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으로 출현한 팔복예술공장은 여느 문화 공간과 달라 새롭고 재미있다. 무의미하게 보였던 폐공장에 다양한 버전의 예술을 입혀 의미를 돋우었다. 퇴락을 거듭해 지붕조차 없이 골격만 남은 건물들은 그 자체로 예술품에 맞먹는다. 무너져가는 힘으로 간신히 지탱해온 사물들의 우중충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퇴적된 시간의 드라마틱한 웅얼거림이 있어 감흥을 야기한다. 변재선 기획운영팀장에 따르면 팔복예술공장은 아예 태어나지 못할 뻔한 상황을 경유했다.
“처음엔 폐공장을 싹 부수고 문화공원을 조성할 것인가, 아니면 예술 향유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고민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다행히 후자가 채택되었다. 건물을 해체하기보다 활용해 동시대 예술의 창작과 실험을 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재생사업 이전 폐공장 모습은 어땠나?
“거의 폐허였다. 처참했다. 일부 쓸 만한 건물은 산업체들이 빌려 쓰고 있었다.”
초기의 조성 과정에선 신중한 고려가 많았다지?
“서둘러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예술공장의 콘셉트를 설정하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빈번하고 심도 있는 논의부터 선행했다.”
A동의 경우 빨간색으로 단장한 외관으로 인해 폐공장의 모습이 외려 감춰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변형을 더 자제했어야 하지 않을까?
“실용성과 기능성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을 했을 뿐이다. 가급적 원래 건물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총괄감독 황순우 건축가의 지향이었다. 페인트칠은 방수를 위해 불가피했다. 건물 내부 역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정도의 보완에 그쳤을 뿐이다.”
B동 구역이 인상적이다. 폐건물의 원형 그대로를 볼 수 있어서.
“1980년대 건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관람객의 관심을 사는 공간이다. 골격만 남은 폐건물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B동 일원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예술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조성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요즘 미술관들은 어린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환심을 끌어내기 위해 양질의 전시회를 기획하는 건 물론, 미술관 일부를 통째 예술 놀이터로 제공하는 것. 팔복예술공장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게 예술이니까.”
개관 이후 4년이 흘렀다. 관람객은 늘어나고 있나?
“전시 작품 교체기를 제외하고 쉼 없이 전시회를 펼쳐왔다. 관람객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이젠 팔복예술공장의 인지도도 매우 높아졌다. 우리는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주 작가 공모 때 경쟁률이 17:1이나 된다.”
관람 포인트를 말한다면?
“A동으로 입장해서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카페 ‘써니’에서 휴식을 취한 뒤, B동과 외부 경관을 즐기는 게 좋겠다. 대왕참나무 등으로 조성한 정원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도 있고.”
변재선 팀장은 A동 카페에 설치한 대형 인형 ‘써니’를 팔복예술공장의 시그니처 조형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