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는 신중년 구직자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원 중인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의 2021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4차산업혁명과 한국판 뉴딜 시행에 따라 향우 수요가 증가 및 신중년의 재취업 확대가 기대되는 신규 직업 29개가 신규 편성됐다. 새롭게 등장한 신중년 적합직무는 무엇이고 해당 직무 종사자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PART1. 디지털 분야
1) 스마트시티 운영·관리자: 다양한 유형의 전자 데이터를 취합해 스마트시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
2) 스마트팜 운영·관리자: 스마트팜 시설, 시스템 및 환경을 관리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 생산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도록 지도
3) 인공지능학습교육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 처리하며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등을 지원
4) 디지털금융강사: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관련 정보 및 전자상거래 방법 등을 모바일 등을 활용해 교육
5) 스마트공장 운영자: 기획, 생산, 유통, 판매 등 제조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IoT, AI, 빅테이터 등의 기술을 적용해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공장 운영 및 관리
6) SW품질 테스터: 소프트웨어 정식 출시에 앞서 프로그램 테스트 후 문제점 및 보완점 평가
7) 스마트 팩토리 코디네이터: 빅데이터, AI, IoT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 팩토리 설비의 설계 및 구축을 위한 제반 업무 담당
8) 스마트 복지케어 안내사: 사용자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 수집, 임상 분석 등을 통한 개인 대상 맞춤형 복지 안내
PART2. 그린(환경) 분야
9) 신재생에너지차 정비원: 태양광, 수소 연료전지 등 에너지 기술을 접목한 차량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정비 관련 업무 수행
10) 귀농귀촌 전문가: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귀농 전 상담, 교육부터 이후 주거, 일자리, 재무 등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
11) 노후 건축물 에너지 진단 컨설턴트: 노후된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진단 결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분석을 통한 컨설팅
12) 대기환경 시험원: 대기환경 오염원을 테스트해 환경 상태 평가하거나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 예방 및 환경 개선에 필요한 각종 시험 시행
13) 태양광 설치 건설현장 감독: 친환경 에너지 설비인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현장을 총괄, 관리, 감독
14) 실내공기질 관리사: 지하철, 어린이집, 대규모 점포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전문 관리 및 컨설팅
15) 신재생에너지 충전소 운영관리자: 친환경 자동차 충전 인프라(충전소) 전반 운영 및 관리
16) 자연환경해설가: 생태경관보전지역 및 습지보호지역 등 생태우수지역 탐방객 대상 생태해설, 교육 및 탐방 안내
17) 에너지 어드바이저: 에너지 소비 현황 등을 진단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 컨설팅
18) 친환경 유기농 전문가: 친환경 유기농업 교육 및 생산, 유통, 가공 등 관리 업무 수행
19) 나무의사: 수목 진단, 처방 및 예방 등 진료와 치료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
20) 바이오 진단 전문가: 질환 및 건강 관련 신체 지표 등 체외 진단 업무 담당
PART3. 창직 분야
21) 반려동물 미용사: 반려동물의 미용과 청결에 관련된 서비스 제공
22) 방역모니터링 요원 및 방역원: 감염병 등 질병 발생과 전파 과정 감시, 역학조사 및 자료 분석 등 기술지원
23)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건설 재해 분석을 통해 건축물의 시공, 관리상의 위험성을 도출하고 공정별 안전대책 마련 및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
24) 은퇴설계 전문강사: 은퇴 예정자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프로세스에 따라 상담 및 관리
25) 시멘트 광물제품 생산기계 조작원: 석회석이나 석고를 가열하는 소성 작업을 거쳐 각종 시멘트와 석회,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장치를 조작
26) 플라스틱제품 생산기계 조작원: 화합물을 혼합, 합성해 플라스틱 부품 및 제품을 제조하는 기기를 조작
27) 장례지도사: 유족과 장례 정차를 상담하고, 장례용품 준비 및 시신관리, 장례식 주관 등 장례 절차 관리
28) 생애경력 설계사: 구직자, 재직자가 경력을 바탕으로 작업 역량을 분석하고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코치하는 역할
29) 목재가공기계 조작원: 원목 또는 1차 제재한 재목을 절삭, 파쇄하거나 단판, 파쇄된 목재를 접착, 압착해 한판을 제조하는 등 각종 목재 가공 장치를 조작
이들 신규 직무를 포함한 2021년 신중년 적합직무 사업 규모는 5100명이며, 예산은 243억 원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이 고용부가 선정한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는 경우 혜택받을 수 있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 원까지 최대 1년까지 지원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을 원하는 중소·중견 기업은 고용보험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고용복지+센터에 우편, 방문 신청하면 된다.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비움 라이프’의 마지막 글에서는 죽음을 성찰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한다. 8세기 인도의 고승 파트마삼바바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죽음을 준비 한다”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풍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모양이다.
‘액티브’한 죽음을 위해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양준석 연구원은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세상과의 단절로 사람들에게 잊힐 것이라는 불안,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등이다. 양 연구원은 “죽음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계를 직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며 “죽음을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도 당장 3일 뒤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상상해보면 허황된 다짐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며 “같은 이유로 새해에 유언장을 쓰고 한 해의 마지막에 다시 읽어보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웰다잉’(Well-Dying)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맞이하고, 인식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웰다잉 관련 시장 규모가 해외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2020년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관련 담론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생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살고 싶다면, 죽음마저도 ‘액티브’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새해를 맞아 지나온 삶을 톺아보고, 생의 마지막 서류들을 준비해보는 것이 ‘좋은 죽음’의 출발점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서명하기
웰다잉은 연명의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됐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에서 거부해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19세 성인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두는 서류다. 작성을 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방문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찾으면 된다. 비용은 무료다. 만일 기관에서 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작성된 서류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며, 작성자는 언제나 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활용 방법은 환자의 의사 능력에 따라 나뉜다. 의사 능력이 있다면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서류를 조회하고, 환자에게 서류상의 내용이 현시점에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해야 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2018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는 8만 명 남짓이었지만, 2020년 11월 기준 총 74만 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80% 이상이 고령층이다. 아직 전체 인구 대비 등록률은 미미한 편이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성큼 다가온 만큼 앞으로 더욱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 손으로 준비하는 작은 장례식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면서 장례식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간소화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망자를 기리고 애도하는 자리가 유족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장례식장 문화를 보면 상을 당해도 슬퍼할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식장을 알아보고, 부고(訃告) 소식을 알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식이 끝난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가구당 장례 평균 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며, 이 중 식장과 음식 접대비에 드는 비용이 80%에 달했다.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의례’는 부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라고 여긴 조선시대 유교적 풍토의 영향이 크다.
이에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장례를 원하는 이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원하는 장례 의식과 절차를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부고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 및 조화, 음식 대접, 염습·수의·관 선택 여부, 시신 처리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임종 직전 생명 연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장례의향서는 죽은 뒤 떠나는 방식을 정해놓는 서류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의 사전장례의향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수행복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광영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 대표는 “과거에는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혔지만, 요즘에는 영안실에서 시신을 안치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의 관이나 수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장례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 자식들에게 내가 죽으면 장례 절차를 최대한 생략하고 산에다 뿌린 다음 내 생일에 식사나 한 끼 하라고 일러두었다”며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고장이 나면 버리듯 때가 되면 육체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감는 순간까지 유언과 같은 삶을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가족 간의 ‘상속 분쟁’을 방지함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법 제1060조에 따르면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신이 남긴 유언장으로 가족 간 잡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써야 한다.
유언은 크게 자필증서, 녹음, 공증증서, 비밀증서 등 5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다. 자필증서는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종이에 작성하는 유언이다.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더라도 타인이 대신 썼거나,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은 인정받지 못한다.
유언장에는 이름, 날짜, 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어르신들이 유언장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주소를 적지 않는 것”이라며 “아파트 동과 호수까지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언의 법적 효력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유언장이라도, 자신의 삶이 유언과 닮아 있지 않다면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들이 유언의 내용을 지키길 원한다면 타인의 모범이 되고, 유언의 내용에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강 소장은 “본인이 베풀지 않고 살았는데, ‘나누며 살라’는 말을 남기면 자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생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설령 유언장이 없어도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본받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유언장과 일치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62세, 교사로서의 35년 삶을 뒤로하고 명예퇴직 후 시작한 택시 운전. 아내와의 유럽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속쓰림과 몇 번의 토악질 끝에 찾은 응급실에서 시작된 투병생활.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2년간 사투를 벌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갑자기 배의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오늘 예약한 외래 진료를 기다리며 진통제를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더 이상 항암치료는 권해드릴 수 없다며 호스피스 입원에 필요한 진단서를 써준 의사는 외래 진료실을 나설 때까지 끝내 제 눈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예정된 시간까지 이 고통을 견디는 일만 남은 걸까요? 차라리 그날이 오늘이면 좋겠습니다.
힘들게 견뎌온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말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주치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호스피스 입원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혹은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드릴 게 없습니다”라고만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사의 명시적인 말기 진단 이전에 이미 자신의 병이 악화돼가고 있음을 눈치 채는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은 인터넷에서 말기 암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OO주사, OO약침, OOO추출물’ 등에 대한 경험담을 보고 매달립니다. “호스피스 알아볼까?”라는 말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 같아 입안에서만 머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지 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밤이 정말 두려웠습니다. 물론 낮에도 통증이 끊임없이 몸을 웅크리게 했지만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밤새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위해 며칠째 밤을 새운 아내도 연신 두통약을 삼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그렇게 망설이던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선택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의 첫인상은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의외로 병실 복도를 오가며 운동을 하는 환자도 있었고, 다리를 마사지해주는 봉사자들과의 대화 속에 간간이 웃음소리도 섞여 나오곤 하더군요. 저는 아주 엄숙하고 무거운 공기로 숨쉬기 답답한 병실을 예상했거든요. 입원하자마자 담당의사는 통증에 대해 이것저것 한참을 물었습니다. 바로 주사를 한 대 맞았고 수액병이 걸리자 10여 분 후부터 정말 놀라운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던 통증이 약간의 불편함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통증이 사라지자 정말이지 제가 말기 암 환자라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통해 환자가 오늘을 잘 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암 환자의 통증은 소위 ‘총체적 통증’(total pain)이라고 불리듯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가 겪는 우울, 불안, 분노, 두려움 등의 심리적 문제는 약물 치료와 함께 지지적 상담을 통해 돕다 보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온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물만 마셔도 구토를 해 얼음을 입에 녹여 갈증만 줄이고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입마름 때문에 종종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편하지만 영양제를 맞아서인지 배는 별로 고프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주선해 요법실에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양복을 입었습니다. 올가을에 아들과 결혼 예정인 예비 며느리도 사진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말렸지만 고집을 좀 피워 제 영정사진도 부탁해 찍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수고를 하나 줄여준 것 같아 내심 마음이 놓입니다. 미용 봉사를 받아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정돈해두길 잘했습니다.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임종을 앞둔 마지막 몇 주의 시간은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귀중할 것입니다. 호스피스 팀은 이 기간이 환자와 가족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혹은 갈등을 치유하는 금쪽같은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생전 장례식’, ‘자서전 출판기념식’, ‘미술 전시회’, ‘미니 결혼식’, ‘가족사진 촬영’, ‘가족음악회’, ‘가족여행’ 등등 다양한 이벤트가 오로지 ‘한 가족’만을 위해 준비됩니다. 종종 이런 시간들은 환자 사후에 가족들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마법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임종 과정의 환자를 위한 별도의 ‘임종실’(1인실)이 운영됩니다. 호스피스 팀은 임종 과정이 온전히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임종기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 불필요한 두려움과 오해가 생기지 않게 돕습니다. 또한 처음 경험할 수도 있는 장례 과정 등 사후 절차에 대해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돌봄은 환자가 병동에 머무는 시간뿐 아니라 사후 사별가족들에 대한 지지와 상담 등을 포함합니다. 대부분의 호스피스 전문 의료기관은 체계적인 사별가족 프로그램 및 고위험 사별가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오랜만에 만났다. 매주 한 번은 만나 토의하는 모임이었는데 코르나19 때문에 거의 석 달 만에 만났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했다. 그동안 모두가 자가격리로 답답해했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조금 완화되었다. 외출 자제령에서 공원의 한쪽으로 걷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방법이다. 한동안 누구를 방문하거나 만나자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아무리 ‘나는 괜찮다’ 해도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혹시!’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시 지나면 끝나겠지 한 게 벌써 석 달이 넘었다. 스트레스가 한계점에 다다랐다.
자신해서 자가격리를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온 동네 친구가 저녁이나 먹자 해서 생각 없이 약속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 TV 뉴스를 보니 해외 입국자들 감염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날 저녁 이후 바짝 긴장했다. 그가 돌아왔다는 날로부터 10여 일을 마음졸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실로 많은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보다 무섭게 번졌고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전파속도도 빨랐다. 아무리 빗장을 걸어놨어도 어느 틈엔가 감염자가 나타났고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지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이 감염으로 사망하고, 한 나라의 지도자도 감염되어 자가격리를 당했다. 세상을 평정한 느낌이다. 거침이 없었다. 인류가 살아온 지금까지 이러한 대 감염사례는 없었다. 일부 지역에서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휩쓴 적은 없었다.
지구촌 사람들은 긴장했다. 지구 반대편 소식에 남의 일로 여겼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자기에게 닥치는 것을 보았다. 대비하지 못한 나라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스크 한 장, 의료장비 하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나라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첨단 기술과 과학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꼼짝 못 했다. 무용지물이 된 느낌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늦어진다면 좀처럼 끝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누구라도 감염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본인도 모른다. 그동안은 다닐 때 다 다니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다닌다. 빠른 교통수단으로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닌다. 장소를 추적한다 해도 일일이 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면 전파 우려는 적지만 안 쓰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제일 무서운 것은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걸리면 온 가족이 감염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마음 아픈 사연도 많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확진자가 사망하면 곧바로 화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장례절차도 생략한 채 생이별이 되고 만다. 코로나19로 네 가족이 10일 동안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과 40대 엄마와 가족 6명이 무전으로 작별 인사를 한 소식이 들린다. 노부부가 평생소원인 크루즈 여행에서 둘 다 확진자가 되어 남편은 사망하여 이튿날 화장되고 작별 인사도 못 한 채 부인 혼자 살아 돌아온 사연도 있었다. 전 세계를 떨게 하는 이 사태가 혹 인간이 신의 노여움을 산 건 아닌지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제대로 상속을 준비한다는 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남은 가족의 삶에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행위다. 상속에 관한 지식을 채우고 지혜를 일깨워줄 도서들을 소개한다.
상속·증여 A to Z, 2018 신간
1) 2018 아버지는 몰랐던 상속분쟁 (최세영 외 공저, 삼일인포마인)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한 과정,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 신탁과 보험을 이용해 의도대로 재산승계를 이루는 노하우 등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고, 유종의 미 차원에서 ‘상속’을 이야기한다. 남은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로서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사례로 풀어간다.
주요 목차 △똑같이 나눠준 재산, 과연 정답일까? △치매가 두려울 때, 나의 현명한 선택은? △아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마라! 며느리가 나설 때다!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창업자금 마련할 수 있다
2)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노영희 저, 둥구나무)
제목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저자는 “진정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이 멀쩡할 때,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목차 △재산상속, 이렇게 황당한 케이스도 있나? △새로운 선택 ‘상속보다 기부를’ △물려준 재산 되찾기 △5070세대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증여의 기술
3) 2018 기업경영과 증여·상속 (김창영 저, 영화조세통람)
증여세 관련 기본사항과 상속에 대한 민법 규정을 포함한 상속세 기본사항을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거래유형별로 증여문제를 상세하게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부분은 별도로 구성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주요 절차, 업무처리기관, 신고 시 필요서류 등 실무사항을 알려주며, 활용도 높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전략을 소개한다.
주요 목차 △거래유형에 따른 증여의 이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공과금, 장례비, 채무액을 빠짐없이 챙겨라! △상속 개시 후 절세방법은 이렇다!
사례로 풀어본 상속·증여
1) 상속전쟁 (구상수 외 공저, 길벗)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준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를 본처가 내야 하는 황당한 경우,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황당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속 관련 사례들을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상속법은 때론 야속하지만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요 목차 △분쟁을 피하라! 올바른 유언의 방법 △엇갈린 부부, 억울한 자식… 상속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스캔들 △남다른 스케일, 기업&가업 상속
2)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저, 인벤션)
최대한 절세하면서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Q&A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려운 상속 이론은 덜어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주요 목차 △상속vs증여vs양도 무엇이 유리할까? △개인 기업을 미리 물려주고 싶다면 법인전환 후 승계하라 △보험은 정말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을까?
3) 세금은 아끼고 분쟁은 예방하는 상속의 기술 (전오영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상속 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상속 전문 세무사들이 제시하는 상속 가이드라인과 상속세 기본 계산 구조, 상속공제, 세액공제, 올바른 납부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속 이후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주요 목차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자식, 더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재산을 주는데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상속, ‘돈’이 전부는 아니다
1)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서건석 저, 라온북)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속의 다른 측면, 돈이 아닌 인생의 지혜와 가족정신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가족이 돈에 대한 경제관념을 공유하고, 함께 봉사·기부 등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잘 상속하는 법을 통해 3대가 부유해지는 상속 전략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주요 목차 △3대가 부유해지는 철학과 가치관 상속 △위대한 상속을 위해 당신이 오늘부터 시작할 것 △나의 상속 계획을 가족과 공유하라: 상속노트
2)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저, 예지)
세계적인 대부호 레드는 유언장을 통해 그의 손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최고의 유산’을 상속한다. 손자는 매달 1개씩 12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레드가 유산상속을 빌미로 돈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손자는 ‘최고의 유산’을 거머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주요 목차 △‘일’이란 유산 △‘고난’이란 유산 △‘나눔’이란 유산 △‘하루’란 유산
3)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랍비 조셉 텔루슈킨 저, 북스넛)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적 유산 40가지를 정리했다. 그들의 유산에 담긴 지혜와 번영에 관한 조언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까지 아우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살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켜야 할 유대의 전통과 관습을 담았다. 말미에는 유대인들이 상속받는 특별한 7권의 도서를 소개한다.
주요 목차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라 △보화보다 지혜를 물려주어라 △유대인이 물려받은 책들
10여 년 전, ‘한국죽음학회’를 설립하고 ‘웰다잉’과 관련해 선구자 역할을 해온 최준식(崔俊植·63)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당시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그는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정도를 넘어 성장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자고 말한다.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등의 질문들을 평소에는 외면해도, 죽음을 목전에 둔 임종기에는 대면하게 된다. 그때야말로 비로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기에, 죽음을 ‘인생 마지막 성장의 기회’라 일컫는다.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이하 ‘임종학 강의’)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 있었다. 2014년 최준식 교수가 펴낸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이하 ‘죽음학 강의’)다. 그는 “두 책은 자매 도서”라며 “함께 읽었을 때 죽음에 대한 공부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임종학 강의’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어려운 말기 질환 상태에 들어갔을 때부터 죽음까지를 이야기합니다. ‘죽음학 강의’는 죽음 그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사후세계나 환생 등에 대해 다뤘지요. 일부분 겹치긴 하지만 관장하는 부분이 달라요. 특히 ‘임종학 강의’는 최근 5년 사이에 제 부모와 처의 부모까지 네 분을 모두 여의면서 현실적으로 깨닫게 된 실질적인 문제들까지 담았습니다.”
그가 부모들의 죽음을 경험하며 알게 된 이론과 실제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장례문화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론으로는 대개 이상적인 방법들만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상황에 부딪히면 사실상 이론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요. 경황도 없지만, 자식들 간에 의견 통합이 문제입니다. 제 경우만 해도 셋째 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관여를 안 했어요. 제가 한국죽음학회 회장이라 한들, 한국 장례절차는 장남 위주로 흘러가니 간섭하기 어렵지요. 연명치료하면 안 된다, 화장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설득하기 힘듭니다.”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직접 디자인하자
‘임종학 강의’에서 다루는 ‘임종 단계’는 대체로 환자가 말기 질환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다 환자가 임종을 맞이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유족들이 할 일이 많아진다. 그렇게 장례까지 마쳐야 한 인간의 죽음과 관계된 일이 모두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소위 행하는 ‘장례식’에 대해 최 교수는 “장례식이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우리나라 장례는 ‘문상 절차’만 있지, 정작 ‘장례식’은 없어요. 결혼식처럼 특정한 날과 장소에서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행하는 의례가 없잖아요.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장례식만 떠올려도 곧바로 알 수 있어요. 그들은 어느 한 날을 정해 사람들을 불러 함께 의례를 치르죠. 그러면서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족에게는 형식적으로 간단히 인사하고 문상객들끼리 잡담하다 오는 게 전부잖아요. 이런 장례 문화는 겉치레만 있을 뿐이지, 내용이 없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전통사회에서는 마을의 훈장이나 노인 등이 장례 절차를 담당하곤 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 상조회사에 의존해 그들이 하는 절차를 지켜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이처럼 보내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직접 장례를 치르는 방법에 대해 미리 고민해보길 권한다는 최 교수다.
“예비부부가 자신들의 결혼식을 디자인하듯 장례식도 당사자의 뜻에 따라 절차와 방식을 정해볼 수 있어요. 물론 상조회사의 절차를 따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죠. 그렇지 않다면 직접 장례 계획을 짜보세요. 먼저 초청할 사람들을 정해요. 이때 나중에 자식들이 초대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함께 적어야죠. 그다음에는 식순을 짜고, 각 순서를 누가 맡을지 정하거나 조가는 어떤 곡을 틀지 써놓으면 좋아요. 그 외에도 각자 원하는 것에 따라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꾸며보는 거죠.”
장례를 직접 디자인하려는 이들에게 최 교수가 제안하는 것이 있다. 바로‘마지막 인사 남기기’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 몸과 정신이 성성할 때 직접 마지막 인사를 녹음 또는 녹화해두는 것이다.
“자신이 한평생 어떤 마음으로 살았고, 주위로부터 어떤 은덕을 입었는지, 그동안 신세 진 분들에 대한 감사인사 등을 전하면 됩니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의 영상을 보면 하객들이 주인공과의 인연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축하하는 마음도 더 커지잖아요. 그런 의미로 만들어보자는 거죠. 장례식 당일에 이 마지막 인사를 들려주면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도 깊어지고, 유족들도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어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죽음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죽는다’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이에 최 교수는 ‘죽는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몸을 벗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우리가 말하는 죽음은 단지 몸을 벗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몸’, 즉 ‘육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화장을 꺼리거나 무덤 터를 살피는 것 등이 그 이유죠. 성묘 가면 무덤 앞에서 자식들이 그러잖아요. ‘아무개야, 여기 할아버지께 인사드려. 아버지 손주 아무개 왔어요.’ 도대체 거기 뭐가 있다는 거죠? 제사 지낼 때도 봐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먹는다고 산 사람 음식을 차리나요. 고인의 넋을 기리려면 향을 피우거나 기도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렇게 현세 중심적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도 다른 민족보다 더 터부시하는 거예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그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추모곡을 예로 들었다. 일본 곡을 번안해 임형주가 부른 노래인데, 원곡의 첫 소절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요”라는 가사가, 번안곡에서는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로 바뀌었다.
“아마 죽음, 무덤 이런 것을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가사를 그렇게 바꾼 모양인데 그러면 그 곡이 지니는 의미가 사라져요. 그 뒤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가을에는 곡식들을 비추는 빛이 되고, 겨울에는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이런 식이에요. 해석하면 나는 무덤에 잠들어 있지 않고, 내 영혼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날고 있으니 그곳에서 슬퍼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몸만 머물러 있는 무덤은 의미가 없다는 건데, 그게 사진으로 바뀌니 본뜻이 사라진 셈이죠.”
‘몸을 벗었다’는 그의 표현대로, 일생 수많은 고비를 지나며 고달팠던 육신을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다 여기면 죽음이 꼭 괴로운 것은 아닐 터. 최 교수는 죽음을 공부하고, 성찰하며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지녔을 때 이승을 떠나는 순간이 두렵지 않을 것이라 조언했다.
“죽음은 지상에서의 삶을 잘 마치고 가는 것이니 일종의 인생 졸업식이지요. 그동안 살면서 얼마나 수고가 많았습니까.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작용했던 육체를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것이니, 오히려 축하할 일 아닐까요. 죽음을 ‘삶의 적’으로 두지 말고, ‘삶과 함께’하며 잘 준비해두시길 바랍니다.”
“보험 회사죠? 차가 퍼져서요”
서수지 톨 게이트 갓길에서 바라본 6월 하늘은 맑고 쾌청하다. 구십 노모와 시외나들이 귀가 중에 사달이 난 것이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2003년 산이니 올해로 16년. 298990km, 어림수로 30만 km를 달린 셈이다. 그동안 수고로움에 고맙고, 큰 사고 없이 오늘까지 와주어서 더 고맙다.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함께 한 좋은 사이다. 비록 기계에 불과하지만 오랜 친구 이상이다. 천수를 다한 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누군가는 깨끗이 세차해서 보냈다는데, 기계와의 헤어짐이 낯설고 이별을 어찌 해야 할지 맘이 쓰인다.
차가 없는 일상은 상상이 안 된다. 언젠가 전기배선 문제로 별안간 차가 멈춰 버렸다.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얼음이 된 것처럼 생각도 딱!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묘한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애지중지는 아니었어도 많은 시간을 안전하게 함께 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우호적이고자 했다. 출발 전후에 고맙다는 인사도 나름 보내며….
참 많이도 다녔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강릉, 봉화, 삼천포, 성주, 강릉, 동해, 속초 등 전국 각지로 휴가와 나들이하러 다녔고, 평일에는 이동하는 사무실로 나의 준마로써 충성을 다 했다. 어느 해에는 강아지들과 여름휴가로 대천을 다녀오면서 차를 온통 모래 범벅으로 만들었다. SUV의 참맛을 알게 해준 차다. 늘그막에는 딸아이 운전 연습용으로도 요긴했다. 덕분에 훌쩍 떠날 수도 있었고, 좋은 삶을 만드는데 이바지한 바가 크다.
저감장치 수난사! 어느 날 찾아온 사람들이 정부정책이라며 저감 장치를 달아야 한다기에 '그러마' 했다. 공짜 지원의 기쁨은 잠시, 그 이후부터 급속하게 나의 준마가 노후 되어 갔다. 장착 후 차가 무거워지고, 연비저하, 불완전 연소로 몇 번의 응급처치와 수리로 어찌어찌 버텨오다가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제행무상이니 끝 날을 예상했지만, 인연의 마무리는 역시 쉽지 않다.
폐차의 절차를 알아보니 그것도 만만치 않다. 구청에 가니 차에 연체, 미납부채가 있단다. 기억에도 없는 10여 년 전의 주차위반 범칙금과 밀린 과태료를 내야 폐차가 가능하다는 담당자의 말이다.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인간의 장례 절차와 겹치며 되며 조용히 처리했다.
인연의 시작과 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과정이 기억으로 남아서 삶의 씨실과 날실이 될 뿐이다. 사진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으로 추억한다. 많은 시간을 늘 함께했던 5580에 마음 깊이 감사를 보낸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빨리 늙어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의 일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약 5175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4.02%인 725만 명으로 기록됐다. UN에서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상속 문제’다. 고도성장기 때 젊은 층은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유산을 가지고 친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끼리 벌이는 분쟁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또한 자식들에게 자산을 효과적으로 이전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는 ‘老老상속’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자산을 자식에게 증여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상속 시 발생하는 큰 문제는 ‘세금 줄이기’와 ‘상속인들 간 분쟁 방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5070세대가 앞으로 다가올 유산 분배와 관련해 자녀분쟁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상속인들 분쟁 방지를 최소화하는 방법
상속권 문제
상속이나 증여 관련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 “가진 재산도 별로 없는데 무슨 상속, 증여?”라며 반문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속과 증여는 평생에 한두 번 정도 발생하고, 증여의 경우는 당장 세금 문제가 생기다 보니 무관심하거나 준비 소홀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 소홀은 가족 간의 분쟁은 물론이거니와 평생 일궈온 사업체가 없어지는 경우(가업상속) 또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산이 분배됨으로써 분쟁 방지와 절세(節稅)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속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은 ‘상속권’ 문제다. 상속인은 누가 되고 상속재산을 얼마를 분배받을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의 방법을 ‘유언상속⇒협의상속⇒법정상속’의 순서로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는 경우 유언대로 상속재산을 집행하면 된다. 하지만 유언이 없는 경우라면 상속인들끼리 협의를 하게 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정지분대로 상속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유언, 협의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정상속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순위는 어떻게 될까? 배우자와 자녀(직계비속)가 1순위로 상속재산을 균등분할하되 배우자에게는 50%를 가산하게 된다. 가령 배우자와 아들, 딸을 두고 있는 홍길동씨가 10억원의 재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고 가정하자. 남겨진 아내는 4억2000만원(10억원×1.5/3.5), 아들과 딸은 각각 2억8000만원(10억원×1/3.5)을 분배받게 된다. 다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자녀가 동일하게(각각 5억원씩) 분배받게 된다. 2순위는 배우자와 직계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 순위가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다만 상속순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배우자는 1순위와 2순위 상속인이 있을 경우엔 단독이 아니라 공동 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존속이 없을 경우에만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점이다.
상속인의 ‘유류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유언의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생전에 피상속인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재산을 특정인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남은 유가족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유류분을 잘 챙겨야 하는데, 유류분은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최소한의 법정비율의 몫을 말한다.
유류분은 법정지분을 기준으로 배우자/직계비속의 경우는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1/3이다. 그럼 간단하게 유류분을 계산해보자.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홍길동씨가 자신의 재산 6억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고 가정해보자. 유가족으로는 아들1, 2와 딸이 있다. 그런데 홍길동은 아들1, 2에게는 각각 3억원을 남겨주고 딸은 출가외인이라며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이런 경우 유류분은 어떻게 계산하고 딸은 누구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을까?
① 먼저 6억원이 상속재산인 경우 아들1, 아들2, 딸의 법정상속지분은 2억원이다.
② 유류분은 법정상속지분의 1/2이기 때문에 1억원
③ 따라서 딸은 아들1, 2에게 ‘1억원×3억원/6억원=5000만원’을 각각 유류분 반환청구할 수 있다. 참고로 유류분 반환청구는 만법상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 상속개시 사실 및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안에 청구하면 된다(민법 제1117조 소멸시효).
위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유류분 계산 방법을 제시했지만, 실제의 유류분 계산은 복잡하다. 유류분 부족액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과 그 외의 사람에게 어떻게 분배(증여, 유증)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경우에 따라서 복잡한 재산관계가 얽히거나 부수적인 쟁점사항(세금 등)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와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현명하게 유언장 작성하는 방법
유언을 통해 유가족의 ‘유류분’을 고려만 한다면 피상속인의 의사대로 재산을 분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언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5가지 방식(유언의 방식 참조)에 의해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작성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자필증서의 경우 유언서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 날인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과거 사회복지사업을 했던 A씨의 경우다. 2003년 11월에 세상을 떠났고 그 후 A씨의 금고에서 자필로 작성된 유언장이 발견되었다. 유언장에는 ‘유고 시 본인 명의의 부동산 및 금전신탁, 예금 전부를 B대학에 기부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의 유족들은 유언장에 날인이 없으니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B대학은 자필로 작성된 만큼 날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례에서 120억원은 누구에게 귀속되었을까? 법원은 고인의 자필증서가 분명하지만 자필증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유언장은 무효이고, 학교가 아닌 유족들이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유언장은 엄격한 형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서 날인의 경우는 유언자의 인감도장뿐만 아니라 막도장도 무방하지만 사인은 안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유언의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는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고, 사후에는 상속인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신탁상품이다. 그리고 살아생전에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상속재산의 원만한 분배로 사망 후 재산분할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고, 미성년자나 장애를 가진 상속인의 상속재산도 보존이 가능하며, 유언서 작성 및 복잡한 법적상속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
2017년 국세통계 1차 공개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3000억원, 상속세 신고 건수는 6217건으로 상속인 1인당 평균 신고세액은 3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6개월 안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속세 기일(6개월)을 넘기지 마라
상속이 발생하면 고인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산분할이 원활하지 않아 상속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상속세 납부기일을 넘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재산분배 등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가산세 불이익(무신고 가산세 20%)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세금의 7%를 공제해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한(6개월)을 넘길 경우 세금을 27% 이상 더 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한 내 미신고 시 불이익 (상속 개시월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세액공제 불가 : 6개월 내 신고 시 산출세액의 7% 공제
-미신고 가산세 : 기한 내 미신고 시 산출세액의 20% 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 : 고지기한 내 납부 못할 경우 매년 10.95% 가산세
결국 1년만 늦어도 추가적인 부담이 약 37.95% 늘어나는 것이다.
줄 거면 빨리 줘라
상속세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피상속인의 재산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단위로 자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배우자에게는 6억원,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한다면 향후 자금출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최소 10억원은 상속공제(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가 되기 때문에 그 이하의 금액은 상속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세대생략 이전(移轉)’ 고려해볼 만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정상적으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할아버지나 증조부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나 증손자에게 재산을 증여 또는 이전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들에게 물려준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되어 증여세 산출세액은 1000만원이 된다. 반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세의 세율이 13%(30%가산)가 되어 산출세액은 1300만원이 되기 때문에 아버지가 증여하는 경우보다 세금이 많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증여하고,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산출세액이 2000만원이 되지만, 할아버지가 직접 손자에게 증여할 때는 1300만원이 되어 총액으로 볼 때는 세대생략 이전의 경우가 세금이 더 적다. 또한 피상속인(조부모)의 사망으로 상속세를 계산해야 할 경우에도 상속인(부모)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개시일 전 10년 내에 증여한 재산 모두 포함하지만 비상속인(손주)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 내에 증여한 재산만 포함하기 때문에 상속세 계산 시에도 유리하다.
생명보험을 활용하라
강남의 부자들이 거액의 상속세 납부재원을 준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생명(종신)보험이다.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구조(표 참조)에 따라 생명보험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병원비는 고인의 계좌에서 인출하라
고인의 병원비나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은 상속세 계산 시 총 상속재산에서 빼도록 돼 있다. 장례비용의 경우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원을 공제해주며, 500만원을 초과하면 증빙에 의해 지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공제해준다. 다만 장례비용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만 공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