기로 삼는 능력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묻죠. 손 선생에게 현재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마음 설레는 일을 갖는 것입니다. 쓰고 싶은 글거리가 줄줄이 머릿속을 채우고 맴돌 때의 희열, 그것 이상의 행복과 성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인터뷰 후 연거푸 제안서 미팅이 있다며 낡은 백팩, 아니 이야기 보따리를 메고 서둘러 일어섰다. 파란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현종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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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이태문 일본 통신원 gounsege@gmail.com
정년퇴직 이후의 삶,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며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의욕과 체력이 따라주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의 씨’를 뿌려두는 게 중요하다.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젊었을 때 했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꽤 된다.
그러나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걸 방해하는 건 의욕도 체력도 아니고 ‘오래 계속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이자 타이밍’이니 남은 삶에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재미’와 ‘보람’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의 ‘애호가’일 것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취미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계속할 수 있는 취미로 주식, 등산, 워킹, 낚시, 독서, 자수, 골프, 볼링, 시쓰기, 체스, 데생, 원예, 역사, 장기, 분재, 서예, 유화, 과자만들기, 수묵화, 시계수집, 게이트볼, 꽃꽂이 등을 꼽는다. 크게 몸을 움직이는 취미, 머리를 쓰는 취미, 손동작이 필요한 취미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러한 취미는 운동 부족을 해소해주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넓혀주고 쓸쓸한 노후의 고독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60대 남녀의 인기 취미 순위
350개 이상의 취미를 소개하는 일본의 ‘취미찾기닷컴’이 조사한 인기 순위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60대 남성은 혼자 하는 여행, 사이클링, 오토바이, 재택근무, 사진, 전자공작(PIC), 절과 신사 순례, 주식, 워킹 순으로 조사됐다. 60대 여성의 경우는 혼자 하는 여행, 재택근무, 온천 순례, 절과 신사 순례, 워킹, 자수, 양궁, 등산, 심리학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참고로 50대 남성의 취미로 사격, 50대 여성의 취미로 소설쓰기, 기타, 퍼즐 맞추기 등이 눈에 띄었다.
내 꿈을 찾아라~ 인생은 60부터
일본의 주쿄(中京) TV는 매주 일요일 아침 5시 45분부터 을 방송하고 있다. ‘아라칸’은 Around Kanreki의 줄임말로 칸레키는 우리말로 환갑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환갑 전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꿈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힌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 방송에서 소개된 이색 취미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2015년 12월 6일 방송에서는 빙상 위의 컬링(curling)이 아닌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관에서 즐길 수 있는 ‘커롤링(curolling)’이 소개됐다. 20여 년 전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래 경기 인구 40만 명을 자랑하는 인기 스포츠로 체력보다는 두뇌게임이라는 점에서 ‘마루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2016년 1월 10일에는 미술 취미로 ‘어탁(魚拓)’이 소개됐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어탁’은 기존의 수묵(水墨) 중심이 아니라 색채와 구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꼭 물고기가 아니어도 되며 모든 사물의 본을 떠서 작품으로 만드는 ‘탁화(拓畵)’라는 장르가 새롭게 소개됐다.
그다음 주인 1월 17일에는 카우보이 복장으로 차려입고 컨트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컨트리 댄스가, 3월 13일에는 1960~1970년대에 붐이 일어나 일렉트릭 기타에 빠졌던 세대들이 밴드를 결성해 제2의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이, 4월 17일에는 실제 동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리얼 양털 퀼트 아트가, 8월 7일에는 다양한 무늬가 특징인 넥타이를 재활용해 가방과 인형 등을 만드는 리폼이 소개됐다. 이 밖에 9월 4일에는 경이로운 종이접기의 세계, 9월 11일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방불케 하는 미니어처의 세계, 10월 9일에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만드는 ‘키리에(切り絵)’, 10월 23일에는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철도 모형 등이 소개됐다. 2017년에 들어와서는 우쿨렐레와 돌하우스(미니어처 장난감 집), 천사의 소리 핸드벨 음악, 볼펜 그림의 세계 등이 전파를 탔다.
이색(異色) 취미보다는 다양한 취미
인구가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취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던 취미들은 최근 덕후(마니아, 광)들이 등장하며 주류와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만큼 취미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역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개척하는 자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에게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과 뇌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주산, 바둑, 장기, 손글씨, 그림, 색칠하기, 민요, 노래방, 꽃꽂이 등을 권한다. 간단한 요리를 만들게 하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도 좋다.
몸 푸는 기분으로 이런 취미는 어떨까?
사단법인 일본 화살불기 레크레이션협회는 폐활량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화살불기를 권한다. 실제로 전국의 화살불기 교실에는 60~70대 회원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자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은 모으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집한 물건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취미활동을 확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도자기 수집을 하는 사람이 도예 교실을 다니며 직접 만들어보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떨까? 또 인물과 동물, 자연 풍경 등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은 독거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자신의 취미와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기부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좀 더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다. 먼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취미를 선택해보자.
슬슬 발동을 걸어보자
지난 2014년 5월에 구성된 댄스 그룹 ‘TGK48’은 일본 기후 현 다지미 시의 고령자들이 만든 그룹이다. 그룹명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다지미, 겐키(건강), 고레샤(고령자)’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고’를 기치로 내걸고 2016년 8월 60대 42명, 70대 21명, 80대 1명 등 총 64명(남성은 5명)으로 구성된 ‘TGK48’은 힙합도 소화하는 본격 댄스 그룹으로 공공시설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가량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춤을 잘 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크고 작은 행사와 스포츠 대회에 출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강사 레슨비 등 연간 100만엔가량의 운영비는 다지미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고령자의 의료비와 개호비 등의 삭감과 관련해 길게 내다본 다지미 시의 획기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2016년 3월 16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TGK48’ 멤버 35명의 체력을 측정한 결과 전 항목에 걸쳐 동세대의 일반인들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깜빡이는 빛을 보고 도약하는 데 걸리는 ‘전신 반응속도’는 무려 0.3초대로 2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5초간 빠르게 스텝을 밟는 ‘서서 스텝핑’의 평균 횟수도 60대 멤버가 40.1회, 70대 멤버가 37.7회를 기록해 젊은이 못지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의 체력을 측정한 기후대학교 교육학부의 가스가 히카루 교수는 “힙합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는 춤으로 신경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갓진 시골이다. 도시의 소음과 야단법석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산골이다. 눈이 내리면 고스란히 쌓여 눈부신 설경이 펼쳐진다. 솔바람이 술렁이며 지나거나 밤하늘에 별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외엔 마냥 적막강산이다. 이 참신하고도 쓸쓸한 시골마을에 서점이 있다. 도시에서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서점을 후미진 산골에 차리다니…. 의외성으로 보자면 이색이며, 관습의 틀을 깬 파격으로 보자면 다분히 진보적이다. 순항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변이렷다.
서점 이름은 ‘숲속 작은 도서관’. 쥔장은 6년여 전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 괴산군 칠성면 산골로 귀촌한 김병록(53)씨 내외다. 페터 한트케의 소설 제목에 이런 게 있다. . 사실 머리 굴려 논리를 따져 진로와 셈평을 도모하는 게 한결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김병록씨는 세세한 논리로 인생을 측량하지 않았다. 논리 대신 충동을 앞세웠다. 서울에서의 어느 날, 김씨의 내부에서 어떤 간절한 음향이 번져 나왔다. 아아, 나 시골에서 살고 싶어! 그게 귀촌의 단초였다. 그는 내면의 소리에 후다닥 부응했다. 얘기를 들어볼까.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내려가서 살고 싶었어요. 깊은 오지로 갈까, 교외의 전원마을로 갈까,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역시나 중요한 건 호구지책이었어요. 제아무리 산 좋고 물 좋은 시골로 이주한다 해도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지속가능한 게 무엇일까, 가족을 무엇으로 먹여 살릴까, 그런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들었으나 이미 귀촌 욕구는 팽배해 있었죠. 내가 기왕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로 뭘 좀 해봐야지, 하는 막연한 구상이 있었으나 또렷한 답은 나오질 않았어요. 일단 일을 저지르자, 시골에 눌러앉아 살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하는 작심으로 귀촌을 결행했던 겁니다.”
머리를 싸맨 숙고나 장고 대신 가차 없는 결단으로 귀촌을 서둘렀던 셈이다. 신속하게 정처를 물색해 장만했고, 다니던 회사를 미련 없이 그만뒀으며, 마침내 이삿짐을 싸 시골로 내려왔다. 이른바 친환경마을을 표방하는 집단촌의 집 하나를 분양받아 이주했는데, 미처 건축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내외는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그 안에서 한동안 살림을 살았더란다.
옹색한 컨테이너 생활은 필시 뒤숭숭했을 게다. 그러나 산골 자연의 풍광이 수려하고 다채로워 견디기에 따분할 게 없었다. 자연만 한 섬려한 벗이 다시 있던가. 소리 없이 다가와 불안한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산천의 모성이란 인류가 두고두고 예찬한 조물주의 선물이지 않던가. 하지만 느긋한 유유자적은 뒀다가 나중에 해야 했으니 우선은 생계를 모색하는 게 화급했던 거다. 김병록씨는 책을 재료로 밥을 벌 궁리를 본격적으로 하고 나섰다. 김씨 부부는 원래 책과 인연이 많았다. 경기도 일산에 살 때 사립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서울 마포에서 아내 백창화(52)씨가 공공 도서관 네 곳을 오픈하기도 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옳다구나, 책방을 차리자! 부부는 찰떡처럼 의기투합했다. 라는 책을 보고 필이 꽂혀 유럽 몇몇 나라의 시골 서점을 답사하기도 했다.
2년 만에 단단히 다진 기반
“저희가 답사한 유럽의 시골들도 우리나라처럼 이농현상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곳들이었어요. 그럼에도 책방이 활성화돼 있더라고요. 그게 굉장한 설렘을 줬어요. 다녀와서는 부부 공저로 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후 북 스테이, 즉 책과 함께하는 민박을 운영하는 것으로 일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그게 3년 전의 일이고, 2년 전부터는 민박과 책 판매를 겸한 책방으로 전환했습니다.”
“매우 독특한 발상이에요. 전에 도서관을 운영했던 경험이 가장 믿을 만한 밑천이었겠죠?”
“물론입니다. 부부가 공히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셈이죠. 저희의 책 공간은 도서관과 책방, 민박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경제를 해결하고 문화적 의미도 부여할 수 있는 방책을 찾아냈다고 자부합니다.”
“산골에서 책방을 만난다는 일, 마치 폭염에 소낙비를 만난 것처럼 신선해요. 문제는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 그 점일 텐데, 이 산골까지 책을 사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은걸요.”
“순풍에 돛을 달고 내달리는 중입니다. 요즘은 너무 많은 방문자들이 들이닥쳐 고심할 정도예요. 처음엔 최소 5년은 지나야 기반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2년 안짝에 자리가 잡혔어요.”
“저런! 비결이 뭐죠?”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덕분입니다. 게다가 저희 부부 공저로 2015년에 낸 가 꽤 많이 팔려나가면서 바람직한 홍보 효과를 거두었어요. 한 가지 부연한다면, 우리 책방에 오신 분들은 반드시 책 한 권은 사가야 한다는 수칙을 마련했는데, 그 역시 성과를 거두게 했죠.”
“무조건 책을 사야 한다? 그토록 도도한 비즈니스가 탈 없이 먹혀든 거예요?”
“아시다시피 오프라인 서점들은 대체로 고전합니다. 책이 안 팔려요. 왜지? 왜 안 팔리지? 제가 고민과 분석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 책을 사고 싶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관건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저희는 많은 책 관련 정보와 프로그램을 운용하거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북 콘서트를 열거나, 도서관처럼 종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러자 자신감이 붙었어요. 식당에 일단 들어가면 누구나 음식을 시켜먹어야 하듯이, 서점 역시 그런 식의 관습을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와 같은 신념으로, 서점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욕을 좀 먹더라도 무조건 책을 구입하도록 했죠.”
김씨 내외는 머리를 주로 쓰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남달리 기발하고도 날렵한 두뇌의 소유자들로 보인다. 김씨는 미디어 분야를 전공했다. 아내는 국문과에서 배운 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 바 있다.
실내의 표정이 책이 있는 카페풍이라면, 마당은 명랑만화 속에 나올 법한 놀이터 분위기다. 어린 자녀들을 대동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구색이다. 김씨 부부는 비지땀을 비처럼 쏟으며 집 안팎의 목조 구조물들을 손수 만들었다. 손에 손을 잡고 등장하는 가족들에게, 연인들에게, 부부들에게, ‘숲속 작은 도서관’은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며, 추억을 새기도록 하며, 책이라는 골치 아픈 물건이 삼겹살보다도 향기로운 풍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실감을 하도록 이바지한다. 게다가 산골 특유의 정적과 나무숲과 온기에 찬 에테르는 또 얼마나 값진 보너스인가. 너희는 해변에서 회를 먹으며 놀았니? 우린 숲속 책방에서 우아한 한나절을 노닐었다! 아마도 방문자 중엔 그리 토설하는 이가 드물지 않을 게다. 진심으로 구하면 적중하게 마련이다. 줏대에 찬 정신이 깃들면 장사도 문화에 도달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이미 행운
김병록씨의 책방은 기세 돋운 활보로 늠름하다. 따라서 의식주에 궁할 게 없다. 시련과 고생을 피하기 어려운 게 귀촌이라지만, 그는 끄떡없다. 애초에 선망했던 시골살이의 낙을 짬짬이 누리는 일도 흐뭇하다. 자연의 조화와 경이를 일깨워주는 산골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평온하게 건사하는 일은 도시에선 얻을 수 없는 진품.
“제가 귀촌을 통해 비로소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칠흑 같은 밤의 적막 덕분에 잠다운 잠을 자게 된 것 같아요. 머리를 쓰는 대신 몸을 쓰는 일이 얼마나 좋은가를 깨닫기도 했어요. 예컨대 목공일을 원 없이 해봤는데요, 심신이 맑게 깨어나더라고요. 나무와 화초를 심어 정원을 가꾸는 일, 텃밭을 일구는 일도 참 좋았어요. 건방진 얘기이지만, 이제는 자연의 순환이랄까, 낳고 자라고 커서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죽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고 말이죠.”
“선생의 책방은 산골 책방으로 기반을 다진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제가 시골에 내려온 뒤 남들에게서 들은 가장 흔한 질문이 ‘그 외진 산골에서 뭘 먹고 사느냐, 생활이 되느냐?’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의문들은 제게 기우에 불과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데요, 막상 하고 싶은 일을 했으나 돈과 연결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할지라도 무방하다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행운이지 않겠어요?”
산골에서 자신의 일을 찾은 사람의 자부심이 오롯하다. 진부하거나 쓸쓸할 수 있는 삶에 일로써 빛을 끌어들인 사람 고유의 자족감이 완연하다. 산골 책방이 건재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는, 세상을 건너는 옹골찬 비결 한 자락을 들여다본 듯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귀로의 산경(山景)이 환하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 , 등의 저서가 있다.
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퇴임 후 예순두 살의 나이로 이스탄불과 중국의 시안(西安)을 잇는 1만2000km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 “침대에서 죽느니 길에서 죽는 게 낫다”고 말한 그는 은퇴 이후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여행을 통해 꼼꼼히 기록했다. ‘나이 듦’은 생각하기에 따라 젊음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을 수 있다. 속도를 늦춰 살고 여유 있게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이미 쓴 노트의 페이지는 되돌릴 수 없다. 아직 남아 있는 빈 여백에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쓰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하자.
이 글은 필자의 현장 경험을 가감 없이 반영한 ‘생생 정보’다.
여행지 선택, 어떻게 해야 하나?
전 세계의 유명인들이 망명국으로 선택한 곳은 유럽이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그들이 유럽을 정착지로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럽은 소도시별로 다양한 매력이 있다. 유럽 여행 좀 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여행지를 나라가 아닌 도시로 구분 짓는다. 다양한 ‘인문’을 접할 수 있는 것 이 유럽 여행의 큰 매력이다. 또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라서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느 계절이 여행하기 좋을까?
여행 갈 때는 좋은 계절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봄이 가장 좋다. 여름이나 가을도 무난하다. 유럽의 여름은 지중해성 기후라 한국보다 훨씬 뜨겁지만 대신 습도가 낮다. 더우면 바닷가 근처에서 머물며 해수욕을 즐기면 된다. 가을 단풍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으며, 겨울에는 설경을 감상할 목적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북유럽 쪽의 겨울은 낮이 아주 짧다. 오후 3시쯤 해가 지기 때문에 관광할 시간이 너무 짧다. 겨울 여행은 긴긴 밤 속에서 보내는 날이 많을 수도 있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굳이 타지에서 돈 써가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비자 등 각 나라별로 주의해야 할 사항
유럽의 많은 나라가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을 맺었다. 솅겐조약은 180일 이내에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는 규정이다. 그래서 솅겐국 내에서 총 체류가 90일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한 달 체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참고로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총 28개국에서 영국이 탈퇴(2016년)하면서 27개국이 되었다. 알기 쉽게 권역별로 정리하면, 서유럽권(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동유럽권(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폴란드, 헝가리), 북유럽권(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이다.
숙소 구하기와 추천 사이트 소개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박이다.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밥을 해먹을 수 있는 독채를 빌려 쓰는 게 좋다. 외국에는 캠핑시설이 엄청 잘되어 있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여행할 경우 캠핑장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외국의 시니어들은 값싼 호스텔을 많이 애용한다. 단, 호스텔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휴식을 취하기 힘들다. 숙박기간은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일단 며칠 동안 지내보고 더 연장할 것인지는 그때 정해도 늦지 않다. 사람 마음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또 한 가지, 숙소를 서로 바꿔서 지내는 방법도 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하다. 이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경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추천할 수 있는 대표적 해외숙박사이트
에어비앤비www.airbnb.co.kr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kr
익스피디아www.expedia.co.kr
부킹닷컴www.booking.com
여행 경비 줄이는 방법
우리나라 환율을 기준해서 환율이 낮은 나라를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동유럽이나 발트 3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피서철의 유명 관광지를 피하는 것도 경비를 아끼는 방법이다. 환율이 낮은 나라라도 피서철에는 여행객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행태가 일상화되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선진국도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와 현금,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여행 중에 쓸 카드는 미리 만들어가는 게 좋다. 분실이 염려되겠지만 해외 현지인들이 한국에서 만든 카드를 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비상시에 쓸 현금은 옷 속이나 자신만 아는 비밀스러운 곳에 넣어둔다.
여행 가방은 최대한 간편하게 싸라
여행은 가볍게 해야 한다. 휴식을 하러 떠난 여행지에서 많이 가져간 짐 때문에 이런저런 부담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럽의 골목들은 한국과 달리 엄청나게 울퉁불퉁하다. 옛것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기에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부족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입하면 된다. 실제로 의류 등은 한국보다 훨씬 싸다.
최악의 영어 실력, 여행지에서 괜찮을까?
각 나라별 언어를 익힐 시간은 없다. 영어만 할 줄 알면 어디선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최악이라면 짧고 간단하게 말하면 된다. 어린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쉽게 언어를 구사하면 상대가 충분히 알아듣는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현지인들도 영어 실력은 나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 영어를 못한다고 절대 고민하지 말라. 무엇보다 전 세계 공용어인 ‘제스처’가 있으니 여행에 있어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해본 적 없는 배낭여행, 어떻게 하나?
모든 일이 숙달되기까지는 누구나 초보 시절을 겪어야 한다. 처음부터 베테랑은 없다. 패키지여행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배낭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생하고 돈 많이 쓰는 여행을 왜 하는지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배낭여행의 매력을 백번 설명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지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방법이 있다. 패키지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바꾸면 된다. 패키지여행을 가서 가이드 안내대로 따라다니지 않고 일행들에서 빠져나와 자유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패키지여행 반 자유여행 반으로 구성된 이색적인 여행 프로그램들이 많다. 패키지여행이 온전한 배낭여행보다는 안전성을 보장해주니, 그렇게 몇 번 실행해보라. 어느새 배낭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여행자 보험, 반드시 들어야 하나?
여행자 보험은 3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지역 경찰서에 가서 확인서를 받아오면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험을 청구하면 의외로 황당할 때가 많다. 잃어버린 물건 가격에 상관없이 소정의 액수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건 변상은 기대 이상으로 박하지만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낫다. 또 현지에서 몸이 아플 경우 병원에 가는 데 도움을 준다.
강도를 만났을 때 대처법
여행지에서는 가끔 ‘강도’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치안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강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지의 도둑들은 혼자 행동하지 않고 대부분 두세 명이 함께 움직인다. 이들은 처음에는 ‘여행자’인 척하고 따라 붙는다. 그러고는 경찰이라고 하면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재빨리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제복을 입었는지 확인부터 하라. 말대꾸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그들의 허점을 먼저 공략하면 된다. “제복을 입지 않았군요?”라고 말하거나 ‘경찰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그들은 도망가기 바쁘다. 동양인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푼돈’을 뜯으려는 자들이지 사람까지 해치려는 생각은 안 한다.
예방접종주사, 꼭 맞고 가야 하나?
예방접종을 하고 가면 훨씬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방주사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특별히 ‘위험지역’이라는 보도가 없는 나라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지역을 자주 이동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아플 때 도움 받는 법
현지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 젊은 약사가 있는 곳을 선택하라. 나이든 약사는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해서 설명이 어렵다. 현지에서 병원에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픈 곳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치료를 안 해주는 병원도 있다. 이럴 때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도움을 받아라.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으로 찾으면 가능하다.
교통수단 이용 방법
여행지에서 이동은 필수다. 인터넷으로 미리 교통 정보를 알아보고 가겠지만 이 방법보다 유용한 것은 현지에 도착해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찾는 것이다. 친절한 가이드가 있는 곳도 있고 달랑 지도 한 장만 주는 곳도 있다. 상황에 따라 가이드에게 질문을 하면 된다. 특히 어려운 지명은 발음이 어려워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으니 메모지에 써서 보여줘라. 그들은 전문가다. “싼 것을 원한다”고 말하면 2클래스를 알아서 척척 끊어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익숙해져도 직접 티켓 창구로 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라. 자동기계를 잘못 이용하면 티켓 값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다. 티켓을 발부받으면 정확한 날짜에 예약이 되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날짜가 아닌 ‘이틀 뒤’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들의 날짜 계산이 잘못될 수도 있다.
여권을 잊어버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여행 중에 여권은 생명줄과도 같다. 복사본을 준비해가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증명사진 두 장 정도는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여권을 잃어버리면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 큰 도시의 경찰서는 이런 과정이 훨씬 복잡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작은 파출소를 선택해서 신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고 후 그 나라의 수도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면 임시 여권을 만들어준다. 계획했던 여행 날짜만큼 충분히 머물 수 있다.
국세환급금(Tax Refund) 받는 요령은?
여행지에서 특산물을 살때는 ‘Tax Refund’가 표시된 현지 숍에서 사라. 물건을 구매했다고 말하면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 영수증 발급을 안 해준다. 영수증은 모아놨다가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나라 공항에서 제출하면 된다. 대부분은 자국의 영수증만 환급해준다. 다른 나라의 영수증은 ‘Tax Refund’ 바로 옆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푼돈이라도 아끼면 적지 않은 돈이 된다.
기타 주의해야 할 사항들
여행지에서는 늘 변수가 있다. 이럴 때는 벌어진 상황에 맞춰 계획을 빨리 바꿔야 한다. “끝까지 해볼 테야” 하는 고집이 더 큰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에 한국에 비상연락책을 두어 명 구해놓는다. 현지에서 일이 생기면 필자의 블로그(www.sinhwada.com)에 댓글을 남겨도 된다. 인터넷의 세상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가깝고 빠르다.
글박원식 소설가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귀촌을 하자고, 시골의 자연 속에서 노후의 안락을 삼삼하게 구가하자고, 흔히 남편 쪽에서 그런 제안을 먼저 내놓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발칙한 발상이라 규탄당하기 십상이다. 아내에 의해서 말이다. 무릇 여자란 명민하게 머리를 쓰는 버릇이 있는 종족이다. 감관이 발달한 이 고등한 생물체는 도시의 아파트라는 쾌적한 온실과 결별하고 시골이라는 야생으로 이주하는 ‘거사’에 따라붙을 온갖 불편과 고생을 미리 훤히 내다본다. 일테면, 시골엔 손쉽게 쇼핑을 즐길 마트나 백화점이 없으며, 우아한 사교를 즐길 문화공간도 열악하고, 자칫 고독을 벗 삼아야 할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그 무엇보다 풀이나 해충에게 시달릴 일이 정말이지 몸서리치게 싫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대뜸 반기를 들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귀촌을 선창한 남편은 머리칼을 득득 쥐어뜯으며 부르짖는다. “아아, 괴롭고 괴롭도다. 마누라는 어쩌면 그토록 나와 취향과 이상이 다르단 말인가? 이는 무슨 잔인한 운명의 농간이란 말이냐!” 소나기처럼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비감에 젖어 속으로 악을 쓰는 것이다. 이쯤에서 어떤 남편들은 자신의 불운을 타박하며 귀촌의 꿈을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귀촌생활에의 도도한 로망과 세찬 영감에 사로잡힌 어떤 남편들의 경우엔, 불굴의 의지를 발동해 아내를 기차게 구워삶을 정교한 방책을 새삼 모색한다. 당나귀처럼 드센 고집으로 한사코 도리질을 하는 아내를 설득할 만한, 자못 그럴싸한 유인책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충분히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청사진을 개발할 경우, 그는 비로소 성공을 거둔다.
나는 지금 경북 예천 풍양면의 시골마을에 있는, 정진성(69)씨 내외가 사는 집 거실에 앉아 있다. 정씨의 귀촌은 순탄한 과정을 밟았다. 상당수의 귀촌 부부들이 난해하고도 예리한 충돌과 협상을 거쳐 어렵사리 귀촌에 이르지만, 그는 아내의 갈채와 자비에 힘입어 쾌조의 시발을 했다는 게 아닌가.
부부가 의기투합한 귀촌
서울에서 살았던 정씨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난 어느 날 아침,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이색적인 생각이 퍼뜩 머릿속에 떠오른 걸 알아차렸다. 서울을 냅다 걷어차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초저녁별처럼 영롱하게 들솟았던 것이다. 인파와 차량이 들끓고, 소음과 미세먼지가 난무하고, 계산과 꿍꿍이가 창궐하는 대도시, 그 머리 아픈 정글을 탈출하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던 거다. 이 심상치 않은 기분은 점점 자라 확고한 신념으로 비약했다. 이후 그는 드디어 아내에게 귀촌을 제안했다. 아내 전용숙(64)씨의 반응은 뜻밖에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선선히 동의했으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정진성씨는 귀촌을 둘러싼 아내와의 논쟁이나 힘겨루기를 일거에 면제받은 셈이다. 그렇게 단숨에 의기투합해서 부부가 시골에 내려온 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 아내 전용숙씨의 얘기를 들어볼까.
“보통은 여자들이 귀촌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시골로 가자는 남편의 제안이 차라리 고마웠어요. 남편이나 저나 서울생활에 흥미를 잃어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서울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는 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게다가 제가 자연을, 그중에서도 꽃을 매우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지요. 귀촌을 하면 실컷 꽃을 가꾸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어요.”
“꽃의 그 무엇을 매우 좋아하죠?”
“음. 꽃은 그 아름다운 모습이나 향기 자체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비바람 같은 심한 고통을 겪으며 피어난다는 게 참 좋아요. 크거나 작거나, 소박하거나 화려하거나, 모든 초목마다 제 나름의 역경을 이겨내고서야 꽃을 피우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꽃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남편께서 귀촌을 발상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서울생활이 주는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렀던 것 같아요. 남편은 토목 기술자로 평생 공사 현장에서 뛰었어요. 대림산업 부장으로 재직했던 1996년엔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능한 엔지니어로 토목 현장을 누빈 사람이었죠. IMF 직후엔 심각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자부심을 갖고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엔지니어에겐 정년이 없습니다. 일흔 살이 넘어서도 직장생활이 가능하죠. 그러나 6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심신에 공히 무리가 오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비즈니스상의 술자리가 잦아 더 이상 일을 계속하다간 몸부터 무너질 거라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즈음 귀촌을 착상했는데, 다행히 남편의 고향에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로 10년째 비어 있는 집이 있어 결정과 실행이 빨랐어요. 그러고 보면 저희는 귀촌이자 귀향을 한 경우라 봐야겠죠.”
“예수조차 고향에선 배척당했다고 해요.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에게 쏠렸을 이웃들의 각별한 관심이 불편하진 않았나요?”
“텃세랄까, 그런 거 말이죠? 처음 그런 문제에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어요. 워낙 인심 좋고, 반듯한 풍속이 정착된 시골이라서 오히려 과분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매우 사교적인 성격이라 융화가 쉬었던 것 같아요. 남편은 현재 우리 마을의 노인회장이에요.”
전용숙씨 내외가 사는 집의 풍색은 소탈하다. 시부모님들이 살았던 당시의 구색을 가급적 그대로 놓아두거나 살려냈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약간의 손질과 약간의 단장을 했을 뿐이다. 인간이 마침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듯이, 집이라는 사물 역시 결국은 자연으로 귀환하는 법이니 굳이 거창한 인위를 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햇볕이 물살처럼 찰랑이며 들이쳐 화단의 풀꽃들을 어루만지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마당이 있으니 이미 만족스럽고, 대기의 입자를 흔들며 불어오는 솔바람, 강바람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유리창이 있기에 더욱 흡족하다는 게 전씨의 생각인 것 같다. 그녀가 시골살이 3년을 통해 배우거나 얻은 것 중에 최상의 것은 무욕(無慾)이 주는 마음의 평안이라지.
시골생활이 부여하는 절호의 기회들
집 뒤편으로는 제법 너른 텃밭이 딸려 있다. 12월의 텃밭은 철 지난 해변처럼 썰렁하지만 온기라 할 만한 기운이 여전히 감돈다. 서울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꽃을 키워 자연과 땅에 대한 갈증을 간신히 채웠던 전씨에게 시골 텃밭은 숫제 낙원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녀는 갖가지 작물을 심어 기른다. 풀을 뽑아내는 일이 고역스럽다기보다는 미안스러워 내심에서 우러나는 애도를 보낸다. 텃밭이니 가혹할 정도의 노동은 필요치 않다.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 아니기에 소출에 욕심을 낼 까닭도 없다. 그럼에도 비지땀을 흘려 공을 들이는 건 작물들이 갓 태어난 손주나 노랑 병아리와 다를 바 없는 애틋한 생명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텃밭 농사를 서정적으로 즐긴다. 도시의 여자들이 찜질방에서 즐기듯이, 찻집에 둘러앉아 애먼 남편들의 흉을 푸짐하게 늘어놓으며 수다를 즐기듯이, 그녀는 텃밭에서 유유하게 노닌다.
텃밭보다 더 오래, 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은 꽃밭에서 구현한다. 그녀는 해마다 30여 종의 화초를 가꾼다. 꽃철이면 울안에도 울밖에도 온통 꽃이다. 경북대 농대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꽃은 만고에 친애할 만한 동무다. 유심한 눈길로 꽃을 바라봐 꽃과 바람이, 꽃잎과 햇살이 어떻게 속삭이는지를 재빨리 간파한다. 폭풍에 찢긴 꽃대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 만개한 꽃들의 환희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마음에 기쁨을 담뿍 담는다. 그렇기에 시골의 나날은 태반이 꽃날이렷다. 이런 자각을 할 때면, 그녀는 서둘러 일찌감치 귀촌을 하지 않은 것을 살짝 아쉬워한다.
“서울에 살 때 실내원예연구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했어요. 실내조경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고요. 문화센터 원예 강좌에 강사로 나가기도 했어요. 꽃을 즐기며 다양한 경험을 했던 거예요. 원예치료사 자격증도 있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일상 안에 꽃 사랑이 들어와 있을 경우, 한결 안정되고 조화로운 생활이 가능한 것 같아요.”
“꽃을 너무 편애하는 건 아네요? 사람도 꽃 아닌가(웃음)?”
“맞아요. 사람과 꽃이 다를 게 없다는 걸 시골에 살며 더 실감해요. 일부 도시 사람들은 요즘의 시골 인심도 도시와 다를 게 없다고 보지만 그건 사실과 달라요. 적어도 우리 마을에선 그래요. 뭐든 나누고 돕는 풍속이 여전하거든요. 귀촌한 뒤 원주민들에게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있다죠? 그건 시골의 바탕에 깔린 나눔의 정서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라 봐요. 무조건 나누고 베풀어야 해요. 그런 처신이 손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결국은 이득을 얻는 현명함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시골생활이란 이웃들과 나눌 줄 아는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제가 저 자신에게 바라는 인간상은 이웃에게 쓸모가 있는 인간, 바로 그런 것이에요. 나만을 중심에 놓는 이기심에 매몰되지 않고, 남들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면, 그건 참 잘 사는 인생이지 않겠어요?”
남을 진심으로 배려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이 이미 평온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뜻할 게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망둥이는 자주 길길이 날뛰어 소란 속으로 들어간다. 이와 같은 마음의 동향을 주시해서 단속할 수 있는 기회를 시시때때로 부여받을 수 있는 게 귀촌생활이라는 게 전씨의 생각인 것 같다. 사실 시골생활을 무난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생각과 마음의 스케일을 확대해야 한다. 마을 전체를 나의 집으로, 마을 사람 전부를 내 가족으로 바라보는 광폭의 마음, 그리고 소소한 풀꽃에까지 연민을 느낄 줄 아는 감성까지 가세한다면 귀촌의 나날들은 안전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시골에 살며 저는 많은 걸 얻었어요. 서울에 살 때엔 부부간에 대화가 거의 없었지만 여기 내려온 뒤부터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렇다 해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영원한 미스터리이지만, 남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포기할 건 딱 포기해버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서울에서 지출했던 생활비의 절반쯤이면 너끈히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이점도 매력적이죠. 천성이 게으른 사람들에겐 오직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을 갖가지 노동도 운동이나 춤처럼 즐길 줄 아는 힘이 생겼고요,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어요. 남모를 애환? 숨기고 싶은 고민? 그런 게 전혀 없을 수 있겠어요? 인간이란 사실 굉장히 불안하고 모순적인 존재잖아요? 마음에 소용돌이가 칠 때면 강변을 산책해 속을 비워냅니다. 우리 마을의 멋진 강변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함께 걸어보실래요(웃음)?”
전씨 내외가 앞장서 강변으로 향한다. 첼로의 저음처럼 깊어가는 12월의 강변 오솔길. 강가에 늘어선, 잎 떨군 나무들엔 실존의 깊이가 있다. 군더더기를 다 털어버리고 본질만 남은 모습으로 비쳐서. 사람이 어떻게 저 겨울 나목의 허심(虛心)을 온전히 닮을 수 있을까마는, 가급적 비우고 또 비우라는 소식은 비처럼 쏟아진다. 전용숙씨가 누리는 소박한 시골생활의 즐거운 지향도 비우기에 있다는 것이고.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 , 등의 저서가 있다.
생각과 계획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게 여행이다. 한동안 집안에 우환이 있어 마음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아들이 국외 가족여행을 제의했다. 한 달여 전부터 아들과 며느리는 열심히 여행지를 알아보고 예약하는 등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예쁜 손녀 손자와 함께여서 더욱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었다(그러나 젊은 시절과 달리 아기들 데리고 다니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아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아들이 어렸을 땐 한 손으로 번쩍 안고 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기를 잠시 안고 있어도 힘에 부쳐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필자에겐 국내, 국외여행을 함께하는 친구 삼총사가 있다. 필자와 달리 그 친구들은 평소 일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일본 정도는 자유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항상 여행사의 패키지를 선호했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과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자유여행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가이드를 따라 하는 여행은 일단 여행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그 나라의 어디를 보아야 할지 무엇을 먹을지 등을 전혀 고민할 필요 없이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는데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여행한 나라의 볼 만한 곳과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고 새로운 지식도 얻을 수 있어 항상 즐겁고 보람이 있었다. 단점이라면 개인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과 하루 세 번 식사를 해결해주니 가보고 싶은 유명한 맛집을 따로 경험할 수 없어 아쉽다는 점이다.
자유여행은 어디라도 가고 싶은 대로 다니고 먹고 싶은 음식도 고를 수 있어 좋지만 항공권부터 숙소와 여행 장소까지 알아서 정해야 하니 번거롭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어서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이번 가족여행을 패키지로 갈 것인지 물으니까 아기들이 어려서 패키지는 무리란다. 여행지는 일본이고 여러모로 알아보니 오키나와가 비행시간도 2시간 정도로 짧고 아이들 놀기에 적합한 휴양지라 한다. 벌써 저희끼리 3박 4일의 일정도 다 짜놓아서 따르기만 하면 되니 편했다. 필자와 나이가 비슷한 시니어들도 대부분 고만한 손자 손녀가 있을 것이므로 가족여행으로 일본을 선택할 경우 필자가 경험한 것들을 알려드리면 도움이 될까 해서 이 글을 쓴다.
며느리는 다섯 살 손녀와 17개월 된 손자 때문에 무엇보다 숙소가 편해야 한다며 오키나와 중부쯤에 있는 바닷가의 멋진 호텔 몬테레이를 선택했다. 1박에 40만원이었다. 비행기는 아시아나로 어른 셋에 아기 둘 포함 100만원이었다. 그리고 공항에 내리면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여행 동안 이용하는 데 26만원, 반환하면서 기름을 가득 채워주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300km 정도를 다녔고 3만원어치 주유를 해서 반납했으니 쇼핑과 식사를 제외한 여행 기본 비용은 250만원이었다.
호텔에서 아침은 뷔페나 일본 가정식을 골라먹을 수 있어 점심과 저녁만 사먹으면 된다. 미리 검색해간 유명 음식점을 빼놓지 않고 다녀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모든 예약을 며느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참 편리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기능을 잘 아는 며느리가 대견스럽고 한편 부럽기도 했다.
일본은 모두들 알다시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필자도 한 번 운전해보고 싶었지만 국제면허가 없어 아쉬웠다. 평소 운전을 잘하는 시니어라면 국제면허를 꼭 따서 오른쪽 운전으로 차를 달려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10월의 막바지여서 한낮의 태양은 뜨거워도 아침저녁으론 좀 춥다고 느껴지는데 오키나와는 제주도보다 더 남쪽이어서 지금도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이다. 이렇게 미리 계획한 대로 즐겁고 행복한 가족여행이 시작되었다.
낮잠. 어린이집에 간 손자, 손녀만 청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낮잠 자는 시대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잠시라도 편히 쉴 곳, 잘 곳을 찾아 나서고 있는 세상.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보듬고 치유하고자 낮 시간 잠시라도 누울 자리를 찾고 또 내어주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낮잠이 관심의 중심에 있다.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수면시간은 적고 스트레스는 높고 “낮잠을 팝니다.”
‘낮잠 카페’ 혹은 ‘힐링카페’가 도시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체인점화된 업체에서부터 크고 작은 사업장까지, ‘잠’, ‘피로’, ‘힐링’이 산업의 아이콘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일. 책상에 누워 잠깐 쉬면 될 것이 사업이 됐다. 낮잠 카페 등 소위 ‘힐링 사업’이 늘어난 것은 한국인의 잠 부족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고 말한다.
2014년 OECD 18개국의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꼴찌. 1위 프랑스와 1시간 차이가 났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6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한국 노동자의 은퇴 시기는 2014년 기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다.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자 은퇴 나이가 남성 64.6세, 여성 63.2세인 것에 비해 7~8년은 더 오래 일하는 셈.
이렇게 잠 덜자고 일은 많이 하니 자연스레 낮잠, 피로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다. 이OECD 34개 회원국 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낮잠 이색 공간 ‘여의도 CGV 씨에스타’
현재는 여의도CGV에서만 운영하는데 이용객 추이를 살펴 점차 다른 지점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낮잠 장소로 이용되는 곳은 바로 프리미엄관. 대체로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까지 운영한다. 잠들기 좋은 어두운 조명에 아로마 향과 뉴에이지풍 음악을 방안 가득 채운다. 좌석마다 촛불형태의 수면등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안한 숙면을 위한 허브티에 담요 등을 놓아 정말 낮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특히 CGV 프리미엄관 중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기에 그 어떤 관보다 안락한 좌석에서 편안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왼쪽 팔걸이 안쪽의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쫙 펴지면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좌석은 좌우로 남성, 여성석, 중간 좌석은 커플석으로 배치했다. 이용자 양옆으로는 티켓을 판매하지 않아 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힐링 카페처럼 안마의자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의자에서 최대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씨에스타에는 이용객을 살피는 ‘미소지기’가 상주해 잠을 깨워주는 등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여의도 유일한 낮잠 공간을 꼭 한 번 이용해 보시길.
이용 요금 1만원(음료, 담요, 안대, 실내화 등 제공)
낮잠 카페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낮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힐링 카페 두 곳을 찾아갔다. 고른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체인형 힐링 카페인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명동점을 찾았다. 두 곳 모두 기본은 전신 마사지기를 이용한 서비스로 개인 부스와 커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덧신과 손 세정제를 제공하는 것과 서비스 후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점이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이용해야 한다.
미스터힐링 (명동 인터내셔널점)의 장점은 음료를 마시는 공간(1,2층)과 휴식 공간(지하1층)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전신 마사지기 위에서 쉬는 동안 외부 소음이 적어 쉽게 숙면할 수 있었다. 실내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로마 향과 낮은 조명, 음악, 부스마다 설치된 그림들이 휴식에 도움을 준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심신의 안정에 중점을 두어 구성한 것이 이용객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이용 요금은 30분 코스 9000원(20회/15만원)이고 50분 코스는 1만3000원(10회이용권/9만원)이다.
‘퍼스트클래스’ 는 공항을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 때문일까? 여행가방 하나쯤 들고 티켓 부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피로를 푸는 방 또한 항공기 1등석처럼 꾸며 놓아 재미를 더했다. 퍼스트클래스는 음료 카페와 마사지 부스가 같은 층에 있다. 대신 마사지를 하면서 눈 안마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조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퍼스트클래스 마사지 코스는 총 6개로 활력, 쾌적, 수면, 목과 어깨, 허리와 엉덩이, 공기 마사지로 구성돼 이 중 원하는 두 종류를 고르면 된다. 객실마다 개별 이어폰과 스마트폰이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이용 요금은 7000원에서 1만 3000원가지 다양하며 소셜커머스에서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공간 휴'
‘공간 휴’를 말하기에 앞서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서울혁신파크가 있는 곳은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자리다. 오래전부터 아름드리 벚꽃나무로 유명했던 곳.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공원 중심에 있는 미래청 건물 안에 바로 ‘공간 휴’가 있다. 창문 카페와 서고 사이, 천장 낮은 곳으로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쉬는 곳이 바로 ‘공간 휴’다. 공원에서 책도 보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좀 자고 싶으면 누구든지 누워 잘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베개와 이불도 준비돼 있다. 전기보일러가 설치돼 겨울에는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명이 있어 뒹굴면서 만화책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엄연히 잠을 자고 쉬기 위한 곳. 10분이고 1시간이고 잘 수 있다.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기에 이용료가 없는 대신 자기가 쓴 물건만 잘 정리하면 된다. 멋지고 화려한 것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쉼’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레일크루즈 해랑(이하 해랑)이 시니어 관광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처음 이런 열차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고가의 열차 여행이 가능할까 물음표를 크게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 여행을 쉽게 갈 수 없는 시니어들, 가족 단위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면서 인기 상승 기류를 탔다. 열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행 시작이 되는 크루즈 열차 해랑. 대한민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풍경과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열차 여행의 묘미를 해랑에서 느껴보자.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이은덕(코레일 홍보문화실) eunduk-2@korail.com
지난 5월 5일 오전 8시 36분, 2박 3일 코스 해랑 열차에서 만난 홍창기(洪昌基·62)씨는 이번 해랑 열차 여행이 두 번째다. 3년 전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아들이 보내줬고. 이번에는 홍창기씨 생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다 겹친 연휴라 아들, 손자, 며느리, 사돈 내외까지 9명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좀 가격이 높지 않을까 부담도 됐지만 편하게 좋은 곳을 돌아보는 맛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0분 간격으로 두 대의 해랑은 만석의 승객을 싣고 서울역을 떠났다. 열차를 타자마자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고 승객들 모두 이벤트룸에 모여 안전수칙과 여정을 책임 승무원으로부터 듣고 승무원과 승객 소개 시간을 갖는다. 임시 공휴일을 맞아 외국 대신 국내를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해랑을 선택한 이들, 몸이 불편한 시니어, 기념일을 맞이한 가족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승객 대다수가 삼대가 같이 하는 가족 단위였다.
일주일에 두 번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해랑은 8량으로 된 두 대의 열차가 운영된다.
화요일에 출발하는 2박 3일 전국일주 코스가 시니어들에게 인기 있다.
토요일 출발하는 1박 2일 코스는 동부권, 서부권 코스가 격주로 운행되고 있다.
물론 관광지에 내려 지역의 먹거리, 관광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큰 부분이다. 그러나 해랑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이벤트와 열차에서 숙박을 한다는 이색적인 상황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비싸다는 편견에 부딪힌 당신에게
딱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재밌다, 당장 이용해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멈칫하는 부분이 가격이다.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에 부딪히게 된다.
우선 해랑 열차는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의 해랑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할 수 있다.
http://www.railcruise.co.kr/
자세한 사항은 1544-7755로 문의하면 된다.
운영시간 : 평일 09:00 ~ 18:00 (공휴일/주말 휴무)
해랑 열차 요금은 다음과 같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해랑에 올라타 내리는 순간까지 위 표의 가격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열차 안에서 제공되는 식·음료는 물론이고 열차에서 내려 지역 관광지에서 필요한 모든 내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역에서도 해랑 열차를 타는 이용객들을 따로 모신다고 하니 대우받는 느낌에 남다르다는 이용객들의 반응. 해랑을 다시 이용하는 승객은 일반 가격에서 1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자식들이 혹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해랑을 꼭 찾아보라고 권유해 보시라. 생각보다 훨씬 안락하고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