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1박 2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애초에 생미쎌의 소르본느 주변에서 어슬렁 놀다가 미술관 한 군데 돌아보는 걸로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기에 쫓기는 기분 없이 잘 보낸 1박 2일이었다. 틈새 여행으로 아쉬움 없다.
오를리 공항에서 탄 작은 비행기는 새하얀 구름 속 푸르디푸른 하늘 구경에 잠깐 정신 팔린 사이에 금방 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창밖의 하늘과 구름은 어찌나 푸르고 새하얗던지 반짝거리는 니스의 푸른 바다와 콤비를 이룬다. 온통 코발트블루의 세상을 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건 니스만의 블루다. 지중해의 니스 블루라고.
지중해의 니스 블루
사실 니스는 여행지로 생각지도 않았던 곳이었다. 때로는 이렇게 예상치도 않은 여행지를 다녀볼 수도 있다는 게 기분을 달뜨게도 한다. 공항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는 칸느와 모나코행 버스가 늘 대기하고 있다. 또 한쪽엔 니스 역 방향의 98번 버스가 서 있다. 우리는 니스 해변 쪽으로 가는 99번 버스로 지중해가 펼쳐지는 숙소 앞에서 내렸다. 환한 햇살이 맞이할 것 같았던 니스는 비가 내린 후의 한기가 엄습했지만 다음 날부터는 니스의 햇빛 좋은 날씨가 날마다 이어졌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발트블루의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가의 전망 좋은 방. 호텔 방에 앉아 광활한 지중해의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위치 좋은 곳의 전망 값을 더 지급했다. 발코니에 앉아 새벽을 바라보고 찬란한 햇빛을 눈부시게 볼 수 있었다. 아름답게 휘어진 니스의 해안선에 내리는 노을을 향해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짜릿했다.
니스에서는 모든 것을 털어내고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맨발로 몽돌을 밟으며 걷는 해변엔 여행객들의 거리낌 없는 일광욕 자세가 민망할 것도 없이 금방 적응된다. 느릿한 트램을 타고 거리를 지나거나 메세나 광장에 나가보아도 무표정하거나 심각한 얼굴은 보기 어렵다. 경직된 근육 없이 자유를 가득 품은 몸짓이었고 더없이 편안한 표정들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도 모두 친절했다. 적대감 따윈 하나 없이 무장 해제된 표정들. 구시가지의 고풍스러운 골목을 걷다가 나와서 길 가던 노신사에게 지도를 들고 길을 물었더니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아예 다리 사이에 내려놓고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낸다. 그리고 내 지도에 동서남북을 그리며 상세히 설명을 한다. 그냥 "조~오기로 돌아서 가면~"이라고만 해주어도 좋으련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기분이 든다.
노천카페마다 의자에 팔걸이를 하고 느긋하게 앉아 지중해를 즐기고 니스를 즐기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거나 와인과 지중해의 해산물 샐러드를 앞에 놓고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 모습이 여행자에게 전해지고 덩달아 행복감 충전이다. 하루쯤 지나면서 긴장감이라곤 일 그램도 없는 나를 발견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니스(Nice)는 나이스(Nice)다.
가끔 가십 기사로 프랑스 배우나 허리우드 스타들이 니스에서 휴양 중인 파파라치 사진들을 기억한다. 따스한 햇살로 반기는 곳 니스는 누구라도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하는 도시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알프스 산맥을 모두 품은 세계적인 휴양도시답게 여유와 풍요함이 흘러넘친다.
니스가 좋은 이유
니스는 프랑스 남부의 항만 도시로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모나코와 칸느가 옆동네이고 이태리 국경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당일코스로 하루씩 칸과 모나코를 다녀올 수 있다. 현재 니스는 프랑스령이지만 역사적으로 이태리와 영토분쟁이 있었고 한때는 이태리 령이기도 했다. 그래서 니스지방 사람들의 이름 중엔 이태리식 이름이 많고 풍습이나 음식도 이태리풍이 많다. 무엇보다도 신선한 지중해의 식재료로 요리한 해산물 요리가 풍성하면서도 가격도 부담 없는 편이다. 숙소 또한 비싸진 않지만 찾는 이들이 많아 성수기엔 예약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곳은 평균 기온이 15℃이고 연중 고르게 온난한 날씨다. 여름엔 덥고 건조한 편이긴 하지만 대체로 전형적인 지중해 도시로 시기와 상관없이 사계절 니스를 즐길 수있는 기후다. 내가 갔을 때는 시월인데도 해변가엔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이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야자수 나무 사이로 다정히 손잡은 연인이 서 있고 바다를 향한 벤치에 어깨를 감싼 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자전거를 탄 젊음이 쌩쌩 지나가고 잘 생긴 개를 끌고 걸어가는 모습이 여유롭다. 이처럼 여유자적한 풍경 속에 내가 있다.
지끈지끈한 일상의 피로나 두통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가벼워지는 듯했다. 마음껏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거리를 지나가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홍합이 가득 뒤덮인 지중해의 해산물 파스타를 먹는다. 골목길이든 대로든 해변가든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긴다. 몇 걸음 걷다가 야자수 가로수길 어드메쯤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아 지중해의 반짝거림을 언제까지나 멍하니 바라볼 수 있다니. 며칠 후면 다시 별스럽지 않은 내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괜찮다. 얼마든지 괜찮다.
남프랑스 맛의 기억
물론 남프랑스의 맛이란 제목으론 당치도 않다. 여행 중에 그곳의 맛을 골고루 맛본 것도 아니고 좋은 것을 찾아다니며 먹은 것도 아니다. 그나마 먹는데 정신 팔려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못해서 찍히지 못하곤 했다. 어쩌다 먹고 어쩌다 찍힌 별스럽지 않은 사진 몇 컷 일뿐이다.
니스의 메인스트릿을 지나 골목길 포장마차처럼 생긴 레스토랑 Temple Bar. 가족단위의 손님이거나 연인들이 가득 차서 바글바글했던 저녁시간. 파스타도, 홍합요리도, 감자튀김도 푸짐 푸짐했다. 이런 인심 대환영이다. 맛있다. 그런데 국물이 간이 좀 세다. 조금만 덜 짰으면 좋으련만, 하긴 괜한 트집이다. 그 분위기 속에선 이렇게 잊지 못할 또 다른 맛을 낸다는 사실이다.
니스의 호텔 조식은 메뉴가 다양했다. 그 중에서 자그마하고 대충 만든 듯하지만 부드러운 크레페가 따끈따끈 금방 구워져 나와 그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크레페(Cr^epes)의 생김새는 동그란 금빛 형태로 밝은 날 떠오른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춥고 어두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하고 밝은 봄을 맞을 때 먹는 빵이었다는데 이제는 우리의 호떡처럼 길거리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으니 그 의미를 떠올릴 틈이 없다.
그리고 어딜 가나 빨강과 보라, 그리고 노랑과 초록으로 선명한 색감이 빛나는 지중해의 채소와 과일들이 가게마다 넘쳐났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 시간들이 내게 우르르 몰려온다. 맛의 기억이 여행의 기억이기도 하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이런 말을 했다. “소설은 독자를 움켜쥐고 한 대 후려갈기는 것처럼 위력적이어야 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충격과 전율을 야기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의 관습과 관점을 타격하려는 예술가로서의 목적의식이 선명하기로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1932~2006)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발하고 기이한 작품 행위를 통해 대중의 굳은 의식을 비트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그것도 도발과 전복의 메시지를 다탄두로 장착한 럭비공처럼 날아가 사람들의 타성을 가격한 백남준의 작품은 전례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는 점에서 창조의 원본이었다. 사람들은 초기 한때 그의 작품에 어지러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갈채는 뜨거워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탁월한 예술혼의 작품 다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도시 외곽 야트막한 동산 아래에 있다. 유리로 외부를 두른 3층 규모의 대형 단독 건물을 지어 미술관을 꾸렸다. 첫눈에 감흥을 맛보기는 다소 어려운 형상이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건물 뒤편 곡면이 매우 유려하지만 미감을 자극할 만한 디테일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설계를 주도한 이는 독일 건축가 마리나 스탄코비치. 그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했으며, 건물 외벽을 유리로 만들어 안과 밖이 연결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 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지었다는 점은 이 건물이 지닌 커다란 미덕이다.
건물의 형상은 동서 방향으로 눕혀진 ‘P’자를 닮았다. 주변의 언덕과 골짜기를 배려하 는 한편,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귀결된 형상이 그렇다. 이 ‘P’자 모양은 그랜드피아노의 형태와 비슷하다. 그래서 피아노를 퍼포먼스 오브제로 즐겨 동원했던 백남준의 경향을 이미지화한 건물 형상이라 유추하는 이들이 많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건축에 담은 백남준의 상징물은 외벽 유리 커튼월에 즐비한 가로줄이다. 이는 백남준이 구사한 작업의 핵심 매개체인 TV 화면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과거 흑백 TV의 화면 조정 시간 때 지지직거리며 출렁거리는 줄무늬에서 착안한 것. 재미있게 음미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은 건물인 셈이다. 그러나 백남준이라는 거대한 콘텐츠를 담은 그릇치고는 평범하고 소박하다. 실험과 도발을 일삼았던 백남준을 닮았더라면, 건물을 척 보는 순간 감동과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솟을 텐데.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는 세계적 수준의 건축에 담아야 아귀가 맞는 게 아닐까.
정신의 대륙붕에서 융기한 준봉
이 미술관은 백남준의 작품 130여 점을 소장했다. 해마다 두어 차례 펼쳐지는 백남준 상설전에 소장품 일부를 번갈아 전시한다. 현재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이한 백남준의 놀라운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다. 1층 전시장에서 맨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TV정원’이다. 열대성 식물로 채운 인공 정원에 경쾌한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는 TV 모니터들을 배치한 이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작품이다. 식물과 기계, 또는 자연과 기술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조물주의 작품이라 할 만한 식물을 오브제로 끌어들여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언뜻 대수롭지 않은 조합처럼 보이지만 백남준의 작품이라 뭔가 대수로운 걸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이게 예술의 소구력이자 백남준의 힘이다. 평범하거나 따분한 세상과 사물을 한 걸음 더 들어가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달아주는 게 그의 예술이지 않던가.
백남준의 예술 여정은 전위음악으로 시작됐다. 1960년 그는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을 공연하면서 피아노를 박살내고 스승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라 청중을 경악시켰다. 그건 예상을 초월한 급진적 퍼포먼스였다. 텔레비전을 오브제로 동원, 비디오아트의 신호탄을 쏜 건 ‘음악의 전시’라는 개인전을 통해서였는데, 이번엔 잘린 소머리까지 진열했다. 틀에 갇힌 예술 관행을 질타하고, 위선의 이웃사촌인 엄숙주의를 조롱했던 거다. 이때부터 백남준은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백남준을 알아보는 눈은 많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 자체가 드물었다. 기사를 쓰더라도 백남준의 작업이 희한하지만 그게 과연 예술인지 뭔지 모르겠다는 투의 의문을 제기하는 글에 그쳤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나체 퍼포먼스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다는 외신을 가십으로 전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백남준이 비로소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계기로 해서였다.
전시장에선 백남준의 출세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볼 수 있다. 1984년 새해 벽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중계로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에 생방송된 이 퍼포먼스는 현대미술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을 통해 기계문명의 폐단을 암울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백남준은 ‘1984년’을 비디오아트로 패러디, 오웰의 어두운 미래 전망을 뒤엎었다. 기술 발전으로 오히려 인간 해방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개진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백남준은 드디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시실의 백남준 작품은 10여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태풍처럼 휩쓴 거장의 작품들이니 반색하지 아니할 수 없다. ‘칭기즈 칸의 복권’에는 말 대신 자전거를 탄 20세기 칭기즈 칸 로봇이 등장한다. 자전거의 짐받이에는 TV가 가득 실려 있다. 왜 칭기즈 칸인가? 백남준은 자신의 진취적 성향의 출처를 ‘몽골 유전자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비디오아트로 세상의 모든 예술을 압도하겠다는 야심의 표명? 그는 다만 머리와 기교로 예술을 성취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만들어 사용할 정도의 기찬 상상력, 어마어마한 독서량, 정밀한 철학적 논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로 벼린 통찰력…. 그의 예술은 정신의 대륙붕에서 융기한 하나의 준봉이었을지도.
2층 전시실에 있는 ‘메모라빌리아’(Memorabilia)는 뉴욕 소호에 있었던 백남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재현한 공간이다. 백남준의 숨결이 선연히 느껴지는 공간이라 기억에 남겠다. 작품 관람을 마친 뒤엔 건물 뒤편을 굽이치는 산책로를 즐길 일이다. 돌을 바닥에 깔고 경사지의 곡면을 채웠으니 돌의 성채다. 구간은 짧지만 매우 아름다워 강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리’는 점점 어려워진다. 어떤 물건이든, 사람이든 ‘추억’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리하지 않고 모아두면 의미 있던 물건도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는 법이다. 그럼 도대체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국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1호’ 김민주(55) 한국청소직업학원 이사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먼저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Senior Life Organize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단어의 뜻을 풀어보면 ‘중장년(Senior)+생활(Life)+정리하는 사람(Oragnizer)’이다. 한국어로는 ‘생활조력 전문가’라고도 불린다.
시니어에게 정리란 노전(老前) 정리, 생전(生前) 정리 및 유품 정리까지 포함된다. 이에 시니어에게 정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민주 이사는 2026년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기존의 수납 정리 전문가나 가사도우미와는 차별된다. 시니어들의 생활 공간 개선을 돕는 정리수납과 생애 설계를 연결해 효율적인 노후 생활까지 도움을 준다.
평범한 직장인,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되다
김민주 이사의 인생은 2009년 ‘정리수납’ 교육을 듣고 180도 바뀌었다. 정리수납 전문가 이전의 그녀는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20년 넘게 일했다. 정리수납, 살림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살림을 도와준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일을 도맡게 됐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을 때 처음으로 살림을 오롯이 하게 됐어요. 집안일을 해보니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고 바쁘기만 했어요. 살림을 못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관심 분야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살림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정리수납 교육을 듣게 됐죠.”
정리수납 교육 후 그 매력에 푹 빠진 김민주 이사. 그녀는 2012년 12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3년 정리수납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2016년 12월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김 이사는 “정리수납 일로 가정집을 돌아다니다 보니 부모님들이 정리를 못 한 집들을 보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을 해야겠다 싶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로 명명하면서 특허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이사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도 꾸렸다. 지금은 임기가 끝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현재 한국청소직업학원의 이사로 있다. 행정 일을 하면서 강사로 교육도 한다. 김 이사는 의뢰를 받으면 ‘정리·청소·소독’을 함께 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니어에게 정리가 중요한 이유
앞서 말했듯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의 출발점은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이었다. 김민주 이사는 어르신들이 ‘정리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리정돈을 못 해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결혼해서 집을 떠나는데,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물건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린 돈으로 산 것이기도 하고, 자녀들의 추억도 배어 있기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
“어르신들은 전쟁도 겪으셨고, 그 이후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잖아요.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고, 근검절약, 희생, 봉사의 아이콘이죠. 자기들은 아껴 쓰면서 자녀들에게는 많은 것을 해주셨죠. 월급 타서 살림도 장만하고, 학교도 고등교육 이상 투자했죠. 컴퓨터, 그랜드피아노도 사주고요. 그런데 자녀들이 결혼할 때 자기한테 필요한 것만 가져가다 보니 본가에 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넓은 집에서 부모님들이 짐과 함께 사시는 이유죠. 결국에는 몸이 아파오니 정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그래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정리를 같이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김민주 이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시니어의 마음을 이해했다. 먼저 베이비부머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해야 했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김 이사는 “물욕을 못 채운 상태로 자랐다”고 짚었다. 그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할 당시에 13, 15평의 아파트가 생겼고,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24, 28, 32평 아파트로 옮겨갔다. 집이 넓어지다 보니 장롱, 냉장고, TV 등을 사들인 것. 거기에 홈쇼핑, 대형마트의 확대로 크고 작은 물건들을 더욱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신이 못 채웠던 물욕을 자녀들에게 채우고, 물건을 사들이는 것으로 충족했죠. ‘못 버린다’를 그냥 이해하면 쉬워요.”
자칫 주의해야 할 것은 정리를 못 한다고 해서 쓰레기 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 이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으로 서울 송파구의 고급 아파트에 혼자 사는 한 할머니를 꼽았다. 할머니는 11년 동안 한 번도 청소를 안 했고, 아들·딸과의 사이도 멀어진 상태였다. 김민주 이사는 할머니의 동의 하에 대청소를 했는데, 이후 할머니는 자기한테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졌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누가 봐도 버려야 할 것들인데, 할머니는 그것들을 다 품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 김 이사는 “물건을 버린다는 것을 못 견디고 상실감을 크게 느낀 것”이라며, 시니어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2022년,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정리 방법
그렇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김민주 이사는 “버리기 전에 물건이 더 이상 집 안으로 안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집에 대체할 물건이 있는지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다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구입하라고 말했다.
더욱이 물건을 사들여도 ‘아끼다가 똥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물건은 쓰려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왜 쓰지 않고 아끼냐”면서 “이 세상에서 아까운 존재는 시간과 사랑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더불어 김 이사는 모든 정리의 시작은 ‘물건 째려보기’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끝난 물건, 방치된 물건, 설레지 않는 물건’을 찾는 과정이다. 더불어 “40세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40대 때 창직을 했잖아요. 그때부터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째려봤어요. 안 보이던 물건이 보이기 시작하고, 역할이 끝난 물건도 보이는 거죠. 집에 보면 자녀는 다 컸는데 공갈젖꼭지, 유치원 때 읽던 전집류, 중고등학교 교복, 그랜드피아노 다 있을걸요. 추억인 건 알겠지만 다시 쓸 일이 없잖아요. 그걸 버릴지, 갖고 있을지는 그 물건의 주인인 자녀가 결정하는 거예요. 귀중한 거니 결혼할 때 가져갈 수도 있고, 버리라고 할 수도 있죠. 그렇게 정리를 하는 거예요. 저도 10년째 째려보니 이제 조금 정리가 됐어요.”
김민주 이사는 2022년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에게 ‘비움-나눔-채움’이라는 3단계 정리법을 제시했다. 사람도, 물건도, 식재료도 비우고 나누는 정리를 한 뒤, 최상위 것들로 다시 채우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면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또한 갖게 된다’고 궁극적인 의도를 밝혔다.
“하루에 하나씩 물건 버리기를 해보는 거예요.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도 ‘ㄱㄴㄷ’ 순서로 하루에 한 명씩 정리해보세요. 우리는 20%의 물건만 쓰고, 80%는 안 쓰는 물건이에요. 안 쓰는 것들을 버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유익해요. 그리고 휴대폰에 ‘버림의 행복’이라는 사진 폴더를 만들어 놓고, 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세요. 내일은 뭘 버릴까 기대하게 돼요. 평생 하라는 건 아니에요. 매일 계속 버리면 상실감이 생기니까, 어느 정도 충족되면 좀 쉬어야죠. 사람들이 비우면 행복하다 하잖아요. 비워야 다른 것들로 채워져요. ‘비운다, 버린다’를 나눠준다로 생각하시고, ‘채운다’는 제대로 된 것들로 채운다고 생각하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민주 이사는 홀로 살다 86세에 세상을 떠난 이모 이야기를 전했다. 이모는 근검절약했고 물건을 아껴뒀지만 세상을 떠난 뒤 그것들은 다 쓰레기가 됐고, 자식들에게 짐만 됐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김 이사는 살아 있을 때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그렇게 우려하는 ‘짐’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4남매 자식들이 조를 짜서 집 청소를 했는데 3개월 이상 걸렸어요. 정리를 해보니 옷, 스카프, 장갑 등 안 입은 좋은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에는 딸들이 좋다고 가져갔지만, 나중에는 한탄이 되는 거죠. 그러다 어느 날 서랍장에서 돈이 나오니까 자식들의 자세가 달라졌죠. 그걸 보면서 현금, 통장, 도장이 아닌 것은 다 쓰레기가 된다고 느꼈어요. 저는 시니어들이 뭘 남기고 뭘 버려야 좋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돈 있으면 자식들 다 주라는 것도 아니에요.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것 드시고, 좋은 데 다니시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 시니어 라이프 정리 교육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국가 차원이면 더 좋고, 교육이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시니어에게 정리란 자신의 빛나는 인생을 돌아보면서 추억을 반추하는 것이고, 금쪽같은 자식들을 덜 고생시키는 것이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리정돈 팁
정리수납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납 도구를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박스(홍삼, 화장품, 각티슈)나 쇼핑백을 활용하면 수납 도구가 된다. 홍삼 박스 옆면에 손잡이를 부착하면 수납 트레이가 된다.
◆ 쇼핑백을 활용한 수납 도구 만들기
손잡이 끈을 풀어놓는다. → 들어갈 공간의 높이보다 조금 낮게 접는다.(앞뒤로 각각 접기) → 접힌 부분을 안으로 집어넣어 바구니 형태로 만든다. → 그대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면 저절로 칸막이가 생겨서 종류별로 나눠 수납할 수 있다. 또한 쇼핑백 옆면에 링 라벨을 안팎으로 붙인 다음 풀어둔 손잡이 끈을 넣으면 또 다른 수납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드림퀵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지하철 택배’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소득 증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벤처다. 두드림퀵의 이다인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드림퀵은 세계적인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회사다. 두드림퀵 직원 6명의 평균 나이는 21.8세. 사회적 가치를 기업가 정신으로 실현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표는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앱 개발해 동선 비효율 개선
2018년 시작된 두드림퀵의 사업은 수도권 내 노인 지하철 택배원과 고객 간의 지하철 퀵 중개 디지털 플랫폼이다. ‘노인 지하철 택배’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요금 면제 복지정책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로, 지하철로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택배 주문 배정 과정에서 기사의 거주지가 고려되지 않아, 먼 거리의 주문을 배정받는 등 동선 낭비가 빈번히 발생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택배원들이 물건 수령·배달 장소가 적힌 종이쪽지만 보고 길을 찾아, 생소한 지역을 헤매기 일쑤였다.
이러한 비효율적 동선의 문제점을 인식한 두드림퀵은 IT 기술을 활용해 노인 친화적인 ‘택배원용 앱’을 개발하고, 서울 지역 9개의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기관과 협업해 택배원들에게 이를 보급했다. 해당 앱은 ‘위치 기반 자동 배정 시스템’으로, 물품 수령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사에게 주문을 배정한다. 또 앱이 카카오맵과 연동돼 물품 수령·배달 장소로 향하는 최적의 길을 알려준다. 이 대표는 “두드림퀵 서비스로 택배 기사들의 이동 거리는 평균 7.2km, 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분가량 단축됐다”라며 “택배원마다 주문 건수가 달라 편차가 크지만, 한 택배원의 경우 두드림퀵 일을 하며 월평균 소득이 1.5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 대부분은 시니어 택배원에게
사업 초기 힘든 점도 많았다. 기관마다 나름의 체계가 있는 상태에서 어린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다 보니,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관들을 하나씩 설득하고 섭외해 현재는 총 9개의 노인 일자리 기관과 협업 중이고, 함께하는 시니어 택배원 수는 약 150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월 주문 100건도 힘들었는데, 현재는 월평균 주문량이 500~700건으로 늘었다”라며 “2020년 1~9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매출이 22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인 만큼, 회사의 수익보다는 택배원의 소득 보장에 더 가치를 둔다. 두드림퀵의 거래 수수료는 5%로, 20~30% 수준인 업계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다. 5%의 수수료 역시 마케팅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다만 앱이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개발 자금은 수수료 수익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이는 주로 공모전을 통해 얻는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사회적 경제 조직을 연결해주는 공모전 ‘2021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에서 우수상에 선정돼 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두드림퀵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 사회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받아 얻은 성과다.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
이 대표는 “노인을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고, 같이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택배원들을 대상으로 앱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책자에 필기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임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송 중 물건을 잃어버릴 상황에 대비해, 자신이 탄 지하철 칸의 번호를 매번 외운다는 시니어도 있다. 한 시니어 택배원은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만족스럽고 보람차다”라며 택배 업무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며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에 이 대표는 “노인 문제의 핵심은 고독과 빈곤인데,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다”라며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인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움직이며 사회적 활력도 채우고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드림퀵의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으로의 성장이다. 이를 위해 두드림퀵 멤버들은 주 2회 꾸준히 노인 문제와 사업 확장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도 언젠가 시니어가 될 것이고, 노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며 “시니어 커뮤니티, 시니어 친화 앱 등 다양한 노인 친화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 2월 28일 난 평생 잊을 수 없다. 이유는 40년간 몸담아 온 직장을 하루 아침에 쫓겨나다시피 잃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교육계에 퍼진 정년 단축이 내게 먼저 닥친 것이다. 그렇다고 난 미리 준비한 계획은 전연 없었다. 만 61살 일손을 놓기에는 빠른 나이다. 당장 내일부터 할일이 없다. 가진 기능이나 특기도 없고 남과 같이 기운이 세거나 막노동을 할 정도의 힘도 없다. 또 바둑이나 장기, 화투 등 오락도 취미도 없고 내놀만한 운동기능도 전연 없다. 오직 학교와 집밖에 모르는 샛님같은 아주 여린 봄꽃같은 난 모든 일에 쓸모가 없었다.
퇴직 후 생활은 기상하여 동네 뒷산을 오르거나 전철을 타고 종점에 도착해 값싼 점심과 목욕이 전부며 할 일이 없이 멍하니 약장사 구경만 종일토록 관람하며 흘러간 유행가에 젖어 마실 줄 모르는 막걸리 한 두잔에 취하거나 해져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러길 몇달째 참다참다 폭발한 아내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살바에는 다 죽자고” 짜증을 낸다. 이러길 수차례 어느날 울분과 흥분을 참지 못한채 길거리를 방황하는 난 가슴이 답답하여 길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지나가는 고등학생의 신고로 119가 몇분만에 도착하여 난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평생 처음타본 응급 앰뷸런스에 계속 말을 시키는 간호원 구급대원의 봉사에 처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수분 후에 응급실에 도착한 나는 기본 검사와 링겔 등 응급처치를 받고 병실 구석 후미진 코너 침대에 눕혀졌다. 사방을 살펴보니 별별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방 목숨을 거둘 것 같은 나이든 할머니, 뼈만 앙상하여 마치 해골같은 머리가 흰 할아버지, 한쪽 발이 없는 중년의 남자, 울다지쳐 버린 갖난애, 거기다가 지독한 소독약 냄새.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온전한 것이 없었다. 아비규환 속 분위기에 젖기도 전에 난 담당 간호원에게 이제 멀쩡하니 퇴원하겠다고 말하니 반기는 기색을 하며 뒤늦게 찾아온 아내가 퇴원 수속을 해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시원한 내방에 누워 명상에 잠겼다. 병원에서 본 환자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내 나이 61세, 방황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기는 너무 젊은 나이임을 실감했다. 뭔가 해봐야하고 한번 죽이되든 밥이되든 시도해 보고 후회해도 늦지않을 것 같아, 난 큰 결심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벼룩시장’, ‘교차로’ 등 길가에 비치된 정보지를 봤다. 내게 맞는 일감은 없었다. 4호선 전철을 타고 오늘은 머리도 식힐 겸 친구와 만나 울분을 풀 셈으로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친구와 어울려 동물원을 걷는데 눈에 뜨인 광고판에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동물해설사’ 양성기사가 확 눈에 들어왔다. 난 친구에게 컨디션이 안좋아 먼저 간다는 핑계로 일찍 돌아와 동물원에 확인 전화를 했다.
나는 동물해설사이자 한 마리의 영리한 원숭이
“여보셔요. 거기 서울동물원 기획과죠. 동물해설사를 뽑는다는데, 나이 제한은 없나요?”
“어떤 서류를 갖추어야 하나요?”
난 급한 마음에 여러 가지 궁금한 문제를 애원하다시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리고 다양한 서류를 갖추어 인터넷 접수를 했다. 다행히 서류전형엔 합격했다. 그뒤는 몇 주간 강습이었다. 강의 내용은 수많은 동물과 멸종위기의 동물 종보전, 자연생태계 복원, 인간의 탐욕으로 남획을 막고 인간과 공존하는 법 등 다양한 전문적인 교육이었다. 교육이 끝나면 필기시험과 면접 실연을 통해 실제 동물 앞에서 뭇관중이 보는 가운데 동물해설을 하며 최종선발을 거쳐 43명을 뽑는데 난 당당히 합격했다. 난 기뻐 날뛰면서 방안을 빙돌며 괴성을 질렀다. 아내가 놀라 날 쳐다보았다. 마치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 같았다.
이렇게 환희의 순간을 만끽한채 동물원의 출근은 계속되었다. 동물원의 일과는 날 새로운 변신을 꾀하게 했다. 이유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그날 체험학습을 올 아동 수 대로 당근, 배추잎(케일), 사료 등을 손질하는 것인데 당근은 하나하나 씻어 크기가 알맞게 자른 뒤 바구니에 준비하며 물기를 닦는 것이다. 그리고 코스별로 해설을 하며 체험교육을 시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최고의 광대처럼 재미있고 교육적인 산 교육이어야 인기가 있어 환영받는다. 즉 해설 방법 및 내용은 이러하다.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셔요. 저는 동물해설사 xxx입니다. 제 별명은 영리한 원숭이구요. 오늘은 여러분을 남미 페루에서 많이 사는 기니피그 먹이주기, 다음엔 말, 나귀 다른 점 관찰, 다음에 사막에 사는 미어캣은 무엇을 즐겨먹나요? 여러분이 만약 이 침에 쏘인다면 생명이 위험하지만 이 동물은 즐겨먹는 전갈을 맛있게 먹지요. 다음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토끼 먹이주기, 꼭 장갑을 끼고 먹이를 줘야해요 하며, 케일잎과 배추잎을 잡는 법을 알려주고 다음엔 원숭이, 그리고 염소, 양 등의 특징을 설명하고 먹이를 주면 돼요. 먹이를 던지거나 동물을 귀찮게 하면 안돼요.”
머리를 흔들며 재롱을 떨고 나이 많은 노인답지 않게 귀여운 표정, 손짓으로 윙크를 날리며 분위기를 잡고 해설이 끝나면 지도일지를 깨알만한 글씨로 가득 채운 뒤 일과를 반성하고 정리한 뒤 귀가하는 것인데 이 생활이 어찌나 즐거운지 나의 즐거운 변신은 대만족이며 거기다가 듬직한 해설사 월급을 받는다. 도랑치고 가재 잡고 하듯이 건강챙기고 시간보내고 급료 받는 나이든 늙은이로는 최대한 대우며, 피복, 모자, 소지품, 간행물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아 최고의 나날을 보낸다. 정말 교직에 버금가는 변신이다. 나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 변신을 준비하고 실천했다.
실패의 나날에서 난 성공의 열쇠를 찾았다
-모형항공(글라이더, 고무동력 입상 및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동물원 해설이 없는 쉬는 날의 무료함을 달래고 내 취미생활 건강을 위해 고심하던 어느날 난 수원 제 10 전투비행단 블랙이글 축하비행과 공군참모총장배 스페이스 첼린져 모형항공기 대회를 참관했다. 아주 멋진 행사며 이 늙은 나이에도 나도 참가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혔다. 내 자신도 할 것 같아서 서울과학사를 찾아가 모형항공기 셋트를 구입했다. 설명서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만들었다. 밤을 새우면서 거의 완벽하게 조립하여 인근학교 운동장에서 시험 비행을 해봤다. 처음 만든 모형비행기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날고 체공 시간은 1분대였다. 몇 번을 날려봐도 아주 잘 날라서 기분이 아주 좋았고 자신이 생겼다. 이렇게 몇 번을 연습했다.
그리고 예선대회 즉 경기, 인천 예선대회가 수원 제 10 전투비행단에서 있었는데 그 대회에 참가했다. 내 차례가 되어 공군 보조원이 50m 후방에서 글라이더를 날려 주는데 왠지 몹시 서툴러서 믿음이 가지 않아 몇 번을 뒤돌아 보면서 뛰는데 글라이더가 영 상승을 하지 않고 왼쪽으로 “휙” 곤두박질하며 앞날개가 활주로 바닥에 부딪쳐 두동강이로 갈라져 1차 비행은 0점이었다. 난 당황해서 날개 조각을 회수하고 2차 비행 순서만 기다리고 있는데 남은 한 대 글라이더도 날개가 튼튼하지 못해 날개 중앙에 금이 가있었다. 급히 강력 접착제를 바르고 순서를 기다렸다.
두 번째 마지막 시합에서는 옛학교 과학주임이 와서 보조역할로 글라이더를 뒤에서 잡아주어 사수, 조수, 보조가 맞아 멋지게 바람을 가르며 높은 창공에서 선회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회오리 바람이 불어 앞날개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망가진 채 공중에서 빠른 속력으로 활주로에 꼴아 박았다. 더 이상 기회도 없고 글라이더도 없어 퍽 아쉬웠지만 난 대강 비행기 잔해를 끈으로 묶어 보루지 박스에 쳐넣고 승용차편으로 귀가했다. 1년간 공들인 노력이 허사였고 그 공역과 재료비 등이 너무 아까워 눈엔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무참하게 실패한 나는 집에 돌아와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노트에 기록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실패의 원인분석
◎ 모형 항공기가 튼튼하지 못해 쉽게 부서졌다.
→ 다른 참가자들은 낚싯대 카본으로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 재료 문제
◎ 견인자(사수)와 보조자(조수)의 싸인이 전연 안 맞음
→ 혼자만의 힘으로는 글라이더를 띄울 수 없음. 보조자 대동해야 함. : 보조자 양성
◎ 바람의 강약에 맞는 견인 연구
→ 견인 기술 부족. 연습이 필요함.
또 실패의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또 재료 및 여러 가지 계측장비 등을 준비해야 함을 알았다. 또 기록이 좋은 모형항공기는 스마트폰에 사진을 찍어 살펴봤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한국 최고의 장인에게 사사 받았다. 그러니까 한국 모형항공의 대부 격인 경복궁 옆 동학과학 심xx 사장의 50년 이상의 노하우를 하나씩 익혀가며 모형항공기 킷트 공장제품을 이용하지 않고 수제품을 하나씩 만들었다. 즉 앞날개, 동체 수평, 수직꼬리날개 종이는 외제를 사서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음해에 대한 준비를 하나씩 진행했다. 제작 기술도 늘고 요령이 생겨 견인방법도 바람의 세기를 큰 연을 만들어 날리면서 익혔고 이탈 및 체공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했다. 두 번 다시 실패는 없다는 나의 각오는 연습으로 더욱 자신을 얻어갔다.
실패 후 1년이 지나 난 또 제 10 전투비행단 활주로에 시합을 위해 섰다. 조수는 우리집 차남이다. 평소에 같이 호흡하며 연습을 한 터라 손발이 “착착” 맞았다. 내 차례가 되어 계측하는 심사위원 대위의 신호가 떨어졌다. 난 무수히 연습을 한 터라 자신있게 센바람을 줄의 길이와 느슷함과 당김의 조화를 섞어 요리조리 걷다 뛰다하며 글라이더를 마치 살아있는 황새처럼 어루고 달래며 하늘 높이 띄우며, 그러니까 상승기류를 찾아 마치 강태공의 잉어낚시인양 뛰면서 글라이더 상태를 보며 살펴시 이탈시켰다. 많은 참가자와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며 “무한대∞”를 연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난 일반부에서 3분(1차), 2차 3분 도합 6분으로 1위, 금상을 받았다. 60이 훨씬 넘은 노인이 상을 받는다고 축하박수가 유난히 컸다. 이렇게 예선은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고 회심의 미소를 먹음은 채 기쁜 마음으로 본선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는 9월이라 시간적 여유도 있지만 난 마음을 다시 잡고 제작 및 견인을 더욱 열심히 했다. 글라이더는 완전히 터득했다.
새파란 멍이 온 몸에 퍼져 기력이 쇠약해도 고무동력기는 내려야 했다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본선, 공군참모총장대회, 고무동력기 이야기. 더 강하게 변신한 나의 모습
글라이더는 전국을 제패하고 몇 년간 노력 끝에 제 1인자로 자리메김 다. 이제는 고무동력부문이다. 처음부터 이 영역에는 값비싼 외국제품 및 부속으로 무장한 전국의 과학사의 문하생들이 주름잡고 있어 난공불락이었다. 거기다가 최신장비, 풍향풍속 계측기, 강력한 드릴로 신축성이 뛰어난 고무줄을 사용하는 그들을 따라잡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끈기와 변신의 귀재인 나는 하나씩 착착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니까 외제 고무동력기의 설계도를 수소문 끝에 구입하여 하나하나씩 내 기술로 개조했다. 고무동력기 동체, 외제는 값비싼 두랄루민·티타늄 등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난 이점을 가벼운 플라스틱을 말아 가늘게 쪼갠 대나무 껍질을 이용하여 트러스 공법으로 동체를 만들었는데 단단함은 물론 가볍기가 기본동체의 1/3 무게도 안되었다. 대성공이었다. 또 프로펠라의 크기가 기성품은 작기에 대추나무로 세밀하게 깎았고 고무줄은 미제를 구입했다. 또 프로펠라를 돌려 고무줄을 감는데 조수가 꼭 있어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기위해 혼자서도 고무줄을 감을 수 있는 장치를 발명했다. 즉 강력드릴에 강철고리를 부착시킨 뒤 프로펠라 걸이를 세워있는 기둥이나 나무에 감고 프로펠라를 회전시켜 감는 방법인데 어른이 잡아주는 힘보다 서너배 많이 감고 아주 편했다. 이렇게 만전을 기한 나의 변신 기술은 공군참모총장배 본선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가슴쓰린 추억이었다. 그러니까 본선대회 1차 시기에서 연병장의 축구 꼴대에 고무줄 감기와 드릴을 이용해 두서너배 많이 감은 고무동력기를 날렸는데 연병장 주위 아주 높은 반절쯤 죽어가는 소나무에 걸려 프로펠라는 허공을 향해 “빙빙”돌면서 ‘퍼덕’ 거렸다. 급히 달려가 행사 보조위원에게 내려 줄 것을 이야기했다. 보조요원은 철제 사다리를 펴서 준비한 장대로 내리려고 애썼지만 고무동력기에 닿지 않고 위험하다는 핑계로 포기하라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난 보조원의 만류도 뿌리치고 사다리를 올라 소나무에 다람쥐처럼 올라가 장대에 갈쿠리를 달아서 힘껏 끌어당겼다.
하지만 고무줄이 가지에 감겨 풀리지 않아 한참만에 겨우 비행기를 내려서 떨어트리고 사다리가 걸쳐진 나무둥지를 디디는 순간 사다리가 넘어가 함께 떨어져 풀숲에 내동댕이쳐졌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회수한 비행기를 손보고 날개를 바로잡고 고무줄을 바꿔 꿰어 다시 드릴로 감아 마지막 2차시기에 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차시기 비행 체공 기록은 만점 3분 무한대였다.
내가 속한 조에서는 1등인데 다른 조의 기록이 궁금해서 각조의 기록을 조마다 쫓아 다니며 살펴봤다. 만점은 없는 것 같았다. 이윽고 전체 시합이 끝나고 시상식만 남았는데 난 기록이 좋아 늦게까지 대기했다. 몇 시간 뒤 시상식이 열렸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일반부는 마지막이었다. “일반부 고무동력 금상, xxx” 내 이름이 호명됐다. 별이 4개이신 공군참모총장님이 직접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시며 빙그레 웃으시며 “노익장을 과시하니 보기 좋습니다”하시며 부상과 상장을 주셨다. 그리고 기념촬영. 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전국을 제패한 벅찬 변신이었다.
영광뒤에 따른 무서운 변화에 난 몇 달을 고생하며 치료에 온 정신을 쏟았다
-고무동력기를 내릴 때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아픈 이야기 (낙상사고 후유증에 헤멤)
하지만 시상식이 끝나고 귀가하는 승용차 안에서 엉덩이와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엉치뼈 그 다음엔 허리, 다음엔 목 등 차가 흔들릴 때마다 통증은 더 심했다. 난 천안 휴게소에서 내려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팬티를 내리고 아랫도리를 살펴봤다. 멍 비슷하게 푸르슴한 색이 하체에 내려앉았다.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차를 타고 귀가했다. 금메달을 딴 기분이 가시지 않았기에 약간의 통증은 견딜만했다.
하루가 지났다. 통증은 온몸에 퍼지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온몸을 살핀 뒤, 멍을 보고 주사와 처방전을 간호원에게 시키며 한달 가량 쉬면, 멍이 가실거니 걱정 말라며 진료를 마쳤다. 약국에서 복용약을 받아서 복용한지 일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온몸에 번진 시퍼런 멍, 거기다가 성기며 고환까지 자주빛 멍이 소변을 볼 때마다 공포가 더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난 아내 몰래 한방병원을 방문했다. 한의사가 내 온몸을 보는 순간 혀를 차며 “빨리 왔어야지요. 이지경이 될 때까지 참고 있어요. 피가 굳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데”하며 날 나무랬다. 그리고 온몸에 수없이 많은 침과 뜸을 뜨고 1시간 쯤 후엔 부항을 뜬다며 엉덩이 부분을 내리고 부항을 수십차례 색이 진한 부분마다 검붉은 피를 뽑았다. 참 신기하고 시원했다. 이러길 하루 건너 두달 치료 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난 처음으로 한의학에 경이를 표했다.
멍이 가시자 마자 나의 변신은 계속되었다. 각종 모형항공대회와 더 나아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여 대표자격을 땄다. 그러니까 모형항공의 귀재로 변신한 나는 고등학교, 중학교 심지어는 경기도 과학연구원 위촉 강사로 뽑혀 모형항공 지도를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드론이 대세라 막이 내렸지만 퍽 아쉽다. 그렇지만 난 드론에 도전하기엔 너무 손놀림이 늦어 포기했다. 내가 할 일이 아니기에.
낙방의 고배를 마시며 다져지는 나의 글쓰기 실력은 마침내 빛을 보았다
-백일장에 도전한 나의 이야기
나는 모형항공기 기능 섭렵을 끝내고 또 다른 변신을 꾀하던 어느 날 문득 백일장대회 현수막을 지나가던 길에서 눈여겨봤다. 또 변신의 기회를 잡으려고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했다. 먼저 서울 ‘교보문고’를 방문해서 백일장 입상문집을 사서 탐독했다. 그리고 입상작품의 특징과 글의 짜임, 쓰는 요령을 습득 뒤 나도 백일장대회에 참가했다. 내 딴에는 정성껏 바른 글씨와 내용을 그럴싸하게 써서 제출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입상자 발표가 있는데 내 이름은 없고 정성을 쏟은 보람도 없이 낙방이었다. 영문을 몰랐다. 떨어진 이유를.
돌아오는 전철에서 난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닐까 반문해봤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그 뒤 계속 백일장대회에서 낙방을 연거푸 서너차례한 뒤 난 그 어떤 1% 부족한 내 자신을 찾았다. 그러니까 난 겉만 번지르한 실속 없고 알맹이 없는 미사여구만 늘어놓고 감동이 없는 허황된 글을 쓴 것이다.
내 결점을 찾은 뒤 백일장 대회를 기다린 어느 날 대전 동구에서 ‘우암송시열’ 백일장이 있었다. KTX를 타고 원거리 대회를 참가했다. 전국에서 수많은 문사가 참여한 전통 있는 대회라 난 기가 팍 죽었다. 축하공연이 끝나고 글제가 발표됐다. 주제는 ‘어머니’였다. 난 어머니와 같이 산 50년을 눈물을 흘리면서 회상하는 글을 써내려갔다. 내 어머니는 70여리가 넘는 먼길을 걸어서 쌀을 머리에 이고 자취하는 전주의 언덕빼기 집까지 부식을 마련하여 난 배고픔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어려운 시절에. 그리고 내가 교사로 발령을 받아 전등불도 안 들어오는 산간 벽지 오지 학교에 부임했을 때 삼시세끼를 따뜻한 밥을 해주시며 허름한 관사에서 동고동락하시며 내 뒷배를 후원하셨는데 끝내는 영화를 못 누리신 채 돌아가셨는데 눈물겨운 사연을 하나하나씩 깨알같은 글씨로 써냈다.
그뒤 서너 시간 뒤에 입상자 명단이 벽에 붙고 호명이 되었다. “수필부 금상, xxx 나오셔요” 처음으로 받은 상 그것도 장원이었다. 돌아오는 KTX열차가 왜 그리 느린지 난 처음으로 느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영광은 서울 한강 ‘구상백일장’, 고양 ‘어르신 백일장’, 수원 ‘정조대왕승모백일장’, 평택 ‘사랑사랑백일장’ 등 무수한 영광을 안은 채 난 제 2의 변신을 계속했다. 늙은 나이에 그 기쁨은 날 흥분케 했고 생에 대한 그 어떤 자신이 생기는 나날이었다. 난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변신을 꾀하고 싶어 도전을 계속했다.
젊은이와 경쟁에서 스피드를 요하는 시합은 무리인가
-KBS1 ‘우리말 겨루기’에서 변신은 요원한 길인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TV의 ‘우리말 겨루기’는 날 들뜨게 한다. 그러니까 방영되는 월요일에는 모든 약속과 내 생활은 비상이다. 몇 년째 노트와 동영상을 캠코더를 찍어보고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집, 국어사전, 속담, 사자성어, 크로스워드 책. 필요한 서적은 모두 구입해서 보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도 모두 구입하여 보고 준비는 매일 밥 먹듯이 한다. 하지만 달인을 향한 내 꿈은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다. 석두일까? 자책도 해봤다. 치매증상이 있나? 치매 검사도 했지만 치매는 아니었다.
‘우리말 겨루기’ 예심이 인터넷에 뜨면 내 마음은 왠지 급해진다. 그러니까 예심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KBS홀에서 수많은 경쟁자와 한판 겨루기를 한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지필고사 20문제를 크로스워드, 십자말 칸을 인쇄한 용지와 대형 스크린을 비추면서 두 번 읽어주고 단 20분만에 답안지를 회수하여 30분쯤 채점이 완료되면 참가자의 10% 정도 합격자를 불러 2차 면접 및 실기 그리고 방송에 하자가 없고 유모어, 또는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재미있고 재치있는 참가자를 선별하는 테스트 과정이다. 난 예심에는 언제나 수월하게 통과하며 본방에 출연까지는 항상 무난하게 뽑힌다.
그 이유는 다 까닭이 있다. 40년간 교직에서 다져진 말솜씨, 동물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익힌 유모어, 평소 내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가곡 레파토리가 있다. 예전 유럽 현지 이탈리아에서 외국 여행객 이탈리아 가곡 부르기에서 상을 탄 저력이 있기에 말이다. 예심을 합격한 나는 마지막 단계 면접에서 뜻밖에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는 면접심사위원의 청에 망설이다 정색을 하며 무대에서 그 당시 뜨는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열창했다. 면접대기자와 심사위원 전원이 앵콜을 연호했다. 난 주저하지 않고 ‘슈벨트의 세레나데’를 더 열정적으로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모두들 “늙은이가 웬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르지”하며 혀를 찼다.
며칠 후 인터넷에 합격자의 이름이 떴다. xxx 상위에 랭크된 내 이름 석자. 본방송 출연을 연락받고 밤새워 깨알같은 국어사전 글자를 돋보기도 쓰지않고 보던 어느 날 더 이상 눈이 침침하고 흐려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했다. 보름 후엔 글씨가 똑똑하게 보였다. 그런 어느 날 ‘우리말 겨루기’ 녹화가 있으니 10시까지 KBS 녹화장이 있는 본관으로 오라는 연락을 담당 PD에게 받고 새옷을 입고 이발을 하고 달려갔다. 내가 제일 먼저 온 것이다. 이윽고 출연자 전원이 당도하여 분장실에서 마치 장가가는 새신랑마냥 아주 정성이 담긴 분장을 받았다. 기분이 황홀했다.
한 시간 뒤 녹화방송으로 ‘우리말 겨루기’가 엄지인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첫 단계부터 중간까지는 최상위 점수로 정상이었다. 우승이 눈앞에 보이며 젊은이들도 별것 아니구나 하며 자신이 생겼다. 마악 누름단추 벨을 누르며 우승을 확정짓고 싶은 감정이 앞섰다. 지나친 과욕이었다. 기다리면 결승단계에 진출하는데 감점이 시작됐다. 오답이 연속된 나의 경거망동은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멋진 변신, 변태는 지나친 욕심과 만용 때문에 끝났다.
하지만 한 번 출연한 사람은 2년을 기다리기에 매미는 땅속에서 수년을 기다리는데 난 다시 변신의 칼을 간다. 2년간 그리고 화려한 날개를 펴며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닐 그날의 변신을 꿈꾸며 오늘도 내 길을 간다. 숨이 멎는 순간까지 나의 변신은 계속될 것이며, 이 길을 기꺼이 간다. 오늘따라 하늘이 더 높게 보인다. 이제 내 나이 80.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가며 끝없는 변신을 꾀하며 더 행복한 나날을 영위해야 하지 않을까? 무한한 변신. 이제 무엇을 찾아 또 화려한 변신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변신은 날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 만병통치약인가 보다. 나의 변신은 오늘도 계속된다.
•수상소감 - 우수상 미니자서전 은정남
“죽는 순간 숨이 멎는 순간까지 도전하고파”
응모하신 사람 중에서 나이가 좀 많습니다. 팔순이니까요. 그래서 저의 하찮은 글을 건져 올려주셔서 너무 고맙고요. 용기를 주신 선생님들과 캐나다에 이민을 간 아들한테 축하 인사 받았는데 정말 뿌듯합니다.
큰 용기와 힘을 얻었어요. 그래서 이제 앞으로 이제 세상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쓰고 또 갈고 닦아야겠죠. 죽는 순간까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해보고 싶어 공모전에 출품하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노인들이 많잖아요. 노인들은 지하철 공짜로 타며 놀러 다니고 또는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요, 사실 도움이 안 돼요. 그래서 이제 그런 걸 탈피하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여러 가지 해봤는데 이번에 글을 한 번 써봤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시인 신석정 시인이 저희 은사였습니다. 그래서 글을 좀 잘 쓰려고 나름대로 좋은 책 많이 읽고 또 문학 활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 항상 친구들이나 동호회 회원들에게 카톡으로 공유했어요. 그러면 그분들이 모니터링해 주면 수정하며 첨삭하면서 배웠습니다. 학창 시절 백일장에 장원은 떼놓은 당상일 정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감 가지고 소설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동물해설사, 모형항공기, 우리말 나들이 도전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나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어 행복합니다. 일감이 있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데 이번에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을 준비한 주최 측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쓸 만한 어른들과 아까운 시니어들이 많거든요. 사실 어르신들은 좋은 자원과 자산을 갖고 있고 재능과 경험이 다양한데 쓸모없이 이렇게 소멸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이번 공모전이 뜻 깊은 일을 하고 인생의 마무리를 하는 시니어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보다 더 저를 믿어준 가족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6일 ‘대체공휴일법’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서 16일 월요일이 첫 번째 대체공휴일이 되면서 시민들에게 ‘광복절 연휴’를 선물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문화생활을 즐기고픈 시니어에게 안전하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극장을 소개한다.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다 보면 찾아오는 즐거움은 덤이다.
자녀와 함께 자전거 타고, ‘라떼는 말이야’ 전시도 즐기고
‘환승 지옥’에 출근길 가장 혼잡한 지하철역으로 악명 높은 신도림역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 ‘신도림 문화공간 다락(多樂)’이 지난 2일 신도림역 2번 출구 앞 자전거주차장 2층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다락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라떼는 말이야’ 전시회에는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시니어라면 반가울 법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당시 사용하던 생활용품, 포스터, 옛날 오락실 게임기, 만화책 등 70여 점의 소품이 시니어 관객 뿐만 아니라 MZ세대의 눈길을 잡아 끈다.
이성우 구로구 문화예술팀장은 “요즘 인기인 ‘뉴트로(New+Retro)’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통해서 시니어가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젊은 세대와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시니어 관람객이 많다”며 “어머니가 자녀 세대에게 생소할 수 있는 물건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면 굉장히 흥미로워 하더라”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31일까지 ‘라떼는 말이야’ 특별 전시가 열리는 다락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입장 제한 15명으로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MZ세대가 제안하는 ‘건강한’ 노년을 일러스트로
꽃다발을 안고 다정하게 기대 서있는 노부부. 수박껍질을 뒤집어 쓴 채 나란히 앉아 족욕을 즐기는 노부부. 건강한 노년의 삶을 주제로 한 전시 ‘구딩 노부부처럼 나이들기 - 당신과 함께여서 더 건강합니다’의 노부부는 어딘가 다르고, 조금 특별하다. ‘노부부’가 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깬 일러스트 ‘구딩 노부부 시리즈’는 MZ세대 일러스트 작가 긴숨의 작품이다.
긴숨 작가는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디자인 연수를 받던 중 마주친 영국의 노부부들을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벙거지 모자를 쓴 할머니, 에코백을 맨 할아버지를 그리며 설레고 기다려지는 노년의 일상을 꿈꿨다. 캐릭터 이름인 ‘구딩(Good+ing) 노부부’는 ‘좋다’는 의미의 영단어 ‘Good’과 현재 진행형을 만드는 어미 ‘ing’이 더해 만들어졌다. 항상 좋은 일과 멋진 순간이 계속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구딩 노부부는 서울 종로구 서촌의 ‘건강책방 일일호일(日日好日)’에서 8월 2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딩 노부부 시리즈의 대표 작품 33점, 건강책방 일일호일과 협력한 3점의 신작이 젊은 세대보다 더 젊게 살아가는 건강한 부부를 통해 노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제시한다. 일일호일 김민정 책방지기는 “외롭고 병든 노년이 아닌, 젊고 활력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구딩 노부부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강한 노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철저한 방역 속에 진행돼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입장 시간과 정원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전시 기간 내 현장 방문을 통해 별도 예약 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수용 인원에 따라 현장 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일일호일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굿바이 서울극장, 영화로 남기는 마지막 인사
1979년부터 약 40년 간 시민들의 문화 생활을 책임져 왔던 서울극장이 폐업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서울극장은 지난 11일부터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진행 중이다. 영업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과 공휴일엔 하루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영화 관람 티켓을 제공한다. 당일 영화에 한해 원하는 시간대의 영화로 예매가 가능하며, 하루에 1인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서울극장을 운영한 합동영화사는 1964년 영화 ‘주유천하’를 시작으로 247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했다. ‘빠삐용’(1973), ‘미션’(1986) 등 100여 편의 외화를 수입하고 배급해오기도 했다. 서울극장의 설립자인 고(故) 곽정환 합동영화사 회장이 1978년 종로 세기극장을 인수했고, 이듬해 스크린 한 개를 건 서울극장이 문을 열었다.
스크린 하나로 시작해 상영관을 11개까지 늘린 서울극장은 피카디리와 단성사, 대한극장 등과 함께 종로3가를 1980~1990년대의 한국 영화 흥행의 중심지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확장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약진,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수 급감 등, 영화 산업 생태계를 덮친 변화의 파도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고(故) 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고은아 합동영화사 현 회장이 출연한 ‘쥐띠부인’(1972)이 서울극장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특별 상영된다. 그동안 서울극장의 기획전에서 누락된 명작 영화들도 다시 상영한다.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폭스캐처’(2014), ‘걸어도 걸어도’(200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모티브가 됐던 ‘서칭 포 슈가맨’(2011) 등의 영화가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상영 중인 ‘모가디슈’, ‘휴먼 보이스’,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등 하반기 개봉 예정작 4편을 프리미어(정식 개봉 전 특별 상영)로 만나볼 수 있다. 당일 무료 선착순 인원이 마감돼도 일반 상영작은 6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별상영작인 ‘쥐띠부인’과 프리미어 상영작, 정상 개봉작은 정상가에 관람 가능하다.
연령·성별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증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후각상실이 고령 환자에게는 나타날 확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19 감염 초기 증상이 연령·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20년 4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영국 내 코로나19 증상과 백신 부작용 등을 보고하는 '조 코로나19 증상연구'(ZOE COVID Symptom Study) 앱에 보고된 사례 18만2991건과 2020년 10월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받은 코로나19 검사 1만5049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초기 사람들이 보고한 증상은 모두 18가지다. 주요 증상에 후각상실과 가슴통증, 지속적인 기침, 복통, 발 부위의 물집, 눈 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이 있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증상인 후각상실은 60세 이상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떨어졌고, 80세 이상 연령에선 관련이 없었다. 또 설사 증상은 60~79세와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요 요소였다.
16~39세 연령층에선 감염 초기 3일 동안 후각상실, 가슴통증, 복통, 숨가쁨, 눈 통증이 다수였다. 또 40~59세는 80세 이상에 비해 코로나19로 지속적인 기침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으나 오한이나 떨림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 낮았다.
60~79세 연령은 가슴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 숨가쁨, 설사가 코로나19와 관련성이 가장 높았다. 80세 이상에서는 설사, 인후통, 가슴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 눈 통증, 오한이 주로 나타났다.
성별 차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숨가쁨, 피로감, 오한, 떨림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후각 상실, 가슴통증 증상이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영국발 알파 변이 확진자들을 위주로 분석했다"면서 "이번 분석 결과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델타 변이 및 후속 변이의 증상도 연령별 또는 성별 그룹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클레어 스티브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중요한 점은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심지어 가족 구성원마다 다를 수 있다"며 "최근 유행하는 인도발 델타 변이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변이의 초기 증상도 빨리 파악해 효율적으로 의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리안 도스 산토스 칸나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바이오의공학 박사는 "현재 영국에서는 몇 가지 증상만으로 자가격리와 추가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다양한 코로나19 초기 증상을 확인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9일 국제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이 MZ세대 사이에 메신저 기능을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놀잇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멀티 프로필’로 숨겨둔 개성을 표현하는가 하면, ‘오픈채팅’으로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과 관계를 맺는 이들도 있다. 카톡을 단순 안부 확인용으로 사용했던 시니어에게는 신선한 광경이다.
프로필 하나로 무한변신!
요즘은 ‘부캐’(부캐릭터)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 ‘유산슬’, 음악 프로듀서 ‘유야호’ 등 매회 모습을 달리하며 인기를 끌고, 개그우먼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MZ세대는 카톡으로 자신의 부캐를 드러내고 있다. ‘멀티 프로필’을 통해서다.
멀티 프로필은 카톡의 프로필을 대화 상대별로 다르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비즈니스로 만난 그룹에는 업무용 사진을, 가족이나 친구를 상대로는 사적인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다. 프로필을 만든 다음 공개할 상대를 친구 목록에서 직접 지정하는 방식으로, 앱 내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에 가입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MZ세대 다수가 멀티 프로필을 ‘덕질’(팬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멀티 프로필’을 검색하면 “사회적 체면과 덕질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엄청난 기능”이라는 한 누리꾼의 유쾌한 평이 나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인 간호사 A씨(26)도 그 의견에 공감하며 “그동안은 억지로 팬심을 숨겼는데, 가까운 사람끼리만 공유하니 취미 생활이 한층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그녀의 일반 프로필에는 단정한 증명사진이 올라와 있는 반면, 덕질용 프로필에는 BTS 사진이 가득 차 있다. 팬 활동을 별난 취미로 보는 사회적 시선에 감춰야 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멀티 프로필로 표출하는 셈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변신에 대한 욕망이 있다. 형체가 아닌 이념이 될 수도 있고, 상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A에게는 유능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반면, B 앞에서는 유쾌한 면모를 드러내고 싶은 심리도 비슷한 이치다”라며 “카톡의 멀티 프로필 기능은 이런 변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라고 말했다.
카톡에도 만남의 광장이?
MZ세대에게 카톡은 새 친구를 사귀는 ‘만남의 광장’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면 시니어는 주로 포털 사이트 기반의 카페를 떠올리지만, MZ세대는 ‘오픈채팅’ 기능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채팅’ 탭에 접속한 뒤 화면 우측 상단 돋보기 옆 말풍선 아이콘을 누르고, ‘오픈채팅’ 버튼을 터치해 접속할 수 있다.
오픈채팅은 ‘단톡방’(단체 카톡방)의 공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관심사나 나이대가 비슷한 익명의 이용자들이 모여 주제별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 만 15~40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Z세대가 가장 많이 참여하는 오픈채팅의 주제는 일상, 경제·금융, 게임, 자기계발 순이었다.
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비스지만, 대화가 금지된 독특한 방도 있다. 일명 ‘고독한 ○○방’이다. 빈칸에는 유명인의 이름이 들어간다. 오픈채팅 안에서 자리 잡은 재미있는 팬덤 문화로, 팬들끼리 모여 소통 없이 특정 연예인의 사진만 공유하는 공간이다. 글자를 써서 보내면 가차 없이 퇴장당한다.
도통 익숙하지 않은 소통 방식에 MZ세대만을 위한 기능인가 싶지만, 시니어 전용 모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픈채팅 검색창에 ‘5060’, ‘신중년’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채팅방 목록이 나타난다. 친목 도모부터 자기계발 모임, 취미 생활 공유 등 주제도 꽤 다양하다. 은퇴 후 연락하는 사람이 줄어 적적함을 느꼈다면, 다시 활력을 찾을 기회. 노란 말풍선 안에서만큼은 나이를 잊고 요즘 애들처럼 놀아보는 건 어떨까.
이모티콘도 구독 시대
메신저의 재미를 더해주는 또 다른 기능은 이모티콘이다. 표정과 행동을 읽지 못하는 채팅방에서 생생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지만, 단품당 2500~3750원 선이라 무한정으로 구매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제는 월 구독료(3900원)를 내면 15만 개의 이모티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채팅방에 입력한 텍스트를 토대로 이모티콘이 자동 추천돼 눈 아프게 찾을 필요도 없다. 갖고 싶은 이모티콘이 많아 고민이었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귀여운 ‘소확행’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가입 방법 카톡 ‘더보기’ 탭 터치→‘이모티콘’ 터치→화면 좌측 상단 줄 세 개 그림 터치→‘이모티콘 플러스 자세히 보기’ 터치→‘카카오톡 지갑’ 가입 후 구독 신청
돌아오는 일요일인 11일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인 삼복 중 초복이다. 삼복더위를 앞두고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삼계탕을 직접 조리해 먹으려는 시니어에게 ‘식중독 주의보’를 내렸다.
식약처는 5일 여름 보양식의 주재료인 생닭과 오리 같은 식재료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삼복 기간이 겹치는 7월에 닭과 오리 소비가 늘어나면서 ‘캠필로박터 제주니(캠필로박터)’ 식중독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캠필로박터균은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내장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으로 최근 5년간 환자 2023명이 발생했다. 식중독 발생통계에 따르면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환자는 7월에 816명(40.3%)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닭, 오리 등의 육류를 잘못 조리한 음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816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완벽히 익히지 않은 닭·오리고기와 부주의한 손질로 인한 교차오염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식약처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닭과 오리를 속까지 완전히 익힐 것을 당부했다. 특히 생닭 또는 생닭을 씻은 물, 또는 생닭에 닿았던 그릇이나 칼 같은 조리기구가 주변 다른 음식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름철 식중독은 조리 전·후 손씻기, 충분한 가열 조리, 교차오염 방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필로박터 식중독 예방법
①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 생닭의 핏물이 다른 식품에 오염되지 않도록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한다.
② 닭찜 등 요리는 씻지 않은 생닭을 뜨거운 물에 한 번 끓여낸 뒤 손질한다.
③ 삼계탕을 준비할 때 채소류→육류→어류→생닭 순으로 세척하고, 생닭을 세척할 때는 다른 음식재료나 조리기구가 오염되지 않도록 한다.
④ 생닭을 다룰 때 사용한 칼·도마 등은 다른 식재료에 사용하지 않는다. 구분 사용이 어렵다면 식재료를 바꿀 때마다 깨끗하게 씻거나 소독해야 한다. 생닭을 다뤘던 손은 반드시 비누 등으로 씻은 뒤 다른 식재료를 다뤄야 한다.
⑤ 조리할 때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중심온도가 75℃에서 1분 이상 충분하게 끓여줘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자꾸 흐려진다. 복잡한 것도 딱 질색이다. 아들딸이 써보라고 거금을 들여 사준 스마트폰은 6070 시니어에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던데, 먼 나라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정작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신저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잘 써야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 검색창에서 원하는 앱 이름을 입력해 검색한 뒤, 해당 앱 '설치' 버튼을 누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홈 화면으로 돌아가면 설치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복잡한 설치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다. 수 많은 앱 중에서도 시니어들의 삶에 쏠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 '인싸'가 될 수 있는 앱 7 가지를 소개한다.
인싸는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나 주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① 집안 경조사, ‘음력 달력’으로 관리하자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 가는 풍습이 돼버렸지만, 시니어들은 집안 제사나 명절, 생일처럼 각종 행사를 챙길 일이 많다. 요즘은 종이 달력에도 음력이 표시되지 않는 게 많아 포털사이트에 필요할 때마다 음력을 검색해 찾아봐야 한다. 이 앱은 그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음력에 관련된 달력 정보는 물론 24절기, 손 없는 날, 세시풍속 등을 볼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 또 날짜 위 또는 일정 칸에 그림을 그리거나 날짜 색을 변경할 수 있어 손쉽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를 눌러 들어간 후, 검색창에 '음력 달력'을 검색하고 상단에 뜨는 달력 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설치하면 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다운 받은 앱을 눌러 사용해보자.
② 침침함은 가라! 더 크게, 더 편하게, ‘돋보기’
노안이 슬슬 오기 시작하는 시니어들은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 눈이 침침하니 자꾸 눈을 비비게 되고, 눈 건강이 더 나빠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기를 따로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앱을 추천한다. 확대는 물론 고정 촬영 기능, 손전등 기능, 책을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흑백 반전 기능도 탑재했다. 돋보기 앱은 시니어 일상 생활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검색창에 ‘돋보기’라고 검색하고, 설치 버튼을 누르면 다운이 완료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 뒤 다운 받았던 앱을 클릭해 사용하면 된다.
③ 걷는데 돈이 쌓인다고? 만보기 앱 ‘캐시워크’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만보기 앱 ‘캐시워크’는 100걸음을 걸을 때 마다 1캐시씩 보석상자를 준다. 보석상자를 눌러 캐시를 적립하는 형태로, 하루 최대 100캐시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캐시워크’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다. 그 다음 방금 받았던 캐시워크를 클릭하면, 기본으로 잠금화면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면 걸음 수, 걸은 시간, 소비한 칼로리, 거리를 보여준다.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조금씩 돈이 쌓여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중에 다양한 제휴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④ 키오스크, 더 이상 겁나지 않아! ‘서초톡톡’
60대 이상 시니어에게 키오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키오스크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주로 정부 기관이나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 키오스크가 도입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가게 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기계를 보면 종업원을 먼저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기롭게 사용해보려 도전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도 다수다. 이런 시니어를 위해 서초구에서 키오스크 연습용 앱을 개발했다.
가게마다 메뉴 구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들으며 키오스크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고 기계에 익숙해지기엔 충분하다. 단순히 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 사용뿐 아니라 시니어가 어려워하는 무인민원발급기, 고속버스 예매 기기, 은행 ATM, 병원 등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서초톡톡' 또는 '키오스크'를 검색한 후 핑크색 앱을 설치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받았던 앱을 실행해 키오스크와 친해져보자.
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뭐야? ‘모야모’
코로나19로 인해 시니어들은 산과 들 등 자연을 더 많이 찾는다. 이때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 산에 있는 풀들을 보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야모’에서는 이런 시니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스마트폰으로 식물 사진을 찍거나 갤러리에서 이미지를 선택해 올리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이름을 알려준다. 이름뿐만 아니라 식물의 별명, 꽃말, 전설, 약효, 공기정화 능력, 키우기 요령 등 유용한 정보가 담긴 식물도감도 볼 수 있다. 전문 원예업 종사자도 필요할 경우 사용하면 편리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모야모’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열기를 클릭하면, 각종 식물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⑥ 영탁이 노래,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찐이야? ‘노래모음’
시니어에게 트로트란 인생의 활력소다. 최근까지도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노래를 모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유튜브에 일일이 검색하거나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 정기 결제를 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 가수의 이름이 적힌 앱을 설치한 후, 앱을 실행하면 해당 가수의 인적사항을 볼 수 있고 관련 SNS 채널, 팬 카페로 연결도 가능하다.
배경화면 다운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도 얻을 수 있어 편리한 ‘덕질(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 실제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2차연성 작품을 찾아보는 행위)’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만약 가수 '영탁'의 팬이라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영탁 노래', '영탁 노래모음' 등으로 검색해 설치 버튼을 눌러 앱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임영웅'의 노래가 듣고 싶다면 '영웅 노래모음'을 검색하면 된다. 유사한 모양의 앱이 많아 다소 헷갈릴 수 있으나 추천한 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앱을 선택해 설치하면 된다.
⑦ 서로 예쁜 글, 인삿말 나눠요 '좋은글 꽃편지'
시니어는 서로 좋은 글귀가 있으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해놓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함께 공유하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감성을 저격한 유형의 글이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앱이 있다.
'좋은글 꽃편지'는 글뿐 아니라 건강, 생활 상식도 같이 볼 수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댓글을 달며 인터넷 속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지금, 이 앱으로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자.
플레이스토어에서 '좋은글 꽃편지'라고 검색하면 해당 모양의 앱이 나온다. 설치 버튼을 눌러 다운 받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메뉴에서 앱을 실행한 후 찬찬히 구경해보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