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고구마’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 나문희.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나문희는 모두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국민배우다.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이름을 알린 나문희는 60년간 영화 22편, 드라마 91편에 참여하며 살아온 세월의 절반 이상을 연기 활동으로 보냈다. 최근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 ‘오!문희’에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트콤에서의 유쾌한 모습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오랜 세월 관객을 웃고 울린 나문희.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시니어를 대표하는 배우 나문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하모니 (Harmony, 2009)
임신 중 교도소에 수감된 '정혜'(김윤진)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교정 시설에서 출산한 경우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입양을 보내야 한다는 법에 따라 품에 안은 아이와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정혜는 합창단 결성을 떠올리고, 정혜의 제안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용자가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개봉 당시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하모니’는 여성 수용자들이 합창을 통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영화에서 나문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문옥’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전직 음대 교수였던 문옥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오합지졸 합창단이 화음을 맞춰가는 순간은 작품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2. 수상한 그녀 (Miss Granny, 2014)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듣고 상념에 빠진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밤길을 거닐던 말순은 우연히 발견한 ‘청춘사진관’에 들어가 영정사진을 찍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말순은 창밖에 비친 낯선 얼굴에 경악한다. ‘할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앳된 얼굴로 변해버린 것. 스무 살의 모습으로 돌아간 말순은 당황하기도 잠시, 돌아온 청춘을 제대로 누려보기로 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나문희와 심은경의 2인 1역 캐스팅으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나문희는 70대 말순을, 심은경은 20대로 돌아간 말순을 연기하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히 심은경은 ‘욕쟁이 할매’를 연상케 하는 구수하고 찰진 사투리를 구사해 나문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3.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2017)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옥분'(나문희)은 온 동네를 휘저으며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프로민원러'이자 뒤늦게 영어 공부에 푹 빠진 늦깎이 학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청에 간 옥분은 새로 전근 온 '민재'(이제훈)를 만나는데, 다른 직원과 달리 까다롭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민재는 옥분의 민원을 연신 거절한다. 하지만 이에 질 리 없는 옥분은 민재를 따라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날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의 모습을 본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색다른 민원(?)을 제기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영어를 배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다룬 내용으로, 실화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2007년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고 김군자 할머니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올라 증언한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국민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