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4130m이니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에 갔다 온 셈이다. 고생길이었으나 여행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다. 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노!”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 뒤 엉덩이가 자꾸 들썩이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여행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이고 보츠와나, 남아공, 잠비아, 에티오피아 5개국을 10일 동안 다녀오는 여정이다. 기본 경비는 480만 원. 생각한 것보다 싼 편이다. 추가 경비로 가이드 기사 팁 120달러, 비자 비용 100달러, 빅토리아 폭포 헬기 투어 165달러, 크루거 국립공원 야간 게임 드라이브 80달러를 준비하면 되고 생수를 사거나 팁을 줄 때도 약간의 돈이 필요하다. 이참에 집에서 가장 먼 아프리카에 가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번에도 같이 갈 사람을 섭외해봤는데 실패했다. 비용도 부담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굳이 아프리카 여행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돈이면 유럽 등 편한 여행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갈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럽 여행은 이미 여러 번 가봤고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이다. 또 대자연을 감상하며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일은 물론 부담스럽다. 부작용으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미 지역 여행을 하려면 어차피 황열병 예방주사는 맞아야 하므로 맞기로 했다. 예방 백신 접종 증명이 없으면 아예 입국이 안 되는 나라가 몇 개국 있다. 황열병은 모기로 인해 감염되고 사망률이 25~50%에 이른다 한다. 말라리아, 뎅기열도 모기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말라리아는 예방 백신이 없고 단기 여행자는 여행 2일 전부터 귀국 7일 후까지 매일 말라톤이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뎅기열도 백신이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 백신을 맞으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생백신이라 보관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에 예약하고 가야 해서 번거로웠다. 또 행정수수료로 3만2460원을 내고 전자 수입인지를 사야 한다. 인지는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있는 신한은행에서 취급한다. 신한은행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게 싫으면 다른 은행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취급을 안 하는 은행 지점이 많아 하나은행 을지로 6가점, 신한은행 국립중앙의료원에 문의해봐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로비에 가면 8번 창구에 황열병 전용 창구가 있다. 고객대기표를 뽑고 기다리지 말고 바로 8번 출구로 가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서 접수 및 기본 문진표를 작성하고 2층 감염병 센터로 가면 된다. 체온을 재고 진찰실에서 담당의사가 다른 병력에 대해 질문한다. 모두 통과하면 주사실에서 예방주사를 맞는다. 진료비는 1만8880원. 다시 1층 접수창구로 가서 황열병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아 여권에 붙이면 끝난다. 단, 주사 쇼크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20분 정도 근처에서 더 시간을 보내라고 권장한다. 이 접종은 10일 후부터 효과가 있으며 평생 유효하다. 그러나 여권을 갱신할 경우 기재사항이 달라지므로 다시 접종해야 한다. 접종 후 부작용은 10~25%로 높은 편이다. 두통,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 심하게 고생했다는 사람도 많다. 드물게 뇌염, 신장염, 간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샤워는 접종 후 12시간 후에 할 수 있지만, 3일간은 음주, 목욕,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해외 여행자를 위한 예방 접종으로 파상풍, 장티푸스, A, B형 간염, 일본 뇌염 등을 권하는데 나는 일단 황열병 백신만 맞았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유용함도 있지만, 신종 스마트폰 범죄나 분실 우려 등의 골칫거리도 생겨났다. 특히 스미싱 문자 등으로 인한 피해는 스마트폰 활용도와 무관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두면 안전한 스마트 서비스를 소개한다.
바이러스와 스미싱은 막아주고 메모리와 배터리는 절약하는 ‘알약M’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을수록 부족한 것이 바로 저장 공간(메모리)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을 보거나 오피스 앱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배터리 역시 부족하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들어봤을 백신 프로그램의 애플리케이션 버전인 ‘알약M’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바이러스와 스미싱 방지는 물론 메모리와 배터리 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실시간 감시’ 기능을 켜놓으면 앱을 열지 않아도 안전한 모바일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 검사, 배터리 최적화, 저장 공간 청소, 메신저 파일 정리 등이 앱 화면에서 아이콘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이뤄져 초보자라도 어려움이 없다. 앱을 열었을 때 평소 초록색이던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거나, 작은 ‘!’(느낌표) 아이콘이 보인다면 스마트폰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렇다고 당황해하지 말자. 이 역시 원터치로 빠르게 해결 가능하다. 왼쪽 상단 메뉴에서는 안전한 와이파이와 앱 검색·관리, 앱 잠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잃어버린 스마트폰 어떻게 찾을까? ‘구글 휴대전화 찾기’& ‘아이클라우드 아이폰 찾기’
스마트폰은 기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연락처, 사진, 공인인증서 등 주요 개인 정보를 담고 있어 분실할 경우 위험과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당장 전화부터 걸어보곤 통화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럴 경우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구글’(www.google.com)의 ‘휴대전화 찾기’를,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www.icloud.com)의 ‘아이폰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기기를 분실한 지점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GPS가 켜져 있는 경우에 한함). 분실 지점에 근접했다면 ‘벨소리 울리기’ 메뉴를 눌러보자. 최대 음량으로 5분간 벨소리가 울려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듣고 찾아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경우 구글과 비슷한 소리 알림 기능인 ‘사운드 재생’ 메뉴와 함께 통화 및 긴급 상황 버튼 이외의 기능을 비활성화 하는 ‘분실 모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권유판매 스팸, 한 번에 거절하는 ‘두낫콜’
계속 걸려오는 지긋지긋한 스팸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두낫콜’을 이용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등록 시스템으로 손쉽게 전화권유판매 스팸전화를 차단하도록 도와준다. 두낫콜 홈페이지 (www.donotcall .go.kr)에 접속 후 ‘소비자’ 메뉴를 누르고 본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거부등록 절차를 거치면 무작위로 걸려오는 판매 목적 전화를 한 번에 거부할 수 있다.
중고 스마트폰 제대로 사려면? 가격은 물론 출처까지 꼼꼼하게 확인
중고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은 아마 ‘가격’ 부담 때문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 기준으로만 제품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로 책정됐는지 알려면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따른 등급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크게 100만~120만 원대의 고급형(프리미엄), 60만 원 안팎의 중급형(미드레인지), 40만 원대 이하의 보급형(로우엔드)으로 구분된다. 가급적 고급형에서 고르되 출시 시점이 4년 이내의 제품이라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성능과 디자인 등에 따라 중고 폰을 골랐다면 분실·도난 폰이 아닌지 출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www.smartchoice.or.kr)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스마트 라이프 메뉴→단말기 식별번호(IMEI)검색→분실·도난 조회).
안전한 일상을 위한 앱 서비스
•경찰청 사이버캅 인터넷 사기 등에 연관된 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오면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신규 스미싱 수법 경보령 등 사이버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알림을 푸시로 받아볼 수 있다.
•더치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모바일 상 판매자의 연락처, 계좌정보, 아이디 등을 검색해 금융사기를 방지한다.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 및 범죄자 검거 소식 등도 안내한다.
•안전디딤돌 정부 대표 재난 안전 포털 앱으로 재난 발생 시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 해일, 태풍 등 재난 유형별 국민행동요령은 데이터가 원활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확인 가능하다.
•안전 신문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앱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안전 위험요인을 국민들이 쉽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교통, 시설, 생활 등 전 분야의 신고가 가능하며, 접수된 내용은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처리된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자장율사가 당나라 구법(求法) 중에 모셔온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 및 경책을 금강계단을 쌓은 뒤 봉안하였다. 절이 위치한 영축산(靈鷲山)이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說)하신 인도 영축산과 통한다는 뜻으로 통도사라고 하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15교구 본사 통도사는 산기슭에 계류를 끼고 펼쳐진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위치한 규모가 매우 큰 절집으로 통도사를 일컫는 표현은 여러 가지다.
첫째가 5대 적멸보궁(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법당) 중 제1적멸보궁이라는 자부심이다. 5대 적멸보궁은 통도사 외에는 모두 강원도에 있다.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와 태백산 정암사이다. 이 중 태백산 정암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라시대에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불사리 및 정골(頂骨)을 직접 봉안했다. 정암사에 봉안된 사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泗溟大師)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봉안했다. 불교도 간에는 이들 5대 적멸보궁을 모두 찾아보는 순례적 숭배를 뜻깊게 생각하며 가장 신봉하는 기도처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용연사와 건봉사, 도리사를 합쳐 8대 적멸보궁이라고도 한다.
두 번째, 통도사는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 중 불보(佛寶) 사찰이다. 법(法)에 해당하는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法寶) 사찰 해인사, 승(僧)을 뜻하는 승보(僧寶) 사찰 송광사와 함께 삼보(三寶) 사찰로 부른다. 그중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금실로 수놓은 가사)를 모셨기에 삼보사찰 중 으뜸인 불보종찰(佛寶宗刹)이라 한다. 이는 일주문 좌우에 걸린 '불지종가(佛之宗家)' '국지대찰(國之大刹)'이라는 말로 통도사의 품격과 사세(寺勢)를 가늠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영축총림(靈鷲叢林)'이다. 우리나라(조계종)에는 ‘5대 총림’으로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를 손꼽는다. 승려의 참선수행 전문 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총림(叢林)이라고 한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조직과 체계가 정비된 큰 절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화사, 범어사, 쌍계사를 추가하여 ‘8대 총림’이라 한다. 통도사에는 국보 제290호 대웅전 및 금강계단과 25점의 보물이 있으며, 성보문화재 4만여 점을 소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성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영축산(靈鷲山) 통도사(通度寺)
통도사의 가람(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배치는 금강계단을 서쪽에 정점으로 두고 동쪽의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에 ‘하로전’이 있다. 불이문을 지나면 대웅전 못미처 세존비각까지가 ‘중로전’이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있는 지역을 ‘상로전’이라 한다. 이렇게 노전(爐殿)이 세 개라는 것은 통도사가 3개의 가람이 합쳐진 복합 사찰이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크고 역사가 오래된 절을 의미하며 특히 금강계단이 있는 상로전이 통도사 핵심지역이다. 중로전에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대광명전과 용화전, 관음전이 있다. 하로전에는 극락전과 영산전, 약사전 등이 있다.
통도사로 들어가는 경부고속도로 IC 명칭이 통도사이다. 특정 종교시설을 나들목 명칭으로 한다고 말도 많았지만 이 근처에서는 통도사를 대치할 지명이 없다. 절 아래 마을은 기념품점과 식당이 모여 있다. 사하촌(寺下村) 수준을 넘어 작은 신도시를 연상케 한다. 어린이집부터 양로시설까지 통도사 시설이 여럿 눈에 띈다. 시가지가 끝나는 지점에 거대한 산문(山門)이 매표소를 겸한다. 걸어가거나 차량에 탄 채로 표를 끊고 십 분여 들어가면 두 번째 산문인 총림문(叢林門) 옆이 주차장이다. 길옆에 흐르는 맑은 시내는 차고 시원해 여름철 피서지로도 인기있다. 영축총림(靈鷲叢林) 대형 현판을 단 총림문(叢林門) 앞에는 제법 큰 규모의 석당간(石幢竿)이 있다. 오른쪽에는 경내 승탑과 탑비를 한 곳에 모아놓은 부도원(浮屠院)이 조성되어 있다. 총림문 지나 오른쪽으로는 성보문화재 40여 만점을 보관, 전시 중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보박물관이 있는데 목재와 석재 사찰 장승이 2기씩 서 있다. 초입부터 볼거리가 많은 통도사. 성보박물관을 지나면 비로소 일주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사찰영역이며 하로전이다. 통도사는 일주문도 여느 절집에 비하여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나 이미 지나온 2개의 문이 워낙 크고 화려해서 오히려 작아 보인다. 보통 2개의 기둥을 한 줄로 세우지만 이곳은 네 개의 기둥을 세운 세 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에 다포형식이 화려하며 좌우 앞뒤로 또 4개의 활주를 받쳐야 할 만큼 크고 무거운 일주문이다.
일주문 앞 2개의 돌기둥에는 구하(九河) 스님이 쓴 '이성동거필수화목(異姓同居必須和睦)', '방포원정상요청규(方抱圓頂常要淸規)' 즉 '각 성들끼리 모여 사니 화목해야 하고, 가사 입고 삭발했으니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통도사 스님들에게 주는 경구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일주문 현판 ‘영축산(靈鷲山) 통도사(通道寺)’는 흥선대원군 친필이다. 일주문 가운데 기둥 2곳에 걸린 주련은 남쪽 지방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의 글씨. 앞서 통도사의 위상을 설명할 때 나온 2가지 표현, '불지종가(佛之宗家)' '국지대찰(國之大刹)'은 통도사의 사격(寺格)을 나타내는 글귀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하로전이다. 왼쪽에 2층 건물 범종루가 있고, 오른쪽에 극락보전이 있다. 그 앞마당에는 왼쪽에 만세루, 오른쪽에 영산전, 극락보전 맞은편에는 약사전이 중앙의 3층 석탑을 중심으로 'ㅁ자' 꼴로 모여 있다. 하로전을 독립된 하나의 사찰로 간주했을 때 만세루를 입구로 하여 중앙에 3층 석탑을 세우고 정면에 영산전, 오른쪽에 극락보전, 왼쪽에 영산전을 갖춘 모양새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하로전의 중심건물은 영산전으로 보이는데 사람들 발길은 극락보전으로 먼저 향한다. 들어오는 입구에 있기도 하거니와 극락보전 외벽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끌기 때문인데 극락전 후벽 중앙에는 반야용선 벽화가 그려져 있어 모든 이들이 감탄해 마지않는다.
하로전의 중심건물은 영산전으로 극락전마저 이곳에서는 부속 불전이다. 만세루와 마주 보며 서 있는 영산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다포계 양식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내외 벽화는 매우 주목되는 작품으로 외벽의 그림은 풍화(風化)를 받아 많이 훼손되었으나 내벽의 그림은 그런대로 잘 남아있다.
하로전에는 앞에서도 언급한 만세루와 약사전이 있다. 뜻밖에도 눈길을 끄는 건 천왕문 왼쪽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작은 가람각(伽藍閣)이다. 가람을 수호하는 가람신을 모신 사방 1칸짜리 법당이다. 아홉 마리 중 남아있는 한 마리 용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목수 한 사람이 도끼 하나로 쇠붙이를 전혀 쓰지 않고 지었다는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면 중로전이다. 불이문(不二門) 편액은 송나라 미불의 글씨이다. 그 아래 원종제일대가람(源宗第一大伽藍) 편액은 명 태조 주원장 친필로 전해지는데 원래는 일주문에 걸었다고 한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 하로전보다 약간 높은 지형의 일주문을 지나 중로전으로 들어서면 먼저 관음전이 나타난다. 그 오른쪽 뒤편으로 용화전, 대광명전이 있으니 이 세 불전이 중로전의 중심건물이다. 관음전은 정면, 측면 공히 3칸의 정사각형 건물로 주심포식 팔작지붕이다. 자비로운 관음보살을 모셔 항상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느라 분주한 곳이다. 관음전 앞에는 3m가 넘는 큼직한 석등이 하나 서 있다. 네모난 화창에 팔각 받침과 지붕돌을 얹은 고려시대 형식으로 경남 유형문화재 제70호이다. 관음전 뒤 용화전 안에는 하얗게 호분칠을 한 석조미륵불 좌상을 모셨다. 내부 벽체에는 절집에서는 유일하게 서유기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특히 용화전 앞에는 봉발탑(奉鉢塔)이 서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석물이나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다.
용화전 뒤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중로전의 중심건물 대광명전(大光明殿)(보물 제1827호)이 있다. 통도사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대웅전과 함께 통도사에서 중요한 목조건물 꼽힌다. 내부의 삼신불 탱화는 보물 제1042호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불을 질러 통도사가 모두 타 버렸을 때도 대광명전만이 불타지 않았다. 내부 들보에 화재를 예방하는 묵서가 쓰여 있어 그랬다는 말이 전해온다.
吾家有一客(오가유일객) 定是海中人(정시해중인)
우리 집에 한 분의 손님이 계시니, 바로 바닷속에 사는 사람이다
口呑天藏水(구타천장수) 能殺火精神(능살화정신)
입에는 하늘에 넘치는 물을 머금어, 불의 정신을 소멸할 수 있네
이후 통도사에서는 위 문구를 적은 종이로 밀봉한 소금단지 60여 개를 크고 작은 당우(堂宇)마다 처마에 올려놓아 화재를 예방했다. 매년 양기가 가장 세다는 단오에는 새 소금을 담은 소금단지로 교체하는 용왕재를 올린다. 그 밖에도 불전마다 댓돌 계단 아래 아귀발우(餓鬼鉢盂)가 있다. 아귀밥통이라고도 하며 부처님께 올린 청정수나 공양을 마친 후 물을 버리는 용도로 퇴수대(退水臺) 혹은 청수통(淸水筒)이라고도 한다.
‘아귀는 늘 배고파서 아우성인데 목구멍은 바늘만 해서 물만 마실 뿐 음식을 먹지 못하니 소중한 물을 버리지 않고 아귀에게 준다’는 의미다. 음식 찌꺼기 하나도 버리지 않겠다는 절약과 검소함을 익히려는 한국불교의 귀한 풍습이기도 하다.
중로전 마당 왼쪽의 원통방과 감로당은 법회 시 대중을 수용하는 대방(大房)으로 공양간이 함께 있는 편의시설로 쓰고 있다. 원통방 처마 밑에는 원통소(圓通所) 편액이 있다. 이 역시 흥선대원군의 친필로 석파(石坡) 호가 쓰여 있다.
그밖에 원통전 옆 서쪽에는 개산조당(開山祖堂)과 해장보각(海藏寶閣)이 있다. 사대부집에나 있을 솟을대문 형식의 삼문(三門)에 개산조당(開山祖堂) 현판을 달았다. 그 뒤편의 전각이 통도사 창건주 자장율사의 영정을 봉안한 해장보각이다. 개산조당 삼문 앞에는 고려시대쯤으로 보이는 고식(古式)의 석등이 하나 서 있다. 그 오른편에는 야간에 불 밝히는 정료대(庭燎臺)처럼 보이는 석물이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37가지 방법을 새겨 놓은 삼십칠 조도품탑(三十七 助道品塔)이라고 한다.
개산조당 삼문 옆 금강계단 축대 아래 붙여지은 작은 비각은 세존비각(世尊碑閣)이다.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사리를 모셔온 일과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불사리를 보호하기 위해 크고 작은 2개의 함 안에 보관하였다. 그 후 한 개는 통도사 금강계단에 봉안하였고, 또 다른 하나는 태백산(太白山) 갈반사(現 정암사)에 봉안되었음을 새긴 비석이다.
이렇게 하로전, 중로전의 중요한 전각만 둘러보았어도 웬만한 절집 두 곳 넘게 본 셈이나 정작 통도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상로전이 남았다. 상로전에는 별도의 문이 없어 정(丁) 자 형태의 특이한 대웅전이 바로 나타나는데 오른쪽 뒤에 있는 금강계단과 함께 국보 제290호이다.
상로전의 주 건물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5칸 규모인데 동, 서, 남, 북 네 곳 모두에다 현판을 걸어놓았다. 들어가는 방향인 동쪽에는 대웅전(大雄殿), 서쪽은 대방광전(大方廣殿), 남쪽에는 금강계단(金剛戒壇), 북쪽에는 적멸보궁(寂滅寶宮) 등 각기 다른 현판을 걸었다. 적멸보궁(구하 스님 글씨) 외에는 모두 흥선대원군 글씨이다.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45년(인조 23)에 중건했다. 건물 기단은 통일신라시대 석조기단과 같은 구조다. 남측 정면과 양측면 지붕이 합각인 특이한 모습에 일부는 철제 기와도 보여 보통 건물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붕 정상에는 찰간대(刹竿臺·큰 절 앞에 세우는 깃대)라고 통칭해 부르는 청동제 보주(寶珠)에 철주(鐵柱)가 솟아있다. 이는 규모가 있는 절 또는 부처님의 연궁(蓮宮)을 나타낸다. 처마 끝 지붕에는 도자기 연봉 장식이 있어 불사리 금강계단과 적멸보궁 장엄에 온갖 정성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대웅전의 내부 우물천정은 목단, 국화문 등을 조각한 위에 단청(丹靑)했다. 동쪽 대웅전 현판 아래 두 장의 꽃살문 역시 조각이 우아하다. 연화문, 옥단문, 국화문 등을 새겨 문살을 장식했다.
통도사 절터는 원래 큰 연못이었다고 한다. 그곳에 살던 아홉 마리 용을 교화시켜 승천하게 한 뒤 연못을 메운 후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쌓아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했다. 아홉 마리 중 한 마리는 남아서 절을 지키겠다하여 연못 한 귀퉁이에 살게했다. 천왕문 옆 가람각은 용을 위한 전각으로 전해진다.
계단(戒壇)은 ‘계(戒)를 수여하는 의식이 행해지는 장소’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는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 통도사 창건의 근본정신이 깃든 곳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금강계단에 직접 참배를 금지하였으나 최근에는 지정된 날자와 시간에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에서 참배할 수 있다. 음력 초하루부터 초삼일, 음력 보름날 그리고 지장재일인 음력 18일과 관음재일인 음력 24일의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이다.
대웅전의 서쪽으로는 산령각과 삼성각, 응진전이 있다. 비좁은 공간에 작고 예쁜 연못이 하나 있는데 남아서 절집을 지키겠다던 한 마리 용이 살던 구룡지(九龍池)이다. 연못자리에 절이 지어졌다는 창건설화를 증명하듯이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연못으로 멋스러운 공간이다. 상로전의 나머지 공간에는 응진전과 명부전, 일로향각이 있고 보광전과 선원 구역이 있는데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관리 목적의 건물 등이다.
2003년 8월 22일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나라 역대 최대 전력 소비를 기록한 날이다. 이에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모색했으며, 국민으로부터 절약 정신과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 이듬해인 2004년 '에너지의 날(8·22)'을 제정했다.
여름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에어컨 끄기, 밤 9시부터 전국 동시 5분간 전등 끄기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에너지 절감 효과와 절약 실천을 위한 묘책이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절약과 절감은 최선책이다. 우리 모두 평상시에도 에너지 절약을 유념하고, 나부터 ‘내일’이 아닌 당장 ‘지금’부터 적극 실천해야 한다.
만일 전기가 없었다면, 일상생활은 물론 선풍기, 형광등, 텔레비전 등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 재미있고 유용한 글들을 읽고 쓰는 것도, 모두 다 이 유익하고 편리한 전기 덕분일 테다.
우리가 일할 수 있는 능력, 형태에 따라 위치, 운동, 열, 전기 따위로 구분하는 것을 에너지라고 한다. 근대적인 문화생활 또는 생산 활동에 불가결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원, 태양열, 풍력, 수력 등이 에너지 자원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8월 22일 '에너지의 날'이 며칠 안 남았다. 올해로 15회째 맞이했으나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 꼭 이날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절약을 위한 의식과 실천 의지를 가지고 생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뜻깊은 날조차도 외면하고 소홀한 요즘이다.
‘전등록’의 한 구절을 인용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천을 일깨워보고자 한다. 백낙천(당나라 시인)이 물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조과선사가 대답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선행을 하여라.” 이에 백낙천이 되받아쳤다. “그런 것쯤이야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말입니다.” 조과선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백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조관선사의 말을 되새기며, ‘실천’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지구 끝이라니 생각만 해도 멀고 먼 땅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막상 가보면 그리 멀기만 한 곳도 아니다. 남극 바로위 남아메리카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친 일부지역을 칭하는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등산복 브랜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마젤란과 그의 원정대가 거인족이라고 묘사했던 원주민들을 가리키는 파타곤(patagón)이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남반구에 위치하여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이곳은 연중 기온이 낮아 11월에서 3월이 여행적기이며, 이때 간다 하더라도 사람을 지구 밖으로 날려버릴 기세로 불어대는 토레스 델파이네의 바람을 피할 방법은 없다. 자연은 냉혹하여 불평을 허락하지 않는다던가? 절대적 힘 앞에서 작은 불평 따위는 내동댕이쳐버리게 되는 곳이 파타고니아가 주는 힐링의 힘이다. 그러니 이곳에서라면 바람을 피하기보다는 바람을 기꺼이 마주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는 쪽이 낫다. 사람은 40m/s를 넘으면 날아갈 수도 있다는데, 이곳은 최대 풍속이 60m/s를 넘는 일도 많아서 영국 탐험가 에릭 시프턴(Eric Shipton)은 '폭풍우의 대지'라 불렀다는 곳. 그렇다면 우린 왜 이렇게 혹독한 곳에 가려하는 것일까?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 위한 결행
1989년 1월, 48세로 요절한 브루스 채트윈은 의 기자로 일하던 어느 날, 93세의 디자이너 아일린 그레이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그녀가 그린 파타고니아 지도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는다. 아일란은 자신은 이미 늙어 갈 수 없다며 브루스 채트윈이 대신 그곳에 가줄 것을 부탁했다. 얼마 후 브루스는 다니던 신문사에 ‘파타고니아로 떠남’이라는 짤막한 한 을 남긴 채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로 사라져 버렸다. 그가 쓴 책 의 서문에는 이렇게 쓰였다.
“제가 늘 저지르겠다고 협박했던 일을 드디어 결행했습니다. 오늘밤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납니다. 거기에 살면서 저 자신만을 위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문명의 이기는 거리감각을 바꿔놓았다
우린 이제 단 두 시간에 비행기로 목적지에 갈수도 있고, 수 십 시간을 버스를 달려 육로를 통해 목적지에 닿을 수도 있다. 효율성과 비효율성사이에서. 속도와 비속도 사이에서.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우린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행기로 단 두시간만에 갈 수 있는 길을 버스로 온종일 달려서 간다. 느린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30시간의 버스여행이 쉽지 않다. 그래도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가로지르는 파타고니아 땅만은 꼭 육로로 달려보고 싶었다.
그래야 지도로서가 아니라 온몸으로 이 땅덩어리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을 테니까. 30시간을 달려도 피곤함보다는 오랜 상상이 실현되는 기쁨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창밖의 변화를 지켜본다. 그 길이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한 땅덩어리. 사막에서 툰드라로, 와이너리가 펼쳐진 녹색의 땅으로, 그리고 바다와 산맥, 파타고니아 빙하에 이르기까지.
이름 모를 도시에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내리고 또 타고 손님을 끝없이 바꾸며 TUR 버스는 달려간다.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 직진으로 난 길. 고속도로 휴게소엔 먹을게 별로 없고, 떡복이와 오뎅, 우동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저 커피한잔과 웨하스 과자로 허기를 달랜다. 간간이 노점상이 차에 오르기도 하는데 먹을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파타고니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다섯배 크기. 우리나라 북쪽끝에서 남쪽 끝까지 달려봐야 고작 5시간인 곳에 살던 나는 그저 한도시에서 옆 도시로 가는데 30시간이 걸리는 이 나라에 와서야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얼마나 작은지를 실감한다.
파타고니아의 비경을 잇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루트 40!
이곳에 오면 마음을 방해하거나 어지럽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땅. 오로지 자신의 마음만을 명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같은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왜곡되지 않은 정직한 선.
가다가 얽히거나 꼬임이 없이 그저 올곧게 이어지는 선을 보며 굽혀진 마음을 조금은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없어 무엇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 왠지 모를 슬픔을 자아내지만 땅보다 더 큰 면적으로 다가오는 광활한 하늘은 늘 빌딩에 가려져 그 모양을 알 수 없었던 구름의 존재를 각인시켜준다.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과 페리토모레노 빙하!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곳을 꼽는다면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과 아르헨티나의 페리토모레노를 비롯한 약 50개의 빙하국립공원이다. 3개의 화강암 봉우리를 비롯해 해발 2천5백미터의 설봉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토레스델파이네는 남미 최고의 풍광으로 눈이 닿는 곳마다 광고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봉우리를 지나 길고긴 잿빛 모래를 한참을 걸어가서야 만난 그레이 빙하(Grey glacier)는 이름처럼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다. 거대한 빙하를 마주보며 다가가는 길, 어디선가 우루루쾅쾅 땅이 갈라지는 듯한 들리더니 바로 눈앞에서 거대한 빙하 한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지구의 한끝이 닳아 없어지는 듯 가슴속이 철렁해져 온다.
아르헨티나 빙하 국립공원의 북쪽 입구라 할 수 있는 엘찰텐에서는 모든 등반가들의 꿈이라 일컬어지는 피츠로이산(3,405미터)을 등반할 수도 있다. 모레노빙하의 관문이라할 수 있는 엘칼라파테 마을은 가장 번화한 곳으로 오랜만에 쇼핑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아르헨티나산 말벡 와인한잔에 스테이크의 호사를 누리며 쌓인 피로를 씻어보는 것도 좋다. 30킬로미터 길이에 5킬로미터의 폭, 60미터 높이의 얼음덩어리 펠리토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 중 가장 아름다운 빙하로 꼽힌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수천년된 빙하위에서 빙하조각을 넣은 위스키한잔을 마셔보자!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빙하를 보는 또 다른 방법중 하나는 배를 타고 돌아보는 것으로 웁살라(Upsala)빙하크루즈는 세계최대의 빙하와 수많은 빙산을 크루즈로 돌아볼 수 있다. 빙하라고 하면 무척 추울 것 같지만 맑은 날씨엔 후드티 하나만으로 충분할만큼 그곳 여름의 날씨는 그리 춥진 않다.
파타고니아엔 크고 작은 빙하가 50개 이상이 있으며, 남극과 그랜란드 다음으로 양이 많다. 안데스 산맥에 내리는 많은 비가 빙하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난빙하에 속하는 이 지역의 빙하는 빠르게 순환하는 것이 특징인데, 여름과 겨울의 이동 속도는 다르지만, 연간 평균 100m에서 200m 사이의 속도로 움직여서 육안으로도 빙하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크루즈나 트레킹 중에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빙하붕괴현상을 목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있다.
지구 최남단마을, 우수아이아(Ushuaia)
파타고니아 여행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몇 번씩 오가는 여행이다. 아르헨티나의 엘찰텐, 엘칼라파테, 모레노빙하를 만나고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을 왔다가 다시 아르헨티나의 땅끝 마을을 향해 달려간다. 12시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고, 마젤란 해협을 웅장한 크기의 배, 파타고니아호를 타고 건넜다. 심한 바람엔 장사 없는 듯 그 큰 배도 휘청대고 약간의 배 멀미도 났다. 말 그대로 산 넘고 바다건너서 도착한 우수아이아. 우수에 찬 듯 보이던 그 곳. 사람들이 왜 이곳을 지구의 끝. 핀 델 문도(FIN DEL MUNDO)라 했는지 몸으로 와 닿는다. 남극을 제외하고 인간이 모여 사는 최남단 마을인 우수아이아는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아래쪽에 설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마을이다. 먼옛날 대항해시대엔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건너가는 많은 배들이 대자연의 재앙 앞에 침몰했다고 전해지는 곳. 마젤란 해협을 바라보며 경사진 언덕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1년 내내 세상의 끝을 느끼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남극으로부터 불과 1000km 떨어진 곳. 핀델문도(땅끝)박물관에는 찰스다윈이 비글 해협을 항해할 때의 항해일지와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이곳까지 온 수고로움을 치하해주듯 여권에 스탬프도 찍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엽서를 보낼 수 있는 파란 우체통도 마련되어 있다. 장거리버스와 배 멀미로 지쳐있던 나는 한글로 주소를 써서 우체통에 넣어버리고 말았는데,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 엽서를 친구가 받았단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문자가 왔다. 정말 대한민국 만세다.
Travel tip
◆가는 법: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방법은 항공으로 편하게 가는 방법(란항공(http://www.lan.com)과 버스를 타고 육로나 배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시간과 체력을 절약하고자 한다면 항공이 좋겠지만 남미의 어마어마한 대지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2층침대 버스가 의외로 편리하므로 육로이동도 고려해볼만 하다.
◆꼭 방문해야할 주요도시 및 장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엘칼라파데. 엘찰텐, 피츠로이, 페리토모레노빙하, 마젤란해협. 우수아이아, 핀델문도박물관. 칠레 산티아고,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
◆여행적기 및 기온: 파타고니아는 우리와 정반대로 우리가 겨울일때가 그곳의 여름이다. 2월에 방문하면 그곳의 여름에 해당하지만 빙하라고 해서 생각한만큼 춥진 않고 18도 정도의 기온이지만 바람이 부는 토레스델파이네는 파카가 필요할만큼 춥기 때문에 사계절 옷이 다 필요하다.
몇 달 동안 본의 아니게 넝마주이로 살았다. 동회에서 65세 이상 된 어르신네들이 전단지를 수거해 오면 월 20만 원 한도로 지급하는 지원제도에 모친이 참여하면서 이를 도와드리다 보니 넝마주이가 되고 말았다. 가로수 정비와 노년층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예산사업이다. 하던 일을 쉬면서 여유시간이 생겨 가능했다. 넝마주이는 아무것이나 줍지 않는다. 돈이 되는 것만을 수집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낸다
전단지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5원에서 20원, 40원, 500원, 1000원까지 나간다. 모친은 땅에 떨어져 있는 종이, 전봇대나 벽에 붙어있는 20원짜리 전단지는 잘 수집하지만 높은 곳에 걸려 있는 1000원짜리 현수막 전단지는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래에 있는 것은 모친이, 위의 것은 필자가 담당하는 분업이 이루어졌다.
20만 원을 목표로 하면 1000원짜리 전단지를 많이 수거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보는 사람이 떼어가기 때문에 작전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정해놓은 거점을 돌아다니면서 고가의 전단지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품 작업이므로 부지런해야 한다. 조금씩 거점지역을 늘여가는 것이 유리하다. 다들 잠든 토요일 아침에 작업하면 작업능률이 높다. 주말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이 많고 일을 하는 사람이 적어 많은 종이를 수거할 수 있다. 몇 달간 작업하다 보니 20만 원의 목표를 달성했다.
넝마주이 작업은 모친에게 이 작업이 운동이 되는 것과 80세 후반에 접어든 모친에게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그래야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자를 눌러 쓴 모습으로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도와 드렸다. 드디어 이 일을 끝내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최근에 다른 일이 생겨 더 이상 모친을 도와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몇 달간의 넝마주이 작업을 통해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첫째, 시간당 임금수준이 너무 낮다. 두 사람이 시간당 만 원을 못 번다. 공칠 때도 잦다. 그러나 작업을 하다 보면 몇 시간 이곳 저것 돌아다니므로 운동이 된다. 작업을 끝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둘째, 거리의 청소부로서 거리가 깨끗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보람이 있다. 셋째, 동네 골목 지리를 잘 알게 된다. 주의 깊게 보다 보니 관찰력이 느는 부수 효과도 있다. 넷째, 돈의 가치를 알게 된다. 한 시간 내내 땀 흘리면서 작업해도 몇천 원밖에 못 보니 절약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본의 아니게 시작한 넝마주이 생활은 짧았지만 여러 가지를 배운 귀중한 시간이었다. 모친과의 유대도 더 깊어졌다. 시간이 허락되면 다시 시작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만에 홍차오 1 공항에 도착했다. 교통카드로 택시,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사려는데 2 공항에서만 판다는 것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가서 보증금으로 20위안을 맡기고 100위안짜리 교통카드를 샀다. 반납은 편의점이나 공항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호텔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에서 챙긴 지하철 지도를 꺼냈다. 인민광장은 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서 놀다가 지치면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 나올 수 있는 위치였다. 2호선을 타고 인민광장 역 14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니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짐과 몸을 검색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빌려온 포켓 와이파이를 잘 쓸 수 있기를 바랐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 조 2명과 옆 조 4명이 함께 별지비자를 냈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려니 별지비자 원본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사본만 있을 뿐이고 다른 호텔에 머무르는 팀이 원본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예약하며 비용도 일부 냈지만, 나중에 원본을 준다고 해도 방 열쇠를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원본을 가진 팀에게 연락해 만나기로 했다. 중국이 유독 비자에 까다롭다.
방은 청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샤워실은 물이 잘 안 빠져서 물에 발을 담근 채 샤워를 했다. 3박 4일을 머물 방이었다. 매일 팁으로 한화 1000원을 주었다. 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중국식 흰죽과 조 죽 귀리 죽이 나오고 짜게 익힌 달걀과 채소 볶은 것들이 나왔다. 음식이 좀 짠 편이었다.
예원을 관광하려고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인민광장 역에서 2호선을 타고 난징둥루 역에서 내려 도보로 15분 정도를 걸었다. 거리의 이정표는 불친절했고 포켓 와이파이는 쓸 수 없어 구글 지도도 사용하지 못했다. 번역 앱 '파파고'도 먹통인데 중국어 간체자는 어떻게 봐도 해독 불가였다. 예원의 방향을 물어도 대답하는 사람은 처음엔 빠른 중국어, 다음엔 느린 중국어로 답했다. 길을 서성이다 똑똑해 보이는 청년에게 길을 물어 겨우겨우 예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엔 표를 파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맸다. 교통경찰에게 물으니 상가 번호 2번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주었다. 예원 상가는 대규모로 조성되었는데 그 상가를 통과해서 한참을 들어가 ‘아홉 번 꺾여 있는 다리 구곡교’를 지나야 매표소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매표소에서는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는 50% 할인이 된다는 푯말이 친절하게 쓰여 있어서 여권을 보여주고 20위안으로 할인받았다. 다른 팀은 입구를 찾다가 마감 시간이 되어 결국 입장을 못 한 팀도 있었다. 중국의 입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 찾기가 힘들었다.
룸메이트와 나는 돌아오는 날 홍차오 공항을 향해 일찍 출발했다. 공항에 미리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공항 근처에서 쇼핑할 예정이었다. 2호선을 타고 난징둥루로 가서 10호선 홍차오 기차역으로 가려면 쉬징동 방향으로 타야 했다. 10호선은 쉬징동방향과 항중루 방향 두 가지가 있다. 홍차오 1호 터미널에서도 다시 짐 검색을 했고 공항에 짐을 맡기는 비용은 한 덩어리당 4시간까지 30위안이었다. 짐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다시 10호선을 타고 롱바이씨천 역으로 향했다. 즐거운 쇼핑 시간. 책에서 읽은 대로 시험할 참이었다.
가방을 골랐다. 주인은 짧은 한국어로 "200위안"이라고 했다. 50위안이면 사겠다. 돌아온 대답은 "안된다"였다. 가게를 나오려는 순간 주인은 팔을 잡았다. "알겠다. 50위안에 팔겠다"라는 것이다. 이곳에선 흥정을 잘하면 물건을 제시가격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이고, 모르면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며 하는 여행이었다. 겁을 줄이는 일종의 담력시험이었다. 와이파이만 터진다면 더 쉬울 것 같다. 안 터져서 오히려 에피소드가 더 많았다. 3박 4일의 여행경비는 항공료 빼고 모두 32만 원이 들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호사를 누렸으나 다리는 매우 아팠다. 시니어도 자유여행에 겁부터 먹지 말고 도전해보면 새로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가방 속에 늘 휴대용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하루 외출하다 보면 차를 서너 잔은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면 비싼 차도 마다하지 않지만 가까운 사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냉·온수 정수기가 마련돼 필요할 때마다 준비해온 차를 마실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일회용품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업소는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안 되는 일이지만, 업주 측에서는 시간과 인건비에 관련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 한다. 요즘 매장에 갈 때마다 관찰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것에 반론하는 사람 또한 흔치 않았다. 옆자리 손님에게 질문했더니 “‘이제는 아예 머그잔에 드릴까요?’라는 질문도 없으니 그냥 습관적으로 받아가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매장에 앉아서 마실 수 없다”라며 반쯤 남은 커피를 들고 나간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텀블러를 가지고 매장에 가면 일회용 컵 하나 값을 빼주는 곳이 있다. 앞으로는 유명 20여 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소지한 고객에게 가격의 10%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사람들은 적은 금액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드사용 시 구매금액의 0.5% 내지 1%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을 감안하면 10% 할인이란 1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요즘은 여성이나 남성 대부분 손가방이나 백팩을 메고 다니기 때문에 개인 컵 하나쯤 넣고 다니는 일이 어렵지 않다. 더구나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면 지구와 자연을 살리며 절약까지 할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혹, 나 하나쯤 일회용 사용하지 않는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종이 컵, 플라스틱 컵을 61억 개 사용했으며 재활용률은 겨우 10% 미만이라고 한다. 일회용 컵 하나가 썩는데 20~100년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100년이 걸린다면, 최소 3세대가 지나야 하는 기간이다. 약간의 수고가 후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기꺼이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심 곳곳에 놓여있는 일회용 용기 수거함에 넘쳐나는 음료 컵들을 보면 두렵다. 쓰레기 대란. 재활용이 10%밖에 안 된다니 쓰레기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며칠 전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내린 날은 망가지지도 않은 일회용 비닐우산도 여러 개 꽂혀 있었다. 비가 그쳤으니 귀찮아 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길에 버리지 않고 수거함에 넣은 것을 잘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헛된 꿈일지 몰라도 한 사람이 시작한 행동이 언젠가는 전체가 될 수도 있는 생각을 해본다.
초보 도보여행자들이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 바로 배낭 짐 싸기다. 장거리 코스 생각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마구 넣게 되는데, 이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독이 되고 만다. 오랜 기간 몸에서 떼지 않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배낭은 소중한 동반자와 마찬가지다. 어떤 동반자, 즉 어떻게 배낭을 꾸리느냐에 따라 도보여행의 질이 달라진다. 배낭을 고르는 방법부터 짐 꾸리기에 유용한 정보까지 담아봤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트래블메이트
◇ 초보 여행자를 위한 배낭 고르는 방법
1 가벼운 것이 좋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여행은 즐거워진다. 배낭의 절대무게를 고려해 쓸데없는 짐은 덜고, 좌우 무게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이 길수록 배낭의 무게는 체력을 갉아먹는 ‘짐’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작은 무게라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Tip 짐 꾸릴 때 가벼운 것은 아래로, 무거운 것은 위로!
2 안전은 필수
초보 여행자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조심하자. 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배낭을 공격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배낭 지퍼에 손을 댄다. 반드시 배낭의 모든 출입구를 봉인해야 한다.
Tip 배낭을 살 때 자물쇠를 걸 수 있는 고리가 있는지, 또 튼튼한지 살필 것.
3 짐 꾸리기가 쉬워야 한다
초보 여행자의 아침은 늘 부산스럽다. 배낭에 쑤셔 넣은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찾고, 이동을 위해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다.
Tip 배낭의 주 출입구가 넓게 벌어지면서, 하단 지퍼와 위아래 분리막이 있어 분리수납이 가능해야 짐을 싸고 푸는 시간이 줄어든다. 내용물을 넣어도 변형이 없도록 등판에 지지프레임이 있는 것으로 고르자.
4 내 몸에 딱 맞는 걸 골라라
배낭을 착용했을 때 불편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깨, 등판, 허리벨트가 몸과 밀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배낭은 내 몸에 딱 맞는 배낭이다.
Tip 배낭을 사고 나서 한번 짐을 꾸려 직접 메어보는 게 좋다. 빈 배낭을 멜 때와 내용물이 들어갔을 때의 착용감은 천지 차이다.
5 지퍼가 튼튼해야 한다
예쁜 디자인, 유명 브랜드 다 좋지만 여행 중 배낭이 망가지면 낭패다!
Tip 배낭 고를 때 꼭 살펴야 할 것은 지퍼, 특히 맞물리는 이빨 부분이 튼튼한지, 봉제는 꼼꼼한지, 어깨끈과 몸체 연결은 견고한지 등을 챙겨야 한다. 눈으로 보고, 직접 당겨도 보자.
6 여행 기간보다는 짐의 양을 고려하라
기간이 길다고 꼭 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계절에 따른 옷의 부피나 세탁 편의성 등이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Tip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데도 굳이 가져가는 물건은 없는지 살필 것.
◇ 장기 도보여행, 배낭 짐 꾸리기 비법
돌돌 말아 구김 없이 가벼운 수납 팩을 활용해 옷은 최대한 부피를 줄여서 넣자. 티셔츠나 팬츠는 여러 장을 겹쳐 말아 넣으면 구김이 덜 가고 부피도 줄어든다. 구겨지기 쉬운 셔츠나 재킷 등은 가방 맨 위에 넣자.
가벼운 짐은 아래에, 무거운 짐은 위에 여행 짐은 무게에 따라 수납하는 것이 좋은데, 가벼운 짐은 아래에, 무거운 짐은 위에 넣으면 가방을 들었을 때 안정감이 있고 좋다.
구석구석 빈틈엔 작은 소품 수납하기 옷을 넣고 남는 공간에 속옷 같은 작은 옷을 채우고, 선글라스나 카메라 등 충격에 약한 물건은 그 사이사이 남는 공간에 넣는다. 모자나 신발 안쪽에 양말, 화장품, 상비약 등을 비닐 팩에 싸서 넣으면 공간도 절약하고 모양 변형도 막을 수 있다.
용도별 지퍼백으로 냄새 없이 깔끔하게 파우치나 지퍼백은 넉넉히 챙기자. 화장품, 세면도구, 액세서리 등 작은 물품들을 용도별로 지퍼백에 담으면 뒤섞이지 않고, 찾을 때도 편리하다. 또 빨랫감이나 젖은 옷들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지퍼백에 담아서 넣는다. 냄새 걱정도 없고, 다른 짐들이 젖지 않아 좋다.
배낭여행 전용 제품 활용하기 장거리 도보여행을 하려면 옷뿐만 아니라 수건, 세면도구, 화장품, 비상식량 등도 챙겨야 한다. 이때 가정에서 쓰는 제품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실용적인 배낭여행 전용 제품들로 채우는 것이 더 유용하다.
# 도보여행 # 배낭싸기 #도보배낭
3년 전, 공기업 지방 지점장을 할 때 일이다. 서른 살 후반인 사무실 여직원 K양이 나에게 자동차 구매에 대한 자문을 구해왔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와 근검절약하며 어렵게 살아온 K양이었다. 집도 회사에서 가까웠기에 자동을 왜 사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물어봤다. 자동차를 사면 주로 어디에 쓸 거냐고 말이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 아니고요. 남동생이 쓸 자동차예요.”
동생은 결혼도 했고 자동차도 가지고 있는데 차를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자동차를 사 본 경험이 있는 동생이 굳이 누나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나로서는 황당했다. 결혼도 했다면서 아내가 아닌 누나와 상의 하냐고 물었다.
“지점장님! 다 아시면서요. 동생 속마음은 누나에게 돈 보태달라는 거지요.”
결혼하지 않은 누나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란다. 사실 누나가 정해주는 자동차는 참고만 하고 동생 부부가 상의해서 살 거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면 제사 장보기부터 제사상 차리기까지 도맡아온 그 집안 장녀 K양. 딸이지만 맏이로서 집안일을 챙기고 결혼까지 한 동생까지 돌보고 있었다. 아름다워 보이는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생이 마냥 마마보이로 미숙아로 보여 K 양이 안쓰러웠다. 누나가 동생을 도와주는 행동이 형제간 우애라기보다 독립과 자립심을 갉아먹는 일처럼 느껴졌다. K양에게 말했다. 동생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라고 말이다. 앞으로 K양도 결혼해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독립 못 한 동생이 자꾸 눈앞에 얼씬거리면 인생이 점점 비참해진다고 조언했다. 누나에게 의지하지 못하게 따끔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 말을 직접 하기 어려우면 내가 대신 말해줄 테니 데리고 오라고도 했다. 며칠 후 K양에게 물어봤다. 차종 고르는 것을 비롯해 동생 집안일에 관해서 상의하지 않기로 얘기했단다. 대신 이번에 5백만 원을 도와줬다고 했다.
몇 해 전, 방송에서 자식이 게임중독에 빠져 울고불고하는 부모의 일화를 본 적이 있다. 일이 바빠 어린 자식을 잘 돌보지 못하는 대신 돈만 열심히 손에 쥐여준 것이다. 부모로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게임 중독자가 돼 버리고 말았다. 어린 시절 자식은 부모 주머니가 화수분인 줄 알고 크기 마련이다. 성장을 하다가 독립심을 길러야 하는 시점을 놓쳐버린다면? 다 큰 자식이건 어린 자이건 부모 등에 빨대 꼽고 계속 부양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K양처럼 형제간에 돈을 잘못 다루면 원수가 되거나 더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나이에 걸맞는 독립심을 가져야 제대로 된 성인으로 살 수 있다. 그저 도와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인생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