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가 일본 빈집 해결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주거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는 다거점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이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70대의 노만 겐조(乃万 兼三) 씨는 은퇴 후 가족의 사업을 도우며 수도권에서 주로 거주하지만, 사업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50대의 세시타 유키에 씨는 리노베이션 전문 건축가로 25년간 일하다가 2021년부터 전국의 시골을 돌아다니며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다거점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장인’이라고 불리는 고령자들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
다거점 생활 선호하는 ‘호퍼’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주(定住)보다 다거점(多據點) 생활(여러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옮겨 다니는 것)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원,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을 찾기 위해 미리 살아보고 싶은 고령자, 일을 유지하되 살고 싶은 곳으로 이주하고 싶은 시니어들의 관심이 높다.
주거구독 서비스 어드레스(ADDress)의 ‘ADDress 다거점 생활 이용 실태 리포트 2021년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다거점 생활을 하는 사람은 프리랜서(30.7%)보다 회사원(40.4%)이 더 많았다. 다거점 생활을 하는 이유로는 ‘워케이션’(일+휴식)이 3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주요 생활 거점’(24.2%)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체류지에서 일은 하지 않고 액티비티, 휴가, 관광을 위해’라는 응답은 20.2%였으며, ‘원격근무’라는 응답도 19.7% 수준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40.4%는 ‘머지않아 이주할 곳을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드레스는 이들을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라고 부른다. 하나의 주거지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어드레스는 “다거점 지역을 이동하는 교통비가 1만 엔 안팎”이라면서 “멀리 떨어진 도시들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호핑하는 것’(옮겨 다니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식비와 교통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연령대는 60대로 지역을 더 활발하게 둘러보는 경향이 있었다.
집도 ‘구독’하는 시대
최근에는 주거를 ‘구독’한다는 개념도 생겼다. 정액제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살아보고 싶다는 수요가 늘어난 것. 주거구독 서비스라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어드레스는 자연과 역사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들을 리모델링했다. 20여 곳의 지자체가 함께하고 있으며, 일정 금액을 내면 어드레스에 등록된 전국의 주택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단순히 집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각 주택에 ‘야모리’(家守)라고 불리는 생활 교류 서포트 스태프를 두고 있다. 어드레스 이용자들은 야모리 덕분에 지역을 좀 더 알게 되고 지역 커뮤니티에도 녹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야모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는 지역에 오래 살았던 주민이면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참여해 2만~5만 엔(약 20만~50만 원)의 용돈도 벌고, 빈집을 임대한 집주인에게는 월 약 4만 엔의 임대수익이 보장된다. 지역도 살리고 빈집 문제도 해결하면서 이용자들은 여러 지역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거구독 서비스다.
크로스 하우스(XROSS HOUSE)는 도쿄도 내에서만 특화된 주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아파트, 개인실, 세미 프라이빗, 다인실 등 네 종류의 주거 형태를 제공한다. 비어 있는 집들을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 요금이 같은 집이라면 무료로 이동하며 살아볼 수 있다. 하프(HafH)는 빈집을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집을 구독할 수 있어 인기다. 제2의 주거 ‘코리빙’(Coliving), 여행하고 일하는 ‘트래블링’(Traveling), 만남과 배움 ‘코워킹’(Coworking) 등 세 종류의 정액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들도 주거구독 서비스를 반기고 있다. 빈집 이주자를 위해 ‘빈집 뱅크’ 제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주거구독 서비스 업체들과 협업해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17년에는 주택안전망법을 개정했다.
지자체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관계인구가 되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관계인구는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를 말한다.
어드레스 설문조사에서 다거점 생활을 하는 회사원 중 40%는 부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어드레스는 “향후 기업들이 근로자의 다양한 근무 방식을 인정한다면, 다거점 생활을 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지역 고용 창출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에 집 한 채 지어 텃밭 가꾸며 맑은 공기 마시는 삶 좋지. 문화생활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고. 그런데 이제 100살까지 산다는데 지역에서는 어떻게 먹고사나?” 지방 소멸이 코앞인 시대, 그럼에도 지역에서 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지역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계인구’라는 말이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자원봉사가 끝난 후에도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계인구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2018년에 이 단어를 공식 채택했다.
지역 주민이나 뜨내기 관광객이 아니라, 관심 갖고 지역 상품을 계속 구매하고, 자주 방문하며,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거나, 아예 지역과 도시에 하나씩 두 개의 거점을 두고 생활하는(일본에서는 더블 로컬이라고 부른다) 등 지역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관계’하는 사람들이 관계인구다.
관계인구사업을 전개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전체 지자체의 65%가 관계인구 늘리기 사업을 시행하여 전국의 관계인구는 총 1800만 명에 이른다.
지역 정부는 지역 생활과 사람들을 소개하며 지역의 매력을 끌어내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오래 그 안에서 삶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일종의 ‘지역 매력 표출 대작전’을 전개한다. 일상을 보여주고 ‘여기에 오면 당신도 할 일이 있고 꽤 살 만하다’고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1월 1일부터 정부가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법으로 제시했다. 각종 혜택도 쏟아진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렇게까지 준다고?’ 할 만큼 지원사업을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조건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정 기간 집도 주고 체류비도 준다.
위기를 관계로 극복하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역이 ‘위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적당히 많은 사람, 인프라, 밥벌이 그리고 괜찮은 문화가 있다면 굳이 위기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25년 전 IMF 위기, 15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3년간의 팬데믹 위기가 빙하기처럼 사회를 얼어붙게 했다. 그 안에서 갑질, 번아웃, 공황장애를 외치는 피곤하고 절망적인 목소리가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막대한 지원금을 뿌린들 그 돈은 흉물스러운 거대한 건축물로 바뀐다. 석양이 물드는 지평선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오늘의 수확을 감사하고, 제철 음식으로 따뜻하게 차린 식탁에서 다정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모두 바쁘고 모두 피곤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역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는 대형버스를 타고 지역의 핫플을 방문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적당히 찍고, 유명 식당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오는 관광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한달살기처럼 오래 머물기도 하고, 워케이션처럼 일하면서 쉬기도 하고, 창업도 한다.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도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역이 무조건 끌렸어요”, “여기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관계인구가 많이 만들어질 것만 같은 희망적인 의견들이다. 얼마나 지역을 좋아하면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까지 나왔겠는가.
사회적 거리가 관계로 변하려면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여전히 지역과의 끈끈한 관계보다 적당한 ‘사회적 거리’를 원한다.
전국을 철도 중심으로 연결하다 보니 대부분 지역은 긴 시간 동안 자차 운전으로 가야 한다. 병원 없는 곳이 많아서 ‘이 지역에서 아프면 그냥 죽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있다. 쇼핑몰, 갤러리를 가려면 차 타고 인근 도시로 가야만 한다. ‘문 닫는다’는 말이 상가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들린다.
한달살기 하려고 호기롭게 시골에 왔는데 벌레 보고 기겁해서 ‘나는 간다’는 말을 톡으로만 툭 던지고 야반도주하듯 하루 만에 사라져 주최 측이 황당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여유 있는 전원생활이 그리워 전원주택을 지어도 지역 주민이 ‘어서 옵쇼’ 하고 환대하는 것은 아니므로 ‘시골 사람들은 배타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각종 기회비용과 심리적 부담 때문에 관계 맺기 힘들다는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도 있다. 현실과 관계 형성 사이에는 큰 장애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재빠르게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하며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한다. 삶의 여유와 질을 가늠해보고 그 기회가 지역에 있다고 ‘착안’한다. 도시에서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 재미있는 사람도 많이 만난다며 부지런히 집을 나선다.
지역도 더 좋은 환경을 함께 만들자며 외지인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고, 때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지역의 좋은 공기를 사라”며 호기롭게 외치기도 한다. 언제나 변화 가능성은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이다. 그 선택을 좀 더 확실하게 성공시키려면 기본적인 인프라와 교통 문제를 정부가 빨리 해결하는 일만 남았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구분하는 세대 기준을 살펴보면, 청년층은 만 35세 미만, 노년층은 만 65세 이상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오랜 기간 화두로 떠오르며 취업, 창업과 관련한 청년 일자리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또 백세시대를 맞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 복지책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편 4050세대는 이쪽도(청년세대) 저쪽도(노년세대) 속하지 못한 채 정책적인 면에서 배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조사 참여자의 88.6%가 타 세대 대비 정책적으로 소외를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일자리(취·창업) 분야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77.2%, 이하 복수응답). 이어 사회복지 분야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도 과반수를 차지했다(60.2%). 주택 및 부동산(36.2%), 의료복지(29.4%)가 필요하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점점 취업, 결혼 등 사회적 진출 및 자립 연령이 늦어지면서 생애주기별로 일자리, 주택마련 등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 연령대 역시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신체적 노화나 체력 저하 등을 느끼는 연령대인 만큼(특히, 40~59세에서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체력 저하 및 기능 저하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남) 의료, 복지 또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나이가 들어 건강을 잃은 상태에서 의료 등 관련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보다 4050세대처럼 어느 정도 건강할 때 이를 유지하고 활성화하도록 하는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고령자를 위한 혜택 뿐만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후기청년 세대를 위한 혜택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돌봐야 한다. 그것이 잘 이뤄진다면 이들 세대가 고령자가 됐을 때 역으로 의료, 복지 비용이 절감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주택관리사’에 대해 알아봤다.
◇ 주택관리사, 왜 유망할까?
2020년 4월부터 주택관리사 의무채용이 확대가 되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공인중개사와 비슷하게 응시자격 제한이 없고, 나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아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주민들이 결정한 일을 진행하는 관리자다. 최근 공인중개사와 함께 꾸준히 인기가 있는 직업으로, 안정적인 고정 급여가 장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시 이해 갈등 조정 능력이 요구되며, 유사 업무 경험이 있다면 유리하다. 여성 주택관리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흔히 ‘아파트관리소장’ 등으로 알려진 ‘주택관리사(보)’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운영 관리하며 입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한다.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 민원 해결 등 다양한 소양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공동주택, 아파트, 빌딩의 관리소장 또는 공사 및 건설업체의 운영·관리 책임자로 취업하거나 합동사무소나 주택관리업체를 창업하는 형태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정년 없이 활동 가능한 덕분에 제2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업무는 크게 행정 관리와 기술 관리로 나뉜다. 먼저 행정 관리의 경우 예산 편성 및 진행, 관리비 산정 및 징수, 물품 구입 등 회계 관리를 비롯해, 사무(문서 작성 및 보관), 홍보(화보 발간), 인사(관리사무소 행정 및 기술 인력) 등을 이른다. 여기에 입주자 관리까지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 민원 처리는 물론 입주자대표와의 논의 등을 진행해야 하기에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기술 관리는 건물의 유지 보수, 소화 설비, 안전 교육, 전기·가스·배수 및 승강기 설비 등의 업무를 아우른다.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등을 통해 입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커리어넷 직업정보에 따르면 주택관리사는 리더십과 통솔력, 책임감, 공정함 등을 갖춰야 한다. 입주민들 간의 각종 이해관계와 요구사항들을 조화롭게 중재하여 해결하는 합리적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도 필요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현국 대리는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은 공동주택을 전문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하여 입주민의 생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행정·기술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책임자로서 근무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활기찬 성향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주택의 증가와 의무 관리 대상 아파트 및 주택관리사 의무 채용 확대 등으로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란?
해당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주택관리사)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여야 하는 등 일정한 의무가 부과되는 아파트를 말한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의무관리대상 아파트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및 규제「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조).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을 포함)의 아파트 △규제「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로서 주택이 150세대 이상인 건축물 △1.부터 4.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주택 중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하여 정하는 아파트
◇ 주택관리사, 나도 될 수 있을까?
주택관리사가 되려면 먼저 국가자격인 ‘주택관리사보’를 취득해야 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합격 후 일정 기간 실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는 응시 자격 제한이 없으며, 시험은 1차, 2차로 나뉜다. 1차는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민법, 2차는 주택관리 관계법규 및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응시생들의 합격률을 살펴보면 2차보다 1차 합격률이 저조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15.5%로 타 자격시험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2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70.9%로 1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택관리사로 경력 인정 받으려면?
△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의 근무 경력 3년 이상 △50세대 이상 공동주택관리사무소의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의 종사경력 5년 이상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 종사경력 5년 이상 △공무원으로서 주택관련지도·감독 및 인·허가 업무 등에 종사경력5년 이상 △주택관리사단체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단체의 임직원으로서 주택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 5년 이상 △앞에 언급된 경력을 합산한 기간 5년 이상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73조)
이에 전현국 대리는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 과목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으로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내용이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습득하길 권한다. 2차 시험은 공동주택 관련 법규, 공동주택관리실무로 1차보다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아파트에 거주하시거나, 평소 관리사무소와 단지의 상황을 관심 있게 봐뒀다면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 중 50대 응시자가 가장 많다. 합격자 수도 마찬가지다. 가령 2022년의 1차 시험의 경우 50대 합격자는 1482명으로 20대(48명) 합격자의 30배가 넘는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가 실제 50대 주택관리사의 수요가 높은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 해석했다. 전 대리는 “주로 40~50대 쯤 퇴사를 하는데, 정년이 없다는 장점 덕분에 주택관리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찍이 주택관리사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정년이 없는 것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 후 취업으로의 연결이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격증 취득 후 주택관리사(보)가 되면 법규상으로는 500세대 이하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제 막 자격만 취득하고, 주택관리에 대한 경력이 없다면 즉시 현장에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되기란 쉽지 않다. 대한주택관리자협회 관계자는 “매년 2차 합격자 발표가 날 때 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위탁사(주택관리업자)들은 공채를 모집한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장 배치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안전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교육을 미리 받아두거나, 협회 산하 각 시도회에 문의해 취업 관련 오리엔테이션 등에 참여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Interview] 정우석 주택관리사 “정년 없이 워라밸 지키며 일할 수 있어 만족해”
2018년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정우석(42) 씨는 현재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체로 50~60대가 선호하는 직업이었던 주택관리사에 일찍이 관심을 보이게 된 건 친구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주택관리사 일을 하셨어요. 정년 없이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며 추천해주셨죠. 그런 설명이 제겐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2018년에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그해에 취득했습니다. 이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험 과목이 유사해 공인중개사와 연달아 준비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정우석 씨는 자격증 시험 합격 후 한 달 여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시험 준비부터 취직까지 탄탄대로 흘러간 셈. 그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격 취득 후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1년 이내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취업 후 업무 환경과 강도는 어떨까? 주택관리사 6년차, 정우석 씨는 현재 하는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고,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일 등이 잘 이뤄진다는 게 주택관리사의 장점인데요. 사실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강도는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일했던 곳은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죠. 이 또한 어느 정도는 구직자가 선택적으로 조절 가능하다고 봐요. 만약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주택관리사로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수입도 올리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는 사업장에 지원하면 되고, 아니라면 규모가 작고 월급이 적더라도 좀 수월한 곳을 찾으면 되니까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정우석 씨가 체감하는 주택관리사의 주요 덕목은 대인 관계와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행정과 관리 업무를 잘해도 입주자나 입주자 대표와 마찰이 생기면 업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민과의 다툼으로 쫓겨나듯 해고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때문에 이런저런 민원을 응대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계나 운영 관리는 물론이고 법령에 대한 정보나 기술적인 부분도 숙지해야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입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요. 아무리 작은 단지라 해도 150세대고, 많게는 2000세대도 관리해야 하는데,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응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정서적 노동 강도가 적지 않은 편이죠. 대인 관계가 어렵거나 이러한 감정 노동을 원치 않는 분이라면 이 일이 힘들 수도 있어요.”
정우석 씨 역시 입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주택관리사로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체력이 되는 한 이 일을 오랫동안 해나갈 계획이다.
“한때는 이 일로 어떤 경지까지 올라가겠다, 돈은 얼마를 벌겠다는 포부도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일 이외의 삶에도 충실하려고 해요.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이라고도 하죠. 한 20~30년은 능력이 닿는 한 이 일을 하면서, 제 일상을 돌보고 싶습니다. 그런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게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메리트이기도 하죠. 한편으론 그런 점에서 현역 때보다는 더 유연한 직업을 원하는 퇴직자들이 주택관리사를 선호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자료 제공 및 도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건강하게 잘 늙어가며 살고자 하는 ‘웰 에이징’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노후의 삶에 대한 지향점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화되어 가고 있는 ‘실버 타운’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거의 실버 타운은 간단한 일상 케어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요즘의 실버 타운은 기본적인 보살핌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에도 오롯이 내 일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실버 타운은 주거의 개념을 넘어 식사, 건강, 여가, 문화, 사회활동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타운에서는 여생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바로 ‘웰 에이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지인 셈이다.
국내의 한 논문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 내에서 65세 이상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주거지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인복지주택의 거주 노인들의 생활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도 실버타운에서의 주거만족도는 꽤 높다. 국내의 한 실버타운 입주민은 “실버타운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잘 짜여진 식단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으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집안 일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정도로 고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인 케어를 받고 있어 실버 타운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맞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3월 중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시선을 끈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실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시니어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갖출 예정으로 시니어 입주민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한 건강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 먼저,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한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지원한다. 개인별 맞춤 건강도 체크, 질환별 특별관리 등과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노인복지주택 최초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긴급SOS 알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해당 병원 이용 시에는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한 의료 케어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단지는 ‘강서 미라클메디특구’에 해당돼 고품격 의료 인프라도 함께 누린다. 이 특구에는 서울 시내 2위에 달하는 병원급 이상 전문 의료 시설이 집적되어 있고 척추 및 불임에 특화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내 지하 보행 통로를 통해 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철 역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세권 이상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도심 속에서도 대규모 자연 환경을 이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통해 마음껏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과 약 50만㎡ 규모의 생태공원 ‘서울 보타닉 공원’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으로 다양한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쇼핑, 생활 인프라도 눈에 띈다. 롯데몰, 롯데시네마, 대규모 공연장 LG아트센터 서울 등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도 누릴 수 있다.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도 보낼 수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브랜드 ‘VL’을 통해 예약대행, 비즈니스 업무지원, 우편물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각종 청소가 가능(주 2회 60분)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가 담긴 ‘호텔 셰프 관리 식단’, 각종 문의 및 요청을 하나의 창구에서 운영하는 ‘원스탑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설계도 선보인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시니어 주택 평면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의 독립성을 반영한 ‘원룸 원배쓰(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의 평면, 신체 및 안전을 고려한 전 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계획,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입주자별 취향을 고려한 ‘비스포크 발코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 입주민들은 불필요한 동선과 이동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대 내에 비상콜 시스템, 동작 감시 센서, 냉방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스마트한일상을 위한 ‘IOT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르웨스트가 갖춘 입지, 규모, 시설 등은 국내 실버타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며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함께 공을 들여 선보이는 만큼, 시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견본을 보고 싶다면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청약 접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21년 기준 29.1%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60세까지 일을 하다 은퇴해도 120세까지 산다면 60년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요즘 노인들이 과거에 비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수입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고 건강이 나빠지는 고령자에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공포일 것이다.
지출 가장 많은 식비
총무성의 2021년 ‘가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부부이면서 일을 하지 않는 가구의 평균 소비 지출은 월 22만 4436엔(약 215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식비다. 6만 5789엔(약 64만 원)으로 전체의 30%다. 내각부의 2020년 ‘고령자의 경제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지출 TOP5는 식비(59.4%), 보건의료비(33.1%), 교통비와 자동차 관련 비용(25.7%), 주거비(20%), 취미나 레저 비용(19.1%) 순이다. 역시 식비가 지출 1위를 차지한다.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고령자는 60%에 달한다. 불안한 요인으로는 ‘자신이나 가족의 의료·간호 비용’, ‘이사나 유료 노인홈의 입주 비용’ 등이 꼽힌다.
쇼핑과 외식 줄이는 ‘절약 소비’
2019년 일본 금융청은 노인 부부가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생활하면 매월 약 5만 엔(약 48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2000만 엔(약 1.9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불러왔다. 이후 노후 준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불거졌다.
2020년 초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신년 기획으로 보도한 ‘장수 시대의 금전 의식’ 기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세대의 70%가 ‘노후 저축을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 자금에 관해 가장 걱정하는 분야는 ‘질병과 간병’(60%)이었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수명까지 길어지면서 ‘절약하는 소비’가 늘어났다. 조사에 따르면 ‘수년 전에 비해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70세 이상의 답변은 72%에 달한다.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의복(66%, 복수응답)이었다. 이어 외식(53%), 취미(41%) 순이었다. 앞으로 절약하고 싶은 분야로는 외식(38%), 의류(35%), 식료품(29%)이 꼽혔다. 의료비를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실생활에서 절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01 식비 줄이기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예산을 일주일 단위로 세운다. 쇼핑하기 전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해 중복 구매를 하지 않도록 한다. 쇼핑 목록을 만들어두고 쇼핑은 일주일에 3회 정도 한다.
02 수도·광열비 절약하기 의식하지 않아도 절약할 수 있도록 절수 샤워 헤드나 절수 프레임 등을 사용하면 좋다. 전기요금은 에어컨같이 소비전력이 큰 전자제품에서 줄이는 것이 좋다. 자동운전 모드를 활용하거나 자주 켜고 끄지 않아야 한다.
03 고정비 점검하기 고령 가구는 보험료나 통신비 정리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나이에 따라 공적 보험을 통해 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낮아지므로 민간 보험은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정리한다. 자동차·화재보험 등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해약하고,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을 저렴한 것으로 바꾼다.
04 자동차 처분하기 자동차를 보유하면 아무래도 유지비가 꾸준히 발생한다. 물론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고령자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로도 충분하다. 고령자에 한해 교통비를 저렴하게 지원하는 등의 지자체 서비스를 잘 둘러보고 자동차를 처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05 연금 미뤄서 더 많이 받기 2022년 4월을 기준으로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당장 연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 65세 이후로 연금을 미뤄서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부터 수령할 경우 42% 증액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06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조달하기 일본에도 리버스 모기지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주택연금과 비슷하다.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는 것. 본인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매월 이자를 상환하면 되고, 원금은 ‘이용자가 사망하면 자택을 매각한 뒤 상환’하거나 ‘상속인이 부담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07 건강수명 늘리기 노후에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의료비와 간호비다. 결국 건강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경우 9년, 여성의 경우 12년 정도를 의료·간호에 의지해 보낸다. 후생노동성은 매일 10분의 적당한 운동, 하루 70g의 채소 섭취, 금연 등을 추천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검진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요양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요양보호사, 수급자 모두가 존중받는 선순환을 만든다. 더 많은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살며, 결국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시니어 케어 요양 기업 ‘케어링’의 목표다.
케어링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 가족을 돌보고 정부 지원을 받는 가족요양,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및 방문목욕, 건강관리·치매 예방 등 간호를 지원하는 방문간호, 욕창 매트리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복지용구 커머스, 케어링 고객이라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커머스,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무료로 돕는 등급신청 대행, 주야간보호센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설립 후 2020년 매출 20억 원을 달성, 복지용구 및 방문간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1년에는 매출 110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브랜드대상의 ‘방문요양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부터
케어링의 성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케어링 직원과 돌봄 종사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급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믿는 점이 케어링의 성장 포인트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가 말하는 ‘존중의 선순환’이라는 가치다.
케어링의 돌봄 서비스는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혹은 간호사의 1:1 매칭에 공을 들인다. 방문요양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케어링이 매칭하면 가정에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성향이 맞는지 살핀다. 일종의 면접인 셈. 2023년 1월 기준 케어링 이용자는 8358명, 요양보호사는 약 2만 7000명이다.
케어링은 가족요양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직계 가족을 요양하고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모르고 있었다. 또한 방문요양 시급 1만 3750원, 방문목욕 시급 2만 200원으로 최고 수준의 시급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도 운영하며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한다. 올해 3월에는 요양보호사 감사 축제로 ‘제1회 케어링 요양보호 사랑해 축제’를 연다.
케어링이 요양보호사의 처우에 신경 쓰는 만큼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남춘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가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매달 확인해주고, 센터와 교류가 잘되는 게 좋다”고 전했다. 김은숙 요양보호사는 “현실적으로 가족요양 시급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케어링의 요양보호사 대기인력으로 등록하려면 홈페이지나 전화 상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 근처에서 일자리가 생길 경우 문자로 알림을 보내준다. 매칭이 완료되면 센터에 고용되어 시간제로 일하게 된다.
조용욱 케어링 운영총괄 이사는 “요양은 수급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어 다양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맞는 요양보호사가 함께하는 것이 방문요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요양보호사를 위한 멤버십 제도나 커뮤니티 등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가 모여 사는 마을
최근 케어링이 집중하는 분야는 공동구매와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일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기저귀, 건강식, 물티슈 등 고정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생긴다. 거동이 불편하면 직접 구매하러 나가기도 어렵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 그래서 케어링은 공동구매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필요 물품을 판매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주야간보호센터를 말한다. ‘어르신 유치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르신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식사도 함께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 센터를 구심점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서로가 돌볼 수 있는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다. 현재 부산에 4개의 지점을 오픈했으며, 4년 안에 전국에 100개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케어링은 고령자의 생활 주기에 맞게 거주지를 리모델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 후 시니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일본과 미국에는 시니어 배리어프리 주택 단지가 있다. 김 대표는 15만 명이 모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시니어타운을 직접 다녀왔다. 그는 “몸이 아프기 전에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레저나 친목 활동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케어링이 이런 비즈니스까지 확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향후 목표를 설명했다.
케어링은 방문요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종합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2022년 8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케어링은 데이케어센터를 늘리고, IT를 통한 돌봄 서비스 향상, 시니어 구인·구직 앱 서비스, 요양보호사 교육원 확장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 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해 새 인생을 펼치고 있는 중장년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식(食)문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한 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르기도. 인천시 연수구 소재 어니스트케이푸드(Honest K-Food)는 건강하고 바른 식문화 전파에 앞장서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이선진 대표는 식문화의 중심에 ‘소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니스트케이푸드는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고, 사람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다. 이선진 대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가 ‘소통의 장’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생각은 이렇다. 첫 번째,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 요리를 배우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두 번째,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된다. 즉 소통이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어니스트케이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식문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지역사회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이선진 대표는 인천 연수구의 유명한 요리 선생님이었다. 무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주민센터, 문화센터 등에서 요리 강의를 한 이 대표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소통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9년 어니스트케이푸드를 설립했다.
회사는 세웠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하지 못했다. 요리 선생님으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사업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점프업5060’ 모집 공고를 접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배웠고, 사람들과 정보 교환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최종적으로 이선진 대표는 2020년 우수창업팀 13팀에 꼽혔다. 창업 지원금을 받은 이 대표는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최적의 사업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100평 넘는 규모의 공간이다. 넓은 요리 교육장을 갖추고 카페 ‘생과방’도 차렸다.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업5060’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창업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큰 공간을 얻을 수 있었어요. 창업 지원금은 모두 인테리어 비용으로 썼고, 만족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졌죠. 비로소 그동안 주저했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니스트케이푸드의 주 수입원은 요리교실이다. 고추장 만들기가 특히 인기를 끄는 클래스다. 이선진 대표에게 어니스트케이푸드 고추장의 특별함에 관해 물어보니 “맛도 맛이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쓰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는 주로 로컬 푸드를 써서 요리하는데, 고추장에도 인천에서 나오는 소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어니스트케이푸드 고추장에는 또 다른 특별함도 한 스푼 첨가돼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 주는 소통의 가치다. 이 대표는 “내가 고추장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건강, 환경은 물론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도 좋아진다”면서 “내가 만든 음식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맛을 떠나서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저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내 또는 우리 아이가 고추장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가족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하겠어요. 그 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면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눌 수도 있죠. 그러니까 내가 만든 고추장은 단순한 고추장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니스트케이푸드는 그 특별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더 나아가 어니스트케이푸드는 집에서도 고추장을 만들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었다. 요리를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도 제작했다. 예비사회적기업답게 외국인쪾시청각 장애인 모두 영상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막과 소리를 입혔다. 또한 이 대표는 고령자를 카페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선진 대표의 지난해 사업 목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에 사람을 채워 넣자’였다. 목표를 위해 이 대표는 인천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이선진 대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음식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문화 교류를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노약자를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식문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잊지 않고 가졌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어니스트케이푸드는 입소문이 났고, 안정을 찾아갔다.
“원래 회사명이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였는데 요리학원 느낌이 강해서 어니스트케이푸드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또 회사를 재정비하고 내부를 좀 더 튼튼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본금도 키웠죠. 문화 오아시스 사업을 하면서는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8월쯤 되니까 어니스트케이푸드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위탁 사업도 조금씩 들어왔죠. 10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매출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이제 좀 안정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선진 대표는 올해를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기반을 다졌고, 이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속도가 조금 더디다. 그럼에도 지인들의 “이선진 씨는 할 수 있다”는 응원 덕분에 힘이 난다고. 이 대표는 오늘도 당찬 발걸음을 옮겨본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사업 구도가 힘들게 만들어진다면 사업을 접어야겠죠. 매출이 지난해보다 배로 나와야 유지가 돼요. 다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진짜 저의 목표도 실행해야죠. 음식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조금 더 확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2년 후에는 사회적 가치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캐나다는 1986년부터 고령친화적 지역사회를 표방했다. WHO의 고령친화도시는 2007년 도입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지역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고령친화정책은 거주자가 나이, 민족, 인종, 성별 또는 능력에 관계없이 존중받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고령친화적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앞으로 살펴볼 사례에도 고령자를 약자로 보고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주체임을 인정하는 면모가 드러나 있다.
나이·인종·성별 무관하게 지원 받도록 돕는 사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지역사회 주민 대상 고령친화도시 지침(Seniors in British Columbia: A Healthy Living Framework)을 발표했다. 2007~2010년 1기 고령친화도시가 실행되고, 참여지역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으며, 2011년부터는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정부 차원의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한 바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2020년부터 주 자체적으로 노인 안내서를 7개 언어(영어, 프랑스어, 펀자브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이란어)로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집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일상생활을 장려하며, 주민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치료와 지원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보건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예약제 교통편 제공, 간단한 가사나 정원 일을 돕고 식료품 쇼핑이나 집 수리를 지원하는 ‘가정에서 보다 나은 삶’(Better at Home) 프로그램이 대표적 고령친화정책이다. 원주민이나 토착민 고령자가 연례 모임을 갖는 데에 필요한 교통 경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는 것 역시 눈에 띈다. 황혼의 나이에도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상담전화, 보육 보조금 프로그램에 대한 이용 방법 역시 안내돼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나, 청각장애 유무를 고려한 통역 서비스나 청각 장애인용 연락처를 일일이 기술해둔 점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책자에는 이처럼 노인 본인이나 가족 및 간병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정보, 이용 방법이 정리돼 있다. 라이프스타일, 건강, 주택, 교통, 재정, 안전 및 보안 등으로 분류돼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확인 가능하다.
캘거리 시 역시 고령자 지원 정책에 대한 안내 사항을 9개 언어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캘거리는 2036년 거주민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에 시는 건강 프로그램이나 거주 지원 서비스 등을 포함해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교통 통신 등에서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넓은 범위의 레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연륜의 미’ SNS로 홍보하기도
온타리오주의 더럼 지역은 주민의 약 28%가 55세 이상이며, 2031년에는 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럼에서는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자 '연륜의 미덕'(Beauty of Experience) 캠페인을 열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심화 인터뷰나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상의한 결과, 노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지역사회 통합과 안정감 유지에 해를 끼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캠페인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있는 8개 지역 24명의 노인을 소개했다. 경험으로부터 오는 지혜, 기술 등 나이 듦으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 면모를 포스터나 교육용 영상, 지역 신문, 라디오, 지역 내 대중교통 광고 등을 통해 내보였다. 트위터,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SNS 역시 활용했다.
더럼 지역의 캠페인은 전 연령대의 주민들로 하여금 노화에 대한 오해를 약화시키고, 거주하는 노인을 위한 사회적 통합과 안전을 강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WHO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사례를 소개하며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했으며,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대유행사태로 인해 놓쳤던 사회적 유대감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