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찾아든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멈춘 듯 움츠러들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찾아 떠나고 싶을 때다. 여전히 여행은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갑갑한 일상에 갇혀 있는 자신을 가끔씩 끄집어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물결이 비단처럼 고운 바닷가
삼척을 대표하는 항구 정라진(汀羅津)은 말 그대로 비단처럼 잔잔하다. 그 수면 위로 비치는 바닷가 마을이 고요하다. 한때는 동해안 최대 항구이기도 했던 삼척항이다. 지금은 그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소박한 어촌 마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원도 지도에서 가장 아랫녘에 위치한 삼척, 한때는 동해를 대표하는 무역항이었다. 최고의 호황기였던 1970~80년대 수많은 어선이 항구로 몰려들었고, 노가리와 대구, 정어리, 오징어가 풍년이었다. 그 무렵의 삼척항은 몰려든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는 밤새 잡아온 오징어 손질에 바빴고, 햇볕 좋은 나릿골 마을은 온통 오징어 건조장이었다.
그뿐 아니라 태백산지의 지하자원 덕에 시멘트 공장과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까지 들어서서 돈이 넘쳐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도 있었다. 시멘트 공장은 아직 남아 있지만 지금은 옛 영화가 사라진 소박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향수 어린 친근한 이름 정라항(汀羅港)은 여전히 어민들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정라항은 삼척시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다. 마을과 가까이 맞닿아 있어 바다를 바라보면서 비릿한 갯내음과 더불어 곰치국이나 싱싱한 활어회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거리에 들어서니 조용하다. 가끔씩 통통배의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어선의 깃발이 바람에 살랑대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활기찬 항구의 소란함이 다시 찾아오길 고대한다.
조용한 항구를 뒤로하고 입구의 말랑이슈퍼를 지나 나릿골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하다. 그 길로 좁다랗게 비탈진 골목이 미로처럼 쭉 이어진다. 경사가 어찌나 가파른지 눈비 내릴 때는 어떻게 다닐까 걱정될 정도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나릿골은 예전엔 층층이 골은 낮지만 물이 풍부해서 습기를 받은 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지금은 나릿골에서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나리꽃처럼 정감 어린 감성 마을로 변모하는 중이다.
지나가는 담벼락에 듬성듬성 벽화가 그려져 있어 심심치 않다. 몇 년 전부터 정라항 주변 나릿골을 ‘오감이 피어나고 웃음이 번지며 걷고 싶은’ 감성 마을로 조성해 언덕 마을에 표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동해안 여행자들의 한 달 살기 등을 지원하기 위해 빈집 6채를 사들여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그 골목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오르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나릿골의 작은 집 4채
나릿골의 작은 집 4채를 삼척시로부터 지원받아 교육관 1동, 전시관 및 체험관 2동, 외부 작가가 거주할 작가의 집 1동으로 리모델링한 미술관이 언덕 끝에 기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시설 활용사업 일환으로 탄생한 문화 공간이다.
나릿골의 좁다란 골목길 걷기도 여행의 색다른 재미지만, 미술관을 편히 가려면 산등성이까지 자동차로 갈 수도 있다. 차량 통행이 어려울 만큼 비좁았던 길이 도시재생사업으로 조금 넓어졌다. 걷기가 용이하지 않을 경우엔 택시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으니 누구나 가파른 그 언덕 끝까지 오를 수 있다.
골목을 돌고 돌아 오르는 길에는 잘 가꾸어진 작은 카페와 아기자기한 시설들이 소소하게 자리한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오면 작은 공원이 있을 뿐 주변 공터는 한산하고 깔끔하다. 요즘 많이 알려진 다른 벽화 마을처럼 예쁘거나 특이한 카페, 또는 포토존 같은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원하건대 더 이상 부대시설을 늘리지 말고 지금의 단순함을 유지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가슴이 뻥 뚫린다. 하늘과 바다와 바람 속에서 머릿속이 청량해진다. 저 멀리로 정라항의 잔잔한 물결이 비단처럼 살랑거린다. 소박한 도시 삼척과 시멘트 공장을 감싸 안은 봉황산의 능선이 부드럽다.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보인다. 산언덕 드문드문 알록달록한 색감의 지붕들 사이로 그들의 애잔한 삶이 엿보이고, 텃밭에는 보송보송 파꽃이 피어났다.
미술관은 조붓한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 더 내려가야 한다. 길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뉘 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바닷가 산동네, 그 올망졸망함이 문득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군데군데 빈집들이 보인다. 마실을 간 것일까. 나릿골을 두고 먼 곳으로 떠났을까.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정라항 그리go 작은 미술관’. 나릿골의 감성과 바닷가 마을이 만들어낸 멋진 소통의 공간. 1전시관과 2전시관은 하얀 담장을 두고 몇 걸음 떨어져 있으며, 앞면이 모두 투명한 창으로 되어 있어 바다와 마주한다. 그리고 전시 작가가 머물 수 있는 작가의 집이 전시장 아래쪽에 위치한다. 신선한 물빛 감성을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더 멋질 것 같은 곳.
바이러스를 피해 방구석만 지키기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겨울이었다. 정라진 항구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향수 어린 그 시절의 그리움에 잠깐 젖어보는 것도 괜찮다. 해풍에 오징어가 말라가는 자연 속의 건강한 풍경으로 수분을 채우고 위로받는 하루, 기꺼이 만들어볼 일이다. 바닷길과 감성 마을 골목을 천천히 올라 다다른 작은 미술관에서 버석하던 일상에 감성을 채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어디쯤엔가 와 있을 봄, 삼척항 호젓한 산등성이에 올라 바라보는 비단 물결 반짝이는 바다,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하루다.
주변 볼거리
여행 중에 잠시 휴식을 주는 곳, 죽서루
동해가 아우르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는 죽서루(竹西樓). 시간 여행하듯 삼척 읍성 성곽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타난다. 누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삼척시 서편으로 오십천(五十川)이 절벽 아래 흐른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죽서루는 삼척 시내에 있어서 삼척 주변을 여행 중이라면 잠시 들러 쉬어가기 딱 좋다. 죽서루는 송강 정철의 가사에 나오는 터이기도 하다.
평온한 마음의 휴식, 성내동 성당
삼척의 성내동 성당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천주교 발전사에 의미 있는 곳이다.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초대 주임 신부로 부임한 진 야고보 신부의 순교 기념비와 기념 건물을 볼 수 있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다 공산군에게 피살된 진 야고보 신부의 족적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 성전을 한 바퀴 돌면서 조용히 묵상의 시간을 가지고 성당 주변 풍경에 잠겨보는 것도 특별하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도경리역
삼척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도경리역이 있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그곳에 가려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야 한다. 예전엔 아주 깊은 산골이었을 듯싶다. 삼척시와 동해시의 경계에 위치하는데 두 도시는 이웃 마을처럼 아주 가깝다. 1939년에 지어진 도경리역은 현재 영동선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랜 역사(驛舍)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8호다. 일제강점기에 자원수탈의 도구로 역사나 터널을 만들었는데 이 역도 그중 하나다.
머릿속에 제목을 떠올리면 줄거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특정 색깔이나 톤, 분위기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이 곧바로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미장센이 잘 표현된 작품이 주로 그렇다. 이런 영화는 러닝타임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고,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한 것 같은 시각적 충만함을 준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문화 충전이 필요한 독자를 위해 수려한 미장센으로 영상미가 극대화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대부호 ‘마담 D’(틸타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머무른 후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그녀의 유산인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을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스)가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그린다. ‘미장센의 장인’이라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강렬한 분홍빛 색감과 정확히 계산된 구도, 아기자기한 소품 등 영상미가 돋보인다. 다층의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대가 변할 때마다 화면 비율도 함께 바뀌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환상적인 호텔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통해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시대의 몰락을 극적으로 담아낸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앤더슨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문라이즈 킹덤’도 볼 만하다.
2.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임시 주거지 ‘매직캐슬’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린다. 디즈니월드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암울한 현실을 ‘매직캐슬’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무니의 삶은 얼핏 보면 한 편의 동화 같다. 연보랏빛 건물과 그 위를 수놓은 무지개는 동심을 나타내는 것 같고, 디즈니랜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길 한 번만 건너면 도착하는 디즈니랜드는 영영 갈 수 없고, 밥값을 위해 가짜 디즈니랜드 표를 구해 사기를 치며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이면을 밝은 톤으로 찬란하게 묘사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영상미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3.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1957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우산 가게 일을 하는 아가씨 ‘쥬느비에브’(까뜨린느 드뇌브)와 자동차 수리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의 애틋하고 달콤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자끄 드미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뮤지컬 영화계의 고전이자 수작으로 꼽힌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파스텔 색감의 배경과 의상과 소품 등이 까드린느 드뇌브의 인형 같은 미모와 만나 환상적인 합을 이루고, 대사 없이 오직 노래로만 극을 진행하는 송스루 형식을 취해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몇십 년 전이었다면 주인공들의 스타일링이 다소 촌스럽다고 느꼈겠지만, 돌고 도는 유행에 지금은 오히려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Exhibition
◇퓰리처상 사진전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42년부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까지 총 134점의 수상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공개된다. 제3전시실에서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여성 종군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진행한다. 수상작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과 퓰리처상 주요 수상작을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의 결과 보고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강남버그’와 ‘SQC’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로 구성된 팀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 간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따라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강남버그는 ‘천하제일 뎃생대회’, ‘강남버스’ 등 강남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SQC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종로3가 소수자를 ‘도시퀴어’라 명명하며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신규 지정된 국보·보물을 공개한다. 국보 제151-1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을 비롯해 총 83건 196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각각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보여주는 국보와 보물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인터뷰와 영상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명상 Mindfulness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코로나블루’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 명상이 주는 힘과 의미를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 총 8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설명한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등 실제로 수행을 실천하는 각 분야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한다. 동양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 ‘느리게 걷기’, 공간 전체를 주황빛으로 연출한 작품 ‘공간’ 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보다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age
◇캣츠
일정 9월 9일~11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트레버 넌 출연 조아나 암필, 앨리스 배트, 헤이든 바움 등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T.S. 엘리엇의 우화집이 원작이다. ‘젤리클 축제’에 모인 고양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디바 ‘조아나 암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스타 ‘브래드 리틀’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7년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진행되는 첫 공연이다.
◇킹키부츠
일정 11월 1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조광화 출연 이석훈, 박은태, 김지우 등
팝 가수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여장 남자용 부츠 판매에 뛰어든 두 남자의 도전기를 담았다. 1980년대 영국 W.J. 브룩스 공장의 실제 성공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리퀴리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향, 옥주현, 김히어라 등
과학자 ‘마리퀴리’의 삶을 각색한 팩션 뮤지컬로 리튬 발견이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퀴리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렸다. 초연 당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를 7인조로 보강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 Movie
◇오! 문희
개봉 9월 2일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와 그의 아들 ‘두원’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록이 빛나는 나문희와 리얼리티 연기의 대가 이희준의 호흡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5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에 도전한 나문희는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로 논두렁을 달리는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정세교 감독이 나문희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만큼 ‘문희’가 나문희의 ‘인생 캐릭터’로 새롭게 등극할지 주목된다.
◇카일라스 가는 길
개봉 9월 3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80대 최고령 오지탐험가 이춘숙 씨의 ‘카일라스’ 순례 여정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자연을 거닐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씨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 9월 예정 장르 액션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등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로 베일에 싸여 있던 킹스맨의 기원을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을 모의하는 폭군과 범죄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Book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홍 저·비타북스)
대한민국 치매 주치의 박주홍 박사가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 루틴을 제안한다.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꾸준한 산책으로 기억력이 개선된 환자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뇌 활성화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8개 지압법과 31가지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소설여행 (김유정 저·나무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발리 등 소설 속 도시를 향해 떠난 작가의 에세이. 17곳의 여행지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21세기북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이준영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홈코노미’, ‘로컬리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을 조망한다.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저·청아출판사)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종서(74) 관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1세대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예술 관련 잡지와 도록들이 꽂혀 있는 책장, 박 관장이 직접 만든 모자이크 작품과 다양한 소품들, 도자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에는 세 살짜리 고양이 금이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2019 디자인코리아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쑥스러웠다.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을 못하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인품이 있지도 않다. 옛날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데,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승낙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휴관 중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생활은 식칼과 똑같다. 한쪽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고 한쪽에는 무딘 면도 있다.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어려서 구석진 곳에 있으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책상 밑, 어머니의 재봉틀 발판 속, 장롱과 벽 사이로 들어가 있곤 했다. 어른이 되어 등산할 때도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미술관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유리로 만들어서 한눈에 다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숨을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공간을 확보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날 일을 기록한다. 어제는 잎이 삐죽삐죽한 씀바귀를 스케치한 다음 마시던 커피를 이용해 잎사귀를 채색했다. 이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관장님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은 절대 사람을 울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적으로 음악만 못하다. 다만, 소유한 사람이 오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디자인은 항상 보편적인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비행기다워야 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다워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갖는 보편적 개념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안목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스킬은 배울 수 있지만, 창의력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목을 키우려면 흙, 나무, 종이 등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못 쓰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하는데, 디자인은 90%가 없어진다. 지식이 반감되지 않으려면 내 손으로 만든 기억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진흙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흙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떻게 해야 갈라지지 않는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들을 디자인에 적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신데요.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고, 먼저 진화했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시행착오는 이미 생태계가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을 못 따라간다. 황금분할 1:1.61803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냥 척척 했는데, 재보면 황금분할이다. 특별한 툴이나 연장이 필요 없다.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 초기의 생각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거짓일기처럼 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는 월급이 아니라 명예와 사명감으로 살아간다. 윗사람이나 상대 부서 등 타인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도둑맞은 내 생각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 글과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들 박찬휘 씨도 현재 아우디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들은 페라리, 벤츠를 거쳐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나올 자동차 프로젝트명이 아들 이름을 딴 ‘CHAN22’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명예롭게 근무한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을 키울 때 자연을 많이 접하게 했다. 내가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이 그렸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렸다. 내가 그것을 모아 유학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이게 네 진짜 그림”이라며 건네줬다. 덕분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진실한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내게 많이 감사해한다.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부딪친다. 언젠가 내가 티뷰론을 실험적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은퇴 후 졸작들을 만들더라, 아빠도 그 꼴이 되고 싶으시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미래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쓸데없는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떼어내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장식이 많아지고 허세가 넘친다. 지금 우리나라 차들이 그렇다. 대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판매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계몽적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부터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이유는 앞쪽에 엔진과 미션이 들어가고 뒤쪽에 트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라면 앞쪽이 텅 비어도 되니, 현재의 자동차 모습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밀도 사회(high density society)가 도래하면 크기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 현재 패키지 레이아웃(package layout)은 가솔린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모양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도 그대로 하고 있다. 이게 급선무인데 관념에 묶여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소재도 철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 카본 파이버는 철판보다 30배나 더 가볍다. 현재 쏘나타의 무게는 1톤에 가깝다. 카본 파이버로 바꾸면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는 평생 메모를 습관화했다. 신입사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 비행기 옆자리에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가는데 그분은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기록할 게 많은 일을 하시나보다” 했다. 나에 관해 물어봐서 신입사원이라고 했더니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라. 윗사람이 지시하면 그것을 적어라.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윗사람이 물어보는데 내가 ‘아차’ 한다면 이미 회사생활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일본 스미토모상사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메모를 생활화했고 그 내용을 모아 책도 출간했다. 요즘 세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기록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바로바로 손으로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취미로 1990년대 초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500m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취미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만큼은 제일 탄탄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확한 자세와 아름다운 폼은 기본이 튼튼해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는 건 자세가 흔들렸거나 승부욕이 넘쳤다는 의미다. 뭐든지 기본을 먼저 갖춰야 한다. 기본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테크닉부터 터득하려고 하니까 무너지는 거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뭔가 일을 벌이면 사람들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한다. 대부분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생각날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정세영 회장은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오래하면 하지 않을 구실을 찾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산에 가면 작은 꽃, 작은 버섯, 이름 없는 가랑잎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벌레 먹어 썩은 나무가 있으면 가져와서 그 흔적을 입체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벌레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보고자 하는 사람, 뜻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길을 열어준다. 즐거운 일, 사랑할 일이 구석구석에 많다.
우리 연배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화물차처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노인들을 홀대한다. 이런 풍토는 바뀌면 좋겠다. 나이 들면 하찮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이탈리아 스승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만든 명인 스칼리에티는 나의 스승이다. 14세 때 기름 1ℓ를 넣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데나에서 베로나까지 100㎞ 구간을 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적정 속도와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다음 소량의 연료만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1950년대 벨로솔렉스 오토바이를 주문했다. 미술관 아래 밭 근처에 있던 밤나무가 죽었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큰 나무였다. 그 나무와 오토바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스승에게 보답하는 오마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번째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10년 전 ‘꼴, 좋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강의 교재로 썼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으로, 모든 형태는 자연을 따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지금 두 가지 책을 구상 중이다. ‘꼴, 좋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새로 써서 큰 사이즈로 낼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승에게 들은 자동차와 카로체리아(carrozzeria)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카로체리아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집 뒤에 있는 500평(1652㎡) 규모의 정원을 영국의 채리티 가든(Charity Garden)처럼 만들고 싶다. 자선 정원으로 운영해 입장료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이 사업은 아내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데요. 사재를 들여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술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꼭 자동차와 관련된 꿈이 아니어도 좋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미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있는 김상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뭘 할지 몰라 고민할 때 내가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을 가지고 연구해봐라” 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에 들어가더니 졸업작품으로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을 만들어 미국에서 올해의 과학자에 선정되었다. 많은 분이 여기를 자유롭게 방문하시길 바란다. 예약하면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진 흑연 연필은 꿈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꿈을 그리듯 이곳이 모두의 꿈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소망도 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 Exhibition
◇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일정 3월 31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개인전이다. 에를리치는 주로 거울을 이용한 착시 현상에 착안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까지 가능한 그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몸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총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꾸민 ‘커밍 순’으로 시작한다. 이어 ‘탑의 그림자’, ‘자동차 극장’ 등 대형 작품을 비롯해 남·북한 지도를 모티브로 한 ‘구름(남한, 북한)’까지 만날 수 있다.
◇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예술가에게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우연한 발견이 예술적 발상과 작품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환경적 조건은 무엇인가’ 등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된 전시다. 창작에 영감을 준 이미지를 발견한 당시의 순간과 그 특별한 발견을 작품으로 옮겨나가는 창의적 행위의 과정에 대해 그린다. 이세현, 손봉채, 베른트 할프헤르 등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를 경험한 작가 21명의 예술작품 78점과 더불어 흥미로운 일화와 사례, 작가노트 등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발견에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 환상의 에셔展: EXIT-에셔의 방
일정 4월 30일까지 장소 서울웨이브아트센터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네덜란드 작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에셔의 그래픽 디자인, 판화 에디션, 아카이브 영상과 더불어 VR 작품과 특별 제작된 대형 오브제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미술에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작가 특유의 기하학적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의 이성적인 논리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뫼비우스의 띠’, ‘펜로즈 삼각형’ 등을 직접 체험하며 작품 속 에셔가 표현했던 원리들을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감상하도록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일정 4월 2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1967년부터 시작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시로, 매년 세계 80여 개국에서 30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6명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영향력 있는 심사위원단을 통해 선정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날 기회다. 2019년 수상작 전시 외에도 2018년 수상자 벤디 베르니치의 특별전이 함께 열린다. 더불어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 수상 도서 16권이 전시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세계 일러스트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 Movie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 3월 5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초희 출연 윤여정, 강말금, 김영민, 윤승아 등
‘우리 순이’, ‘산나물 처녀’ 등으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평생 일복에 시달리며(?) 살던 주인공 ‘찬실’에게 전에 없던 행운이 굴러들어오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여성 서사의 작품에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더했다. 배우 윤여정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정 깊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아 극에 훈훈한 감동을 불어넣는다.
◇ 다크 워터스
개봉 3월 11일 장르 드라마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등
독성 폐기물 유출로 인류의 99%를 위험에 빠뜨린 미국 최고 화학기업 듀폰.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며 전 세계를 뒤흔든 일간지 ‘보스턴글로브’의 심층취재팀 ‘스포트라이트’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 리암 갤러거
개봉 3월 1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개빈 피츠 제럴드, 찰리 라이트닝 출연 리암 갤러거 등
세계적인 록밴드 ‘오아시스’의 멤버였던 리암 갤러거의 삶과 음악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화려한 시절을 지나 험난한 시간을 보낸 그가 자신의 진솔한 심정을 고백하며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다.
● Book
◇ 오팔세대 정기룡, 오늘이 더 행복한 이유 (정기룡 저ㆍ나무생각)
경찰서장을 지내다 정년퇴임 후,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한 오팔세대 가장의 파란만장 인생 후반전을 담았다. 진솔하게 풀어낸 저자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뿐만 아니라,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도 얻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터득한 은퇴설계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하며 오늘날 오팔세대의 활기찬 제2인생을 응원한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버나드 오티스 저ㆍ검둥소)
노년기 마음가짐과 실질적 조언의 비율을 3대 7로 구성해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입할 보험 조건, 병에 걸렸을 때의 대처, 유언 준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 인간의 모든 죽음 (최현석 저ㆍ서해문집)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죽음의 관계, 죽음의 유형과 특징, 치매·간병·호스피스·사별 등 웰다잉을 위한 실용적 지식을 총망라했다. 죽음에 대한 117개의 키워드를 꼽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저ㆍ㈜소미미디어)
가부장적인 태도를 지녔던 ‘정년 아저씨’가 손주를 돌보기 시작하며 자신의 편견을 깨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주인공의 인식 전환을 통해 가족과 사회를 위한 긍정적 변화를 촉구한다.
◇ 양준일 MAYBE (양준일 외 공저ㆍ모비딕북스)
최근 JTBC ‘슈가맨’을 통해 19년 만에 돌아온 가수 양준일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좌절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그가 깨달은 삶의 본질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캠핑정보 사이트 ‘고캠핑’(www.gocamping.or.kr) 기준 전국 캠핑장 수는 2300여 곳에 이른다. 과거 강가나 계곡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즐기던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은 펜션이나 휴양림, 카라반 등 다양한 편의시설에 체험활동이나 액티비티 등을 운영하는 캠핑장도 늘어났다. 산, 바다, 도심 등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휴식, 취미, 관광 등 그 목적까지 고려해야 선택지를 좁혀가며 만족스러운 캠핑장을 고를 수 있다. 캠핑장 찾기 팁과 더불어 테마별 추천 캠핑장 정보까지 담아봤다.
도움말 및 자료 제공 캠핑퍼스트(김한수 이사)
캠핑은 야외에서 먹고 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안락하고 깨끗한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많아졌지만,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예견했던 불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캠핑장을 고르느냐에 따라 캠핑의 질이 달라지는 셈이다. 캠핑장을 고를 때는 캠핑의 목적을 먼저 염두에 둔다. 휴식을 위한 것인지,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함인지, 취미활동을 병행할 것인지 등에 따라 산, 바닷가, 계곡 등 주변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 등 동반자의 특성을 고려해 서로의 취향을 잘 반영한 캠핑장을 고른다.
◇ 캠핑장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
① 접근성 캠핑장에 머무는 시간에 비해 이동시간이 길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거리나 교통 상황 등을 확인해 무리가 가지 않는 위치를 선정한다. 새벽에 출발해 밤에 돌아오는 일정을 선호하는 캠퍼들도 많다.
② 예약 가능 여부 아무래도 예약을 해야 더 안정적이다. 몇몇 캠핑장은 예약자에 한해서만 입장 가능하다. 선착순 운영 캠핑장을 간다면 대안으로 근처 다른 캠핑장들도 미리 알아두자.
③ 편의시설 캠핑장 인근에 식료품이나 캠핑용품을 구입할 만한 편의시설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에 따라 캠핑 짐을 쌀 때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정리해 빠짐없이 챙기자.
◇ 캠핑장 찾기 Q&A
❶ 초보 캠퍼가 캠핑장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로 캠핑장을 보고 선택하기는 어렵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참고하게 된다. 이러한 캠핑장 후기의 경우 주관적인 견해이거나, 간혹 대가를 받고 호의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다양한 리뷰를 살펴보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글이거나 홍보성 내용들은 걸러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❷ 중장년이 캠핑장을 고르며 특별히 더 살펴봐야 할 것은? 지병이 있거나 건강이 염려되는 중장년의 경우 위급 상황에 찾아갈 인근 병원 위치를 파악해두도록 하자. 거동이 불편하다면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지형이 좋다. 자식이나 손주 등이 찾아올 계획이라면, 방문자 출입이나 인원 추가가 가능한지의 여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❸ 가을철 캠핑장(캠핑사이트) 선택 요령은? 가을은 비교적 쌀쌀하기 때문에 해가 잘 드는 자리에 텐트를 설치하면 좋다. 마른 나뭇잎이 많거나 마른 잔디인 경우 작은 불씨에도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한다.
◇ 테마별 추천 캠핑장
Theme#1 자연환경 취향 따라 Pick!
[01]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캠핑장
행복한나드리 캠핑장 |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소규모 캠핑장이다. 가을에 찾는다면 알록달록 물든 주변 풍경과 더불어 코스모스도 만끽할 수 있다. 캠핑장 인근의 배론성지나 치악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단풍 구경을 가도 좋다. 솔방울 공예품 만들기, 목공예 등 시기별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 286-1)
달숲 캠핑장 | 산속에 단풍나무와 밤나무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주변 소음이 적고, 캠핑장 내에서도 고성방가 등을 엄격히 제한해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청풍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도담삼봉 등이 가깝고, 제천 시내와 인접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89-1)
[02] 숲속 힐링&자연휴양림 캠핑장
춘천숲자연휴양림 |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닿는 거리로, 잣나무와 참나무 숲이 우거진 아늑한 자연휴양림이다. 산림휴양관, 숲속의집을 비롯해 야영데크, 글램핑장, 오토캠핑장 등이 마련돼 있다. 데크 이외에도 고급텐트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대여 가능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강원 춘천시 동산면 종자리로 224-104)
편백힐 치유의숲 | 치유의숲 내에 캠핑장이 있어, 편백나무 사이사이 텐트 설치가 가능하다.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는 조용하고 깨끗한 숲을 즐기기 제격이다. 야영장과 함께 편백나무와 황토로 벽을 만든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방 내부에도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향긋한 편백의 기운을 따뜻하게 만끽할 수 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하남실길 212)
[03] 바다를 한눈에 오션뷰 캠핑장
몽돌바다 캠핑장 | 서해 몽돌해변과 인접한 500m의 전용 해변을 보유한 곳으로,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감성돔, 우럭, 도다리, 숭어 등이 잡히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여러 곳 있고, 인근 갯벌에서 짱뚱어와 바닷게 채집 등 바다를 즐기기 좋다. 해질녘 노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꼽힌다. (전남 신안군 암태면 신석리 413-1)
욕지도 파라다이스 오토캠핑 | 욕지도 유동마을의 한 폐교를 개조한 곳으로 민박과 야영장을 함께 운영한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인근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거나 조개, 고동, 소라 등 해산물을 채집할 수 있다. 섬에 있는 캠핑장이기 때문에 예약 전 통영 삼덕항에서 배편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유동길 111)
Theme#2 다양한 즐길 거리 따라 Pick!
[01] 역사·문화·관광지 인근 캠핑장
화적연 캠핑장 캠핑장 | 바로 옆 한탄강이 흐르고, 근처에 명승 제93호 화적연이 있어 겸재 정선이 그림으로도 옮겼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화적연은 영평8경중 제1경이자 포천 한탄강8경 중 제3경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산정호수, 철원제2땅굴, 고석정 등이 인접해 주변 볼거리가 풍부하다. (경기 포천시 관인면 뗏마루길 43-116)
별을 다는 아이 | 온전히 캠핑을 즐기게끔 캠핑장 내에는 별다른 놀이 공간이 없지만, 인근의 다양한 문화 시설과 접근성이 좋다. 장흥유원지 내에 위치해 있고, 장흥자생수목원, 송암천문대, 권율장군묘,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장흥아트파크, 조각공원, 두리랜드 등이 인접해 아이들과 함께하기 제격이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309번길 132)
영월 느티나무 캠핑장 | 영월 내리계곡에 위치해 청량한 자연 경관이 매력적인 곳이다.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에도 좋지만, 주변 볼거리 덕분에 언제라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김삿갓문학관, 별마로천문대, 고씨동굴, 청령포, 장릉, 모운동마을, 아프리카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등 찾아갈 명소가 즐비하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내리계곡로 1061)
[02] 농촌·텃밭·공예 체험 캠핑장
귀한농부학교 | 농부체험, 민속체험, 미꾸라지 잡기, 쿠키·피자 만들기, 목공예, 식물공예, 숲해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체험농장의 경우 당일 또는 연간 회원권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캠핑장 내 민속체험장, 동물농장, 허브농장, 수생원 등이 마련돼 있다.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422)
다릿재농원 | 캠핑장 천등산과 장병산 사이 기슭에 위치한 곳으로, 가을이면 사과(홍로) 따기, 밤 줍기, 모과청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 선착순으로 인근 충주 고구려 천문과학관 견학도 진행한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765-4)
신화 가족목공체험 캠핑소 | 목수 부부가 운영하는 목공체험 캠핑장. 아버지가 만들어주는 책상, 가족이 만드는 식탁 등 원하는 품목을 정해 오랜 기간 숙박하며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캠핑장 내 카페와 가구 작업소, 갤러리, 수확체험농장 등도 이용 가능하다. 목공예 비용은 실비로 책정된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강상로 326)
Theme#3 특별한 편의시설 따라 Pick!
[01] 글램핑·카라반 캠핑장
새연카라반 리조트 |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리조트형 캠핑장으로,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곳이다. 계곡 럭셔리 카라반, 프리미엄 폴딩도어 카라반, 스파 카라반 등 여러 콘셉트의 카라반과 감성 글램핑, 오페라 글램핑 등 다양한 글램핑도 즐길 수 있다. 짚바이크, 클라이밍 등 독특한 액티비티도 운영한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 운악청계로333번길 86)
생각 속의 집 | 모던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눈에 띄는 글램핑장이다. 복층형 펜션 2동과 독특한 구조의 글램핑 사이트 5동이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원주 레일바이크가 캠핑장을 지나고,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간현관광지, 한솔 오크밸리 등 관광지도 가까워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52-5)
[02] 스파·찜질방 겸비 캠핑장
원주 참숯가마 캠핑장 | 힐링존, 피크닉존, 스카이워크존 등 다양한 콘셉트의 사이트가 마련된 이곳의 백미는 바로 ‘참숯가마 찜질방’이다. 캠핑장 입장객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한데, 매주 불 빼는 날에는 참숯가마에 구운 ‘3초 삼겹살’도 맛볼 수 있다. 깡통열차 체험장, 모래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무료로 개방한다. (강원 원주시 신림면 솔치로 88)
그린콩 캠핑장 | 깔끔한 농장형 캠핑장으로 오토캠핑과 일반캠핑 사이트 모두 운영한다. 사이트마다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있어 그늘 걱정이 필요 없다. 여름엔 캠핑장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쌀쌀한 가을엔 따뜻하게 야외 스파를 즐기면 좋다. 스파 시설은 총 3동으로, 1회 5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경기 가평군 북면 소법리 627-54)
◇ 캠핑퍼스트가 제안하는 캠핑장 매너 15가지
1. 캠퍼들이 잠드는 밤 10시~아침 7시까지 매너(에티켓)타임을 지킨다(매너타임은 캠핑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음).
2. 고성방가는 자제한다. 음악은 볼륨을 낮추거나 이어폰을 사용한다.
3.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샤워실, 개수대 등 공용시설을 깨끗하게 쓴다.
4. 주변에 피해를 주는 과도한 음주는 자제한다.
5. 불꽃놀이 금지. 텐트에 불꽃이 떨어지면 장비 손상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6.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캠핑장이라도 통제가 안 된다면 출입을 삼간다.
7. 캠핑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곤 한다. 자전거든 자동차든 꼭 서행한다.
8. 도난사고에 유의하자. 귀중품은 휴대하고 캠핑장을 벗어날 때 고가의 장비는 차량에 보관한다.
9. 드론은 항공법에 준수해 사용하자.
10. 풍등 날리기 금지. 나무가 많은 캠핑장 특성상 풍등은 자칫 화재로 이어진다.
11. 남녀노소 불문 노상방뇨 금지. 아무리 급해도 용변은 화장실을 이용한다.
12.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기.
13. 다른 옆 캠퍼의 생활공간인 사이트를 허락 없이 지나치는 일은 삼간다.
14. 각종 공놀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즐긴다.
15. 캠핑장 내 과도한 애정행위 자제하기.
4) 데이비드 워나로비치(David Wojnarowicz, 1954~1992년)
화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 공연예술가, 에이즈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가족에게 정신적, 성적 학대를 당했고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6세에 집을 나와 거리 생활을 했다. 미국 전역을 히치하이킹했고 샌프란시스코와 파리에서 몇 달간 살다가 1978년에 이스트 빌리지에 정착했다.
이스트 빌리지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첫 멤버로 1980년대 초에 시빌리안 워페어, 클럽 57, 그레이시 맨션, 패션 모다, 림보 라운지 같은 전설적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1985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에 초청되어 ‘그라피티 쇼’를 했고, 미국을 포함한 유럽 등지에 그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8세에 에이즈로 사망했는데, 투병 중에도 도발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5) 쳉 퀑 치(Tseng Kwong Chi, 1950~1990년)
홍콩에서 태어나 16세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파리 명문 예술학교에서 회화를 1년 공부한 후 사진으로 전공을 바꿨다. 1978년 뉴욕으로 이주해 에이즈로 40세에 사망하기까지 이스트 빌리지에 거주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키스 해링의 ‘절친’인 그는 해링의 부탁으로 4만 장의 ‘키스 해링 아카이브’를 제작했다.
챙 퀑 치는 뉴욕에서 경험한 다민족주의, 대량 소비문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애매모호한 외교관’을 예술적 페르소나로 설정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작업했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작업한 ‘서양과 만난 동양’ 또는 ‘탐험 연작’은 서양이 아시아에 품는 순진무구한 선입견과 무지를 조롱하고, 서구라는 근대적 구성물이 동양과 어떤 연관 속에 구성되는지, 서구라는 상상 개념이 상징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어떻게 동양을 신비화하고 배제했는지를 묻는다. 챙 퀑 치는 중국인임을 적극 강조했지만 중국을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6)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년)
‘뉴욕타임스’는 바스키아를 가리켜 “흑인으로서 최초로 성공한 천재 아티스트, 검은 피카소”라 표현했다. 키스 해링, 앤디 워홀과 함께 3대 팝 아티스트로 불리며, 한때 마돈나의 연인으로도 유명했다. 1980년대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을 인정해줬던 앤디 워홀 사망 후에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27세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바스키아는 뉴욕 브루클린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여 어머니가 미술 전문 사립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7세 때 어머니의 우울증으로 인해 부모가 이혼하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15세 때부터 가출을 반복하며 거리 생활을 했다. 뉴욕 거리와 지하철에 낙서화를 하며 이스트 빌리지의 신표현주의 경향을 주도했다.
노숙자들과 공원 벤치에서 숙식하고 구걸하고 마약을 거래했다. 작업 초창기에 손으로 그린 엽서와 티셔츠를 뉴욕 거리와 상점에서 1~3달러에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명성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7장의 엽서 시리즈 ‘무제(안티프로덕트 엽서)’는 이 시기의 작품이다. 바스키아의 엽서 시리즈는 앤디 워홀이 구매했는데, 당시 워홀과 함께 있던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이 엽서를 사지 않았다가, 훗날 바스키아에게 그림을 달라고 애걸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다.
7) 버스터 클리브랜드(Buster Cleveland, 1947~1998년)
소호 거리에서 우표 크기의 콜라주 작품을 판매하다 리무진을 빌려 소호 거리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리무진 쇼’를 열어 유명해졌다. 가난과 무명이 창조력을 발휘한 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아 장난감, 자동차 후드 장식품 등 일상 재료를 이용한 콜라주 작품을 우편으로 보낸 ‘메일아트’가 그것이다. 메일아트는 가난한 예술가가 기성 제도권 전시 공간인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벗어나 대안 네트워크 공간에서 대중과 소통하면서 작품을 유통할 수 있는 방법이자, 국가나 기관으로부터의 검열을 피할 수 있었던 방식이기도 했다.
그가 애용한 재료는 미술잡지 ‘아트포럼’ 표지였다. 또 벼룩시장에서 싼값으로 구매한 제품들,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 이스트 빌리지 작가들 사진, 담뱃갑, 거리에서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재료 특성에 따라 변주됐는데, 누구든 월 구독료 100달러 혹은 평생구독료 1000달러를 내면 우편으로 그의 작품 ‘Art For Um’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전시장은 월요일 휴관한다. 현대미술은 도슨트 설명 없이는 온전한 이해가 어렵다.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가길 권한다.
‘이스트 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전시기간: 2018년 12월 13일~2019년2월24일)
‘반항의 거리, 뉴욕’(전시기간: 2018년 12월 21일~2019년 3월 20일)
‘키스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전시기간: 2018년 11월 24일~2019년 3월 17일)
‘케니 샤프, 수퍼 팝 유니버스‘(전시기간: 2018년10월 3일~2019년 3월 3일)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 중요성에 눈을 떠 옛 모습대로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직도 방치되어 있다. 치욕의 역사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모습이라도 남겨둬야 한다. 더 사라지고 훼손되기 전에 역사 현장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정유재란의 역사적 의미를 천착하기 위해서라도 그 흔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게재하기로 한다.
'임진ㆍ정유왜란 피랍인 후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는 14대 심수관이다. 일본 도예의 대명사가 된 사쓰마 야키(薩摩燒) 중흥의 주인공이라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1969년 그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소설 ‘고향을 어찌 잊으리오’가 화제가 되자 그의 명성도 부풀어 올랐다. 정유재란 때 납치된 도공들이 규슈 가고시마(鹿兒島) 땅에 터를 잡고 400년 동안 조선인 혈통을 이어가며 살아온 이야기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로 유명했다. 1974년 한국에 온 그는 서울대학교 강당에서 강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일제 치하 36년에 대해 묻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36년을 말한다면 나는 370년을 말해야 합니다. 과거에 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답했다.
그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면서 유명한 노래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마침 그가 노란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14대째 한국 이름을 쓰고 있는 데 대한 존경과 사랑의 표시였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건 오래전 이야기이고, 근래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집을 방문하고, 한일 각료회담 간담회가 그의 집에서 열린 일로 유명해졌다. 2004년 12월 18일 가고시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유명 온천 휴양지 이부스키(指宿)로 가는 길에 노 대통령이 그의 집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신 일이 있었다.
1998년에는 가고시마 한일 각료회담 후 양국 각료들이 그의 집에서 간담회를 가진 일도 있었다. 30년째 주일 한국대사관 명예 총영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의 가교역할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양국이 서로 편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81년 도쿄에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작품과의 만남이었다. 게이오대학교 신문연구소에서 공부할 때 우연히 신주쿠 이세탄(伊勢丹)백화점에서 ‘심수관 도예전’이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달려갔다. 먼저 놀란 것은 작품 값이었다. 막사발로 보이는 그릇 하나에 30만 엔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도예에 까막눈이었던 젊은 기자의 눈에는 큰 놀라움이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그가 심수관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분명 일본인이었고, 그의 선대가 납치되어온 지 400년을 바라보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이름을 쓴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재일동포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통명(通名)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 일이 있은 후 꼭 한 번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원은 10년 만에 이루어졌다. 1990년 7월, 주일 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도쿄에 부임하자마자 가고시마로 달려갔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후쿠오카까지 7시간, 거기서 특급열차로 가고시마까지 5시간, 다시 로컬 열차로 30분을 달려, 시골 역에서 택시로 30분을 더 가야 했다. 중간에서 하룻밤을 머문 여정이었다. 미야마(美山)라는 지금의 마을 이름보다 나에시로가와(苗代川)라는 옛 이름이 더 유명한 곳이다.
그는 10년 지기처럼 환대해주었다. 수장고에서 선대들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사이, 14대가 가마에서 나왔다는 전갈이 왔다.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이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이었다. 잉크빛 작업복은 개량한복 같았다. 따스한 손길에 이끌려 사랑채에 오르니, 낡은 선풍기 저편 벽에 ‘백세청풍(百世淸風)’이라는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선친께서 조선에 가셨을 때 황해도 해주의 어느 정자에서 탁본을 떠온 것이오. 우리 집 가보요.”
수인사가 끝나고 액자를 화제 삼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며, 가문의 내력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많은 것을 물었고, 많은 말을 들었다. 정유재란 때 붙잡혀온 도공 후예들이 사는 마을이라기에 당신처럼 조선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집뿐이오” 했다. 성은 그대로인 임(林) 씨가 있지만, 읽기는 일본식(하야시)으로 하는 집이 하나, 나머지는 모두 일본 성으로 바뀌었다 했다. 200여 호 가운데 50%는 조선 도공 후예들이고, 나머지는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흘러 들어온 일본인들이라 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메이지 유신 무렵까지만 해도 마을에 서당이 있어 글 읽는 소리가 낭랑했답니다. 조선의 혈통을 보전시키려는 사쓰마 번(藩)의 보호정책 덕분에 모두가 사족 대우를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유족하게 살았지요.”
그는 나에시로가와 마을이 번 당국으로부터 어떤 보호를 받았는지를 강조하는 사례로, 마을 사람 하나를 죽인 범인과 관련자 6명이 모두 처형당한 사건을 들었다.
서당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잠시 자리를 뜨더니 ‘한어훈몽(韓語訓蒙)’과 ‘숙향전(熟香傳)’ 고본을 들고 왔다. 한어훈몽은 자녀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때 쓰던 교과서다. ‘매오 다’(매우 좋다), ‘책을 닐러라’(책을 읽어라) 같은 우리말 고어 옆에 일본 글자로 훈이 붙어 있었다. 그렇게 가르친 우리말로 자녀들에게 ‘숙향전’ 같은 책을 읽혔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말 잔재가 많고, 한동안은 개고기를 먹는 풍습에서부터 제례 혼례에 이르기까지 조선 색채가 남아 있었다 했다. 그가 어렸을 때 돈이 없다는 말은 ‘동가 샤가나이’, 방귀 뀌었다는 말은 ‘방구 시타’라고 했다. 공방과 가마에는 그런 표현들이 더 많다. ‘안질통’은 가마에서 일할 때 쓰는 간이의자다. 물그릇은 ‘무루사쿠’, 흙덩이는 ‘동그레’, 주걱은 ‘비코세’, 막대기는 ‘찌르레’, 흙을 두드려 펼 때 쓰는 연장은 ‘슈르레’, 장작은 ‘찍순’이라 했다. 일본어에는 없는 말들이다.
점심 대접을 받은 뒤 그가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단군사당 옥산궁(玉山宮)부터 찾아갔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우리말 방송이 나왔다. KBS 제주 방송이었다.
“우리말을 알아들으시네요.”
“아닙니다. 뜻은 몰라도 들으면 편안해서 그냥 틀어놓습니다.”
우리말을 몰라서 미안해하는 표정에 어린아이 같은 부끄러움이 묻어 있었다.
차를 내려 차 밭 사이로 난 나지막한 언덕길을 잠시 오르니 대숲 가에 옥산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량기와로 지붕을 이은 정자 같은 건물 앞에 작은 도리이(鳥居, 신사 입구에 세운 기둥문)와 돌 등롱이 서 있었다. 일본 신사 분위기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까이 가 보니 사당은 많이 퇴락해 있었다. 상주 관리인이 없는 탓인지 잡초가 무성했다.
“오래전에 신관이 죽고 새 사람을 모실 수 없어 이렇습니다. 아무나 신관으로 앉힐 수도 없는 일이라서… 다시 사당을 부활시키자는 논의가 있으니 머지않아 문을 열게 되겠지요.”
그렇게 된 것이 자기 책임이라도 된 듯, 표정에 미안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얼른 옥산궁의 유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살기에 여유가 생기고부터 마을에 갈등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서로 자기 가문이 잘났다고 티격태격한 것이지요. 어느 날 밤 현해탄 쪽에서 커다란 불덩이 하나가 날아와 이곳에 떨어졌는데, 다음 날 아침에 와 보니 큰 바위가 있더래요. 사람들은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살라는 단군의 계시로 알고 이 자리에 사당을 세웠답니다.”
옥산궁이 생긴 뒤 매년 설날과 추석에 단군제가 열렸다. ‘오노리소’라는 신축가가 그때부터 불렸는데, 이제는 노랫말 뜻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도자기 작품에 새겨져 내려오는 노랫말은 ‘오는 날도 오는 날도 매일 매일이 오늘과 다름없네. 날이 저물고 또 해가 떠올라도 오늘은 오늘, 언제나 같은 세월’이라 돼 있다. 고국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인고의 세월에 오늘과 내일의 차이가 있겠느냐는 체념과 실망의 의미를 담은 글이다.
옥산궁을 떠난 자동차는 이웃 구시키노(串木野) 시가지를 지나 시마비라(島平) 해안에 멎었다. 1598년 겨울, 1대 심수관 일행 42명이 표착한 해안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14대는 성큼성큼 해변으로 걸어가더니, 검은 빗돌 아래에서 잡초를 한 움큼 뽑아냈다. 선조들의 도래 400주년을 앞두고 그가 세운 기념비다.
비석에는 ‘게이초 경장 3년 겨울, 우리들의 개조 이 땅에 상륙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돌을 세운 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그는 해안 바윗돌에 올라, 먼 지평선을 가리키며 고난의 역사를 설명했다. 조선을 떠난 피랍인 배는 3척이었다. 두 척은 맞은편 가고시마 해안에 상륙했는데, 그들의 조상 42명을 태운 배만 이곳에 표착했다. 그 까닭은 아무도 모른다 했다.
오랜 굶주림과 뱃멀미에 시달린 도공들은 뭍에 오르자마자 지쳐 쓰러졌다. 배 안에서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다. 그 무덤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녀자들은 신음 섞인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당장 먹을 것과 바람을 피할 움막이 필요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마른풀과 잔가지를 꺾어 움막을 짓고, 진흙을 파서 가마부터 만들었다. 먹고살 방도는 그것뿐이었다.
이상한 말을 쓰는 사람들이 구워내는 그릇은 곧 현지 마을의 화제가 되었다. 곡식과 채소를 가져와 바꿔가기도 했고, 돈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었다. 맨손으로 와 빼앗아가려는 무리도 있었다. 어느 날 왜인들이 떼 지어 몰려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리의 지도자 심당길과 박평의(朴平意)는 의논 끝에 마을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유약과 공방 도구부터 챙겨 넣고 옷가지와 취사용품은 남부여대(男負女戴)한 채 하염없이 걷다가 발을 멈춘 곳이 나에시로가와였다.
“여기 지형이 남원 천지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발길을 멈추고 짐을 내린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의 고향 남원 땅을 닮은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 새 둥지를 틀자마자 번 관리가 성하촌(城下村)으로 이주하라는 명을 가져왔다. ‘성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의 명령’이라 했다. 마을 어른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군부(君父)를 팔아먹은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남원성 함락 때 요시히로 군을 지름길로 안내한 주가전(朱嘉全) 같은 자들이 거기 모여 산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으니 거기 그대로 살게 하라. 대신 그들의 조선인 혈통을 철저히 보전토록 하고, 도자기 생산을 적극 지원하라.”
히데요시가 죽은 뒤 열도의 패권을 겨룬 세키가하라(關が原)전투에서 돌아온 요시히로는 애써 붙잡아온 도공들이 생각난 듯,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도공 마을에 잡인의 출입을 금하라, 조선의 언어와 풍속을 이어가게 하고 반드시 동족끼리만 혼인하도록 하라, 한 번 결혼하면 이혼할 수 없게 하라, 도자기 생산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 생산된 제품은 모두 성에 납입하도록 하라….”
보호·지원정책에 힘입어 조선 도공 마을의 도자기 산업은 날로 융성했다. 번의 지원을 받은 박평의가 백토를 발견한 뒤로 도자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유명한 ‘시로 사쓰마(白薩摩)’의 탄생이다. 도자기란 자석(磁石) 없이는 아름다운 색과 빛을 낼 수 없는데, 흰 자석을 쓰게 되니 금상첨화가 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시로 사쓰마 한 점이 ‘일국일성(一國一城)에 값한다’는 말로 평가되었다. 차(茶) 문화는 발달했으나 다기(茶器)가 조잡했던 문명의 수준 탓이었다. 이렇게 양산된 사쓰마 야키는 번 재정에 엄청난 보물단지가 되었다. 나가사키 항을 통해 외국에 수출하고 국내 시장에도 출하해 막대한 수입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정유재란 때 일본 무장들이 도공 납치에 혈안이 되었던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메이지유신 때 사쓰마 번이 조슈(長州, 현재 야마구치) 번과 함께 중심 역할을 한 것도 그에 힘입은 것이었다. 사쓰마 야키는 1873년 오스트리아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12대 심수관 작품이 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심수관 가 수장고에 있는 ‘히바카리(ひばかり)’ 막사발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이를 만든 도공도, 흙도, 유약도 모두 조선의 것인데 오직 불 하나만 일본 것이라는 뜻이다. 사쓰마 야키 개조 심당길이 표착 초기에 만든 이 작품은 1998년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400년 만의 귀향전’에 출품되어 화제가 되었다. 사쓰마 야키 400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14대가 주관한 전시회였다.
14대와의 두 번째 만남은 1993년 8월 대전엑스포 ‘한국의 도자기 귀향비교전’ 취재 때였다. 고국과 오랜 왕래가 있었던 그는 친한 도예 작가들과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는 것 같았다. 같은 처지이지만 고국과 유대가 없어 서먹서먹해하는 도공 후예들에게는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했다.
일본 도자기의 신이 된 이삼평(李參平)의 12대 가네가에 삼페에(錦が江三兵衛), 가라쓰 야키 13대 나카사토 다로에몽(中里太郞衛門), 다카도리 야키 12대 다카도리 하루산(高取八山), 하기 야키 12대 사카 고라이자에몽(坂高麗左衛門), 고다 야키 11대 아가노 사이츠케(上野才助) 등이 ‘한국의 도자기 귀향비교전’ 출품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조상이 어디서 붙잡혀 갔는지 확실한 연고지를 몰라 “이번 기회에 꼭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고국에 올 때마다 조상이 붙잡혀간 남원과 관향인 경북 청송읍을 찾아보는 14대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삶이었다.
‘400년 만의 귀향전’ 때 그는 불까지 조국의 것으로 하자는 뜻으로 남원 교룡산성에서 채화된 불씨를 일본으로 가져가는 행사를 주관했다. 그 불씨는 지금도 미야마 도유관(陶遊館)에서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후손들은 가마에 불을 지필 때마다 거기서 불씨를 채화한다.
400주년 기념 행사들을 마친 뒤 14대는 “이제야 선대의 비원을 이루어 감회가 깊다. 특히 400년 사업을 부탁한 선친의 유언을 받들어 기쁘다”고 했다. 그 모든 사업이 단군의 보살핌 덕분이었다는 말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때 귀중한 선물을 받았다. 돌아와서 열어보니 아름다운 꽃병이었다. 나무상자 안쪽의 친필 휘호에 감격했다. ‘本是同根-14代 沈壽官’ 생면부지의 특파원을 동족으로 대해준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그가 심수관 도원 당주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준 지도 30년째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을 또 한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도예의 기본은 옹기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아들의 아들도 벌써 공방과 가마를 드나들며 흙일을 배우고 있다.
올해 93세가 된 그는 16대를 습명(襲名, 선대의 이름을 계승함)하게 될 손자에게 흙일을 가르치고 있다. 근래 한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거동이 불편해 2013년 이후 한국에 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최후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아는 택시 운전사를 만나 한국의 각 지방을 돌며 고향 산천과의 작별을 고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 했다.
어느 날 저녁, 독일 친구와 자동차로 송파 지역 올림픽대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와~우, 와~우”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자동차 속도를 줄이라고 했다. 주변엔 빌딩도 없고 캄캄하기만 했다. 친구는 자동차 앞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금 탄성을 질렀다. 그곳엔 대형 조각 예술품이 마치 깊은 산 한가운데서 환하게 조명을 받은 듯 우뚝 서 있었다. 바로 올림픽공원 입구에 세워진 ‘세계평화의 문(World Peace Gate)’이었다.
1970년대에 해외 생활을 하다 귀국해 ‘삼일빌딩’을 처음 봤을 때의 일이다. 어느 건축가의 작품인지 궁금해 알아보니 건축가 김중업(金重業, 1922~1988)의 것이었다. 일반적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특이한 모양의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설계한 바로 그분. 그런데 그 명성에 비해 ‘프랑스 대사관’에 대한 대중적 평판은 마치 상여(喪輿)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꽤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더 선생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국내 건축가 1세대에 속하는 선생은 1941년 일본 요코하마공고(橫浜高工) 건축과를 졸업한 후, 1949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1952년 프랑스 파리로 옮겨 1956년까지 세계적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연구소에서 일했다. 귀국한 뒤에는 홍익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교, 로드아일랜드 건축대학에서 교직을 맡으며 왕성한 건축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선생의 경력에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르 코르뷔지에’다. 프랑스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자랑하는 르 코르뷔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그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은 훗날 거의 예외 없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였다. 그중 하나가 도쿄의 우에노(上野) 국립서양미술관 건물이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1955년에 지어 세상을 놀라게 한 프랑스 동부의 롱샹(Ronchamp) 성당이다. 대형 조각 예술품과도 같은 성당 건물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밑그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중업 선생의 작품에서 스승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삼일로 빌딩은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가로 함께 참여한 뉴욕의 유엔본부 빌딩과 유전인자를 공유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자 김중업과 스승 르 코르뷔지에의 아름다운 연결 고리라고나 할까.
1986년 아시아 올림픽 대회 개최 즈음에 세워진 ‘세계평화의 문’은 선생의 마지막 작품이다.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이고, 서양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정취가 뿜어 나온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門’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 ‘세계평화의 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그 예술성과 과감한 크기에서 발산하는 독보적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런 예술작품이 우리 생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필자는 자랑스럽고 한편으론 행복하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세계인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낙(李成洛) 현대미술관회 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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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현), 한국의약평론가회 前 회장, 간송미술재단 이사.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