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근후(李根厚·85) 이화여대 의과대 명예교수가 펴낸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4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당시 책의 서두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했던 이 교수. 그러나 최근 저서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서는 시력이 나빠져 컴퓨터를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상실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냈다.
이근후 교수는 오래전부터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상기했다. 눈을 씻고 찾아보면 어떤 고통의 상황에도 그것을 견뎌낼 만한 즐거움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었다.
“컴퓨터로 해오던 일이 너무나 많았는데, 시력이 떨어져 이제는 못하게 됐어요. 청탁받은 원고들도 있던 터라 난감했죠. 할 수 없이 대학생 손주들에게 내가 구술한 것을 타이핑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르바이트로 시급도 챙겨줬고요. 손주들은 용돈벌이이든,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어서든 나름의 이유로 오겠지만, 그 핑계 삼아 아이들과 대화하니 좋습니다. 시력의 상실은 고통스럽지만, 그 슬픔을 손주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즐겁게 달래고 있어요.”
이 교수는 삶의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토로하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즐기는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교수는 ‘야금야금 실천하기’를 권했다.
“우리 중장년 세대는 삶의 의미를 직업을 통해 찾아왔기 때문에 은퇴와 함께 큰 혼돈과 상실을 경험하게 되죠. 이때 덜 휘청거리려면 다채로운 취미를 갖는 것이 좋아요. ‘이 나이에 뭘 하나’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도 여든이 넘어 시작한 취미가 꽤 있어요. 뭐든 좋아하는 만큼만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부담이 없죠. 취미를 찾고도 실천이 없으면 초조하고 머리만 복잡해지잖아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야금야금 실천해보세요. 가랑비에 옷 젖듯 점차 즐거운 일들이 눈에 띌 겁니다.”
노여움과 원한에서 벗어난 자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펴낸 후 이 교수는 줄곧 “어떻게 그렇게 즐겁게 살았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내가 언제 즐겁게 살았다고 했나, 즐겁게 ‘살고 싶다’고 했지”라고 답했단다. 비슷한 편견(?) 중 하나는 그를 ‘무한 긍정의 아이콘’으로 바라보는 것. 이 교수는 “누구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게 마련”이라며 “다만 화가 나는 상황이라도 크게 노여워 않고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이중적인 게, 나이 든 거 몰라주면 서럽고, 노인 대접받기는 싫고 그래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나이 들수록 ‘노여움’이 생기게 되죠. 가능한 한 즐거운 쪽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화내고 후회하며 사느라 인생의 격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잖아요. 노여움에 갇혀 있는 상황은 자신을 애먹이는 일이에요.”
이 교수는 ‘노여움’과 더불어 나이 들수록 털어내야 할 감정 중 하나로 ‘원한’을 꼽았다. 흔히 원한은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해결되리라 여기지만, 그는 진정한 용서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했다.
“남을 용서하는 건 반푼어치 용서입니다. 한 지인이 자신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많았는데, 다 용서했다고 말하더군요. 학창 시절 어머니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게 이유였죠. 저는 그건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고 했어요. 어머니에 대한 용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어머니를 미워하는 맺힘이 내 마음에 있었다는 그 자체까지 용서하고 미안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었죠. 온전한 용서는 곧 자유를 줍니다.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 비로소 편안한 노후를 살아갈 수 있고요.”
마지막 밥 한술처럼, 맛나게 살기
이 교수는 노여움, 원한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슬기롭게 승화하는 방법은 ‘유머’라 일컬었다.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소개된 그의 ‘팔순 기념일’ 일화에서도 그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80년 세월을 살아왔는데 생일 하루만 챙기기엔 아깝더라고요. 사람들 불러놓고 비싼 밥 먹으면서 형식에 얽매이는 잔치는 더욱 의미 없다고 느꼈고요. 팔순 핑계로 1년 내내 소중한 사람들을 따로 만나 함께 추억하고 감사를 나누고 싶었죠. 그렇다고 ‘팔순이니까 만나자’ 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헤어질 즈음 ‘사실 오늘이 내 팔순이야’라고 얘기했어요. 그 해가 내 팔순인 건 맞으니, 거짓은 아니잖아요.(웃음) 살면서 돌, 결혼, 환갑, 칠순… 그렇게 따져보니 나를 위한 잔치가 얼마 없네요. 몇 안 되는 기념일까지 지루하게 보내지는 마세요. 찾아서 누리려 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늘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그가 계획하는 다음 기념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이 교수는 아직 뚜렷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상 중인 일이 있다고 귀띔했다.
“아는 선배 교수가 출판기념회에서 ‘와주셔서 고맙다. 내가 여러분에게 살아생전에 받는 문상으로 이해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죽으면 나는 모르는 거잖아요. 해외 TV 프로그램 중에 주변 사람에게 가짜로 자신의 부고를 알리고, 장례식을 몰래 지켜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반응을 보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에서 착안한 건데, 아직 말은 못했지만, 친한 선배에게 서로 조문을 써서 한 번씩 읽어주자고 하려고요. 죽은 사람은 들을 수 없으니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살아 있을 때 잘하자 이거예요.”
그는 끝으로 “여생이 짧다고 느낄수록 현재의 소소한 재미를 마음껏 누리길” 당부했다.
“힘들었던 일도 ‘지나보니 즐거웠어’라고 느끼곤 하죠. 그러나 그건 젊을 때 이야기예요. 나이 들수록 ‘지나보니’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날그날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죽음은 당연히 두렵죠. 그러니 그 불안을 이겨낼 정도의 즐거움이 있어야 해요. 젊어서는 쌀 한 가마니 가득한 듯한 인생을 살았는데 그 쌀을 아무 생각 없이 퍼먹다가 이제 바닥이 보이니까 ‘아차’ 싶은 거죠. 우리가 마지막 밥 한 숟가락 조금씩 아껴서 맛있게 먹을 궁리 하는 것처럼, 남은 인생도 맛나게 잘 나눠 먹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조리·식품’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세계아동요리협회
조리 분야 자격증 하면, 대부분 국가자격인 ‘한식·양식·중식·일식’ 자격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공신력 있고 널리 알려진 덕분에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이나 요식업계 취직을 희망하는 청년층이 주로 응시한다. 중장년의 경우엔 그 목적이 좀 더 다양하다.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은 주부, 음식점 창업을 계획하는 은퇴자, 아내 없이 끼니를 해결해보려는 남편 등 나름의 이유로 도전장을 내민다.
PART1. 국가기술자격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조리사 자격증을 염두에 둬봤을 것이다. 그러나 한식·양식·중식·일식 조리기능사 전 분야의 합격률은 33% 내외로(2018년 기준),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없으면 취득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눈에 띄는 것은 50대 응시자의 합격률이다. 전 연령대에서 합격률이 가장 높은 것은 40대이지만, 50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2순위로 합격률이 높게 나타났다(합격자 수도 마찬가지). 오히려 평균 합격률을 깎아내린 건 10~20대였다. 업계 담당자들은 “학생들은 조리 전문학교나 학원 등을 다니며 의례적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막연히 응시하기 때문에 그만큼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연령대에게 인기 있는 분야는 ‘한식’으로, 중장년층의 경우 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선호도를 나타냈다. 아무래도 입맛에 맞는 게 한식일 테지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위생과 숙련도를 평가하기 위해 조리 과정 중 맛보기를 금지한다. 또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더라도 시험에 제시된 요구사항에 맞게 조리해야 점수를 얻는다. 예를 들어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인 애호박을 돌려깎기하여 5cm 길이로 썰라’는 요구사항이 있는데, 마음대로 반달 모양을 낸다거나 길이를 2cm로 줄이거나 하면 감점이다. 즉, 아무리 손맛 좋은 주부라도 시험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요리 실력과 별개로 합격이 어렵다. 더불어 조리기능사 시험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비용’ 문제다. 실습도구와 재료 등을 갖추기 어렵다면 학원이나 기관 등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보통 한 분야 수강비가 30만 원대부터 9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보통 60만 원 내외로 보는데,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로 지원을 받는 것이 좋다.
식품 관련 국가공인 자격 중 ‘식품가공기능사’가 있다.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시니어의 관심이 많아졌다. 식품가공기능사는 농·축·수산물을 원료를 제조 또는 가공 처리한 후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영양가와 저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귀농·귀촌·귀어 등을 계획하는 중장년 중에 자격 취득을 희망하는 이가 많다. 양평군, 임실군, 단양군, 합천군 등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는 자격취득 과정을 개설해 높은 합격률로 식품가공기능사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률 평균은 97%, 50대 합격률은 96%로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PART2. 민간자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조리·식품 분야 민간자격들의 경우 음료 분야의 ‘바리스타’처럼 특별히 선호도가 높은 종목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국가공인 자격증처럼 요리나 조리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한 교육이나 서비스 관련 자격증이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민간자격으로 ‘아동요리지도사’, ‘실버인지요리지도사’, ‘사찰음식지도사’ 등이 있다.
푸드테라피 요리심리상담사를 비롯해 아동요리지도사, 실버인지요리지도사, 쿠킹아트지도사 등의 자격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세계아동요리협회 백항선 대표는 “요리 과정을 통해 오감을 활용하고 자극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이 아동과 어르신들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준다”며 최근 협회를 통해 이러한 자격증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백 대표는 “자격증 취득 후 푸드테라피 관련 분야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적지 않다”며 마음만 먹으면 취득뿐만 아니라 수익으로도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찰음식’은 건강 요리로 각광받으며 중장년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관련 기관에서 민간자격증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도 2017년부터 사찰음식요리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케이터링에 적합한 사찰음식 메뉴를 조리하고 구성해보는 심화과정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김슬기 담당자는 “건강과 채식이 트렌드인 만큼 사찰음식과 연관한 경력개발이나 창업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주부 수강생들의 경우 배우는 과정에서의 성취감과,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보람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화 과정 수강생들은 사찰도시락을 직접 판매하면서 실제 창업을 하게 되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연습해보는 기회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찰음식 요리 과정은 올해 9월경 만 50세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노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낮아지는 소득 수준과 부담해야 할 집세, 건강으로 좁아지는 생활반경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연금삭감 논의와 함께 노후자금 부족에 대한 경고등까지 켜지면서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나 고령자를 위한 여행 방법에 대한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서점가에선 ‘탈출노인’ 인기
최근 일본 서점가에서는 신간 ‘탈출노인(脱出老人)’이 인기를 얻고 있다. 논픽션 작가 미즈타니 다케히데(水谷竹秀)가 쓴 이 책은 집세도 내기 어려운 부족한 연금생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고 필리핀에 정착한 일본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이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방사능 걱정이 없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부부에서부터, 90세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교사, 필리핀에서 만난 24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전직 경찰관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이 “평균적인 무직 60~65세 노인 부부가 약 30년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 외에 약 2000만 엔(한화 약 2억2000만 원)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더욱 조명받았다. 이 논란은 소비세 인상과 맞물려 일본 국민의 시위까지 불러일으켰다.
필리핀은 물가가 낮고 체류가 쉬워 일본인들에게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의료 인력도 풍부해 일본인 대상의 실버타운도 조성됐다. 일본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필리핀 체류 일본인 수는 1만6570명에 달한다.
‘탈출노인’은 인기에 힘입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후지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토쿄 한복판 실버타운 입주비용은?
일본의 고급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8월 1일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새 실버타운이 문을 열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실버타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참·케어(cham·care) 코퍼레이션의 ‘참 프리미어 그랑 쇼토(松濤)’다.
이 회사가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하며 건립한 이 실버타운은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갖췄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는 36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고, 입주자를 위해 직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입주자와 직원 비율은 1.5대 1로 직원이 바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는 셈이다. 의대 협조를 통해 치매 개선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재활전문 의료법인과의 제휴로 다양한 재활 서비스도 이뤄진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일식과 양식 이외에도 먹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매일 직원들이 입주자의 산책을 돕고, 각종 취미활동이나 야외 활동도 지원한다.
문제는 입주비용. 월 30만2400엔에서 95만2400엔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약 330만 원에서 10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통 약자 위한 ‘여행개조사’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여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말 그대로 교통 약자가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
지난 6월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간호여행서포터즈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여행사, 대학,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령자나 장애인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를 했다. 이들은 노인과 장애인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간호 여행’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단체는 노인과 장애인의 여행을 돕는 도우미인 여행개조사(旅行介助士) 제도를 민간자격증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의 보행 상태나 건강 등을 파악한 후 여행 기획부터 응급상황을 대비한 조사활동을 펼치고 몸이 불편한 고객의 여행 동행자 역할도 한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즐겨 찾는 아지트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13.5%)에게 이유를 묻자 ‘장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37.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각양각색의 문화공간과 맛집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시니어를 위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 비슷한 현상으로 각종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요즘엔 볼 게 없다’는 게 중장년의 반응이다. 이러한 풍요 속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만을 위한 ‘TV 속 아지트’가 생겨났다. 한 뼘 리모컨으로 손쉽게 넘나드는 아지트 ‘브라보라이프’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LG 유플러스
“애들이 출가하고 나니 그야말로 집이 내 아지트가 됐어요. 식구가 많을 때는 서로 리모컨 갖고 아옹다옹했는데 이제는 내 취향껏 TV를 볼 수 있어 편안합니다. 재미로 시간 때우느라 보는 것 같지만 건강은 물론이고 취미, 여행, 거기다 직업 정보까지 인터넷 검색 안 하고도 얻는 게 참 많아졌죠. 예전에는 TV를 바보상자라 하며 멀리했지만, 요즘은 TV 안 보면 바보가 되겠더라고요.(웃음)”
U+tv ‘브라보라이프’ 서비스 이용자 김재상(65) 씨의 이야기다. “몸과 마음이 편한 곳이 아지트”라고 말하는 그는 주로 집에서 쉬며 여가를 보내는 편이다. 실제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 시니어가 아지트를 찾는 목적으로 ‘휴식(힐링)’(35.7%)을 꼽았다. 또 ‘2018 고령자 통계’(통계청 사회조사, 2017) 자료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주중 여가활동을 묻는 항목에 ‘TV시청’(91.4%)과 ‘휴식활동’(69.8%)’이라는 답변이 1, 2위를 차지했다. 즉 시니어의 경우 TV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가와 휴식의 내용이 달라지며, 나아가 일상과 삶의 질까지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5초 만에 찾아가는 나만의 공간
U+tv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라보라이프’는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비롯해 건강, 취미, 여행 등 시니어 맞춤형 콘텐츠를 한곳에 모았다. 넘쳐나는 미디어의 홍수 속 중장년 세대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선별해 카테고리별로 묶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브라보라이프’ 외 KT 올레tv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 Btv ‘비바 시니어존’ 등도 유사한 서비스다. 이들 서비스 대부분은 리모컨 조작을 통해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브라보라이프’의 경우 리모컨 홈(집 모양) 버튼을 눌러 해당 메뉴를 선택하면 곧바로 접속된다. 평소 3~4시간 정도는 TV 속 아지트인 ‘브라보라이프’에 머문다는 정옥자(가명·61) 씨는 이러한 서비스의 편리함에 만족을 드러냈다.
“우리 세대가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프로그램을 항목별로 볼 수 있어 편리해요. 주로 예전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고 있어요. 집에서 쉬더라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은데 일일이 채널 돌려가며 찾을 필요 없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뭘 볼까 하는 고민도 줄어들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화면이 큰 TV가 제일 편한 것 같아요.”
TV 속 아지트는 현실이 된다
화면 속 멋진 여행지나 맛집 등을 보면 그곳에 찾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또 건강한 삶을 사는 이들이 나오면 그 비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행복한 제2인생을 꾸린 동년배의 모습에 동기부여도 된다. 그렇게 TV 속 아지트는 집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깥세상으로 끄집어내는 매개체 역할까지 한다. 정적이라 여겼던 TV 시청이 일상의 활력과 변화를 이끄는 셈이다. 여가를 채우는 재미뿐만 아니라 건강과 유익, 그리고 제2인생을 위한 알찬 정보까지 얻는 곳, 이만하면 가봄직 한 아지트 아닐까?
“국내 중장년 취업에 대한 지침의 상당수는 가짜 뉴스 수준입니다.” 2005년부터 한국과 미국계 전직지원(轉職支援) 회사를 통해 중장년 재취업과 인생 2막 설계 컨설팅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돈·일·꿈 연구소 간호재(簡鎬宰·49) 소장의 일갈이다. 현재 인력수급기업 ㈜에이치알맨파워그룹에서 4050 재취업컨설팅 사업부에 소속돼 활동 중인 그는 40~50대의 재취업을 위한 제도가 빈약하고,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장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서 ‘4050 재취업 성공의 비밀’을 통해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한 그를 만나 40~50대가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5가지 원칙에 대해 들어봤다.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라
간 소장은 우선 퇴직 후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랜 직장생활로 굳어진 몸과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직생활은 사람을 경직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들어요. 특히 공기업, 대기업 출신이 더 심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직장을 원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또 원하는 직장과 새로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보고 기본 조사활동 등을 해야 하는데 수동적인 태도가 발을 떼기 어렵게 만듭니다. 퇴직자들이 일자리 관련 기관에서 무턱대고 좋은 직장을 소개해 달라고 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에 현혹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는 현장에서 구직자들을 만나보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뿐, 대다수가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간 소장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 관심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받게 돼요. 그동안 쌓아온 인맥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방 안에서 인터넷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정보는 한계가 있다
간 소장은 “갈 곳이 없다며 푸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구직자들을 만나 구직활동에 하루 몇 시간 투자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2시간도 채 안 돼요. 중장년 구직자, 특히 공기업·대기업 출신자들은 그렇게 해선 원하는 직장을 찾기 어려워요. 그 나이의 재취업은 부장급 이상을 바랄 텐데, 중견기업도 그 정도 직급은 채용공고를 통해 선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가 권하는 방식은 “나를 마케팅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일을 잘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을 골라 해당 기업의 임원이나 대표에게 직접 접근해보라는 얘기다.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해왔으니, 자신이 조직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그 점을 기업이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지요. 부장급 이상 직원 채용에 관여할 만한 임원이나 회사 대표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회사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제안서’를 보내보라는 겁니다. 물론 정성을 들여 작성해야겠지요. 특히 우편을 통해 전달된 서류는 의사결정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결원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후보 대상이 될 수 있지요.”
임원 채용 시에도 자소서를 본다
그는 재취업 과정에서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 전 입사해 지금까지 일만 해온 분들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 성장 과정 등을 작성할 때 빈칸 채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임원 채용을 할 때 자소서를 봅니다.”
간 소장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고 했다. 바로 회사 입장을 생각하면서 쓰라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데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작성하고 마는 것이죠. 하지만 서류에 들어갈 내용은 회사가 듣기 원하는 것들이어야 해요. 자신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태도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줘야 해요. 그러려면 성장 과정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기업에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눈높이 낮출 필요 없다
중장년 취업과 관련된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부족한 일자리에 경쟁도 심하니 설령 낙오되더라도 좌절감에 빠지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 확보부터 하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간 소장은 반기를 든다. “그동안 전문성을 갖고 기업이나 기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왔던 40~50대라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눈높이를 낮춘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최저임금 정도로 급여 수준이 낮다면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요? 또 연봉을 낮춘다고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연봉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재취업할 기업을 위해 어떻게 이바지할까를 고민하는 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그는 만약 연봉을 낮춰야 한다면 그 마지노선을 전 직장의 70%로 잡으라고 조언하면서 100일 안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발적인 준비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할 경우 취업 요령이 생겨 원하는 시점에 회사를 옮길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의 기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간 소장은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 때 “돈부터 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돈부터 쓸 생각 버려라
“창업 업계에서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의 퇴직자는 주요 고객입니다. 금전적 여유도 있고 돈으로 투자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지요. 퇴직 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6개월 정도는 무작정 쉬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여행도 하고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잘 보내다가 어느 날부터 주변 눈치를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무턱대고 자격증부터 따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겪게 되는 초조함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체면을 세우기 위해, 창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돈부터 쓸 생각을 해선 안 됩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 남은 삶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창업을 하고 싶다면 자산 규모에 맞춰 실패를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려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가 기술·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소자본 창업을 추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40~50대가 여생을 설계할 때는 일보다 삶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중장년들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조직에서 오래 생활했던 사람은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온전한 독립을 이뤄내야 하고,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책임이 끝날 때는 완전한 해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이 시점에 이루고 싶었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도 고려 사항이 되는 것이죠. 일이 인생을 결정했던 평생직장 시대와 달리 지금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서 그에 맞춰 직업을 고민해야 합니다. 충분한 사유를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탁월한 기획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예언가이기도 했다. 그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스마트TV를 구상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일부에선 “컴퓨터와 모바일이 이토록 발달하고 있는데 TV라고? 사람들이 굳이 TV를 찾아보겠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의문을 비웃듯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IT 업체들이 향후 매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스마트TV 개발 기획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IPTV가 가입자가 이미1400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TV 포맷을 통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IPTV,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유료방송의 대명사인 케이블TV가 가입자 수 정체를 겪는 동안 IPTV는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무려 300만 명의 가입자를 더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3월 13일에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IPTV 가입자는 무려 1433만 명에 이른다. 이제 IPTV의 성공은 시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시대가 선택한 IPTV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VOD(video on demand) 방식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갖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세밀한 소비자 맞춤형을 지향하는 시대의 필요에 걸맞은 방식이었으며 비디오테이프와 DVD 등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리고 TV 콘텐츠의 양방향성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들도 IPTV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서로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생활 패턴을 볼 때 모바일이 개인성을, PC가 업무성을 충족시킨다면 가족 모두를 한자리로 모을 수 있는 TV는 모바일과 PC가 보장할 수 없는 커뮤니티성을 만족시킨다. 이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현재에 가족의 가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IPTV는 셋톱박스를 설치해 화질 강화 및 소비자 맞춤형 편집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TV의 고기능화를 지향함으로써 TV가 가진 홈서비스의 역량을 높였다. 인구 구조의 고연령화로 늘어난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과 PC보다는 TV에 친숙함을 느끼기에 IPTV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겹쳐져 IPTV의 성장은 가능했다.
IPTV ‘삼국지’
현재 국내 IPTV 시장은 크게 세 개의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tv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올레tv로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다음으로 Btv와 유플러스tv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3사가 그대로 IPTV로도 옮겨온 모양새인데, 이는 IPTV가 인터넷 서비스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무선망 서비스 연계까지 가능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업계 2위인 KT가 IPTV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인다. KT의 IPTV 역사는 길게는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VOD 서비스만 하다가 2008년에 3사 중 국내 최초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군대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 보급률 차이와는 별개로 콘텐츠의 양이나 메뉴 구성을 볼 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곳은 없이 각 업체들이 상향평준화되어 비슷한 양태가 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현재 IPTV 업계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맹렬한 콘텐츠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1400만 명이 넘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매체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장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면 과거에 비해 긴 유통기한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 전쟁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이라는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제작자의 이러한 사정은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각 업체가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 ‘적과의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막강한 콘텐츠 제작 역량, 엄청난 콘텐츠 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보유로 IPTV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망이나 하드웨어 서비스를 갖지 못해 PC로는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TV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우선 케이블TV인 딜라이브, 헬로CJ와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어 IPTV 업계를 압박하고, 이어서 IPTV 업체인 유플러스tv와도 손을 잡았다. IPTV 후발주자인 유플러스tv 입장에서는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고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방송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협력 상황에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에 넷플릭스의 IPTV 진입은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과거에 넷플릭스에 자사 제작 드라마를 공급한 적이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지상파 공동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IPTV 시장에서 적과 동지의 경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5G, IPTV의 도약을 꿈꾸게 하다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 TV를 즐기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도 대폭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브라보라이프’, KT의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의 ‘시니어클럽’은 모두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IPTV 서비스로 콘텐츠의 다변화를 통해 건강, 여행, 취미, 제2인생 등 관련 정보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서비스의 저변에는 은퇴 후 적극적으로 배움과 즐김을 향유하며 제2인생을 준비하려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공략이 숨어 있다.
IPTV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동통신기술 5세대에 속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동통신기술이 0G에서부터 시작해 5G까지 오는 동안의 양상에 대해선 다양한 측면을 논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면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전파가 가능하게끔’ 확장적이고 고성능적으로 통신이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그 최전선에 이른 5G 시대는 기존보다 다양한 통신기기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용이해지고 사회 전방위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PTV는 셋톱박스를 더욱 고기능화, 다양화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기존의 셋톱박스는 유선 케이블 연결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무선 셋톱박스로의 이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KT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AR쇼룸’ ‘나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IPTV 셋톱박스와 연동한 모바일 앱으로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상품을 모바일과 TV 화면에 3D로 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다. SK는 셋톱박스에 클라우드 기술 적용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PC를 클라우드 PC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는 무선으로 IPTV 서비스가 가능한 셋톱박스 일체형 단말기 ‘U+tv 프리’를 출시했으며 구글과의 기술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IPTV는 단순히 TV 기능의 향상, 콘텐츠 제공을 넘어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바이스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적 툴로 발전하는 중이다. 현재 가장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며 급격히 성장하는 IPTV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 간의 ‘왕좌 게임’은 향후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TV가 차지할 가치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기술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이미 1400만 명이라는, 그리고 곧 1500만 명이 될 막대한 숫자로 만들어진 도화지가 있다. 이제 여기에 5G라는 붓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할 시점이다.
‘종로’와 ‘시니어’ 하면 여전히 탑골공원을 떠올리는가?
그러나 이제는 편견을 거둘 때가 됐다. 중장년을 위한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즐비한 지붕 없는 아지트, 그 다채로운 경험의 시작은 종로3가역 5번출구를 나서면서부터다.
종로3가역 5번출구 #1 송해길
1. 송해길의 마스코트 ‘송해 동상’ 종로3가역 5번출구
2016년 명예도로로 지정된 ‘송해길’(수표로)은 종로2가 육의전빌딩부터 낙원상가에 이르는 240m 구간이다. 50년 넘게 종로구 낙원동 일대를 제2고향처럼 여기며 활동했던 방송인 송해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인 거리다. 그 명성답게 곳곳에 송해 캐리커처가 붙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 종로3가역 5번출구로 나오면 거리의 상징인 송해 동상과 팻말을 바로 찾을 수 있다.
2. 젊은 시절 속으로 ‘실버영화관 추억을 파는 극장’ 삼일대로 428
한국 영화 중흥기를 대표하는 개봉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극장이 있다. 바로 옛 허리우드극장인 ‘추억을 파는 극장’이다. 2009년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하면서 종로거리를 추억하는 시니어의 발길을 돌려놓았다.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타 상영관에 비해 자막이 크고 곳곳에 손잡이를 설치해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배려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을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월부터는 ‘종로는 맑음존’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추억을 파는 극장 바로 옆에 마주해 있는 낭만극장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유리상자, 전영록이 출연했으며 김세레나, 송해 등의 공연도 이뤄진다.
3. 송해길 대표 맛집 ‘종로진낙지’ 수표로 122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방요정 이영자가 정우성과 함께 방문해 화제가 됐는데 원래도 송해길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낙지볶음과 산낙지철판볶음 등이 소문날 만큼 맛은 보장됐으니 송해길 방문 시 잊지 말고 드셔보시길.
4. 노래 찐하게 부르고 싶다면 ‘송해길 가수 김미나 라이브 카페’ 수표로 125
성인가요 ‘만날사람’을 부른 가수 김미나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 난 곳이다. 술 한잔 마시고 스트레스도 풀고, 노래 연습하는 장소로 좋다. 노래동호회나 출판기념회, 시낭송회 등 모임 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5. 따끈한 차 한잔 마셔요 ‘라이브 카페 스타하우스’ 수표로 120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카페이지만 평일 낮시간대에는 커피, 생강차, 유자차 등을 마시러 오는 손님도 많다. 코미디언이자 전문 MC인 김종수 사장이 평생 군대, 경찰서, 교도소 등지로 위문공연 다니며 받은 각종 상패가 벽면에 가득하다. 위문공연으로 사장님이 자리를 비우면 미모의 아내 구현숙 씨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다.
6. 퇴근길 추억의 음악을 청하다 ‘청춘1번지’ 수표로 108
장민욱, 차영민, 강해룡 3명의 베테랑 DJ가 돌아가며 음악 선곡을 한다. ‘추억 더하기’ 메인 DJ 장민욱 씨도 오후 6시 이후엔 ‘청춘1번지’로 이동한다. 소장하고 있는 LP와 CD만 5000여 장. 원하는 음악을 DJ에게 신청해 들을 수 있다. 40~50대 이상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붐비는 시간은 오후 7시 이후다.
7. 색소폰 입문은 ‘효은 색소폰 클럽’ 수표로 107-1
송해길이 시작되는 육의전빌딩 뒤쪽 건물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면 ‘효은 색소폰 클럽 엔터테인먼트’라고 쓰인 푯말이 보인다. 말 그대로 색소폰을 배우는 곳. 색소폰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다. 송해길에 사람이 와글대는 시간이 되면 남효석 대표가 종로3가역 5번출구로 나와 모임 홍보 차 직접 색소폰 연주를 들려준다.
밤거리의 낭만 ‘포장마차’ 종로3가 5번출구 일대
종로3가 5번출구의 밤 분위기는 ‘포장마차’가 책임진다. 서울에서 잘 알려진 포차거리 중 하나로 중장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다. 어스름해지기 시작하면 포차 천막이 하나둘씩 올라가고, 퇴근시간 이후에는 술자리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띤다. 쭉 늘어선 포장마차 중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곰장어, 오도독뼈, 닭발 등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으니,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송해길에서 송해 선생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송해입니다!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계절이죠. ‘송해길’ 오시면 2000원으로 든든하게 우거지국밥 한 그릇 드셔보세요.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단골인 낙지집도 아주 맛있답니다. 락희거리도 한번 둘러보시고요. 최근엔 익선동 거리에도 젊은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때론 사람 구경도 취미로 삼으면 좋지요. 천태만상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거든요. 종로에 자주 오셔서 맛난 것도 드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교육·지도사’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한검정회,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
은퇴 후 전문 지도사나 강사 활동을 희망하는 시니어가 많다. 회사에 취직해 매일 출퇴근하는 것보다 시간 대비 수익이 좋은 편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보람과 즐거움도 느끼기 때문이다. ‘OO지도사’, ‘OO교(육)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PART1. 국가전문자격
교육·지도사 국가전문자격은 자격을 인정하고 우대해주는 곳이 많아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의 활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보통 1·2·3급으로 나뉘는데, 전공과목 이수 및 실습 경력이 필수로 요구돼 학습량도 많고, 취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체로 1급을 목표로 했을 때, 최소 3년 이상(관련 전공 학사 이상 수료자의 경우), 길게는 5~10년 정도 예상해야 한다. 하위 급수인 2~3급을 노리더라도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학 진학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과목 이수부터 해야 해 학비며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는 “교육·지도사 국가전문자격의 경우 취득 시점을 고려했을 때 너무 나이가 많다면 고심해야 한다. 취미나 자기계발로 도전할 만한 자격증이 아닌, 일자리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고 조언하며 “자격증을 땄더라도 강의 경험이 쌓여야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긴다. 초반에는 무료나 소액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아닌 소규모 센터나 재능기부 등을 목표로 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취득 가능한 민간자격증을 통해 빠르게 경력을 쌓는 것이 낫다”고 알려줬다.
2017년 취득자 현황을 살펴보면 ‘평생교육사’의 경우 50대 이상 취득자가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타 국가전문 자격증에 비해 취득자 수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중장년의 관심 대비 취득률 면에서도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PART2. 공가공인 민간자격
약 100개에 달하는(2019년 2월 기준) 국가공인 민간자격 중 시니어의 관심이 높은 교육·지도자 자격증으로는 ‘한자·한문전문지도사’, ‘실천예절지도사’, ‘종이접기 마스터’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교육·지도자 분야 국가공인 민간자격에 비해 취득률이 높은 한자·한문전문지도사의 경우,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 이상 취득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검정회 자격시험 담당자는 “유년 시절 한자·한문을 어느 정도 학습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본 지식이 밑받침되어 자격을 취득하는 데 유리하다”며 “아동지도사와 훈장 자격 역시 국가공인 민각자격으로 시니어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 관계자는 “실천예절지도사는 취득이 쉽지 않지만, 역사와 전통에 관한 내용이라 중장년의 관심이 높다”며 “시니어 취득자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 관광소 등에서의 활동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종이접기협회 관계자는 “연령 제한은 없지만 마스터 과정은 난이도가 높고 숙련자라야 가능하다. 어르신들의 경우 손 떨림이나 노안으로 도안을 보고 접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시니어에겐 협회 내 민간자격인 ‘시니어종이접기조형지도사’ 등을 추천드린다”고 조언했다.
PART3. 민간자격
민간자격은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데, 유사한 이름의 자격증이 무수히 많다. 그중 교육·지도사 관련 분야에서 최근 시니어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방과후(돌봄)교사/지도사’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온종일 돌봄 체계’를 확정하고 돌봄교실 확대를 추진한 영향이 컸다. 방과후교사 자격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교육을 받으면 돼 비교적 취득이 용이하다.
업계 관련자들은 “중장년의 경우 ‘선생님’으로 활동한다는 데 만족도가 높다. 자격증 취득은 몇 개월 안 걸리지만, 오히려 교육 커리큘럼 작성에서 시간이 걸린다”면서 “학교나 문화원 등의 경우 해마다 가을을 전후로 다음 학기 교육 일정과 강사를 정한다. 봄~여름 자격증 취득 후, 가을~겨울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이듬해부터 활동이 가능한 셈”이라며 실제 활동까지는 적어도 1년은 잡고 계획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방과후교사 자격증 자체가 필수이거나 핵심 스펙이 아니다”라며 “전문 분야를 정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방과후교실에서 활동하고자 할 때 일정 부분 도움을 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즉 토탈공예, 창의활동, 독서지도 등 세분화된 자격증이 추가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 ‘기승전OO’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어떤 일의 시작, 전개, 전환 과정과 무관하게 결론이 항상 같게 나타날 때 쓰는 용어인데, 본래는 한시의 형식을 설명하는 ‘기승전결(起承轉結)’에서 따온 말이다. 안대회(安大會·58)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는 한시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이 부침하는 인간의 생애 또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띤다고 말한다. 유행어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면 누구나 ‘결(結)’에 다다르지만, 그 모습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안대회 교수가 엮은 책 ‘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는 인간의 삶을 큰 줄기로 잡아 152편의 한시를 ‘기승전결’ 4부로 나눠 편집했다. 전반부(기·승)가 갈등과 슬픔, 불안의 감정이 주를 이룬다면 후반부(전·결)는 기쁨과 안정, 소소한 즐거움을 노래한다. 시를 고르고 해석하며 자연스레 동년배인 중장년층을 염두에 두게 됐다는 안 교수. 그의 삶은 기승전결의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했다.
“책에 실린 한시가 쓰인 시대로 따지면 이미 ‘결’이겠지만, 요즘의 생애주기로 보면 아직 ‘전’ 단계라고 생각해요. 전(轉)은 인생에서의 변화를 겪는 전환기라 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보면 퇴직 전후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때이고요. 책에서는 ‘삶이 다가오는’(시기)이라는 말을 덧붙여 표현하기도 했어요. 구성상 4부로 나누긴 했지만, 독자에 따라 어떤 시는 ‘이게 왜 여기에 들어갔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꼭 기승전결에 얽매여 억지스럽게 배열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생에는 굴곡과 변수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정조도 염원한 ‘미로득한방시한’
책 제목 ‘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는 영조 시대의 문관 홍신유(洪愼猷)의 시 한 구절을 따와 만들었다. 풀이하면 ‘재주가 없어 낙향한 덕분에 무척 한가롭다. 바쁜 세상은 재주 많은 이들에게 맡기고 나는 저 넓은 하늘과 바다를 즐기겠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어떤 점에서 이 구절을 마음에 둔 것일까?
“홍신유는 중인(中人) 출신이지만 문과에 급제했을 정도로 역량이 출중했어요. 그러다 출세가 힘들어져 부산으로 쫓기듯 내려왔는데, 그때의 상황에서 보면 이중적인 의미가 있죠. 정말 능력이 없어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니니까요.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회한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일이 없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니 행복하다는 거죠. 가질 수 없는 걸 부여잡고 탐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과 만족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느꼈어요.”
홍신유는 자칫 박탈감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을 한가로움을 즐기는 만족으로 전환했다. 안 교수는 그런 홍신유의 태도도 훌륭하지만, 가장 좋은 건 스스로 한가로움을 택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미로득한방시한(未老得閒方是閒)이라는 옛말이 있어요. ‘미로’ 늙기 전에, ‘득한’ 한가로움을 얻어야, ‘방시한’ 그게 진정한 한가로움이라는 의미입니다. 가끔 정년까지 회사에 다니지 않고 그전에 퇴직을 자처하는 이들이 있잖아요. 나이 들어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의해 억지로 얻는 한가로움보다는 스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보내는 한가로움이 더 유익하다고 보는 거죠. 꼭 정년퇴직 문제가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리 정리한 삶의 방향대로 간다면 인생이 여유로워지리라 생각해요.”
그는 ‘미로득한방시한’을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특별한 장소를 추천했다. 바로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에 있는 ‘득한정(得閒亭)’이다.
“수원을 방문한다면 기념 삼아 한번 가보세요. 득한정은 말 그대로 ‘한가로움을 얻는 정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정조가 붙인 이름인데, 그 역시 미로득한방시한을 원했던 인물 중 하나입니다. 정조가 세운 ‘갑자년 구상’을 보면 세자가 15세 성년이 되는 해인 갑자년(1804)에 왕위를 물려주고 화성으로 내려가겠다고 했죠. 아쉽게도 정조는 그 구상이 실현되기 전인 1800년에 병으로 세상을 뜹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이 그런 결심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가진 게 많을수록 내려놓기 어려우니까요. 내가 정말 많은 것을 안고 있을 때, 또는 너무 바쁠 때는 스스로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각별함, 평범한 것이 특별해지다
여항시인 최천익(崔天翼)의 시에서도 홍신유와 비슷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병석의 나를 위로하며(病中自慰)’라는 시에서 그는 병이 생겨 누워 있는 탓에 몸은 수척해졌으나 마음을 고쳐먹고 내적 양식을 쌓으리라 의지를 다진다.
“원문에는 ‘近裏工夫或庶幾(근리공부혹서기)’라 쓰여 있어요. 가까울 근, 속 리, 즉 근리공부는 내면공부와 같아요. 최천익은 병상에 누워 있는 지금이야말로 절실한 내면공부를 하기에 알맞은 시기라 말했죠. 대부분 좌절을 겪으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나이 들면 병이 생기는 것도 큰 좌절이잖아요. 낙담하지 않고 내면을 다스려 채워간다면 위기도 더 나은 인생을 향한 전환기로 삼을 수 있으리라고 봐요.”
이황(李滉) 역시 ‘세상맛은 나이 들수록 각별해진다’며 노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안 교수에게 나이 들수록 특별히 더 좋아지는 것이 있는지 묻자, 이때의 ‘각별함’은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각별해진다는 건 그동안 별것 아니던 무언가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말해요. 젊어서는 즐길 거리가 워낙 많으니 사소한 것에는 관심이 가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꽃도 좋아하지 않거나 장미처럼 화려한 걸 선호하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름 없는 작은 들꽃도 참 예뻐 보여요. 늙어서 새로 생긴 것이 아닌, 본래 있던 평범한 것들에 눈이 가고,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거죠.”
안 교수는 노탐(老貪)을 버리고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결’에 이르고 싶다고 소망했다. 더불어 언젠가 다가올 인생의 한가로운 시기에 대한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퇴직 후엔 인생 이모작보다는 연장전에 가까울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던 작업을 계속할 테니까요. 그게 제겐 즐거움이고 취미거든요. 다들 그건 너무 단조롭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해요. ‘인문’ 자체는 하나의 종목이지만, 내용에는 인간의 풍부한 경험과 다양성이 존재하죠.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다 해내지 못할 정도로 끝도 없고, 경지도 없어요. 그 속에서 내가 보는 만큼 아는 거고, 찾는 만큼 나아가는 거죠. 욕심 부리지 않고, 역량껏 차근차근 ‘결’의 시기를 맞이하고 싶어요. 자료 수집하러 여행도 다니고, 다른 것에 매여 하지 못했던 박제가(朴齊家) 평전도 쓰고요. 그게 바로 제가 택한 한가로움입니다.”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