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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원’의 멤버 김창기 의사의 진정한 자유
- 1980~9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포크 밴드 ‘동물원’의 멤버 김창기(58). 현재 ‘김창기 밴드’의 리더로도 활동 중인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정신과 의사다. 낮에는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살아온 지 30여 년. 의학과 음악이라는 동떨어진 두 영역을 반평생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인간을 향한 관심과 애정 덕분이었다. 그는 사람의 감정을 연구하고 노래하며 의사로서, 또 가수로서 대중의 마음을 다독여왔다. 김창기는 10여 년 전 소아청소년정신과 관련 도서인 ‘당신의 아이에게도 리듬이 있다’와 ‘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를 펴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말에는 ‘노래가 필요한 날’(김영사)을 내놓았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음악인의 면모는 물론 예순을 바라보는 중년의 담담한 성찰도 담겨 있었다. “이번 책은, 안정적인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서툰 어른들의 이야기랄까? 어떤 사회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요즘 어른들이 느끼는 감정과 성숙한 해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 했어요. 플레이리스트라는 형식으로 각 글에 어울리거나 떠오르는 노래들도 함께 소개했죠. 마음이 복잡할수록 세상모르고 살게 해주는 노래가 필요합니다. 잠시나마 책에 실린 노래를 들으며 쉬어가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쉼으로써 우리는 지치지 않을 수 있고, 내 앞에 닥친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힘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는 책을 통해 안정적인 어른, 좋은 어른, 괜찮은 어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일까?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성숙한 성격을 지녀야 합니다. 욕망은 억제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항할 용기가 필요하죠. 또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유머와 융통성도 겸비해야 하고요. 이는 쉬운 과정이 아니기에, ‘제2외국어를 배우듯’ 해야 합니다. 한국어는 습관적으로 쉽게 할 수 있고 원초적이지만, 가령 영어를 하려면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잖아요. 그처럼 노력하고 배우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봄을 살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또 한 가지. 그는 ‘닫힌 자아’와 용기 내어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열린 자아’로 성장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닫힌 자아란, 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자신이고, 열린 자아란 나도 알고 타인도 아는 자신입니다. 인간의 성장에 방해되는 이 닫힌 자아를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은 다른 긍정적인 것으로 상쇄해야 합니다. 닫힌 자아와 마주하는 방법은 대인 관계에서 찾을 수 있죠. 가족이나 친구가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지적했을 때, 비난과 공격이라 여기지 않아야 비로소 열린 자아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허물을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그러나 용기 내어 힘든 일을 해결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게 진정한 자유 아닐까요?” 김창기는 “책임감 있는 자유를 누리는, 나이에 걸맞게 사는 인생이 멋있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나이’에 대해 “신체의 나이가 아닌 계절의 나이를 살라”고 조언했다. ‘계절의 나이를 산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나이라는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거예요. 즉 봄을 느끼지만 말고 실제 봄을 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과거처럼 청바지 입고 머리 기르라는 말이 아녜요. 세월을 핑계 삼지 않되, 새로운 자극과 목적을 찾아 도전하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젊어질 필요는 없지만, 삶을 음미할 필요는 있잖아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부분 무언가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건 바로 삶의 즐거움과 의미죠. 시간의 흐름을 늦추고 그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해요. 그러면 시간의 흐름은 점점 느려지고 우리의 삶에는 더 많은 음표와 느낌표가 생겨날 겁니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게 되고요.” 현실적인 기대를 품는 2021년 봄의 나이를 살기 위한 도전. 마침 새해도 밝았으니 이런저런 목표를 세우기에도 시의적절할 테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야심 차게 꾸린 한 해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내가 아닌 나에게 거는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좋은 목표를 세워 실천하면 지금의 내가 크게 달라지리라 착각합니다. 안타깝게도 미래와 현재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을 때가 많죠. 가령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뇌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대부분은 타인을 생각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해요. 이렇듯 두 존재를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또 그걸 이루지 못해 실망하게 되죠. 꾸준히 노력해 10년 뒤엔 이상적인 내가 될지라도, 당장 한 해의 계획은 바로바로 이뤄가며 자긍심을 키울 작은 목표가 좋습니다.” 김창기는 “인생은 현실과 환상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에게도 1988년처럼 쓰는 곡마다 대박을 터뜨리면 좋겠다는 환상이 어렴풋이 존재하지만, 이는 현실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간 해오던 대로 환자를 돌보고 꾸준히 곡과 글을 쓰며, ‘내일은 더 좋은 날’이라고 믿는 낙천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 그것이 그가 품는 현실적인 목표이자 기대다. 그는 새해를 맞는 독자들에게도 현실적인 덕담을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대단한 복은 기대 마시고요.(웃음) 그저 내게 가장 소중한 대여섯 사람과의 관계를 잘 지키고, 그들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만할 수 있습니다. 타인이 보여주길 바라는 태도를 내가 먼저 보여주고, 혹여 그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거부하지 않는 ‘관용’을 베풀어보세요. 나아가 상대방을 내 마음에 맞춰 변화시키려 들지 않겠다는 ‘수용’도 필요하고요. 그러려면 내가 양보하고 손해 보며 이타적인 한 해를 살아야겠죠. 어렵겠지만 부디 잘 참아내시길 바랄게요. 단, 힘들 땐 잠시 쉬어가며 꼭 자신을 보호해주시고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두 귀만 있다면 휴식은 언제나 가능하니까요.”
- 2021-01-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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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007은 살아 있다
- ‘007‘은 내 삶과 같이해왔다. 첫 작품 '007 살인번호' 이후 단 한 편의 영화도 놓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본부가 있는 런던은 물론이고 스톡홀름, 코펜하겐 같은 전 세계의 모든 유명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007을 보며, 지도 위에서 지명 찾기에 빠졌던 나는 자연스레 지리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런데 우리 세대의 영원한 007인 숀 코네리가 지난달 31일 91세로 타계했다. 그리고 첫 작품 ‘007 살인번호’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발터 PP’가 2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 007의 주 무기는 소형 권총인 ‘발터 PP’였다. 근사한 영국제 맞춤 양복 속에 품위 있게 총을 소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들이 ’숀 코네리 007’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켰고 ‘다니엘 크레이그 007(이하, 최근 007)’에 대한 불편한 비교로 이끌었다. 본드와 여인들 영화가 시작되면 007이 임무를 멋지게 완수하는 '맛보기' 액션 신이 끝나고, 관객을 향해 총을 쏜 후 주제가와 함께 여체(반드시 나신의 그림자)를 이용한, 그야말로 예술적인 오프닝이 항상 이어졌다. 현재까지도 가슴이 설레는 장면인데, 그 장면들이 결여된 '최근 007'은 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삭막한 분위기는 영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원래 007은 악당의 여자들 마음을 얻어 그녀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할 때 얼굴의 상처는 치명적이다. 아무리 격렬한 격투가 있었을지라도, 늘 말끔한 얼굴의 신사로 카지노에 나타나 여자를 유혹해야 진짜 007이다. ‘007 골드핑거’를 비롯해 그동안 악당의 여인들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007의 치명적 남성미에 모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007은 남자들의 또 다른 로망이었다. 그런데 ‘최근 007’은 스파이 세계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미명하에 동네 불량배같이 상처 입은 험한 얼굴을 보인다. 그러니 ‘최근 007'에서는 여자가 우리 007을 배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007의 순수한 법칙 그동안 우리는 화면에 얼굴은 안 보인 채 커다란 반지를 끼고 흰 고양이를 쓰다듬던 스펙터를 만나왔다. 007은 핵폭탄이든, 세계전쟁을 일으키든, 전 세계적 조직을 갖춘 조직과 대결해왔다. 그런데 '최근 007'은 겨우 범죄 자금 세탁소 직원이나 개인적 원한을 가진 이들과 대결한다. 그러다 보니 멋진 본드카 같은 비밀병기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국산 애스턴마틴 자동차에, Q가 개발한 로켓을 장착해 뒤를 따라오는 악당들을 처치하던 자동차 추격 신은 그 시대의 청소년들을 실신시켰다. 임무 부여 시 지급되는 비밀병기들을 007이 언제 어떻게 쓸까 하는 궁금증이 영화 내내 관객들을 이끌었다. 오죽하면 그 시대에 유행했던 가방 이름이 ‘007 가방’이었겠는가! 그런데 '최근 007'은 최첨단 비밀병기 없이 시카고 갱단의 기관단총 켈리 수준으로 품위 없게 기관총까지 메고 나와 영화 ‘친구’ 속 고교생들처럼 뛰어다닌다.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니 여인과 사랑할 여유가 없다. 본드걸이 털북숭이의 숀 코네리의 가슴에 안긴 베드 신도 안 나온다. 그렇다고 우리의 007은 절대 플레이보이가 아니다! 영화 한 편마다 반드시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 다만 우리가 여러 편의 시리즈물을 보면서, 여러 명의 본드걸을 대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 뿐이다. 007의 능글맞은 농담에 가볍게 응수하는 머니페니도 노련미 넘치는 여비서였을 뿐이다. ‘최근 007’은 여자들을 막 대한다. 악당이 본드걸을 인질로 잡고 007에게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총을 버리라고 할 때, 모든 007들은 일단 총을 버린 후 후일을 도모해 여자를 구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 수많은 영화의 유사한 장면들을 보며, '남자로서의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왜 꼭 영화 속 여자들은 인질로 잡히고 남자 주인공은 항상 목숨을 내놓으며 총을 버려야 하느냐 말이다. 그러나 이게 바로 영화의 법칙 수준을 초월한 '영화의 헌법'이다. 이것이 마음에 안 들면 개헌을 위해 세계인이 투표를 해야 할 정도로 절대적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007'은 여인을 죽게 만들면서까지 그냥 쏴댔다. 그것도 무표정하게 말이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스파이의 임무보다도 사랑하는 여인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007의 그 순수한 법칙'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저건 우리의 007이 아니다!'라는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마치 이 시대가 007을 오염시킨 듯했고, 나도 공범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당신이 더 007을 보고 싶으면서도 “1등을 해야 007을 보여준다”라고 말씀하셨던, 나보다 더 내 기말시험 점수에 가슴 졸이셨던 돌아가신 아버지를 느끼러 다음 007 영화를 또 보러 갈 것이다.
- 2020-11-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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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순수양떼목장과 키덜트 비엔나인형박물관
- 강원도 목장 순례 끝에 만난 진짜 순수양떼목장 노을이 아름다운 곳. 아는 사람은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는 명소다. 이곳 순수양떼목장에서는 목장 길을 산책하며 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길이든 초지든 제 세상인 듯 자유롭게 다니는 양들의 천국이다. 이런 풍광이 다른 양떼 목장과는 확실한 차별성이다. 동화 속에서 그려져 있는 이미지처럼 투실투실하고 털빛은 하얗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양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오르는 목가적인 풍경, 노을빛에 양털 색도 멋져 보이고 어느새 동심에 젖어든다. 순수양떼목장은 평창 라마다호텔 내에 위치한다. 양과 염소, 알파카를 지척에서 보면서 먹이를 주는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는 최적의 여행지다. 알파카는 가까이 다가가서 먹이를 줄 때 한 마리의 알파카에게만 먹이를 주면 침을 뱉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고 주의를 요하는 안내문구가 있다. 눈에 보이는 알파카 모두에게 골고루 먹이를 분배해서 주는 것이 좋겠다. 반려견 동반도 가능하지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하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이곳의 동물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탓인지 다른 목장들보다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입장료에 포함된 먹이 봉지를 노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유 중인 어린 양에게는 먹이를 주면 안 된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빼면 자유롭게 산책하고, 양들과 포즈를 취하고, 그네를 타고, 아기 양들을 보고… 순수하게 목장을 즐길 수 있다. 평창의 순수양떼목장을 가볼 생각이라면 이왕이면 해 질 무렵에 맞춰 방문해보자. 목가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오목길 152 033-335-1497 입장료: 성인 5000원 / 어린이․청소년 4000원 / 반려동물 3000원 관람시간: 4~10월 09:00~18:00 (매표 마감 17:00) 11~3월 09:00~17:00 (매표 마감 16:00) 키덜트 감성 자극은 기본,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비엔나인형박물관 어느 순간 인형과 피규어가 키덜트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2019년 개관한 비엔나인형박물관은 오스트리아 마을인 티롤빌리지 내에 위치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애장한 작품을 기증해 키덜트들의 감성을 충족하고 있다. 종이학의 전영록, 그의 노래는 수없이 많지만 종이학 천 개를 접는 유행을 만들었던 노래가 기억에 자리 잡고 있다. 레이 조, 정미숙, 이동한, 이상진, 김선영 작가, 이스안 작가, 성남숙 디자이너 등 인형에 심취한 사람들이 수집하고 만들어낸 작품들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296 티롤빌리지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수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1만 원 / 중고생 8000원 / 어린이 7000원
- 2020-11-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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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꾹 참지도 말고, 욱 내뱉지도 말고
- 분노사회’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특히 한국 중장년의 경우 ‘한이 많은 세대’라 불릴 만큼, 노여움과 울분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이가 대다수다. 누군가는 화를 참지 못해, 또 누군가는 화를 내뱉지 못해 마음의 병을 앓는 것이다. 이러한 화가 자칫 ‘분노증후군’이나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진다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 분노도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흔히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으로 잘 알려진 ‘분노증후군’은 오랜 시간 축적된 화를 표출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이와 반대로 ‘분노조절장애’는 느닷없이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하는 등 화를 분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지하철에서 학생에게 시비를 거는 노인이나 묻지마폭행을 가하는 중년남성 등이 표면적 이슈가 되어 이러한 증상을 가진 시니어가 많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억압받으며 생계와 가정을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온 한국 중장년의 특성상 분노증후군을 겪는 이가 훨씬 많다(분노조절장애는 해외에서, 또 청소년이나 청년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남). 다만, 가족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그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조증상이 덜한 암일수록 늦게 발견돼 치료가 어렵고 위험하듯, 분노증후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나도 꿈이 있었는데… 엄마의 울화 # 70대 여성 A 씨는 젊은 시절의 사회 분위기와 가정 사정 등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한을 자녀 교육을 통해 풀고자 했고, 온갖 정성으로 아이들은 고학력에 좋은 직장까지 얻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자녀들은 번번이 어머니의 무지(無知)함을 들먹이며 무시를 일삼았다. 이에 A 씨는 소외감과 우울함으로 지난 세월을 한탄했고, 급기야 극단적 시도까지 생각하게 됐다. 한국의 중장년 여성들은 자기 뜻과 다르게 학력 단절을 겪거나 사회 참여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전업주부로서 소임을 다했고, 못다 이룬 꿈을 대신 펼쳐줄 자녀들에게 헌신하며 살았다. 그러나 장성한 자녀들은 그런 어머니의 공(功)을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의 지식수준과 비교하면서 종종 무시하거나 소외시킨다. 물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본의 아니게 내뱉은 말 등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중장년이 박탈감을 갖게 되고 비참한 심정이 되어 분노하게 된다고 한다(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다). 여기에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번아웃증후군(소진증후군)까지 겹치면 심한 우울 증세가 나타나고, 상태가 악화하면 극단적인 시도까지 감행한다. 이렇듯 위험한 병이지만, 안타깝게도 자가 확인이 쉽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 몇 가지의 체크리스트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단순한 심리·정신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예방책은 자녀들 손에 달렸다. 보통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과거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고 불편해한다. 그러나 이럴 때 자녀가 따뜻하게 공감해주고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부모의 울화는 조금씩 누그러진다. 시니어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묻어둔 고충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게 좋다. 내가 왜 화를 냈지? 분노 컨트롤이 어려워 #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60대 남성 B 씨는 최근 들어 자괴감이 많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욱하는 심정이 들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자주 역정을 내곤 한다. 심할 땐 욕설에 소리까지 지르면서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희한할 만큼 기분이 가라앉는데, B 씨는 분노조절이 안 될 때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몰려와 괴롭기만 하다. 분노조절장애는 뇌신경이나 호르몬 등의 문제로 스스로 감정 조절이 어려워 뜻하지 않게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마치 조울증처럼, 심하게 화를 냈다가 이내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곤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본인은 물론 주변인까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마음을 다스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특히 과거에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았거나 파킨슨, 치매 등 뇌 질환 환자인 경우는 분노조절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또,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뇌수술 후유증으로,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망가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때로 분노조절장애가 지속되다가 우울증이 오거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한 주변과의 소통 단절을 겪어 분노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중장년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환절기나 추운 계절엔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화를 낸다면(주변에서 점검해주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해보고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길 권한다.
- 2020-11-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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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의 해악,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자
-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모르며 ‘심심초’라며 피우던 우리 선조들 시대에는 곰방대의 길이가 신분을 말해줬다. 방 안에서도 피우고 심지어는 *간난아이가 있는 단칸방에서도 피웠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담배의 해악을 잘 몰라 용감했던 시절이다. 이제는 담배의 해악이 대부분 밝혀졌다. 흡연자가 없어질 만도 한데 아직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남녀 각각의 흡연율은 16.2%와 5.2%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다. 성인들 수치로만 보면 20%를 훌쩍 넘는다. 성인 남자 5명이 있으면 이 중 한 명은 흡연을 한다는 얘기다. 여성 흡연자도 1.1%나 된다. 무엇보다 임신을 해야 할 귀한 몸으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안타까움이 더하다. 흡연은 흡연자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흡연자 옆에 있으면 알게 모르게 간접흡연의 위험도 있고 담배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치료에 공동자산인 의료보험료가 지불된다. 정부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담배 포장지에 경고성 그림을 넣고 담뱃값을 대폭 올렸다. 또 건물을 통째로 비흡연 건물로 지정해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했다. 공원은 물론이고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 공중이 모이는 곳은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법을 강화했다. 흡연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연을 유도하는 유인정책도 다양하다. 보건소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돕는 여러 가지 지원도 있다. 예를 들어 암보험에 가입할 때 금연자는 평균 7% 정도 비용을 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가 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 왜! 담배를 끊지 못하는가! 담배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제조회사에서는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설탕, 코코아 같은 첨가물을 사용하고 촉촉한 습기를 머금게 하기 위해 글리세린도 첨가한다. 이런 것들이 담배 맛(향끽미라고 함)을 좋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강한 중독성을 불러와 쉽게 끊지 못하게 한다. 담배는 처음 유혹에 빠질 때 조심해야 한다. 어른들이 피우는 걸 보고 호기심으로 흉내를 내다가 점차 중독되어간다. 젊은 시절에는 담배나 술을 과하게 먹어도 신체가 건강해 잘 이겨낸다. 그래서 위험성을 잘 모르고 지낸다. 담배 연기 속에는 4000여 가지의 화학적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중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가 대표적이다, 이런 나쁜 물질이 혈관을 막히게 하고,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각종 암의 원인이 된다. 또한 심장마비, 당뇨, 발기부전, 피부노화, 실명 등의 발병 위험도 높인다. 담배를 피운다면 반드시 실손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는 게 굳어진 정설이다.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흡연 예방은 사춘기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 멋있어 보여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흡연이나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 등 담배에 손을 대기 전에 담배의 해악이 머릿속 깊이 각인되도록 금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담배의 해악을 알 수 있는 정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담배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점도 알려줘야 한다. 또 담배를 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해줘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흡연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 2020-10-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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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로 이웃돕기…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집콕놀이'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국민 참여형 온라인 행사 '소장품 집콕놀이'를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국민이 온라인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참여자 중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111명에게는 소장품과 연계된 상품을 증정한다. 참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해 미술관이 소장한 근대 명화와 현대 작가 작품 9점을 확인한다. 이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드로잉, 사진, 영상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소장품을 재창조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트위터에 필수 해시태그(#국현집콕놀이, #MMCAchallenge)와 함께 재현작을 공유한다.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이벤트 게시물에 응원 댓글(#코로나19 극복 미술로 응원합니다)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 월드비전을 통해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 '사랑의 도시락'이 전달된다. '소장품 집콕놀이' 재현작 1회 참여시 도시락 3개, 응원 댓글 1회 참여시 도시락 1개가 전달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조리된 음식 대신 즉석밥, 햄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창의적인 재현작을 많이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예술로 건강한 사회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20-08-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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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습 보기, My Dear 피노키오
- My Dear 피노키오展,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봐도 친근한 전시 제목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이 진실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래서 정직함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게 했던 이야기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의 동화로 탄생했고 우리에게는 월트 디즈니가 각색하고 제작한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익숙하다.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는 동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지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껏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캐릭터인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책이나 영화 등에서 봐왔던 것과는 달리 쉽게 접하지 못했던 관련 희귀 도서나 소품들도 진열되어 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국내외 작가들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표현한 피노키오 작품 173점도 전시돼 있다.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첫 번째 섹션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섹션의 작가는 카를로 콜로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누구나 유명 작가들의 피노키오의 해석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플래시 없이 대부분 촬영도 가능하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영상이나 나무로 설치된 작품과 소소한 소품 전시가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로베르토 인노첸티 작품 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나무토막으로부터 학교에 다닐 즈음의 나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유아기를 지나며 성장하는 과정 없이 그렇게 곧바로 세상 속으로 던져졌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많은 작가가 피노키오 캐릭터에 집중할 때 피노키오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품 속에는 피노키오의 성장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다. 마을이나 마을 사람들, 시대적 풍경이 피노키오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화풍은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의 소박하고 적막한 골목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앤서니 브라운, 제럴드 맥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이 그려낸 개성 넘치는 피노키오를 볼 수 있도록 몇 개의 전시관이 이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민경아, 조민서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독특하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우리가 몰랐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풀어놓아 시종일관 흥미롭다.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그림과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영상 역시 재미있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도 있는 관람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시간 맞춰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 이해도 쉽고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된다.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복합 전시 'My Dear 피노키오展'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주부가 유난히 많았다. 피노키오라는 동화적 특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작가 콜로디는 동화를 쓰면서 "어른들은 즐겁게 해 주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작가들의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전시장 입구부터 노랑과 분홍, 파랑 등의 밝고 과감한 색감이 압도한다. 그림동화다운 따스하고 서정적인 느낌 속에 푹 파묻혀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전시기간: 6월 26일~10월 4일 관람시간: 10시~19시(매표 및 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 원 ★ 그림자 극장: 토․일요일 11:30 / 13:30 / 16:00 (선착순 20명) ★ 도슨트 해설: 화요일~일요일 11:00 / 13:00 / 15:30 / 17:00 ★ 구연동화 : 피노키오의 오리지널 이야기(화요일~금요일 14:30 / 16:30)
- 2020-07-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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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 흐드러진 양천 향교를 걷다
- 사람들은 꽃철이 되면 아랫녘으로 떠나고 수목원을 찾지만 나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양천 향교에 간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이곳에 가면 조용한 향교 담장 위로 피어난 능소화를 볼 수 있다. 옛 교육기관에서 꽃과 함께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도심 속에서 옛 시간과 소통하는 양천 향교는 마을 골목길을 따라 잠깐 걸어 들어가 사찰 홍원사 뒤편으로 가면 있다. 산을 등지고 안정감 있게 들어앉은 모양새다. 향교는 옛 성현들의 덕을 기리고 제를 모시며 지방 향리들을 교육하던 기관이다. 현대적 교육기관이 생겨나면서 대부분 해체되었지만 아직도 전국적으로 230여 개의 향교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양천 향교만 남아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조선 태종 연간(서기 1411년경)에 설립된 양천 향교는 옛 선비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미디어 시대에 맞는 생활예절 교육과 함께 다양한 소통 창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 여파로 휴관 중이다. 그래서 더 조용해진 향교다. 담장을 둘러쌓았던 능소화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그래도 잊지 않고 피어나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듯 꽃잎을 활짝 열었다. 능소화의 전설 속에는 그 옛날 구중궁궐에 살던 소화라는 궁녀 이야기가 있다. 어여뻤던 소화는 임금의 사랑을 얻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어느 날부터 임금이 자신을 찾지 않자 그리움에 점점 병이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장 밑을 서성이고 내다보며 오매불망 임금만을 기다리다가 안타깝게 세상을 뜬 소화. 그녀는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고 했고 그 영혼이 깃들었는지 소화가 지냈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꽃이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능소화다. 능소화는 오래전 사신들이 중국을 드나들며 가져온 꽃으로 화사한 색상과 모습이 기품 있어 양반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사대부 뜰에서만 볼 수 있었고 민가에서는 함부로 심지 못했다. 사람들은 능소화가 다 피고 질 때 미련 없이 꽃송이를 톡 하고 떨어트리는 모습이 마치 소화의 지조를 닮은듯하다고 풀이한다. 능소화의 꽃말은 '영광', '기다림', '명예'다. 예전에는 능소화가 흔치 않았다. 그래서 이맘때면 멀리 경상도까지 내려가 운치 있는 한옥 담장을 뒤덮으며 피어난 능소화를 촬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강변 산책길에서 굵은 나무 기둥을 칭칭 감으며 피어난 능소화를 볼 수 있고 고속도로변의 높은 벽을 뒤덮으며 피어난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능소화 터널을 이룬 신식풍 조경의 공원도 생겨났다. 어느덧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능소화는 역시 담장을 타고 피는 게 제일 어울린다. 마침 향교 관리인이 굳게 잠긴 문을 잠깐 열어주어 동재와 서재, 그리고 강학 공간이 있는 마당까지 들여다봤다. 향교 옆길로 한 걸음 옮기면 궁산 근린공원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숲길은 여름인데도 서늘하다. 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이 있다. 아울러 겸재정선미술관과 궁산땅굴, 구암공원, 허준박물관으로 연결되는 강서 역사문화 둘레길을 알차게 돌아볼 수 있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 때문에 실내 관람은 어렵다. 바이러스로 조심스러운 세상이다. 지금은 향교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주변 뜰을 거닐며 유생들의 선비정신과 능소화의 전설을 떠올리는 시간도 제법 괜찮다. 게다가 한적한 분위기가 유유자적 생활 속 거리 두기에 적당하다. 향교를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유물처럼 생각하기 전에 한 번쯤 옛 성현들의 흔적을 통해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뜰에서의 담백한 어느 하루, 여름 햇살을 받은 능소화가 향교 담장 위에서 눈부시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 234 △ 주변 볼거리 △서울식물원을 비롯해 겸재정선기념관, 구암공원, 허준박물관, 궁산땅굴이 이어져 있다. 향교 입구 부근에 위치한 사찰 홍원사와 전통 방식으로 면을 만들어 국수를 주렁주렁 널어놓은 ‘옛날국수’ 집 구경은 덤이다. △이타제면소의 잔치국수(5000원)와 굴림만두(4000원)로 맛난 한 끼가 가능한 곳이 근처에 있다.
- 2020-07-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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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하고 싶은 순천만 나들이!
-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기에 그 감동은 몇 배나 더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두 곳을 관람하기에 하루해가 모자랐다. 입장료도 제법 비싼 편인데 통합관람권으로 구매하니 대폭 할인이 된다. 올해 3월 은퇴하면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진즉 포기했다. 대신 국내 여행으로 순천을 선택했다. 대만족이다. 날씨까지 화창하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정원 박람회를 개최했던 장소다. 112만 ㎥(약 34만 평) 부지에 23개국 83개 정원이 꾸며진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이다. 넓은 대지에 세계 유명 정원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고 있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할 때 봤던 세계 정원과는 판이하다. 그때 본 정원들은 소꿉장난하듯 그 나라의 상징물들로 꾸며져 있었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가 숲길 따라 나라별 정원을 관람할 수 있다. 걷는 곳마다 꽃길이라 화사하고 잘 가꾸어놓은 잔디밭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쉬어 갈 수도 있다. 누워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긴 의자도 준비되어 있다. 그야말로 자연 친화적 정원이다. 풍차가 있는 네덜란드 정원에서는 꽃향기에 취하고 각 나라의 정원도 마치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감상할 수 있다. 길이 175m인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 위에 설치한 미술관이다. 14만여 명의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동천이 흐르는 꿈의 다리를 건너 한국 정원에 이르는 길에 만나는 조그만 산은 전체가 철쭉 정원이다. 봄에 가면 천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전통 양식을 잘 보여준다. 부지런히 걸어도 한 바퀴 돌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 듯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나는 호수정원은 그림 같다. 잔디마당과 봉화 언덕이 있어 나선형의 꼭대기까지 걸러 올라가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호숫가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가져온 책을 읽으며 쉬노라니 불어오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국가정원을 관람한 뒤에는 순천만 습지로 연결되는 스카이큐브가 있어 바로 넘어갈 수 있다.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이곳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다. 녹색의 갈대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가슴이 확 트인다. 갈대 숲속에 만든 데크 숲길을 따라 걸으며 갈대들이 서로 몸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 정겹다. 문득 올려다본 청명한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가득하다. 마치 자연의 품속에 안긴 듯하다. 습지에서는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순천만의 상징인 짱뚱어가 진흙 바닥에서 구멍을 뚫고 기어나 오는가 싶더니 다른 놈들과 영역 다툼을 치열하게 벌인다. 그러다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후다닥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생긴 모양이 우스꽝스러운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동면 어류로 잠둥어라 불리기도 한다. 건강한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 습지의 또 다른 주인은 게다. 사다리꼴 모양의 칠게는 새의 먹잇감으로 유명하며, 도둑게는 벽을 잘 타고 동작이 재빠르다. 바닷가에 있는 민가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습지에서 한주먹하는 놈은 단연 농게다. 암놈은 몸집이 작고 두 다리도 짧지만 수놈은 한쪽 다리가 크고 길어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분명 기형의 모습인데 힘센 한쪽 다리를 치켜들며 갯벌을 주름잡는 듯한 자세다. 작은 다리로 갯벌의 먹이를 주워 먹고, 크고 긴 집게발은 자랑처럼 휘두르는 것 같아 재미있다. 학창 시절 힘자랑하던 친구가 떠올랐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순천이라는 곳으로 달려왔다. 만족스럽다. 유럽의 어느 관광지 못지않다. 가끔은 이렇게 보물 같은 관광지를 찾아 국내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 계절마다 이곳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지금은 녹음으로 가득하지만 가을에는 갈색의 갈대숲이 반길 것이고 겨울에는 철새들이 날아드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운이 짙게 남는 여행이었다. [관광 안내 정보] 관람시간: 순천만국가정원(08:30~20:00), 순천만습지(08:00~19:30) 입장료: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통합입장권: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8500원, 어린이 5500원 (국가정원과 습지 입장 가능) 주소: 순천만국가정원(전남 순천시 국가정원 1호길 47), 순천만습지(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 2020-07-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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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지는 읽기 그리고 생각해보기
- - 도서명: 지리의 힘 - 지은이: 팀 마샬 - 번역: 김미선 - 출판사: 사이 미국은 어떻게 20세기 초강대국이 되었는가? 중국은 왜 강력한 해양 대국을 꿈꾸는가? 중동지방에서 계속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같은 아메리카 대륙인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간의 경제력 차이는 왜 나는가?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주요 국가들의 상황과 국가 간 대립, 분쟁의 근본 요인을 각 국가가 처한 자연 지리에서 찾는다. 전 세계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에서 지역 갈등, 정치, 종교, 민족, 역사, 문화에 대해 25년 동안 취재 활동을 해온 영국 BBC 방송기자 출신의 저자는 지리적 요인에 의해 인류의 각 공동체와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어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공동체별로 ‘자연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했는지’,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영유권 분쟁, 자원 전쟁, 경제 전쟁 등 각 지역의 갈등 원인이 된 지리적 요인은 무엇이고, 갈등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까지 간략하게 잘 정리해놓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선, 한반도의 위치와 높은 산맥이 없는 이유로 강대국들의 대외 팽창정책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지정학적 관점에 따른, 우리나라의 숙명에 대한 단호한 분석이다. 중국 때문에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맺고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저자의 지적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한 ‘한반도 분단’ 문제는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한 번 더 환기해준다. 평소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세계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현대사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구 중심, 미국 중심의 시각이 보여 조금 아쉽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지리적 현실을 함께 맞이하려면 인류가 함께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면서. ▶ 책 읽은 소감: 만약 독서의 목적이 세계 역사와 현대사에 대한 지식의 충전과 정보의 획득이라면 100%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압축해놓은 점 또한 장점이다. 서구 중심의 관점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도서다. ▶ 평점: 3.89 (5점 만점) ▶ 논제 -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였던 저자는 ‘미국 편’에서 “미국의 인구지형도 변화(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관심이 라틴아메리카와 극동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느리게나마 식어갈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유대인 금융 자본이 주축이 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아래 인구 구성의 변화만으로 그런 현상이 과연 나타날까요? 저자의 예측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83) - 저자는 한국 문제를 주로 전쟁 발발 가능성에 두고 설명합니다. 즉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선택은 각국의 명분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일정 부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통일은 한반도의 경제가 한동안 후퇴할 것이기에 이미 세계 최고의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이 이 번영을 포기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복잡한 입장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방법은? (p.174) - 저자는 세계의 역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지리의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재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입니다. 지리적으로 부딪히지 않았던 두 강대국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 무대에서 조우한 이래 현재는 여러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양국 간에는 직접 전쟁을 치른 경험도 이미 한 번 있습니다.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 두 국가 간에 두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지점은 어디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요? (p.79) - 저자는 중국에 대해 인권이나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전대미문의 사회적 동요가 발생해 수십 년 후퇴할 거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이런 관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54)
- 2020-07-06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