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독거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며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와중에, 독거노인의 TV 시청 행태를 이용해 고독사를 막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파주시 파평면 경기행복마을관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독사 ZERO 프로젝트’다.
파평면은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마을이다. 이에 파평면 경기행복마을관리소는 TV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독사를 막는 맞춤형 모니터링 시스템인 ‘일공공(100) 케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KT 파주지점, 시청률집계기관 ATAM과 함께 구축한 이 시스템은 텔레비전에 부착한 시청률 조사 기기(피플미터)가 보내는 신호를 분석하고 평소와 다른 시청 유형을 감지한다. 평소 켜지던 시간에 텔레비전이 꺼져 있거나 장시간 채널을 바꾸지 않으면 자동으로 경고등이 켜지는 식이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가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일 시청률집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붉은색 경고등이 켜졌다. 이를 확인한 파평면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들은 두포리에 거주하는 84세 홀몸노인의 집으로 방문 출동해,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검사결과 어르신은 급성 패혈증으로 조금만 늦었어도 사망할 수 있는 위독한 상태였다. 관제 시스템의 즉각적인 모니터링과 공무원들의 발 빠른 대응 및 조치로 생명을 구한 첫 번째 사례다.
한편 파평면 경기행복마을관리소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어르신의 치매 발병 위험도 감지하고 있다. 어르신이 평소 정규 방송으로 보는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보는 비율이 높아지면 치매 의심 징후로 판단해 마을지킴이와 보건소가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김수태 파평면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라며 “지역주민에게 안전사고나 긴급상황 발생 시 누구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주민이 안전한 파평면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증 치매 관리부터 중증 치매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질 높은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 중심 욕구를 반영해 재가 서비스를 확충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지역사회와 연계해 허브 기관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 심의를 거쳐 ‘치매국가책임제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안건은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4년을 맞아 그간 치매 관리 정책의 성과를 살피고, 이를 토대로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완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2017년 73만 명에서 지난해 84만 명으로 증가해 오는 2030년 추정 치매 환자는 1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차원의 돌봄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발표된 방안 중 주요 내용으로는 치매 환자의 지역 거주를 지원하기 위해 돌봄·의료서비스 다양화 방안이 꼽힌다. 복지부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려는 치매 환자의 수요를 반영한 장기 요양 통합 재가급여를 도입할 방침이다. 통합 재가급여란 수급자가 장기 요양기관에 한 번 신청하면 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가 팀을 이뤄 수급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급여 유형이다. 단기 보호와 수시방문, 이동 등을 지원하는 신규 재가 서비스도 확충한다.
또 지역사회에서 경증에서 중증 치매 치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질 높은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 지역 내 다양한 노인돌봄서비스 간 연계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예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증·관리환자를 대상으로는 치매의 지속적 관리나 가족대상 상담‧자문 등을 제공하는 ‘우리 동네 치매 안심 주치의’(가칭)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중증환자의 경우 중증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 안심 병원’을 확대하는 등 상태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 병·의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코로나 19 상황에 발맞춘 유연한 치매안심센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현 상황을 반영한 치매안심센터 운영 지침을 마련해 팬데믹에도 센터를 중단없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내실화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지속 확대한다.
또 치매안심센터를 단순히 치매 관련 서비스 제공 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자원과 시스템 간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치매 관리 허브 기관’으로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례관리 및 지역자원 연계 지침 보급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과 타 복지시스템 간 연계 ▲인력 확충 ▲양질의 치매 프로그램 확산 등을 추진한다.
치매 환자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확대하기 위해선 치매 환자에 특화된 공공 치유농장 등 지역사회 치매 특화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양성일 제1차관은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 증가 속도를 고려하여 사회적 돌봄 필요성 증대, 노년층의 욕구 다양화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4년 동안 국가 치매 관리 서비스 접근성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도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사회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83%를 차지했다. 전체 치매 상병자 가운데 시설·병원 등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관리되고 있는 환자 비율은 2018년 76.7%에서 2019년 80.7%, 지난해엔 85.1%로 집계되며,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비율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느 청년과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남들 다 하는 ‘취업 준비’는 요즘 말로 ‘현타’를 불렀다. 무엇을 해도 좋은 인생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머리도 짧게 깎은 김에 절에라도 들어갈까 했지만, 며칠 견디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무작정 해외로 떠났다. 6개월을 계획하고 떠났지만 돌아오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위험을 각오한 무전여행에서 몇 번의 고비는 그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가 찾아낸 것은 ‘잘사는 법’이 아닌 ‘좋은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간병인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케어닥의 박재병(33) 대표 이야기다.
“삶의 여정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요. 태어나는 것도 제 의지가 아니었고.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죠. 그러나 죽음은 그렇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잘 죽는 것,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고, 개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으니까요.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삶의 무게감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죠.”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찾은 곳은 저소득층 할머니들이 모여 있던 부산 범일동 쪽방촌이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일종의 ‘부채감’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주 찾지도 못하고 여행 내내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에 할머니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시작한 것이 ‘원스텝모어’라는 서비스다.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평범한 이들이 사회공헌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사업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세상이 할머니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항구적인 서비스를 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많았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한 사람의 간병을 간단한 기부 활동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죠. 제가 가진 돈을 다 쓴다고 할머니들의 삶이 변화되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가족 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지 않고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결국 개인의 노력이나 봉사활동 차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고, 국가마저 해결할 수 없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했죠. 그것이 케어닥 탄생의 근간이 되었어요.”
박 대표의 이러한 결정에는 개인적 경험도 밑바탕에 있었다. 농부의 아내로 유복하지 못했던 어머니가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본 과정은 지켜보는 사람도 견디기 힘든 경험이었다. 그는 “과연 어머니의 인생은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병이라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바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케어닥에 녹아 있는 셈이다. 단순히 내 병시중을 들 누군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가족의 삶을 함께 구원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인생은 무엇이었나?”
“예전에는 가족이 간병하는 게 당연시되었잖아요. 특히 며느리나 딸이 그 대상이었죠. 과연 지금 사회에 그러한 체계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죠. 설사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간병에 전념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전문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 가족은 벌어지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케어닥은 2018년 탄생했다. 단순히 돌봄 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목표는 아니었다. 돌봄을 제공하는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그리고 노인장기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요양원 등 요양기관의 정보를 돌봄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을 ‘정보의 비대칭’으로 보았다.
“단지 사업적 관점에서 정보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화가 날 상황이잖아요. 터치 몇 번으로 동네 짜장면집의 리뷰나 평점은 쉽게 알 수 있는데, 부모님을 맡겨야 하는 요양기관의 정보는 제대로 알 수 없었죠. 5000원짜리 음식이 아니라 매달 수백만 원 간병비가 들어가는 일인데 말이죠. 그래서 정부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가 여러 핀잔을 들었어요. 감당이 가능하겠냐는 얘기도요.”
그러다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가 열었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공모전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케어닥이 이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공공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확보했다. 케어닥의 ‘장기요양시설 찾기’ 서비스는 각 요양기관의 평가 결과와 함께 의료진, 돌봄 인력의 현황, 입소 인원수, 돌봄 프로그램, 수가 등 정보,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여준다.
요양 서비스 핵심은 ‘인력’
창업 초기의 숙제가 ‘정보의 비대칭’이었다면 앞으로의 과제 중 하나는 ‘인력’이다. 박 대표는 요양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던 ‘수가 중심’의 구조를 깨고 환자를 돌보는 인력에게 동기부여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의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더 나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요. 정부의 인력이나 관리 방법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주는 것 정도밖에 없어요. 더 잘했을 때의 동기부여는 빠져 있죠. 그러다 보니 정부로부터 ‘수가’를 받는 데에만 최적화되어 있어요. 안 하는 것은 계속 안 하고, 해야 하는 것도 수가 수령에 지장 없으면 안 하는 것이죠. 서비스 대상은 환자지만 사실상 모두 정부만 바라보고 있어요. 환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수단이 아니라 간병의 대상이자 소비자라는 인식이 생겨나야 더욱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죠.”
그래서 케어닥에서는 간병인이라는 명칭 대신 ‘케어코디’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요양 체계에 맞춰진 근로자가 아니라 새로운 전문 직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처음에 합류하신 분들은 저희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 앱에 가입해야 하는지, 면접은 왜 봐야 하는지, 보고는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공감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처우가 보장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중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은 분이 합류했죠.”
요양 서비스 업계는 지금 심한 인력난에 처해 있다. 케어닥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러한 인력난은 배가 됐다. 고령화로 계속 수요는 늘어나는데, 간병 업무는 기피 직종이 돼버렸다. 요양기관의 집단 감염이나 코로나19 전파의 원인으로 간병인들이 지목당하면서 기존 간병인 중 업계를 떠난 이들도 많다. 박 대표는 결국 이러한 인력 공백 중 일부는 외국인 간병인들이 해결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도 지금 간병인 중 베트남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요. 그 자리도 원래는 한국인이 하던 것이었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먼저 해야 할 것은 요양 인력을 전문가로 인식 개선하고 국가적으로 돌봄 종사자를 양산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결국 외국인 요양 인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인력을 어떻게 필터링하고 교육할지 고민해야죠.”
돌봄 인력에 대한 인식 변화해야
물론 요양 인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소비자들이 돌봄 인력을 함부로 대해 발생하는 갈등은 풀어야 할 요양업계의 오래된 과제다.
“돌봄 인력을 가정부 정도로 대하면 다행이란 얘기도 우리끼리 해요. 식모나 종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는 가족이 하던 일을 대신 하는 거잖아요. 딸이나 며느리라면 비용 없이 했을 일을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시키려니 아깝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업무 범위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죠. 돌봄 인력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시킬 수 있고,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해요. 식사부터 빨래, 집안일까지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하죠. 그 고민을 케어코디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는데, 돌을 뚫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자리가 잡히면 쉽게 지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말이죠.(웃음)”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생의 졸업, 마지막을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가족끼리 요양시설에 관한 이야기는 기피하는 실정이죠. 일종의 금기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들어가기 싫다면 싫은 대로, 혹은 지내야 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가 필요합니다.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막연히 버티다가는 결국 무작정 비싸고 좋은 곳만 찾거나, 그저 조건에 맞는 곳에 맡기는 선택을 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두렵더라도 피하지 않고 학습해보면 막연한 공포를 이기고 더 나은 돌봄, 더 나은 황혼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전염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2021 건강생활 통계정보에 따르면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주요 정신과 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정신과 환자의 1인당 진료비도 늘었다. 이런 가운데 그저 공기 정화나 관상용으로 치부됐던 식물이 ‘반려’와 ‘치유’의 개념으로 확대되면서 원예치료가 코로나 블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는 평화롭던 우리의 일상을 헤집었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쓰는 마스크는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 타인과의 기본적인 소통을 방해한다. 더불어 반강제적으로 늘어난 실내 활동, 막혀버린 여행길, 기약 없이 미뤄지는 모임에 답답함이 커진다.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기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를 덮칠 수 있다. 이를 막을 방법으로 최근 ‘원예치료’가 급부상하고 있다.
원예치료는 전문 치료 원예사가 식물을 이용해 경증 치매를 앓는 노인, 우울증 환자와 같은 이들의 정신적·신체적 향상을 돕는 활동이다. 특히 근력과 시력 저하로 미세 운동 기능이 약화되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물 이름을 익히는 과정은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가위 사용하기, 리본 매듭 묶기, 수저로 모래 담기 등은 오감을 깨운다.
식물을 만지고 가꾸는 과정은 경증 치매 노인의 소근육을 강화하고 감각 둔화를 늦춘다. 즉 원예치료는 손상된 인지기능 회복과 더불어 후각, 시각, 촉각을 아우르며 동시에 여러 감각을 자극해 뇌의 가소성(뇌세포의 일부분이 죽더라도 재활치료를 통해 그 기능을 다른 뇌신경망이 일부 대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증가시킨다.
원예치료는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고립감과 우울, 소통 단절로 인한 불안 증세를 잠재우기도 한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 1회 27시간씩 27주간 텃밭 가꾸기, 공동체 밥상 차리기 등을 진행한 결과 노인들의 우울감은 60% 감소하고, 콜레스테롤 5%, 체지방률이 2% 감소했다.
현재 복지관, 병원, 요양원 등 여러 기관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화유플라워앤원예치료센터는 50세 이상 경력 단절 여성,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서 안정을 위한 원예 수업을 진행한다. 또 원예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해 경력 단절로 고립감을 느끼는 여성을 돕는다. 참여자들은 다육 미니정원, 플라워박스·케이크, 압화 액자 등을 제작하며 지적·사회적·정서적 효과를 얻는다.
이현주 화유플라워앤원예치료센터 대표는 “원예치료는 노인들의 무료한 여가를 다채롭게 바꿔줄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전했다. 이어 “치매 예방 및 재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식물을 직접 키우고 관리하면서 성취감을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우리사회의 빠른 고령화로 노인 주거복지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와 LH는 임대주택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등 고령자 맞춤형 주거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르면 2025년까지 고령자 대상 공공임대주택 8만 채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1만 채는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으로서, 65세 이상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고령자를 위해 손잡이, 높이조절 세면대 등의 무장애 특화시설을 갖추고, 사회복지시설은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1000~2000㎡ 규모로 설치한다.
2019년에 시작된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은 이미 적잖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전남 장성에 위치한 ‘영천 고령자복지주택’의 경우 150채의 영구임대주택이 들어섰다. 1080㎡ 규모의 복지시설에서는 경로식당, 노래 교실, 건강 강좌 등 다양한 고령자 맞춤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고령자복지주택 외에도 신규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과 매입‧전세임대주택을 활용한 고령자 주택도 2025년까지 7만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신규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문턱제거, 안전바 설치,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고령자를 위한 특화 설계를 반영해 건설된다. 이미 지어진 매입임대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화 설계를 반영해 리모델링된다.
더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24시간 고령자 스마트 돌봄’ 시범사업을 착수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 AI나 사물인터넷 등을 설치해 거동이 불편하고, 자칫 위급상황에 처하기 쉬운 고령자들을 24시간 밀착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시범사업이 진행된 광주 쌍촌 영구임대주택은 6가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4시간 응급관제, 응급벨 대응, 외출 시 위치 확인, 쌍방향 의사소통, 개인맞춤형 건강 관리, 일상생활 패턴 예측 및 대응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활동, 건강, 수면 등 개인별 생활패턴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기상황에 사전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증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함께 생활 중인 80대 A 어르신은 외출 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예정이다. 긴급 SOS(응급벨) 서비스를 통해 위기상황 알림을 받을 수 있고, 돌봄 대상자 외출 시 동선이 파악되어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스마트 돌봄서비스를 구축해, 앞으로 공급할 고령자복지주택과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에도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김흥목 주거복지정책관은 “이번 스마트돌봄 시범사업은 임대주택에 첨단기술을 덧입혀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더 나아가서 이번 사업을 통해 축적된 일상생활 패턴에 대한 빅데이터를 평면 설계, 단지 배치, 시설개선 등에 적용하여 임대주택을 질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기대 수명과 함께 고령자 1인 가구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수는 최근 5년 새 35.8%나 늘어나 166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고령자 돌봄 인력을 보조할 노인 돌봄용 AI 로봇들이 개발·도입되고 있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돌봄, 의료, 웨어러블, 물류 등 4대 서비스 로봇 유망분야 등 36개 과제를 선정해 66억 9000만 원의 국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돌봄 로봇 개발에 대한 진흥원 자체 예산 지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개발된 돌봄 로봇의 주요 기능들을 살펴보면, 먼저 안전사고에 특화돼 노인과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은 물론 낙상 등 일상 속 응급상황 발생 시 보호자나 119 등에 연락이 가는 기능이다. 서울 종로구와 부산, 대전 등에 보급된 돌봄 로봇 ‘효돌이’는 탑재된 센서에 일정 시간 이상 노인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사회복지사에게 알림이 가게 설정되어 있다. KT가 개발한 AI스피커 겸용 로봇 ‘다솜이’ 역시 1시간 단위로 모니터링을 해 어르신의 움직임과 얼굴을 인식하고 4회 이상 감지하지 못할 때 보호자와 생활 관리사에게 연결해준다. 또 ‘도와줘’ ‘살려줘’ ‘구해줘’ 등 직접 도움을 구하면 10초 이후에 응급 호출을 보낸다.
직접 만지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돌봄 로봇은 노인들의 정서적 교감 효과도 준다. 독거노인은 사회적 단절과 고립으로 인해 우울증, 치매 유병률 등이 일반 노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효돌이는 말동무 기능뿐 아니라 머리 쓰다듬기, 등 토닥이기, 손잡기 등 터치 상호작용을 통해 노인들과 정서적 친근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솜이는 평소 대화를 나누면서 어르신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모은 다음, 이를 분석해 기분과 정서를 파악하고 취미나 즐겨 먹는 음식 등 세밀한 데이터까지 축적해 노인과의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다.
약 복용 시간을 챙겨주거나 잊어버린 물건을 챙겨주는 등 노인 맞춤형 서비스도 갖췄다. 효돌이는 약 먹을 시간이 되면 알려주고, 약을 먹은 후 손을 잡아주면 복용결과를 기록한다. 최신 트로트를 틀어달라고 요청하면 음악도 재생시켜주고 치매 예방 퀴즈, 회상놀이 등을 통해 인지 강화와 치매예방도 도움을 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제니’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노인들을 위해 고령자 소지품 인식 기술을 개발해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렇게 돌봄 로봇은 일정 수준의 소통과 감정공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응급상황 대비, 고령자 친화적 서비스 기능까지 갖춰, 부족한 노인 케어 인력을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지자체는 혼자 사는 노인 돌봄 인력 대체의 일환으로 로봇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솜이는 전국 지자체와 보건소를 통해 어르신 2600여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효돌이의 경우 서울 중랑구·성동구·구로구, 충북 제천시, 전남 광양시 등 전국적으로 4000대 이상이 보급됐다.
실제로 지자체가 무상 제공한 돌봄 로봇이 혼자 사는 노인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충북 영동군 양강면에 사는 79세 A 씨는 늦은 밤 갑자기 고열과 복통에 시달려 구조 요청 전화조차 하기 어려웠다. A 씨는 “살려줘”를 외쳤고 A 씨의 목소리를 감지한 AI 스피커가 119에 긴급 문자를 보내 A 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돌봄 로봇이 독거노인 지원에 효과를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겅강의학과 조아랑 교수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물론 가장 좋겠지만, 로봇과의 소통도 노인에게 인지‧정서적 자극을 주며 정신건강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혼자 지내는 노인의 경우 소통 단절로 인해 인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둔해지기 쉬운데, 로봇이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규칙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원에 대한 시니어의 거부감은 대단하다. 요양보험 급여를 유지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한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카톡방을 떠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거부감을 더 키웠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서야 지난 추석 첫 면회가 이뤄졌다. 이에 들어가면 가족들 보기 어렵다는 선입견까지 생겼다. 요양 서비스 업계도 이런 사회적 인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요양 서비스의 개발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 휴앤락요양원이다.
사실 요양원이 대중의 입맛에 맞게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운영 비용에 있다. 요양원의 수익 구조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하는 80%의 급여와 20%의 비급여로 유지된다. 환자 1인당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요양원들은 서비스를 개선해 수익을 높이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그저 어떻게 하면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에만 고민이 집중됐다. 임금이나 고용 비용은 매년 상승하는데, 그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관리 위주 요양 서비스 개선돼야
사전 예방보다는 처벌이나 징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관리감독제도도 문제다. 안전사고나 민원이 발생하면 엄중한 책임이 따르다 보니 입소자의 산책 등 활동에 인색해진다. 낙상 등 사고에 따른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다. 결국 치료보다는 안전, 회복보다는 현상유지에만 애쓰게 된다. 가뜩이나 가족과 떨어져 제한된 시설에서 답답한 생활을 해야 하는 입소자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들이 요양 서비스 업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거쳐 눈덩이처럼 구르다 보면 카톡방의 가짜 뉴스가 되어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 기대기에는 우리 사회 구조가 너무나 기형적인 고령화 사회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신체활동 능력 상실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를 80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정부의 요양 서비스 정책에 대한 과감한 예산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학 연구진 개발한 프로그램이 강점
‘휴앤락요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산학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에 있다. 휴앤락 자체가 단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단국상의원의 브랜드이다 보니 단국대학교에서 학술적으로 연구한 인지교육과 운동역학의 최신 기술과 다양한 시도가 녹아 있다. 휴앤락요양원은 이를 ‘스마트 교육 콘텐츠’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교육받을 수 있는 요양원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스스로를 ‘평생교육 요양원’이라고 표현한다.
휴앤락요양원의 스마트 인지 프로그램은 요양원 입소자 어르신에게 치매 단계별 맞춤형 인지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치매의 정도에 따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증상의 발전을 최소화한다. 어르신들의 병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프로그램은 단국대학교 교수진과 시니어 교육 전문기업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치매 단계 등 환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1000여 가지나 된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인지 활동 능력의 정도를 감안한 교구제도 새롭게 개발했다. 산학협력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단국대학교와 함께 인지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업 관계자는 “어르신의 인지 단계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치매 진도를 완화하고 인간적 삶을 영위하게 해드리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역학에 기반한 돌봄 프로그램도 휴앤락요양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운동역학 물리치료 전공인 스포츠대학 교수진이 스마트 운동교육 전문기업과 협업하여 요양원의 중증도 어르신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손원호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어르신들의 운동 정도와 방법에 따라 근육 퇴화를 막는 것은 물론 상실된 근력기능을 회복해드릴 수 있다”며,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운동역학으로 신체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했다.
IT 기술 접목으로 브랜드화 가능케
휴앤락요양원의 스마트 교육 콘텐츠는 여러 IT 기술과 접목된다. 미술, 공예, 퍼즐 등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은 영상으로 제작돼, 온라인을 통해 요양원의 대형 화면에 전달된다. 현장에선 입소자 어르신들이 ‘보고 만지며’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은 신체기능 활성화를 위해 제기차기 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작 중심으로 운동역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모션 캡처와 같은 첨단 기술도 활용된다. 이런 IT 기술과의 접목은 휴앤락요양원의 ‘브랜드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앤락요양원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학 브랜드로서 브랜드 공유 시스템을 적용했다. 휴앤락요양원이 대규모 투자와 전문성을 통해 요양원 시스템과 매뉴얼을 공급하고 대학 브랜드를 제공하면, 요양원 업계가 개별 창업 형태에서 시스템 창업으로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문성과 투자 면에서 개별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사회복지 사업의 진행 주체로서 교육기관인 대학의 특성과도 맞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것이 멈췄다. 코로나19는 주야간보호센터, 치매안심쉼터 등 치매 환자를 위한 관련 기관에도 타격을 줬다. 대면 관리가 축소되면서 치매 어르신의 돌봄에 사각지대가 생겼다. 다행히 멈추지 않은 것도 있다. 치매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최근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비대면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돌봄 방식, 학습지가 개발돼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호평받고 있는 치매 학습지 세 가지를 소개한다.
필사하고 글 지으면서 ‘오늘도 공부’
‘오늘도 공부’는 치매 예방에 도움 주는 일일 학습지다. 치매를 예방하고 싶은 어르신이나 치매의 전 단계 증상으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매달 한 권씩 제공하는 학습지 안에는 하루에 10~15분 정도 투자하면 풀 수 있는 언어 및 인지활동지가 수록돼있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6개월간 진행한 ‘노인 인지-정서 효과성 검증’ 프로젝트로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인지능력이 유지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오늘도 공부는 어르신들이 매일 필사할 수 있는 글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일에는 필사할 수 있는 ‘날마다 따라 쓰기’, 주말에는 ‘주말 백일장’으로 어르신들의 예전 기억을 되살려 언어로 구성하게끔 유도한다. 한 어르신은 주말 백일장 코너에 “학습지로 카카오톡에 글을 써서 보내는 것도 배우고 큐알코드로 노래도 배웠다. 이제는 욕심이 생겨서 손주한테 유튜브도 가르쳐달라고 한다”고 적기도 했다.
학습지를 제작한 사회적기업 ㈜꿈틀은 현재 건강보험공단 대전·충남지부와 성동구립 사근동노인복지센터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원구 ‘데일리 홈런’, 은평구 ‘노노(老老)케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 지자체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학습지를 제공하고 있다. 유장효 꿈틀 이사는 “시범사업 운영 중인 지역 외에도 주야간보호센터에 관리 교사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학습지 활용도를 높여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추억 속 노래 들으며 ‘쿵짝쿵짝 뮤직북’ 풀어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지난 8월부터 ‘쿵짝쿵짝 뮤직북’(이하 뮤직북) 학습지를 활용하고 있다. 노래를 활용한 인지학습지인 뮤직북에는 주5일, 4주간 사용할 수 있게 20곡의 가사와 문제들이 담겨있다. 노래는 고향역, 노란샤쓰 사나이, 봄날은 간다 등 어르신에게 익숙한 곡들이다. 어르신들은 학습지의 QR 코드를 활용해 노래를 듣고, 해당 노래에 대한 문제를 푼다.
뮤직북에는 치매 어르신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풀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가 수록돼있다. 센터에서는 주 연령대가 60, 70대인 보호자가 원할 때도 학습지를 제공한다. 그 덕에 조금 어렵다는 치매 어르신부터 비교적 쉽다는 보호자 분까지,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러나 ‘재밌다’는 사용 후기만큼은 치매 유무를 막론하고 들려온다고. 광진구치매안심센터 음악치료사는 “이번 뮤직북은 이벤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으로, 기존에 센터에서 활용하던 가정 인지학습지와는 별개”라며 “내년에도 만들게 된다면 단권으로 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센터 방문이 어려워 우편으로 학습지를 전달하고 있다. 음악 청취에 필요한 인터넷 활용이 어렵거나, 활용 방식 자체를 어려워하는 홀몸 노인에게는 직접 댁으로 찾아가 학습지와 함께 음악이 수록된 라디오를 한 달 정도 대여해드리기도 한다. 음악치료사는 “뮤직북은 어르신들이 많이들 좋아하시는 음악을 매개로 인지능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교재”라며 “교재 제작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 치매안심센터 소속 여러 음악치료사들과 많은 소통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음악을 매개로 하는 교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주 새로운 문제로 치매 관리하는 ‘치매안심 실버펜’
강북구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부터 기억키움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치매안심 실버펜’(이하 실버펜)을 제공하고 있다. 틀린 그림 찾기, 글자 기억하기, 더하기 빼기 같은 간단한 산수 문제 등 기억력이나 지남력, 집중력 등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들이 실려있다. 매주 다른 내용과 문제들로 구성된 실버펜은 주 1회 어르신 댁 우편함에 배송된다.
예방보다 치료 성격을 띠는 실버펜은 경증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인지기능 현상 유지가 목적이다. 강북구 치매안심센터 기억키움쉼터 김준호 작업치료사는 “어르신들의 연령대나 보호자의 유무, 교육수준이 학습지 효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경증에서 중증으로 치매가 심화되고 있거나 글자를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조금 어려워하신다”고 말했다.
현재는 기억키움쉼터로 어르신들의 직접 방문이 어려워 쉼터 직원들이 전화로 어르신들의 활용 정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김 작업치료사는 “다 푼 학습지를 수거해 어르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한다”며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학습지 자체를 낯설어하시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재밌어하신다”고 전했다. 실버펜은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오더라도 쉼터 신규 등록자나 대면 프로그램 신청 대기자에게 제공하는 등 비대면 관리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치매 인구 100만 명 시대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 수가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65세 이상 인구(771만8616명) 중 치매 환자 수(86만4805명)는 11.2%에 달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는 오랜 시간 간병이 필요한 질병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42만 원, 연간 진료비는 337만 원으로 추정된다. 치매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보험사들은 치매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국내 치매보험 신규계약 건수는 80만 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60만 건) 대비 33% 이상 증가한 수치다.
치매보험의 핵심 중 하나는 가입 시기다. 치매 진단 이후에 가입할 수 있는 치매 보험이 없다. 즉 치매보험은 치매 소견이 있기 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발병 가능성이 적은 젊은 나이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통상적으로 40대 후반~50대 초반이 치매보험 가입 시기로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치매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경증 치매에 대한 보장이 잘 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치매는 임상치매척도(CDR)에 따라 최경도(0.5점), 경도(1점), 중증도(2점), 중증(3점 이상)으로 나뉘는데, 현재 치매 환자 중 경증(2점 이하)에 해당하는 치매 환자가 전체 환자 수의 67.2%를 차지하고 있다. 중증 치매만 보장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출시되는 보험 중에는 경증 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들도 많아진 상태다.
간병비를 지원하는 보험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치매보험이란 치매 진단비와 치료에 필요한 병원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치매는 보호자 돌봄이 필요한 질병인 만큼 간병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부분이 걱정된다면 간병보험도 고려해야 한다. 간병보험은 치매뿐 아니라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인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선 최근 치매와 간병을 동시에 보장하는 치매 간병보험들이 등장하고 있다. 간병보험 보장 내역에 치매 보장을 더하거나 간병비 지원에 특화된 치매보험을 선보이는 추세다. 상품에 따라 간병 비용 지급 기간을 제한하는 상품들도 존재해 이를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한편 보험 보장 만기는 80세가 아닌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추천한다. 치매보험 만기는 75세, 80세, 95세, 100세 등으로 촘촘히 나뉘어 있는데, 중증 치매 발병률은 80세가 넘어야 급증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치매보험은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이라는 사실이다. 치매보험은 노후자금 등 목돈 마련의 목적으론 적합하지 않고, 보장 자체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환급형이 아닌 순수 보장 형태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할인받는 것이 이익이다.
치매보험 가입을 앞두고 있다면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역시 알아둬야 한다. 보험 가입자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대리청구인’을 지정해 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리청구인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나 3촌 이내의 친족 중 한 명을 지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