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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공원으로 녹아든 미술관을 보려거든
- 인파와 소음이 들끓는 서울에서 조용한 휴식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편리와 매력도 많지만, 불편과 불안도 많은 게 도회다. 충분히 감정 이입할 만한 여가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주점에 앉아 소주병을 쓰러뜨리는 걸로 위안을 삼는 게 고작이다. 대도시에 산다는 건 사실 부담스럽다. 뭐 좀 재미있는 곳이 없을까? 기대어 쉴 만한 언덕이 없을까? 이런 자문을 할 때 떠오르는 게 미술관이다. 수족관에 갇혀 주둥이를 뻐끔거리는 붕어처럼 따분한 일상에 재미와 생기를 부여하는 게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노원구 중계동 중계근린공원에 있다. 공원 안에 있어 초록을 입은 미술관이다. 초록의 향연까진 아니지만 공원 녹지에서 흘러나온 초록 물이 밴 양, 외관 곳곳이 풀빛으로 청신하다. 이 미술관은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반면 문화 인프라가 빈약한 서울 동북권의 건조한 공기를 보완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술을 만나라고, 미술과 교제하라고, 그렇게 해서 지루한 일상에 고소한 양념 같은 별미를 가미하라고 개관했다. 미술관 건립 때엔 숙고가 많았다. 공원 한편에 정해진 부지에다 어떤 형태의 건축물을 지어 공원과 좋은 관계를 맺을지 고민했던 것. 수목들 늘어선 공원 풍경과 겉도는 형상의 미술관 건립만큼은 삼가야 했다. 그러잖아도 작은 공원의 면적만 축소시키는 역효과를 불러들일 수 있어서였다. 주민들의 쉼터인 기존 공원의 가치를 해치지 않을 아이디어 고안이 필요했다. 즉 독립된 개체가 아닌 공원의 일부로 녹아드는 건축이 요구됐던 거다. 이렇게 해서 동산 형태의 독특한 미술관 건물이 출현했다. 사실 북서울미술관은 특이한 생김새로 일단 한몫을 한다. 보고 또 보고. 시선이 저절로 간다. 무심코 지나치기 힘든 형상이다. 원래 여기에 있었던 언덕을 파고 들어간 묘한 건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애초 평지였던 지형에 상자를 중첩한 형태의 건물을 짓는 한편, 인위적으로 언덕을 만들어 외벽을 빙 둘렀다. 무감동한 수직 벽과 창이 있을 자리에 솜씨 좋게 언덕을 구현했다. 언덕엔 잔디를 심어 녹지대를 연출했다. 계단을 설치한 여러 갈래의 동선을 따라 언덕을 오르내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언덕길은 자연스럽게 공원 산책로와 이어진다. 딱히 미술관에 볼 일 없는 사람일지라도 미술관을 공원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공원은 미술관을 통해, 미술관은 공원을 통해 상호 증식한다. 서울시는 2013년 ‘건축상 대상’을 북서울미술관에 주었다. 수준 높은 디자인과 시공 완성도를 인정해서였다. 설계자는 건축가 한종률. 그는 ‘과거의 흔적과 미래가 공존하는 건물을, 자연 친화적 건축을 설계해 왠지 가고 싶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건축을 기술적 영역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얘기도 했다. 창의력과 사회에 대한 윤리를 갖춘 장인정신의 산물로 보라 했다. 말하자면 공공성을 지닌 예술 장르의 하나로 건축을 보는 눈을 주문한 셈이다. 미술 작품은 빤한 생각과 진부한 감상으로는 나올 수 없다. 뛰어난 작가의 세계관과 상상력은 중력을 거슬러 하늘까지 솟아오른다. 보이지 않는 걸 보여주고, 넘어설 수 없는 걸 넘어서는 게 미술이다. 창작으로 세상의 허구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는 게 작가다. 그들의 작품은 그래서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 또는 한계를 초월해 비상하는 우주선처럼 전위적이다. 그렇다면 미술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 건물은 어딘가 좀 다르면 다를수록 구색이 맞는다. 세상의 배후에 관한 뉴스를 탑재하고 지상에 착륙한 소행성. 또는 감각의 제국. 미술관을 이렇게 읽으면 과한 공상일까. 아무려나, 미술관 건물은 밋밋하지 않을수록 미덕이다. 북서울미술관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을 덜 낡은 쪽으로 운행하려면 미술관 로비로 들어선다. 널찍한 공간이라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다소 휑하지만 조도를 낮춘 조명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일부 벽면의 창과 천창으로는 자연광이 들이친다. 하얀 칠을 입힌 벽과 층계 등 구조물들이 지닌 면과 선이 다양하게 교차하면서 발생하는 기하학적 디자인 효과엔 방점을 찍을 만하다. 전시실은 1, 2층과 지하에 있다. 걸음을 옮겨 지하 1층에 있는 어린이갤러리로 내려간다. 이곳은 3개 층을 수직으로 개방해 천장 높이가 무려 17m다. 북서울미술관은 아이들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본성과 눈높이에 맞으면서 품격마저 구비한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인간인 아동들에게 미술 체험 기회를 부여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봐서다. 이번 가을, 어린이갤러리에선 ‘서도호와 아이들 : 아트랜드’전이 열렸다.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꼽히는 서도호는 두 딸과 함께 점토로 만든 ‘아트랜드’를 선보였다. 관람객으로 온 아이들은 이 ‘아트랜드’를 기반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아트랜드를 집단 창작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신비하고 복잡한 생태계를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해 하나하나 조형했다. 전시 기간이 끝날 쯤엔 귀엽고 아름다운 대형 설치 작품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신바람 났으리라. 관람객이자 공동 창작자로서 설치 작업에 나서는 일이 흔할까 보냐. 점토를 조몰락거려 미술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오는 꽃처럼 활짝 피어난 건 상상력이었을 테다. 빙의와도 같은 도취의 순간도 경유했겠지. 어린이 특유의 선입견 없는 자유분방으로 즉흥과 충동과 날것의 감정을 표출하며 즐겼을 것이다. 이 아이들 속에서 훗날 피카소가 나올 수도 있다. 사람은 어쩌면 태어날 때 이미 예술가다. 성장하면서, 속세의 일원으로 각질을 두르면서 예술을 잃어갈 뿐이다. 그렇기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술 체험이 필요하다. 자유의지와 상상력의 보유 기간을 늘려 삶을 조금이나마 덜 낡은 쪽으로 운행할 수 있어서다. 미술관에서 누리는 휴식은 즐겁다. 싱겁고 머쓱한 일상에 의미와 재미를 붙여준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관점을 비트는, 가령 전복과 파격을 담은 콘텐츠에 관객은 흥미와 동요를 느낀다. 미술관들은 이를 고려해 전시기획에 나선다. 북서울미술관이 펼친 특별한 전람회가 많다. 2017년부터 매년 개최한 ‘유휴공간 프로젝트’ 역시 인상적이다.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는 관습을 깨는 프로젝트다. 지하주차장 외진 벽면, 물품보관함 작은 창문, 카페 주방 등 뜻밖의 장소에 작품을 숨기듯 슬쩍 갖다놓았다. 무대와 배경을 뒤바꿨다.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걷어냈다. 삶에 도입해볼 만한 역설적 상황에 흥미가 동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획전으로 전진 백기영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북서울미술관은 미술을 좋아하는 주민들에게 보다 풍성한 향유 기회를 제공해왔다. 그렇다면 미술을 낯설어하는 이들에겐? 미술관에 접근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제시해 포용한다. 이를테면 미술관에 큰 관심 없는 시니어들을 유도하기 위해 ‘청춘극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영화를 상영한 것. 영화 관람 후 자연스럽게 미술 전람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백기영 운영부장의 얘기는 이렇다. “‘청춘극장’의 인기가 꽤 높았다. 한 해에 1만 명 이상이 영화를 관람했다.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영화 관람과 미술 전시회 감상이 잘 연결되지는 않았다.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다.” 젊은 층 관람에는 어떤 경향이 있나? “과거보다 진지하게 관람하며 미술을 즐길 줄 아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미술관 체류 시간이 길어졌고, 미리 전시 작가 정보를 찾아 사전지식을 지닌 채 작품과 만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매우 긍정적인 추세 변화라 본다.” 그간 북서울미술관이 펼친 주요 전시회를 꼽는다면? “2019년에 열린 ‘한국 근현대 명화전’을 꼽을 수 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등 근현대 미술 대표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전시해 성황을 이루었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빛 :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도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심혈을 기울인 전시회였다. 최고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3년여에 걸친 준비 기간을 갖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화 관람에 대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한 전시회였다.” 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에 딸린 미술관 중 하나로 2013년에 개관했다. 아직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 클로드 모네, 윌리엄 터너, 제임스 터렐 등 거장 43인의 작품 다수를 보여준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의 성황은 물론, 양질의 기획전을 꾸준히 펼쳐 거둔 성과다. 어린이들이 공동 창작자로 참여한 ‘서도호와 아이들 : 아트랜드’전이 인상적이다. 어린이 미술 교육 콘텐츠를 가동하는 미술관은 많다. 그런데 ‘아트랜드’전은 새롭다.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은 다분히 소비적이고 획일적이다. ‘아트랜드’전은 아이들에게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부여했다. 미술관은 화가들의 작품을 구경하는 곳이라고만 알았던 아이들에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스펙터클과 기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코끼리 다리를 더듬어 전체를 상상하며 코끼리를 만들어내는 식의 조형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발현된 창의성과 상상력이 그들의 삶을 움직이는 하나의 관습으로 지속되길 바란다.” 서도호 작가에게도 이런 유형의 이벤트는 처음이라지? “새로운 시도였고 성과는 커서 서도호 작가에게도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미술관으로서도 어린이 프로그램 기획의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더 있다. 해외 미술관에서 ‘아트랜드’전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아마도 이게 확산될 것 같다.” 아이들이 만든 설치 작품은 이제 어떻게 되나? 수장고로 들어가나? “우리 미술관에 영구 소장하면 좋겠지. 그러나 영구적인 재료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고민 중이다. 안전한 소장이 가능한 특정 장소를 모색하고 있다.”
- 2022-12-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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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도 ESG 고민, 탄소배출 줄이려 노력”
- 경기도미술관은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자유롭게 개방된 화랑유원지 내부에 위치해 우선 접근이 용이하다. 자작나무 군락 등으로 조경한 공원과 호수가 있어 전원의 맛을 풍기기도 한다. 웅장한 건축물 안팎에 구현한 디테일도 볼거리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옹골진 게 많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난항을 겪었다. ‘마스크프리 세상’이 머잖은 요즘은 상황이 밝아졌다. 강민지 큐레이터에 따르면, 최근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게, 흔히들 해방감을 느끼며 사적 활동을 늘리는 추세와 함께 미술관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애호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술관이 있는 화랑유원지엔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과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실로 많다. 하지만 정작 미술관에 입장하는 사람은 적다. 미술관 안과 밖의 온도차가 여실하다. 숙고할 대목이다.” 대중은 문턱 낮고, 즐겁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미술관을 원하는데. “더 친근하고 더 재미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시회의 품질 향상은 물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미술관 앞마당에서 버스킹을 펼쳤다. 휴게 공간 강화도 필수다. 이제 미술관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가야 한다.” 당신은 젊은 큐레이터다. 요즘 청년층이 미술관을 향유하는 경향은 어떻다고 보나? “작품 감상보다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와 역사를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도 많다. 예술에 호기심을 가진 이도 많다. 이들을 만족시킬 문화공간이 지방 곳곳에 산재하는 현상도 고무적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징후가 읽힌다.” 전시실을 주로 2층에 배치했다. 반면 너른 1층 공간엔 작은 전시실 하나뿐이라 다소 썰렁하다. “간척지에 조성한 미술관이라 습기를 면밀하게 고려해야 했다. 전시 작품이 높은 습도에 훼손될 우려가 있어 주 전시장들을 2층으로 올린 것이다. 수장고를 지하층이 아닌 1층에 마련한 이유 역시 습기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허전한 느낌을 주는 건 맞다. 그래서 1층 로비 바닥에 전시 작품을 깔기도 한다.” 기획전 기간을 길게 잡았더라. 가령 현재 진행 중인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의 전시 기간은 자그마치 1년이나 된다. 안일한 방식은 아닐까? “한두 달 전시를 하고 작품을 철거하는 방식엔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단기간 전시에 따른 폐기물 발생, 인력 낭비, 비용 등에 문제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가급적 최대한 소모를 아끼자, 미술관끼리 소장품을 공유하자,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게 요즘 미술관들의 고민이며, 전시 기간 확대는 그 실천 대안의 하나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직업이다. 전시회 소개 글을 통해 나름의 생각과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다. 글을 쓰다가도 중단하고 벽에 못을 박으러 달려가야 하는 식으로.(웃음)” 요새 큐레이터가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냐고 묻자,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을 꼽는다.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그의 등 돌린 인물 그림이 야기하는 울림이 깊어서라고.
- 2022-11-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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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열린 예술의 생태통로, 경기도미술관
-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녹색 공원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산책로가 있다. 안산시 외곽 개활지에 있는 화랑유원지다. 시월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한가하게 거니는 이들이 많다. 이름은 유원지지만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안락하다. 경기도미술관은 화랑유원지 안에 있다. 자리 한번 기차게 잘 잡았다. 풍경과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라니.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입지이기도 하다.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미술관 관람의 목적을 호주머니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 보기를 소가 닭 보듯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소란스러운 세상을 생동감 넘치는 감성으로 수용하는 눈을 얻을 수 있는 게 미술관이다. 하지만 따분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으로 외면한다. 미술관 운영자들은 이런 현실이 야속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오나가나 골똘히 고민하는 문제가 그렇다. 얼마 전에 종료됐지만, 경기도미술관을 찾아간 날엔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고민의 한 결과물이다. 미술관의 진입장벽을 낮춰 관람객을 불러들일 방법을 모색해 꾸린 기획전이니까. 유원지를 가로지르는 통행로이기도 한 미술관 야외 길에 설치작품 다수를 전시했다. 하나같이 쉽고 재미있었다.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이 오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미술이 지닌 위계와 경계를 철거해 관람객들을 포용하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한결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고자 하는 미술관 측의 선한 의도가 완연해 인상적이었다. 환경 악화로 고립된 동물들의 활로로 쓰이는 ‘생태통로’처럼, 외부 전시물 전체가 공감과 소통의 가교로 기능하고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경기도가 설립했다. 운영은 경기문화재단이 맡았다. 공립미술관답게 건물 규모부터 크고 훤칠하다. 안산시에 사는 미술 애호가들은 언제든 찾아가 무료로 손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 형성에 반색했겠다. 나는 경기도미술관에 관한 작은 기억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 미술관은 세월호 침몰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결 절절한 애도 분위기에 이끌린 건 그래서였을까. 세월호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미술관 측은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사월의 동행’ 전을 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 문제 등을 놓고 두꺼비씨름을 하고 있었다. 사립미술관도 아닌 공립미술관이 앞장서서 추모 전람회를 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학계에서는 추모시가, 음악계에서는 추모곡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술계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던 때였다. 따라서 경기도미술관의 추념 미술전이 야기한 반향이 작지 않았다. 햐! 미술관이 진정 아름다운 레퀴엠을 헌정했구나! ‘사월의 동행’ 전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눈앞에 있는 현상과 형상을 넘어 무한으로 달려가는 게 예술이다. 그러나 현실의 거대한 아픔과 슬픔에 무디다면? 눈치를 보고 공기만 살핀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정치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사월의 동행’전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전람회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들은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세상에 만연한 모순과 고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졌던 셈이다.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해 미술관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최정화의 설치작품 ‘꽃꽂이’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플라스틱으로 꽃들과 열매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다. 원색의 붉은 인조 꽃떨기가 밤에 쓴 성급한 연애편지처럼 격정적이라 강렬하다. 최정화는 한국에서 요즘 가장 바쁜 화가다. 자칭 ‘설치작품으로 설치는 사람’이다. 그는 플라스틱 폐품 등 ‘눈부시게 하찮은 것들’을 모아 이를테면 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외적 형상을 조형한다. 플라톤식으로 말하면 ‘저급한 모방’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메시지를 지체 없이 수신한다. 최정화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그럴까? 플라스틱도 제2의 자연 아닐까?” 그는 아까 얘기한 세월호 추념 전시회에선 10m 높이의 대형 설치작품 ‘검은 꽃’을 선보였다. 공기주입기로 작품에 공기를 넣어 꽃잎이 피었다 졌다 반복하게 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했다. 먼 과거에 경기도미술관 일대는 바다였다. 이후 바닷물을 밀어낸 간척지였다. 지금도 호수가 있지만 원래 물이 머문 자리였던 것. 이와 같은 역사성과 장소성에 착안해 물 공간을 디자인 요소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건축 설계를 했다. 미술관의 남쪽과 동쪽 면에 사각의 대형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움으로써 저만치에 있는 호수 경관과 연계성을 갖도록 했다. 나아가 건물을 통째 물 위에 뜬 배로 간주하고 심벌을 입혔다. 거대한 철골 프레임에 유리판을 끼워 돛대 형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예술을 싣고 삶의 대양을 항해하는 중? 국내 미술관 가운데 거의 최초로 시도된 자동 개폐식 천창(天窓) 시스템도 비범하다. 전시실에 자연광을 뿌리기 위한 채광 장치다. 설계자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다. 일찍이 30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해 세계 건축계에 표나게 데뷔한 인물이다. 국내에도 이미 이름난 사람이다. 경기도미술관 건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건축에 자연 요소를 적극 융합한다. 세련된 기술로 추상적인 건축 언어를 발신한다. 지하 공간으로 건축을 끌어들인 데다 ‘빛의 계곡’까지 구현한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에 착공한 지하 건물 ‘영동대교 광역복합환승센터’도 페로의 작품인데, 태양광을 흡수해 반사하는 초대형 라이트 빔을 쏴 지하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배급하는 시스템이라니 흥미롭다. 전시 공간은 2층에 있다. 방문 당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욕망을 무한 소비하는 풍속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회다. 경기도미술관의 컬렉션 중에 ‘감각적인 작품’ 22점을 골라 선보이는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재미있기론 지구 곳곳에 이름을 알린 강익중의 대형 벽화 ‘오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미술관 1, 2층 벽면 한쪽을 통째 점유한 가로 72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벽화다. 전국의 어린이 5만 명이 3×3인치짜리 나무판에 그린 그림 5만 점을 모둠으로 엮은 대작이다. 강익중은 뉴욕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습작을 했다. 퇴근길 지하철이 유일한 작업실이었으며, 지하철에서의 짧은 이동시간 중에 그림을 한 점씩 그렸다. 그렇게 해서 강익중표 ‘3×3인치 미니 캔버스 작품’이 나오게 됐다. 그는 5만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뿜는 웅장한 에너지에 심취했나? 동어 반복적인 벽화 작업을 연달아 해왔다. 작은 그림들이, 작은 꿈들이 모여 삼라만상과 우주를 이루는 장관을 보라! 강익중의 메시지가 그렇다. 그는 백남준이 제자로 인정한 유일한 화가다. 명성과 감흥은 겉돌지 않는다.
- 2022-11-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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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할 기회, ‘모두를 위한 기회’ 展
-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자리한 DDP의 디자인랩 3층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UDP)이 있다. 최근 재단장 후 전시를 재개한 이곳에서는 ‘모두를 위한 기회’를 주제로 미래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전시 중이다. 이제 삶을 바꿔줄 디자인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볼 차례다. 이곳은 ‘디자인 쇼룸, UD 홈’과 ‘디자인 쇼룸, UD 시티’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각각의 섹션에서는 개인의 집 안, 모두가 공유하는 도시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다. UD 홈 섹션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디올연구소, 다이슨코리아 등의 기업이 참여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영된 패션이나 가전제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의상들과 큼직한 전신 거울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전시를 찾은 이들이 하티스트의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을 지향하는 하티스트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융합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보인다. 재킷과 셔츠 등의 상의 어깨 부분, 등판 전체에 신축성 있는 원단을 덧댄 ‘액션밴드’로 활동성을 높였다. 또한 앉았을 때의 착용감을 고려한 하의 디자인은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도 편하게 입을 수 있어 활동 가능성을 보장한다. 하티스트의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디올연구소는 글자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고령자, 장애인 등 시력 약자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디올연구소는 뭉침을 해결하는 잉크트랩과 속공간 확보, 균일한 좁은 폭 설계, 자간 행간 최적화 등의 유니버설 디자인 기술을 개발해 국내 폰트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에서도 잘 보이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체를 만들어냈다. 디올연구소의 폰트는 행정양식지, 식품의약품 성분표시, 제품 패키지나 설명서, 각종 안전시설과 공공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시력 약자들에 대한 위험과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있다. UD 시티 섹션에서는 SK텔레콤과 코액터스, 닷, 이케아 등의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소셜 벤처 기업 코액터스는 ‘고요한 M’ 서비스를 제공하는 ‘UT’ 애플리케이션(구 T맵택시)과 택시 모형을 선보인다. 고요한 M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택시 차량 운전을 지원하기 위해 코액터스가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청각이 약한 기사가 택시 호출 신호를 인지할 수 있도록 UT 앱에 ‘깜빡이 알림 기능’을 추가했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고요한 M 서비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닷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과 더 연결될 때까지 장애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기업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기기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닷 워치’(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출시했다. 작년에는 시각장애인이 그림, 지도 등의 그래픽을 만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시장에 내놨다. 이케아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품질과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모크래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 철학을 반영한 제품을 전시한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5가지 요소인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을 갖춘 프뢰세트(FRÖSET) 이지체어, 부르비크(BURVIK) 보조테이블, 페파르코른(PEPPARKORN) 꽃병, 크닉스훌트(KNIXHULT) 테이블램프, 솔헤타(SOLHETTA) LED 전구 등 이케아의 대표 제품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복순도가, 디스에이블드, 엠틱스코리아, 서울시설공단, 재단장 후 새로 추가된 연지, 호호히 등 다양한 기업 및 기관에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스마트 로봇 체어가 UDP 전시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관람을 돕는다. KT가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주로 사용할 목적으로 출시한 이 의자는 UDP에서 11월 11일까지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추후 지방의 다른 전시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이용 시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이용을 원할 경우 전시장에서 직접 문의하면 된다. UDP의 전시는 상설 전시로 휴무일이 없고, 관람료는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 2022-11-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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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 없는 전시회로 인지도 높아져
- 도시재생사업으로 출현한 팔복예술공장은 여느 문화 공간과 달라 새롭고 재미있다. 무의미하게 보였던 폐공장에 다양한 버전의 예술을 입혀 의미를 돋우었다. 퇴락을 거듭해 지붕조차 없이 골격만 남은 건물들은 그 자체로 예술품에 맞먹는다. 무너져가는 힘으로 간신히 지탱해온 사물들의 우중충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퇴적된 시간의 드라마틱한 웅얼거림이 있어 감흥을 야기한다. 변재선 기획운영팀장에 따르면 팔복예술공장은 아예 태어나지 못할 뻔한 상황을 경유했다. “처음엔 폐공장을 싹 부수고 문화공원을 조성할 것인가, 아니면 예술 향유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고민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다행히 후자가 채택되었다. 건물을 해체하기보다 활용해 동시대 예술의 창작과 실험을 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재생사업 이전 폐공장 모습은 어땠나? “거의 폐허였다. 처참했다. 일부 쓸 만한 건물은 산업체들이 빌려 쓰고 있었다.” 초기의 조성 과정에선 신중한 고려가 많았다지? “서둘러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예술공장의 콘셉트를 설정하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빈번하고 심도 있는 논의부터 선행했다.” A동의 경우 빨간색으로 단장한 외관으로 인해 폐공장의 모습이 외려 감춰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변형을 더 자제했어야 하지 않을까? “실용성과 기능성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을 했을 뿐이다. 가급적 원래 건물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총괄감독 황순우 건축가의 지향이었다. 페인트칠은 방수를 위해 불가피했다. 건물 내부 역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정도의 보완에 그쳤을 뿐이다.” B동 구역이 인상적이다. 폐건물의 원형 그대로를 볼 수 있어서. “1980년대 건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관람객의 관심을 사는 공간이다. 골격만 남은 폐건물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B동 일원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예술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조성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요즘 미술관들은 어린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환심을 끌어내기 위해 양질의 전시회를 기획하는 건 물론, 미술관 일부를 통째 예술 놀이터로 제공하는 것. 팔복예술공장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게 예술이니까.” 개관 이후 4년이 흘렀다. 관람객은 늘어나고 있나? “전시 작품 교체기를 제외하고 쉼 없이 전시회를 펼쳐왔다. 관람객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이젠 팔복예술공장의 인지도도 매우 높아졌다. 우리는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주 작가 공모 때 경쟁률이 17:1이나 된다.” 관람 포인트를 말한다면? “A동으로 입장해서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카페 ‘써니’에서 휴식을 취한 뒤, B동과 외부 경관을 즐기는 게 좋겠다. 대왕참나무 등으로 조성한 정원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도 있고.” 변재선 팀장은 A동 카페에 설치한 대형 인형 ‘써니’를 팔복예술공장의 시그니처 조형물로 꼽았다.
- 2022-10-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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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을 입은 폐공장의 반전, 재미있다!
- 팔복예술공장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쓸모를 잃고 버려진 폐공장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일으켜 세운 이색 예술 공간이다. 폐공장 시절은 길었다. 25년간이나 방치되었으니까. 그러니 형상이 오죽했겠는가? 무너지거나 으스러지거나 널브러진 것들이 태반이었다. 용케 남은 건물들도 금이 가거나 비가 샜다. 뒤숭숭하기가 흉가와 맞먹었다. 이렇게 공장의 한 생애가 종을 쳤다. 갈 길을 잃은 유령들의 비밀 집회소쯤으로 전락했다. 그런 와중에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앰뷸런스를 타고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달려와 수혈을 하고 수술을 해 꺼진 숨을 되살렸다. 전주시 팔복동 제1일반산업단지 안에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2년에 걸친 사전 작업과 공사,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18년에 개관했다. 이제 겨우 네 살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알아주거나 알아보는 눈이 많다. 개관 첫해에만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젠 재생 문화 공간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헌것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대신, 헌것을 싹 갈아엎고 새뜻한 새것을 건설하는 대신, 헌것에 잔존하는 쓸모를 재료로 삼은 재생사업의 성과가 이렇게 대단하다. 폐허를 폐허로만 볼 일 아니다. 폐허 속에 역사와 인간사의 숨결이 서려 있다. 헌것을 헌것으로만 볼 일 아니다. 헌것 안에 새것 뺨치는 예술과 미감이 박혀 있다. 폐공장의 재생 설계를 주도한 총괄기획자는 건축가 황순우. 인천시의 근대건축물을 본때 있게 재생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실력을 과시한 인물이다. 그는 팔복예술공장 설계에 나서기 전 한동안 뜸을 들였다. 폐공장이 지닌 역사성과 사회성,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숙고했던 셈이다. 그는 이런 요지의 얘기를 했다. “재생은 기억에서부터 온다고 봤다. 따라서 1년 동안 설계를 하지 않고 기억을 재생시키기 위한 작업부터 했다. 지역주민, 지역 예술가들과 수시로 만나 폐공장을 새롭게 읽어내는 작업부터 했다. 물리적인 작업은 맨 마지막에 했다.” 그는 단순한 형식적 구조 변경을 구사해 후루룩 단숨에 예술 공간을 설계하고 싶진 않았던 모양이다. 폐허에 남은 옛이야기를, 스러져가는 건물들이 간직한 기억을, 퇴락한 풍경의 이면에 감추어진 은유를 옹골차게 발굴해 공간 구축의 질료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은 크게 보자면 본관에 해당하는 A동, 아동과 청소년의 예술 놀이터인 B동, 그리고 야외 공간으로 구성됐다. A동은 외벽에 붉은 칠을 해 도드라진다. 벽면 일부엔 통유리창을 냈고, 옥상 난간의 프레임도 산뜻하다. 낡을 대로 낡은 원래 건물의 취약한 구조를 부분적으로 보강해 기능성을 살린 공간이다. 로비엔 폐공장을 남기고 사라진 카세트테이프 생산업체 ‘썬전자’의 히스토리를 알려주는 아카이브 섹션이 있다. ‘썬전자’는 이곳에서 1979년에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나 CD(Compact Disk)라는 신종 기록 매체에 밀려 1991년에 문을 닫았다. 공장의 이런 굴곡진 역사와 애환의 기억들을 예술로 재생함으로써 존재 증명을 하는 게 팔복예술공장이다. 공간 곳곳에 음미할 만한 서사 있어 A동 로비부터 시작되는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재래식 변기가 하나씩 놓인 화장실 4칸이 나온다. 많게는 500여 명에 이르렀던 ‘썬전자’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변기가 달랑 4개뿐이었다니. 과거 노동 환경이 얼마나 거칠었나를 변기들이 구슬픈 톤으로 비가를 읊어 웅변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예술이고 예술인이다. 화장실 구역이 통째 전시 작품인 건 배설 욕구조차 참아가며 일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비애와,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표현한 작가들의 글과 벽화가 이곳에 난무하기 때문이다. 미술관들은 저마다 특유의 전시회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기획전을 펼침으로써 미술관의 독자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팔복예술공장도 마찬가지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전시를 추구해왔다.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를 환기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을 산 전시회로는 ‘구스타프 클림트 레플리카전’을 꼽는다. 현재 2층 전시장에서는 ‘공존 :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전이 진행되고 있다.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란 생물학자 최재천이 제기한 용어로 ‘공생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면 얼마든지 생태적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최재천의 생각이다. 이번 기획전은 결국 환경문제를 화두로 던지는 셈이다. 24개국 8팀 77명의 환경예술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몇몇 작품을 볼까? 손정은의 ‘강요’는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인간의 탐욕을 힐난하는 설치 작품이다. 유리병에 닭의 실제 사체를 욱여넣은 작품도 있다. 엽기적이지만 통렬하다. 김순임은 대형마트에서 사온 식자재에서 채집한 씨앗이나 뿌리를 포장 용기에 심어 발아시킨 식물들의 정원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 ‘홈플러스 농장 2002’를 전시했다. 김유정의 ‘소리 없는 산’도 식물 설치 작품. 뿌리가 없는 채로 공기 중의 수분과 양분만으로 생존하는 식물 수염틸란드시아에 뒤덮인 폐가전제품들을 산의 형상으로 조형했다. 문명 이전 혹은 이후의 공존과 상생의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강현덕의 ‘아름다운 소멸’ 역시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이야기한다. 작가마다 선명한 환경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자연을 거침없이 해치우는 소비사회의 광기에 사려 깊은 거부권을 행사한다. 자연의 생존권을 침탈하는 일상의 풍속에 예리하거나 유려한 반론을 제기한다. A동에서 컨테이너를 엮어 공중에 설치한 통로를 따르자 B동 2층에 닿는다. 이곳엔 아동들을 위한 ‘이팝나무 그림책도서관’과 청소년들이 예술을 주제로 맘껏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꿈터 마루방’이 있다. 1층의 내부와 외부 역시 예술 놀이터다. 흥미로운 건 B동 구역에서 비로소 손질과 땜질을 거의 하지 않은 폐공장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낡고 삭아 추레한 폐건물을 그대로 놔둔 채 디자인 요소로 살려냈다. 따라서 이곳에선 과거로 잠시 회귀한 듯 감정적 동요를 느낄 수밖에 없다. 반짝이는 사물들로 채워진 세상의 이방과 이면이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폐허란, 그 미련 없는 분위기란 차라리 하나의 유적이다. 새것과 날것으로는 좇아갈 수 없는 우수와 정취가 깊어 감정이입이 쉽다. 세월의 풍상에 누추하게 구겨진 저 오래된 사물이 뿜는 아련한 빛에 문득 직관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여! 인간이여! 너의 몸을 스친 풍상은 한 조각 빛이라도 남겼더냐? 공간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자 커피 생각이 난다. 마침 A동에 카페가 있다. 여공(女工) 이미지를 조형한 대형 인형 ‘써니’를 심벌로 조성한 찻집이다. 조명구도 탁자 일부도 공장 시절의 용구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곳은 ‘썬전자’ 노동자들이 407일 동안 전개한 노조사수투쟁의 센터이기도 하다. 이렇듯 팔복예술공장 곳곳에 반추할 만한 기억이, 음미할 만한 서사가 담겨 있다.
- 2022-10-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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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시대 새로운 비전 제시”…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 개막
-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와 ‘제6회 대구액티브시니어 박람회’가 개막식을 가져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와 ‘제6회 대구액티브시니어 박람회’의 개막식이 24일 대구 엑스코 서관 로비에서 열렸다.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심우정 실버산업전문가 포럼 회장, 박영란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 조직위원장 등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 진행됐다.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전 세계에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과제를 안겼다”면서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 개최는 매우 의미 깊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란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은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해 영광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고 평했다. 박 위원장은 “대구시에 더 많은 전문가 기업들이 참여해 고령친화스마트도시 메카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힘찬 출발을 알렸다. 개막식 후에는 박람회 투어 시간을 가졌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데이터사이언스, 메디컬·안티에이징 분야 글로벌 기업 220개사가 참가한 바. 관계자들은 수준 높은 실버산업 기술 발전에 감탄을 표했다. 한편, 이날 오후 ‘4060 스마트 라이프 디자인 포럼’이 엑스코 서관 306호에서 진행됐다. 은퇴 세대인 4060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노후 준비, 부모 돌봄에 대해 얘기한 자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발행사 이투데이피엔씨와 신한은행이 공동주최하고,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관했다. 행사는 국회미래연구원 김현곤 원장, 신한은행 이관석 컨설턴트 등이 연자로 참석해 중장년의 미래 설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는 ‘인공지능 시대의 100세 인생 삶의 기술’을 주제로 한다. 국내외 26개국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제론테크놀로지 제품 100개를 소개하는 K-제론테크 전시회와 고령사회 디지털전환(DX) 도시 및 고령친화산업 정책 포럼, 비즈니스 컨설팅, 시니어 토크쇼 등 16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는 노인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노인 세대를 위한 과학 기술’을 의미한다. 고령사회를 대비하고 노인 세대의 지속 가능한 삶을 도모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2022-10-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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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시대, 국내 실버산업 주자들 한 자리에
- 시니어 전문 전시회 ‘제6회 대구 액티브시니어 박람회‘가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됐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엑스코와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오는 25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고령화시대 시니어 니즈를 반영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며 총 220여개사가 참여, 310여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취미&문화,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 메디컬&안티에이징, 금융&부동산, 시니어용품, 제론케트놀로지 분야의 최신 정보를 둘러볼 수 있다. 취미, 레저, 키덜트, 건강식품 및 시니어 세대의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제품 전시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 또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액티브시니어를 위해 재태크, 재능기부, 스포츠, 동호회 관련 부스들도 마련했다. 공공기관, 시군구 노인복지관,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 부스에서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며, 시니어 관련 정책, 구인 등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부대행사로는 파크골프대회, 퇴직전문인력 일자리정보제공, 무료건강검진, 시니어 DJ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날 열린 파크골프대회에는 많은 시니어들이 참가해 경기를 즐겼으며, 각종 의료기기를 체험하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올해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세계대회 2022’(ISG 2022)가 동시 개최되어 세계 30여개국의 노년공학 전문가들이 함께해 눈길을 끈다. 박영란 ISG 한국지부장은 "국내 실버산업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왔던 기관과 기업이 대부분 참여해 그간의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가 실버산업 분야의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학회 주제는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다.
- 2022-10-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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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10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사진전 일정 8월 4일 ~ 11월 13일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사후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뉴욕 출신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사진전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유럽 투어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비비안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사진 270여 점과 생전 사용했던 롤라이플렉스, 라이카 카메라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이어가 1959년 필리핀·홍콩·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최초로 공개됐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간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으나, 생전에 그녀의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마이어는 영화감독 존 말루프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말루프는 2007년 마이어의 사진 필름 뭉텅이를 경매장에서 헐값에 사들인 후 2년간 방치하다 사진 일부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네티즌은 그녀의 사진에 열광했다. 이후 마이어는 전시회·사진집을 통해 명성을 쌓았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책과 영화가 나왔다. 마이어의 이야기는 영화 ‘캐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셔터를 누른 마이어는 ‘거리의 사진가’로 불린다. 그녀의 사진에는 위트, 사랑, 빈곤, 우울, 죽음의 이미지가 섞여 있고,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다. 마이어는 ‘셀피(Selfie)의 원조’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찍었기 때문이다. ◇이승조 개인전 ‘LEE SEUNG JIO’ 일정 9월 1일 ~ 10월 30일 장소 국제갤러리 ‘파이프 화가’로 불리는 이승조(1941~1990)의 개인전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도한 작가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롭게 조망한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이승조는 가족과 함께 남하했고,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브는 ‘파이프’ 형상이다. 캔버스에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 시각적 일루전(환영)을 만들어내는데, 파이프가 연상된다. 작가의 회화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평면성과 입체성,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다. ●Book ◇슬픔이 택배로 왔다(정호승·창비) “50년 동안이나 이 험난한 세월을 시를 쓰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가 출간됐다. ‘당신을 찾아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열네 번째 시집으로, 올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 더욱 뜻깊다. 이번 시집에는 ‘죽음’에 대한 정호승 시인의 사유가 유독 돋보인다. 시인은 죽음을 새로운 생명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낙과(落果)’), “죽고 싶을 때가 가장 살고 싶을 때이므로/ 꽃이 질 때 나는 가장 아름답다”(‘매화불(梅花佛)’)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모닥불’)고 말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비움’을 제시한다. 시인은 “빈 의자는 비어 있기 때문에 의자”(‘빈 의자’)이고, “빈 물통은 물이 가득 차도 빈 물통”(‘빈 물통’)이며, “빈집은 빈집이므로 아름답다”(‘빈집’)라고 말한다. 담담한 어조로 적어 내려간 시인의 일화들 또한 감동적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낸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회한(‘어머니에 대한 후회’)과 나를 꾸짖을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서럽게 깨닫는 장면(‘회초리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신아연·책과나무)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 독자와 스위스까지 동행한 기록을 담은 철학 에세이다. 독자의 죽음을 배웅하고 돌아온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김영준·김영사) 신라면, 요플레, 에비앙 생수 등 일상에서 사랑받는 제품들은 치열한 경쟁의 생존자다. MBC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 ‘돈슐랭’의 진행자 김영준은 F&B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법을 밝힌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장편 소설이다. 섣달그믐 밤 노인 세 명은 함께 목숨을 끊는다. 이 죽음을 계기로 남겨진 자들의 일상도 새롭게 펼쳐진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10월 6일 ~ 11월 13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오경택 출연 오영수, 박정자, 배종옥, 장현성 ‘러브레터’(LOVE LETTERS)는 두 주인공 멜리사와 앤디가 5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특히 배우 오영수와 박정자, 배종옥과 장현성이 커플 호흡을 맞출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영수와 박정자는 1971년 극단 자유에서 처음 만나 50년 이상 돈독한 우정을 이어온 연극계 동료다. 장현성과 배종옥은 꾸준히 연극무대를 병행해온 실력파 배우들로, ‘러브레터’를 통해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냈다. 오영수와 장현성은 멜리사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이며 와스프(WAST,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고 불리는 슈퍼 엘리트 ‘앤디’ 역을 맡아 연기한다. 박정자와 배종옥이 연기하는 ‘멜리사’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자유분방한 예술가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일정 11월 8일 ~ 2023년 2월 26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연출 박소영 출연 최호중, 김도빈, 성태준, 조성윤, 박정원, 김현진, 김리현, 김기택 등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을 찾는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드(Creative Minds)에 선정된 후 2013년 초연했다.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무인도에 표류된 남북한 병사들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을 펼치며 융화되어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히스토리 보이즈 일정 10월 1일 ~ 11월 20일 장소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김태형 출연 오대석, 정상훈, 박은석, 김경수, 안재영, 이지현, 견민성 등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극작가 앨런 베넷의 대표작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지방의 한 공립 고등학교 대학입시 준비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이번이 6번째 시즌 공연이다. 인생을 위한 공부를 추구하는 문학 교사 ‘헥터’ 역에는 2019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열연한 오대석과 함께 정상훈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옥스퍼드 출신의 역사학 교사 ‘어원’ 역은 김경수·안재영과 재연부터 5시즌까지 ‘데이킨’ 역으로 참여했던 박은석이 출연한다.
- 2022-10-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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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협회 창립 60주년, '잡지주간 2022' 행사 열린다
- (사)한국잡지협회가 잡지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잡지 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해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잡지주간 2022'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잡지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한다. 잡지라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부해지는가 등 그 정보력과 영향력을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 행사에 앞서 잡지협회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 추진조직을 구성, 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언론프리핑을 열었다. 백동민 집행위원장(아트인포스트 대표)을 비롯해 백종운 대회장(제44회 한국잡지협회 회장), 이창의 위원(한국문화관광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브리핑을 통해 백동민 집행위원장은 "잡지 사업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종(種) 수는 역으로 증가했다. 독자층이 점점 세분화 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 잡지는 늘 시대의 변화와 함께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모바일 클라우드 사업 등의 사업을 통해 독자가 일종의 패키지 형태로 다양한 잡지를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잡지 주제의 전시ㆍ콘서트ㆍ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 열려 총 열흘 간 '잡지가 있는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근현대 잡지 특별전',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 전시회',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 '매거진 콘서트',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 등 잡지산업 종사자 및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전시 프로그램인 '근현대 잡지 특별전'은 '오늘, 당신의 잡지'라는 주제로 국립중앙도서관과 공동 주최, 10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150여 종의 다양한 근현대 잡지를 비롯해 문화적 사료인 옛 잡지와 독자에게 사랑 받았던 인기 잡지 등을 선보인다. 같은 시기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시'도 한국잡지정보관 내 M미술관에서 즐길 수 있다. 잡지를 주제로 독자들이 직접 기록하고 제작한 글쓰기, 만화, 그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중 우수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해당 행사는 잡지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개최해왔다. 본 행사의 첫 날인 11월 1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각계 주요 인사와 잡지 발행인, 정부훈포상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 이날은 '잡지의 날'로, 근대 종합잡지의 효시인 '소년'(少年)의 창간일을 기념해 정했다.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11월 5일 열리는 '매거진 콘서트'에서는 미래 독자층과 MZ세대를 위한 콘서트를 진행한다. 잡지를 주제로 한 대담과 작은 공연을 통해 잡지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와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11월 10일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가 마련됐다. 아시아 잡지계 산학연과 함께 국내외 잡지계와 언론 및 출판계 종사자 등이 참석해 4차 산업시대 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대전환 시대에 따른 미래 잡지산업에 대해 논의한다. '잡지주간 2022'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잡지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2022-10-06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