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현역시대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0월 고용동향 발표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17년 같은 달에 비해 24만3000명이 늘었다. 중장년의 ‘일자리 찾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새 일자리를 찾는 ‘베이비붐 세대’의 진입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장년은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임선화 소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1 진짜 원하는 것이 뭘까? ‘나를 알아야’
일자리 지원 기관의 실무자들은 “상당수 구직자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하고 싶은 일의 분야를 명확히 말하는 구직자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그냥 좋은 곳으로 하나 소개해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일자리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임선화 소장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아무데나 괜찮은 자리로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직무 경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지원 가능한 일자리를 소개받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물론 원하는 일자리의 이상향을 구체화하는 것도 좋다. 업무 분야나 지역, 근무시간 등도 미리 생각해야 구직에 유리하고, 원하는 급여 수준도 어느 정도 정해놓아야 한다. 생계유지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면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 형태의 일자리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2 취업시장에 경로우대는 없다 ‘나를 가꿔라’
“면접 보는 날 등산화에 등산복 차림으로 나타나시는 분도 적지 않아요.” 일자리 지원 기관 실무자들이 꼽는 가장 난감한 경우 중 대표적 사례다. 애써 면접까지 성사시켜놨더니 최소한의 예의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구직 행위는 기업에 나를 선보이는 일이다. 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좋은 인상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중장년 구직자 중 상당수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기업의 구직자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이 종이 몇 장에 의해 판가름난다.
내가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자신 없다면 관련 기관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전직지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재취업 상담을 통해 작성을 도와주기도 하고, 구직서류클리닉에선 작성된 서류를 점검한 후 모의면접을 통해 면접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3 나를 위한 ‘꿀’직장은 없다 ‘눈높이를 낮춰라’
중장년 구직자 선호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재취업 시장에서는 잘나가는 대기업 출신 퇴직자가 ‘기피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다. 의외다. 가장 체계적이고 선진화한 시스템의 첨병에 있던 인재라면 사람을 취업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가장 좋은 상품 아닐까? 하지만 전 직장보다 주먹구구식인 시스템에 불만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출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중장년을 받아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척박하다. ‘왕년에’ 근무했던 일자리와도 대부분 거리가 멀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한 50세 이상 취업자 고용 분야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농축산 숙련직이 차지했다.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이 뒤를 이었다. 이와 비슷한 통계가 있다. 바로 교육 정도별 취업자 통계다. 중졸 이하 취업자의 분야별 규모 역시 1, 2위가 농축산, 청소 및 경비 관련 순이다. 50세 이상 취업자 통계와 같다. 이는 결국 50세 이상이 얻은 일자리가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눈높이를 낮춰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4 퇴직 후는 늦다 ‘경력 관리는 미리 준비하라’
정년퇴직 후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 중 상당수는 자격증을 돌파구로 삼는다. 퇴직 후 자격증 획득, 그리고 취업의 순서를 꿈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퇴직 후 준비는 늦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후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한 구직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이력서를 받아보는 기업 입장에선 경력 공백이 길어진 이유를 의심하기 쉽다는 것. 또 자격증 취득 후 해당 분야로 취직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준비기간은 말 그대로 허송세월이 될 뿐이다. 자격증이 들이대면 구직 문제가 술술 풀리는 ‘마패’ 같은 존재는 아니기 때문. 현장 전문가들이 “자격증 장사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소장은 “퇴직 전 본인의 평판이나 경력, 인맥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애경력설계서비스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의 전망 등 정보가 궁금하다면 중장년 취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같은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5 선입견은 금물 ‘공공기관의 구직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라’
정부부처 산하의 기관이나 지차체 등에서 다양한 구직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직 경험자들이 꼽는 공공기관 구직지원 서비스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대부분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사설기관에선 교재나 경력설계, 자격증 취득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별된 구직정보도 장점이다. 물론 공공기관이라고 모든 일자리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진 않지만, 문제가 될 만한 다단계 등 불량 기업은 어느 정도 선별된다.
마지막으로는 기관의 네트워킹에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형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2017년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로 들어선 지 2년이 되었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노년의 삶과 직결되고, 청년과 노년 할 것 없이 모두가 겪고 있기에 난제(亂題)가 되었다. 2006년에 이미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 일본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을까?
일본의 ‘고령자 고용안정법’
1994년에 이미 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2000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했다. 65세까지 안정된 고용을 확보하도록 정년을 61세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2004년에는 법을 다시 개정해 ‘65세까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제 폐지’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2006년부터 개정한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고령자 채용에 반감을 갖기보다, 오히려 고령자 고용을 선호하는 기업도 늘었다. 일본에서 외식사업을 하는 ‘스카이락 홀딩스’는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는 ‘베테랑 크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 기업에 채용된 65세 이상 70세 미만의 크루(직원)는 약 1000명 정도이며 올해는 베테랑 크루의 상한 나이를 70세에서 75세로 올렸다.
노인 일자리 허브 ‘실버인재센터’
우리나라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처럼 일본에도 노인 일자리, 시니어 인턴 제도를 담당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실버인재센터다. 실버인재센터는 노인 일자리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1980년대에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지자체 정책인 ‘고령자 사업단’을 모태로 하고 있다. 1986년에 관련 법령이 제정되며 사단법인이 되었고 현재 일본 정부(후생노동성)가 전국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325개소가(2017년 기준) 운영 중이며 가입 회원 수는 71만3746명, 사업계약금은 3166억 원에 달한다(2017년 기준). 기초지자체별 설치율은 80%에 달하는데 거의 모든 지역이 실버인재센터를 통해 시니어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센터는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이 되면 연회비를 납부하는데, 금액은 센터마다 다르다. 회원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소개받을 수 있으며, 센터가 개인, 회사,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을 의뢰받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근로시간은 한 달에 10일, 일주일에 20시간을 넘지 않는다. 다만, 노동력이 더 필요한 농어촌 벽지에선 주 4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혹여 업무 중 상해가 발생하면 실버인재센터에서 가입한 ‘단체상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실버인재센터를 통해 제공되는 일자리는 주차·정원·시설관리, 청소, 서기, 아이돌봄 등이다. ‘고령자 고용안전법’에서 노인의 취업 기회를 주 20시간의 비교적 강도가 높지 않은 일자리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단순히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보다 그들이 일하며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의 시니어 인턴 사례
- 도쿄 커리어 트라이얼 65
주식회사 아데코가 도쿄도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일자리 연계 사업을 진행한다. 주로 제공되는 일자리는 사무직, 영업직, IT기술직으로 1~2개월의 인턴 근무 후 정식 채용이 결정된다. 업무 종료 후에도 전문 상담원을 통해 취업에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사이타마 현의 ‘시니어 인턴십’
2018년 일본 사이타마 현은 자체 시니어 인턴십을 진행했다. 현 내에 거주하는 60세 이상(55세 이상 조기퇴직자도 포함)을 대상으로 인턴 준비 강습,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직장 체험 기간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5일로, 참가자와 고용 기업이 서로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는 본인에게 적합한 직무, 회사를 선택할 수 있고, 기업 또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참여자에게는 인턴십 성공 안내책자도 무료로 배포한다. ‘사이타마 현 시니어 인턴십’은 올해도 진행 중이며, 이력서 작성법, 직장 내 소통 등을 주제로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현재 우리는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지?’ 등의 주제로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 또는 고민을 하게 된다.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퇴직 평균 나이는 49.1세라 한다. 이때부터 다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이나 곧 퇴직을 앞둔 퇴직 예정자들은 노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을 보면, 신중년 대상 장기근속을 위한 개선방안, 전직 지원 및 신규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고용창출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고용안정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및 일자리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책들은 대부분 만 45~60세 이상의 연령을 대상으로 신규 고용과 정년 연장 또는 임금 보전 형태의 지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64세인 중장년층은 평균 49.1세에 실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중 64.1%가 생활비에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3%) 등의 이유로 평균 72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 대상의 나이와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도 정책 지원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정년이 60세인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9세 김OO 씨. 정부의 고용안정 관련 지원금을 받아 정년을 62세까지 보장을 받았다. 김OO 씨는 일하고 싶어도 62세에 퇴직을 하면 실업자가 된다. 이 경우 김OO 씨는 62세 이후 정부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가 고용유지 기간이 짧거나, 계약직 등으로 불안하다면 김OO 씨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OO 씨의 사례처럼 중장년, 특히 60세 이상의 시니어(여기서는 60세 이상을 시니어로 칭하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시니어가 소득 단절과 노년기 여가 및 사회활동 부족 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2016년부터 정년 연령을 넘기 시작해, 2024년에는 정년을 초과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더 커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5세 이상의 인구는 1389만 명, 2024년도에는 1843만 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인턴 제도, 희망인가?
대안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 45~60세 내외의 고용유지 중심 정책을 지원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도입 당시 공익참여형과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과 시장참여형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활동 유형이 세분화되고 신규 사업 유형이 개발되어 2011년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 기업 등과 같은 시장자립형 노인일자리사업, 2014년 재능나눔활동, 2017년 기업연계형 사업 등으로 나눠진 일자리 지원 사업이 작동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직업 능력 강화 및 재취업 기회를 촉진함과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6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에게 인턴기간(3개월) 중 월 급여의 50%의 급여를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인턴기간 종료 후 계속근로계약(6개월 이상) 체결 시 최대 3개월간 급여의 50%를 추가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시니어 인턴십은 인턴형과 연수형으로 나뉜다. 인턴형은 단기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되어 3개월간의 정부 지원 종료 후 기업이 계속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수형은 기업이 직접 근로자와 계약을 맺고 해당 직무 연수생으로 3개월간 교육을 시킨 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이다.
인턴 채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나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에서 신청한 뒤 해당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기업 상담을 거쳐 결정된다. 현재 전국 100곳의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표1]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시니어 계층이 ‘일하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표2]와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강화된 지원 사업 분야는 지속적으로 증가(단, 2017년은 기업연계형이 새롭게 진입해 실적이 하락)하고 있으며, 취업유지율과 계속고용율, 1인당 월평균 소득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니어 계층에게 긍정적인 일자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노인일자리사업 통계에 따르면,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 도매 및 소매업 등 단순 기능직 중심의 일자리 연계가 55.1%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시니어 인턴 일자리가 대부분 경비 아니면 운전밖에 없는 것이다. 일자리 지원 사업이 기존 일자리를 기반으로 저숙련,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로 연계되는 현실은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은 시니어에게 여전히 고용불안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 제도를 디딤돌로 새로운 일자리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7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해왔던 중장년 인턴제는 근로조건, 직무불일치(43.7%), 고령자 고용을 꺼리는 편견(34.8%), 건강상태(20.8%)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신중년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선발해 우선지원대상기업 월 80만 원, 중견기업 월 40만 원 등의 수준으로 고용지원을 하는 제도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적합직무 유형을 경력활용, 역량강화, 신직업 도전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지원된다. 서울시도 이와 유사한 50플러스 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 50~67세까지 월 57시간 이내(월 52만5020원) 근무하는 인턴을 위한 공헌형·혼합형 중심의 일자리 지원 체제다.
[표4]에서 보듯이 시니어 계층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선택을 통해 직무와 직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 분야를 보다 전문화, 세분화해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가 바라는 취업처를 모두 포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전문적이어서 다른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 근력 등의 저하가 발생해 높은 노동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능직 분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시니어는 주니어가 경험하지 못한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가졌다. 그리고 퇴직 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유지한 채 타 직무로의 전직을 해야 하는 노동생산성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지원 정책이 직업 또는 고용유지 정책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일자리 관련 정책과 연계해야 할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각 정부 및 지자체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부족한 인력이 각 분야에서 활동 경험과 역량이 출중한 산업 현장 전문가들일 것이다. 시니어는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 중심의 일자리 지원보다 시니어가 보유한 직무 능력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이 직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 발굴과 지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품질, 마케팅, 경영, 인재선발, 해외진출, 생산관리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직업훈련을 받거나 예비 창업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현재 중장년 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은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시니어 계층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유지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일하고 싶어 하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으로 시니어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청년창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 및 대안제공 전문가, 자문 및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산업별, 직무별 전문가 직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십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장년 인턴제 등을 포함한 시니어 인턴 제도가 복지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도 정착되어야 한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부처를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겠다.
고령화 미래 직업을 고민해야 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가 창의융합형 인재라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역할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니어 대상 일자리 지원 방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오늘날에 앞으로 사라질 직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정 교육 과정을 거치고 실무현장에서 은빛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시니어 인턴들에게 재취업 혹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시니어 개인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직업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시니어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업의 융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 인턴 제도의 일자리 정책은 시니어가 보유한 노하우나 자원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기반 직업 마련을 위해 펼쳐나가야 한다.
법으로 정년을 보장한 60세까지 근무하고 후배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퇴직을 해도 쉬지 못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10여 년은 너끈히 더 현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이제 그만 일하고 쉬지 왜 자기네들 일자리까지 위협하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퇴직자들은 왜 계속 일하려고 하는가? 당장은 먹고살기 위해서다. 퇴직해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은 소비지출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별다른 수입 없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퇴직자라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노후를 불안해한다. 퇴직금 1억 원을 은행에 넣어봤자 월 20만 원을 손에 쥐기가 힘들다. 여기에 세금 15.4%도 떼어야 한다. 은행 이자로 살아가기에는 이자가 너무 적다. 허드렛일로 월 100만 원을 번다 해도 은행에 6~7억을 예금한 것과 맞먹으니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목돈이 있다 해도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데 곶감 빼먹듯 하기가 불안하다. 수입이 없으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힘들다. 시골로 내려가거나 집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자녀들이 결혼도 안 하고 함께 살고 있다면 시골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집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수입에 맞춰 생활비를 줄일 뾰족한 묘안을 궁리해보지만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다.
일을 계속하려는 두 번째 이유는 집에서 노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가장이 놀고 있으면 집안 분위기가 저기압으로 변한다. 공원 벤치나 산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만나면, 딱히 갈 곳이 없어도 이렇게라도 집을 나와야 아내도 숨을 쉰다고 말한다. 매일 출근하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거실 소파에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으면 아내가 답답해한다는 소리다. “아빠 낼부터 출근한다”라고 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퇴직자들은 반 토막짜리 급여를 주는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선다.
세 번째 이유는 인간관계가 급속도로 단절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대로 방구석에서 시체놀이하다가 어느 날 세상과 단절된 채 저세상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난다. 내가 활동하는 한국 블로거협회(회장, 김봉중)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지역별로 ‘배우자, 잘 놀자, 나누자’라는 3가지 슬로건으로 시니어가 모인다. 만나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월요브런치클럽’인데 호응도가 높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동네 친구로 묶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본능적으로 어딘가에 소속하고 싶어 한다.
네 번째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아실현’이다. 봉사활동을 하든 돈을 받고 일하든 퇴직 후의 인간관계가 여전히 풍성하기를 누구나 바라기 때문에 일할 곳을 찾는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 시니어가 적절히 일하며 지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적으로도 유휴 노동력 활용은 물론 일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으므로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니어 일자리는 극소수의 능력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젊은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또는 각종 사설 단체에서 시니어를 위한 직종을 개발하면 좋겠다. 일종의 ‘노소동반성장’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때 파트타임이나 요일별 근무 등 가변성 있는 일자리를 시니어에게 제공하면 좋겠다. 시니어는 큰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강도 높게 오랜 시간 일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시니어에게 알맞은 일자리 마련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가 지난 8일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요즘 한창 인기 높은 TV조선 토크쇼 ‘인생감정쇼, 얼마예요?’에서 자주 보던 이윤철씨가 사회자로 나왔다. 특유의 친근감 넘치는 멘트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우려와는 달리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오후에 콘서트장은 만석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사회자의 소개와 멘트로 첫 번째, 명사 초청강의는 99세의 석학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강제(講題) ‘백세로 산다는 것’으로 첫 강의가 이루어졌다. 작년도 헬스콘서트에서도 뵈었는데,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신 정정하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시는 교수님을 뵈면서 존경의 마음이 무럭무럭 올라왔다.
60세가 될 때까지는 학문에 대한 걱정으로 살았지만 60세가 넘으면서는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교수로써 살아야 끝까지 학교에 남을 수 있다. 나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결국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삶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사는 것은 보람이 있다. 나이 먹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정년퇴직을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계기를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님의 연세 99세이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좋아 보인다.
이어서 건강강의가 시작되었다. 자생한방병원 원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아이돌 가수처럼 미끈하게 잘 생긴 한창 원장의 강의는 유머와 위트로 즐겁게 해준다. 겨울철 관절건강관리에 대해서 뻔 한 이야기지만 머리속에 콕콕 박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한 6가지를 풀어준다.
① 담배를 끊어라. 흡연은 치매관계질환에 노출시킨다.
② 술을 줄여라. 지속적인 과음은 뇌건강 질환에 절대 좋지 않다.
③ 체중을 줄여라. 5~15%의 체중을 감량하면 50%의 성인병을 줄일 수 있다.
④ 잘 먹어라. 단백질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 근육을 만들어준다.
⑤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겨울철 운동은 가급적이면 새벽에 하지 말고 낮시간이나 실내운동을 하라.
⑥ 잠을 잘 자야 한다. 하루에 6~8시간은 자는 것이 좋다.
불행은 남하고 비교하는 순간 생기게 된다. 자주 웃고 주변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라.
두 번째 건강강사로 나선 분은 예풍한의원 백태선 원장이다.
백태선 원장은 등장할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의사라고 보기에는 비교적 살집이 풍부하고 남자답게 생긴 비주얼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에 시원시원하게 쏟아내는 ‘겨울철 혈관 건강관리’에 대한 강의는 시니어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혈관 건강의 테마는 세 가지로 암, 심근경색, 중풍이었다.
모든 병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일찍 찾아내어 치료하면 완치율도 높고 치료효과가 좋다. 그러나 혈관 건강은 전조증상이 없다. 혈관이 막혔을 때나 온 것을 안다. 그러니 주기적인 혈관검사를 통해서 예방이 중요하다.
겨울철은 혈관계통의 질환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어떻게 조심할 것인가?
① 겨울철에는 운동을 하지마라.
새벽에 일어나 운동할 때 사고가 많이 난다. 하려거든 낮 시간대 운동하라.
② 과격한 운동을 삼가하라. 혈압이 상승한다.
조절이 가능한 운동, 즉 걷기, 자전거 타기 물속에서 걷기등 규칙적으로
30~40분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③ 음식을 골고루 먹어라. 고기도 많이 먹어라.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동물성 지방에 대한 경고차원에서 고기를 꼽는다. 기름을 제거하고 가급적 태우거나 굽지 말고 삶아서 먹되, 많은 량을 먹지 말라는 등의 권고를 한다. 그런데, 백교수님의 강의는 특이했다. 삼겹살도 가리지 말고 많이 먹으란다. 우리는 주식이 고기가 아니기에 가끔씩 먹는 육류는 괜찮다는 말에 모두들 박수로 환호한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날 오후, 헬스콘서트도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실버치어리더들의 깜찍한 율동과 우리 동요 ‘나비야’를 관람하면서 많이 유쾌했다.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가수 신계행의 ‘가을사랑’이 물씬 가을을 음미하게 해주었다. 가수 김목경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콘서트를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가을비는 단풍나무위에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가라앉지 않은 헬스콘서트의 잔상이 잔잔하게 머릿속에 맴돈다. 멀어져 가는 가을이 왠지 모르게 아쉬웠는데,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브라보! 헬스콘서트!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1990년대 후반 IMF를 악으로 깡으로 견뎌야 했던 부모 세대에게 묻는다면 ‘평범했노라’ 회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넥타이를 매던 손놀림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어느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아야만 했던 수많은 아버지 중 변용도 동년기자도 있었다. 남들보다 이른 ‘용도폐기’ 인생을 딛고 잇따른 ‘용도변경’ 요구에도 능숙 능란 살아온 인생. 세월 역경을 딛고 여유로운 귀촌생활에 도시생활 잘 섞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른 들판이 바라보이는 땅콩집에 산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변용도 동년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 부부와 마음이 맞아 경기도 고양시에 대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어 두 가구가 같이 사는 이른바 ‘땅콩하우스’에 산다고 했다. 텃밭을 일궈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채소를 따먹고 집 주위 논밭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는 우렁이 알과 관련한 기사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온라인에 게재하며 귀촌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에게 모이도 가끔 준다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리는 귀촌생활이라니. 마침
8월호 커버스토리가 귀농·귀촌 이야기라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햇빛 잘 드는 텃밭에서는 상추, 오이, 가지, 파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집 안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아내 이흥열 씨가 집에서 딴 부추로 만들었다며 부추전을 부쳐 내오신다.
“논에 가면 우렁이도 있고 오리도 봅니다. 가을이면 밤도 많이 떨어져요. 사실 이곳에는 안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대신 아내가 제 매니저 역할을 종종 해줍니다. 지방 강의가 있을 때 운전을 해주기도 하고 주변 역까지 차로 바래다주고 마중도 나오고 말이죠.”
‘좌절할 시간에 뭐든 했다
멀리 내다보이는 들이며 밭이며 마음 참 편안하게 해주는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 아닐까? 현재 변용도 동년기자의 직업은 전문강사다. 여가 설계와 생애 재설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등을 또래 시니어에게 가르친다.
“정년퇴임 후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취미생활이라든지 봉사활동, 학습 이런 것들에 관해 강연합니다. 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요. 다행히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잘 호응해주셔서 강의시간이 즐겁습니다.”
뿐만 아니다. SBS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리포터로 시니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니어 자격으로 노크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는 두루 섭렵했다. 글을 좋아하다 보니 저서도 출간했고 육십 넘어서부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연기에 관심이 생겨 연극무대에 설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투 운동을 ‘춘향전’에 접목한 창극 ‘어화둥둥 아.우.성’에서 변사또 역으로 출연합니다. 50플러스영등포센터에 있는 연극 소모임 작품인데 저는 회원은 아니고 이름이 특이해서 뽑혔대요. 이래봬도 제가 고등학교 때와 군 시절에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거든요. 7월 30일 공연이고 10월에도 서울시청에서 공연한다는군요.”
말 그대로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 이가 바로 변용도 동년기자다. 하지만 은퇴는 그의 생각보다 빨랐다.
“마흔일곱 살에 회사 그만뒀거든요. 쌍용화재 영남권 본부장이었는데 IMF 앞두고 하루아침에 해임됐습니다.”
꽤나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보험 상품을 최초로 개발한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낚시보험, 골프보험 등 특색 있는 보험에서부터 가정종합보험, 해양시추보험 등을 개발했다. 텃새 심한 제주도권 본부장으로 지낼 때 만났던 직원들은 아직까지도 변용도 동년기자가 제주에 떴다 하면 만나기를 청한다.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참 많은 일을 했어요. 청학동 산골에서 나고 자라다 대학교를 다녀야해서 서울로 왔고 졸업한 뒤로 회사에만 있었으니 제가 뭘 어떻게 했겠어요. 회사 나와서 처음으로 한 사업이 만화방이었습니다. 화정 L마트 옆에서 한 3년 했어요. 요즘 만화방이 유행이던데, 예전에 집에서 만화 보던 식대로 드러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잘됐어요. 처제에게 인수하고 부대찌개 집을 한 1년 했습니다. 술도 팔다 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안사람 고생이 심했죠.”
힘에 부쳐 부대찌개 가게를 팔았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곳이 당시 호황을 누리던 생활정보지 회사 건물. 보직은 조경관리사였다.
“고양, 일산 이쪽에서 생활정보지가 상당히 잘됐습니다. 그 회사 건물에서 조경관리사를 뽑더라고요. 말이 좋아 조경관리사지 쓰레기도 치우고 허드렛일 다 했죠. 그때 월급이 40만 원이었습니다. 제가 가끔 강의할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명색이 대기업 임원이던 양반이 대비전 마당쇠 했다’ 그래요.”
나무 좀 가꾸다 쓰레기 치우고, 단풍 치우고, 잔디도 깎았다.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도 기회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한창 정육식당 바람이 불 때였어요. 생활정보지 회사가 500평 정도 잔디밭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다 정육식당 하면 딱 좋겠다 생각하고 회사에 건의를 했더니 그럼 저더러 점장을 하라더군요. 마당 쓸다가 대형 식당 점장이 된 거죠. 처음엔 젊은 사람 시키라면서 못하겠다고 고사했는데 그동안 제 얘기를 들었는지 믿고 맡기더라고요.”
마음에 안 차도 열심히 덤벼들었더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 IMF 때는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도 해봤다. 정치인의 주례가 잠시 금지됐던 시절에는 예식장 전속 주례사도 했다.
“여하튼 돈 되는 일이라면 다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잘했든 못했든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어쨌든 기회가 되면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고요. 규모가 작건 소소하건 해보면 뭐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변용도 동년기자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안 해본 일이 거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제대로 인정받을 때까지 파고드는 근성은 타고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살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찾아다니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다.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죽었어요. 건강하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한 명은 산에 갔다가, 한 명은 차를 몰고 가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간 거야. 술도 안 먹고 건강관리도 잘했어요. 다른 친구는 100억대 자산가였고요.”
죽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허망하게 갈 수도 있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사진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 권유로 ‘촌놈의 세상보기’라는 문패를 달고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마침 있어 글 쓸 때마다 사진과 같이 올렸어요. 좀 더 잘 찍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두 친구가 죽고 난 뒤에 사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죠.”
점점 사진에 취미가 붙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일산동구청에서 하는 무료 사진교실이 있다기에 찾아가 일주일에 두 번 사진도 배웠다.
“때마침 첫째 아들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며 사두었던 카메라가 있었어요. 아이가 그 사업을 접으면서 카메라를 저에게 줬습니다.”
2010년 7월에 사진 공부를 시작했고, 그해 10월에 공모전에 당선됐다. 스물여덟 번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시니어 기자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블로그에서도 덤덤하게 인생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방송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케이블TV 출연 뒤 KBS ‘아침마당’에 은퇴준비 전문강사 중 사진 분야 강사로 출연하며 인생에 큰 계기를 맞이했다. 진짜 다른 사람들 삶에 귀감이 되는 전문강사가 된 것이다.
“육십이 돼서 사진을 배우기 전까지는 먹고살기 위해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요즘은 아침이 되면 사진기를 들고 나갑니다. 장애인 시설에 가서 사진 찍어주는 봉사도 하고요.”
물론 변용도 동년기자의 사진 실력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온라인에 게재하는 기사에 적절한 사진은 기본이고 다른 동년기자 취재에도 사진기자로 참여한다.
“2017년 1월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커버스토리에 장영희 동년기자가 취재했을 때 제가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으니 사진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변용도 동년기자의 집 3층은 개인 사진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최근 ‘한 달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써낸 자서전에서 자신을 청학빛그림학교 교장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죠. 영상도 배우고 싶고, 책도 3년에 한 권은 내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고 말이죠. 사진이 빛그림이잖아요.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 전시회 제목도 ‘카메라로 그리는 수채화’였습니다. 저희 집 3층도 좋은 전시 공간이니 야외전시도 할 수 있겠죠. 두세 명은 이곳에서 충분히 합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주변을 돌변서 산책도 하고요.”
훗날 때가 되면 아내 이흥열 씨와 함께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했다. 집의 규모를 땅콩하우스로 줄인 것도 훗날 여행을 하면서 살 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진도 찍지만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도 하니 찾아가는 사진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사람하고도 오랫동안 얘기했습니다. 지금은 강아지 때문에 못 가요. 아직은 챙겨줘야 하니까.”
집 안 가장 따뜻한 자리에서 이불 깔고 사는 반려견 헨리 때문에 아직은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함께 산 지 19년, 앞도 잘 못 보고 귀가 나빠져 잘 듣지도 못해 재롱도 부리지 않지만 가족이기에 늘 마음이 쓰인다.
‘용도변경’ 그리고 ‘다쓰가’
인터뷰를 마치고 변용도 동년기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용어인 ‘용도변경’과 ‘다쓰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첫째 사자성어가 용도변경입니다. 후반생을 바쁘고 즐겁게 살자고 만든 말입니다. 60세에 제 삶을 용도변경했습니다. 사진이 그 출발점이었고요. 취미에 머물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 강사로 방송인으로 사진강사로 저술로 활동하고 있죠. 현재 사진작가로 나름의 브랜드도 만들었고요. 포토스토리텔러, 제가 만든 세계 유일한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다쓰가’는 ‘다 쓰고 가자!’를 세 글자로 줄인 말입니다. 은혜를 되갚고 경험과 지혜, 재물을 다 쓰고 가는 것을 후반생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뭔가 물어보려 연락했던 오늘도, 여전히 바삐 살고 있는 변용도 동년기자. 그렇게 부지런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떠나 걷고 있다. 너무도 이른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스민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호텔리어는 호텔에서 근무하며 투숙객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다. 보통은 프런트 데스크 앞에 양복을 빼입고 선 멋진 매니저를 상상하지만, 호텔리어 업무는 다양하다. 최근 업계에서 시니어를 호텔리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자체도 앞다퉈 나서고 있고, 관련 기업에서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정도다. 무슨 이유일까?
최근 시니어 호텔리어가 은퇴 후 삶을 위한 직종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호텔리어 혹은 호텔 종사원이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의견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서울시복지재단의 ‘고령자 고용 확산을 위한 서울시 어르신 적합 직종 연구’에도 호텔리어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제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수요에 있다. 연구가 발표됐던 2013년 서울시 호텔 업체 수는 191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399곳으로 109%나 늘었다.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호텔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을 고려하면 증가한 인력 수요는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경험 많은 시니어, 호텔 근무에 딱
전문가들이 시니어의 호텔 근무가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연륜’으로 축약할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연구 결과에서 “많은 사람과 접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원만한 대인관계, 단정한 외모, 설득력 등을 갖춰야 한다”면서 “대부분 전혀 모르는 대상과의 대화이므로 조리 있는 언변,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이 필요하고 외국인과의 접촉도 많으므로 일정 수준의 외국어 회화 능력도 요구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도 의견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 관계자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호텔 특성상 시니어의 사회 경험은 고객에 대한 응대나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 “시니어는 쉽게 직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호텔 운영 면에서 볼 때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텔 근무가 시니어에게 만만하지는 않다. 호텔리어 업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접객에서, 조리, 행정, 마케팅, 주차관리까지 다양한데 그중 시니어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은 룸메이드나 하우스키핑으로 불리는 청소 관련 직종으로 제한적이다. 관련 교육에 여성 시니어가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룸메이드는 투숙객이 떠나고 난 후인 체크아웃 시간부터 그날의 다른 고객이 들어오는 체크인 시간 사이에 방을 치우고 단장하는 일이 주 업무다. 이때 일회용품이나 침구도 교체하는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호텔 위치나 규모에 따른 투숙객 연령과 성향에 따라 청소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라고 근무자들은 전한다.
취객이 머물렀던 방이나 젊은 남녀가 숙박했던 방은 난이도가 높은 방으로 꼽힌다. 치우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무자들은 이런 방을 ‘더티방’이라 부른다. 기본적으로 룸메이드 업무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본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방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이를 시간 내에 해내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 호텔리어를 고용 중인 호텔들은 룸메이드를 2인 1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이유 중에는 급여도 있다. 룸메이드는 보통 시급이나 청소를 마친 룸당 단가로 급여를 계산하는데, 추가 근무를 통해 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할당받은 방의 청소를 빨리 끝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숙박객 현황에 따라 추가적인 청소가 필요한 방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경쟁이 붙는다.
고되지만 급여 만족도는 높은 편
그렇다고 서두르다가 침구 정돈이 불완전하거나 머리카락 하나라도 발견되면 고객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늘 긴장해야 한다고 시니어 근무자들은 말한다. 호텔에서 고객불만 사항은 이유를 불문하고 엄격하게 관리된다. 매트리스 구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교육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규모가 큰 호텔은 여러모로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호텔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이 규모가 작으면 룸메이드부터 발레파킹까지 일인다역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2교대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고 심할 경우 일주일에 퇴근을 두 번만 하고 내내 호텔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 그러나 요령이 붙어 추가 근무를 많이 할 수 있다면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근무자들은 말한다. 일은 고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니어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까? 가장 먼저 가까운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곳은 바로 부산시.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니어의 고용을 꺼리는 호텔에 3개월간 60세 이상 시니어 인턴을 고용해보도록 유도하고, 그 기간의 급여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초창기에는 토요코인호텔, 해운대그랜드호텔 등 일부 호텔만 참여했는데 꾸준한 사업 진행을 통해 시니어 호텔리어에 대한 호텔 측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참여 호텔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출되는 시니어 호텔리어는 연평균 50명 정도다.
관광수요 많은 지자체, 배출에 앞장
관광과 숙박 수요가 많은 제주특별자치도도 최근 시니어 호텔리어 배출을 위해 나섰다. 느영나영복지공동체와 함께 6월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양성을 위한 직무 교육과 현장실습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인 야놀자도 대표적인 시니어 호텔리어 양성기관 중 하나. 야놀자는 자체 평생교육원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보름간의 교육 후 자사 서비스와 연계된 호텔을 중심으로 취업까지 알선한다. 지난해 3차례 진행된 교육 수료생의 70% 이상이 취업에 성공했고, 올해 진행된 1, 2차 교육에서 배출된 인원 역시 대부분 호텔에 취업했다.
야놀자가 교육에 나서게 된 계기는 제휴 호텔들로부터 “쓸 만한 사람이 없다”란 하소연을 들으면서부터다. 제대로 교육해 좋은 인력을 공급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이제는 업계 대표 교육기관이 됐다.
교육은 취업이 연계되어 있는 만큼 철저하게 실무 위주로 진행된다. 현업에 있는 강사진들이 호텔 프런트 업무에서부터 객실 체크인·아웃, 예약접수, 베드메이킹, 하우스키핑 등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강사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로 이뤄졌다. 시니어 호텔리어 교육 프로그램은 멀티태스킹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특징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시니어는 일정 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형태의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고용구조의 유연함을 원하는 호텔 상황과 맞아떨어져 적합하다”고 설명하면서 “현장에서 수료생들의 맹활약으로 야놀자 출신은 믿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우리 인생을 1막, 2막, 3막으로 나눌 때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정년까지 일하는 시기를 1막으로 잡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55세에서 60세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거나 봉사하는 시기를 2막으로 잡는다. 60세 이상 70세까지로 본다. 인생 3막은 유유자적하며 사는 시기로 70세 이상부터 죽을 때까지이다.
필자는 인생 1막을 잘 보냈고, 인생 2막에서도 약 20년간 ‘액티브 시니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봉사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시니어 활동도 열심히 했다. 특히 댄스는 현역 선수로 눈부신 업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산다는 데에 이젠 좀 지치기도 해서 여러 가지 공직도 다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인생 2막을 마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인생 3막의 시작이다. 이제껏 잘 나가지도 않던 지역 문인협회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별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참석만 해주면 되는 쉬운 일이다. 패키지여행도 자주 다닌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댄스 교실도 그래서 접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 어울리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기소개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이름을 말한다. 그러나 음향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장소나 잡담하는 사람을 통제하기 어려운 분위기상 잘 안 들리고, 들린다 해도 금방 까먹는다. 현역 때 직장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인생 2막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특기가 있는지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필자는 무엇을 특징적으로 내세울 것인가 고민했다.
인생 2막의 화려했던 활동을 대부분 접고 나니 필자 소개를 할 만한 재료가 빈약해졌다. 온종일 뒷방에 처박혀 있는 ‘뒷방 노인’은 아니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러 다니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성의해 보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특기 분야에서 ‘댄스’와 저서 ‘캉캉의 댄스 이야기’라는 책이다. 댄스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이 댄스 하는 사람이다. ‘댄스 강사’에 ‘현역 선수’라고 하면 반응이 요란하다. 춤 솜씨를 보여 달라며 시끄럽다. 더구나 기네스 기록이 될 만한 두꺼운 분량의 4310페이지 책 ‘캉캉의 댄스 이야기’ 저자라고 하면, “설마?” 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 폰 검색을 해본다. “책을 몇 권 냈소!”라고 하기보다 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다. 책 이름이 ‘캉캉의 댄스 이야기’이니 외우기 어려운 실명 대신 ‘캉캉’이라는 닉네임까지 한꺼번에 소개한 셈이다.
사실 댄스는 그만두었지만, 댄스를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패키지여행 때 일찍 호텔에 들어가는 날은 할 일이 없다. 시골이라 호텔 밖에 나가봐야 들판이고 날씨도 안 좋으면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름철 유럽은 백야 현상으로 밤늦도록 하늘이 훤하다. 그럴 때 호텔 세미나실을 빌려 댄스 강습을 하는 것이다. 1시간 정도면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열심히들 댄스를 하고 나온다.
인생 3막은 남들과 어울리되, 구속력이 없는 모임에 나가는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나가면 좋고 안 나가도 좋아야 한다.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음 여행 때 다시 보는 일도 있지만, 드물다. 그래서 부담이 없는 것이다.
76세에 새로 취업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최근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시니어 대상의 취업 지원 기업 중 한 곳인 주식회사 시니어잡은 지난 2월 76세의 고령자를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6세의 젊은 사장이 설립한 이 회사는 5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취업 지원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60% 이상 상승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일본 시니어 구직시장의 발전은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일본 구직시장에서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회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기존의 인력파견 기업이 시니어 구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파소나그룹은 지난 4월 중년 이상의 구직자를 위한 파소나 시니어의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핵심 키워드는 ‘평생 현역 사회’. 시니어 인재들이 그간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나이를 불문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한 기업에 적합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중년을 파견하거나 고용을 추천하고, 주요 기업의 정년 퇴직자를 확보해 일종의 인력은행처럼 운영을 하고, 시니어 구직자들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연수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에도 근로 원하는 비중 높아
실제 일본 고령자의 근로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일본의 기술인력 전문지인 ‘fabcross for 엔지니어’가 지난해 65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44.4%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에는 일자리를 원하는 비중이 52.6%로 더 높았다. 노동을 원하는 이유는 수입을 원한다는 복수응답이 71.2%로 가장 높았고, 일이 즐겁기 때문에(40.8%),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싶어서(40.6%), 사회와의 접점을 원해서(40.0%) 등의 순서로 응답이 집계됐다.
일본의 평생 현역 사회에 대한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5%가 넘었다. 4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60세인 중앙·지방 공무원의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일반 기업들에게도 정년 연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2025년 이후에나 의무사항이 된다.
일각에선 ‘정년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TT 데이터 경영 연구소는 한 매체를 통해 “일본 내 남녀 수명 모두 70세를 넘고 있어 70대까지 일하는 사회를 대비해야 하며, 정년 폐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일본의 고령자 대상의 공적연금 기금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을 현 65세에서 68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손 없어 “시니어 모시자” 풍토 바뀌어
고령자 노동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닥까지 내려간 일본 내 실업률이다. 올 1월 일본의 실업률이다. 24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이러한 배경에는 8분기 연속 성장한 일본 경제의 호황이 있다. 실제로 일본 내 구직시장에선 버블시대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취준생 모셔가기’ 경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내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년 은퇴하는 단카이 세대는 80만 명 수준이지만, 연간 대졸자 수는 50만 명에 불과하다. 근로자 수요는 늘고 있는데 ‘노동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75세 정년시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사회적 정서나 경제 상황 모두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고령자 빈곤율 50%,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 중 35% 이상이 일용직과 임시직에서 일하는 한국 상황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