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애순(90) 씨.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을 비롯해 사회의 여러 도움 덕분에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지만, 좁은 방을 가득 채우는 따스한 미소가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마땅치 않은 환경에서도 무기력함을 떨치려는 그에게 되레 희망이 비쳤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 촘촘히 들어선 빌라와 상점들 사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인 고옥. 시멘트를 덕지덕지 덧바른 계단을 오르면 낡은 나무 현관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살짝 열린 세 번째 문 사이, 활짝 웃고 있는 이애순 씨가 보였다.
“어서 와요! 반가워. 오늘은 손님이 많이 왔네. 혼자 살고 있어 적적한데,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씨는 30년 넘도록 혼자 지냈다. 30대 초반에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자식 넷을 키워냈다. 청소노동자로 일하면서 치열하게 버텼다. 명절 때나 자녀들과 연락이 닿긴 하지만 서로 형편이 여의찮아 막내딸을 제외하곤 자주 만나지 못한다.
“남편이 하늘나라 갔을 때가 우리 막내 아장아장 걸을 즈음이었지.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만 보는데 어떡하겠어요. 열심히 돈 벌어야지.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청소 일로 평생을 먹고살았어. 가끔 껌 팔러 다니고. 이제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리려고 해요.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거든. 자꾸 떠올리며 가슴 아파봐야 소용없기도 하고.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자세히 말도 못 해요. 오죽했으면 한쪽 귀가 먹어버렸을까요.”
맞춤형 서비스로 개선된 생활
이애순 씨는 적적할 때면 근처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사람 구경을 한다. 그러나 오래 걷지는 못한다. 일하며 상한 무릎은 몇 년 전 수술을 받았다. 짧은 산책이 끝나면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듣는다. 특히 가수 임영웅의 애틋한 노랫말은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줬다. 노래 제목이나 정확한 가사는 잘 모르지만 마음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이 씨처럼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홀몸 노인 비율은 20.8%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무렵 상황은 더 심각했다. 관련 기관과 커뮤니티 센터가 문을 닫은 탓에 홀몸 노인을 포함한 1인 가구가 사회 안전망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생겼다. 서울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좀 더 면밀히 보호하기 위해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을 진행했다.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은 참여자로 선정된 1인가구상담헬퍼가 주거 환경이나 경제 상황이 열악하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되는 등 다인 가구에 비해 열악한 중장년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주기적으로 전화·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정서를 살피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
잊고, 나아가기
이 씨는 해당 사업으로 조금 더 나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를 살피는 1인가구상담헬퍼 참여자에 따르면, 그는 수혜자 중 비교적 몸과 마음이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거동이 불가하거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고립 상태가 더욱 심화되고 삶의 의지가 떨어져 식사, 취미, 인간관계에 관한 욕구가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단다.
계절이 지나도, 명절에도 그의 일상은 여전하다. 가족과 만나 멀리 나들이를 가거나 명절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속상하거나 서운한 기색은 없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주어진 삶에 집중하며 평탄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이애순 씨다.
“혼자 사는 집에 매번 찾아주어 고맙지.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니까 낯설지도 않아요. 와서 뭐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다 물어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주더라고. 전기장판이 고장 났었는데 새 걸로 바꿔줬어. 그저 내 다리가 걱정이지.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야. 지금은 모르는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요 앞 상가 아가씨한테 물어보기도 하는데, 몸 상태가 나빠지면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음에 감사해. 친절한 분들 덕에 긴 하루 중에 즐거운 시간이 늘 있네.”
만남을 뒤로하고 낡은 문을 나서려는 찰나에도 이 씨는 그를 찾은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주거나 끌어안았다. 특유의 밝은 미소와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이라면, 충분히 현재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1950년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사회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했다. 꿈은 아득히 먼 단어였다. 안온한 가정 속, 소소한 재미를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에서 찾았다. 매일 52장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은근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임현(73) 씨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선생님, 예쁘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단식을 앞두고 임현 씨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브리지라는 이색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여서다. 최연소로 승선한 김사랑(11) 양과는 62세 차. 일생일대의 선물은 꽤나 요란했다.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에서 고령의 도전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도 예쁘게 하고 오라고 하기에 의식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장 어린 선수와 둘이 카메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국제 대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아시안게임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폐막 후 2개월여. 임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내내 최연장자로 화제였지만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다 긴 휴가를 앞두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만났다. “사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브리지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 이야기 한번 들어주겠어요?”
공부하는 엄마, 노는 엄마
한국에서 브리지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지적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130여 개 국가에서 400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중국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 영국 작가 서머싯 몸 등이 대표적인 애호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파트너를 이뤄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임현 씨도 해외 적응을 위해 브리지에 입문한 케이스다. “남편이 외국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어요. 브리지를 알고 있으면 해외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길래 국제부인회에서 배웠어요. 그게 1982년이에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 정확한 연도나 기록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엄마의 취미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두 딸의 응원이다. “미국에 1984년 건너갔어요. 거기서 맞는 첫 생일에 브리지 매거진 1년 구독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딸들이 중학생 정도 됐을 거예요. 둘이 자꾸 속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생일에 맞춰서 첫 번째 매거진이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해요.(웃음) 그때부터 브리지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임현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전히 재미였다. ‘선수’가 된 계기는 영국 대사 부인이 건넨 한마디였다. “브리지는 두 사람이 짝(페어)을 맞춰 다른 두 사람과 겨루는 게임이에요. 그렇게 잘하지 않았을 때인데 영국 대사 부인이 파트너를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선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신문에 우승 소식도 실렸어요.”
누구보다 좋아한 건 아이들이었다. 그 후로 브리지를 하고 온 날이면 “몇 등 했어요?”, “잘했어요?” 하며 종알댔다. 임현 씨는 그 관심이 즐거워 더 브리지를 파고들었다. 브리지 매거진과 관련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틈만 나면 브리지를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선 집안일을 더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 모습을 두 딸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 어쩐지 죄스러웠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임현 씨의 브리지 사랑은 깊어갔다.
“요즘엔 이런 말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절엔 대학 졸업장이 거의 결혼 자격증 같았어요.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사회 분위기가 그랬어요.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브리지 책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요. 브리지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맞나?’ 하고요. 그렇게 해왔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두 딸의 결혼 그리고 남편의 은퇴. ‘제 할 일’ 다한 임현 씨는 브리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 2014 제14회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40페어 넘게 출전한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시니어 카테고리에 출전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남성부, 여성부, 혼합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참여한 경선에서 임현 씨는 이변을 썼다. 경선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종료될 정도로 그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되고서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휴, 내가 선발될 줄 몰랐지요. ‘연령에 따른 기타 카테고리가 없으니 여성부로 한번 해보자’ 한 것뿐이에요. 경선은 2주 정도 치렀어요. 많이 해서 승률 높은 팀을 선발하자는 거였죠. 굉장히 피곤했어요. 대회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성적은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다’ 할 정도로요.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우리 점수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거든요.”
임현 씨는 태극기가 수놓이고 TEAM KOREA (팀 코리아)가 적힌 선수단 물품을 꺼내 보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최고령 국가대표에게선 한동안 소녀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을 삐끗해 의료진을 찾았다가 선수들만 오는 곳이라고 제지받은 ‘웃픈’ 사연부터 교통경찰이 콜택시를 불러주고 요금도 슬쩍 내준 깜짝 에피소드까지, 임현 씨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웃게 한 건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막연히 ‘조금 큰 국제 대회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회 치르는 동안 정말 감격한 게 많아요. 처음엔 브리지 선수단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엔 아주 전우가 됐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선수촌 안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들 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선수들 다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그 생동감!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어지는 것 같았어요. 대회도 대회지만 그 경험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정말 좋았어요.”
두뇌 게임 하기 딱 좋은 나이
현실로 돌아온 임현 씨는 대한브리지협회에서 오프라인으로 주 1회가량 브리지를 즐기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브리지 애호가를 더 자주 만난다. 여전히 저녁거리보다 브리지 관련 생각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고령에도 두뇌 게임을 하고 여전히 선수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 스스로도 오랜 세월 천착해온 주제. 임현 씨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브리지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두뇌 게임도 여럿 해봤는데 브리지를 단연 추천해요. 브리지는 암기력, 순발력,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유추 능력 등 요구되는 능력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브리지를 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암기력과 순발력이 노화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능력이 있어요. 평균 점수로 보면 뒤처지지 않는 거죠.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좋은 스포츠예요.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요. 브리지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도전 정신도요. 브리지에는 130억 개의 경우의 수가 있어요. 룰이 있지만 언제나 룰이 정답은 아니에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죠.”
오랜 시간 브리지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는 임현 씨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가 든든한 지원군인 딸과 함께 ‘방학’을 즐기려 한다. 브리지 금단현상이 걱정되지만 잠시 머리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학 뒤엔 다시 브리지와 함께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최고령 선수가 아닌 성적 우수 선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맞은편 파트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열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좋았다는 것을요. 언젠가 아이들 짐을 정리하는데 신문 스크립트부터 상장까지 다 모아뒀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이제 브리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지금도 브리지 매거진을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104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분처럼 팔팔하게 브리지를 하고 싶어요. 손자가 열아홉 살인데, 함께 페어도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에는 ‘닥터 자전거’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40세 이상 중장년들이 주민의 자전거를 무상으로 정비·점검해준다. 닥터 자전거는 어떻게 탄생했고, 그곳의 닥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창립 멤버인 손현건(65)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 중견기업체 임원으로 은퇴한 손현건 씨는 1년간 국내와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미 생활인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원 없이 노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인생 2막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거주지 근처에 있는 양천50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동년배분들을 만나보니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분야가 없고,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참 스스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꼈어요.”
자전거 만나 봉사활동 꿈 이뤄
손현건 씨는 지난해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자전거 정비학교’ 1기 교육 과정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전거 정비학교에서 수강생들은 자전거 안전·법률·정비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았다.
“대학교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정비기사, 산업안전기사, 품질경영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원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가 잘되고, 공부를 할수록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해서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전거 정비학교 교육을 수료한 12명 중 손현건 씨를 포함한 5명이 뜻을 모아 봉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바로 ‘닥터 자전거’다. 그해 12월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커뮤니티성과공유회 ‘다누리 데이’ 행사를 열었는데, ‘닥터 자전거’도 수리 자전거 판매 부스로 참여했다. 손현건 씨는 준비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전거 점검에 대한 열의 또한 더욱 커졌다.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방치된 자전거 5대를 기증받았고, 그것을 우리가 점검·수리해 행사장에서 팔기로 했어요.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물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심근경색증 증상이 나타난 거죠.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다행히 운 좋게 스텐트(금속 그물망) 삽입 시술을 받았어요. 그리고 퇴원 3일 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잘 수리되어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죠.”
그 이후 ‘닥터 자전거’ 회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좀 더 확대하고자 했다. 이에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보람일자리 사업에 신월6동 주민센터가 수요처로 참여하여 주민센터 옆 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50플러스센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보람일자리 활동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중장년이 스스로 모든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복이 넘치는 닥터 자전거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의 ‘닥터 자전거’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다른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손현건 씨와 이인철 씨 2명이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자전거 정비학교 2기 수료생 3명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5명이 닥터로 일하고 있다. 닥터 자전거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근처 아파트에 3000세대 넘게 거주 중인데, 자전거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은 자전거를 끌고 방문한다.
“우리 동네에는 자전거를 정비해주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주민들이 그런 자전거를 끌고 오면 저희는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바퀴에 바람을 넣어줄 뿐 아니라 체인도 청소하고, 브레이크도 잘 들게 해주고, 안장 높이도 조정해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자전거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이니 주민분들이 상당히 고마워하죠.”
주민들이 ‘닥터 자전거’의 서비스에 감동하는 만큼, 닥터들도 주민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다. ‘닥터 자전거’ 공간은 천막이 쳐져 있지만 협소하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열심히 봐주는 닥터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감사 인사를 한 번이라도 더 하고, 먹을 것도 소소하게 챙겨준다고 한다.
“QR코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결과지를 보면 ‘기대 이상의 점검을 받았다’면서 칭찬 일색이에요. 그런 후기를 볼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주민분들의 칭찬과 격려가 제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현건 씨의 목표는 닥터 자전거의 성장이다. 2025년에는 서울시 ‘따릉이’ 정비 점포인 ‘따릉이포’ 사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따릉이포 지원 자격은 자전거 수리 점포 운영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정비 환경 기준을 갖춰야 한다. 그는 ‘자전거’의 의미에 대해 “보람일자리를 하게 해준 존재”라면서 “재밌으니까 자전거 닥터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체능 분야의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월드클래스 플랫폼’이 오는 2월 7일 정식 오픈한다. 한국예술문화재단은 지난 15일 삼성동 하다아트홀에서 이 서비스를 소개하는 시연회, 비전 발표식을 진행했다.
월드클래스 플랫폼은 소비자들이는 예체능 전문가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교량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서비스는 각종 공연이나 모임을 위한 섭외, 취미나 입시를 위한 레슨 등의 목적으로 예술과 체육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할 때 적합한 대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팝페라 가수로도 잘 알려진 강마루 한국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월드클래스는 예체능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 대중을 연결함으로써 예술문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경험을 공유하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소개하고, “예술과 체육 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예술문화재단 측은 정식 출시 전까지 고객 선호도와 트렌드를 분석한 후 사용자, 전문가, 플랫폼 간의 신뢰도를 높여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청룡은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 중 하나로서, 동쪽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동쪽은 일출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진취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나타낸다. 특히 청룡은 용 중에서도 젊은 용으로서 생동감 있고 변화무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건강미 넘치고 역동적인 해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어온 ‘MZ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MZ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음식, 춤, 운동 등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문화가 형성될 전망인 가운데, MZ 문화별로 주의해야 하는 건강법들을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핫플’에 ‘오픈런’까지 줄서기…골반 불균형 주의해야
MZ세대 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줄서기’를 들 수 있다. 맛집,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남들보다 빠른 경험을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일)에 나서는 일도 많다. 특히 오픈런은 MZ세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시장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오픈런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4%가 오픈런을 경험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경험 비율로는 20대가 94.7%, 30대가 91.6%로 40(38.6%)·50대(5.5%) 대비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건강상 주의해야 할 점은 장시간 줄을 서다 보면 짝다리를 짚는 등 자세가 비뚤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짝다리는 몸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해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골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으로 발전해 요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잦다. 골반이 척추를 받치고 있는 만큼 척추의 균형도 덩달아 깨지기 때문이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에 따르면 “골반 불균형은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에도 악영향을 끼쳐 여성들에게는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며 “골반 불균형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등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마라탕’ 먹고 ‘탕후루’ 후식까지…MZ ‘맵단짠’ 문화, 젊은 고혈압∙당뇨 불러
먹거리 문화도 MZ세대 입맛을 중심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추세다. 마라탕, 탕후루 등의 음식들은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젊은 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MZ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탕후루와 마라 음식은 지난해 한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인기 메뉴 1위와 2위로 각각 선정됐으며, 특히 탕후루의 경우 주문 증가율이 2022년 대비 약 1만4000%나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맵단짠(맵고 달고 짠)’ 식습관은 위장에 큰 부담을 준다. 맵고 짠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위염, 위산과다 등의 위험을 높이고 고당류의 음식은 중성지방과 혈당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마라탕의 경우 1인분 열량이 보통 1800kcal 정도로, 밥 한 공기가 약 300kcal인 것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고열량 음식이다. 나트륨 수치도 약 2000~30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전체 섭취 권장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맵단짠 음식은 젊은 세대의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 발생에도 일조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당뇨 환자는 지난 2018년 13만 9682명에서 2022년 17만 4485명으로 24.9% 증가했고, 고혈압 환자는 21만 3136명에서 25만 8832명으로 21.4% 늘었다. 특히 평소 잦은 음주나 흡연 등의 생활 습관으로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높다면 저염식 식단으로 관리에 나서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하고 포만감이 높은 통곡물과 야채를 중심으로 구성된 저염식 식단은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바디프로필’ 열풍…극단적 다이어트, 영양 밸런스 챙겨야
멋진 몸매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증가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SNS 인증을 통해 운동에 대한 열정을 뽐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멋진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촬영도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다양한 컨셉의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며 인스타그램 내 관련 게시글은 현재 500만 개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무리한 바디프로필 촬영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한다.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몸을 단기간에 만들다 보면 다이어트에 극단적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이는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체중 요요현상이나 근골격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과한 다이어트는 촬영 당시의 체지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뼈와 근육의 영양결핍 상태를 초래하고 전신의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키는 등 골관절염의 유발 가능성도 높인다.
따라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균형 잡힌 운동 습관이 필요하다.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 모두 병행함과 동시에 충분한 단백질, 칼슘 등의 섭취를 통해 뼈와 근육에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건강한 몸을 기록하는 것인 만큼 내·외면 모두 아름답게 관리하도록 하자. 또한 바디프로필 준비 중 관절이나 몸에 통증이 생기면 촬영을 미루더라도 치료에 나서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우파’, ‘슬릭백’ 등 너도나도 ‘댄스 챌린지’….관절 부상 요주의
지난해 바디프로필만큼이나 유행한 트렌드는 바로 ‘댄스 챌린지’다. 댄스 챌린지란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영상 기반 SNS 플랫폼을 통해 노래 하이라이트 부분의 안무 영상을 게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인들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종영한 유명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5억회를 돌파한 바 있으며, 이른바 공중부양 춤으로 알려진 ‘슬릭백 챌린지’도 2억뷰를 넘기는 등 큰 유행을 끌었다.
그러나 아무리 젊다고 한들 영상 속 춤을 여과 없이 따라 하다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발목, 무릎과 같이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은 같은 춤 동작을 반복하다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로 꼽힌다. 실제 한 국내 대학에서 스트릿댄서 100명의 부상을 조사한 결과 ‘발목’이 67.7%로 부상이 가장 빈번한 부위로 꼽혔으며, 그중에서도 ‘염좌’의 비중이 제일 높았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멋진 영상을 위해 무리한 연습을 강행하다 관절에 염좌가 발생했다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이 더 악화하기 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중 약침 치료는 한약재 성분을 체내에 직접 주입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격투기’에 ‘풋살’까지….땀 흘리며 성취감 느끼는 여성, 골절 부상 주의
재밌게 건강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며 헬스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에 눈을 돌리는 MZ들도 많아졌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기존 남성 위주였던 스포츠에 여성 MZ들의 참여율을 크게 높였다. 치열한 몸싸움이 동반되는 격한 종목임에도 땀 흘리며 이루는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이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풋살의 경우 여성 연예인들의 풋살 경기를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며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에 개최된 한 여성 풋살 대회에는 약 34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할 정도였다.
하지만 풋살, 격투기 등 격한 스포츠는 빠르게 움직이며 온몸의 힘을 써야 하는 만큼 상대방과 부딪히거나 넘어졌을 때 강한 충격으로 골절과 같은 부상을 입기 쉽다. 골절의 종류에 따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골절 형태인 ‘외상성 골절’의 경우에는 한방통합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에 따르면 외상성 골절에 대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는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며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유연하게 하고 손목, 무릎 등 관절보호대를 착용해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실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즐겨야 한다. 도전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즐기는 것이다.
‘e스포츠’ 게임 열풍…일자목증후군 주의해야
e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뜨겁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게임 이용률은 80%를 넘겼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한 게임 대회의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e스포츠 사상 최초로 대규모 거리 응원이 진행된 광화문에서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연호하는 팬들의 응원이 이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페이커를 선망하며 멋진 플레이를 펼쳐보려는 MZ세대도 건강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일자목증후군(거북목증후군)’은 한 대회에서 선수들이 전부 일자목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 아직도 화제가 될 정도로 프로게이머들에게 자주 보이는 증상 중 하나다. 장시간 앉아서 화면에 몰입하다 보면 머리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리며 뒷목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데, 이는 일자목증후군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또한 일자목증후군은 경추(목뼈)를 충격과 하중에 취약하게 해 목디스크 등 각종 경추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뒤로 15초, 좌우로 15초씩 젖혀주는 스트레칭을 평소 반복해 주면 경추 관리와 일자목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모든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듯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MZ세대들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역동적인 새해를 보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농사는 흙에 땀을 쏟아 결실을 거두는 일이라는 점에서, 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나 햇빛의 동향과 긴밀하게 연관된 일이라는 점에서 신성한 직업에 속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하지만 농사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귀농의 경우는 더욱 버겁다. 자칫하면 풍랑을 만나 표류할 수 있다. 올해로 귀농 5년 차에 이른 김광호(65, ‘예단비농원’ 대표) 역시 이를 잘 알고 농사에 뛰어들었다. 농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장애물을 돌파해 기필코 부농의 꿈을 성취하겠다는 투의 결기로 무장한 건 아니었다. 그는 여느 귀농인들과는 다른 방향에 타깃을 두었다. 농업으로 경제 효과를 거둘 생각 자체를 아예 내려놓고 귀농했으니까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득 창출에 목적을 둔 귀농은 애초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시골에 내려왔다.
‘난 그냥 농사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래! 그게 취향에 맞으니까.’ 김광호가 스스로 다짐한 목표가 그랬다. 농사를 즐긴다? 이게 가능할까? 자그만 텃밭 농사라면 몰라도 3000평이나 되는 농토를 재미 삼아 일구기로 작심하고 귀농을 하다니…. 김광호의 포부는 화통하고 유쾌하지만 평범을 초월해 낯설다. 그러나 그는 뜻한 대로 살아왔다. 지난 5년이 통째 즐거운 나날이었단다. 물적 소득은 별로 없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호황을 누리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한다.
김광호는 30년간 서울에서 행정직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했다. 은퇴했으니 이제 지도 펴놓고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 할 상황이 도래한 셈이었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아내가 챙겨주는 밥으로 채우는 ‘삼식이’ 노릇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길을 터주었다. “30년간 고생한 당신, 이제 뭐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이건 김광호에게 일종의 복된 신호였다. 진로 선택의 자유를 부여받았으니까. 그는 곧바로 내심에 두었던 행선지를 자비로운 아내에게 통고했다. TV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깊숙한 산골짝에 함께 들어가 살자는 제안을 한 거다. 그러나 아내에게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머리를 맞댄 상의 끝에 합의한 게 귀농이었다.
“이젠 용도 폐기된 인생이 시작되는 건가? 무엇으로 활로를 삼을까? 퇴직하자마자 고민했다. 어쩌면 공직과 함께 흘러간 세월보다 더 길 수 있는 여생을 즐겁게 살아갈 길을 찾는 게 숙제였다. 아내는 깊은 산골만 아니면 어디든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래 이곳으로 귀농하게 됐다. 처음엔 나 혼자 내려와 살았다. 농촌의 물정을 익히고 농사를 체험하는 일부터 선행하는 게 옳다고 봐서.”
선발대 역할을 했다? 빈 시골집을 빌려 썼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귀농 준비자를 위한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귀농인의 집’에서 1년간 살며 다양한 체험을 했다. 공과금을 제외한 모든 걸 무료로 제공하더라. 귀농 준비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어서 좋았다.”
원주민들은 마을에 새로 등장한 귀농인에게 관심을 집중한다. 무대에 올라온 신인배우를 바라보듯 은연중 주시하게 마련이다. 불편은 없었나?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더라.(웃음) 그럴 수밖에 없으려니 하고 적극적으로 주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매번 인사 잘하는 건 물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나서서 도왔다. 그렇게 1년이 잠깐 사이에 지나갔는데, 그즈음 주민들이 비로소 속내를 밝혔다. 주민들로서는 외지인에게 일단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귀농인이 마을 분위기를 흐려놓거나, 땅값만 올려놓는 등 폐단을 경험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결론은 이랬다. ‘당신은 다르다!’(웃음)”
집과 농토는 어떤 경로로 마련했나?
“시골에 빈집은 많다. 그러나 팔지 않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도시에 사는 집주인의 자제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땅한 매물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용케 마을에서 매물이 나왔고, 여러모로 맘에 들어 매입했다. 집은 튼튼하게 잘 지어진 구옥이다. 남향으로 들어앉아 환하다. 집에 딸린 전답 3000평도 세트로 나와 함께 샀다. 이건 점토질 토양인데 말 그대로 ‘문전옥답’이다. 운이 따라준 것 같다.”
100여 종의 작물 길러
김광호의 집은 마을 중앙부에 있다. 저만치 사방으로 높거나 낮은 산들이 펼쳐지고, 간혹 거쿨진 노송 숲이 보여 아늑한 분위기를 돋운다. 그에 따르면 이곳이 길지(吉地)란다. 뭐든 한번 해볼 만한 곳이라 한다. 뜻을 펼치기에 적격인 곳이라 한다. 그 ‘뜻’이란 농사를 즐기자는 데 있다. 여기에 기름진 농토가 있다. 딱히 빼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없는 자연 풍광도 있다. 게다가 그의 조력자이자 지지자인 아내의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이건 완벽한 조건이다. 따라서 농사를 한바탕 신나게 즐기지 않고 어떻게 견디랴. 김광호의 생각이 처음부터 그렇게 웅장했다.
그의 농원에선 현재 100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거의 모든 농작물이 망라된 것 같다. 농사로 돈 벌 목적이 부재한 대신 농작물에 대한 호기심과 애착은 질겨 해마다 작물 수를 늘려왔다. 그래 다종다양한 결실물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듯이 소득 효과는 미미했다. 이 대목에서 귀농인들은 경악한다. 내가 이러려고 귀농을 했나?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려 고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광호에겐 고심할 이유가 없었다. 태연자약할 수 있었다. 애초 소득 문제라는 뇌관을 제거한 귀농을 구상하고 농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폭약이 터질 일 자체가 없었던 게 아닐까.
“돈벌이 대신 농작물을 취미 삼아 기르는 데 목적을 두자 모든 게 대체로 수월했다. 재배 기술은 서울에 살 때 이미 익혀둔 게 있었다. 18년간 남의 땅 25평을 빌려 주말농장을 일군 경험 덕분이다. 귀농교육도 충분히 받았다. 수년간 총 1000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으니까. 요즘도 공부를 계속한다. 식물의 생태를 알면 알수록 농사 재미도 커지더라.”
농장에서 나오는 생산물은 어디로, 어떻게, 누구에게 가나?
“생산성에 의미를 두지 않은 농사라서 소출은 적다. 아마 남들의 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수확물은 도시에 사는 우리 아이들과 친지, 이웃, 방문객 등에게 나누어 준다. 손수 지은 깨끗한 먹거리를 남들과 나누는 일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남는 물량은 공판장으로 보낸다. 다른 농가보다 싼 가격을 매겨 로컬 푸드에 내다 팔기도 한다. 그런데 전체 매출은 실로 낮은 수준이다. 사실 지금까지 손에 쥘 만한 게 거의 없었으니까.(웃음)”
농장 일은 부부가 함께 하나?
“아내는 간접 지원을 한다. 농장을 놀이터로 삼은 남편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만으로도 그지없이 고맙다. 아내가 농장에 모습을 나타내기만 해도 몹시 기분이 좋아진다. 농장 일이 쉽지 않다. 벼농사는 남에게 맡기기도 했지만 일의 양이 엄청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품이 많이 들망정 기본적으로 매사 재미있다. 식물들이 자식처럼 보이고, 병든 식물을 내 손으로 응급처방을 해 살려냈을 때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모든 농부가 작물을 애지중지하며 비지땀을 쏟는다. 그렇지만 흔히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지 못해 고민한다. 농사를 취미로 즐기는 당신의 방법을 의아하게 보는 눈은 없을까?
“초기엔 나의 미숙한 농사 기술을 구박하는 이들이 있었다. 취미 생활 형태의 운영 방식에도 ‘그게 뭐야?’라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인정하고 있다. 농사의 목적과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이해하면서.”
궁금하다. 농업소득이 미미한데 생활비는 무엇으로 조달하나?
“연금으로 산다. 부부 둘이 소박하게 먹고살기 충분한 수준이라 걱정이 없다. 연금이라는 수단이 없었다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자명했다면 농사를 취미처럼 즐기기가 불가능했겠지. 서울에서 가지고 살았던 욕심을 내려놓았다는 점도 시골 생활의 만족도와 안정성을 높여줬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내가 원래 좋아한 식물 재배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농사에 50%, 이장 일에 50%
알고 보면 풀들도 춤을 춘다고 했던가. 김광호는 식물들의 생동과 약동에 덩달아 즐겁다. 물과 햇빛과 공기만으로 광합성을 하며 성장하고 순환하는 식물들의 생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깊숙이 관찰하면서, 그는 인생의 참다운 열매를 따는 듯 만족을 느낀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설은 간결해 ‘식물이 너무 좋다, 농사가 재미있다’는 정도에 그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흥에 사로잡혀 사는 것 같다. 흔치 않은 형태의 ‘농사 삼매경’에 빠진 셈이다. 그는 또한 마을 이장을 맡아 동분서주한다. 50여 가구로 이루어진 집성촌에서 외지인이 이장에 선임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시골 마을의 권력은 보통 이장에게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이장 선거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마을도 드물지 않다. 물론 김광호의 관심은 마을 권력에 있지 않다. 공무원 출신으로 재능기부 차원에서 이장직 권유를 수락했다.
“올 들어 주민들과 마을대동회로부터 이장을 맡아달라는 권유를 여러 차례 받았으나 고사했다. 자꾸 요구하면 차라리 이사 가겠다고 강경하게 나가기도 했지만 끝까지 사양하긴 힘들었다. 그런데 이장 일을 하다 보니 이 역시 재미가 있더라. 보람도 크다. 마을 전체를 내 집으로 바라보는 안목도 생겼다. 식물에 빠져 사는 것처럼 요즘은 이장 일에도 푹 빠져 지낸다. 농사에 50%, 이장 일에 나머지 50%의 에너지를 배분하며 산다.”
향후 지금의 일들에 어떤 걸 더 보태고 싶나?
“소득과 무관한 농사로 재미있게 살아보겠다는 꿈은 이미 이루었다. 원했던 삶과 지금의 삶이 일치하는 기쁨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깨소금 맛이라 해야 하나? 이젠 프로 농부를 지향하고 싶다. 귀농 2막이랄까. 농사의 방향을 전환, 소득 창출에 주력해볼 참이다. 준비는 이미 다 해놓았다. 농(農)식물원으로 가꿀 구상도 가지고 있다.”
놀이로 시작한 농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 돈보다 취향을 중심에 두고 살아 만족스러웠던 날들도 이제 어깨 뒤로 넘길 시점이라는 얘기다.
김광호가 주는 귀농 Tip
•농사로 만족할 만한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다. 시골에 왜 빈집이 많은지, 기존 귀농인들이 일쑤 귀농을 만류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헤아려보라.
•1만 평 이상의 농지 규모를 확보하거나 스마트 팜을 조성할 경우, 또는 특수작물을 재배할 경우 상대적으로 승산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지자체들이 주관하는 ‘미리 살아보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라. 큰돈 들이지 않고 농사와 농촌의 물정을 익힐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터넷 정보처럼 빠르게 퍼지는 게 시골 소문이다. 주민과 융화하는 일에 정성을 들여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다.
•부부 동반 귀농은 필수다. 혼자만의 귀농은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첩경이다.
‘무슨 일을 해도 잘 풀린다’ 싶은 사람이 주변에 한 명쯤은 있다. 10여 년간 정리수납 컨설턴트로 일한 정희숙 대표는 수많은 장소를 재구성하며 소위 ‘잘되는 사람’의 철학을 몸소 느꼈다. 그들의 공간에는 삶의 품격이 묻어난다. 신간 ‘잘되는 집들의 비밀’에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좋은 집 이야기가 담겼다.
정리수납 컨설턴트.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아니, 그게 무슨 전문가야?” 혹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왜 돈을 주고 사람을 써?”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방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개 넣고, 흩어진 컵들을 차곡차곡 쌓는 게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 물건에 포위된 채 현실에 치여 사는 사람들이 ‘품을 것’과 ‘버릴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새 삶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간을 정리하며 생활 속에서 안고 살아가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고,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저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게 곧 나의 성공이라고 여겼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점점 가족에게 집착하게 되더군요. 남편을 채근하고 아이에게 엄격해지더라고요. 행복해지려고 결혼했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가 지속됐고, 고민만 하다 마흔이 됐어요. 우연히 조카가 ‘이모, 정리 잘하잖아’라면서 이 직업을 소개해줬어요. 뭐든 해야겠다 싶었죠. 가정이 아닌 에너지를 쏟을 다른 창구가 절실했기 때문에, 그 길로 관련 강의도 듣고 서적도 열심히 읽었어요. 그제야 진짜 독립했다고 느껴졌어요.”
더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
정 대표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죽은 공간을 쓸모에 맞게 되살린다. 의뢰를 받으면 직접 찾아가 집을 눈으로 보고, 꼼꼼한 상담을 통해 집주인의 현 상태를 파악한다. 다음 방문 때는 가구 배치를 새로 하고 모든 물건을 한 번에 쏟아낸 뒤 종류별로 구분한다. 동선, 취미, 습관, 직업에 따라 가장 적절한 수납 방식을 의논하고 선별한 물건을 차례로 포갠다. 10명 남짓의 직원들과 짧으면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꼬박 걸린다. 작업을 완료하고 나면 고객들의 눈이 놀라움과 기쁨으로 휘둥그레진다.
지금까지 5000여 채의 집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마주했다. 기억하기 위해 공간을 방치한 사례도 있다. 대기업 임원 부부가 살고 있는 40평대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 일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 정리에 손을 못 대는 게 이해되지만, 왠지 짐이 의식적으로 방치된 것 같았다. 식재료 대부분의 제조일이 5년 전에 멈춰 있었다. 집에서 잠만 잔다는 부부의 공간에 오래된 제빵 기계들도 눈에 띄었다. 손수 빵이나 과자를 구워 먹기도 했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묘한 생각은 아내 지현 씨의 ‘정리가 필요한 건 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계기로 더욱 선명해졌다. 5년 전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세상을 떠났단다.
“그제야 왜 집이 통째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어요. 대화 주제의 반 이상이 아이였던 부부인데, 이젠 대화도 끊겼대요. 지현 씨는 먼저 잠든 남편의 하얗게 센 머리를 보고 정리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둘 비워지는 방들을 보며 지현 씨는 다양한 표정을 지었어요. 제빵 기계를 내놓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얽혀 있던 감정과 같이 잘 마무리했습니다. 이렇듯 정리는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되지만 켜켜이 쌓인 각자의 추억과 흔적도 함께 어루만져주는 일이라 믿어요.”
‘한국형’ 정리의 필요성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몇 년 전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한 충고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정리수납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 대표는 무조건 버리라는 말은 한국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단다. 정이 많고, 한이 있고, 덤을 좋아해서다. 우선 어떤 물건이든 들이기 전부터 신중해야 하고, 잘 쓸 수 있도록 환경을 재구성해야 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잘 꾸릴수록 내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나 명예를 이룬 사람들은 이미 정리를 실천하고 있다. 평소에 꾸준히 집을 관리하다 계절이 바뀌는 등 일정한 시기가 되면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그들은 의외로 화려함보다 단순함을 추구한다. 무작정 쌓인 물건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걸 잘 안다. 대신 가치 있는 물건을 엄선해 소중히 다룬다. 신간 ‘잘되는 집들의 비밀’에서는 철학과 소신을 담고 있는 공간의 구체적인 특징과 비결을 풀어냈다.
“공간을 다루다 보면 시간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됩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삶의 문제와도 맞닿아요. 감당하지 못할 물건을 사들이고, 저장해두기만 한다면 불필요한 비용을 계속 치르게 됩니다. 좋지 않은 감정과 습관이 함께 몰려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되죠. 정리는 돈 많고 짐이 많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부자들이 하는 거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누구나 공간과 여유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면 정리가 필요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영감을 얻고 싶다면,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며 계속 두지 말고 적절히 비워보세요. 과거는 가슴에 품고 인생 2막을 살아보자고요!”
중장년의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법적으로 ‘노인’은 65세부터라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60대까지 중장년이라고 봤다. 100세 시대에는 인생 3막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특히 사회공헌 활동에 50~70대 시니어들이 필요하단다.
기존 ‘사회공헌’이 독거노인, 치매 노인 등 취약 계층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은퇴자의 인생 2막, 인생 3막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생산가능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면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이고, 이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신중년의 사회공헌 활동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신중년의 자원봉사 활동은 질이 높지만 참여율은 낮았다. 이들의 노하우나 전문지식을 활용한 재능봉사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은퇴 연령은 약 71세이며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 1위는 생활비(58.3%)였지만, 2위는 보람(34.4%)이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 활동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이 많은 신중년이 은퇴 후 더 많은 영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는 주된 직장에서부터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면서 보람과 만족을 얻는 활동이다. 크게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일자리로 나뉜다. 자원봉사는 노력봉사, 재능기부, 프로보노 세 가지가 있다. 노력봉사는 자신의 경력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로 ‘연탄 배달’과 같이 과거에 주를 이뤘던 영역이다. 재능기부와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대가 없이 하는 것으로, 최근 이 영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정의 급여도 받고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는 은퇴 전 전직지원 교육을 통해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안내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시 일자리정책과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인데,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식물 관리와 고객 서비스 부분에 신중년이 참여하고 있다. 의무실의 경우 양호교사,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신중년이라면 재능기부로 참여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봉사 성격을 띤다. 권진온 수목원운영실 실장은 “비영리집단에서 신중년의 사회공헌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외국의 수목원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중장년분들은 1년, 2년 단위로 오랜 시간 활동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목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세 이상 응답자 중 80~90%는 봉사활동 참여 의지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인 매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직 약하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더 알려져서 더 많은 신중년이 보람도 느끼고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시간·보람 세 마리 토끼 잡는 ‘징검다리’
그동안 쌓아온 경력·경험·노하우를 녹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사회공헌 활동이 무조건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영역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이 은퇴 후의 삶을 그리는 데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적합한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영록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팀 팀장은 “일단 재능기부 활동을 해보라”고 권한다.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그곳에서 ‘보람’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단다. 취미 활동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재능기부 활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내가 원하는 단체나 기관에서 자원봉사 성격의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아 동호회를 구성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이후에는 협동조합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영역을 확대하는 거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느끼고, 큰돈은 아니더라도 노후에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목표로 삼으면서 보람도 얻어요. 사회공헌 활동은 돈·시간·보람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입니다.”
박 팀장은 중장년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퇴장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풀타임 근무가 생각보다 힘들어지는 나이이기에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인생 3모작 설계를 하면서 차근차근 사회공헌 활동을 징검다리 삼아 신중하게 나아가기를 권했다.
프로보노의 경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직종 중장년의 재능기부 활동이 주를 이룬다. 전오석 상상우리 프로보노팀 팀장은 “전문직 종사자라면 전문성을 살려 현직에 있을 때부터도 프로보노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면서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사회공헌 활동이 재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재능기부라고 하면 나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활동을 통해 중장년분들이 많이 배워간다”면서 “대부분 직무의 최고 정점에서 은퇴하기 때문에 다시 실무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기업과 라포를 쌓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기업과 합이 잘 맞아 해당 기업으로 재취업 되는 사례도 있다.
박영록 팀장과 전오석 팀장은 다만 사회공헌 활동 영역에서의 ‘매칭’이 아직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중장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업의 구체적인 수요와 실제 적용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을 정확하게 이어주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간에서 이들을 연결해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매칭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사회공헌 영역에서 중장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60대 이후 실질적으로 주된 일자리를 이어가거나 취업 시장에서 다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돈·시간·보람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INI INTERVIEW
‘경력단절’ 사회적 죽음 ‘선택’으로 살아나다
강남의 고층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해가 잘 드는 교육장.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교육하는 강사도,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눈을 반짝였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이경원(61) 씨를 만났다.
이경원 씨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육아에 전념하다가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로 15년 남짓 일했다. 그리고 정년이 되어 퇴직한 순간, 이 씨는 죽음이 이런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회적인 죽음 말이다.
“출근도 못 하죠. 활동도 못 하죠.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했고요. 내가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아직 더 활동할 수 있고 재미있는데, 법적으로 환경적으로 정년이니까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나는 갈 수 있는데, 가면 안 되니까요. 다시 재취업하려니 기업이 저를 원하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있으니까요.”
어느 날 인터넷 쇼핑을 하던 이 씨 눈에 문구 하나가 들어왔다. ‘사회공헌 뉴스타트’라는 두 단어다. 이경원 씨는 “두 단어가 딱 와 닿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처음 교육을 오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단다. ‘그냥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에요. 내가 120세까지 산다고 하면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알려주는 이 수업이 저의 인생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수업이 제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울하고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저의 숨을 잠시 트이게 해주면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이랄까요?”
물론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사회적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그럼 스스로 나의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돕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사회복지사로 일했기에 사회공헌 활동에는 일찍이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건 처음이다. 이경원 씨는 퇴직 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60대를 맞이한 이들에게 “선택하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문구를 보고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이곳에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선택이 있었잖아요. 도전은 선택이더라고요. 도전해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해볼 만할 것 같죠? 우리 중장년이 고집이 참 세요.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어 그렇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고집을 부리면 선택을 못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내가 판단하기에 좋든 나쁘든 일단 선택하고 도전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매일 선택하고 실행해보시면 어떨까요?”
◇사회공헌 뉴스타트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음길HR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기업 퇴직(예정)자들에게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 봤을 퀼트 제품. 퀼트는 ‘이불이나 쿠션 등에 누비질을 해 무늬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퀼트마을 협동조합’의 대표이자 업계에서 대모로 통하는 김은주 씨는 “퀼트는 천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표현한다. 30년 넘게 바늘을 손에서 놓아본 적 없을 정도로 그는 퀼트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김은주 씨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녹아 있는 퀼트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유명하다. 개인전도 여러 번 열었다. 20년 넘는 기간 퀼트 교육도 진행해 전국에 그를 거쳐간 제자가 3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그러한 가운데 김은주 씨는 교육 이상으로 흐름에 발맞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제자들과 뜻을 모아 2015년 사회적경제기업 ‘퀼트마을 협동조합’(이하 ‘퀼트마을’)을 열었다.
현재 7명의 조합원 개개인은 각자의 지역에서 숍을 운영하면서 협동조합 활동도 펼치고 있다. 시간이 쌓이면서 성장 중인 가운데, 올해 서울시 보람일자리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퀼트마을은 더욱 날개를 달았다.
“퀼트 숍을 운영하려면 최소 10년의 경력이 필요해요. 그 제자들을 불러서 ‘우리 완제품 판매를 같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대부분 퀼트 숍에서 교육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산업이 발전하려면 완제품 판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야 많은 사람이 퀼트를 알게 되고, 우리가 할 일도 많아지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완제품을 얼마에 파느냐였는데, 3년의 연구로 합리적인 가격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홍보마케팅 효과 톡톡
어느 날 김은주 씨는 서초구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이 있는데 도움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김은주 씨는 도움이 될 부분이 분명히 있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사업 지원을 받기로 했다.
“퀼트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어려워요. 하늘 아래 똑같은 퀼트 제품은 없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죠. 그리고 퀼트 제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하거든요. 온라인 홍보로 알려졌으면 한 부분은 퀼트마을에서 완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었어요. 국내에서 퀼트 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그 사실만 알려져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은 소상공업체 및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홍보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경영 활성화 증진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다. 퀼트마을 홍보는 김현숙, 최은영 활동가가 맡았다. 활동 기간은 4월부터 12월까지(기존 계획에서 한 달 연장)로, 그들은 자신의 SNS인 블로그에 매달 퀼트마을 관련 포스팅을 게재했다.
“가방, 모자, 방석 등 매달 다룰 아이템을 다 정해놓았어요. 예를 들어 설명하면, 10월 아이템은 배낭이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활동가분들이 오시는데, 그날 제가 만든 배낭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렸어요. 사진 촬영도 진행하고요. 다른 지역에 있는 조합원분들의 배낭 사진도 제공해드렸습니다. 그러면 활동가분들이 글과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주시죠. 두 분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활동해주셨어요. 주말 행사에 와주신 적도 있고, 지방에서 하는 행사는 홍보 글을 선뜻 써주셨죠. 그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조합원들은 퀼트 작업을 하느라 홍보할 시간이 없는데, 그 시간을 활동가들이 채워준 셈이다. 김은주 씨는 블로그 홍보 이후 손님도 늘고 매출도 상승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블로그 글은 없어지는 게 아니고 계속 남아 있지 않나. 계속해서 입소문이 나고 홍보 효과가 더 좋아질 것 같다”면서 퀼트마을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취미를 직업으로
김은주 씨의 첫 번째 목표는 퀼트마을에서 완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품과 작품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품은 가방, 지갑 등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죠. 작품은 한계가 없어요. 벽걸이가 될 수도 있고, 카펫이나 이불로 쓸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사용처를 개발해달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김은주 씨는 미대 진학을 원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고 교사의 길을 걸어야 했다.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일을 그만둔 그는 그제야 자신이 좋아하는 바느질을 취미로 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접한 퀼트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김은주 씨는 “재밌으니까 오랜 시간 하는 거다. 평생 바늘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늙어도 마음은 똑같아’ 하시던 말의 의미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또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젊고 열정이 넘치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재밌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취미 생활을 즐기다 보면 직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잖아요. 특히 제자들이 퀼트 작가, 선생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일본 최고령자가 지난 12일 오전 숨을 거뒀습니다. 일본 오사카부 가시와라시는 “메이지 40년(1907년) 4월 25일생 타츠미 후사 씨가 116세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사카부에서 태어난 타츠미 후사 씨는 32세에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습니다. 취미는 꽃꽂이로 106세까지 자택 현관을 직접 꾸몄다고 합니다. 시설 입소는 107세에 했습니다. 지난 9월 경로의 날까지 축하장을 받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새로운 일본 내 최고령자는 메이지 41년(1908년) 5월생, 이토오카 토미코 씨가 되었습니다. 115세인 이토오카 씨는 현재 효고현 아시야시 내의 한 시설에 입소해 있습니다.
네 명의 자녀, 다섯 명의 손자가 있는 이토오카 씨는 칼피스(유산균음료)와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취미는 걷기와 신사 참배로, 100세가 된 뒤에도 몇 킬로미터 거리를 걸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