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근로자로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주 가운데 약 45%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44.6%는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가구주의 근로소득이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27.1%, 2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28.2%로 집계됐다.
다만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전체 가구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중은 8.1%로 비교적 적었다.
전체 가구소득에는 가구주의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재산·이전·비경상소득, 다른 가구원의 소득도 포함된다.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의 근로소득에 기초·국민연금이나 자녀로부터 받는 생활비 등을 더하면 1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65세 이상 근로자 가구주를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절반이 넘는 54.1%가 임시직이었다. 28.1%는 상용직, 17.7%는 일용직이었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이 29.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3.3%),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7%), 건설업(10.5%), 제조업(8.8%) 등의 순이었다.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보건·사회복지업(49.3%)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21.3%)의 비중이 더 컸다.
이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중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등의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고령층에게 일자리를 확대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공공형 일자리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을 늘 받았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60만 8000개)보다 6만 1000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신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올해 23만 7000개보다 3만 8000개 늘린다. 또한 고용자 고용 장려금도 확대해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부터 국민이면 누구나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복지로’를 통해 맞춤형 급여(복지멤버십)을 신청하면 복지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복지멤버십은 개인의 소득, 재산, 인적 상황을 분석해 해당되는 복지서비스를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일 이 같은 체계 구축을 담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차세대 시스템) 2차 개통이 오는 11월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존 ‘맞춤형 급여 안내 전 국민 확대’, ‘전국단위 신청사업 확대’ 등 약자를 위한 복지 혜택과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차세대 시스템은 6일부터 세 차례 단계적으로 개편될 예정으로, 이번에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과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희망이음) 일부, 오는 11월에는 희망이음 전체, 올 12월 통계정보시스템이 순차적으로 개통된다.
복지멤버십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944만 명(637만 가구)의 가입자를 보유한 제도다. 65만 가구가 통합문화이용권, 이동통신요금 감면 등 81만 3000건의 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복지멤버십 가입을 희망하는 국민은 복지로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복지서비스 신청 역시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가 아닌 전국 지자체 어디서나 복지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기능을 갖췄다.
현재는 5개 사업(영유아보육료, 유아학비, 가정양육수당, 아이돌봄서비스, 영아수당)에 대해서만 전국 단위 신청이 가능하다. 6일부터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제‧해산급여, 장애수당 등 신규사업 6개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회보장급여 신청을 민간기관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장애인복지관 등 민간기관에서도 신청인을 대신해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10월부터는 7개 사업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대상 사업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 일자리‧사회활동지원, 여성장애인활동지원, 장애가족양육지원, 여성장애인출산비용지원, 암환자의료비지원 사업이다.
편리하게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복지로를 통한 온라인 신청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31종만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지만 이달 말 장애수당 등 21종, 11월 말 희망저축계좌 등 2종을 추가로 지원한다. 2023년부터는 장애수당 등 4종을 추가해 총 58개 사업을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위기정보를 기존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했다. 최근 ‘수원 세 모녀’ 사고로 다시 대두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문제에 있어 보다 꼼꼼히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함이다. 추가되는 정보는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주민등록 세대원 등 5종이다.
복지부는 시스템 2차 개통 초기 일부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1개월간 시스템 안정화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긴급상황반, 콜센터를 운영해 국민의 문의사항이나 사용자 불편사항을 해소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대국민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 도입으로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예정된 3‧4차 개통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새출발기금’이 10월부터 시행된다. 대출을 90일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원금을 최대 80% 탕감받을 수 있게 된다. 90일 이상 연체하지 않았더라도 부실 우려가 크면 고금리 대출의 금리를 조정 받고 10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중 부실(연체 3개월 이상) 또는 부실이 우려되는 이들의 대출 원금 또는 이자를 감면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90일 이상 장기 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와 곧 장기 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부실우려차주’다. 영업 제한 등 방역 조치를 이행한 업종은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4월 이후 폐업한 차주도 채무를 상환하고 있다면 신청 가능하다. 학습지 선생님,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개인사업자나 법인사업자라면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거나,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이 있음을 증빙해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 도박 기계 및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법무·회계·세무 등 전문직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출발기금을 신청한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은 차주의 신용 상태 및 대출 유형에 따라 채무조정을 받게 된다. 하나 이상의 대출에서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는 부채에서 재산을 뺀 금액(순 부채)의 60~80%를 탕감받는다. 이자와 연체이자는 모두 감면된다. 다만 재산이 빚보다 많으면 원금과 이자 모두 탕감받을 수 없고, 고의로 연체하거나 은닉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은 무효 처리된다.
‘부실우려차주’는 원금을 탕감 받지는 못하지만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연체일 30일 이전은 연 9% 초과 금리에 한해 연 9%로 일괄적으로 조정되고, 신용점수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연체일 30일 이후에는 상환 기간에 따라 연 3~4%대 금리로 낮아진다.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 모두 채무조정 한도는 15억 원(무담보 5억 원·담보 10억 원)이다.
지원 대상 여부는 10월에 여는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에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사무소에서 현장 상담과 접수도 병행한다.
한편,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지원으로 약 30만~40만 명의 소상공인이 빚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 대상 자영업자·소상공인 총 220만 명이 보유한 금융권 채무액 660조 원의 약 5~6% 수준에 해당한다.
소득과 재산이 10억 원 이상으로 높은 노인도 사회적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은퇴 이후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 되는 기간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는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책임자는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삶의질연구센터 곽윤경 부연구위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사회적 불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응답자의 경험, 사회적 관계, 응답자 스스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구 사회학적 특성 등을 살펴봤다.
사회적 불안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나 불신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유발되는 불안을 말한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보통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 불안 인지는 5점 만점에 3.49점(표준편차 0.92)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영역별로는 ‘불평등 > 불공정·경쟁 > 불신·무망 > 적응·안전’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불안 인지 :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의미함.
△적응·안전 불안 : 급격한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고 생활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불안.
△불공정·경쟁 불안 :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
△불신·무망감 불안 : 우리 사회와 중앙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희망을 느끼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
△불평등 불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로 인해 느끼는 불안.
특히 노인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은퇴한 노인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이 은퇴하지 않은 노인 혹은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이후 노인이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유발된 불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 집단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여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은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적응·안전 불안과 불신·무망 불안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득 및 재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불안은 소득 4분위, 그리고 재산이 2억~10억 원인 집단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집단에서 다시 높아졌다. 이는 곧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득 분위가 높은 집단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이유는,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때, 주변 지인의 도움이나 사회안전망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노인은 청년과 달리 신체 건강의 저하 등으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더라도 같은 경제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곽윤경 부연구위원은 “전기노인(65~74세)은 본인 및 배우자의 은퇴, 건강 변화, 자녀 출가 등 가족 내 그리고 사회에서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긍심이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이런 다양한 변화와 경험은 이들의 삶에 정서·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유발하여 사회적 불안을 가중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곽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매우 강하다. 이런 욕구와 의지는 실제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반영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 다수는 고용의 보장성과 안정성이 낮은 임시직, 비정규직 등 단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노인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사회적 불안이 높은 만큼 정책적 함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개인이 사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인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되, 사회적 불안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특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사전에 예견, 관리 및 조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노인 경제 학대를 막기 위해 ‘생활경제 지킴이’ 파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2021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9391건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노인 학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가정 내에서 이뤄진 학대가 88%로 가장 많았다. 또한 학대를 한 사람은 배우자 29.1%, 아들 27.2%, 기관 25.8% 순이었다.
노인 학대가 발생한 가구 형태 역시 노인 부부 가구 34.4%, 자녀 동거 가구 31.2%가 가장 많았다. 이 중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2017년 26.3%에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노인 학대는 정서적(43.6%) 학대가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신체적(41.3%) 학대가 가장 많다.
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제적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3.8%) 학대의 92.6%는 가정에서 일어난다.
자식들이 부모의 노령연금을 가져가거나, 치매 노인의 도장 등을 훔쳐 집의 명의를 바꿔두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은 시설에서도 경제적 학대에 쉽게 노출된다. 시설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며 시설 원장이나 복지사에게 통장을 맡기는 것.
경제적 학대는 특히 치매 노인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는 시행 4년 차임에도 이용자는 약 250명에 그치고, ‘공공신탁’ 제도는 국내 도입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실제로 시설에 통장을 맡기는 경우도 많고, 통장 뒤에 비밀번호까지 적어두는 분들이 꽤 많다”면 서 “연금 외에 실질적 수입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잃으면 그 상실감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금융사기 교육 등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금융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경제적 학대는 증가할 우려가 있음에도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예방 체계가 미흡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경제적 학대에 대한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 교육을 신설해 전문성을 높이고 ‘생활경제 지킴이’ 파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금융권 퇴직자를 생활경제 지킴이로 양성해 노인 일자리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6개월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생활경제 지킴이’ 파견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생활경제 지킴이는 학대 피해를 받았거나, 학대에 취약한 노인의 가정으로 방문해 1대 1로 경제적 학대 예방을 안내하고 생활비 설계나 금전 관리 방법 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경제적 학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조기 발견과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권 종사자의 신고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경찰·금융기관·노인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과 협력 체계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가온이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열고 상속, 증여, 신탁, 가업 승계, 후견 및 가족 간 분쟁(예방) 등에서 포괄적인 전문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가온 ‘패밀리오피스 센터’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후견 및 금융·부동산 자산관리전문가, 공익법인 전문가 등이 한 팀이 되어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최적의 절세 방안을 제시한다.
센터장에는 올해 1월까지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 신탁을 상품화한 배정식 본부장이 내정됐다.
고령화로 인한 개인의 노후생활과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탁형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령화 문제, 상속, 기업 승계 등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온 만큼, 패밀리오피스 센터에서도 가족의 자산 관리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남규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가온이 그간 축적해 온 조세 및 승계, 상속 분쟁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신탁과 후견 등 장기적이고 개인적인 자산관리 영역에 다양하게 결합할 것”이라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치밀하고 탄탄한 상속과 승계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온 고문인 소순무 한국후견협회회장은 “신탁은 나와 가족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소중한 재산을 이어갈 수 있는 자산관리 플랫폼”이라며 “법무법인 가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노후자산관리, 상속의 문제를 넘어 후견 등 가정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새로운 길라잡이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56세 A씨는 노후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상적인 노후 거주지로 급부상한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봤으나, 공동생활을 꺼리는 성격 탓에 노후 거주지 후보에서 제외했다.
59세 B씨는 실버타운 입주 가능 연령을 1년 앞두고 C 실버타운에 입주 예약을 신청했다. 그러나 실버타운 인기가 높아진 탓에 대기자가 넘쳐 2년은 기다려야 한다. 60세가 될 때에 맞춰 노후 생활에 맞는 거주지로 이사하고 싶지만 줄어들지 않는 대기자 명단에 B씨는 다른 거주지를 알아보고자 고민 중이다.
고령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요즘, 노후 대비를 두고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노후 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노후에 어디에 살 것인지, 거주지에 관련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생활을 꺼리거나, 실버타운에 가고 싶지만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져 포기한 A씨, B씨와 같은 중년을 위한 거주지가 있다. 바로 ‘실버하우스’다.
실버하우스는 노후 주거지 전문 유튜버 ‘공빠TV’에서 만들어낸 개념으로, 그들이 꼽는 이상적인 세 가지 노후 주거지 중 한 곳이다. 노년기에는 노화로 인해 체력이 약해지고 경제활동을 그만두면서 생활비도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중년기까지 살던 집과 노후에 거주할 집은 달라야 한다는 취지로 둘을 구분한다.
공빠TV의 문성택 씨는 “시니어들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70대 중반부터 20년 이상 거주할 집을 70대 초반 이전까지 마련해서 가능한 한 일찍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실버하우스라는 개념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추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빠TV는 이상적인 실버하우스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경제력, 둘째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입지, 셋째로 다양한 여가활동의 영위 여부이다. 문 씨는 “경제력이란, 실버하우스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비용,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매달 빠져나가는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버하우스를 마련할 때에 필요한 자금으로는 전 재산의 50% 이내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로 꼽은 기준은 실버하우스에 거주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앓고 있다면 큰 병원과 가까운 지역을 알아봐야 한다. 주기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식당가가 가까운 곳도 공빠TV의 추천 실버하우스 입지다.
문 씨가 마지막으로 여가 생활을 꼽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은퇴 후에는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여가 생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그는 “행복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도서관, 노인복지관, 시민회관이나 박물관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지역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꿈의 실버하우스’ 입지로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 성남시 판교 등을 추천했다. 문 씨는 “의정부 신곡동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 신곡 노인복지관, 의정부 백병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근처에 광역버스 정류장, 의정부 경전철 동오역이 있어 이동하기도 편리하다”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의정부 과학도서관, 추동웰빙공원이 있으며 근처 부용천, 중랑천을 따라 걷기 운동이 가능하므로 실버하우스 입지로 알맞다”고 설명했다.
판교를 추천하는 이유로는 “우선 신분당선 판교역이 가까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판교 현대백화점, 백현동 카페문화거리가 가까이에 있어 식사를 해결하거나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주변에 탄천이 지나가고, 낙생대공원이나 판교 노인복지관 등 판교 지역의 탄탄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버하우스를 노후 거주지로 선택했다면 경제력과 건강, 여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추천한 지역에 꼭 입주하라는 것이 아니고, 추천한 지역의 특징을 참고삼아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실버하우스를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9년. 그가 돈의 흐름을 쫓아다닌 시간이다.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금융 시장을 분석해온 홍춘욱(53) 박사. 재정의 자유를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다가 최근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게 됐다는 그에게 노후 자산 관리법에 대해 물어봤다.
2019년 홍춘욱 박사는 키움증권을 마지막으로 29년간 해왔던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사 이유는 재정적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그도 처음 투자를 했을 때는 유학 자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돈 많은 백수’를 꿈꿔봤을 것이다. 홍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와 책을 통해 각종 금융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출판한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를 포함해 그의 저서는 17권이 넘는다.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홍 박사는 2018년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리포트를 통해 이미 금융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을 텐데 왜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지 묻자, 그는 “답답해서 그렇다”고 했다. 투자나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준비하지 않은 채 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배당 수익률이 가장 낮아요. 또 주주들을 손님 취급하죠. 주가가 폭락하면 배당을 더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고, 갑자기 물적 분할을 해버리거나 임상 실패를 알고 내부자가 주식을 미리 파는 등 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어느 회사 투자하면 좋다는 정보가 있는데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하면 안 돼요.”
오랜 시간 모아온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투자자들을 보며 좋은 투자 방법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블로그나 책을 통해 여러 방법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읽지 않았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서 영상을 편집해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니 다시 찍자’며 PD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2021년 여름 15만 명이었던 구독자는 8개월 새 25만 명까지 늘었다. “유튜브를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도 됐어요. 구독자가 15만 명 넘어가니 둘이서만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유튜버 소속사인 MCN 회사에 들어가게 됐죠. 언젠가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 되면 정말 많은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도달할 거고, 그만큼 더 많은 분들이 투자를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집필에 집중하던 그가 리치고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더 손쉽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442’ 자산배분법을 기억하자
노후 자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연금이 많이 언급된다. 수입이 끊기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노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그래서인지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연금 크레바스’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가 많은 시니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현재 근로소득이 있는 시니어에게도, 근로소득 없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할 시니어에게도 노후 자산 관리는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 근로소득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고 둘째, 연금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자산을 나눠서 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후자금을 2억 원 준비했고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인출한다고 생각하면 연 10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2억을 20년 동안 꾸준히 운용한다면 연 1000만 원 이상 인출할 수 있겠죠?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자산 배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투자법을 제안했다. 자산 비율을 주식 40%, 채권 40%, 리츠 등의 대체투자 20%로 구성하는 ‘442’ 자산배분법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9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에서 29.5%, 대체투자에서 23.8%의 수익률을 보였다. “국민연금처럼 자산을 배분하면 10년에 한 번 정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와요. 국민연금도 2018년에 한 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요. 그 폭이 0.2~0.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1999년부터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 6.8%거든요. 이 돈을 복리로 굴린다면 안정적이죠.”
442 자산배분법을 기본으로 하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산 비율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소득이 있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할 자금이 없고 보유 자산으로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낮춰볼 수 있다.
노후 자산 관리를 하는 데는 현금흐름도 중요한데, 채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40% 채권 투자율 중 20%는 국내에, 20%는 해외에 투자한다면 일부는 단기 채권에 투자해 바로 인출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다. 만약 현금성 자산을 더 원한다면 30%는 현금성 자산인 예금 등에 두고 나머지 70% 자산을 다시 442 자산 배분 형태로 분산하면 된다.
“요즘 ETF 상품이 무척 많아서 개인도 국내외 채권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죠. 배당을 받아 재투자해주는 대표 펀드 상품으로는 ‘코스피200TR’이 있어요. 미국 대형주 주가를 반영하는 ‘S&P500TR’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하겠죠. 리츠의 경우 국내도 좋지만, 해외 리츠 투자 기회가 많이 열렸어요. 대체투자의 경우 금도 조금 넣어볼 수 있겠죠.” TR이 붙은 ETF는 배당금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이어서 15.4%의 배당세를 내지 않아도 돼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렵다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율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운영하다가 후반부에는 채권 위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TDF는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운용사별 수수료와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외에 ‘코덱스200미국채혼합’ ETF처럼 미국 국채 60%, 국내 주식 40%를 알아서 투자해주는 상품들도 좋은 대안이다.
홍 박사는 무엇보다 IRP나 ISA와 같은 계좌를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세금을 낮추고, 이를 연금으로 수령해 또 한 번의 절세 효과를 노려볼 것을 제안했다. 연금계좌 수수료는 3.3~5.5% 수준이다. 특히 개인연금 상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연금 제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산 관리, 무조건 맡기면 안 돼
막상 노후를 준비하며 자산 관리를 하려니 상품도 많고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니어들도 많다. 주식만 하더라도 MTS나 HTS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니어들이 부동산을 절대 자산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자산은 부동산인 경우가 많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을 모두 부동산에 묶어두는 것 역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면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이렇게 5~6번의 상승세가 있었는데, 평균 상승 지속 기간이 5~10년이에요. 올해까지 부동산이 오른다면 8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데 그럼 앞으로 길면 2년 정도 남은 거겠죠. 1997년 외환위기, 2013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 강남 지역 핵심 부동산조차 급매의 경우 30~40% 떨어지는 걸 우린 경험했잖아요. 자산은 반드시 나누어 관리하고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꼭 보고 싶다면 리츠를 적극 활용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42 배분법을 따를 때 역시 주식에만 투자하거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식으로 한 자산에 100%를 투자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핵심은 위험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자산 비율을 결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주식에 50%를 투자할 경우 5년에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합니다. 대신 수익률이 8~10%로 높죠. 수익률이 떨어진 시점에는 추가 매수로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시절에 가능한 투자법이죠. 추가 수입이 없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여 원금을 잃을 확률을 낮추는 거예요. 대신 수익률은 5% 정도로 만족하는 거죠.”
홍 박사는 자산 관리에 관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며 스스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무엇보다 강조했다. 또 공부를 할 때는 경제 전망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맹신하기보다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도 특정 상품 추천 영상보다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기를 추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렵다고 은행, 증권, 자산관리사와 같은 운용사를 찾아가 돈만 맡기면 아무래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고 싶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게 가장 위험해요. 많은 분들이 자산 배분 방식에 익숙해져서 조금 더 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홍춘욱 박사의 자산 관리 추천 도서
마법의 연금 굴리기 20대부터 50대까지 자영업자와 월급쟁이를 위한 절세와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책. 개인연금으로 연금저축펀드를, 퇴직연금으로 IRP를, 절세 계좌로 ISA를 활용하여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안내한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로드맵. 투자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 , 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자산 배분법을 제시한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두 눈에 기어이 눈물이 고였다. 여전사처럼 살아온 날들이 일순간 스쳤다. 기쁜 날이 슬픈 날인 사람들.
나도 그랬다. 남편 없이 10년을 혼자 달려왔지만 오늘처럼 그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편 없이 치르는 애들 결혼식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두 번째건만….
기념 촬영을 마치고 피로연장으로 가려는데 막 걸음마를 시작한 외손녀가 하객들이 빠져나간 예식장 로비를 뒤뚱이고, 행여 넘어질세라 엄마인 딸애가 그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있을 곳이 어디일까, 다시금 갈등이 일었다.
연인산에서 받은 프러포즈
1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같은 대학의 등산 동아리에서였다. 그는 재수를 한 복학생 선배, 나는 새내기. 다섯 살이 많았던 그는 나를 여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귀염성 있는 내 외모와 활달한 성격이 말수 없는 그에게 친근감과 활력을 주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두 살 많은 언니, 이렇게 여자 셋이서 단출히 살아왔던 내게 그의 존재는 오빠 같고, 때로는 아빠 같았다. 그는 맘도 몸도 넓고 듬직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면서 동아리 등산보다 둘만의 등산이 잦아졌고, 주말마다 자연스레 손을 잡고 산자락을 누비며 산등성이를 오르내렸다. 동아리 회원들 앞에서 시치미를 딱 뗀 채 비밀 연애를 하는 스릴도 만끽했다. 그가 졸업 후 우리의 만남은 더욱 자유롭게 무르익어 어느 단풍 짙은 가을, 경기 가평 소재 지금의 연인산에서 그가 내게 프러포즈를 해왔다. 연인산, 로맨틱한 이름의 산. 단풍에 취해, 달콤한 키스에 취해 나는 졸업하자마자 그와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급했는지. 하지만 다른 미련은 없었다. 미련은커녕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 살림이 적성에 꼭 맞는 나, 연달아 낳은 3남매와 옥시글옥시글 가정 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졸업 후 진로 계획도 딱히 없었던 나의 결혼은 집에서도 환영하는 운 좋은 ‘취집’이었다. 주말이면 연애 때 기분을 살려 함께 산에 오르는 것도 같은 취미를 가진 부부라는 점에서 행복을 더했다.
자존심과 맞바꾼 캐나다 이민
남편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지고 침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지금도 가슴 아프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종달새처럼 조잘대는 귀여운 여자로만 나를 대했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성숙한 아내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나대로 남편 뒷바라지에, 한창 손이 가는 아이들 치다꺼리로 그의 사정을 소상히 알지 못했다. 알았다 한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저녁 밥상을 물린 후 남편이 이민 카드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자고 했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 본인이 곧 밀려날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존심 상해서 더는 한국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편 말대로 자존심이 문제였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듣기에 솔깃했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나.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 면에서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캐나다 이민 생활은 남편에게는 시련의 시작이었다. ‘넥타이를 풀어야 산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10년 가까이 넥타이를 풀지 못했던 것이다. 이른바 화이트 칼라가 영어권 선진국으로 이민 갔을 때는 본국에서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블루 칼라 노동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살 수 있다는 이민계의 정설을 예의 그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남편의 퇴직금 외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산이 얼마간 있었기 때문에 일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른 이민자들에 비해 훨씬 적었다.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일을 찾자고 한 것이 그만 세월만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를 위기로 의식하지 못하는 한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가 되어 덮쳐올 뿐인 것을.
넥타이를 풀지 못한 남편의 위암
이민 7년 차 무렵, 이미 50대 초중반의 남편은 일 찾기를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다섯 식구가 물가 비싼 나라에서 벌이 없이 의식주를 해결하다 보니 곶감 빼먹듯 가진 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이민 초기에 부부가 함께 청소라도 하자고 북돋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캐나다 생활에 잘 적응해주었다는 점이다. 백인 학생 위주의 학교도 무난히 잘 다녔고 교우 관계도 원만했으며, 별로 신경 써준 것도 없었는데 학업 성적도 그만하면 좋았다. 터울이 크지 않은 3남매가 원만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탈 없이 대학에 진학해준 것이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10년 세월이 흘렀다. 기왕 늦은 것, 아이들이 잘 정착해준 것에 안도하며 일이야 지금부터 찾으면 되지 않냐고 남편과 내가 뒤늦은 결의를 다진 것도 잠시, 불안은 불행이 되어 현실에 얼굴을 디밀었다.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았다. 10년의 무직 스트레스를 몸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손써 볼 새도 없을 만큼 급박한 상태에서 3개월 후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믿기지 않았다. 허망하고 허탈했다. 아무리 본인이 선택했다지만 멀쩡한 내 나라 두고 이국에 와서 병 걸려 죽은 남편이 너무나 가여웠다.
체면 따위 생각하지 말고,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아무 일이나 했더라면, 돈을 떠나서 건강을 유지하지 않았겠는가.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쳤다. 사회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자기 위치가 없다는 것이 남자로서 얼마나 좌절감과 자괴감이 들게 했을지, 가족들 건사하느라 바쁘게 돌아치던 나는 미처 몰랐다. 미련하고 지혜 없고 아둔하기 짝이 없는 아내가 바로 나였다.
생활 전선에 부는 칼바람
남편을 황망히 떠난 보낸 후 몰아닥친 것은 현실의 칼바람이었다. 그해 막 대학을 졸업한 맏이인 딸은 다행히 바로 취업이 되어 집안의 기둥이 되었고, 대학 3학년이던 큰아들과 신입생 둘째 아들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자신들의 용돈을 해결했다. 학자금은 장기 대출이 가능하고 취업 후 갚으면 되니 당장 재정적 압박이 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나였다. 이일 저일 가릴 것 없이 취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남편만 믿고 살면서 돈 한 푼 벌어본 적 없던 내가 허드렛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겠나. 게다가 집에서 살림하며 가족끼리만 지내느라 영어라곤 한마디도 할 줄 몰랐으니.
그런 내가 한인이 경영하는 시내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커피를 타거나 서빙을 할 처지는 아니라도 주방에서 빵을 굽고 간단한 샐러드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만도 아무 기술 없는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집의 월세를 내고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게 어딘가.
다시 사랑이 찾아왔으나
카페 주방 6년 차로 일이 익숙해질 무렵 매주 화·수·금요일마다 아침을 먹으러 오는 캐나다 현지의 중년 남자가 1년 전부터 내게 호감을 표해왔다. 그는 인근 대형 약국의 관리 약사로 주 3일을 근무하는데, 출근하는 날이면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3년 전 이혼하면서 아내와의 재산 분배 문제로 운영하던 약국을 처분했고, 두 자녀의 재정적 부양에서도 이제는 자유롭다. 건강하고 외모도 괜찮고 진중한 성격이다. 나도 그에게 호감이 간다. 그가 오는 날,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는 설렘도 있다. 그와는 퇴근 시간이 맞을 때면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정도의 데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나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지만 아직 나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내 쪽에서 마음을 정하기만 하면 조만간 그와 재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딸은 결혼해서 한국에 나가 살고, 아들도 졸업 후 한국으로 취업이 되어 내 곁을 떠났다. 집에는 막내아들과 나, 둘만 산다. 내가 그와의 본격적인 교제를 망설이는 이유는 딸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딸은 내가 한국에 와서 외손녀를 키워주길 원하고 있다. 그러면 사실상 나는 캐나다를 떠나야 한다. 그와의 관계만 없다면야 남편도 없는 캐나다에 무슨 미련이 있으랴. 막내도 어차피 독립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나 혼자 남게 되니 딸과의 합가는 내게도 반가운 일이다. 나이 들어 자식과, 그것도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떳떳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기에.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와는 헤어져야 한다. 딸에게는 이번에 네 동생 결혼식 때 어차피 한국에 가니 그때 의논하자고 답을 미뤘지만, 딸은 이미 내가 승낙한 것으로 여기는 눈치다. 그 사람의 존재를 모르는 딸로서는 혼자 된 엄마를 모시게 된 것에 안도감도 느낄 테지.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집안의 기둥 노릇을 해준 생각 깊고 대견한 아이니까. 물론 딸은 내 사정을 듣는다면 흔쾌히 나의 길을 축복하고 응원할 것이다. 아들도 아니고 딸이니 더욱.
그런데 내가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내 행복 찾자고 다른 할머니들 다 해주는 걸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 손녀를 봐줌으로써 자식들과의 연을 끈끈하게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만약 캐나다에서 그 남자와 살게 된다면 자식들과는 어쩔 수 없이 서먹해질 것이다. 그것은 내게 두려운 일이다. 남들은 내게 사랑을 선택하라고 말하겠지만, 나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조언하겠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결정이 쉽지 않다. 그 사람의 나를 향한 훈훈한 미소도 그립고, 삐삐 머리 손녀의 앙증맞은 분홍색 리본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이를 어찌할꼬.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회사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한 임 씨(여, 60세, 미혼)는 퇴직 후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노후 대비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산해본 결과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과 금융 재산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임 씨는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자산 관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걱정되었다. 임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성년후견제도와 후견인의 역할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었고,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 반면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의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여 후견 범위를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요양 등 신상 관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후견제도를 통해 후견을 받는 사람을 피후견인, 후견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을 법원이 정하는 법정후견과 후견인의 권한을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놓은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후견은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눈다.
만약 임 씨가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를 위한 후견을 미리 대비하고 싶다면 후견인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자와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하고 공증을 한 후 법원에 등기를 해야 한다. 향후 임 씨가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가 되었을 때 법원은 후견인 등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법정후견에는 후견감독인 선임이 필수가 아니지만 임의후견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야 비로소 후견 계약의 효럭이 발생한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 등을 감독하며 피후견인이 후견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이든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가능하며 복수도 가능하다. 후견인이 할 수 있는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년후견제도의 재산 관리 동반자 신탁
2013년 제도 도입 후 후견(감독)에 관한 접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말에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알아보는 우리나라 후견(감독)사건의 현황’ 자료집을 보면 2013년 1883건이던 후견(감독) 접수 건수가 2019년에는 1만 4534건으로 연평균 22.6%씩 증가해왔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과 접수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견(감독)의 유형별 비중을 보면 법정후견 중 성년후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임의후견은 가장 낮다. 2014~2019년 접수된 후견사건 총 3만 8809건 중에 성년후견은 2만 6214건, 미성년후견은 6870건, 한정후견은 3186건, 특정후견은 2435건, 임의후견은 104건이었다. 신상과 재산에 관한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재산 관리는 인간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함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유용한 사건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 신탁을 선택했다.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자(위탁자)가 수탁자(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여 수익자(신탁재산의 수혜를 받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곧 수익자인 신탁을 ‘자익신탁’이라고 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을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꾸준히 개정하여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양한 신탁(信託)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신탁 전문 은행들이 생겨나서 신탁의 개념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상속인 간의 재산분쟁을 예방하기에 적합한 신탁 상품이다. 수탁자를 유언장 보관 및 집행인으로 선정하여 유언장을 미리 써두면 수탁자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을 집행하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유언장을 금융회사에 맡겨두면 개인보다 좀 더 지속성이 보장되고 유언 집행에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고도 한다. 유언신탁이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사후까지 재산 관리를 신탁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효용을 누리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바대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신탁보다 역사가 짧지만 그 유용성 덕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2000년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후견인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계약 체결부터 변경 및 해지까지 가정법원이 관여하는 후견제도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응용하여 치매 발생 시 위탁자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계약 내용에 따라 수탁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집행하는 신탁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쓰고 싶다면 후견제도와 신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