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을 보고 시니어 인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의 경우 요즘 청년들처럼 온라인을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나가면 좋을지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도움말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재취업 교과서’ 저자)
◇ STEP 1. 시니어 인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사이트나 앱 등을 통해서는 시니어 인턴 채용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한국노인인력개발원(보건복지부)에서 공모한 전국 80여 곳 운영기관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중장년 여성이라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새일여성인턴제(여성가족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각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방문). 각 운영기관에서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주고, 관련 직무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기관 방문 전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을 되짚어보고, 어떤 일을 시작하면 좋을지 미리 정리하면 원활한 상담에 도움이 된다. 먼저 워크넷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나 선호 직업을 가늠해볼 것을 권한다.
Tip 내게 맞는 직무 찾으려면? 워크넷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 &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는 50대부터 80대 미만을 대상으로 흥미에 따른 고령자 적합 직업을 제시하고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장년 직업역량검사’는 만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장년 근로자의 후기 경력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 역량을 진단해 15개 직종 중 재취업에 알맞은 3개 직종을 추천한다. 워크넷 홈페이지 로그인 후 검사 가능하다.
◇ STEP2.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지원할 기업마다 제출할 서류나 양식은 다르겠지만, 구직활동을 하려면 기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는 직무 관련 최근 경력 위주로 작성하고, 사진은 6개월 이내 찍은 것으로 포토샵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기재하는 글이 아니다. 소중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가치관을 두괄식으로 작성한 뒤 각 항목마다 2매(400자) 이내로 쓰면 된다. 작성이 끝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맥이 매끄러운지,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은 없는지, 연락처 등 인적 사항에 틀린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항목별 작성 요령
❶ 지원 동기 지원 동기를 쓸 때는 자기 가치관과 경력이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돼 있다는 것, 즉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탐색해봐야 한다. 먼저 회사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연혁과 회사의 인재상 등을 분석하며 자기 가치관과 잘 맞는 회사인지 살펴본다.
❷ 경력 사항 경력 사항을 과거부터 일일이 작성하면 시각적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이력 순으로 적되 강점 위주의 경력을 최우선으로 기재한다. 만약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자기소개서에서 밝힌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은 과감히 배제한다. 가령 조각 경력이 많을 경우 공통된 직종이나 직무로 묶어 정리하자.
❸ 입사 후 포부 또는 직무 수행 계획 입사 후 포부를 얘기할 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등)은 삼가고, 그동안의 직무 성과를 수치로 정확하게 적는다. 직무 수행 계획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업무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❹ 추가 사항 국가 공인 자격증과 직종에 관련한 자격증을 빠짐없이 적는다. 이전 직장에서 받은 공로상, 우수사원상 등의 이력도 기록한다. 취업훈련센터 등에서 이수한 내용과 발령청 등도 함께 기재하면 도움이 된다.
Tip 시니어 스펙은 인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을 가려 쓸 용기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 지나치게 화려한 과거의 이력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 STEP3 취업의 마지막 관문 ‘면접’
시니어의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는 대면 면접 비중이 큰 편이다. 면접은 조직에 잘 융화가 될 만한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예상 질문을 몇 가지 추려보고 답변 연습을 해보자. 단, 암기하듯 답변을 준비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쉬우니 주의한다. 면접 당일에는 외모를 단정히 한다. 면접관이 자신보다 젊고 경력이 적어 보여도 가르치는 듯한 표현을 쓰거나 장황하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시니어 면접 시 자주 나오는 질문
• 경력단절 기간이 긴데,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 다른 직원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연세가 있으신데 일을 하시기에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 젊은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나면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 필요로 하는 경력이 짧으신데 근무하시기 괜찮을까요?
• 지원하는 분야에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신데 대안이 있으신가요?
Tip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는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몇 개월 전에 발병이 되었고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자신감과 정신적인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 통해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고, 정신적인 건강은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 STEP4 인턴 입사 후에는?
인턴으로 입사 후, 넘치는 의욕과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업무 매뉴얼과 상황을 숙지하기도 전에 자기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나이 어린 상사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종 고용이 되기까지 인턴 기간에 다음 세 가지 조언을 잘 새겨두도록 하자.
❶ ‘왕년의 나’를 잊자 과거의 직위라든가 어설픈 사회 경험을 앞세우는 것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든 현재가 중요하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자.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든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❷ 먼저 앞서가지 말자 너무 왕성한 행동도 금물이다. 도움 요청도 안 했는데 자꾸 나서면 자칫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기 경험을 믿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동도 주의한다.
❸ ‘인턴’ 기간을 잘 버티자 인턴 기간은 법적인 노동 수습 기간이다. 비굴하지 않은 낮은 자세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는 자존감으로, 바다 같은 넓은 이해심으로 잘 버티자. 강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다 보면 강해진다.
◇ 이희수 대표의 Tip 'Q&A로 알아본 시니어 인턴'
Q ‘시니어 인턴’이라고 하면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은 참 매력적이죠. 미국 특유의 직장문화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비교해볼 때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삶의 연륜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조언으로 세대 간 융화를 이끌어내는 시니어의 역할은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Q 막상 시니어 인턴의 직무를 보면 급여가 낮거나, 기대하던 업무 수준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인턴을 포함한 재취업 과정에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자신만 더욱 초라해질 뿐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턴 직무를 선택할 때는 다른 조건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지원하길 권합니다.
Q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외에도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인턴 채용이 있습니다. 중간 기관 없이 개인적으로 지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니어 인턴 제도하에 정부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아닌, 근로자 5인 미만인 업체에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단기간 저임금으로 중장년 인력을 부당하게 활용하는 업체들도 있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워크넷, 지역 일자리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을 통해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를 꼭 알아본 뒤 지원해야 합니다.
Q 인턴 활동 중 대인관계, 직무 관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인턴 알선을 진행했던 운영기관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권합니다. 시니어의 ‘가르치려 드는 행동’이 종종 젊은 동료들과의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할 말이 있다면 조언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고충의 시작입니다.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Q 인턴 종료 후 고용 연장이 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 할까요?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 고용 연장이 안 되는 이유가 본인의 능력 부족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회사의 이러저러한 여건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의 역량 문제라면 그 상황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도 인식할 만큼 일처리의 부족함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결함이나 문제 등을 분석해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별다른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회사 사정으로 인한 결과이니 낙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현재 우리는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지?’ 등의 주제로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 또는 고민을 하게 된다.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퇴직 평균 나이는 49.1세라 한다. 이때부터 다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이나 곧 퇴직을 앞둔 퇴직 예정자들은 노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을 보면, 신중년 대상 장기근속을 위한 개선방안, 전직 지원 및 신규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고용창출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고용안정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및 일자리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책들은 대부분 만 45~60세 이상의 연령을 대상으로 신규 고용과 정년 연장 또는 임금 보전 형태의 지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64세인 중장년층은 평균 49.1세에 실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중 64.1%가 생활비에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3%) 등의 이유로 평균 72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 대상의 나이와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도 정책 지원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정년이 60세인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9세 김OO 씨. 정부의 고용안정 관련 지원금을 받아 정년을 62세까지 보장을 받았다. 김OO 씨는 일하고 싶어도 62세에 퇴직을 하면 실업자가 된다. 이 경우 김OO 씨는 62세 이후 정부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가 고용유지 기간이 짧거나, 계약직 등으로 불안하다면 김OO 씨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OO 씨의 사례처럼 중장년, 특히 60세 이상의 시니어(여기서는 60세 이상을 시니어로 칭하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시니어가 소득 단절과 노년기 여가 및 사회활동 부족 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2016년부터 정년 연령을 넘기 시작해, 2024년에는 정년을 초과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더 커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5세 이상의 인구는 1389만 명, 2024년도에는 1843만 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인턴 제도, 희망인가?
대안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 45~60세 내외의 고용유지 중심 정책을 지원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도입 당시 공익참여형과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과 시장참여형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활동 유형이 세분화되고 신규 사업 유형이 개발되어 2011년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 기업 등과 같은 시장자립형 노인일자리사업, 2014년 재능나눔활동, 2017년 기업연계형 사업 등으로 나눠진 일자리 지원 사업이 작동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직업 능력 강화 및 재취업 기회를 촉진함과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6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에게 인턴기간(3개월) 중 월 급여의 50%의 급여를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인턴기간 종료 후 계속근로계약(6개월 이상) 체결 시 최대 3개월간 급여의 50%를 추가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시니어 인턴십은 인턴형과 연수형으로 나뉜다. 인턴형은 단기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되어 3개월간의 정부 지원 종료 후 기업이 계속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수형은 기업이 직접 근로자와 계약을 맺고 해당 직무 연수생으로 3개월간 교육을 시킨 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이다.
인턴 채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나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에서 신청한 뒤 해당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기업 상담을 거쳐 결정된다. 현재 전국 100곳의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표1]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시니어 계층이 ‘일하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표2]와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강화된 지원 사업 분야는 지속적으로 증가(단, 2017년은 기업연계형이 새롭게 진입해 실적이 하락)하고 있으며, 취업유지율과 계속고용율, 1인당 월평균 소득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니어 계층에게 긍정적인 일자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노인일자리사업 통계에 따르면,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 도매 및 소매업 등 단순 기능직 중심의 일자리 연계가 55.1%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시니어 인턴 일자리가 대부분 경비 아니면 운전밖에 없는 것이다. 일자리 지원 사업이 기존 일자리를 기반으로 저숙련,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로 연계되는 현실은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은 시니어에게 여전히 고용불안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 제도를 디딤돌로 새로운 일자리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7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해왔던 중장년 인턴제는 근로조건, 직무불일치(43.7%), 고령자 고용을 꺼리는 편견(34.8%), 건강상태(20.8%)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신중년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선발해 우선지원대상기업 월 80만 원, 중견기업 월 40만 원 등의 수준으로 고용지원을 하는 제도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적합직무 유형을 경력활용, 역량강화, 신직업 도전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지원된다. 서울시도 이와 유사한 50플러스 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 50~67세까지 월 57시간 이내(월 52만5020원) 근무하는 인턴을 위한 공헌형·혼합형 중심의 일자리 지원 체제다.
[표4]에서 보듯이 시니어 계층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선택을 통해 직무와 직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 분야를 보다 전문화, 세분화해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가 바라는 취업처를 모두 포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전문적이어서 다른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 근력 등의 저하가 발생해 높은 노동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능직 분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시니어는 주니어가 경험하지 못한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가졌다. 그리고 퇴직 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유지한 채 타 직무로의 전직을 해야 하는 노동생산성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지원 정책이 직업 또는 고용유지 정책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일자리 관련 정책과 연계해야 할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각 정부 및 지자체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부족한 인력이 각 분야에서 활동 경험과 역량이 출중한 산업 현장 전문가들일 것이다. 시니어는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 중심의 일자리 지원보다 시니어가 보유한 직무 능력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이 직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 발굴과 지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품질, 마케팅, 경영, 인재선발, 해외진출, 생산관리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직업훈련을 받거나 예비 창업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현재 중장년 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은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시니어 계층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유지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일하고 싶어 하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으로 시니어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청년창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 및 대안제공 전문가, 자문 및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산업별, 직무별 전문가 직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십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장년 인턴제 등을 포함한 시니어 인턴 제도가 복지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도 정착되어야 한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부처를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겠다.
고령화 미래 직업을 고민해야 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가 창의융합형 인재라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역할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니어 대상 일자리 지원 방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오늘날에 앞으로 사라질 직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정 교육 과정을 거치고 실무현장에서 은빛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시니어 인턴들에게 재취업 혹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시니어 개인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직업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시니어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업의 융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 인턴 제도의 일자리 정책은 시니어가 보유한 노하우나 자원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기반 직업 마련을 위해 펼쳐나가야 한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 속에서 ‘고수’라 불릴 만한 영역은 존재한다. 스스로 고수라 자부할 만한 재능이 있다면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재야에 숨은 고수들을 널리 알리고, 고수들의 손길이 필요한 소비자를 매칭해주는 O2O플랫폼 ‘숨고’를 소개한다.
도움말 숨고(soomgo)
최근 ‘재능거래’, ‘재능마켓’ 등으로 불리며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늘어났다. ‘숨은 고수’를 뜻하는 ‘숨고’는 이러한 전문가들을 ‘고수’라 칭하며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900가지라는 숫자에 놀라겠지만,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레슨’ 등 그만큼 소소한 영역까지 폭넓게 아우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장년 고수들 환영합니다!
은퇴 후 경제활동을 위해 그동안의 경력이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이때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 등으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고객유치를 위한 홍보비용이나 중개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 ‘숨고’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수에게 수수료 차감 없는 수입을 보장한다. 게다가 온라인과 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홍보하면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고수들을 선정하는 기준도 따로 정해진 것은 없다. 타 플랫폼과 다르게 소비자에게 고수들에 대한 선택과 평가를 맡기는 시스템. 덕분에 누구나 자기 노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수는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오랜 경력을 지닌 중장년층. 각종 외국어 과외, 번역, 인테리어, 청소, 컨설팅, 출판 등 대부분 주요 서비스에서 시니어 고수가 주목받고 있다. ‘숨고’ 박성현 마케팅 담당자는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정도 사용하는 시니어라면 충분히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은퇴 후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고민했던 일에 도전하거나 창업 전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험해보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고수들의 공통점 ‘경험×노력’
‘숨고’를 통해 고수로 활약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거 청소의 고수 김해수(60) 씨. 과거 30여 년 동안 인테리어 관련 중소·중견 기업의 관리직으로 일한 경험과 유난히 꼼꼼한 성격 덕분에 퇴직 후 제2직업으로 ‘주거 청소’ 분야로 전향할 수 있었다. 청소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내 집 아닌 고객의 집을 청소해 만족감을 주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즉, 고수라 자부했어도 타인에게까지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 김 씨는 “청소는 손기술이 전부라 생각하지만,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 분야 다른 고수들의 기술을 관찰하거나 새로 나온 세제나 약품 등을 조사하고, 자신만의 청소법을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주거 공간 외에 빌딩이나 공장 등으로 영역을 넓혀 진정한 ‘청소 고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오랜 세월 주부생활로 갈고닦은 살림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 중인 류현숙(57) 씨. 주거 청소와 더불어 중장년 여성들의 참여가 많은 분야다. 류 씨 역시 평범한 주부였지만, 건강만 유지된다면 노후 자금 마련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숨고’에 자신의 재능을 알렸다. 정리수납 전문 자격증도 취득한 그는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경험치”라며 “정리수납 서비스를 대행하는 업체를 통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로서 개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리수납 일은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어린 자녀를 둔 사람은 힘들 수 있다. 자녀가 독립한 중장년 주부들이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LG전자 연수원장과 LG플레이 총무팀장 등을 지내며 인사 관리와 교육 관련 일을 해온 권규청(58) 씨는 직장에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분야의 고수가 됐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었고,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심리 상담이나 멘탈코칭 등 관련 공부를 해나갔다. 그는 “취업 컨설팅 관련해서는 젊은 코치들도 많지만 조직생활 경험이 적어 부서별, 업무별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자들도 사회생활 노하우가 풍부한 시니어 고수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숨고’ 담당자는 “청년 고수들과 비교해 오랜 경력을 자랑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 고수를 신뢰하는 편”이라며 “꼭 직장 경험이 아니더라도 오랜 취미나 특기를 살려 고수로서 제2의 커리어를 찾길 바란다”고 시니어 고수들의 활약을 독려했다. 숨겨두기 아까운 재능이 있다면, ‘숨고’의 고수가 되어 필요한 이들에게 한 수 발휘해보는 것 어떨까?
공기업. 안정된 직장의 표본처럼 취급받는 일터. 그곳에서 29년을 일했다. 평생 큰 굴곡 없이 살아오다 은퇴 직전에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 그래서 느꼈을 충격은 더 컸을지 모르겠다.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그는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하지만 주저앉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평생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일보다 자신에게 더 맞는 직업을 찾았다. 프리랜서 강사 박영호(朴英鎬·63) 씨의 이야기다.
“퇴직 전부터 일찍 준비를 했죠. 문제는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있었어요. 그냥 막연히 공인중개사를 하면 어떨까 하고, 1년간 자격증 취득 준비를 했죠. 그런데 실제로 실무를 접해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과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니까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렴한 공기업 근무자로 국민을 위해 평생을 살았는데, 누군가를 후회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죠. 그렇게 포기하고 나니, 그다음이 문제더라고요. ‘뭘 하고 사나’ 하는 물음을 또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갈 곳 정해지자 발걸음 빨라져
그는 위기의 시절 만난 노사발전재단의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방아쇠’로 표현했다.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게 방향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퇴직 프로그램인 공로연수과정에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눈이 뜨이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어떤 일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정해주진 않았어요. 대신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 돌아보게 해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일으켜줬죠. 때문에 강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어요.”
그가 새롭게 잡은 목표는 노후준비 전문 강사. 평생을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무한 만큼 이미 전문성은 갖추고 있었다 .
“국민연금은 국민의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이지만, 국민연금공단이 단순히 연금 관리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개개인이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좋은 제도가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회피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평생을 공단에서 근무한 입장에서 갖게 된 소명의식이 있어 은퇴 후에도 많은 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력만으로는 강사가 되지 못한다. 그 역시 남 앞에 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판단했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진로나 일자리 관련 강의를 위해 직업상담사 자격증, MBTI 성격유형검사 강사 자격증도 땄어요. 또 보건복지부 인구교육강사 양성과정에도 참여해 1기 강사로 뽑혔죠. 이후에는 한국고용정보원 전직지원 프로그램, 공무원연수원의 미래설계 강사로도 위촉되었어요. 몇 년 전 저와 같은 입장의 후배들 앞에서 강의를 했죠. 적어도 저처럼 시행착오는 겪지 않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입소문 난 인기 강사
강사로서의 삶은 어떨까? 박 씨는“공기업 생활할 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직업 안정성으로 따지면 최고 수준에서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셈인데,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의 대답이다.
“조직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과업에 몰입되지 않다 보니 만족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나만의 노력으로는 성과 내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지금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게 매력적이에요. 이제야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한 법. 강사로서 얼마나 많은 강의에 나서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한 달에 20여 차례 강의 의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다.
“2016년 큰 교회에서 진행한 노후준비 강의가 첫 시작이었어요. 강의 슬라이드 순서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달달 외워갔죠. 지금 생각하면 미련한 짓이었어요. 물론 초창기에는 강의가 필요할 만한 곳에 가서 나 좀 써달라고 영업을 해야 했죠. 그렇게 강의 경험이 쌓이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제는 찾아주시는 분이 제법 많아졌어요.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재능기부도 마다하지 않아요.”
정년퇴직자로서, 일자리 강사로서 은퇴 이후의 중장년 일자리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견을 듣고 싶어졌다.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에 가치를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죠. 금전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데 역량이 부족하다면 일자리를 찾기 어렵잖아요.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동기를 찾아야 해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막연하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의미도 없어요.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난 상태라면 소득에 연연해하지 말고 사회 환원을 위해서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봉사활동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던 삶과는 다른, 의미와 가치를 찾게 해주는 직업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경력이 끊긴 중장년 여성의 재취업은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는 표현보다 ‘서럽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대구에서 만난 서기덕(徐基㥁·51) 씨도 그랬다. 수백 장의 이력서 제출과 수십 번의 면접 그리고 계속된 실망스러운 결과. 그래도 서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런 마음가짐은 주변까지 조금씩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재취업을 위해 낸 입사지원서는 100장이 넘을 거예요. 겨우겨우 면접까지 간 것은 세어보니 17번이더라고요. 몇 번 떨어져 보면 면접 대기실에 앉아만 있어도 대강 감이 와요. 특히 나란히 앉아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이번엔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기도 하죠.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젊은이들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으니까요.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시어머니 뇌종양 수발 위해 퇴사
서 씨는 원래 대구의 한 지역 케이블방송사에서 12년 넘게 일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의 꾸준한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 기자, PD, 캐스터 등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방송국 부설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 관리도 했다.
그러다 사랑하는 직장을 떠나야 했다. 2015년 시어머니의 뇌종양 판정 때문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평생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온 시어머니를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병수발 기간이 한 달이 될지 수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곁에서 모시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전날 씻겨드리는데 ‘고맙니요’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마지막 감사인사였던 것 같아요. 어른을 제대로 모시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 같아요.”
하지만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을 때의 현실은 냉혹했다. 다행히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국민연금공단의 복지플래너로 일할 수 있었지만, 기간제 일자리라 업무기한이 금방 다가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수십 장의 이력서, 자기소개서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
“사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죠. 대부분의 일자리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기존 구성원들과 일해야 하는 곳들뿐이었으니까요.”
서 씨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노사발전재단의 응원이 있었다. 지난 6월 노사발전재단의 대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한 재도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도약 프로그램 참여 전까지 계속 면접에서 미끄러져 기운이 빠진 상태였으니까요.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나 협소한지 깨닫게 됐어요.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상담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죠.”
서 씨가 구직 활동을 통해 얻은 새 직장에 출근한 것은 지난 7월 2일 이다. 그야말로 17전 18기였다. 새로운 일터는 대구 동구에 위치한 아양아트센터. 이전 직장에서 획득해놓은 평생교육사 자격이 도움이 됐다. 그녀는 센터 시설 중 하나인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접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전문 분야에서의 새 출발 기뻐”
아양아트센터는 대구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문화시설 중 하나다. 대구 동구청이 출연해 설립된 곳으로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 도서관, 전시장,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 시설이다. 스포츠센터 이용 인원은 월 3000명에 달하고, 문화센터 수강생도 1500명이 넘는다. 한 학기에 진행되는 강좌는 180개, 강사만 70명 정도 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 직장에서 문화센터 운영 팀장으로 일하다 안내데스크 근무를 시작한 것은 일종의 ‘백의종군’이라 볼 수도 있다. 혹시 체면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단언한다.
“당연히 좋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낯선 일이 아니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고, 그만큼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요. 모르는 것이 많아 계속 물어가며 일을 배워야 한다면 부끄럽고 힘들었겠지요. 예전에 알고 지낸 강사님과의 재회도 즐거워요.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재도약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가 나를 내려놓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을 때의 성취감은 보람이 됩니다.”
연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뉴스가 쏟아진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700만 베이비붐 세대’까지 은퇴 후 유입되면서 취업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겐 더욱 일자리가 필요해졌다는 뜻.
정년 후 20~30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니어 입장에선 단 한 번의 실패도 극복하기 어렵기에, 제2직업에 대한 선택과 도전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선택하는 게 좋을까?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대표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대중(金大重·51)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을 만나 물었다.
김대중 본부장은 퇴직자나 재직자의 전직(轉職)지원 분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많은 정부부처에서 운영 중인 공공부문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가 개발한 모델을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그가 중장년일자리사업 총괄 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순환보직으로 4년 만의 귀환이다.
수요 늘었지만 기관 규모는 제자리
과거와 변화가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시장이 확대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나선 기관이나 지자체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의 성격이 개인별 맞춤 서비스보다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교육이나 취업 알선에 국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일자리 정책 하면 우리는 흔히 두 가지를 떠올린다. 바로 교육훈련과 취업 정보다. 구직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주고, 교육훈련을 마치면 갈 만한 일자리를 알려주는 방식.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런 단편적인 접근은 전직자들이 재취업 일자리에서 1년 버티기도 힘들게 한다고 단언한다.
“지금 4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적성과 무관하게 전공을 선택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직장을 고른 사람이 많아요. 다시 말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젊을 땐 학습능력도 있고, 시행착오를 이겨낼 힘도 있으니까 버틸 수 있지만, 중장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방황할 수 있는 1~2년의 여유도 없어요. 개개인에게 맞지도 않는 교육과 알선은 오히려 인생 후반부 역시 그분들을 그릇된 길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 뭔지 알아야
그래서 그가 최근 심혈을 기울인 일이 9월 11일 진행된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다. 단순히 구직정보만 나열해 즉흥적인 취업을 유도하기보다는 중장년들이 재취업과 재취업 후의 인생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장년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의 조건들이 정해져 있어요. 본인 진로에 대한 계획 없이 근무 지역이나 급여 등의 조건만 챙기면 전직에 실패하게 돼요. 또 엉뚱한 교육을 받느라 시간만 낭비하기도 하죠. 이런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가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구인의 주체인 기업이다. 중장년 구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고 싶다는 것.
“나이가 많으면 열정이 없다, 급여 수준이 높다, 고집이 세다는 선입견이 커요. 기업들이 중장년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이유죠. 사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임원 대상 간담회나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중장년이 청년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인식도 개선해야 할 부분. 그는 “중장년은 자식(청년) 보살피고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 하는 가정의 기둥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되레 전통적으로 중장년이 해왔던 일자리에 청년들이 진출하는 것이 가정까지도 해체시킬 수 있는 더 큰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2모작, 3모작을 원하는 중장년들은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면 열의가 생겨 스스로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나서기도 합니다. 또 조건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면 구직자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구직자가 그러니까요. 전국에 있는 저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는 이런 분들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제2직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산업 현장에서 카운슬러로 활약하고 있는 신완정(申婉丁·58) 청아신상교육연구소 소장은 원래 직업 전선과는 거리가 먼 주부였다. 남편이 공군 장교로 있었기 때문에 전업주부를 고집했다 해도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찍 결혼했죠. 공군사관학교 생도 2학년인 남편을 만나 임관식 때 약혼했으니까요. 그렇게 평범한 주부생활을 하다 다시 공부를 결심한 것은 30대 후반이 되어서였어요. 부대 내 종교활동에서 병사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상담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신학대학에 편입했죠.”
마음먹고 나서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난 뒤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평택대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신성대학교 등에서 상담심리에 대한 강의를 했다. 단순히 강의만 한 것이 아니라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담도 도맡았다.
학교청소년상담사 시범사업이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주로 하다 산업카운슬러로 변신한 것은 2008년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와 인연을 맺고 국내 한 백화점의 산업카운슬러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러다 2010년 한온시스템에서 산업카운슬러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사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들과 상담을 해보면 예상외로 토로하는 문제 중 70~80%가 가정 문제예요. 그중 자녀 문제가 가장 많고, 이로 인한 부부 갈등 순이죠. 마음의 고통을 공감해주고 삶의 선배로서 조언만 해줘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돼요.”
대부분의 상담은 회사 내 상담실에서 마무리되지만 직원 자녀나 가족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자녀를 회사로 부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자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기 때문.
“아이들은 처음엔 거리를 두려 하지만, 친해지면 서로 메신저 연락도 하고 밖에서 따로 약속을 해서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죠. 그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사고 확장을 도와주는 거죠. 학교나 전공 선택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해요.”
물론 산업카운슬러라는 일이 처음부터 쉽고 보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철저한 익명 보장이 지켜지지만 의심하는 직원도 많았고, “맘을 꿰뚫어보는 것 아니냐”며 상담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상담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현장에 나가 리플릿을 나눠주기도 하고, 노조사무실, 식당 등 회사 곳곳을 누볐다. 또 회사 안전교육에도 참여해 위기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의사소통개선 교육도 진행했다.
“상담사 앞에 앉기까지 7~8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고, 상담받을 용기가 없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담사와의 대화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어요. 직원이 스트레스 관리를 술 등에 의존하게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산업재해의 위험도 있으니까요. 직장 내 상담사가 있다면 작은 문제라도 상담해보시길 권해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2018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가 9월 11일(화) SETEC에서 개최됐다.
개막식에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선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환영사에서 이정식 사무총장은 “지금의 신중년은 과거보다 교육수준도 높고,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근로에 대한 의욕도 뛰어나 평생 현역 시대에 준비가 되어있는 세대”라며, “이번 박람회가 신중년의 다양한 인생 3모작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목희 부위원장은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 확대는 국가 사회 경제 활력에 필수”라고 평가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신중년의 행복한 인생2막을 위해 지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서 신중년들은 인생3모작 지원관을 통해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 수석컨설턴트로부터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1:1 맞춤 컨설팅을 받고, 창업, 귀농, 기술교육,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인생3모작 경로에 대한 정보제공과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또한 금융 업종과 자동차 산업 퇴직자와 예정자를 비롯한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 예정자의 공적인 전직 지원을 위해 전직멘토관이 운영됐다. 전직멘토관에서는 전직·재취업을 위한 멘토링에 더해 신중년의 전직·재취업 진로설정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흥미검사를 실시됐다.
이 밖에도 헤어·메이크업 컨설팅, 이력서 사진 촬영, 건강관리 등 구직자들의 취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신중년들의 채용을 위해 교보생명, NICE신용정보, 한솥 등 현장채용 71개사, 구인공고 50개사 총 120여개 구인기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노사발전재단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생애설계, 재취업 지원 등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경선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고학력에 일경험이 풍부하고 일할 의욕도 높으며, 인구 구조상으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중년 세대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우리 사회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중년 일자리 확충방안을 마련했고, 신중년의 역할 강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의 순간에 듣는 힘이 되는 조언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이런 상담자의 역할을 과거에는 형제나 가족, 이웃 등이 맡아왔지만, 핵가족화와 이웃 간의 교류 단절 등 달라진 환경으로 대체할 대상이 필요해졌다. 이 역할을 최근에는 상담사, 카운슬러, 상담심리사 등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산업카운슬러는 최근 시니어의 새로운 직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산업카운슬러를 신중년 적합직무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카운슬러라는 직종을 낯설어하는 이도 많겠지만, 이 직업이 생긴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업계에선 산업카운슬러의 기원을 1924년 미국에서 진행된 호손실험에서 찾는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 방법 변화가 생산성을 증진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이 연구는 노동자의 심리상태나 인관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단초가 됐으며, 산업 현장에 카운슬러가 배치되는 계기가 됐다. 이때 활동한 카운슬러가 최초의 산업카운슬러(Industrial counselor)로 평가받는다.
국내 노동운동 늘면서 도입돼
산업카운슬러가 활성화한 대표 국가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195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관리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각 기업에서 카운슬링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 활동 중인 산업카운슬러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산업카운슬러 도입이 시도된 것은 노조설립 등 노동운동이 태동하던 1980년대부터다. 노동운동 발생 이유나 노동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뤄진 것이 계기가 돼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어 1988년 1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가 설립됐다.
산업카운슬러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근로자가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고충,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담가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이러한 역할을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해 정의한다.
첫 번째는 근로자 상담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가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직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톱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커리어 개발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의 경력과 적성, 재능을 고려해 능력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마지막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은 사내 직원 간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주는 상담이다.
현재 정부는 근로복지기본법 제83조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상담 등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로 상담과 교육 두 가지 역할이 핵심이다. 상담의 경우 기업 내 초년생의 적응을 돕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유도한다. 적응한 인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거나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의 상담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된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상대의 지위나 이름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근로자들이 상담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예민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카운슬러들은 근로자들이 직장 내 인간관계나 업무상 고충보다는 부부관계나 자녀 등 가정사에 대한 상담을 주로 요청해온다고 이야기한다.
시니어 제2인생에 딱맞아
산업카운슬러가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상담을 하려면 회사 조직이나 업무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개인적인 고민까지 들어주고 지원해줘야 하므로 인생의 경험도 지식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양순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원장은 “시니어는 신체적으로는 노화를 겪고 있지만 경험과 경력, 지혜를 갖추고 있어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을 담당하는 산업카운슬러로서 적합하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정부에서도 신중년 적합직무로 고시하고 고용장려금을 지원할 정도로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6월에 노사발전재단과 MOU를 통해 신중년 평생현역활동을 위한 생애경력설계와 일자리 발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력 등 자격 취득 문턱은 높은 편
그렇다면 산업카운슬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를 통해 민간 자격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협회 자격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석사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자로 6개월간 180시간 이상의 교육과 임상전문실습을 거쳐야 심사에 지원할 수 있다. 2급은 학사 이상으로 6개월 120시간의 교육과 임상일반실습을 거쳐야 취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간 자격에 비해 꽤 까다로운 수준이며 실제로 국내 1급 자격 보유자는 8월 현재 350명에 불과하다. 매년 배출되는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2급 취득자는 총 2850명.
협회 관계자는 “2급은 현직 회사원으로 재직하며 사내에서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급은 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출신자들이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1급 자격 보유자는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대부분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고.
물론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로 활동할 때 이 자격이 필수조건은 아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가 부여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이나 한국상담학회 등의 자격을 통해 관련 경력을 쌓아도 기업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협회를 통한 자격 취득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를 채용할 때 협회를 통해 추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인 국가자격이 없는 상황 하에 업계에서 인정받는 자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사전 조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은 일반적으로 계약직 채용으로 이뤄진다. 근무일이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 회사에 따라 5~6시간에서 더 짧게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일도 주 1~2일에서 5일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고용 조건이 파트타임 근무를 선호하는 시니어에게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임금은 시간당 3만~5만 원 수준이다. 경력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채용이 협회나 학회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에서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폐쇄적인 시장 특성 때문이다. 현직 산업컨설턴트 중에선 “비용이 아깝게 여겨질 수 있지만 심리검사 비용, 보수교육 등 기관을 통해 지원받는 부분도 있어 큰 손해는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 산업카운슬러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고, 상담이나 교육 증 선택해 전문화한다면 상근직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도 활동 가능하기 때문에 시니어가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40대 이상 중장년이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2018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가 9월 11일 서울 SETEC 제3전시장에서 개최된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120개 기업이 참가해 중장년 구직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 중장년 세대는 은퇴가 시작된 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으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번 행사의 특징 증 하나는 구인 중인 기업이 직접 현장에 나와 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는 점. 현장에서 구인절차를 진행하는 박람회 참여 기업만 70개사에 이른다. 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접수 대행하는 간접참여 기업도 50개사다.
또한, 중장년의 인생 3모작을 위한 관련 정보도 제공된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귀촌 귀농에 대한 컨설팅부터 대한노인회 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상담, 미취업자를 위한 직업 교육과정 소개, 사회적 기업 참여 안내 등도 지원된다. 또 인생 3모작 홍보관이나 전직멘트관, 생애경력 설계관, 생애경력 설계관, 매칭관, 취업지원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중장년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터 분야 등 창업이나 창직, 재취업과 관련된 특강도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정부 제도나 정책서부터 기업 동향까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