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늘 휴대용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하루 외출하다 보면 차를 서너 잔은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면 비싼 차도 마다하지 않지만 가까운 사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냉·온수 정수기가 마련돼 필요할 때마다 준비해온 차를 마실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일회용품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업소는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안 되는 일이지만, 업주 측에서는 시간과 인건비에 관련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 한다. 요즘 매장에 갈 때마다 관찰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것에 반론하는 사람 또한 흔치 않았다. 옆자리 손님에게 질문했더니 “‘이제는 아예 머그잔에 드릴까요?’라는 질문도 없으니 그냥 습관적으로 받아가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매장에 앉아서 마실 수 없다”라며 반쯤 남은 커피를 들고 나간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텀블러를 가지고 매장에 가면 일회용 컵 하나 값을 빼주는 곳이 있다. 앞으로는 유명 20여 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소지한 고객에게 가격의 10%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사람들은 적은 금액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드사용 시 구매금액의 0.5% 내지 1%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을 감안하면 10% 할인이란 1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요즘은 여성이나 남성 대부분 손가방이나 백팩을 메고 다니기 때문에 개인 컵 하나쯤 넣고 다니는 일이 어렵지 않다. 더구나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면 지구와 자연을 살리며 절약까지 할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혹, 나 하나쯤 일회용 사용하지 않는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종이 컵, 플라스틱 컵을 61억 개 사용했으며 재활용률은 겨우 10% 미만이라고 한다. 일회용 컵 하나가 썩는데 20~100년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100년이 걸린다면, 최소 3세대가 지나야 하는 기간이다. 약간의 수고가 후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기꺼이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심 곳곳에 놓여있는 일회용 용기 수거함에 넘쳐나는 음료 컵들을 보면 두렵다. 쓰레기 대란. 재활용이 10%밖에 안 된다니 쓰레기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며칠 전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내린 날은 망가지지도 않은 일회용 비닐우산도 여러 개 꽂혀 있었다. 비가 그쳤으니 귀찮아 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길에 버리지 않고 수거함에 넣은 것을 잘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헛된 꿈일지 몰라도 한 사람이 시작한 행동이 언젠가는 전체가 될 수도 있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