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Well-dying)을 직역하면 ‘좋은 죽음’이다. 저마다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좋은 죽음에 정답은 없지만, 대체로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자기결정권의 일환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다만 이에 따른 실천은 미미한 편이다. 문제는 개인이 실천했음에도 웰다잉 실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무엇이 그들의 존엄한 마무리를 가로막는 것일까?
웰다잉 수요 변화를 충족할 사전적 정책 대응 마련해야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고령자(75세 이후)로 대거 편입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후기고령자는 치매, 중증 질환 등으로 인해 자기결정권 행사에 제약이 있는 노인이 많다. 이에 대비한 생애 말기 지원 정책의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웰다잉 지원 정책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정부는 2020년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내 세부 항목에 ‘존엄한 삶의 마무리 지원’을 포함했다. 당시 ‘생애 말기·죽음 관련 자기결정권이 구현되는 사회문화적 기반 조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해당 정책의 내실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연명의료결정법, 2019년에는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을 발표해 시행 중이다. 그밖에 존엄사법, 성년후견지원제도, 장사제도, 유족연금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생애 말기 케어, 고독사·죽음준비 평생교육과 상담, 유류품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관련 법과 지원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웰다잉 정책의 역사는 짧지만, 최근의 시도 덕분에 죽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꽤 높아진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웰다잉 정책 수요를 충족하는 제도적·물리적 여건이 현실적으로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존엄한 삶 마무리 지원 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이하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서는 “현시점 이후부터는 웰다잉 정책 수요의 급증이 예상된다”며 “수요 변화를 충족할 수 있는 사전적 정책 대응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 또는 논란이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이슈 1] 고령화·1인 가구 증가, 웰다잉 품앗이해야 할 판
웰다잉의 직접적 정책 대상자는 사망자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인 2025년 이후 급증해 그 흐름이 206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65세 이상 노년층 중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로 사회에서 웰다잉을 지원해줄 청장년층의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장차 1인 가구 장례 품앗이 등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저소득 독거노인의 죽음이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많은데, 사실 90% 이상은 연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 생전에 돈이 없어서 소외됐던 이들이, 결국 또 돈이 없어 장례도 못 치르는 설움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민간에서 해결하긴 어렵다. 결국 정부에서 고민하고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허울만 있는 웰다잉 정책은 ‘공염불’
웰다잉 정책 수급 불균형의 대표적 사례로 ‘화장(火葬)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통상적인 화장로 1기당 1일 적정 가동 횟수(3.5회) 및 가동 일수(300일)를 고려할 때 해마다 늘어나는 사망자 수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실정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당시 일시적 수요 증가에 따른 화장장 부족으로 인해 4~5일 장으로 장례를 치른 상황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고령화에 따라 연간 1만 명 이상 사망자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할 때 화장로는 매년 약 10기 이상씩 확충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확충된 화장로는 7.8기에 불과하다. 더구나 화장장은 님비현상이 적용되는 대표적 시설로, 증설에만 약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존엄한 죽음을 뒷받침할 시설과 제도 확충이 시급하다. 웰다잉 수요를 고려할 때 화장장, 영안실, 호스피스 병동 등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라며 “법적인 부분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유언장을 썼더라도 법적 효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니 죽음 이후 남은 가족끼리 갈등을 겪거나 소송까지 하게 된다. 독거노인의 경우 사망 후 시신 인수나 장례 등을 제3자가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스스로 정해놓은 죽음의 방식이 있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어려워, 결국 웰다잉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웰다잉을 언급하지만, 실질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곧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정책적 논의에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잊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슈 2] 벼락치기 연명의료중단, 진정한 웰다잉일까?
현행법상 연명의료중단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가족 2인의 진술을 통한 환자 의사 추정 혹은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연명의료결정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말 기준 연명의료중단 이행 건수는 29만 7313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중단이 이행된 건수는 39.2%였다. 즉 가족의 진술 또는 합의를 통한 연명의료중단이 과반수인 셈이다.
같은 자료에서 주목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연명의료중단을 위한 서식 작성과 이행이 같은 날 이뤄진 건수가 전체의 80%가 넘는다는 것. 이에 서영석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되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살펴보면 나의 선택보다 가족의 선택으로 더 많이 이뤄지고, 준비하기보다 벼락치기가 더 많은 현실”이라며 “많은 국민이 제도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전체적으로 제도를 돌아보고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반드시 지켜낼 수 있도록 개선 및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습적 문제, 가족 눈치 보지 말아야
근래 웰다잉 관련 선행 연구들에서 언급됐던 좋은 죽음에 대한 공통된 개념 중 하나는 ‘자녀(혈연)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다. 웰다잉은 개인의 처지와 시대적 상황, 문화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전통적 가족주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은 가족에게 심리적 부담은 물론 돌봄이나 장례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나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웰다잉의 일부이겠으나, 심할 경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죽음 교육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경 사회복지사는 “웰다잉 실천을 어려워하거나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친 가족 중심 문화’를 들 수 있다”며 “가령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핵심인데도,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보호자(가족) 쪽으로 결정권이 넘어가는 편이다. 환자의 치료 경과나 예후에 대해서도 당사자보다는 보호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뤄진다.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몰라 시의적절하게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제도나 인식이 무르익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환자가 미리 연명의료중단 의사를 밝혔더라도 의료진으로선 추후 분쟁을 대비해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은 가족의 부양이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다는 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하기보다는 오롯이 ‘자기결정권’으로 주체적인 고민을 해보시길 바란다”며 “그 이후 가족들을 위해 할 일은 자신의 결정을 알려두는 것이다. 그래야만 갑자기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가족들이 우왕좌왕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고인의 생전 뜻대로 마지막을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슈 3] 노인 중심 웰다잉 교육, 중장년도 외면 말길
웰다잉 분야 전문가들은 ‘죽음 교육’에 대한 수요 증가 및 활성화는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후기고령자 중심으로 정책 집행(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생애 말기 준비·설계 교육 등)이 이뤄져 다소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장소의 특성상 중장년은 교육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평생교육과의 연계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존엄한 삶 마무리’ 보고서에서도 “부모의 장례를 준비하는 40~60대를 핵심 정책 대상층으로 선정해놓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교육 등이) 소극적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유경 사회복지사는 “중장년은 죽음을 먼 이야기로 여겨,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도 막상 실천으로 이어가지 못한다. 노년기에 죽음을 생각하면 주로 삶에 대한 회고지만, 중장년기에는 회고와 더불어 다가올 노년기를 계획해볼 수 있다. 즉 중간점검 기회인 셈이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나의 죽음을 떠올려보고, ‘웰다잉’을 내년 버킷리스트로 삼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유경 사회복지사(죽음 준비교육 전문강사)
참고 존엄한 삶 마무리 지원 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별, 이혼, 독립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돌봄 공백에 따라 요양시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탓에 일상생활이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 혹은 돈을 지급하는 ‘장기요양급여’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장기요양급여는 재가·시설·특별현금 급여 세 가지로 구분된다.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와 단기보호, 복지용구 제공 서비스를, 시설급여는 노인요양시설 또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장기간 입소한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현금급여는 수급자가 도서・벽지 등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면 현금으로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현행 장기요양급여는 재가급여 우선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 장기요양 1∼2등급은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를 이용할 수 있지만, 3∼5등급은 재가급여를 제공받는다. 가족 돌봄이 어렵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 치매 등에 따른 문제행동으로 재가급여를 이용할 수 없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시설급여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독거・무배우 노인의 요양시설 수요와 과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이용자가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2022년 약 24만 명에 이르렀으며 그 중 재가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3~4등급이 약 69%를 차지했다. 재가급여를 이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늘어난 셈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실태조사(2019)에서는 장기요양 인정자가 1인가구 또는 무배우자일수록 불가피하게 요양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 2022년 기준 노인요양시설의 정원은 약 22만 명(4372개 소)으로, 대체재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정원(1만 5707명)과 요양병원 병상 수(최대 26만 7725개)를 더하더라도 최대 수용인원이 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85세 이상 1인 가구는 약 26만 명에서 45만 명으로 7년 사이 1.7배 이상 증가하고,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85세 이상 고령자는 2023년 약 102만 명에서 오는 2030년 158만 명이 될 것”이라며 “독거 또는 무배우 노인의 경우 돌봄 공백 발생으로 요양시설 이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 1인가구 증가세와 함께 노인요양시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가우선 제공 원칙을 유지하되 불가피한 요양시설 이용 수요 증가에 대비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에 방점을 둔 요양시설 확충과 시설서비스 내실화 및 다양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재가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시설 이용이 불가피한 노인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설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 수준을 제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돌봄 필요도가 높은 1・2등급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2023년 188만 5000원)을 시설입소자 수준(245만 2500원)으로 단계적 인상 △통합재가서비스 확대 △재가서비스 다양화 및 내실화 △재택의료서비스 및 방문간호 확대 △주거환경 개선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시설급여와 관련해서는 공급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공립 노인요양시설을 확대하고, 요양시설 진입 제도를 개선하도록 제시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G7 국가(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와 한국의 치매 정책을 비교 분석,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두 편은 각각 ‘JAMA Network Ope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호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유병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OECD는 치매 정책과 관련해 10대 핵심 목표를, WHO는 국제치매 공동 대응 계획을 통해 7가지 실행 영역을 제시하며 ‘국가 치매 계획(National Dementia Plan)’ 수립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치매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국가가 많고, 치매 관리계획은 수립되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국가도 있어, 실효성 있는 국가 치매 관리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의 개발과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은 국가 치매 관리계획을 선도적으로 수립하여 추진 중인 G7 국가들과 한국의 국가 치매 관리계획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치매 관리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건들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김기웅 교수팀은 WHO의 7가지 실행 영역과 OECD의 10대 핵심 목표를 총 11개의 정책 목표(예방, 진단, 인식 개선, 가족지원, 환경,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통합서비스, 연구와 기술 개발, 정보시스템)로 통합하여 국가 간 치매 관리계획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 결과, 첫 번째로 치매 예방, 조기 진단, 인식 개선, 장기 요양, 통합서비스 관련 정책들은 국가에 관계없이 잘 갖추어진 반면,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은 미비한 국가들이 많았다. 김기웅 교수와 성수정 교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둘째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정책 목표들이 많았다. 일례로 임종 돌봄 관련 정책의 경우,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완화 치료 제공, 사전 의료지시서 및 위임장 작성 장려, 가족 지원서비스 등 말기 치매 환자의 인간다운 임종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관련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 또 영국, 일본,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정책 성과를 평가할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지 않아 성과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로, 국가 치매 계획을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결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미국, 한국,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국가 치매 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아 정책 구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기존 국가 치매 관리계획의 추진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후속 계획이 적시에 수립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 국가 치매 관리계획을 국가 수반을 중심으로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한 국가들에 비해 단일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한 국가들에서는 정책 추진력이나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국가 치매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 정책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계획의 수립과 조정, 국가 단위의 범부처적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강조했다.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가 간 협력과 모범 사례 확산을 통해 국가 치매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고립이 문제가 되면서 다양한 기술이 해결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형 스피커나 로봇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떤 기술이 중년의 고립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본다.
1 메타버스로 마음 챙기기(뉴클)
뉴클은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도입해 학습 센터나 심리 치료 공간을 만들었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마음 스페이스’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전문 상담사와 개인 혹은 그룹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대면으로 상담하기 부담스럽다면 가상 공간에서 더욱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뉴클은 올해 한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케어 마음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음 챙김에 힘썼다. ‘마음 스페이스’의 심리상담은 음악, 미술, 색채,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상담뿐만 아니라 명상 공간, 사계절이 보이는 길 등을 만들어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평화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했다.
2 부착하여 안전 확보(디엔엑스)
디엔엑스는 데이터 기반 AI 서비스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갖췄다. 어르신의 건강한 생활 습관에 도움을 주고 위급 상황 시 대처할 방안으로 ‘터치태그·터치워치’, ‘AI 순이’를 만들었다.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자주 잡게 되는 사물에 ‘터치태그’를 부착해 사용량을 수집하고 ‘터치워치’로 걸음 속도와 폭을 측정한다. 각 기기들은 모두 ‘터치케어’ 앱과 연동되며,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순이’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앱 모니터링을 통해 보호자는 어르신의 행동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는 상황인식 기반에 따라 먼저 말을 걸어주는 ‘AI순이’와 소통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3 인공지능 말동무(미스터마인드)
미스터마인드는 인공지능 돌봄로봇인 ‘초롱이’로 어르신과의 대화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콘텐츠와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어르신의 치매, 고독사, 우울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는 미스터마인드의 돌봄로봇을 입양했다. ‘초롱이’는 대화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어르신들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며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4 전력량으로 위험 감지(에이나인)
지역별 소외된 1인 가구를 관리하는 공공복지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는 에어나인이 개발한 돌봄플러그를 통해 이뤄진다. 1인 가구의 전력량과 조도 변화를 24시간 관리하여 고립 위험을 막는다. 지역별로 담당자를 세분화해서 1명의 담당 관리사가 평균 4~6명을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반군,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일정 시간 동안 전력 사용에 변화가 없으면 위기 알람이 전송되고, 방문 관리사가 대상자에게 전화하거나 집을 방문한다. 위험 상황에는 119를 연계해준다.
5 든든한 인공지능 돌봄(SKT)
SK텔레콤은 행복커넥트와 손잡고 ‘행복커뮤니티 AI돌봄’을 공동 추진했다. AI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건강을 증진하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IoT센서, 심리상담 및 부정 발화어를 분석하는 ICT케어센터를 통해 안전을 강화한다. 어르신의 일상에 활력을 넣어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긴급 SOS 서비스로 안전도 책임진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게 ‘살려줘’라고 말하면 119 호출을 할 수 있고, 각종 알림과 치매 예방, 감성 대화 등을 제공받는다.
6 똑똑한 생활 돌봄이(로보케어)
로보케어는 로봇으로 두뇌 향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신체와 정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보미2’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여 감정 케어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심장건강도 등을 측정해 생체 정보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움직임을 인식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 버튼이나 음성인식을 활용해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탑재했다.
정성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신경과 교수)이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6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행사에서 정부포상으로 국민포장을 받았다. 국민포장(國民褒章)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상훈을 말한다.
정성우 의무원장은 “현장에서 다양한 치매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인천광역치매센터의 운영 가치를 지역사회 치매 예방과 인식 개선, 인간중심 돌봄 역량 강화에 두고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도 임상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치매안심사회 구축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치매극복의 날은 매년 9월 21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가족과 사회의 치매환자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치매와 두통 등 뇌 질환 분야 권위자인 정성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은 2019년 12월부터 인천광역시광역치매센터장을 맡아 2020년과 2021년 전국 광역치매센터 사업평가 1위, 우수사례 경진대회 2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 등을 이끈 공로가 인정됐다. 또 전국에서 65세 미만 치매환자의 상병 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노인성 치매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지원이 부족한 65세 미만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뇌건강학교)를 개발하고, 인간중심 치매돌봄 기법인 ‘휴머니튜드’ 도입에 앞장서는 등 치매극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왔다.
아울러 정성우 의무원장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로 25년 넘게 재직하면서 2018년 국내 최초 뇌병원 개원부터 현재까지 뇌병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치매를 포함한 뇌 질환 치료에매진하며 임상과 연구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오는 9월~11월 3개월간 캐어유의 스마트에이징 아카데미 시즌1 ‘시니어 비즈니스 DX 기업 현장 탐방 & 네트워킹’이 열린다.
이번 아카데미는 고령 친화 산업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창업가의 만남을 통해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캐어유가 주관하고 실버산업연구소, 함께일하는재단, 이투데이피엔씨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후원한다.
‘시니어 비즈니스 DX 기업 현장 탐방 & 네트워킹’은 참가자와 함께 시니어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 다섯 곳을 탐방하고 강의를 들은 뒤 네트워킹 시간을 가진다.
탐방 및 네트워킹은 9월부터 11월까지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현장 탐방 시간에는 기업 대표 및 임원에게 기업 사례를 듣고, Q&A도 진행하며,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탐방 기업은 스프링소프트, 로보케어, 내이루리, 케어닥, 판교를IT多(잇다)다.
9월 22일에는 스프링소프트와 로보케어 탐방이 이뤄진다. 스프링소프트는 노인복지관, 치매 안심 센터 등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고령 친화 기능성 게임기기 ‘해피테이블’을 기반으로 여가활동 증진 및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게임 콘텐츠를 제공한다.
로보케어는 그룹형 인지훈련 시스템 ‘실벗’과 일대일 가정용 돌봄 로봇 ‘보미’ 등 다양한 로봇 플랫폼이다.
10월 30일에는 내이루리와 케어닥을 탐방한다. 내이루리는 시니어 배송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정기 배송 통합 솔루션 ‘옹고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케어닥은 간병인 찾기, 간병인 일자리 찾기, 방문요양, 방문 재활운동, 생활 돌봄 등 시니어 돌봄 플랫폼이다.
11월 16일에는 판교를IT多(잇다)를 탐방하고 아카데미를 마무리하는 포럼과 수료식이 열린다. 판교를잇다는 시니어 맞춤형 인지건강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판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인지 플랫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15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3회 중 2회 이상 참가자에게는 스마트에이징 아카데미 수료증을 발급한다.
신청은 QR코드나 구글폼 링크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스마트에이징 아카데미에 문의하면 된다.
2021년 일본에서 개호보험 지원을 받는 요(要)개호·요지원 인정자 수는 679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을 돌볼 간호 인력은 부족하고,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1인 고령자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2005년 개호보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지역 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잔존 능력으로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개호, 개호 예방, 주거 및 일상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지역 자원 엮어 돌봄 제공
여기서 지역은 ‘일상생활 권역’으로, 보통 집에서 도보 30분 권내를 의미한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 권역당 대상 인구는 1만~3만 명이다. 하나의 마을이 노인을 함께 돌보는 셈이다.
고령자가 늘고 가족의 간호 부담이 커지자 일본은 2000년 사회보험 방식의 개호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이 보험만으로는 고령자를 돌보기 어렵다. 게다가 핵가족화로 인해 돌봐줄 가족 없이 혼자 남은 독거노인도 늘었다. 따라서 노인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를 시설에서 재택으로 옮기되, 지역 자원으로 주거, 의료, 개호, 예방, 생활 지원의 통합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을 목표로 지역의 포괄적 지원과 서비스 제공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시스템이 실현되려면 개호직이나 의료 관계자를 비롯해 다직종의 제휴가 필요하다. 현재는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케어 매니저가 시스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역포괄지원센터는 2022년 기준 전국에 5404개소가 설치되어 있고, 지소까지 포함하면 7409곳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점 내용에 재택 의료·개호 제휴 추진을 포함했다. 시정촌(일본의 지방자치단체를 말함)이 주체가 되어 의료·개호를 연결해 진료소나 병원에 다닐 수 없는 요개호자를 집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어느 장소에 어느 시설이 있고 의사가 몇 명인지 지역의 자원을 파악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게 시정촌의 역할이다.
시정촌이 이를 담당한다는 의미는 지역 특성이나 자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주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각 지역의 특징과 자원을 반영한다는 점이기 때문. 예를 들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구분해, 요개호자들이 통원 치료나 재택 방문 서비스를 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포괄케어는 지역마다 시스템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각 시정촌은 PDCA 사이클을 돌리며 시스템을검증한다. Plan(계획)→ Do(실행) → Check(측정 평가)→ Action(대책 개선)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만 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하고 개선한다.
집으로 돌아가자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자립’이다. 의료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치매 환자도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쿄 주택가에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있다. 장기 입원이 흔한 요양병원과 달리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병원이다. 퇴원 후 집에서 진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 고려한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지역 케어 매니저 등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일한다. 지역포괄케어의 병원 판인 셈이다.
건강한 노인은 자원봉사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이 필요한 노인은 지원을 받으며 사회와 교류한다. 서로를 잇는 하나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것.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삶의 활력이 되어 개호 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고.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역마다 가진 자원의 편차가 있고 환경도 달라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질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집에서 여생을 마감하고 싶은 고령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므로, 지역포괄케어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 시대 시니어에게도 생애주기에 따른 예방, 인지교육,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10년 전부터 인지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온 대교가 시니어 케어서비스 ‘대교 뉴이프’를 통해 어르신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니어 뉴 라이프 솔루션 대교 뉴이프는 ‘눈높이’ 학습지로 잘 알려진 대교의 자회사다. 지난해 1월 대교의 사업부서에서 시작해 올해 7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으며, 고령화 시대에 달라진 시니어의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들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주요 서비스는 노인 장기요양사업, 시니어 전문인력 양성, 시니어 라이프 토털 케어서비스, 대교 뉴이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크게 네 가지다.
대교 뉴이프의 시니어 라이프 토털 케어서비스의 강점은 ‘인지 케어’다.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아지는 시점에, 여전히 지류형 교재와 방문케어를 고집하는 것에도 대교의 철학이 녹아 있다. 한지훈 라이프솔루션사업부 부장은 “인지 관련 교육이 필요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종이가 더 익숙하다. 지역에 따라 인터넷이 없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디지털 콘텐츠도 개발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더 많은 어르신을 만나기에 지류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대교의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기존 학습지 교사와 서비스 인력의 시니어 전문성 강화를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민간자격증(시니어 인지놀이 지도사, 시니어 브레인 트레이닝 지도사, 신체활동 지도사)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어르신의 학교, 데이케어센터
대교 뉴이프의 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의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선택권 존중 운영 체계’다. 데이케어센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꿈의 호수촌’ 모델을 유심히 살폈다. 일본의 요양 시설은 대부분 ‘자립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교 뉴이프 데이케어센터는 인지케어에 더 중점을 두었다. 배정혁 장기요양사업부 부장은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르신들이 일방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면, 대교 뉴이프 데이케어센터는 대학교 수강 신청하듯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같은 시간을 있더라도 어르신들이 더 즐겁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케어센터는 서울시 공식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설계됐다. 광명, 분당, 목동, 울산, 해운대점이 있으며, 최근 가맹점으로 분당에 1개소가 추가로 개원했다. 분당 1호점의 경우 오픈 4개월 만에 정원이 다 찼으며 대기자가 50명가량 된다.
방문요양센터도 대교 뉴이프의 인지케어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방문요양 서비스는 어르신의 건강을 확인하고 가사를 돕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교 뉴이프는 직접 개발한 콘텐츠를 활용해 신체·인지 등을 강화해주는 데 집중한다.
인지 강화 콘텐츠로 신뢰성 높여
대교 뉴이프가 직접 개발한 ‘브레인 트레이닝 키트’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지 활동 교육 서비스다. 키트 하나가 한 달 과정으로 교구 1개와 교재 4권으로 이뤄져 있다. 1, 3호는 인지 위주, 2, 4호는 정서 위주로 되어 있다. 인지 콘텐츠는 김기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자기 주도형 기억증진학습법(MESL-E)’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정서 콘텐츠는 작업치료사협회의 감수를 받아 콘텐츠 신뢰성을 높였다. 교구의 경우 소근육 자극을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키트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인 난이도다. 그 외에도 경증 치매 어르신에게 적합한 난이도의 ‘브레인 트레이닝 워크북’을 개발했으며, 경도인지장애 이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이 시니어 다이어리’ 교재도 만들었다. 액티브 시니어가 두뇌 강화 활동을 할 수 있는 ‘30일 30종 두뇌트레이닝700’도 있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인·적성 검사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 높은 교재로 기존에 보지 못했던 문제 유형들이 수록됐다. 이 책은 일본에서 ‘매일 뇌활’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을 대교에서 독점으로 1권을 들여와 선보인 것이다.
콘텐츠는 30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두 페이지씩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다연 라이프솔루션사업부 대리는 “30일이라는 숫자와 하루에 정해진 분량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을 준다”면서 “오늘 하루 두 페이지를 완성했다거나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는 데서 오는 정서적 성취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부터는 브레인 트레이닝 키트를 사용한 방문 인지케어 서비스를 론칭한다. 정식 서비스 출시 전 광명시와 MOU를 맺고 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먼저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전화보다 방문 서비스를 더 선호해 40~50명의 대기자가 서비스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방문 인지케어 서비스는 대교 뉴이프 홈페이지에서 월 8만 원으로 신청 가능하다.
한지훈 부장은 “아직 시니어 라이프 관련 시장은 시작 단계”라면서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인지케어 시장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노인들이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의 인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노인의 정신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노년 세대를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하듯,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생애주기 확대와 함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전국의 독거노인 현황을 조사하고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생활을 돕는 기관이다. 2011년 처음 기관이 설립되었을 때는 독거노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20년부터는 노인 부부 세대까지 아우르는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으로 발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재평가되는 계기였죠. 전염병 공포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저희 생활지도사들만은 환영했으니까요. 단지 마스크나 생필품을 전달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저희가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 창구였죠.”
마음의 병, 우울증이 대표적
특히 노인 세대의 정신 건강 관리에 한몫했다. 독거노인들은 여러 가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한다.
“우울증이 가장 흔하죠. 아무래도 노년 세대의 상당수는 독거노인이고, 홀로 지내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기 마련이에요. 특히 코로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질환자도 많아요. 이 밖에도 최근에는 감정기복이 심한 조현병이나 저장강박증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는 일반적인 직접 서비스 외에 우울형과 은둔형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관에서도 이들을 가볍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우울감을 가진 분들은 일단 우울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죠.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요. 그래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력이 생기니까요.”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매일 안부를 확인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게 하고, 식사를 함께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우울감이 심하면 의료기관과 연계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도록 한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기업들과 협력해 첨단기기를 보급한 것도 센터의 성과다. 센터는 S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인 NUGU 비즈콜을 보급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안부를 확인했다.
우울증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인식도 과거에 비해 나아져, 노인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거나 치료에 협조적인 편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한다. 문제는 은둔형 어르신이다.
찾기도, 대하기도 어려운 은둔형
“은둔형 어르신은 남성이 많아요. 황혼 이혼을 했거나 비혼인 상태에서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된 경우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전입 절차를 밟지 않은 무연고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죠. 쪽방이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거나 고시촌 같은 곳에 머물러 외부와의 접점을 찾기도 힘들고요. 문제는 이런 분들이 식사 같은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하고, 위생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는 점이에요.”
이런 은둔형 노인들은 생활보호사들도 대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한다.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협박이나 욕설은 예사이기 때문이다. 또 돌봄 인력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수고까지 발생한다.
최근에는 저장강박증과 관련한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말 그대로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물건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많은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증상이다.
“원주에서 저장강박 어르신을 직접 뵌 적이 있어요. 인지장애까지 앓고 계셨죠. 물이 끊겨 위생도 엉망이었는데, 고장 난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계셨어요. 벌레 꼬인 고기를 봤을 땐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저장강박증은 위생적으로 문제를 야기해 본인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문제가 돼요. 그분의 경우엔 지자체와 함께 수도 공사도 다시 하고, 냉장고도 고치고, 물건도 치워드렸어요. 이런 저장강박증은 물리적으로 물건을 치운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재발하지 않아요.”
조현병이나 치매도 노인의 ‘마음의 병’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런 병의 경우 본인이 병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발이 엄청나게 심해요. 우울증은 순순히 인정하시는데, 치매나 조현병은 흥분하면서 화를 내고 대화를 단절해버려요. 심지어 이미 진단을 받았음에도 저희에게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생활지원사들이 의심스러운 소견을 발견하면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진단과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심하면 노인 범죄로 발전
이러한 정신 건강 악화는 단순히 노인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 범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찰청이나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의 범죄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50대는 강력범죄 증가가 눈에 띄고, 65세 이상의 경우 폭력과 절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증가율은 남성을 웃돌기도 한다.
“힘없고 노쇠한 노인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이제 체력적으로 중년 못지않은 노인들도 많아요. 성욕이 유지되면서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 이력이 있는 분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요. 때문에 기관에서도 생활보호사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돌봄 인력 부족과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질환이 아니어도 생활보호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노인들이 있다. 공짜를 좋아하거나 생활보호사를 가정부 정도로 여기는 경우다.
“소통을 좋아하시는 분은 생활보호사와 금방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딸보다 더 가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면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는 경우예요. 금전 거래는 절대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소액의 무언가를 사다달라고 한다든가 소액을 요구하면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안일을 시키기도 하죠.”
때문에 센터에서는 돌봄 인력의 이런 정신적 ‘소진’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1일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상담이 필요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 있어도 고립 사례 발생
김 센터장은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아니지만, 사회와 단절되고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노인들도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죠. 자녀가 부동산을 부모 명의로 돌려놓고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재산이나 소득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예외 대상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쌀 등을 긴급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경제적 여력은 되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범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노인들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1년 고독사예방법을 시행하고,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 발생을 20% 줄여 2027년까지 0.85명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 중심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문제에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마음의 병은 다각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 노인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활 형태까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요. 정부의 복지 체계가 꼼꼼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이웃이 함께 돌봐주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치매노인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로부터 떨어진 노인을 발견했을 때에는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없이 무작정 보호하면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선의를 갖고 보호한다 할지라도 신고의무는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치매노인의 보호를 경찰에게 의지하는 정책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치매 질환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지는 데다, 치안 기능 저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노인을 데려가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11일 진행된 ‘제3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싱가포르의 흥미로운 정책이 소개됐다. ‘지역사회에서 나이들기(Ageing in Place)’를 주제로 진행된 이 행사에 참여한 사브리나 룩칭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교수는 발표를 통해 자국의 ‘고 투 포인트(Go To Point)’ 정책을 소개했다.
고 투 포인트는 수퍼마켓 체인 등 일반인들이 쉽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매장을 치매 환자를 안내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단지 시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 투 포인트로 계약된 회사의 직원들은 치매 환자를 응대하고 보호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유통회사인 페어프라이스(FairPrice)와 쉥시옹(Sheng Siong)의 직원 1000명 이상이 지난해 7월부터 이러한 교육을 받았다.
사브리나 룩칭엔 교수는 “고 투 포인트는 길 잃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치매환자에게 필요한 휴식과 음식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설명하고, “요양과 관련한 정보 제공의 기능도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매장을 통해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에서 나이들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이 논의됐다.
티티 맷슨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나이들기가 스웨덴 돌봄 정책의 근간이나 돌봄이 필요해지는 노년의 후기에는 시설 돌봄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책 유연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에드가 리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원은 “지역에서의 나이들기가 반드시 살던 지역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시설 입주뿐만 아니라 거주지 이전도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면서, “다만 거주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자산의 관리, 장소의 적절성, 노후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 확보 등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지역에서 나이들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집에서 요양과 의료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택개조 지원이나 독신자 아파트 지원 등의 제도가 필요한데, 주택 개조의 경우 소요가 최소 200만 채 이상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는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주최로 12일까지 로얄호텔 서울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