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인들이 살 곳을 찾아 전전하는 ‘주택 난민’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집을 임대했다가 고독사하면 사후 처리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부동산들이 노인 입주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9월 ‘日 고령자, 갈 곳 없어 ‘사고물건’ 찾아 전전’ 제하의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사고물건’이 된 주택으로 결국 돌고 돌며 '주택 난민'이 되고 있다.
노인 입주 거절하는 부동산
65세 이상 회원의 방 찾기를 전문으로 지원하는 ‘R65부동산’은 전국 부동산을 대상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용 임대에 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R65부동산은 “고령화율이 높은 일본에서는 고독사로 인한 ‘사고물건’ 증가 우려가 있어 65세 이상의 25%가 임대 주택 입주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서 “주택 난민이 되는 고령자가 증가할 우려가 있어 ‘고령자용 임대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의 25.7%가 ‘고령자가 입주 가능한 임대 주택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응답 부동산의 28.9%는 관리하는 부동산 중 고령자가 입주 가능한 주택은 ‘20%미만’이라고 답했다.
또한 28.3%는 ‘최근 1년간 나이를 이유로 고령자 입주를 거절한 적 있다’고 답했다. 36%는 ‘거절한 적은 없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고령자가 입주한 뒤 불편함을 겪었다고 응답한 부동산은 57.3%였다. 이유로는 1위가 ‘고독사에 의한 사고물건화’(56.25%), 2위가 ‘집세 체납’(42.6%), 3위가 ‘사후처리’(37.5%) 순이었다.(복수응답)
R65부동산은 보유한 매물 수가 많은 부동산일수록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임대에 조금 더 관대한 응답률을 보였지만, 매물이 적은 부동산일수록 나이를 이유로 입주를 거절하거나 고령자 입주는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분석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해야
R65부동산은 고령자를 입주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사고물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물건’은 자살이나 살인 등이 일어나 심리적 하자가 있는 주택을 말한다. 사망 이유가 ‘자연사’라면 심리적 하자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사고물건이라 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노인의 고독사=사고물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2021년 10월 국토교통성은 ‘택지건물거래업자에 의한 사람의 죽음의 고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독사 우려로 인해 고령자가 집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본래 부동산 관리업자는 집과 관련한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매입자나 차주에게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연사 또는 일상생활에서 생긴 불의의 죽음, △자연사 등 이외의 사망이 발생하고 3년을 경과한 물건 △통상 사용하지 않는 집합주택의 공용부분에서 자연사 등 이외의 사망 세 가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다만 자연사했더라도 오랜 기간 방치되어 특수 청소 등이 필요한 경우라면 알릴 의무가 있다. 즉 문제는 ‘연고 없는 노인이 사망 후 오랜 기간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R65부동산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사고물건의 정의를 명확화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고독사로 방치되지 않도록 ‘지켜보기 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사후 처리의 경우 사무위임 계약 약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집세 체납의 경우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인 경우가 있으므로 치매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고령자가 입주 가능한 임대 물건이 늘어나 좋아하는 장소에서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소비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전략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 포럼”이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고령 금융 소비자의 금융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금융과행복네트워크가 주관하고 윤영덕ㆍ민병덕 국회의원실이 주최했다.
지난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18%에 달한다. 2025년에는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금융을 이용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자연히 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의 금융 피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1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약 612억 원, 피해 건수는 1만 2천 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의 약 41%에 해당한다. 2022년 상반기 피해 건수도 8600여 건을 넘어가며 전체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윤덕홍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기 전 노인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노인 금융 피해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직도 구체적인 자료와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아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번 포럼이 선진국형 노인 금융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 사기뿐 아니라 고령층에 대한 경제적 학대, 금융 착취,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 다양한 유형의 금융 피해 위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령층을 보호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고령층 보호제도 현황 실태조사와 법령 개정 방향에 관한 업계 의견 수렴,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구성 지침 마련, 고령층 맞춤형 교재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및 현장 교육 등으로 고령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적 예방 가장 중요한 ‘금융 착취’
금융 착취가 일어나는 이유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금융 자산 비중은 늘지만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디지털 정보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많아지면서 노인 학대가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경제적 착취나 학대 피해가 일어날 경우 사회적 추가 지출은 연간 약 6750억 원(영국의 연구 결과)에 달한다. 게다가 금융착취는 회복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따라서 금융 착취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국가별로 다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사회 관점, 부모 재산에 대한 자녀 권리 인식 등이 문화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금융 착취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아직 금융 착취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자신이 금융 착취를 당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포럼에서 “고령자 금융 착취 예방 전략과 실행 방안” 주제 발표를 맡은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금융 착취 예방을 강조하며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노인의 경제적 학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을 때,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권에 어떤 지침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노인 피해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착취 자체에 대한 실태 조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 착취의 범위와 개념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잘 정의해서 법과 행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착취는 간호인이나 시설 관계자 등에 의해 많이 발생할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7~80%가 배우자나 자녀에 의해 발생한다.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이나 연금을 대신 관리해준다며 통장과 도장을 가져가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주택을 자산으로써 활용할 수 없도록 제지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부모에게 부여된 역할이 있다는 인식, 부모의 재산이 곧 자녀의 재산이라는 생각이 강해 실질적 신고는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실제 금융 착취에 관한 조사나 통계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자 금융 착취를 민형사상의 문제로 취급하며, 별도의 규제를 만들었다. 자율적이긴 하지만 금융 관계자에게 적용되는 강제적 신고 의무 등을 제안하는 가이드라인도 있다.
정 의장은 “경제적 학대, 금융 착취는 앞으로 우리 삶을 얼마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와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금융 착취를 당하면 절망감과 우울감에 빠져 일상으로의 회복이 몹시 어렵고, 이를 돌보기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신고 의무 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 간의 연계가 잘 돼야 금융 착취 대응 체계가 잘 이뤄진다”면서 “무엇보다 현황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지원 강화, 금융 착취 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 센터 마련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고제와 같은 방법으로는 금융 착취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금융 당국에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협력하며, 고령자 스스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국가들의 공통 과제 '고령자 금융 피해 예방'
우리나라는 2020년 금융 당국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법(이하 금소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진행중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 금융 소비자의 피해에 관한 현황이나 실태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법을 만드는데 있어 기준이나 범위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고령화를 겪고 있는 글로벌 국가의 공통적인 과제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나라도 고령 소비자의 금융 피해에 관련해 법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금융 관련 범죄 중 고령층에 대한 금융 착취 의심 활동을 보고하도록 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오랜 시간 관련 제도를 순차적으로 수립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 사기의 경우는 대응에 관한 명확한 제도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금융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한 고령 친화 서비스 제공, 이에 대한 임직원 교육, 의심 거래 발생 시 관련 당국으로의 보고 권고 등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영국의 경우 고령자 금융 착취 관련 금융 기관의 신고 의무는 없다. 나이로 구분하기보다는 인지 능력, 건강 상태 등의 취약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고령층에 국한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 학대와 금융 지급 수단을 이용한 금융 억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자율 규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포럼에서 “고령자 금융피해 유형 및 피해방지를 위한 쟁점과 대응방안” 발표를 맡은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여러 국가에서 마련되고 있는 제도의 핵심 쟁점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의심 금융 거래를 보고하도록 할 것인가 ▲보고를 넘어 관련 기관에 신고하도록 할 것인가 ▲당사자나 관련인에게 이 내용을 통지하도록 할 것인가 ▲국민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산 보호 조치를 위하기 위한 이체 지연 등의 권한을 줄 것인가 ▲이런 일을 해야 할 금융기관 직원에게 면책권을 줄 것인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관에 과태료 등의 제재 수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착취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금융기관이 이를 통제할 권한을 가질 경우 분쟁의 소지가 많다”면서 “고령 피해자의 경우 대면 거래에서 파악되는 경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직원에게 부여될 면책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며, 면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관이나 피해자에게 이뤄지는 통지, 이체 지연이라는 권한, 직원 면책 부분이 하나의 패키지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자유 형식으로 할 것인지, 강제적으로 진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가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 의무를 적용하는 것은 새로운 측면일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피해 고령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살펴볼 만큼의 연구가 되어있지 않아 법제화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으로 보호할 영역이 금융회사를 통한 거래만을 포함할 것인지, 금융 피해에 금융 학대나 금융 사기까지도 포함할 것인지, 법을 개별적으로 만들 것인지 금소법 개정안에 포함할 것인지 등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당부했다.
영국의 경우 금융 학대와 금융 사기를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으며, 미국은 금융 사기에 대해서는 보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피해 사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피해 현황을 식별하는 작업을 우선할지, 광범위한 기준으로 법제화를 먼저 한 뒤 자료를 모을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내용을 다각도로 고민해 고령층의 금융 피해를 효율적으로 억제해나갈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까.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와 함께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금천구 G밸리,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 일대를 탐방해봤다.
김진유 교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세계적으로 지향하는 도시계획 방향은 인클루시브(Inclusive) 시티, 즉 포용 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용 도시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 신체, 지식 등과 상관없이 도시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면서 “포용 도시가 되면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사회적 약자한테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체가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교수는 그 예로 저상버스를 언급했다. 장애인을 위해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하는 비율은 0.1%라고 한다. 이용률 99.9%를 차지하는 비장애인은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저상버스를 선호한다. 김 교수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면 우리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 디자인 중 특히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일까. 김진유 교수는 “노인은 많이 걷거나 계단이 많으면 힘들어한다”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같이 대중교통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조정하거나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분들은 손에 힘이 없지 않나. 적은 힘으로도 열리는 문이나 자동문이 좋다. 또한 영어로만 된 간판은 노인분들이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 글씨의 한글 중심 간판을 추천한다. 더 좋은 것은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운 심벌형 간판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M’은 멀리서도 보이는데, 이와 같은 심벌형 간판이나 안내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유니버설 디자인은 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김진유 교수는 “아무래도 건축비나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가정을 해보자. 돈을 아껴 건물을 지었는데, 노인이나 장애인이 그곳 시설을 이용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인 비용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밸리 2·3단지
곡선형 도로
“보행로 사이에 있는 도로길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었죠. 이것을 트래픽 카밍(Traffic Calming)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조물에 의한 교통 통제라는 뜻인데, 도로를 곡선으로 만들면 아무래도 차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고가 줄어들죠. 그리고 차도와 인도를 잇는 돌을 연석이라고 하는데, 연석의 턱이 없고 보행로와 높이가 같죠. 노인분들의 보행이 편하실 겁니다.”
고원식 횡단보도
“방지턱처럼 높이를 높여서 만든 횡단보도를 고원식 횡단보도라고 합니다. 횡단보도를 높이면서 연석과 수평을 이루었죠. 보통의 횡단보도는 노인분들이 이용하려면 계단을 내려가듯 아래로 내려갔다가 건너서는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해요. 다리가 아픈 노인분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죠.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턱 없는 출입문
“출입문에 턱이 없어야 휠체어를 탄 노약자분들의 이용이 편해지죠. G밸리 내의 건물은 모두 턱이 없네요. 특히 지반을 높여 길과 출입문이 수평을 이루게 해둔 곳도 있네요.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많은 휴식 공간
“길 중간중간 의자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노인분들한테는 걷다가도 앉아 있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손잡이 의자는 앉고 일어설 때 의지할 게 필요한 노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살림
대중교통, 건물과의 연결성
“도시계획에서는 내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외부와의 연결도 매우 중요해요. 스페이스 살림은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죠. 이런 것은 노약자분들이 이용하시기에 굉장히 유용해요. 건물과 건물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옆 건물로 가려면 내려갔다 올라가는 것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 불편함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리고 여기는 길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서 방향성이 명확한 것도 장점이에요. 길이 사선이나 미로처럼 되어 있으면 노약자분들이 길을 잃기 쉽거든요.”
노약자 위한 손잡이
“건물 전체에 출입문 턱을 없애서 노약자분들의 보행이 편하도록 했네요. 더불어 출입문에 있는 손잡이 봉을 보면 매우 긴데요. 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보통의 짧은 손잡이와 달리 이렇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만든 이유는 키가 작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봉을 쉽게 잡도록 한 거예요. 같은 이유로 보행길과 계단에 핸드 레일을 낮은 위치에 설치해놓았죠. 무엇보다 노인분들은 경사가 있는 길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레일을 잡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경사도 낮은 길
“요즘은 계단 옆에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쉽게 경사로를 마련해두죠. 휠체어가 이동하려면 경사도가 완만한 것이 좋아요. 일반적으로는 경사도가 매우 가파른 곳이 많은데, 이곳은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죠.”
동반 화장실
“스페이스 살림에는 남녀 화장실 외에 동반 화장실이 따로 있네요. 장애인분이나 어르신 같은 경우 화장실에서 혼자 일을 보기가 힘들어요. 옷을 내려준다든지, 뒤처리를 해주는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동반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은 노약자분들을 많이 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벌 안내판
“유니버설 디자인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나 외국인, 눈이 어두운 사람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 지하철 모양 같은 심벌로 간판을 하거나, 화살표로 방향을 알려주면 글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유니버설 디자인은 색깔도 중요해요. 색깔로 구분해놓으면 길을 찾기가 더 쉬워집니다.”
장애인 주차장
“주차장에서 장애인 주차 구역이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네요. 차에서 내려 바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제가 계속 강조하듯이 이동 거리를 줄인 거죠. 여기도 마찬가지로 턱이 없고 문을 열어두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김진유 교수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년간 국내외 주택과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전세’, ‘주거복지, 갈 길을 묻다(공저)’, ‘미래를 바꾸는 도시계획(공저)’ 등이 있다.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상우 발행인이 한국잡지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국잡지협회는 지난 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잡지의 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잡지인 최남선이 발행한 ‘소년’지의 발행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행사는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의식해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백종운 한국잡지협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서 문화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문화 강국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K-매거진이 있다”고 말하고, “잡지 업계 발전을 위해 디지털 혁신투자 방안을 마련 중이며, 정부와 국회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비대면 시대가 문화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콘텐츠의 힘이 갖는 위력이 불변한다는 것 역시 증명됐다”며 “정부는 정기간행물 진흥 5개년 기본계획을 통해 잡지 업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역시 “신문등의진흥에관한 법률은 디지털 미디어 발전 등 업계 변화에 맞춰 개편 논의가 필요한 상태”며 “신생잡지 지원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지원하고, 잡지 산업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지 업계 공로자 포상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상우 발행인의 수상 이외에도 월간 배드민턴의 김기원 대표가 문화훈장을, 월간 문학바탕 곽혜란 대표가 대통령 표창,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노영선 대표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상우 발행인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2015년부터 발행해 온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사회변화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국내 중장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매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노인 빈곤 상황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공적연금 미가입자, 저소득자 등을 중심으로 주택연금 지원을 확대하면 노후 빈곤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정책제안 보고서 ‘조세재정브리프’ 129호가 1일 발간됐다. 전병목 선임연구위원의 ‘노후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주택연금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발췌‧요약한 내용이 담겼다.
전병목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높은 빈곤율과 함께 높은 주택보유율을 보여, 주택연금으로 인한 노후빈곤 완화 가능성이 상당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빈곤율은 43.6%(2016)인데 만해 부동산 보유 가구 비중은 73.2%(2019)로 높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가입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공적연금의 가입 여부, 주택자산 비중 등이 유의미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1세대 1주택 및 공시가격 9억 원 제한 요건을 완화하면 주택연금 가입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는 주택연금과 개인연금의 조세지원액을 비교한 결과 격차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연금은 연금소득 100원당 11~15원의 조세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주택연금은 1.6~2.2원 수준에 그쳤다는 것.
이에 전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형평성 있고 비용 대비 효과적인 고령자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 재산세 감면 인상 또는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9월 26일(월)부터 9월 30일(금)까지 ‘2022 노인일자리 주간’을 운영한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노인일자리 누리집’(www.seniorro.or.kr)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2022 노인일자리 주간 행사 첫날인 26일에는 ‘경험은 나눔, 일자리는 이음’을 주제로 간소화된 기념식이 열렸다.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기념식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 우수기관을 대표해 장관상 10개(지자체 2개소, 수행기관 6개소 등)와 올해 신규로 지정된 고령자친화기업 대표 1개 기업(상신브레이크㈜)에 대한 지정서가 수여됐다.
이날 수상한 노인일자리사업 우수기관의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구남구시니어클럽(대상 수상)은 ‘이천추어탕 사업단’으로 지역농산물을 사용하는 식품 제조 분야에 시장형 노인일자리를 창출했다. 비대면 포장 주문 확대, 1인 간편식 포장 메뉴 추가 등 지속적으로 사업 다변화를 추진했다.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최우수상 수상)은 공익형 일자리 ‘드림티쳐 사업단’을 운영해 동화 구연, 종이접기 등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노인을 보육 기관 강사로 파견해 교육을 제공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는 세대간 상호 작용의 기회를 마련해 세대 갈등 해결에 일조했다. 또한 보육기관에서 별도로 교육비용을 부담해 활동비 외의 연간 약 83만 원이 추가 급여 지급, 생계비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대상 수상)는 ‘주거복지상담 사업단’을 운영해 취약계층을 위한 일대일 상담과 ‘주거 상향 지원사업’ 홍보를 수행하는 실버상담사를 양성했다. 양성된 실버상담사는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 주택을 물색할 때까지 밀착 일대일 케어하는 등 주거 자립을 지원했다. 국토안전관리원(대상 수상)은 경로당, 전통시장,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시설물의 상태 점검 등에 시니어를 활용하는 사업 협력을 통해 노인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민간영역의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신브레이크㈜에는 지정서를 수여했다. 고령자친화기업은 고령자 적합 직종에서 다수의 고령자를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는 기업을 지원해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하며, 올해는 41개 기업을 신규 선정했다. 올해 신규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된 상신브레이크㈜는 차량용 브레이크 마찰재 및 전자 제어 브레이크 시스템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자동차 부품 제조 분야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참여관은 청계광장(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활용해 동시에 진행된다. 26일과 27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에 이용할 수 있는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에서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경험‧성장‧환경‧손맛을 테마로 구성된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에는 전국 20여 개의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참여한다.
30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국민참여관은 ‘노인일자리여기’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공모전(영상, 아이디어, 수기) 국민투표 △노인일자리 5자 토크 △어르신 짤 콘테스트(매일) △초성퀴즈(매일) △단어퀴즈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2019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노인일자리 주간’은 국민들의 정책 공감을 높일 수 있는 행사로 운영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청계광장 국민참여관을 통해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례를 공유하고, 나아가 정책에 공감하고 지지해 주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경험을 나눠 일자리로 이어가는 참여 어르신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69세 허 씨는 최근 윗집이 이사 온 후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위층에서 매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세탁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온 집 안을 쿵쿵거리며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서다. 여러 차례 직접 찾아가 경고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소음은 다시 반복됐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층간소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층간소음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이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2012년 8795건에서 2021년 4만 6596건으로 10년간 5.3배 증가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에서 아래층 일가족이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자 위층 거주자가 흉기를 휘둘렀다. 같은 해 9월 전남 여수시에선 아래층 30대 남성이 위층 주민 두 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우선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이 발생할 경우 관리실 등 관리 주체에 그 사실을 알리고, 관리자가 피해를 끼친 입주자에게 소음 발생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세대 내 확인 등 필요한 조사 또한 진행 가능하다. 층간소음을 발생시킨 입주자는 관리자의 조치 및 권고에 협조해야 하지만, 그 권고를 무시하더라도 공동주택의 관리 규약 등에 특별히 명시된 항목이 없다면 관리자 또한 문제 해결에 더 이상 관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층간소음의 기준과 범위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며,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인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을 모두 의미한다. 층간소음은 해당 구분에 따라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일정 데시벨 이상이어야 소음으로 인정된다.1) 욕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한 소음이나 에어컨, 세탁기 등 기계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소음은 제외한다. 반려동물이 내는 소리도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소음이 아니다.
따라서 여러 차례 상대방에게 자제를 부탁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음 측정기 등 기기를 이용해 시간대별로 데시벨을 측정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당시 상황을 녹음 및 촬영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발생한 소음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도인지 객관적인 파악이 필요해서다. 수집한 증거는 추후 분쟁이 생겼을 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록 측정이 어렵다면 환경부 산하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이용해도 좋다. 전화 상담이나 현장 진단 등을 통해 이웃과의 분쟁을 중재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가 나도 보복 행위는 금물
기관의 중재에도 상황에 진전이 없는 경우,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웃사이센터에서 측정한 소음 자료로 손해 배상금을 정해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다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손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층간소음이 상대방인 피고에 의해 발생한 소음이어야 하고 △층간소음을 발생시킨 방법, 횟수 및 발생 시각 등에 비추어 소음 발생 행위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웃 사이에 통상적으로 수인해야 하는 범위를 초과해 평온한 사생활을 방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웃 간의 법적 분쟁은 공동주택에서도 환영받는 일은 아니다 보니, 층간소음 보복 행위를 위한 전용 스피커를 구매하는 사람도 생겼다. 일부 판매 품목에는 ‘복수’, ‘보복’ 등 층간소음 대응을 암시하는 단어가 안내 문구에 적혀 있다.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해 고의로 음악이나 소음을 틀어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주민에게 사적 보복에 나서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고의성이 드러나 처벌받을 수 있다. 더불어 주기적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리거나 공용 엘리베이터, 복도 등에 해당 이웃을 비방하는 글을 부착하는 행위는 모욕, 특수협박, 명예훼손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추후 소송을 진행할 경우 재판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층간소음과 관련해 최근 윤석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8월 18일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방안에는 △저소득층 소음저감매트 설치 지원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화 △신축 주택 층간소음 성능검사 결과 공개 △공사 품질점검 강화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2년부터 일본 전체 인구의 약 5.4%를 차지하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로 편입되기 시작한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3640만 명)중 절반 이상이 이미 후기 고령자다.
그런데 일본 고령자의 80%는 간호·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고령자다. 일본 정부로부터 노인 돌봄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정받은 이들이다.
따라서 건강한 고령자들의 거주지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심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우는 시니어타운이나 유료노인홈이 생기는 추세다. 하지만 비싼 입주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고령자는 많지 않아 이런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건강한 고령자 위한 유료노인홈
일본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유료노인홈(우리나라의 실버타운 형태)과 요양시설이 있다. 요양시설은 정부가 정한 기준이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아 항상 시설 입주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이에 민간시설 중에서는 건강한 고령자가 이용할 수 있는 유료노인홈과 고령자 전용 주택이 늘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 주택·시설 통계를 제공하는 타무라 플래닝앤오퍼레이팅(タムラプランニングアンドオペレーティング)의 “고령자 주택 데이터 2022년 상반기호”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전국의 고령자 주택·시설 종류는 총 14가지로, 총 5만 674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 주택·시설 14종류는 다음과 같다.
간호 가능한 유료노인홈(介護付有料老人ホーム), 주택형 유료노인홈(住宅型有料老人ホーム), 건강형 유료노인홈(健康型有料老人ホーム), 신고하지 않은 유료노인홈(無届有料老人ホーム), 분양형 케어서비스 제공 맨션(健康型ケア付きマンション), 서비스 제공 고령자용 주택(サービス付き高齢者向け住宅), 경비노인홈·A형·B형(軽費老人ホーム·A型·B型), 케어하우스(ケアハウス), 양호노인홈(養護老人ホーム), 그룹홈(グループホーム), 개호노인복지시설(介護老人福祉施設), 개호노인보건시설(介護老人保健施設), 개호요양형의료시설(介護療養型療養型), 개호의료원(介護医療院)
고령자 전용 주거 시설은 크게 공적 시설과 민간 시설로 나뉘는데, 지자체가 주로 운영하는 공적시설은 대체로 입주금이 없고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개호(介護, 간호) 시설이 많다.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은 대체로 간호 서비스가 함께 운영되는 형태가 많고 입주금이 천차만별이다. 최근 민간시설 중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주택형과 서비스 제공 고령자용 주택(줄여서 사코슈라고 한다, サ高住)이다. 2022년 4월 기준 주택형은 3만 2003호가 증가했고, 사코슈는 2만 6690호가 늘었다.
주택형 유료노인홈은 건강한 고령자 혹은 스스로 생활은 가능하지만 간호가 필요한 고령자가 입주할 수 있다. 주로 외부 간호 업체를 연계하며 60세 이상부터 들어갈 수 있다.
사코슈는 베리어프리 등이 적용된 고령자 전용 주택으로, 이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란 간호 서비스가 아닌 안부 확인 및 생활 상담 서비스, 생활 지원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간호 서비스는 제공·연계하지 않는다. 간호가 필요한 경우 개인별 계약을 해야 한다.
간호·돌봄이 모두 필요하지 않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형 유료노인홈은 전체 유료노인홈의 0.2% 수준으로 매우 적다.
이에 최근에는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고령자일 것’을 입주 조건으로 내세우는 고가의 유료노인홈과 사코슈가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레지던스 ‘파크웰스테이트’
미쓰이부동산은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 레지던스’를 표방하며 수도권 중심으로 ‘파크웰스테이트’라는 시니어타운을 짓고 있다. 대체로 유료노인홈과 사코슈가 혼합되어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만 60세 이상’인 사람만 입주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청한다고 모두 입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 진단을 받는 등 입주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운영하는 레지던스는 도쿄에 위치한 ‘파크웰스테이트 하마다야마(浜田山)’가 있으며, 오사카 최대 규모인 ‘파크웰스테이트 센리츄오(千里中央)’, 지바 현의 ‘파크웰스테이트 카모가와(鴨川)’가 있다.
비용은 선급금(또는 임대료 상당액), 월 이용료, 보증금 세 가지를 합쳐 일시금으로 내거나 월세로 낼 수 있는데 금액이 상당하다.
하마다야마는 입주비용이 최소 6288만 엔(약 6억 원)에서 최고 2억 엔(약 19억 원)에 달한다. 카모가와의 입주비용은 1인 기준 최소 2520만 엔(약 2억 4000만 원)부터 최대 6451만 엔(약 6억 2000만 원) 수준이다. 센리츄오는 선급금이 없는 곳부터 5300만 엔(약 5억 원)까지 있다.
입주 금액이 꽤 높지만 ‘파크웰스테이트 카모가와’는(473실 규모) 오픈 전부터 4000건이 넘는 문의가 쏟아졌다.
미쓰이부동산은 오는 2024년 도쿄도 미나토구에 지상 36층, 총 421실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와, 지바시에 28층 617실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여생 보내는 최고급 유료노인홈 ‘사쿠라비아 세이죠’
미쓰이부동산의 레지던스보다 더 비싼 유료노인홈도 있다. 도쿄 세이죠학원 역 10분 거리에 위치한 ‘사쿠라비아 세이죠’(サクラビア成城)다.
이곳의 입주 조건은 70세 이상이면서 돌봄이나 정부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쿠라비아 세이죠의 특징은 전액 선급금으로만 비용을 낼 수 있으며 15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급금으로 내는 입주 비용은 평형이나 층수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입주 후 15년(180개월) 이내에 퇴거하는 경우 필요 경비와 사용료 부분을 제외하고 돌려준다. 만약 15년이 지나고도 거주를 이어간다면, 16년째부터는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계속 지낼 수 있다.
입주 비용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약 1억 2000만 엔(약 11억 6000만 원)이며 가장 비싼 객실은 약 4억 엔(약 39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 이용료를 매월 30만 엔(약 300만 원) 내야 한다. 높은 비용 때문인지 사쿠라비아 세이죠의 주 이용자는 기업 경영자와 가족이다.
150개의 객실은 항상 만실이며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도 많다. 시설을 둘러보는 이들은 주로 50~60대로 대기 회원이 되려면 보증금 100만 엔(약 967만 원)을 내야 한다. 대기 회원이 되면 입주 가능한 나이인 70세가 될 때까지 사쿠라비아 세이죠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내준다.
레스토랑에서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제공하며 룸서비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 내 개인룸을 통해 가족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도예, 회화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으며 갤러리를 통해 작품 전시도 즐길 수 있고, 콘서트홀에서는 정기 공연도 열린다.
무엇보다 사쿠라비아 세이죠가 인기 있는 건 이곳에서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반 유료노인홈들은 간호를 넘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시설로의 이동이 필요한데 사쿠라비아 세이죠는 자신의 객실에 머물며 돌봄·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정읍시 산자락으로 귀농한 송정섭(67, ‘꽃담원’ 대표)은 자칭 ‘꽃미남’이다. 아내 역시 ‘꽃미녀’로 쌍벽을 이룬단다. 외모를 내세우는 ‘자뻑’이 아니다. ‘꽃에 미친 남자’와 ‘꽃에 미친 여자’가 함께 사는 걸 빗댄 얘기니까. 못 말릴 강태공은 낚싯대 하나로 만족한다. 다인은 끽다로 세상을 건넌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사는 것보다 나은 게 있던가. 송정섭은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매양 꽃과 동행한다. 귀농을 한 것도 꽃에 제대로 미치기 위해서였다. 그게 인생의 쓸쓸한 황혼을 북돋울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 보았다.
송정섭의 거처는 온통 녹음이다. 600평에 이르는 너른 터에 자라는 온갖 식물이 초록을 내뿜는다. 하늘을 반쯤 가린 저 앞의 푸른 준령은 내장산이다. 범람하는 산기(山氣)로 한여름의 무더위는 물론 속기마저 씻어낸다. 산 위로 흐르는 구름은 또 어떻고? 꽁무니에 바람을 매달고 유유히 흘러 번잡한 세상사를 잊게 한다. 어디를 보더라도 진부한 게 하나 없는 산골 풍경이다. 개중에 흐벅진 건 송정섭이 귀농 8년간 꾸민 정원 경관이다.
이 정원에선 나무들의 제전, 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원래 감나무 세 그루뿐이었다. 외갓집 묵정밭이었다고 한다. 쓸모를 잃은 땅에 정원을 꾸려 쓸모는 물론 미감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애쓴 흔적, 공들인 자취가 완연하다. 식물에 관한 단순한 애호를 넘어선 빙의? 화초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350여 종이라지. 게다가 본때 있는 솜씨로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화롭다. 이곳에서 철 따라 도도한 자연의 순환과 드라마가 펼쳐질 걸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송정섭은 일쑤 무아지경을 느끼나? 그러고 싶어 꽃에 미쳤나?
“농촌진흥청 화훼 분야 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직장 생활 30여 년간 꽃을 전공으로 삼았던 것인데, 은퇴 이후 노년의 30여 년 역시 고향으로 내려가 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 꽃을 비롯한 식물이 지닌 매력과 선한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지. 후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귀농하지 못했다는 점일 뿐이다.”
귀농이 만족스럽다는 뜻인가?
“조직 안에서 의무감으로 움직여야 하는 직장 생활에 비할 수 없는 만족을 느끼며 산다. 난 정년 2년 남긴 시점에 명퇴했다. 더 일찍 물러나 정원 가꾸는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한결 나은 생활을 괜히 유보했던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목적과 지향이 분명할 경우 귀농은 빠를수록 좋다.”
십중팔구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의 귀농 제안에 일단 반기를 든다. 고생살이가 빤히 보여서. 이 대목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부부는 주로 수원시에서 살았다. 10여 년은 단독주택에 살며 정원 가꾸는 재미를 충분히 맛봤다. 아내 역시 꽃에 관한 경험과 조예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꽃을 중심에 둔 귀농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웠다.”
정착하기까지 초기의 갖은 애환을 면제받기 어려운 게 귀농이라지?
“퇴직하자마자 혼자 곧바로 이곳에 내려와 텐트를 치고 살았다. 오랫동안 홀로 종일 일하고 밤이면 막걸리 한잔하고 잠을 잤지.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 몸이야 고달팠지만 좋아하는 일, 원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가령 어떤 점이 어려웠나?
“이 터가 원래 맹지였다. 길을 내는 게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쉽지 않더라. 경계면에 있는 남의 땅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지주가 팔지 않았다. 시세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더군. 실로 어렵사리 길을 만들어내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 때문에 귀농 2년여가 지나서야 살림집을 지을 수 있었다.”
향후 목표는 치유정원
집을 짓고 아내가 합류할 즈음 정원 역시 어엿한 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뿌리고 심고 가꾼 것들이 생육을 거듭했던 것. 비와 바람과 햇볕만 식물의 성장을 도왔으랴. 송정섭은 원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식물의 성장을 뒷바라지할 수 있는 경륜과 기술로 정원 만들기에 가속을 붙였다. 말하자면 그는 식물 재배에 도가 텄다.
“사실 ‘화류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도움을 준 이들도 많았다. 시골에 내려와 정원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보내온 나무들만 해도 자동차 14대 분량이었다. 덕분에 정원 조성 작업이 순탄했다.”
시골 정원을 열심히 가꾸다 몸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더라. 강철처럼 일어서는 풀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나동그라질 수 있으니 가급적 작은 정원을 즐기는 게 현명하다는 충고도 흔하다.
“프로에겐 얘기가 다르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몸을 쓰면 꽃 관리, 잡초 처리 등은 충분하다. 전지는 1년에 한 차례로 마무리한다. 나는 단순히 꽃을 가꾸고 즐기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한 생태정원을 구축하는 한편, 꽃을 보급하고 정원 만들기 지원 활동을 하며 시민정원사를 양성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과 꽃 아카데미를 운영해 식물의 인문학을 강의하기도 한다. 이 모든 부문이 다행스럽게 잘 돌아간다. 거의 날마다 체험자들과 수강생들이 찾아드니까.”
결국 공직 은퇴 이후 꽃과 정원으로 새 직업을 발굴한 셈인가?
“이곳에 귀농해 열심히 정원을 가꾸는 나를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토록 꽃을 잔뜩 가꾸지?’ 그런 궁금증으로. 꽃 가꾸기가 소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던 것이지.”
그는 민박업도 병행한다. 귀농 초기에 사용했던 농막을 다듬어 에어비앤비(Airbnb, 국제적인 홈스테이 네트워크)에 가맹, 투숙객을 받는다. 이 역시 순항한단다. 자신이 보유한 물적 자산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의 두뇌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걸 알 만하다.
“민박 수요는 넘친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자제한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주된 목적인 정원과의 동행에 전념해야 하니까. 향후 치유정원으로 확장할 작정이다.”
치유정원? 그게 뭐지?
“의사들의 데이터를 보면 꽃이 치매까지 개선한다고 한다. 이렇게 원예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게 치유정원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선 오래전부터 치유정원이 활성화돼 있다. 환자를 무조건 병원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치유정원으로도 보내는 것이지. 국내에도 치유정원을 표방하는 원예농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경륜을 고스란히 살려 인생 2막을 열어젖힌 뚝심이 인상적이다.
“귀농에 대한 로망은 아파트에 살던 시절에 이미 움텄다. 옆집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르고, 좋아하는 꽃을 기껏해야 베란다에서 기를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질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생태정원을 구상했다. 개인이 가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은 것이었고.”
식물의 능력은 사람보다 뛰어나다
그는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우선은 ‘나’를 즐겁게 하고 싶었던 거다. 즐겁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오욕칠정으로 탁류처럼 흐르는 인생일망정 내 길을 내가 가는 한 뒤에 남을 미련한 미련이 적어진다. 그는 귀농으로 삶이 부과하는 갈등과 갈증을 해소했다. 귀농하며 가슴에 새긴 건 세 가지였단다. 변화한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자연을 소중하게 대하기. 죽을 때까지 공부하기. 개중 결연한 건 공부 욕심이 아닐까. 그런데 그가 가르침을 청하는 선생은 꽃이며 식물이다. 풀꽃 하나에서 생명의 신비한 노래를 듣고, 바람에 떠는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의 율동을 보는 영혼이 드물지 않은데, 송정섭의 사유 역시 비슷한 계보에 속하는 것 같다.
“호기심을 가지고 식물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얻을 것이 많다. 이를테면 꽃들은 무엇으로 대화를 할까, 그걸 공부하다 보면 향기에 답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식물은 사람의 말뜻까지 알아듣기도 한다. 사실 식물의 능력은 인간의 재능을 뛰어넘는다.”
좁쌀보다 작은 상추씨가 흙을 들어 올려 싹을 틔우는 기적을 바라보면 천하장사는 저리 가라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얘기는 재고되어야 할지도.
“강의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꽃처럼 살자’는 거다. 꽃에서 배우자는 뜻이다. 그럼 무엇을 배우나? 한 가지 예를 볼까? 지구상의 꽃은 25만여 종에 이른다. 이 모든 꽃이 다 다르다. 저만의 개성으로 존재한다. 이는 개성을 살리기보다 욕망을 따라 달려가는 인간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게 아닌가.”
꽃인들 속 터질 일이 없을까마는 사람보단 덜 아등바등한 것 같다.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내는 게 있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숨 쉰다는 걸. 인간의 생존에 이모저모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 식물의 헌신을 기억하기만 해도 삶이 한결 나아질 거라는 얘기다.”
식물 예찬이 길게 이어진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지만 새삼스럽게 들리는 건 외면하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귀농으로 일군 꽃 농장은 송정섭에게 세상의 중심이다. 세상의 한 귀퉁이를 꽃으로 채워 향기를 흩뿌리는 삶이란 얼마나 떳떳한가. 게다가 안정적인 소득 기반까지 다졌다. 그는 바야흐로 썩 괜찮은 인생의 열매를 거두는 시절로 접어든 셈이다. 귀농을 통해 마침내 얻고 싶은 걸 얻었고, 하고 싶던 걸 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으뜸으로 치는 귀농 수칙은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과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의 문화와 풍토를 존중해야 하는데, ‘3척’만큼은 피해야 한다. 시골에서 아는 척, 잘난 척, 가진 척을 하다가는 거의 죽음과도 같은 고난에 빠질 수 있다.”
허튼 우월감은 버려라?
“자세를 낮추는 게 좋다. 시골 사람들이 무슨 법 같은 것엔 무심할망정,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 외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직접 겪은 불화 경험은 없었나?
“불화라기보다 귀농 초기에 다소 서툰 처신을 해 미운털이 박힐 뻔한 경험이 있다. 마을회의 같은 곳에서 박사랍시고 너무 많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 아하, 내가 팽당했구나! 뒤늦게 깨닫고 태도를 바꾸었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없이 코너에 몰릴 수 있는 게 귀농 생활이라는 얘기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타자의 얘기에 먼저 귀 기울이자는 조언이고. 세상의 도처가 교실인 셈이다.
송정섭이 주는 귀농 Tip
꽃 농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뜻을 이루기 힘들다. 우선 식물에 관한 공부를 미리 충실하게 해둬야 한다. 재배 기술 숙지는 기본이고, 식물심리학과 식물의 인문학까지 섭렵하는 게 필요하다. 농원의 공간 디자인도 핵심 요소다. 개성과 미감을 살려 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효율적인 동선 조성 역시 중요하다. 입지로는 들판보다 숲속이나 산자락이 이상적이다. 주변에 축사나 고압선 철탑이 있는 곳은 피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근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난히 텃세가 심한 곳은 피해야 하는데, 단기간이나마 미리 살아보고 풍토를 판단하는 게 좋다.
지난 8일을 시작으로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경기도가 수도권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도민을 지원하기 위해 재난 상황에서 적용되는 지방세 감면 등 세제지원 방안을 안내했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건축물(주택·상가·사무실·공장 등), 자동차, 기계장비 등이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사라지거나 또는 파손된 뒤 2년 이내에 이를 대체하는 건축물이나 자동차 등을 새로 구입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자동차가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침수일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면제해 준다.
건축물, 차량 등이 침수 피해를 봐 이미 고지되거나 신고한 재산세나 취득세를 납부 기한까지 납부할 수 없다면 해당 소재지 시·군에 신고서 등을 제출해 최대 1년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체납자의 경우 징수를 유예하거나 체납처분도 유예할 수 있다. 체납처분이란 국가 또는 자치단체에서 체납된 지방세 등을 강제로 징수하기 위해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 등의 절차를 거쳐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피해지역 읍·면·동장이 발급하는 피해사실확인서를 시·군 세무부서에 제출하면 된다. 침수 차량의 경우 손해보험협회장이 발급하는 자동차 전부 손해증명서 또는 폐차장에서 발급하는 폐차인수증명서도 가능하다.
한편, 광복절 이후 또다시 이와 유사한 강도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기상청은 “16~17일 총강수량은 이번 집중호우 때보다 적을지 몰라도 순간적으로 내리는 비의 양은 비슷하거나 많을 수 있다”며 “비 피해가 누적된 상태인 만큼 피해는 오히려 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