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볼 수 있는 곳, 완주 경천면 싱그랭이 요동마을로 떠난다. 자연이 일상의 휴식 공간이 되어주는 싱그랭이 마을, 산속 가득 서늘한 바람이 쉬어가는 고적한 절집 화암사와 자연 생태 환경의 싱그랭이 에코 정원, 그리고 마을 주변으로 너른 콩밭이 펼쳐진 완주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 순한 힐링의 시간을 맞이한다.
마을 입구에 들자마자 오래된 노거수가 대뜸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는 듯하다. 500년 넘도록 마을의 수호신으로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다. 나무 그늘 아래엔 마을 어르신들이 한낮 일손을 멈추고 휴식 중이다. 마침 마을에서 만난 홍성태 싱그랭이 영농조합 이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싱그랭이 요동(堯洞)마을은 그 옛날 전라도 지역에서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갈 때 잠시 쉬어가는 길목이었습니다. 장승길 옆으로 서 있는 커다란 시무나무는 표시목으로 20리마다 심었는데 완주 고산현이라는 지점에서 딱 8km 지점입니다. 여기에 돌 하나 던져놓고 ‘발병 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면서 나그네가 잠시 쉬었다 떠나는 곳으로, 새 짚신으로 갈아 신고 헤진 짚신 하나 고을 어귀 나무에 걸어놓고 가는 풍습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신거(新巨)렁이 마을이란 이름으로 불렸죠. 그런데 신거마을을 지역 방언 등의 이유로 편안하게 부르는 대로 쓸까 어쩔까 투표를 했어요. 15년 전이죠. 그때 마을 주민들이 정감 있고 부드러운 어감의 싱그랭이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싱그랭이 마을은 사방으로 콩밭이다. 홍성태 이사가 설명을 덧붙인다.
“저기 콩밭에서 새를 지키는 아주머니가 보이네요. 주변의 모든 밭이 콩밭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곳이 산골이잖아요. 천수답이나 관개시설이 안 되어 있어요. 옛날부터 콩 농사를 지었는데 어느 날 수매가 줄고 콩값이 반 토막이 되기도 했고 판로가 마땅치 않았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작게나마 두부 공장을 해보자 의견을 모아 매일 두부 만들어내기에 이른 겁니다. 완주는 로컬 푸드가 유명한데 우리 영농조합의 두부를 많이 좋아하십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콩밭식당은 환경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조법으로 재배한 두부 요리 전문점이다. 천연 간수를 사용해 조금 거친 듯 고소한 두부로 만든 들깨순두부와 두부전골 등의 두부 요리가 일품이다. 노포 맛집 느낌의 깊은 맛이 난다. 소박한 밥상인 듯하지만 반찬 하나하나까지 모두 손끝 여문 솜씨로 정갈하고 맛깔나다.
싱그랭이 에코 정원의 자연 생태
마을의 느티나무와 콩밭길을 지나 화암사로 가는 길의 ‘싱그랭이 에코 정원’에서 잠깐 멈췄다. 완주의 생태 활동은 이곳 요동마을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아늑한 산 아래 야생화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싱그랭이 에코 정원 앞마당엔 제철 맞은 꽃들이 지천이다.
마을의 자연 생태와 역사 문화 보존을 위해 마련된 곳, 또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는 싱그랭이 에코 정원은 지속 발전이 가능한 자연을 가꾸어나가기 위한 공간이다. 150여 종의 야생화와 복수초, 댑싸리 등이 자라고 있다. 요동마을이 있는 경천면은 완주의 북쪽 지역인데 복수초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전문성을 지닌 에코 매니저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에 따라 식물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자연과 생태에 관심 있다면 자연 소재를 이용한 석부작(石附作) 만들기 등의 생태 체험도 가능하다.
싱그랭이 에코 정원은 주변 들판과 언덕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자연스럽다. 정원 양옆으로 자리 잡은 두 개의 온실은 천장까지 온통 유리로 둘러싸였다. 자그마한 다육이와 꽃을 피운 화분들, 그리고 풀인 듯 자연스러운 식물들과 다양한 모양의 석부작들이 가득하다. 다른 쪽 공간은 씨를 파종하여 키워내는 육묘장이다. 도심에서 자라는 식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마을 사랑을 실천하는 주민들과 싱그랭이 요동마을 생태활동가의 땀과 노력이 엿보인다. 산골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생명의 신비로움과 자연 사랑을 이곳에서 느껴본다.
“초반엔 여러 가지 종을 키웠는데 이제는 몇 가지로 압축해가려고 합니다. 지금은 다알리아가 꽃을 피웠는데, 서리 내릴 때까지 이어지는 데다 번식력도 좋아 구근을 키워서 심었어요. 또 허브는 수입 희귀종이 많은데, 사실 저쪽 산모퉁이만 돌아가도 많거든요. 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재배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채취 가공하고 방향제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죠. 5년 전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차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늙은 절집, 느린 발걸음으로 화암사
완주의 싱그랭이 마을에 간다면 가장 먼저 화암사 절집을 갈 생각에 설렌다. 싱그랭이 요동마을이 화암사가 있는 불명산 아래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마을을 거쳐야만 갈 수 있다. 화암사는 산속에 숨어 있다고 할 만큼 유난스러움 하나 없이 숲속 깊이 파묻혀 있다. 규모도 소박하다. 단청의 화려함 같은 것도 없다. 수수함에 먼저 마음이 당기는 절집이다.
불명산 화암사에는 신라 왕의 꿈속에서 부처님이 던져준 연꽃으로 딸 연화 공주의 병을 고쳤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그 연꽃이 한겨울 완주 깊은 산봉우리에 피어 있었다고 한다. 불심이 깊어진 왕이 연꽃이 있던 자리에 화암사(花岩寺)라는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바위 위에 꽃이 피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절이다.
싱그랭이 에코 정원에서 마을길을 지나 산을 오르다 보면 가벼운 등산 코스처럼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입구의 연화 공주 정원 숲길은 1km 남짓으로 완만하다. 여기선 느린 발걸음이 어울린다. 산책하듯이 천천히 걷다 보면 불명산 숲길의 운치에 반하고 만다. 좁다란 숲길이 온통 풀섶이거나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해서 밀림인 듯 착각하게 하는 포인트가 간간이 나타난다. 물론 급경사의 험한 코스와 너덜길도 있지만 이럴 땐 수행하듯 조심히 걸으면 된다. 골짜기의 물소리와 절로 생겨난 작은 폭포를 지나 숲 사이로 화암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끼가 덮인 바위 절벽에 절집이 앉혀 있어서 우선 놀랄 수밖에. 그러나 천천히 돌아보니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잘 늙은 절’이란 말이 떠오른다. 불명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걸린 보물 제662호 누각 우화루 누마루에 걸린 목어의 나무 질이 한참 나이 먹어 잘 늙은 절과 제대로 어우러진다. 절 마당을 중심으로 자리한 극락전, 적묵당, 우화루가 기품 있다. 고적하기만 한 누마루 너머 틈으로 푸르른 신록을 내다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바랄 게 무언가 싶은 순간이다. 우리나라 단 하나뿐인 아앙식 구조 건물 극락전 뜰에 털썩 걸터앉아 숲에 파묻힌 화암사를 내다보니 “아, 좋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온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화암사, 내 사랑’이란 시에서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하면서 끝을 맺는다.
여행 정보
싱그랭이 요동마을 전북 완주군 경천면 경가천길 377/ 지번 가천리 892
싱그랭이 에코 정원 전북 완주군 경천면 경가천길 474
불명산 화암사 전북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길 271/ 지번 가천리 1078
전 세계가 빠르게 고령화 되어가는 가운데, 노인의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령친화도시’ 조성이 꼽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도시화 추세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WHO에서는 고령친화도시에 대해서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평생을 살고 싶은 도시에서 활력 있고 건강한 고령기를 위하여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 47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회원 인증은 WHO가 정해놓은 8대 영역에 적합해야 받을 수 있다. 8대 영역은 △외부환경과 시설 △교통수단 편의성 △주거환경 안정성 △여가 및 사회활동 △사회참여 및 일자리 △사회적 존중 및 통합 △의사소통 및 정보 △건강 및 지역사회 돌봄이다.
2023년 5월 기준 전 세계 51개국, 1455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대표적인 고령친화도시로 미국 뉴욕, 일본 아키타 시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47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가입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첫 번째로 가입한 서울시가 롤모델로 통한다.
서울시는 고령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일찌감치 고령친화도시 조성에 관심을 뒀다. 2010년 노인 실태·욕구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과제를 개발하고, 노인복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2013년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서울시의 고령친화도시 핵심 내용은 고령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며,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가입한 부산광역시는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도시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프랑스 파리처럼 ‘15분 도시’ 개념을 도입했다.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에 출퇴근과 의료 상업 등 일상생활이 모두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15분 도시와 연계해 노인을 위한 모임 공간 하하(HAHA)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17년 도 단위 최초로 가입한 제주도는 사람 중심, 상생·통합, 네트워크, 행복 등 4가지를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국가 지원 필요” 의견도
표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의 고령친화도시 비전 대부분은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도시’이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고령친화도시 1기, 2기 계획을 실행한 뒤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WHO의 8대 영역이 기준이다 보니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 과정 등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각 도시마다 10~20%의 차별성도 존재한다.
현재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전라북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전라북도는 식품산업 중심지로서 고령친화식품 육성에 주력한다. 고령친화 은퇴자 체류 도시 모색 계획도 세웠다. 자연환경 자원이 우수하고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해 은퇴자 체류 도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자체별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법률상 마련돼 있지 않아서 예산 등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위원은 국가가 고령친화도시를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최연숙 의원은 “세계 주요 도시들이 고령층의 활력 있는 노후생활을 위해 각종 시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령친화도시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3개에 불과하다”며 “고령화 시대에 국가가 노인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알려지며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보편적 설계’라고 하는데, 이 개념은 교육 분야에도 도입됐다. 바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을 특수교육에 몸담아온 이한우(56)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이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과도 같다.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연령별 장애 분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49.9%로 절반에 달했다. 2008년(36.1%) 이래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며, 75세 이상 초고령 장애인의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40세 이상은 88.1%로,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중장년임을 알 수 있다. 고령화에 따라 중장년 장애 인구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령자는 시력·청력·인지력 등의 감퇴를 겪기에 장애 등록 여부를 떠나 불편을 호소하며, 돌봄과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한다. 역으로 장애 학생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장애 학생과 노인을 위한 지원책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장애 학생에게 유용한 서비스는 노년층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TV 리모컨만 해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꼭 필요하지만 이젠 다들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잖아요. 거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직접 TV 모니터의 전원을 누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휠체어 이동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면을 설치한다고 불편해지는 게 있나요? 그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관련 서비스는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죠. 혹여 사고로 또는 나이가 들어 장애를 겪게 된다면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고요. 통계를 보면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 중 후자가 90% 이상입니다. 건강하다고 해서 등한시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도 여전히 이러한 지원을 장애인을 위한 혜택처럼 여겨 반대하거나 불필요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애 학생 위한 콘텐츠, 고령자에도 효과적
올해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특수교육원도 이에 발맞춰 디지털 기반 장애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팬데믹 시기에 구축했던 클라우드 기반 장애 학생 원격교육 플랫폼 기능을 개선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면 확대·대체 텍스트,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쉬운 화면 조작,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단순화 등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한우 원장은 이러한 기술이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최근 북유럽에서는 사회 서비스 패러다임이 ICT 기반으로 급변하면서 복지 기술(Welfare Technology)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립자조, 사회적 네트워크, 건강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을 아우르는 복지 기술은 장애 학생과 고령층 모두에게 편리하게 활용 가능하죠.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원에서 개발한 플랫폼 설계 원리가 노년층을 위한 웹사이트 구축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봐요.”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도 그중 하나인데, 이 원장은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받은 자료라고 덧붙였다.
“하루는 햄버거를 사러 갔는데, 주문을 받지 않는 거예요. 봤더니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가 있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나서 우리 원에서 비대면 무인서비스 확대에 따라 선제적으로 개발했던 장애학생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한번 같은 콘텐츠로 학습해보기로 했죠. 시니어인 제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잘 설명돼 있었어요. 올해는 SK텔레콤에서 협력 사업으로 서울, 경기 특수교육기관에 강사와 무인정보단말기를 제공해 준 덕분에 학생들이 직접 우리 원이 개발한 콘텐츠를 실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교실에서 PC나 모바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실제와 유사한 무인정보단말기로 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이 우리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제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자신 있습니다.(웃음)”
일찍이 이 원장은 해당 콘텐츠가 노인층에도 보급할 만한 유용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시니어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단다.
“강사분들 반응이 뜨거웠어요.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죠. 막연히 도움이 되리라 여겼지만, 현실적으로도 활용도 높은 콘텐츠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게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장애학생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 에듀에이블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니 시니어 대상 디지털 교육 등에 널리 쓰였으면 합니다.”
장애 자녀도 언젠가는 자립해야
최근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보도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같은 처지인 장애 자녀 부모들은 안쓰러움을 표하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토로했다. 보통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양육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이들 부모의 사정은 좀 다르다. 때문에 자신의 노후에 대한 막막함과 더불어 성인기 자녀에 대한 미래도 막연해하곤 한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아는 이 원장 역시 보탬이 될 만한 지원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지만 장애 자녀를 오랜 기간 보살피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최근 성인기 장애 자녀를 둔 중장년 부모를 대상으로 필요한 지원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 각 연령대에 필요한 실제적인 정보 제공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및 기관 확대 등을 원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장애가 심한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학령기에 습득한 기능조차 유지 못하고 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이정표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리 원에서는 ‘온맘’(장애 자녀 부모지원 종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맘 사이트에는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장애 자녀의 전 생애에 걸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그밖에 2018년에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개원해, 장애인 평생교육 사업도 본격 추진 중이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국립특수교육원과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만 19세 이상 장애인 학습자 2550명에게 1인당 35만 원의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바우처)’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한다. 이 원장은 일련의 사업 진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장애 학생의 평생학습을 꿈꾸며, 이를 실현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매개체가 되리라 내다봤다.
“통계를 보면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0.9%로, 비장애인의 참여율(40%)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학습의 의미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죠. 그런 가운데 장애인 평생학습 분야에서 ICT 기술이 도움을 줄 부분은 무궁무진합니다. 기존 교육에서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주는 것만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 간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학습자를 위한 챗봇, 지체장애 학습자를 위한 메타버스 아바타 등 ICT 기술은 장애인의 사고와 경험을 확장해줍니다.”
AI 보조교사 등장, 그럼에도 필요한 건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을 맞으며 교육 분야에도 ICT 기술이 빠르게 침투했다. 최근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원장은 1990년대 특수교사 시절부터 디지털을 접목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단다. 덕분에 2020년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요즘에 코로나 학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코로나 원장입니다.(웃음) 취임했을 당시 코로나 상황이었던지라 대응과 후속 조치 준비에 온 힘을 다했죠. 코로나 시기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과 달리 ‘우선 등교’ 대상이었다는 것 아시나요? 방역 업무와 더불어 장애 학생의 배움을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셨습니다. 가정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죠. 무엇보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려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나섰잖아요. 다들 애쓰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선생님의 목소리, 학부모의 요구, 학생들의 눈높이를 헤아리며 현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보니,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모든 특수교육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해졌습니다.”
디지털 패러다임 속 이 원장의 ‘특수교육 가족’이라는 표현이 유독 살갑게 느껴졌다. 챗GPT 등의 출현으로 AI 보조교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교육만큼은 사람 간의 유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6월 교육부에서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별 맞춤형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AI 엔지니어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AI는 수업 과정에 최적화된 교수 학습자료를 검색해 학생 수준에 적절하도록 조합하고 반복적인 평가를 대행하는 역할 수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의 개별 요구에 정교하게 반응하는 교수 역량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특수교사만의 고유 전문성입니다. AI가 잘하는 부분은 도움을 받으면서 교사는 개별 요구를 반영한 수업 기획, 학생의 사회성 제고, 정서 관리,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AI 보조교사와 잘 협업할 수 있다면 지금은 불가능했던 교육의 영역도 구현해내는 멋진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짙다. 파크골프도 마찬가지다. 치솟는 인기만큼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분별한 시설 확충, 환경 파괴, 공공 부지의 사유화, 일부 단체 및 동호인의 폐쇄성 등 온갖 문제 집합소처럼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결은 어떨까? 지금부터 그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번 봐보세요. 다 밀려 있잖아요? 한 홀에 한 팀씩 배정되면 딱 좋아요. 그러니까 72명이 정원인 거예요. 그런데 지금 120명 넘게 라운드하고 있어요. 인원이 오버돼도 너무 오버됐어요. 말 그대로 포화 상태예요.”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C씨가 가리키는 곳마다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는 회원으로 가득했다. 치는 팀, 벤치에 앉아 대기하는 팀, 그 뒤에 서 있는 팀. 골프채를 짚고 연신 땀을 훔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사람에 치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수도권 내 다른 파크골프장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최근 들어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7월 들어 대기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규 회원이 엄청 늘었어요. 경쟁률이 4대1까지 된다고 합니다. 원래 신규 회원들은 기존 클럽으로 배정돼요. 그런데 기존 클럽도 회원이 넘쳐서 아예 신규 클럽을 개설했고, 그 클럽이 7월부터 배정됐어요. 오면 기본적으로 27홀, 최대 36홀까지 쳤는데, 이제 3시간 동안 겨우 18홀 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최근 몇 년 사이 파크골프 회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년 대비 회원 증가율은 평균 42.7%에 달한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66%의 회원이 신규 등록을 마쳤다. 그 속도에 파크골프장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2022년 9월 기준 361개로 250여 개 수준에 머물렀던 2020년 대비 100개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매년 10~2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오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으니까 한 번 라운드하려면 전쟁이 나는 겁니다. 파크골퍼들이 최근처럼 늘기 전에는 원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젠 현실적으로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자연스럽게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PC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들은 아들, 딸 다 모여서 예약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멀리 갈 것 없다. 7월 초 영등포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전 타임 예약 완료’가 일찌감치 떠 있었다.
예약 실패담 없는 회원은 없다. 회원 C씨는 “1분 이내에 다 나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430여 명 됩니다. 그런데도 눈 깜짝할 새에 예약이 끝나요. 혹시 더 칠 수 있을까 해서 일반부 예약을 시도했는데 엄청나게 어려웠습니다. 빨리 눌러야 하는데 우린 순발력이 없잖아요!”
회원 A씨는 인터넷 예약제 회의론자가 됐다. “우리 세대는 인터넷 예약을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웃음) 실제로 신규 회원 교육 때 예약하는 법을 배워요. 하지만 실전에선 안 되는 걸 어떡합니까? 조금만 버벅대도 예약 끝입니다. 시간 되자마자 눌러야 하는데 그게 나이 들면 잘 안 돼요. 인터넷 시대니까 최적의 방법이라고 하겠지만, 우리한테는 여전히 장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날로그 방식도 답은 아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은 당일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는데, ‘운동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2시간 기다려서 번호표를 받을 수 있을 때 이야기다. 타임별 정원(100명)이 초과되면 채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귀가해야 한다.
시설 관리 주체를 둘러싼 갈등은 그 연장선상의 문제다. 현재 파크골프장은 지역 협회나 동호회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단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양립하고 있다. 무질서한 사용을 막기 위해 제힘으로 돌보겠다는 게 파크골퍼들의 입장이다. 때마침 라운드를 마치고 ‘봉사’ 목걸이를 건 ‘사랑클럽’ 회원 A씨는 “자체적으로 하는 일”이라며 바람에 휘날리는 쓰레기를 휙 낚아챘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 주의 주는 일, 명찰 부착하도록 하는 일 등을 하며 원활한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누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해야지. 잔디 관리도 합니다. 호미나 낫이 다 구비돼 있습니다. 회원들은 파크골프장을 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약은 일체 치지 않고, 쭈그려 앉아서 우리 손으로 잡초를 뽑습니다. 애정이 남달라요.”
남다른 애정 또는 일부 빗나간 애정은 공공체육시설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 결국 공단이 관리를 맡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고려해 온라인 예약, 선착순 대기표 발급 등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면 다시 문제는 쳇바퀴를 돈다. 이때 공적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는 덤이다.
이쯤 되면 답은 파크골프장 증설밖에 없어 보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오히려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일부 지자체는 수요를 따라잡겠다며 행정 절차를 위반하고 시설을 건설하거나 확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국가 하천 구역 내 파크골프장 전수조사 결과, 전체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이었다. 불법 파크골프장 40곳은 환경당국에 하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으로 골프장을 넓힌 경우였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영등포 파크골프장은 코스 정비까지 마쳤지만 환경청 허가가 나지 않아 추가 개장이 보류됐다. 경북 경산시의 남천둔치 파크골프장 9홀 추가 증설 계획은 시민 반대에 막혀 백지화됐다. 울산 울주군의 청량천 일대 파크골프장에선 시설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이용객과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 의견이 충돌했다. 멸종 위기종인 수달과 삵, 맹꽁이를 비롯해 200여 종의 동식물이 사는 달성습지를 인근에 둔 대구 고령군 일대 파크골프장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시작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런 예를 더 나열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뾰족한 답은 없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2023년 5월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23호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파크골프 참여자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지역별로 편차는 있으나 현재의 시설 공급 수준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원인을 콕 짚으면서도 “파크골프의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지만, 무분별한 시설 확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한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해결책을 내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비도시 지역은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의 ‘모색’이란 단어 자체가 그렇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어쩐지 ‘사랑클럽’ 회원 C씨의 말이 뼈 있게 들린다. “7월 한 달 동안 우리 클럽은 배정을 14번 받았습니다. 행사가 많았던 5, 6월과 비교하면 횟수는 늘었어요. 그럼 뭐해요? 안 돌아가는데? 배정 횟수를 줄이더라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비가 내린다. 비는 감정의 농도와 온도를 높여준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며 억눌렸던 감정을 해방시킨다. 그렇다면 비 내리는 날에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 남원 광한루원(廣寒樓苑)에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 사람이 거의 없어 적적하다. 비는 쉼 없이 내려 풍경을 변주한다. 미인은 주렴 사이로 보라 했던가. 그래야 운치가 돋는다 했다. 미인뿐이랴. 주렴처럼 드리워지는 빗발 사이로 보이는 광한루원의 풍경 역시 맑은 날과 달라 오히려 이색 정취를 자아낸다. 비에 흥건히 젖은 누정과 수목의 표정을 주시할 만하다. 육안보다 심안으로 봐야 할 것만 같은 내향성이 서려 있다.
광한루원은 남원시의 자랑거리이자 관광명소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유명해진 건 광한루원이 고전소설 ‘춘향전’의 무대로 등장해서다. 사람들은 흔히 광한루원과 ‘춘향전’을 동격쯤으로 여긴다. 그래 광한루원에 와서 춘향과 이몽룡이 남긴 열애의 행적을 더듬는다. 그러나 광한루원의 본질은 ‘춘향전’과 무관하다. ‘춘향전’의 한 배경 장소로 쓰였을 뿐, 본래 조선 중기에 지어진 원림(園林)의 귀감이라는 데에 광한루원의 정체성이 있다.
사실관계가 그러하지만 흔히 간과한다. 광한루원에 와서 원림에 꾹 방점을 찍고 답사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대부분 춘향의 상열지사를 염두에 두고 풍경을 바라본다. 유심히 살펴보고 감흥을 즐길 만한 조선 원림이 엄연히 이곳에 있으나 ‘춘향전’을 표상하는 구조물들이 혼재해 정작 또렷이 인식하지 못한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관점의 조절이 필요할 텐데, 관광 소재로 들어앉은 시설물들을 시야에서 걷어낸 셈치고 원림 풍경을 바라보는 게 좋겠다. 그게 광한루원을 담뿍 마음에 담는 방법일 테다.
광한루원은 관아가 주도해 지은 관아 원림이다. 관아 원림이란 고을의 관원이나 시인 묵객들이 연회와 풍류를 즐긴 야외 정원이다. 광한루원은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그 일원에 조영된 원림을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이다. 광한루의 스케일은 매우 웅장하다. 위엄이 넘친다. 상징과 지향을 담은 사물들의 디테일로 아름답기도 하다. 정원과 연못 역시 호방하고 수려하다.
광한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된 팔작지붕 형태의 누각이다. 남쪽에서는 간결한 구조로 보이지만, 북쪽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장식적인 외관에 눈길이 쏠린다. 거기에 세 겹의 작은 지붕 아래로 층계를 설치한 회랑이 있어서다. 월랑(月廊)이라 부르는 묘한 구조물이다. 이걸 조성한 이유가 있다. 광한루는 초창 이후 중수를 거듭했다. 그 와중에 정자의 총량이 너무 과중해 북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했는데, 이 난처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계단이 있는 회랑을 덧대어 지지대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여느 정자에서 볼 수 없는 기묘한 형태미와 기능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같은 건축적 개성과 위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한루엔 당대 문호들이 쓴 시문 편액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멋들어진 정자가 있으니 드나든 시인이 한둘이었으랴. 여기에서 붓에 먹을 적신 묵객이 한둘이었으랴. 호남을 지나는 선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다고 한다. 지리산 솔바람이 드나드는 정자 마루에선 청담(淸淡)이 자주 오갔으리라. 끽다와 음풍영월이 있는 풍류도 다반사였을 테고. 조선의 문인 임제가 광한루에 올랐을 때엔 매화라도 피었나? 매화 가지에 달이라도 걸렸나? 반쯤은 취하고 반쯤은 깬 채 밤이 깊어졌다고, 함께 노닌 사람과 헤어질 땐 꽃이 지더라고, 임제는 그렇게 시로 노래했다.
광한루는 세종의 총예를 받았던 명재상 황희가 남원에서 유배를 살 때 지은 작은 누각 광통루에서 유래했다. 광한루라는 이름은 1444년 전라감사 정인지가 “아하, 여기가 바로 달나라의 미인 항아가 산다는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로다!”라고 찬탄한 데에서 비롯됐다. 정인지가 괜히 달나라 운운한 게 아니다. 광한루가 애초 월궁(月宮)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지어졌으니까. 즉 광한루는 천상의 궁궐인 셈이다. 옛사람들은 상상력을 발동해 결국 천상계를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천상에 모래알처럼 무수히 뿌려진 것은 별인데, 광한루 전면의 넓고 유려한 연못이 바로 은하수를 상징한다. 연못 가운데엔 섬 세 개를 만들어 삼신산을 표상했다. 광한루원의 기저엔 이렇게 신선 사상이 깔려 있다. 도교, 유교, 음양론, 풍수지리 등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상징 구조들로 어우러져 있다. 안팎이 두루 광활한 세계관으로 상통하는 원림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앞줄에 설 조선 정원이다.
신선을 마음에 들여놓고
다시 빗속을 운전해 정자를 찾아간다. 지리산 기슭,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 있는 퇴수정(退修亭)이다. 매천 박치기(梅川 朴致箕, 1825~1907)가 1870년에 지은 누정이다. 그는 토목건축을 관장하는 벼슬살이를 하다 은퇴하고 여기 후미진 산골짝에 은거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은 결국 자연으로 흘러가는가? 퇴직 뒤엔 정해진 순서처럼 산림에 여생을 의탁했던 선인들의 유전자가 후세까지 이어지나? 박치기의 고향은 함양군 안의면이다. 그러나 퇴직 후엔 고향을 떠나 이곳에 터를 잡았다. 왜 그랬는지는 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박치기가 지은 퇴수정의 모습이 그의 선조 박명부가 안의면 화림동 계곡에 지은 농월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닮아 흥미롭다. 경치 좋은 냇가에 지은 정자라는 점에서도 퇴수정과 농월정은 유사하다. 경관을 보는 취향과 정자를 짓는 경향에 집안 내림이라는 게 있지 않았나 싶다.
박치기는 널리 이름난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근사한 정자를 지어 한몫 단단히 했다. 그의 전공이 건축이었으니 퇴수정에서 구현된 건축 미학의 완성도를 보지 않고도 가늠할 만하지만, 실제 이 정자는 빼어나 인상적이다. 당대 누정 건축의 첨단 기술력으로 빚어낸 작품일 수도 있다. 명품 정자라 추켜세우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정자의 규모는 작아서 소박미가 물씬하고, 흠결 없는 비례로 조화롭다. 은근한 세련미로 우아하기까지 하다.
퇴수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집이다. 주목할 만한 요소가 많은 정자다. 가령 배흘림기둥을 구사해 시각적 안정감을 부여했다. 조선시대에 일반적이었던 막돌 초석 대신 사각 다듬돌을 놓은 것도 당시로선 획기적인 건축 공법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뚜렷한 특징을 꼽자면 훤칠한 냇물과 동행하는 정자라는 점이다. 지리산에서 굴러 나온 계류가 정자의 코앞을 흘러가는 게 아닌가. 기기묘묘한 물가의 암반들과 물속의 바위들까지 퇴수정의 동아리로 삼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숲과 물 사이에 들어앉은 정자다. 자연과 긴밀하게 얽힌 집이다. 박치기의 생리는 초야를 닮아 거친 나물밥만으로도 자족했다. 퇴수정 마루에 올라서는 곧잘 객과 더불어 술과 거문고를 즐겼다지. 그는 신선을 닮고 싶어 산수에 묻혀 산 인물이다. 속세의 질서와 규율에 속박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마음 안에 신선을 들여놓고 자연에서 노닐 경우엔 경지가 달라진다. 신선을 흠모한다는 건 이미 도(道)에 밝다는 뜻일 테니까.
김주완 남원문화원장
“남원 문화의 성장 지리산의 영향력 덕분”
예로부터 남원을 일컬어 ‘천부지지(天府之地) 옥야백리(沃野百里)의 고을’이라 했다. 하늘이 내린 땅이며, 비옥한 들판이 펼쳐지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저 옛날의 농경사회 시절, 땅에서 나오는 생산물이 풍부해 의식주가 넉넉할 경우엔 문화마저 덩달아 융성했다. 남원이 딱 그랬다. 농업이 발달한 덕분에 향토 문화가 꽃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현대에까지 상속된 유형・무형의 문화자산이 수두룩한데, 이를 견인차로 삼아 남원은 문화 관광도시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김주완 남원문화원장의 얘기는 이렇다.
“농업경제의 힘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먹고사는 게 무난해 예술이 발흥한 거다. 삼국시대부터 남원이 교통의 요충이었다는 점도 문화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교통로를 통한 인적・물적 교류는 물론, 외부의 다양한 문화 유입이 활발했으니까.”
남원은 지리산 자락에 있다. 지리산이 남원 문화에 미친 영향도 클 것 같다.
“남원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어머니 산’이다. 삶의 희망과 안식을 지리산을 통해 얻으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원의 문화예술 역시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성장했다고 본다. 남성적인 판소리 동편제를 완성한 가왕 송흥록의 성취는 지리산이 주는 정신적 영향력에 의해 가능하기도 했다. 남원은 문학의 요람이다. 고전소설 ‘춘향전’과 ‘흥부전’의 무대이자 발상지이며,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남원 사람이다. 이 모든 문학적 성장의 뿌리 역시 지리산에 있다고 생각한다.”
6년째 남원문화원을 이끌고 있다. 그간에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면?
“큰 성과 하나를 소개하겠다. 과거 정유재란 때 남원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베 짜는 소녀가 있었는데, 우리 문화원은 이 소녀의 스토리를 전해 듣고 전말기를 조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조사단을 꾸려 일본 현지를 찾아가 여러 기록을 뒤지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마침내 영상 다큐에 모든 걸 담을 수 있었다.”
매우 뜻깊은 발굴 사업을 성공시킨 셈이다. 소녀는 포로로 끌려갔으나 좌절하지 않고 굳세게 일어섰던 것 같다. 자신이 지닌 직조(織造) 재능을 일본 지역민들에게 전수해 직조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게 아닌가. 소녀의 사후, 일본인들은 존경하는 마음을 내어 추모비를 세웠다 한다.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녀의 명민한 자질에 감동할 수밖에.
소녀 관련 발굴 자료들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다큐 상영은 물론, 그림책으로 만들어 널리 보급할 계획이다. 연극이나 창극, 혹은 소설로 가공할 수 있는 콘텐츠도 개발할 것이다.”
문화원마다 지역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문화원의 사업과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 개발에 고심하는 것 같다. 이 문제엔 어떤 기법이 필요하다 보나?
“외부에서는 문화원이 주민들의 참여나 관심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이미 가까이에 있다고 본다. 미진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우리는 ‘열린 문화원’을 지향한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기 위해, 문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부터 법을 제정하여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실시한 지 18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를 막을 수 없었다.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고령자를 위한 의료복지나 출생 촉진을 위한 좋은 육아 환경 마련은 아직 멀었다.
2023년부터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초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법들이 시행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은 인구 감소 지역 89곳을 지정하여 전국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외지인의 기부를 유치하여 지역을 살리고자 한다.
수도권 인구가 2000만 명이고 비수도권에 3000만 명이 사는 이 나라에서 포화 상태의 수도권과 과소 상태의 비수도권 지역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포화와 과소 상태라면 적절한 규모는 몇 명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가 연구하러 다니는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 10만 명이 채 안 되는 곳이다. 대도시는 청년 비율이 30% 넘는 곳도 많지만 5%도 안 되는 지역을 많이 보았다.
모두가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몇 명이 되면 살기 좋아질까요?”라고 물어보면 이내 함구하고 만다. 무의식적으로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포화 상태의 수도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에 이르러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많은 기회와 자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모두에게 합당하게 배분되어 다들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일본 소도시의 적소 개념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과소(過疎)는 ① 너무 성김 ② 어떤 지역의 인구 등이 너무 적음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② 어떤 지역의 인구 등이 너무 적음에 더하여 이로부터 파생되는 정치·경제·사회 문제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과소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적소(適疎)라는 말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 히가시카와(東川)에서 20년 동안 다섯 번 연임 정장(町長, 우리나라로 치면 면장 정도)을 한 마쓰오카 이치로(松岡市) 씨가 제안하여 마을의 기본 방침으로 정한 개념이다.
히가시카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번역된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는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이 도시에 외국인이 500명이 넘고, 그들은 노동자라기보다는 일본 최초의 공립일본어학교 학생들이다. 연간 인구가 40명씩 증가하고, 그 증가세가 25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영월군과 자매도시다. 홋카이도에서 제일 높은 다이세쓰산의 눈 녹은 물 덕택에 일본 유일의 수도세 무료 지역이다.
임산부에게 청소 지원과 점심 택배 서비스를 하고, 엄마·아빠도 이용할 수 있는 육아카페 쿠폰을 제공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새긴 의자를 선물하면서 ‘네가 이 지역을 떠나더라도 네 자리는 언제나 이 지역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너의 의자’ 사업을 진행한다. 교육 환경은 넉넉하기에 초등학교는 개방형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마을 전체가 평지여서 다니기도 편하고, 마을 한가운데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이 위치해 다이세쓰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많이 들르는 인기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적소 개념을 도입하며 1985년부터 시작한 사업은 ‘사진 마을’이다. 사진기를 특산품으로 제작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진 찍기 좋은 경관 만들기, 사진 찍기 좋은 사람 만들기, 사진 찍기 좋은 물건 만들기가 핵심이다. 사진 찍기 좋은 예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이주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라 이주자의 주거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사진 찍기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주민이 항상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진 찍기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목공과 디자인에 공을 들여 수준 높은 목가공품이 넘쳐나는 마을이 되었다. 40년 역사를 지닌 ‘국제사진 페스티벌’에 참여한 중고생들이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사진 찍기를 요청하면 주민들이 기꺼이 환대하는 놀라운 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1지자체 1특산품을 경쟁하는 시대에 과감하게 ‘문화’를 상품으로 내걸고 마을 전체를 여유롭고 살기 좋으면서 돈도 버는 마을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여유다
사람, 문화, 자연이 넉넉하게 어우러진 적소 상태는 이를테면 ‘적절하게 성근 상태’다.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쓸쓸하지도 않으며 딱 살기 좋은, 여유 있고 안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모두가 꿈꾸는 상태일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살기 좋은 지역은 몇 명이 사는 지역인가. 그 답은 ‘몇 명’이 아니다. 인구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인구의 어떤 만족을 유도할 것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삶의 터전에서 바라는 것은 적절한 여유와 그로 인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토탈 케어 플랫폼 케어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고급 시니어타운인 삼성노블카운티에 방문요양돌봄센터를 오픈했다.
새롭게 오픈하는 방문요양돌봄센터 노블카운티점은 입주민을 대상으로 돌봄부터 요양까지 맞춤형 돌봄 및 생활 서비스를 선보인다. 센터 내에는 다년간의 시니어 돌봄서비스 경험을 보유한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입주 어르신들의 컨디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상시로 대응한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핵심으로 간병 서비스, 홈케어 서비스 및 병원 동행, 방문요양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시니어타운에 위치한 요양시설 내 간병은 물론 자택 간병, 요양까지 필요에 따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요양 급여 및 비급여 대상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운영 모델도 적용한다. 자택 간병은 간병 수준에 맞춘 가격대로 세분화할 수 있으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의 경우 수가 적용을 통한 방문요양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케어닥의 방문요양돌봄센터는 2022년 4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케어닥은 지난해 동백 스프링카운티 자이 실버타운 내 ‘라이프케어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이번 방문요양돌봄센터 삼성노블카운티점 입점을 계기로 국내 시니어타운별 특징에 맞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문연걸 케어닥 장기요양사업부 이사는 “실버타운을 비롯한 다양한 시니어 주거 복지 시설 내 고도화된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더욱 나은 시니어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케어닥은 커뮤니티케어 및 자연스러운 AIP(지역사회 계속 거주,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어닥은 시니어 주거 복지 시장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시니어 주거 상품 개발 및 관련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거형 하이엔드 요양시설 브랜드 ‘케어닥 케어홈’을 선보였으며, 올 7월에는 종합건축사사무소 선엔지니어링과 도심형 시니어타운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생의 반이 흘러서 마음이 촉박하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막막한 중년들이 있다. 자식이나 부모를 돌보느라 또는 너무 바쁘게만 살아서 스스로가 없어진 기분이 드는 경우도 많다. 고민이 쌓이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독서치료와 문학치료가 그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거나 괜한 걱정을 끼칠까 봐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가. 보건복지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60~69세의 우울증 경험률은 전 연령에서 세 번째로 높은 11.9%를 차지했고, 70세 이상은 13.6%로 가장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님을 입증하는 셈이다. 현재 마음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해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방법이 있다. 인식이 좋아지는 추세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할 다른 상담소를 찾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독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중년이 많아지고 있다.
내담자가 받는 독서치료 과정
독서치료는 소설, 에세이,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사용해 상담을 진행한다. 책뿐만 아니라 시청각 자료를 쓸 때도 있다고 하는데, 문맹인 노인이 쉽게 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래를 사용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독서치료사는 내담자의 고민과 상황을 들은 후 그에 맞는 책을 선정한다. 처음부터 책으로 바로 접근하는 건 아니다. 이동희 예담상담심리연구소 소장은 “당일에 충분한 시간 동안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책을 떠올립니다. 그다음에는 내담자에게 상담 날짜 전까지 해당 책을 읽어오라고 말씀드리죠”라고 말했다.
상담 당일에는 내담자와의 대화로 상태를 파악하고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묻는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통해 내담자의 속마음에 있는 현재 상황을 살핀다.
이동희 소장은 “책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내담자는 책에 관해 얘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책을 통해 힘든 마음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죠. 독서치료는 일반적인 독서와 다르게 독서치료사가 내담자의 엉킨 실타래 같은 마음을 정확히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책을 이용한 심리상담이기 때문에 딱딱하게 진단받는 느낌이 덜하다. 책의 결말에 다다르면 내담자에게 등장인물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혹은 변화를 줄 것인지 질문을 하면서 내담자의 새로운 생각을 이끈다.
이동희 소장은 독서치료를 받은 내담자에 대해 “연구소에 적게는 일곱 살부터 많으면 일흔셋의 어르신까지 찾아와요. 특히 중장년층도 많이 찾고 있는데 엄마로 살다가 내가 없어진 느낌을 받은 주부, 미혼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외로움을 느낀 중년 등 다양하죠. 독서치료를 통해 다들 새로운 계획에 도전하거나 마음이 성장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림책과 설화로 상담받는 중년들
긴 글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상담사에게 그림책이나 단편소설 등의 짧은 글을 요청하면 내담자는 독서치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림책으로 상담하는 조난영 휴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은 중장년층 내담자가 처음에는 그림책 치료를 꺼렸다고 얘기했다.
“그림책은 애들이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동화책의 주 독자층은 어린이지만 그림책은 전 연령이 포함되거든요. 사실 다른 개념입니다. 글보다 그림 비중이 많아서 내담자가 책을 미리 읽고 오지 않아도 돼요. 내담자의 출석률이 좋은 편이죠.”
상담사는 그림책을 구연하듯 읽기도 하는데, 내담자가 부담을 갖지 않고 상상력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옛이야기인 설화를 이용한 문학치료도 쓰이고 있다. 설화는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학이며, 그 속의 지혜가 고민을 해소하기도 한다. 배진형 상담연구소 마음이야기공방 소장은 “‘떠나보내기’, ‘부모 돌보기’ 등의 중년기 발달 과업과 관련하여 설화를 선정한다”라고 말했다. 설화는 현대소설만큼 세세하지 않기 때문에 빈틈이 있다. ‘이야기 만들기’라는 문학치료 과정에서 그 빈틈을 채우며 내용을 재구성한다. 배진형 소장은 그 과정에 대해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죠”라고 덧붙였다.
2014년,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떠들썩했다. 외부 인사가 아니라 연구직 공무원이 국립수목원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역사를 그려온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이야기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 여학생이라고는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혼자였다. 그저 막연하게 누구나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식물’이었을까.
내 삶은 ‘녹색 우주’
“대문 앞 가장 굵고 오래된, 집의 기둥 같은 단풍나무는 우리 아빠 나무, 동그랗고 아름다웠던 늘 푸른 사철나무는 우리 엄마 나무, 주목 나무는 동생 나무였어요. 저는 맏딸이라 꽃을 맡았어요. 황철쭉이었죠. 어머니가 꽃을 워낙 좋아하셔서 집 안에도 꽃이 많았고, 봄이면 매년 어머니랑 꽃씨를 심었어요.”
이 원장의 가족은 조그마한 정원 한편에 저마다의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 건 어릴 때부터 꽃과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가정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대단한 목표를 가졌던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식물이 좋아 선택한 전공이기에 이 원장은 식물 연구하는 일이 ‘우연이면서도 필연’이라 생각한다고.
그에게 지도교수는 식물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꽃’을 연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식물분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이후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원 임업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국립수목원’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 원장은 식물 분류 및 수목원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식별이 쉬운 나무 도감’,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등 30여 권의 저서와, ‘한국산 조팝나무 속의 분류학적 연구’ 등 100여 편의 논문을 냈다.
1999년에는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 수목원과가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신설되면서 광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했다. 이유미 원장은 수목원 발전의 흐름 속에서 희소멸종위기 식물 보전, 전국 생물 다양성 조사, 국가표준식물명 제정,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 다채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3년 동안 유용식물증식센터를 개원하고, DMZ 자생식물원을 열었다. ‘우리 식물 주권 바로잡기’로 소나무에도 붙어 있던 일본식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어 알렸다. 우리 특산식물 33종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위 있는 보고서 ‘레드 리스트’에 국내 최초로 등재했고, 국내 자생식물 2945종을 망라한 ‘한국 관속식물 분포도’를 발간했다.
“돌아보면 참 놀라워요. 어쩌면 남들이 가는 길을 막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민간이 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은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는 도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그런 일을 찾다 보니 굵직하고 지평을 여는 일들이 된 것 같아요. 수목원이 발전해온 흐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셈이죠.”
이유미 원장은 “내가 평생 몰두하는 일이 자연이라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했다. 자연을 보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매일 다르게 느껴졌단다. 무궁무진함이 담긴 자연과 식물이야말로 그에게는 ‘녹색 우주’라고 했다.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던 이 원장이다. 대학 시절부터 여학생은 혼자라 희귀한 존재 취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제가 ‘최초’라는 말이 좀 많이 붙긴 했죠?(웃음) 남녀 차별이 많던 시절이었고, 필드를 다녀야 하는 일이다 보니 선입견도 많았죠. 직업 특성상 ‘여직원 혼자 보내도 돼?’라는 말이 종종 나오니까요. 하지만 남자도 힘이 센 사람,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 느리게 달리는 사람 정도의 차이를 두려고 하죠. 한창 연구할 때는 ‘여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니지 않도록 ‘여성’을 지우고 ‘전문가’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시간을 다 지내고 보니 오래 일하는 여자가 드문 모양이에요.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할 때는 ‘여성’을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기관장이 되니까 반대로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여성이 가지는 어려움에 대해 선배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됐죠.”
식물과 세상 연결하는 ‘플랫폼’
이유미 원장은 처음 국립수목원장을 맡을 때부터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국립세종수목원으로 온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장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신을 얻게 됐다. 반려식물로 유명한 베고니아를 키우던 배 팀장에게 사계절전시온실의 작은 공간을 내주었더니, 온라인에서 식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안 주임의 활약으로 약 300종의 베고니아 컬렉션을 만들더라는 것.
어느 날 열린 수목원 축제에서는 분야별 식물 덕후 40여 명이 모여 자신의 장을 열더니 그들의 팬들이 새로운 걸 보러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반려식물 축제 마당이 열린 것. 이제는 식물 덕후들이 자발적으로 수목원 내에서 ‘반려식물 상담소’도 운영한다.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광릉숲을 중심으로 한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이렇게 세 개의 국립수목원이 있다. 각 수목원은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을 보전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건 국립수목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죠. 다만 기능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요.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기초 종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드볼트라는 야생식물 종자저장고가 있고,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을 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수목원이죠. 축구장 90개만 한 면적의 논이었던 곳을 가꾸어나가는 거예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보니 정원·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연구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도 국립수목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막연하게 꿈꿨던 일들이 구체화되고 있어요. 훨씬 잘된 것들도 많고요. 수목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들이죠. 보전도 처음 해보고, 기초 연구 틀도 만들고, 정원이라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수목원법이 제정되고, 도심형 수목원까지 왔죠. 이런 것들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꿈꾸고 만들어온 그림에서 파생된 결과예요. 지금도 참 기적 같습니다.”
이유미 원장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도심형 국립수목원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열섬 현상, 미세먼지, 탄소 줄이기, 기온 낮추기 등 식물이 가장 필요한 곳은 역설적으로 도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조금 더 가속화된 반려식물 트렌드가 이를 보여준다. 이 원장은 이제 공존과 생명 순환을 고민한다. 보기 좋게 개량된 야생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매해 버려진다. 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 그동안의 정원이 ‘식물 소비’였다면, 이제는 생명이 순환되도록 할 때다. 자연주의 정원이 유행한 배경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제는 생물 다양성, 다른 생명과의 공존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한국식 정원은 자연을 들여온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야생에 있던 식물들이 공원에 들어와 매해 피고 지려면, 나비나 벌 같은 ‘폴리네이터’가 있어야 하거든요. 꽃을 피웠을 때 수분을 해주어야 할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꿀벌도 사라진다는 말이 종종 들리죠. 다양한 생명이 함께 깃들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되어야겠죠.”
야생의 식물이 우리 곁으로 오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식물로 유명한 식물은 대부분 외국 종이다. 정원과 관련해 화분 같은 소재도 대부분 수입품이다. 이유미 원장은 ‘홍지네고사리’, ‘파초일엽’ 등 우리나라 자생종이 반려식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실험적인 정원’이라는 뜻의 트라이얼 가든(Trial Garden)도 시도한다. 일명 케이테스트 베드(K-Test Bed) 사업이다. 자생식물이나 우리나라 꽃과 나무로 만든 신품종이 정원 소재로 적합한지 시험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민간 육종가들이 연구한 품종들이 꽃 농사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정원식물 전시·품평회는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돼 수출까지 이어지려는 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긴 항해 동안 운반되는 식물을 보관했던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미니 온실처럼 현대식으로 개량해 특허도 냈다. 아직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온실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하나 내었다. 식물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다.
이유미 원장은 “나무를 꼭 친구로 두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존재는 ‘나무’다. “수백 년씩 자라 속이 비어가고 굳어가는 나무들도 봄이면 어김없이 말랑말랑한 새싹을 내놓습니다. 그 새싹이 또 꽃을 피워요. 나이가 들수록 자아가 강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평생 말랑말랑한 느낌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늘 지나다니는 집 앞, 회사 앞에 어떤 나무가 서 있는지 아세요? 혹시 은행나무 꽃을 본 적 있으세요? 가을이 되어 온몸이 노랗게 물들고서야 ‘은행인가 보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나무 안에 삶도 위로도 나의 모든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 아래 멈추어 서서 한번 바라보세요.”
72홀 규모를 자랑하는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는 유럽 최고의 골프 리조트다. 2022년 ‘투데이즈 골퍼’(Today’s Golfer)지는 이곳을 유럽 CC 중 1위, 세계 11위에 선정했다. 2022년 월드골프어워즈에서는 세계 최고의 떠오르는 골프 데스티네이션(World’s Best Emerging Golf Destination 2022)으로 코스타 나바리노를 꼽았다.
그리스는 인구 1030만 명, 면적은 13만 2000㎢로 우리의 1.3배다. 수도는 아테네이고, 화폐는 유로다. 기후는 대륙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가 교차해 나타나며, 그리스인(98%)이 대부분이다. 언어는 그리스어를 사용한다. 종교는 그리스정교(98%), 이슬람교(1%)다. 시차는 우리나라가 6시간 빠르다. 반도인 그리스 본토는 남서쪽은 이오니아해, 남쪽은 지중해, 동쪽은 에게해가 둘러싸고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아테네국제공항에서 남서쪽으로 300km 지점에 위치한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서부의 그리스 메시니아 지역에 위치한 지중해의 여행지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은 지중해 해변 풍경을 자랑하는 이 지역은 4500년의 역사에 의해 형성되었다.
코스타 나바리노 골프 리조트는 그리스 내륙에서 몇 안 되는 골프 코스 4개를 갖춘 곳으로, 최고급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만을 경험하기 위해 그리스에 들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골프 매니지먼트사인 트룬골프(Troon Golf)가 컨설팅 파트너로 나서 유럽 특유의 골프 관광을 체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곳에는 5성급 호텔과 개인용 숙박시설, 4개의 시그니처 골프 코스와 이벤트를 위한 컨벤션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그니처 코스는 사구 코스(The Dunes Course)와 베이 코스(The Bay Course), 국제 올림픽 아카데미 코스(The International Olympic Aca demy Golf Course), 힐스 코스(The Hills Course)로 구성된다.
베이 코스(파71, 5536m/5168m)는 리조트 타입으로 2011년 개장했으며, 카트 필수 이용 코스다. 전설적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가 설계한 이 코스는 전략적인 플레이와 포지셔닝 골프에 약간 더 중점을 둔다.
베이는 올해 만다린 오리엔탈 코스타 나바리노를 맞이할 예정이다. 인근 나바리노 워터프런트 리조트에는 W 코스타 나바리노가 있다.
목가적인 배경은 산기슭을 지나 역사적인 나바리노만을 따라 이어진다. 대부분의 티는 숨 막히는 바다 전망을 제공하고, 코스는 세 개의 다른 자연경관인 시사이드, 협곡, 작은 숲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억에 남는 라운드를 만들어낸다.
베이 코스의 흙막이(지하 건축의 Earth-sheltered) 클럽하우스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2000㎡ 이상의 면적을 가진 클럽하우스는 나바리노만과 울창한 메시니아 지역의 다양한 풍경을 굽어보는 베이 코스의 멋진 경치를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위치에 자리한다.
1번 홀부터 내리막의 멋진 레이아웃과 그린 뒤로 2번 홀과 이오니아해가 펼쳐지면서 시원하고 탁 트인 멋진 배경을 보여준다. 그린 스피드는 11피트에 가깝게 관리해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쉽지 않다.
2번 홀(파3, 148m/139m)은 17번 홀과 더불어 시그니처 홀이다. 오른쪽으로 이오니아해를 따라 멋진 뷰가 이어진다. 불어오는 바람이 문제. 핀의 위치에 관계없이 티 샷을 왼쪽으로 에이밍하는 전략이 필수다.
3번 홀과 4번 홀은 연속 파5 홀이다. 4번 홀 중간에 크리크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리브나무들이 이어져,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뷰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최소 100년 이상 된 올리브나무들로 가득하다. 또한 많은 홀에서 이오니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뷰가 환상적이다.
14번 홀(파4, 291m/282m)은 짧은 파4 홀이지만 티 박스 오른쪽으로 도그레그의 큰 호수가 이어지면서 착시가 일어난다. 현혹되지 말고 멀리 보이는 벙커 좌측을 에이밍해서 티 샷 하지 않으면 물속으로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17번 홀(파4, 280m/262m)은 2번 홀과 더불어 베이 코스의 시그니처 홀이다. 짧은 파4 홀이지만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거대하게 이어지는 이오니아해의 바람은 변수가 아닌 상수이기 때문이다. 페어웨이에서 5m 거리면 바닷물에 적셔볼 수 있다. 뒤로 2번 홀이 이어진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