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는 향후 5년간 인구 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다가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라는 비전하에 시행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능동적 주체로서의 역할 지원 및 역량 강화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에 계획안 속 중장년의 활기찬 사회 참여를 위한 일자리 관련 주요 전략들을 살펴보자.
이번 계획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라는 두 측면을 균형 있게 접근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의 추진 전략으로 진행한다. 시니어 일자리와 관련한 세부안과 함께 눈여겨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일을 전제로 생애를 기획하는 청년세대들에게 결혼·출산이 장애나 부담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원에 집중한 전략이다. 특히 발달 단계에 맞춰 아동 돌봄의 공공성 및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관련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간제 돌봄 일자리의 확충으로 경력단절여성이나 주부 등 중년여성의 참여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관심 있는 시니어라면 ‘아이돌보미’ 자격증 취득이나 양성 교육 이수 등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꽃중년이라면 아이돌보미 어떠세요?]
‘아이돌보미’는 활동에 연령 제한이 없고, 시간제와 종일제 등 시간 선택이 가능해 중년여성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이 됐거나, 전업주부로 지내온 이들도 그동안의 육아 경험을 살려 도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활동수당은 시간당 기본 시급 8600원으로, 야간, 휴일, 연장근로 시 기본 시급의 50%가 할증된다. 또, 동일한 장소에서 복수의 아동을 함께 돌볼 시에도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아동 2명 돌봄 시 4300원 추가, 3명 돌봄 시 8600원 추가, 2020년 기준). 그밖에 명절상여금, 교통비,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수당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이돌보미 지원 자격: 연령에 상관없이 신체 건강한 활동 희망자
△지원 방법: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모집공고 확인 후 활동 지원 신청서 작성(기관 별 모집 시기 및 방법 상이)
△양성교육 수강 및 이수: 합격자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안내에 따라 양성교육 수강. 관련 자격증 소지자 등 수시 면접 통과자는 면제(당해 연도 보수교육 이수해야 함). 양성교육은 80시간의 이론 교육과 20시간의 현장실습으로 이뤄짐. 양성교육 이수 후 6개월 이내 최소 120시간의 의무 활동을 이행한 경우 교육비 15만 원 환급. 20시간의 현장실습을 마쳐야 최종적으로 아이돌보미 활동 자격 부여.
둘째,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소득·돌봄·주거 등 기본적 삶의 영역에서 국가 책임은 지속 강화하고 능동적 고령자로서의 역할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내년도 전체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0조5000억 원이다. 이중 3조2000억 원으로 정부의 직접일자리 104만2000개를 만드는데, 80만 개가 노인 일자리로 채워진다. 지난해 대비 노인 일자리 규모는 6만 개 늘었고, 예산은 1137억 원이 추가됐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11월 23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2021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참여자 모집을 시행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 신중년 영웅, 5060 퇴직전문인력의 능력 펼치기]
고용노동부도 이달 10일 ‘2021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자치단체가 최대 50%의 예산을 부담해 공동 시행하는 사업으로, 5060 퇴직 전문인력이 지역 내 사회활동을 통해 더 오래 일하도록 지원한다. 내년도 경력형 일자리사업 규모는 올해 2500명보다 2배 늘어난 5000명으로, 예산은 277억 원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향후 고령화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 전문인력이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사회는 이들의 경력을 활용하여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받도록 이 사업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50~69세 미취업자 중 전문자격이나 소정의 경력을 갖춘 중장년이라면 참여 가능하다. 활동 기간은 최대 11개월이며,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다(2020년 월 평균 124만 원). 참여를 원하는 5060 퇴직자는 자신의 경력이나 자격증에 해당하는 분야에 대해 거주지 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된다. 경영전략, 교육연구 등 13개 분야로 나뉘며, 최근엔 드론을 활용한 지역 환경·안전관리, 취약계층 건강관리, 중소기업 재무·노무 컨설팅 등이 인기다.
셋째,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의욕과 능력이 있는 중장년의 인적 제고를 위한 미래형 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이에 퇴직 후 경력을 살려 일할 기회 확대 및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고, 신중년의 계속고용 지원과 다양한 근로 형태를 창출할 계획이다. ‘계속고용장려금’, ‘워라밸일자리장려금’ 지원 등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또,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월 40만~80만 원), 전문인력 재취업 지원(기술 및 연구 인력) 등 퇴직 후 전문성 활용 기회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생애경력설계(정부지원 경력설계-훈련-취업지원 패키지), 재취업지원서비스(기업), 생애전환기 노후준비(국민연금공단) 등 신중년 경력설계 및 역량 개발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중점 프로젝트 40선 예산’에 따르면 ‘중장년의 재기를 돕는 일자리 지원 패키지’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총 3602억 원이다. 올해 2594억 원 대비 1008억 원이 추가 책정됐다(+38.8%). △조기재취업수당(3474억 원) △40대 훈련생계비 한시 지원(75억 원) △재취업서비스 지원(52.9억 원) 등 총 세 항목으로 나눠 집행한다. 이를 통해 중장년 이·실직자의 재취업 소요 기간을 단축하고, 양질의 일자리 이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과 중장년 일자리]
내년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국판 뉴딜’ 정책 시행에 따른 디지털·그린 뉴딜 직무 확대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에서도 디지털·그린 뉴딜 직무와 인원이 확대되는 등 관련 분야에서 50+세대 일자리가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에 지난 1일 열린 '50+일자리 특별포럼'에서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저탄소 친환경 사회로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므로 50+세대 역시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팜 구축, 신재생 관련 제품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 및 서비스도 활발히 이뤄질 계획이니,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니어라면 관련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디지털, 그린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으로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전망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며 "컴퓨터 활용 능력,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시장성 등을 배우고 폴리텍대학, 중장년 창업기술센터 등 50+세대를 위한 다양한 기관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요실금은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방광의 자극이 심해지고 땀과 호흡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량이 줄어 요실금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소변이 심하게 마렵거나 참지 못해 소변을 흘리기도 한다. 모임은커녕 지인들과의 짧은 만남도 두려워 항상 집에만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암’으로도 불린다.
이동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내 중년 여성 인구의 약 40%는 요실금을 경험한다”며 “특히 노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데 임신이나 출산, 에스트로겐 농도 저하가 원인이다”고 했다.
요실금, 겨울에 더 심해지는 이유
요실금은 크게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 일류성 요실금 등으로 구분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하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누웠다 일어날 때처럼 복압이 상승할 때 주로 소변이 새는 증상을 말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소변이 심하게 마렵거나 참지 못해 소변이 새는 증상이 나타난다. 일류성 요실금은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잔뇨가 많아 소변이 넘치는 증상이다.
여성에게서 흔한 복압성 요실금은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이 약해져 생긴다. 임신과 출산, 폐경, 자궁 질환(자궁적출) 등으로 요도의 닫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요도의 길이가 짧아 요실금이 더 잘 생긴다. 노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은 ‘제3의 성장통’이라고 불릴 만큼 질 이완, 괄약근, 외음부 근육의 약화를 불러일으킨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결핍은 요도점막 위축을 유발하고 요도 폐쇄력 감소로 이어져 요실금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요실금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커피나 탄산음료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촉진해 방광과 요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꽉 끼는 속옷이나 스타킹, 레깅스 등을 입는 것도 방광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비만인 사람은 복압이 증가해 요실금이 더 잘 생긴다.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속옷이 젖는 절박성 요실금은 요로감염이나 약물 복용, 중풍이나 치매 같은 뇌신경 질환이 원인이 돼 나타난다.
수술 부담으로 참는 경우 많아…수술 능사 아냐
요실금이라고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마다 증상과 정도가 다른 만큼 각기 다른 치료법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복압성 요실금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골반근육운동 등의 물리치료를 통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설사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고 흉터가 남지 않는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요도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슬링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요도 밑에 테이프를 걸어 주는 방식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정상적인 배뇨에 관한 교육과 함께 바이오피드백, 자기장 치료, 케겔운동 등을 하면 방광의 크기가 늘어나고 강화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항콜린제라는 약물로 불필요한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고 방광의 용적을 늘린다. 약물이 효과가 없다면 방광 벽에 보톡스를 주사해 근육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키는 치료를 받는다.
절박성 요실금과 복압성 요실금이 같이 동반한 혼합성 요실금은 약물치료와 함께 수술적인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동환 교수는 “요실금은 수술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통증을 참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일상적 불편감과 심리적 불안함이 큰 질환으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며 “최근에는 흉터 없는 요실금 수술이 가능해져 환자분들의 걱정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요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알코올·탄산음료·커피·홍차·초콜릿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피한다. 특히 출산 뒤에는 골반근육운동을 꾸준히 하고, 비만이라면 당장 살부터 빼는 것이 좋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수영이나 유산소 운동 등 전신운동을 하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요실금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이동환 교수는 “흡연은 기침을 유발하고 방광을 자극해 요실금이 심해질 수 있다”며 “규칙적인 배뇨 습관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취침 1~2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아주 특별한 외손자가 태어났다. 첫째가 태어날 때 정상적인 분만으로 고통을 느낀 딸이 이번에는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하기를 원했다. 제왕절개는 독일어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를 직역한 말이다. 즉 ’황제‘의 의미를 갖는 ’카이저‘와 ’자르다‘의 뜻을 지닌 ’슈니트‘가 합해진 합성어라고 한다.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수술로 태어난 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외손자가 이런 수술로 태어나다니 우리 집안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동양철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나는 때를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사주팔자(四柱八字)에 호기심을 느껴 공부를 해본 적이 있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네 간지(干支), 곧 사주(四柱)에 근거해 그 사람 인생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전래됐고,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된 학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주학의 깊이는 전문가들이 보면 아주 보잘것없어도 가족들은 내 실력을 어느 정도는 믿어준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하늘의 뜻으로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제왕절개로 생년, 생월까지는 불가능하지만 생일, 생시는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 달렸다. 딸은 유명하다는 명리학(命理學) 전문가로부터 태어날 손자의 좋은 사주를 받고서 의사와 제왕절개 시간을 상의했다. 의사는 그 시간에는 긴급한 용무가 있어 불가능하다면서 다른 시간대를 제안했고 딸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실망한 눈치의 딸을 위로하기 위해 지금 출생한 시간이 오히려 좋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 우뚝 솟은 나무는 강한 바람을 홀로 이겨내다가 죽기도 한다. 운명적으로 가장 좋은 시간대에 태어나 여러 사람의 추앙을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만큼 세상 사람의 질투도 받아야 한다. 한 단계 낮은 시간대에 태어나 겸손하게 살면서 운이 아닌 본인이 노력으로 열심히 살아가며 차근차근 성공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는 요지로 딸을 설득했다. 예쁘게 보면 다 예쁘다. 세상사를 좋게 보고 그렇게 믿으면 결과도 좋은 법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과학의 발달로 생명의 신비가 밝혀지고 있다. 수많은 정자 중에서 하나가 선택되어 난자와 결합해 생명이 탄생되는 것도 신비스럽지만 어머니 뱃속에서 수만 배로 자라면서 사람의 형태로 점차 발전되는 모습은 신의 영역이라 볼 만큼 경이롭기까지 하다. 식구들이 하나씩 태어날 때마다, 생명의 소중함을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언제나 기뻐하고 있다.
나는 시골의 농사짓는 부모의 슬하를 떠나 고등학교부터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을 했다. 혼자였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후 아들과 딸을 얻었다. 식구가 네 명으로 불어났다. 아들을 품에 안고 산부인과 병원을 나설 때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뻤다. 둘째인 딸을 안고 나올 때는 아빠에게 재잘거리며 앙증맞은 손으로 어깨를 두드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냥 행복했다.
이렇게 키운 자식들이 부모 품을 떠나 제 짝을 찾아가더니 이제는 손자, 손녀들이 하나둘 태어나기 시작했다. 친손자 하나에 친손녀가 둘, 그리고 외손자도 둘이나 태어났다. 손주들만 다섯이다. 명절날 집에 다 모이면 나를 정점으로 식구가 열한 명이다. 축구 한 팀의 숫자와 같다. 하나에서 출발해 세월이 열한 명을 만들어주었다. 성이 다른 친손주, 외손주 구분 없이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이번에 태어난 외손자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눈매는 아빠 닮고 입꼬리는 엄마 닮았다고 하다가 나를 슬쩍 보고는 외할아버지인 나를 꼭 빼닮았다고 수다를 떤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알면서도 듣기 싫지가 않다.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기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며느리에게도 딸에게도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해줬다. “그래도 인생에서 품 안에 자식을 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봐가며 뭘 먹일까 생각하던 시절이 제일 행복한 시절이다. 지나보면 다 알게 된다”라고 말해줬다. 자식이 자라면서 부모를 향해 방긋 웃어주고 예쁜 짓 하는 것만으로도 효도의 제 몫을 다하는 거라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손녀는 직장에 나가는 엄마를 돕겠다고 어설픈 설거지를 해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며느리는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아! 우리 딸이 제법 컸구나! 고맙다”라는 생각이 든다며 며느리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아이들은 가정을 건강하게 해주는 비타민이다. 아이들 잘 키워라.”
자식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이런 말 해줄 자식이 있다는 것, 또 그 자식의 자식이 있어서 대물림의 정점에 내가 있는 오늘이 행복하다.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지난 16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출산 소식을 공개했다.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모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외국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을 했고 일본에서 아들을 출산했다고 하였다. 사유리가 그동안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해왔기에 우리 사회에 던진 파문이 적지 않다. 사유리가 던진 질문에 우린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그 용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니 상상을 했더라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대 의술의 발달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앞으로 의술의 발달은 얼마나 더 큰 일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대 의술과 용기가 결합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사유리는 방송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을 해왔다. 튀는 듯한 언행은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비혼모 출산으로 또 한 번의 화제를 던졌다. 사유리는 그동안의 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한국에서 산부인과를 갔어요. 난소 나이 검사를 했는데 48세라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께서 자연임신이 어렵고 이 수치라면 지금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늦었는데 지금 시기를 놓치면 평생 아기를 못 가진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어요. 사랑하지 않는 남자랑 결혼해서 급하게 시험관을 하고 아이를 갖느냐, 아니면 혼자서 아이를 기르느냐,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었어요. 근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건 어려웠어요.”
그는 한국에서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데 신체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연령이 돼가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고민도 고백했다. 사유리TV에서 ″저는 강하고, 남들 눈치 안 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아빠가 없는 아기를 낳는 것인데, 솔직히 무섭다”고 했다.
이제 그가 걱정하듯 많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싱글맘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 없는 빈자리가 클 것이다. 아빠 없이 커야 하는 아이한테 갖는 미안함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주위의 편견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다부지게 말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을 위해서 살겠습니다”라고.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엄마로서의 그의 강인한 의지가 보였다.
이미 사유리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이 사회는 그에게 응답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태어났건 이 땅에 사는 어머니로부터 탄생한 아이다. 한 여성의 아이이기 이전에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는 모든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정상적인 사내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아빠의 빈자리도 사회에서, 학교 현장에서 채워줘야 한다.
사유리가 던진 질문에 한 발 더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혼 출산뿐 아니라 혼외출산으로 사회적 편견과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적극 포용해줘야 한다. 적어도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사회구성원으로 차별받지 않고 소중한 인격체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참 대단한 선택을 한 사유리가 부디 아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정으로 바란다.
11월 초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모친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박 씨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많은 활동을 해오던 중이었다. 개그맨으로서는 드물게 SKY대학 출신으로 학력도 좋고, 항상 밝은 웃음을 주었기에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당혹했다. 물론 피부병으로 힘들어했다지만 항상 명랑해 보였던 그였기에 충격에 빠진 사람이 많다.
최근 들어 심상찮은 자살 소식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2017년 한 해만 빼고 15년째 1위에 올라 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유럽의 발칸반도에 있는 리투아니아가 OECD 국가에 가입되면서 1위를 했다. 지난여름 리투아니아를 여행했을 때 가이드가 리투아니아 때문에 한국이 자살률 1위를 면한 적이 있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투아니아 샤울레이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십자가 언덕’이 있다. 어찌되었건 2017년 한 해만 리투아니아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우리나라가 다시 자살률 1위를 이어가고 있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개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자살 사망자는 1만3799명, 하루 평균 37.8명이 세상을 떠난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6.9명으로 OECD 국가 평균 11.2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여러 기관에서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명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은 특히 모방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2008년 탤런트 최진실이 자살했을 때 젊은이들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노회찬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2019년 9월 배우 오인혜, 10월 설리, 11월 구하라 등 극단적 선택 후에도 유명인을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의 영향이 우려됐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실직 위험과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예상이 있다. 가중되는 육아 부담, 가정폭력 증가, 경제적 타격은 여성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출산율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자살률까지 높으니 문제다. 2018년 통계청 발표 인구 동향조사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다. 저출산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살률을 낮추는 정책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자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문제의 영향이 크다. 종합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누구나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극단적 선택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주위에 자기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외로움과 소외를 느끼며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을 돌아보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자존감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사지가 없는 극심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동기부여가로 나선 닉 부이치치 같은 사람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한다. “어떻게 태어났든 다 하느님의 뜻이 있는 것이니, 없는 것을 탓하기보다 있는 것에 만족하라”는 말은 그가 평생 간직해온 좌우명이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크다. 인간을 이 땅에 내려보낸 조물주도 중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어여삐 여기실까? 오죽하면 세상을 떠날까 그 마음도 헤아려보지만, 남은 사람들 마음도 아프기에 하는 말이다.
1989년 데뷔 후 30여 년째 뮤지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배우 최정원. 그녀는 뮤지컬이란 장르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발로 뛰며 관객을 모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후에도 출산하던 해를 빼고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그녀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젊은 죄수 록시 하트부터 중년의 죄수 벨마 켈리를 맡을 때까지 작품과 함께 청춘을 보낸 천생 배우다. 그녀에게 무대란 어떤 존재일까.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로 돌아온 배우 최정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을 7년 만에 만나는 소감이 어떤가?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 7년 전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황홀했고,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자긍심이 있었거든요. 다른 배우분들도 작품에 애정을 많이 쏟아서 팀워크도 좋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시즌에도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많아요. 모든 배우들에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오다 메 브라운’은 어떤 캐릭터인가?
오다 메는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봤어요. 엄마가 밥을 먹고, 일을 할 때 귀신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죠. 그리고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돼요. 그러다 영혼이 된 샘과 인간 몰리의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죠. 비록 전과 기록도 있고 사기꾼으로 살기도 했지만, 따뜻하고 정 많은 캐릭터예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이 캐릭터를 맡은 게 매우 즐거워요.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판타지적인 내용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겠죠. 영화에서는 CG 기술을 활용했지만, 고스트는 그런 부분을 마술로 구현했거든요. ‘어떻게 같은 사람 두 명이 무대에 있을 수 있지?’, ‘샘을 따라다니는 파란색 조명은 어떻게 한 거지?’ 하고 감탄하면서 보면 몰입도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해요. 같은 장면이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마법은 감동이 다르니까요.
배우 최정원에게 무대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을 안 하는 것 같다던데, 제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 옷을 입고 “우리 아기” 하며 엄마인 척도 해보고, 할머니 흉내도 내며 놀았어요. 그렇게 놀고 나면 엄청 행복했죠. 지금도 저는 공연이 끝나면 “고생하셨습니다” 하는 인사가 와 닿지 않아요.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오히려 늘 행복하고 기쁘죠. 그래서 고생했단 말 대신 “얼마나 즐거웠어요?” 하고 물어봐주길 바라요.
30년간 쉼 없이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30여 작품에 참여했는데, 제 안에 들어왔던 캐릭터를 떠올리면 저는 점점 더 멋진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캐릭터라도 7년 전의 오다 메보다 지금의 오다 메가 더 맘에 들거든요. 맘마미아나 시카고도 마찬가지고 좋은 점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달라진 점은?
배역도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좋아지는데, 하물며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요. 나이가 들면 주름은 생기겠지만 내면은 젊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대신 미래로 가서 60~70대 제 모습을 보고 싶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작품마다 성실하게 임했으니 시니어로서 제 모습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하죠.
앞으로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사실 저는 감사하게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에도 두 작품에 참여해 관객분들을 만났는데요. 마스크를 쓴 채 큰 박수를 쳐주시는 분들을 보며 언젠가 꼭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로서 50주년을 맞이하면 70세가 될 텐데요. 그때 관객분들을 무료로 초청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연기했던 캐릭터를 모두 선보이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제 꿈이에요.
뮤지컬 '고스트'
일정 2020년 10월 6일~2021년 3월 14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매튜 워처스 출연 최정원, 주원, 아이비, 김승대 등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다가 결국 큰 손해나 화를 입는다는 의미다.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 중 이 속담을 잘 새겨둬야 할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간질환이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병이 움텄다가 악화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B형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알코올 등에 의한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 위험성이 급격히 올라간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추석을 맞아 차례나 성묘 뒤 음복이나 가족끼리 모여 술 한두 잔을 기울이다 보면 자칫 만성바이러스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이 악화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사망률 2위 간암,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
2019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간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는 1만5405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6.6%를 차지하며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망률은 또 얘기가 달라진다. 암종별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간암이 20.7명으로 폐암 34.8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린다. 체내의 다양하고 복잡한 물질대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과 여러 영양소를 생성하고 나쁜 독성물질을 해독한다.
그러나 간은 손상이 심해질 때까지 거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간염으로 간수치가 매우 높아져도, 간경변으로 진행해 간이 작아져도, 간암이 생겨 간에 크게 자리해도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복수가 차거나 황달이 생겨야만, 간암 덩어리가 다른 장기를 누르거나, 출혈이 생겨야만 병원에 찾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권정현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이 비활동성에서 활동성으로 급격하게 악화하거나 A형·B형·C형간염 바이러스에 급성으로 감염되면 열감, 피로감, 소화불량, 우상복부 불쾌감 등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눈이나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발생하는데, 환자들의 경우 눈 색의 변화보다는 소변색이 갈색으로 매우 진해지는 것으로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이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 간질환의 특성상 간질환을 사전에 진단받고 정기적으로 진료하는 것만이 이상 소견을 빨리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 원인은 만성 B형·C형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도 힘들고 사망률도 높은 간암의 주요 원인은 간세포나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간염이다. 간염이 장기간 만성으로 지속되면 간경변 등으로 간섬유화가 진행되고, 새로 재생된 간세포들이 재생결절, 이형성결절을 만들고 이 중에서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B형간염의 경우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암이 생기기도 하는데, 간수치나 간기능이 좋다고 여기는 젊은 만성 B형간염 환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암은 대부분 기저 간질환이 있고 위험인자인 B형(72%), C형(12%) 바이러스 간염과 알코올성 간질환(9%) 환자에서 발생한다. 이 밖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2014년 대한간암학회 간암의 위험요인).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배 증가하고,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0배나 높아진다. 또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의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한다. 권정현 교수는 “간암은 아무 이유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저 간질환 유무를 잘 파악하고, 이에 맞게 항바이러스 치료, 간암 스크리닝 검사, 간경변증의 진행 정도 모니터 등 개별화된 맞춤 진료를 하는 것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백신 접종하고 위생 수칙 준수
B형·C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이나 체액에 의한 비경구적 방법을 통해 전파된다. 대표적인 예로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감염, 성관계를 통한 전염,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돼 감염되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썹 문신, 피어싱, 타투, 환자의 면도기·손톱깎이·칫솔 공유, 비위생적인 침, 부황 등을 통해 전염된다. 동성연애자, 마약중독자, 혈액투석 환자, 환자의 혈액을 취급하는 채혈실 혹은 검사실의 의료인 등도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
헌혈의 경우 바이러스 간염을 미리 차단(스크리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혈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의 가벼운 포옹이나 입맞춤, 식사를 같이하는 등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적다.
산모가 B형간염이 있으면 출생 직후 아기는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 외에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추가적으로 접종한다. 이러한 처치에도 발생할 수 있는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바이러스혈증을 가진 산모의 경우 임신 중·후반기 항바이러스 치료를 예방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권정현 교수는 “만성 B형간염 산모의 경우 아기에게 수직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 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 가능성,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중단 여부, 기존에 치료하던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유지 유무 등 환자로서도 매우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시기다”며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간 내과 진료도 꼭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간염 항체가 있는지 간염 바이러스 보유상태를 알 수 있다. 혈액검사 결과 항체가 없으면 B형간염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알고 있는 경우다. 이때는 간수치의 정상 유무, 무증상에 상관없이 바이러스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 등 정기진료를 받아 간염의 상태에 따라 항바이러스 치료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C형간염은 항체 양성인 경우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권정현 교수는 “B형간염의 경우 대부분의 건강검진 등에서 검사 항목으로 포함돼 있지만 C형간염은 유병률이 낮아 검진 항목에 없는 경우도 많다”며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C형간염 음성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어 “C형간염의 경우 항체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만성 C형간염 진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HCV RNA 검사를 꼭 시행해 양성으로 나온 경우 간수치, 무증상에 상관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1964년생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C형간염 바이러스는 아직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도록 생활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전파 질환으로 문신, 피어싱을 할 땐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도 각자 개인 것을 사용한다.
술은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간질환 환자에서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다. 권정현 교수는 “간은 우리가 먹는 밥조차도 독이라 생각하고 해독작용을 하는 기관으로 술의 대사작용은 간에 큰 손상을 끼친다”며 “술을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 경우 ‘난 간이 술을 잘 해독하는 것 같아’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술의 절대량에 비례해 간 손상이 발생하는 만큼 즐거운 추석 명절에는 술 대신 덕담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호박 고구마’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 나문희.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나문희는 모두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국민배우다.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이름을 알린 나문희는 60년간 영화 22편, 드라마 91편에 참여하며 살아온 세월의 절반 이상을 연기 활동으로 보냈다. 최근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 ‘오!문희’에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트콤에서의 유쾌한 모습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오랜 세월 관객을 웃고 울린 나문희.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시니어를 대표하는 배우 나문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하모니 (Harmony, 2009)
임신 중 교도소에 수감된 '정혜'(김윤진)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교정 시설에서 출산한 경우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입양을 보내야 한다는 법에 따라 품에 안은 아이와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정혜는 합창단 결성을 떠올리고, 정혜의 제안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용자가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개봉 당시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하모니’는 여성 수용자들이 합창을 통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영화에서 나문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문옥’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전직 음대 교수였던 문옥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오합지졸 합창단이 화음을 맞춰가는 순간은 작품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2. 수상한 그녀 (Miss Granny, 2014)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듣고 상념에 빠진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밤길을 거닐던 말순은 우연히 발견한 ‘청춘사진관’에 들어가 영정사진을 찍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말순은 창밖에 비친 낯선 얼굴에 경악한다. ‘할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앳된 얼굴로 변해버린 것. 스무 살의 모습으로 돌아간 말순은 당황하기도 잠시, 돌아온 청춘을 제대로 누려보기로 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나문희와 심은경의 2인 1역 캐스팅으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나문희는 70대 말순을, 심은경은 20대로 돌아간 말순을 연기하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히 심은경은 ‘욕쟁이 할매’를 연상케 하는 구수하고 찰진 사투리를 구사해 나문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3.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2017)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옥분'(나문희)은 온 동네를 휘저으며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프로민원러'이자 뒤늦게 영어 공부에 푹 빠진 늦깎이 학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청에 간 옥분은 새로 전근 온 '민재'(이제훈)를 만나는데, 다른 직원과 달리 까다롭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민재는 옥분의 민원을 연신 거절한다. 하지만 이에 질 리 없는 옥분은 민재를 따라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날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의 모습을 본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색다른 민원(?)을 제기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영어를 배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다룬 내용으로, 실화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2007년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고 김군자 할머니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올라 증언한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국민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
올 초, 전화기 너머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친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드디어 할아버지가 된다! 그러니 손자들이 가장 많은 네가, 할아버지 되는 법 잘 가르쳐주기 바란다~”
그의 외아들이 워낙 늦게, 더구나 연상과 결혼해서 손자 보기를 거의 포기했던 친구다. 그래서 그동안 손자들 사진 보여주기에는 1만 원, 구체적인 자랑 설명에는 2만 원의 범칙금을 수령하며 심술을 부렸었다. 그러나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시작한 전화들이 다음과 같은 사연들로 인해 점차 하소연으로 변해갔다.
태명 대며 갈비 뜯기
일단 ‘임신 축하금’이라는 명목의 지출이 시작되었다. “이거 라떼는 없었는데…”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이 항목이 워낙 광범위하게 전파된 눈치였다. 그래서 ‘지들도 나이 먹어가지고 애 만드느라고 애 많이 썼으니 보신이라도 시키자’ 하는 마음으로 두둑한 봉투를 마련했다. 그 후 손자를 보려면 출산 전부터의 추억이 중요하다며 카카오스토리를 억지로 깔아준 아들 녀석이, 며느리가 산부인과를 다녀올 때마다 초음파 사진들을 보내왔다.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었는데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다. 옆의 각도에서 보니 코가 높아서 예비 아빠를 닮았단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으로 인물 모양새까지 분석하는 것을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참 재주가 좋다고 생각했다.
좀 지나더니 ‘뱃속의 아기’라고 부르지 말고 ‘콩딱’이라는 태명을 부르란다. 심장이 ‘콩콩’ 잘 뛰면서 자궁에 ‘딱’ 붙어 잘 크라는 의미라고 한다. ‘들찬’(들에 가득 찬)과의 경합에서 선택된 태명이란다. 이 태명 부르기가 태교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예비 아빠 엄마는 안 불러도 될 상황에서도 연신 태명을 일부러 부르며 부모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갈비가 드시고 싶단다. 그것도 그 비싼 한우 갈비를. 절대 며느리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콩딱님’께서 드시고 싶단다. 그런 어리광을 또 언제 받아주겠나 싶어 ‘내 돈 내고’ 한우갈비집을 오랜만에 갔다.
예비 할머니는 더 신나고
예비 할머니는 신이 났다. 할머니라는 호칭이 싫다던 그는, 백화점 쇼핑의 대의명분을 확보한 기회를 살려 유아용품점들을 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아들의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문자가 한몫했다. “그것도 안 해주시며 할머니 되려고 하심? ㅋ”
우선 예비 아빠가 어린 시절 입었던 배냇저고리는 이제 너무 낡았다며 수십만 원짜리 저고리를 골랐다. 그 외에 아기 옷을 세탁하기 위한 아기용 세탁기도 따로 샀다. 어른 옷과 함께 세탁하면 균에 오염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모차는 친구가 10년째 타고 다니는 승용차 가격과 비슷했다. 그런데도 아들 녀석은 “제 아들의 첫 차잖아요. 요즘은 승차감보다 하차감(내려서 보는 흐뭇함)이 더 중요하다고요”라며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고집했다. 임부용 영양제도 전달했고 산후조리용 기장 미역을 현지에 주문했으며, 사진관에서 찍은 민망한 며느리의 임신부 사진을 실눈 뜨고 봐야만 했다.
그런데 며느리가 노산이라서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예비 할머니는 시를 잘 받아서 태어나야 한다며 사찰에 가서 택일을 받고 축원기도를 부탁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말이다. 그러나 아들과 예비 손자를 뒤에 업은 예비 할머니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내친김에, 돌림자를 딴 이름은 친가에서 지어줘야 한다며 작명소까지 일찌감치 다녀왔다.
양수가 갑자기 터져 원래 잡은 날보다 이틀 먼저 수술을 하고 콩딱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라 면회가 아예 되질 않았다. 1인당 4만 원짜리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아기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노부부가 가정의학과까지 다녀왔는데. 퇴원하면 사진관에서 또 출산 기념사진을 찍을 거라는 아들에게, 병원비와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태라면서 봉투를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는 액수를 차치하고서라도 합리성이 결여된 지출 항목들과 쓸데없는 과정이 많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정부 지원의 산후도우미 시스템이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아기용품 대여 서비스는 찾아보지도 않고, 육아휴직을 하면 수당이 적어질 것 같아 유아용 카시트 사는 게 걱정이 된다며 눈치를 보는 아들 녀석이 얄미워지기까지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기 사진을 보며 친구들이 “어? 손자가 자네랑 판박이네” 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면서 “그렇지! 식구들도 다 그렇다고 하네~” 하며 밥값을 계산했다.
아기 울음소리의 대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2018년 0.98명보다 더 낮아졌다.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고, 평균이 1.63명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아기 울음소리 듣는 것만으로 모든 것들이 너그럽게 수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때는 없었던 것’들이 서먹하고 수용하기에 어색하지만, 그것들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호응이 있었기에 존재 가능한 것들이라는 관점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애들을 낳아 다시 아비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할아버지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꺼이 통장 잔고 감소를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 친구는 늦게 배운 조부(祖父)질에 날 새는지 모르며, 손자 사진 범칙금 납부의 큰손 노릇을 기꺼이 하고 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요즘 언론보도 기사를 읽다 보면 하품이 나거나 기가 막힌다. 7월 8일(온라인 기준)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일 ‘다시는 아파트 양도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이 대표는 ‘당에서 대책을 만들고 있는데 가능한 7월에 할 수 있는 조치를 이번 국회에서 하고(하략)’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나? 다시는 사라지게 하겠다? 가능한도 가능한 한이라고 써야 맞다. 이 대표가 원래 이렇게 말을 한 걸까? 아니면 기자에게 후레자식이라고 욕할 걸 미리 알고 미워서 망신 주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 걸까? 호감이 가는 취재원의 말은 전달도 잘해주던데.
더 기가 막히는 기사도 있다. 8월 12일(이것도 온라인 기준) 모 일보의 기사에 이런 제목이 있었다. . 육아를 키워? 눈이 의심스러워 죽 읽어보니 기사는 “남편 없이 육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생후 1개월 된 딸을 살해한 뒤 3년간 오피스텔에 방치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로 시작된다. 육아를 키운다는 말은 취재기자가 쓴 게 아니라 제목을 잘못 붙인 거였다.
育(기를 육)兒(아이 아)라는 한자를 몰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렇게 써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서 무심결에? 잘못된 건 사후에라도 부장 이상 데스크들이 고쳐야 할 텐데 왜 그대로 두고 있을까? 그들도 너무 바빠서 데스크도 보지 않고 기자에게 기사를 내보내게 한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의미상 중복되는 말, 앞뒤가 바뀐 말이 의외로 많이 쓰이는 걸 알게 됐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잘못된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경우, 혀가 꼬이거나 음운상 착각으로 인해 웃기는 말이 만들어지는 경우 등이다. 단어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고 혀끝에서 뱅뱅 도는 설단현상(舌端現象) 때문에 엉뚱한 말을 만들어내는 것과 어구전철(語句轉綴), 이른바 애너그램(Anagram)과 관계있는 말장난이다. 이 중 어구전철은 1)장난→난장, 모로코→코모로, 방배역→배방역, 문전박대→대박전문 식의 음절 단위, 2)상주→장수, 김치→기침, 소년→손녀, 출동→충돌 식의 음운 단위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먼저 중복 사례부터 살펴보자. 독자들을 위해 억지로 글을 하나 만들었다. “나는 아들 출산 낳고 나서 육아를 키우느라 무지 고생했어. 남편은 1도 도와주지 않았어. 초등학교 입학 넣기 전부터 조기교육 가르치느라 돈도 많이 들었지. 태권도 차고, 체르니 치고, 바둑도 놓고 했던 아이는 초등학교 등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 배우고, 필기 쓰고, 작문 짓고, 더러는 백일장도 쓰고, 암산 외우고, 미술 그리고, 음악은 부르고 불고 치고 타고 켜고, 방과 후엔 서예도 쓰고 그러느라 힘들어 했지. 나는 나름대로 식사 먹기, 청소 쓸기, 복장 입기, 인사 숙이기, 용변 누기 이런 예절을 일일이 가르쳤어. 근데 이 녀석이 지 애비 닮아서 공부는 뒷전이고 축구 차고 농구 넣고 야구 때리고 그러는 것만 좋아하는 거야. 유도 메치고 복싱 싸우고 펜싱 찌르고 검도 휘두르고 아이스하키 치는 것까지 하러들면 어쩔 뻔했어? 다치기 쉽고 돈도 많이 들잖아. 역도 드는 건 다행히 지가 안 하겠다고 하데. 고등학교 졸업 나온 뒤에는 이발도 이상하게 깎고 친구들과 음주 마시고 가무 추고 걸핏하면 외박 자고 하더니 면허도 없는 놈이 아버지 차를 몰래 운전 몰다가 가로수 충돌 받는 사고를 냈지 뭐야. 그날도 음주 마셔서 도주 놓다가 경찰에 잡히자 폭행 때리기까지 했어. 이야기 더 하까? 이쯤만 해도 알 만하지?”
이번엔 어구전철 차례. 나는 걸핏하면 물서가 진란하다는 말을 한다. 요즘 나라의 물서가 진란하고, 여당과 국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정책도 엉망인데 도대체 이렇게 물서가 진란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이면 사람들이 다 알아듣고 공감해준다. 한자로 바꿔봐도 말이 된다. 물서(物序)가 진란(盡亂)하다… 어디가 어때?
어떤 젊은이가 SNS에 이런 글을 썼다. “삶은 달걀 글자가 너무 이상해서 닮은 살걀이 맞는 건가 잠시 고민했다. 이게 다 멸린 말치랑 짚고 긴한 커피 때문임.” 그러자 다른 사람이 이렇게 응수했다. 며칠 동안 연구했는지 몰라도 이 사람은 내가 보기에 거의 천재다. “노인코래방, 번둥천개, 껍던 씸, 알르레기, 노란계른자, 동사봉아리, 치자피즈, 곱은 졸목, 통치꽁조림, 야치참채죽, 수없는 씨박, 치킨타올, 모자리나, 우뎅오동, 메장외모리, 중고딘 알라서점, 기능재부, 맥걸리와 막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할 때 충남 보령 대천을 보천 대령이라고 한 적 있는데, 나도 그런 거 좀 추가해볼까. 키친마니아, 오장향육, 사우나차이나 모닝토스트(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해문한석사전, 고와 개양이, 소 치는 양년, 소 치는 북년, 잔후소리원, 발따보, 하장외드, 역사의 아이노리, 친공정소기, 닥터와 왈츠만, 민가긴가, 덤벙엄벙, 남씨사정기, 임산배수, 출신임산, 케이데어, 갤프골러리….
그런데,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어도 사람들은 금세 알아듣는다. 인간은 모든 글자를 하나씩 읽는 게 아니라 단어 하나를 한눈에 전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 글은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예문인데, 정작 케임브리지대에서는 이런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여간 읽어보자.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지는는 중하요지 않고, 첫 번째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이 중하다요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라을지도 당신은 아무 문제없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하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그러니 어쩌라구? 설마 엉터리 말이나 문장을 만들어 퍼뜨려도 괜찮다는 건 아니겠지? 문학 작품이든 보도 문장이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글이 어법에 맞는지, 중복은 없는지, 적확한 단어를 쓴 건지 늘 따져보고 점검해야 한다. 갈수록 이상한 말이 늘어나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대중의 올바른 어문생활에 기여한다는 힘과 꾸망을 가져야지. 아닌가. 훔과 끠망을 가져야 되나? 아무래도 힘과 꾸망이 더 낫겠다. 이쪽이 더 알아듣기 쉬우니까.
그런데 늉눔은 무슨 말이지? 난 서울 중부경찰서 출입기자이던 1981년 여름 기자실 칠판에 이렇게 써놓고 목욕탕에 가곤 했다. 어구전철 중에는 이렇게 글자를 뒤집어 전혀 다른 말로 만드는 것도 있다. 곰을 뒤집으면 문(문재인 대통령을 말하는 게 아님)이 되고, 논문을 뒤집으면 곰국이 된다. 말장난이 심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