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 날씨와 함께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도심 외곽 지역인 북한산 일대에서 28일께, 도심 지역은 이보다 조금 늦은 11월 초순에 들 전망이다.
도심 주변 단풍 관광지에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현재, 거동이 불편해 단풍을 자유롭게 즐기지 못하는 시니어 수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고령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열린관광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열린관광지란 비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등 신체적 부자유층까지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관광지를 말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조성 완료된 열린관광지는 전국에 총 49개소가 있고, 43개소가 추가적으로 조성 진행 중이다.
주차장, 화장실, 휴게공간, 주요 관광 동선의 경사로 등을 노약자와 같은 관광 취약계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보수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관광의 접근성과 모든 다양성을 포용하는 포용적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열린관광지의 핵심이다.
고령층도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이들 열린관광지 중 서울 근교의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용인 한국민속촌
용인 한국민속촌은 우리의 옛 모습을 재현해 둔 전통문화 테마파크다. 사계절에 따른 전통 생활문화의 변화를 고이 간직한 한국민속촌의 가을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형형색색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는 기본이고, 전통가옥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절초, 메밀꽃 등 야생화가 한 데 모여 있는 한국민속촌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야생화의 보고라 불리며 가을철 단골 출사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에 위치한 갯골생태공원은 국내 유일의 내만(內灣) 갯벌을 만날 수 있는 공원이다. 바닷가의 넓은 갯벌과 달리 깊고 좁은 곡선 형태의 갯골과 함께 옛 염전의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단풍 구경을 생각하면 흔히 산을 떠올리기 쉽지만, 갯벌에도 단풍이 든다. 칠면초, 퉁퉁마디, 나문재 등 소금기 많은 곳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은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붉게 물든 염생식물과 함께 우거진 갈대와 억새, 핑크뮬리는 무르익는 가을 분위기를 더한다.
춘천 남이섬
남이섬은 북한강에 있는 14만 평의 넓은 섬으로, 가을이면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가을꽃이 어우러져 단풍 명소로 손에 꼽히는 관광지다. 이르면 10월 초순부터 계수나무, 단풍나무가 황금빛 자태를 드러내고 벚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나무도 각자의 개성이 담긴 색채로 조화를 이루며, 남이섬의 풍경을 풍성하게 자아낸다. 특히 남이섬 초입부에서 만날 수 있는 ‘손잡고 단풍길’은 노랑과 빨강이 한데 모여 더 큰 빛을 발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백풍밀원(百楓密苑)’을 만날 수 있는데, 100그루의 단풍이 심겨 있다 하여 붙어진 이름처럼 장관을 이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퇴직한 50+ 기술전문가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50세 이상 기술 전문 인력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9일 개최한 '50+ 기술전문가, 중소기업에서 살아가기' 온라인 포럼에서 백훈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상생협력연구위원이 이 같이 언급됐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뒤 퇴직한 중장년 전문 인력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현재 중장년 퇴직 전문 인력 활용 사업은 매우 미미하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 자문과 숙련 전수 같은 사업에서도 전문인력 확보와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산업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데 대규모 사업체(500인 이상)보다 7.3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50+ 기술 전문 인력의 일·활동 지원과 중소기업의 산업 기술 인력난 해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50+기술전문가, 중소기업에서 살아가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늘고 있는 은퇴 전문 인력을 활용할 방안을 찾고, 50+ 퇴직 기술 인력과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일자리 지원사업의 확대와 효과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백훈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상생협력연구위원은 ‘50+ 고경력 기술인력 일자리 사업의 방향성’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정부의 경제 개발 정책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 결과, 경제 규모로 세계 10위에 올랐으며 기업과 고용 성장을 이뤄냈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국민 대다수의 삶과 활동무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문화적·기술적 측면의 글로벌 및 국내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 경제에 장애 요인 발생하고 있다”며 “청년 실업이 지속되고 초고령화로 50세 이상 은퇴 전문 인력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하지만 산업의 핵심 축인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숙련 인력 부족, 기술 인프라 부족으로 코로나19가 초래한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에 따른 피해를 직접 맞으며 경영악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차원(상생협력)의 인력 지원 사업에서 청년층 신규 채용 치중, 공급자 위주의 인력 지원 방식, 중소기업 현장과 괴리된 인력 수요 공급 같은 현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장년 고경력 기술 퇴직 인력을 활용한 중소기업 수요와 기술 자문·숙련 전수를 위한 정책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훈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대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R&D 전문 고급인력의 수급이 절실하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생산 체계의 스마트화, 비대면 중심 경제 변화에 따른 관련 기술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제목처럼 삶의 마무리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웰다잉, 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71)를 만나 현시대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실천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원혜영 대표는 은퇴 전 풀무원 창업주, 부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와 관련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웰다잉’이다. 실제로 마지막 의정 활동을 펼친 20대 국회의원 시절,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웰다잉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연명의료 중단은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서 관련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사실 웰다잉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수많은 의정 활동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인생 2막의 주제를 웰다잉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직접 법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삶에서 무수한 선택이 있듯이 하나의 죽음에도 여러 가지 절차와 수많은 선택이 있다. 장례식장 선정, 화장과 매장 같은 장묘법, 재산 분배, 장기 기증 등과 같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전에 잘 결정하면 남은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결국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로 이어진다. 초고령화로 인한 장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문화가 바로 웰다잉이라고 생각해, 은퇴 후 봉사활동 차원으로 열심히 웰다잉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웰다잉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
‘웰빙’은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큰 터. 반면 ‘웰다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전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는 도심에서도 종종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이 커서, 의학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약 70%는 병원에서 죽는다. 예전에는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집에서 죽는 비율이 증가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 내에서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남기는 고통이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변인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이 된 것 같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합당한가?’ 의문이 든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복이 힘들다면 중단하는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이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계속 기름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따라서 ‘우리 사회가 현대의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사회에서 용인하고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웰다잉의 본질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망 당시 입원한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는 상급병원과 비교해 윤리위원회를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비용도 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회의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다.”
순리대로 정리하는 삶
그는 삶 속에서 웰다잉이 필요한 이유를 “일종의 순리다”라고 말하며, 첫 번째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소개했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가을에는 맺은 열매를 수확한다. 무릇 인생도 같다. 은퇴한 시니어에게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제는 삶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다잉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단추를 유언장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내 삶을 정리하며 쓰는 일종의 종합기록부다. 생전에 고마웠던 이들에 대한 마음이나 남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재산이나 장례 방식 같은 문제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기에 더 값지다.”
덧붙여 웰다잉을 준비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웰다잉을 위해서 우리는 죽음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일상에서 웰다잉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진석 추기경이 장기 기증을 하고 돌아가셨다는데 나도 해볼까?’ 또는 ‘유언장을 쓰는 게 좋다는데 어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면서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식이 먼저 꺼내는 것보다 당사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웰다잉을 공통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톨스토이는 ‘인간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준비하는 게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다. 유언장 쓰기, 장기 기증 서약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웰다잉은 잘 죽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한번 정리하고 새로운 자세로 인생을 살게 하는 중요한 중간 점검과 같다. 이는 곧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이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했다.
“천만 노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웰다잉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죽는 노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품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죽음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 병원에서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싶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웰다잉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비움 라이프’의 마지막 글에서는 죽음을 성찰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한다. 8세기 인도의 고승 파트마삼바바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죽음을 준비 한다”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풍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모양이다.
‘액티브’한 죽음을 위해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양준석 연구원은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세상과의 단절로 사람들에게 잊힐 것이라는 불안,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등이다. 양 연구원은 “죽음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계를 직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며 “죽음을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도 당장 3일 뒤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상상해보면 허황된 다짐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며 “같은 이유로 새해에 유언장을 쓰고 한 해의 마지막에 다시 읽어보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웰다잉’(Well-Dying)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맞이하고, 인식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웰다잉 관련 시장 규모가 해외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2020년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관련 담론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생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살고 싶다면, 죽음마저도 ‘액티브’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새해를 맞아 지나온 삶을 톺아보고, 생의 마지막 서류들을 준비해보는 것이 ‘좋은 죽음’의 출발점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서명하기
웰다잉은 연명의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됐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에서 거부해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19세 성인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두는 서류다. 작성을 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방문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찾으면 된다. 비용은 무료다. 만일 기관에서 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작성된 서류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며, 작성자는 언제나 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활용 방법은 환자의 의사 능력에 따라 나뉜다. 의사 능력이 있다면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서류를 조회하고, 환자에게 서류상의 내용이 현시점에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해야 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2018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는 8만 명 남짓이었지만, 2020년 11월 기준 총 74만 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80% 이상이 고령층이다. 아직 전체 인구 대비 등록률은 미미한 편이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성큼 다가온 만큼 앞으로 더욱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 손으로 준비하는 작은 장례식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면서 장례식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간소화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망자를 기리고 애도하는 자리가 유족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장례식장 문화를 보면 상을 당해도 슬퍼할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식장을 알아보고, 부고(訃告) 소식을 알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식이 끝난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가구당 장례 평균 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며, 이 중 식장과 음식 접대비에 드는 비용이 80%에 달했다.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의례’는 부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라고 여긴 조선시대 유교적 풍토의 영향이 크다.
이에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장례를 원하는 이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원하는 장례 의식과 절차를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부고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 및 조화, 음식 대접, 염습·수의·관 선택 여부, 시신 처리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임종 직전 생명 연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장례의향서는 죽은 뒤 떠나는 방식을 정해놓는 서류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의 사전장례의향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수행복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광영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 대표는 “과거에는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혔지만, 요즘에는 영안실에서 시신을 안치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의 관이나 수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장례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 자식들에게 내가 죽으면 장례 절차를 최대한 생략하고 산에다 뿌린 다음 내 생일에 식사나 한 끼 하라고 일러두었다”며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고장이 나면 버리듯 때가 되면 육체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감는 순간까지 유언과 같은 삶을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가족 간의 ‘상속 분쟁’을 방지함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법 제1060조에 따르면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신이 남긴 유언장으로 가족 간 잡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써야 한다.
유언은 크게 자필증서, 녹음, 공증증서, 비밀증서 등 5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다. 자필증서는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종이에 작성하는 유언이다.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더라도 타인이 대신 썼거나,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은 인정받지 못한다.
유언장에는 이름, 날짜, 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어르신들이 유언장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주소를 적지 않는 것”이라며 “아파트 동과 호수까지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언의 법적 효력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유언장이라도, 자신의 삶이 유언과 닮아 있지 않다면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들이 유언의 내용을 지키길 원한다면 타인의 모범이 되고, 유언의 내용에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강 소장은 “본인이 베풀지 않고 살았는데, ‘나누며 살라’는 말을 남기면 자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생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설령 유언장이 없어도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본받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유언장과 일치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내 노년층 5명 가운데 1명은 근감소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팀은 국내 70~84세 노년층 2123명(남성 1070명, 여성 1053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 발생빈도를 분석해 얻은 이 결과를 의학 국제학술지 JAMD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6월호에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9년 아시아 근감소증 지침을 기반으로 악력과 보행속도, 사지근육량(이중에너지 X선흡수법)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약 228명(21.3%), 여성은 약 145명(13.8%)이 근감소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 노년층 건강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수치”라고 말했다.
또 원 교수는 “5년째 진행 중인 이 사업은 노쇠, 근감소증의 진단·원인·결과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며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의 고령자 보건정책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된 논문 제목은 ‘한국 지역사회거주 노인의 근감소증 : 2019년 아시안 근감소증 지침 개정판 적용’(Sarcopenia in Korean Community-Dwelling Adults Aged 70 Years and Older: Application of Screening and Diagnostic Tools From the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 2019 Update)이다.
어지럼증은 남성보다 여성이 두 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고,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 연구팀(제1저자 김효정 연구중점교수)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약 16년간 병원에서 어지럼증으로 진료 받은 2만1166명의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과 나이, 성별 등의 인구학적 특성에 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이석증이라고 부르는 양성돌발체위현훈(24.2%)이었다. 이어 심리어지럼(20.8%),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에 의한 어지럼(12.9%), 편두통성어지럼(10.2%), 메니에르병(7.2%), 전정신경염(5.4%)의 순으로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는 19세 미만에서 편두통성어지럼(35%)이,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양성돌발체위현훈(28.2%)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 19~64세 사이 성인에게서는 심리어지럼(26.3%)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어지럼증의 발생 빈도는 50대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이 두 배가량 어지럼증이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성돌발체위현훈, 심리적어지럼, 메니에르병으로 인한 어지럼증 모두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났고, 편두통성어지럼의 경우에는 81%의 환자가 여성이었다.
김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을 규명하고 향후 어지럼증의 증가폭을 예측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가오는 초고령화사회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사회적 제도 및 의료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를 활용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노년층의 행복감을 높이고 생명까지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텔레콤과 바른ICT연구소는 ‘행복커뮤니티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제공 1주년을 맞아 성과와 이용 효과를 발표했다. 바른ICT연구소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평균 연령 75세의 독거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이 서비스의 효과 등을 분석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인공지능 돌봄’은 노년층의 정서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은 음악감상(95.1%), 정보검색(83.9%), 감성대화(64.4%), 라디오청취(43.9%) 순서로 AI 스피커를 활용했다. ‘누구’와 생활하기 전과 후를 비교할 때 노년층의 행복감이 높아지고 고독감은 줄었다.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해본 노년층에게서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뚜렷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 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못해서 너무 답답한데, 아리아가 말을 걸어주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준다”며 “늘 함께 있어 외롭지 않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돌봄’ 이용 후 노년층은 디지털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다.
독거노인들에 대한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AI 스피커는 긴급SOS 호출 기능을 지원한다. 독거노인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해서 ICT케어센터나 ADT캡스 등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실제 긴급구조로 이어진 건수는 23건이었다.
‘소식 톡톡’ 서비스는 정보취약계층인 고령층에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이 서비스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하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인 ‘두뇌톡톡’은 노년층의 인지 능력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뇌톡톡’은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서비스로 SK텔레콤과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두뇌톡톡을 8주간 매주 5일씩 꾸준히 이용한 노년층의 경우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증진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두뇌톡톡으로 2년가량 치매 발현을 지연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기억검사’ 서비스도 이번 달부터 추가됐다. 이 서비스는 짧게 각색된 흥부전 중 하나를 듣고 관련 퀴즈를 풀면, 정답 개수에 따라 기억 건강 단계를 알려준다. 기존 인지 검사 프로그램을 어르신들이 집안에서 혼자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인공지능 돌봄은 기업이 ICT 기술을 활용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 5G 시대 맞춤형 ‘인공지능 돌봄’ 고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는 지금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시니어들의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많은 기업이 참여하였다. 모르면 손해이다. 그냥 숨만 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많이 보고 듣고 배우고 실행하여 건강 수명을 최대한 늘려야만 한다. 알고 실천하는 만큼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삼성동 코엑스 C3 4홀에서는 '액티브 시니어 페어 2017' 행사가 열리고 있다. 기간은 10월 11일부터 3일간이었다.
혈액순환을 돕는 운동기구,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건강베게 등이 있고 백내장 검사, 혈당 검사, 몸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도구 등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참살이를 추구하는 시니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람회에서 문화 충격을 받은 것은 장례문화였다. 지금의 장례문화는 일제의 잔재란다. '헐! 이럴 수가! 80년대 초에 이외수의 를 읽고 경악했었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맥마다 중심에 쇠막대기를 박았다. 우리민족의 혼을 말살하려는 술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악독한 일본놈들'이라고 이를 갈았는데 다시 한 번 디테일한 일본인들의 교활함에 섬짓해졌다. 삼베옷은 불효했다는 의미로 자손들이 입는 거지 망자가 입는 옷이 아니란다. 죄수나 천민이 입던 삼베옷을 일제가 의례준칙을 통해 수의로 제정한 후 실행을 강제했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값비싼 수의를 장만하느라고 애를 쓴 것이다. 대표 이미지 한복이 수의로 추천되는 샘플 중 하나이다. 중국산 삼베수의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싸구려 폴리에스터 제품이 80만원짜리라고 하였다. 패션과 패블릭을 공부한 내가 보기에는 여간 허접한 것이 아니었다. 국화는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꽃이라 한다. 장례식에 추천되는 꽃은 카네이션이나 계절꽃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수의도 본인이 좋아하던 옷을 입히면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생활 깊숙이 박혀 있는 일제 잔재를 하루속히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문화 바로 알리기'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한 고민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이나 유품의 정리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무작정 버리기에는 아까울 물건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한 물건들이니 미리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맡아줄 누군가가 있다 해도 미안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은 유품정리에 대한 문제의식도 빨랐다. 일본의 경우 유품정리가 이슈가 된 것은 고독사하는 사망자의 수가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장례를 처리하고 상속할 자녀가 없는 경우 본인의 유품을 처리하기가 곤란한 것도 문제가 됐다. 실제로 일본 정부에서는 2030년 초고령화로 인해 50세 남성
3명 중 1명은 미혼인 상태에서 사망하게 되며, 전체 노인 중 절반은 고독사하게 될 것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을 정도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유품정리사다. 일본 유품정리사인정협회(遺品整理士認定協会)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일본 내에서 유품정리사로 활동 중인 인원은 약 1만6000명에 달하며, 등록법인도 900여 개나 된다.
버리는 것만이 능사 아냐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품정리사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편.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품정리 업체 중 상당수는 고독사하거나 살해당한 시신을 수습하는 ‘특수청소업체’다. 아직까지는 고인이나 고인의 유품을 직접 처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유족이 있거나 고인이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주로 폐기물업자나 재활용업자가 유품을 처리한다. 고인이 사용하던 집기를 헐값에 사들여 사용 가능한 제품은 중고물품 업체에 판매하고 나머지 유품들은 폐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유족에게 직접 의뢰를 받기도 하지만 상조업체나 장례식장 등을 통해 일을 맡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고인 유품에 대한 이러한 처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대표적 유품정리회사인 키퍼스의 한국법인 키퍼스코리아의 김석중 대표는 이렇게 조언한다.
“국내에선 고인의 유품을 버리고 처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족들도 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나 유품정리의 기본은 판매를 통해 환급 가능한 유품을 골라내고, 사회적·문화적 자산에 대한 온당한 가치를 매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버리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또 상속 등 법률적 절차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상을 뜨기 전에 직접 자신의 유품정리를 부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 다급하게 유족에 의해 의뢰를 받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 고인이 미리 부탁할 때엔 사망 후 자녀나 지인을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요양병원이나 상조회사 등을 통해 영면 소식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사전정리가 필요
전문가들은 죽음을 앞두고 운신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허둥지둥 정리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조금씩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두길 조언한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서신과 같은 개인적인 추억의 물건을 기록물로 보고 남길 것인지, 아니면 미리 파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본인 입장에선 자산이라 보기 어려운 것들도 물건에 따라 기증 등을 통해 활용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또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이 힘들지 않도록 미리 조금씩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품을 정리할 사람을 미리 정해놓거나, 사전에 유품정리 부탁을 할 만한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사후의 유품 정리는 본인이 결코 할 수 없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일을 맡을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르던 반려동물의 처리는?
고인이 기르던 반려동물도 문제다. 반려동물의 양육이 더 이상 어려워질 때 지인들에게 분양하거나, 관련 기관에 분양을 부탁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유기견이나 유기묘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에 맡기는 것도 미덥지 않을 때가 있다. 비용과 함께 양육을 부탁한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련 신탁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KB펫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지정하면, 은행이 고객이 사망한 후 반료동물의 보호나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일시·분할해서 지급하는 신탁상품의 일종이다. 처음 출시됐을 땐 반려견만 해당됐지만, 최근에는 반려묘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가입 문턱도 높지 않다. 일시금을 맡길 경우엔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일 경우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저출산과 수명연장,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9월 27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KCERN) 제29회 정기포럼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한 각계 분야 패널들의 조언을 담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이남식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고령화 위기 진단’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번 포럼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은 사용자(실제 고객)와의 공감을 중요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니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이면서 훨씬 더 폼 나고 위엄 있게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토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시니어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창조경제연구회의 이민화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고령화”라고 언급하며 “속도는 빠르게, 질은 나쁘게 늙어가는 게 한국의 문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KSM(KCERN Silver Model)을 제시해 고령화 현상 및 정책을 분석하며, 고령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긱은 일종의 소규모 밴드로 인력 매칭 직업의 종말과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긱 플랫폼, 일본의 클라우드웍스 등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시니어 프리랜서와 사내 기업가 양성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초고령화 국가가 되기까지 10년 남았다. 만약 고령화가 선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제도와 기술혁신 등으로 4차산업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김일섭 aSSIT 총장의 진행으로 패널 토론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자들은 대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 경쟁이 과열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은데, 그보다는 기술창업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시니어창업기술센터가 23곳, 여기에 투입된 기업만 430여 개다. 이곳에서 중·장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보조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니어가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소기업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 모델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멘토 모델이다. 은퇴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등 세대 간 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의 지혜와 집단의 지성이 존중되는 형태로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 단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은퇴자와 청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그동안 노인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연령 차별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시니어 스스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후의 경제력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유익한 삶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노호성 웰니스IT협회&협동조합 부회장은 ‘맞춤형 행복 플레이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해 논의할 때 그들의 건강과 체력은 기본”이라며 “시니어의 체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젊은 세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가령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 등은 그들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를 찾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 겸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관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오갈 뿐”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갈 주체가 필요하다. 연구소나 언론 등 객체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람찬 노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사회의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