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페이스 북에 만화계의 큰 별 신동헌 화백의 6월 6일 별세 소식이 올라왔다. 국내 최초의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으로 대종상을 받으신 분이라고 한다. 동생이신 신동우 화백의 만화는 어릴 적 많이 봐서 좀 더 친근하게 기억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필자는 만화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하루 종일 만화책 방에 틀어박혀 살아서 저녁밥 때가 되면 엄마가 필자를 찾으러 오기도 할 정도였다.
대전천 개천 옆의 판잣집이 단골 만화방이었는데 우중충한 그곳이 어찌나 아늑한지 온종일을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상한 추억이 있다.
점심때가 되어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만화방 아줌마가 나누어 주었던 찐 고구마는 참 달콤한 맛이었다.
그때 보았던 라이파이와 제비양, 김 박사는 지금도 기억나는 캐릭터이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던 라이파이는 매우 멋진 모습으로 필자 머릿속에 남아있다.
필자는 만화책 보는 것만을 좋아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엔 한 때 만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었다.
반을 접은 도화지에 칸을 치고 그림을 그리고 말을 넣어서 가운데를 실로 꿰매어 서투른 만화책을 만들었다.
한창 예쁜 아이들이 발레를 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의 만화가 유행이어서 즐겨 보았는데 필자도 따라서 발레 하는 여자아이들의 질투와 우정에 관한 만화를 그렸으며 주인공 이름은 그때부터도 필자 마음에 쏙 드는 ‘마리’를 주로 썼다.
동네 아이들에게 스케치북 한 장씩을 받고 필자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었다.
그냥 공짜로 보여주는 것보다 도화지를 한 장씩 받고 보여주는 게 더 권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았고 아이들이 서로 먼저 보겠다고 종이를 내밀 때 기분이 퍽 좋았던 기억이 있다.
받은 종이는 실제로 아무 쓸모가 없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셔서 우리 집엔 종이가 풍족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왜 그렇게 유치하냐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필자는 만화영화를 즐겨보았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운 그림과 풍경묘사에 마음이 찡할 정도였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애니메이션은 장면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큰 감동을 받았다.
TV 프로그램에 ‘빨간 자전거‘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나면 꼭 챙겨보게 되었다.
원래 한국만화의 전설이라 불리는 김동화 화백의 만화 ‘빨간 자전거’를 오랜 기획 끝에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라 한다.
어느 시골 마을에 잘 생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있다. 이 아저씨는 꽁지머리를 하고 있고 멜빵 있는 바지와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집집마다 편지를 배달해주고 그 편지를 읽어주기도 하는데 요즘은 고지서 전달하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시골 마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옛 동’과 이제 막 조성된 전원주택인 ‘새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길 위를 빨간 자전거를 타고 소식을 전달하는 게 아저씨의 임무인 것이다.
집배원 아저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슬픔, 기쁨, 아픔, 웃음 등 모든 소소한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배달하고 있다.
오늘 보았던 내용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나는 ( )처럼 ( )이 되고 싶다’ 를 숙제로 내 주셨다.
많은 아이들이 신이 나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반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한 명 있었다.
피부색이 달라 가끔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 아이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숙제를 보고는 미국 대통령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어릴 때 피부색이 남과 달라 놀림도 받았지만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를 받고 ‘나는 (오바마)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고 숙제를 마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내용으로 가득한 ‘빨간자전거’라는 애니메이션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들이 철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나는 어른 동화인 ’빨간자전거‘ 를 계속 사랑할 것이다.
필자는 시끄러운 것을 참지 못한다. 음식점이나 술집, 당구장에서 옆자리가 시끄러우면 집중이 안 되고 화가 난다. 그냥 못 들은 척하라는데 그게 안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못 한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데 옆자리가 시끄러우면 말해야 할 것을 까먹기도 하고 대화 상대자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 화가 나는 것이다. 못 들은 체하려 해도 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가 열린다. 그러니 대화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손님이라면 누구나 다 같이 돈 내고 그 공간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데 소음 유발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나 소주 같은 싼 술과 싼 안주를 파는 술집은 대부분 시끄럽다. 손님 중에는 점잖고 조용한 사람들도 있지만 교양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시끄러운 손님들 몇 테이블이 있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도떼기시장처럼 된다.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같이 소리를 지르다 보면 싸움이 나기도 한다. 한창 젊을 때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다 보니 필자가 피해야지 하게 된다. 그래서 술집을 들어갈 때 시끄러우면 아예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간다. 당장 시끄럽지 않아도 테이블에 빈 소주병이 잔뜩 올라가 있으면 주의 대상이다. 단체 손님들도 역시 주의 대상이다. 단체 손님들은 말소리도 시끄럽지만 박수까지 치면서 난리를 칠 때도 있다. 이런 술집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올 때는 주인에게 시끄러워서 못 앉겠다는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나라 술집 주인들은 주변 손님들 생각하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을 자제시키지 않는다. 손님이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 같은 손님을 보면서도 뭔가 느껴야 한다.
늦은 시간의 당구장도 그렇다. 술을 1차 마시고 온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한 당구대에 여러 명이 같이 당구를 치는 경우, 승부욕이 더해져 한 큐마다 괴성이 터져 나온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는 전혀 없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미성년자들에게도 개방된 당구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뭘 배우겠는가.
전철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도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어 있는 편이다. 공공장소에서는 통화를 자제하라는 포스터를 아무리 붙여놔도 소용없는 것이다.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에게는 대놓고 눈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오래 통화하는 사람에게는 조언하기가 참 그렇다. 귀에 거슬리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아예 전철 안에서를 못 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맨 끝 칸에서만 통화를 허용하든지 해서 불편함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불편함 때문이라도 전철 내 통화를 포기할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소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 대부분의 서민 음식점들은 인테리어에만 신경을 쓴다. 벽면도 천정도 소음 흡수가 전혀 안 되니 소리가 그대로 반사되어 돌아온다. 천정을 좀 높이면 소음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어느 정도 흡수된다. 벽면이나 유리창도 반듯하게만 할 것이 아니라 소음을 어느 정도 흡수하는 자재를 쓰거나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비용이 더 들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음 공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할 때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고민해봐야 할 사항이다. 어느 대체의학자가 쓴 책을 보니 이렇게 시끄러운 사람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일찍 죽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흔치 않은 시사회 초대를 받았다. 작가주의 소형영화지만 칸이 사랑하는 다르덴 형제의 새 영화라 시작부터 가슴이 설렜다. 다르덴 형제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7번이나 오르고 2번의 수상을 거머쥔 그야말로 칸의 황제라 할만하다. 어느 해인가 다르덴 형제가 작품을 출품하지 않은 해에 수상한 감독은 그들이 출품하지 않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 적도 있을 정도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사회 문제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집요할 만큼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 보니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심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달고 짠 외식에 시달린 미각이 평양냉면의 달관한 무미함에 위로받듯 할리우드의 속 빈 깡통 같은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모처럼 영화의 세계에 진지하게 몰두한 시간이었다.
영화는 ‘다르덴 형제가 주목하는 가해자는 어떤 형상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집요하게 쫓는다. 그 역할을 주인공 제니(아델 하에넬 분)가 오롯이 감당한다. 그녀는 의사다.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진료시간이 끝난 이후 병원 문을 두드린 소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것, 그것뿐이다. 게다가 그녀의 죽음이 진료를 받지 못한 때문만도 아니다.
제니도 평범한 의사로 격무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며 좀 더 나은 종합병원에로의 탈출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은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며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제니는 죄의식을 느끼며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소녀의 이름이다. 단지 소녀의 가족에게 그녀의 죽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바로 이 대목에 다르덴 형제의 시선이 숨어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칸이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 홍상수가 떠오른다. 그도 다르덴 형제 못지않게 수십 년간 인간의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해온 작가다. 그러나 홍상수가 인간 개개인의 내면에 숨어있는 추한 진실에 천착해 왔다면 다르덴 형제는 사회문제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제니의 죄책감 속에는 유럽이 처한 가슴 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죽은 소녀는 불법체류자로서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험한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였다. 이는 유럽 사회가 외면하고 싶지만,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이다. 감독은 이 부분을 들춰내며 우리들의 각성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장면이나 극적인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 마지노선이 바로 ‘이름 찾기’인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이름을 찾기 위해 다니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 입장에서도 그녀의 죄책감은 과도해 보인다. 어쩌면 감독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을 만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바로 이러한 우리의 감성이 얼마나 죄의식에 무뎌져 있는지를 생생하게 일깨운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어느새 우리는 타인의 문제에 무감각하게 되어버렸다. 사회적 정의는 누군가가 지켜야 하는 것이고 나와는 무관한 듯 살아가고 있다. 문명화된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실이 워낙 극적이라 오히려 다르덴의 심심함이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지 모른다.
티저 포스터에 환자의 등을 응시하는 제니의 눈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마지막에 제니의 눈은 환자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다르덴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설 때 김춘수의 절창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이태문 일본 통신원 gounsege@gmail.com
정년퇴직 이후의 삶,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며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의욕과 체력이 따라주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의 씨’를 뿌려두는 게 중요하다.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젊었을 때 했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꽤 된다.
그러나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걸 방해하는 건 의욕도 체력도 아니고 ‘오래 계속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이자 타이밍’이니 남은 삶에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재미’와 ‘보람’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의 ‘애호가’일 것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취미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계속할 수 있는 취미로 주식, 등산, 워킹, 낚시, 독서, 자수, 골프, 볼링, 시쓰기, 체스, 데생, 원예, 역사, 장기, 분재, 서예, 유화, 과자만들기, 수묵화, 시계수집, 게이트볼, 꽃꽂이 등을 꼽는다. 크게 몸을 움직이는 취미, 머리를 쓰는 취미, 손동작이 필요한 취미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러한 취미는 운동 부족을 해소해주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넓혀주고 쓸쓸한 노후의 고독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60대 남녀의 인기 취미 순위
350개 이상의 취미를 소개하는 일본의 ‘취미찾기닷컴’이 조사한 인기 순위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60대 남성은 혼자 하는 여행, 사이클링, 오토바이, 재택근무, 사진, 전자공작(PIC), 절과 신사 순례, 주식, 워킹 순으로 조사됐다. 60대 여성의 경우는 혼자 하는 여행, 재택근무, 온천 순례, 절과 신사 순례, 워킹, 자수, 양궁, 등산, 심리학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참고로 50대 남성의 취미로 사격, 50대 여성의 취미로 소설쓰기, 기타, 퍼즐 맞추기 등이 눈에 띄었다.
내 꿈을 찾아라~ 인생은 60부터
일본의 주쿄(中京) TV는 매주 일요일 아침 5시 45분부터 을 방송하고 있다. ‘아라칸’은 Around Kanreki의 줄임말로 칸레키는 우리말로 환갑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환갑 전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꿈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힌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 방송에서 소개된 이색 취미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2015년 12월 6일 방송에서는 빙상 위의 컬링(curling)이 아닌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관에서 즐길 수 있는 ‘커롤링(curolling)’이 소개됐다. 20여 년 전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래 경기 인구 40만 명을 자랑하는 인기 스포츠로 체력보다는 두뇌게임이라는 점에서 ‘마루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2016년 1월 10일에는 미술 취미로 ‘어탁(魚拓)’이 소개됐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어탁’은 기존의 수묵(水墨) 중심이 아니라 색채와 구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꼭 물고기가 아니어도 되며 모든 사물의 본을 떠서 작품으로 만드는 ‘탁화(拓畵)’라는 장르가 새롭게 소개됐다.
그다음 주인 1월 17일에는 카우보이 복장으로 차려입고 컨트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컨트리 댄스가, 3월 13일에는 1960~1970년대에 붐이 일어나 일렉트릭 기타에 빠졌던 세대들이 밴드를 결성해 제2의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이, 4월 17일에는 실제 동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리얼 양털 퀼트 아트가, 8월 7일에는 다양한 무늬가 특징인 넥타이를 재활용해 가방과 인형 등을 만드는 리폼이 소개됐다. 이 밖에 9월 4일에는 경이로운 종이접기의 세계, 9월 11일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방불케 하는 미니어처의 세계, 10월 9일에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만드는 ‘키리에(切り絵)’, 10월 23일에는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철도 모형 등이 소개됐다. 2017년에 들어와서는 우쿨렐레와 돌하우스(미니어처 장난감 집), 천사의 소리 핸드벨 음악, 볼펜 그림의 세계 등이 전파를 탔다.
이색(異色) 취미보다는 다양한 취미
인구가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취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던 취미들은 최근 덕후(마니아, 광)들이 등장하며 주류와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만큼 취미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역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개척하는 자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에게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과 뇌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주산, 바둑, 장기, 손글씨, 그림, 색칠하기, 민요, 노래방, 꽃꽂이 등을 권한다. 간단한 요리를 만들게 하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도 좋다.
몸 푸는 기분으로 이런 취미는 어떨까?
사단법인 일본 화살불기 레크레이션협회는 폐활량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화살불기를 권한다. 실제로 전국의 화살불기 교실에는 60~70대 회원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자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은 모으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집한 물건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취미활동을 확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도자기 수집을 하는 사람이 도예 교실을 다니며 직접 만들어보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떨까? 또 인물과 동물, 자연 풍경 등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은 독거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자신의 취미와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기부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좀 더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다. 먼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취미를 선택해보자.
슬슬 발동을 걸어보자
지난 2014년 5월에 구성된 댄스 그룹 ‘TGK48’은 일본 기후 현 다지미 시의 고령자들이 만든 그룹이다. 그룹명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다지미, 겐키(건강), 고레샤(고령자)’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고’를 기치로 내걸고 2016년 8월 60대 42명, 70대 21명, 80대 1명 등 총 64명(남성은 5명)으로 구성된 ‘TGK48’은 힙합도 소화하는 본격 댄스 그룹으로 공공시설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가량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춤을 잘 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크고 작은 행사와 스포츠 대회에 출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강사 레슨비 등 연간 100만엔가량의 운영비는 다지미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고령자의 의료비와 개호비 등의 삭감과 관련해 길게 내다본 다지미 시의 획기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2016년 3월 16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TGK48’ 멤버 35명의 체력을 측정한 결과 전 항목에 걸쳐 동세대의 일반인들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깜빡이는 빛을 보고 도약하는 데 걸리는 ‘전신 반응속도’는 무려 0.3초대로 2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5초간 빠르게 스텝을 밟는 ‘서서 스텝핑’의 평균 횟수도 60대 멤버가 40.1회, 70대 멤버가 37.7회를 기록해 젊은이 못지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의 체력을 측정한 기후대학교 교육학부의 가스가 히카루 교수는 “힙합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는 춤으로 신경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본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금지됐다. 그런데도 얼마 전 경기 오산의 한 고등학교가 부모의 직업과 월 소득은 물론 월세 보증금 액수까지 적으라는 학생생활기초조사서를 배포했다가 학부모들의 몰매를 맞고 이를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전쟁 정전 후 어려운 시기에 초등학생이 된 우리 세대에게 ‘가정환경조사’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다. 성인이 된 후에야 전기가 들어온 산간벽지 내 고향은 문화시설이라곤 어느 집에도 없었다. 따라서 모두가 빈칸으로 조사서를 제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선생님도 모든 형편을 다 알고 있어서 손을 들라는 말씀이 없었다. 조사서에 기재된 항목들을 보면서 도시에서는 신문도 보고 라디오도 듣는가 보다 나름 짐작만 하였다.
하지만 읍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시골 동네와 문화차이가 많은 것을 느꼈다. 학교에서 지식이 아니라 수치심을 배웠다. 우리 집엔 단 하나도 없는 시계ㆍ라디오ㆍ전축 따위들이 친구들의 집에는 번듯하게 있었다. 세월이 가면서 환경조사는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내 집과 내 가족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매번 신학기를 맞았다. 해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난을 확인해야 하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그게 부끄러우면 거짓말을 해야 했다. 부모의 직업을 차마 쓰지 못하고 그냥 회사원으로 기재한 일, 국졸인 부모의 학력을 고졸이나 대졸로 쓴 일 등은 신학기 언론의 독자투고란에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매 학기를 맞이해야 했다. 그럼에도 가정환경조사서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학생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너무도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때문이었다. 돌이켜 보면 학생의 능력과 별 관계가 없는 허망한 일이었다.
이제는 뿌리 깊게 내려온 가정환경조사 관행이 사라지고 자기능력을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다. 취업현장에는 성별ㆍ나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남자 경비원을 모집하면서도 남자라는 표시를 하지 못하여 여자 지원자가 접수를 하고, 나이제한 공고를 하지 못하여 힘든 작업에 고령자가 찾아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이를 어기면 엄격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에 학력기재 금지가 제도화할 예정이다. 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부모 언급도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아예 탈락시키는 방향이다.
대선정국이 열렸다. 각 진영의 선수들이 앞 다투어 내달리고 있다. 주자들의 자기능력 검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거의 검증은 사돈네 8촌의 뜬소문까지 쫓다가 세월 다 보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까지 문제 삼을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선수의 배우자와 직계 존ㆍ비속만 검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대선주자 자기능력 검증을 철저히 하여 허깨비가 등장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또 다시 국정농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시니어의 두뇌 스포츠라고 하면 대략 화투, 장기, 바둑이 있는데 이중 으뜸이 바둑이라 생각한다. 화투는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작용하고 장기는 차나 포와 같이 멀리가고 힘이 센 놈이 있는가 하면 졸과 같이 한 칸씩만 움직이는 그야말로 졸이 있어서 민주적이지 못하다. 깜박 실수로 차나 포가 떨어지면 급격하게 전세가 기울고 만회하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바둑은 가로세로 19줄 361점 어디에도 착수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지금 전세가 불리해도 역전시킬 기회가 많다. 바둑의 수 또한 무궁무진하여 지금까지 인류가 두어진 수천만판의 바둑판 중 처음부터 끝까지 똑 같은 판은 한 판도 없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두뇌스포츠다.
필자의 바둑 역사는 고등학교 때 형님으로부터 배웠으니 이제는 40년이 훌쩍 넘었다. 기력으로 아마 6단이다. 통계수치가 저장되는 인터넷 바둑에서만 총 만 번 이상 대국을 했지만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바둑 재능은 없는가 보다. 바둑 대국을 만 번으로 잡아도 한번 대국에 1시간이라고 치면 밤낮 417(10,000/24)일을 바둑으로 보낸 날들이다.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바둑을 신선놀음이라 하고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성과물을 내는 노동을 해야지 바둑처럼 아무런 생산성도 없는 것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계의 말이다. 하지만 바둑 두는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두뇌에게 휴식과 단련의 양면을 준 시간들이라 생각하고 프로 바둑기사가 치매로 고통 받았다는 말도 못 들었지만 일반 바둑 애호가도 두뇌관련 질환환자도 못 봤다.
바둑의 장점은 정신통일이다. 살다보면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그냥 잊으려고 하면 생각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때 바둑을 두면 바둑의 무아지경에 몰입하고 세상 걱정거리는 잠시 잊어버린다. 세상과 단절된 다른 세계인 바둑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 때 생각이 멈춰 더 이상 진전이 안 될 때 머리를 싸매고 낑낑대봐야 효과가 없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아주 다른 세계인 바둑을 한판 두면 엉켜있던 생각들을 지우개로 지우고 말끔히 생각을 리셋 하는 효과가 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머리도 쓰지 않으면 녹이 쓴다. 바둑이야말로 노년의 두뇌스포츠로 최고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나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를 만날 수 있다. 늦은 밤도 좋고 일요일도 좋다. 서울서 부산 사람하고도 대국을 하고 멀리 중국 사람하고도 바둑을 둔다. 인터넷으로만 접속하니 복장도 신경 쓸 필요 없고 별도의 비용도 없다. 이런 장점 때문에 동네 기원들이 영업부진으로 대부분을 문을 닫은 것은 안타깝지만 세상의 변화를 받아드려야 한다.
조치훈 프로는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개인의 명예와 나라의 명예가 있다. 나아가 상금이 걸려있으니 목숨을 걸 정도로 치열하게 바둑을 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생업과 거리가 먼 일반 시니어는 바둑 두는 것을 즐기면 된다. ‘바둑 돌 죽지 사람이 죽나’하고 대마가 죽어도 허허 웃을 여유만 있으면 된다.
바둑은 인생과 달리 복기(復棋)가 가능하다. 바둑판이 끝나면 처음 바둑돌 착수부터 행적을 되돌아보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인생은 수많은 조건들이 겹쳐서 한 과정을 만들기 때문에 나 혼자 잘해서 될 수 없고 악연도 자신도 모르게 맺어진다. 하지만 바둑은 나 혼자 잘하면 된다. 패자는 변명 없이 고개를 숙여야 하고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니 정리가 깔끔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바둑에도 체력이 중요하다. 프로기사도 나이가 들면 승률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랭킹1위 박정환9단은 93년생 24세이고 세계랭킹1위 중국의 커제9단은 약관 19세이다. 과거의 일인자가 지금은 랭킹이 한참 뒤에 랭크되어 있어 안타깝지만 늙고 쇄약은 자연의 이치로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타계하셨지만 우리나라 초대국수 조남철 선생의 말에 의하면 나이가 들다보니 30수 이상 수를 세다가 중간에 깜박 놓치거나 잊어버린다고 한다. 승률이 떨어지면 체력을 되돌아보게 되니 건강진단의 또 다른 바로미터로 바둑이 있다.
스마트폰 스케줄러를 사용하면 좋은 점들이 있다. 펜이 필요 없다, 쓰고 지우기 간편하다, 알람 설정이 가능하다, 무료로 쓸 수 있다 등등. ‘Google Keep’은 이러한 장점들을 살리고 그림 메모, 음성인식기능 등이 더해진 앱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웹사이트(keep.google.com)를 통해 PC에서도 일정을 관리할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SNS소통연구소 이종구 소장
1. Google Keep 다운로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Google Keep’ 또는 ‘구글 킵’을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한다. 안드로이드 구글 계정으로 바로 사용 가능하다.
2. 문자 메모 추가
앱 실행 화면 하단의 ‘메모작성’을 누르면 메모 제목과 내용을 넣을 수 있다. 글자 외에 사진이나 직접 그린 그림, 체크리스트 등을 첨부할 수 있다.
3. 체크리스트 만들기
해야 할 일이나 기억할 것들의 목록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목록 왼쪽에 실행 여부를 표시하는 점검 칸이 나오고, 누르면 항목에 밑줄이 그어진다.
4. 그림·손 글씨 메모
키패드를 누르지 않고 자유롭게 화면을 터치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메모로 저장할 수 있다. 펜의 굵기나 색깔도 다양하다.
5. 음성인식 메모
마이크 모양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바로 음성 녹음과 동시에 문자로 전환이 가능하다. 음성인식 전환이 꽤 정확한 편이다. 음성 파일도 따로 저장된다.
6. 주요 일정 알림
원하는 날짜, 시간, 장소, 횟수 등을 입력해 알림을 받아볼 수 있다. 매일·주·월·년 단위로 주기적인 반복 알림 설정도 가능하다.
사회연대은행에서 블로그 강의를 했다. 글쓰기 강사로 데뷔한 셈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가 주관하는 50+교육센터 강좌 중 ‘블로그 개인브랜드 구축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블로그는 나의 브랜드’, ‘이론과 실제’, ‘블로그 하는 법(PC, 스마트 폰)’, ‘블로그 스킨 만들기’, ‘사진으로 블로그하기’, ‘봉사 활동’, ‘여행’, ‘체험단 블로그’ 등 다양한 강의 과목으로 구성되었다.
필자가 맡은 강의는 ‘블로그 글 잘 쓰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사실 기준이 애매하다. 수학이라면 점수로 환산이 가능하지만, 글쓰기는 점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라는 것과 대한민국 100대 블로그로 선정된 경력으로 밀고 나갔다.
그렇다면 블로그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해 봤다. 블로그 글은 시, 소설과 다르고 수필과도 다르다. 그러므로 독특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는 ‘Web+Log’라는 뜻으로 ‘인터넷 일기’이다. 그러나 일기는 본인만 보지만, 블로그 글은 다른 사람들도 읽는다. 그 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배려해야 한다.
글자체를 시니어들이 읽기 좋게 12PT로 하고, 글의 양은 A4 한 장 내외로 한다. 칸 띄우기를 해서 가독성을 높인다. 사진을 붙여 인터넷 시대에 맞게 읽기 좋게 만든다.
블로그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목적이 있어야 될 것 같다. 블로그 글은 소통, 자기 PR, 정리, 논리적 사고, 어휘력 유지, 힐링 등에서 목적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두면 무형의 재산 목록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첫 번째는 요령은 쉽게 쓰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부담 없이 쉽게 쓰는 것이 첫째 요령이다. 한자어나 외래어는 가급적 배제한다. 전문용어 앞에는 간단한 설명을 붙여준다. 호흡이 길지 않게 단문으로 쓴다. 등이다. 요즘은 입말, 즉 구어체로 쓰는 것이 유행이다. 신문 기사도 그 전에는 5W1H 원칙으로 써나갔지만 요즘은 내레이션 기법을 자주 쓴다.
사진은 중요하다. 필수이다. 글과 연관되는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볼로그 글을 쓰는 기본 자세에 속한다. 그러므로 사진에 대해서도 공무도 해야 하고 부지런도 떨어야 한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옷감이 필요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감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필요하다. 글감은 어디서 찾을까? 삼라만상에서 찾는다. 다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고 내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이 된다. 그 외에 영화, 책, 공연, 여행, 신문, 뉴스 등에서 소재를 잡는다. 글감을 찾는 사람에게는 충격이라는 것이 올 때가 있다고 한다. 자다가도 충격이 오고, 걷다가도 충격이 올 때가 있다. 술자리에서 대화하다가도 글감이 튀어 나온다. 그것을 잊지 않고 메모해두는 것이 요령이다.
제목을 잘 잡아야 시선을 끈다. 고인의 회고록 집필을 하다 보니 추모사의 글이 60여 편 들어 왔다. 책으로 만들자니 제목이 모두 추모사였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각 추모 글을 읽고 내용 중에서 제목을 잡아냈다. 추모사를 쓴 사람은 다른 사람도 같은 제목으로 쓴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가 그간 한자 문화권에서 살다보니 제목을 무의식적으로 한자용어로 다는 경우가 많다. 늘 제목이란 그렇게 붙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블로그 글은 매일 쓰는 것이 좋고, 그러려면 장소도 안정적인 곳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집에서 글을 쓰지만, 집은 TV, 군것질 등 유혹하는 요소가 많아 집중하기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셰어 오피스를 이용한다.
첫 강의라 시간 배분에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남을 경우에 대비하여 스터디 교재를 갖고 갔다. 같이 읽고 토론하다 보면 시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파 수필가협회에서 공부했던 작가노트 몇 편을 들고 갔다. 정임표의 ‘나의 꽃, 나의 향기’, 곽흥렬의 ‘충격에서부터 옷 입히기까지’, 김우종의 ‘소재의 의미화와 주제의 철학성’, 김경남의 ‘철학을 수필적으로 풀어내기’가 글 공부에 좋은 참조가 된다. 추천 수필로 김미원의 ‘그 남자의 구두’, 송혜영의 ‘굴욕’을 소개했다.
카리스마 있게 강의를 잘 끌고 나갔다는 칭찬을 받았다. 블로그 글 4천여 개, 출간한 책 11권, 하루 방문객 1,500~2,000명에 누적 조회 수 330만 명이라는 수치가 분위기를 압도했을 것이다.
함께 있다 보면 닮게 된다. 같은 관심사가 생기고 비슷한 부분에서 웃고, 울고, 기억을 저장하고 추억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한성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사)글로벌발전연구원장(ReDI) 이태주(李泰周·54)의 서재가 그렇다. 함께해 온 흔적과 이야기, 좋아하는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책 사이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와 책상 위에 있다. 멀리 한국으로 여행 온 남태평양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호탕한 웃음, 장난 가득한 이태주의 눈 코 입과 사뭇 닮았다.
한성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태주 교수는 그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불씨를 키웠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외지원 자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10년간 일해 왔다. 코이카, 문화관광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 정책자문과 관련한 서류작업은 늘 끊이지 않는다.
이태주 교수의 서재 이야기를 해 보자. 한성대 연구관에 있는 그의 서재는 서재라기보다 놀이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여름방학 동안 서재 중앙에 있었던 탁상을 치웠어요. 피곤하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혼자 별짓 다 합니다.”
이 교수의 서재는 작은 공간에 미닫이로 된 책꽂이를 원래의 서가 앞에 덧대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지원, 정책, 공적 자금 감시 관리 관련 서류들이 미닫이 책꽂이 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이 몇 권 정도가 되느냐 혹은 책을 분리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할 일 없냐!”며 웃어 제낀다.
“분리할 수준을 넘어섰어요. 빈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처박아 놔. 오래된 책은 잘 보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20년 된 책들은 미닫이 안쪽으로 보내 버렸어요. 최근에는 국제개발 쪽 일을 많이 하니까 그 옆에는 최근 관련 서류들이죠. 감당 못해요. 좋아하는 책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보유한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하게 가지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됐을 때 기증하든가 나누어 써야 하는 공유재산이란 생각 때문이다.
책, 사서 보는 나이가 따로 있다
요즘은 기증받는 책들이 많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100% 돈을 주고 사서 봤다.
“그러고 보니까 책 사는 나이가 있는 거 같아요. 한참 연구할 때요. 교수도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해마다 논문 몇 편을 써야 해요. 논문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자료도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아마존닷컴(외국인터넷서점)에서 외국서적도 사야 하고 꾸준히 도서를 구매했죠. 뭐 요즘은 남들이 책을 냈다 그러면 주는 거만 받아요(웃음). 곧바로 책꽂이로 들어가요.”
이 교수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난하고 말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이라든지 만화책 말이다.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도 많고 국제개발 분야가 서재 한가득하다.
“개발, 발전문제 그게 한 분류입니다. 한참 내가 공부할 때는 남태평양에서 연구했어요.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이런 곳에서요. 한쪽 서가 서너 개 정도는 전부 남태평양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또 20대 때,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0대부터 50대까지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태주의 서재에는 세계가 있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의미를 찾으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나 지역에서 직접 사들인 책들이 많다는 점.
“아프리카 여행할 때 아프리카 책, 인도 책, 유럽 책,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사람이 쓴 책 등. 나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 문명과 인류, 문화 다양성 등을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은 국내 도서관 어디에 가도 없어요.”
이 교수의 첫 직장이 유네스코였기에 유네스코 관련된 책들도 많다. 베트남어로 된 책들도 여러 권 보였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 베트남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베트남에서 6개월여 생활했다.
“시클로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고 베트남어도 좀 그때는 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이 현지에서도 얼마 안 되는 베트남 책을 모은 것입니다. 뒤 칸에 보면 베트남 관련된 서가가 또 있어요. 현지어로 된 건데 제목하고 목차 정도는 읽을 줄 압니다.”
서재에서 주로 놉니다
이태주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 원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제대로 도울 것이냐. 이런 것을 정리해서 정부에 만들어 줍니다.”
정년이 보장된 편한 교수 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서류 작업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바로 진짜 제대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지 않는 게 아니고 종일 놀아요. 사실 노는 거하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돼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고 ‘아! 맘에 안 든다’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 쓸 때는 밤도 새울 수도 있고,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건데 뭐. 몰입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서재에서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재 말고 놀이터란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남자의 서재는 ‘삶의 이력서’
사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책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외국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모아 놓은 가면을 비롯한 기념품이다. 아프리카에서 사 온 전통 북을 보고 신기하게 봤더니 직접 북을 멋지게 연주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에요. 처음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하죠. 서가 위와 창문 주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에 정신을 놓더라고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에서 가지고 온 가면뿐만 아니라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조각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서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지”라고 운을 뗀다.
“삶의 이력서지. 그때그때 나의 흔적을 뒤져볼 수 있잖아요? 물론 내가 쓴 노트나 메모가 흔적일 수 있지만 ‘아, 내가 80년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30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그런 거죠. 그때는 몰입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치열했죠.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때는 밑줄을 그어 가면서 봤어요. 언젠가는 버리겠죠? 내가 은퇴할 때쯤 되면 좋은 책들은 좀 정리를 하고 보고서 같은 건 다 버릴 생각입니다. 리포트는 평생 간직할 책은 아니잖아요. 서류 모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책 쓸 때 써 먹으려고요.”
그의 서재 현관에는 201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때는 연구년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국경도시 마스트리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동구 분쟁지역, 발칸반도, 사라예보 등지를 다녔다. 이번에는 중국의 상하이 혹은 브라질의 리우를 연구년 베이스 캠프로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7년 2월 28일이라고도 쓰여 있다. 그날이 바로 정년이라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지만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모래시계를 바라보듯.
“저기 책꽂이에 걸어놓은 건 콜롬비아에서 사온 것입니다. 콜롬비아에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일반 레스토랑인데 연인이 딱 들어와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테이블에서 춤추더라고요. 밥 먹고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변화와 혁신입니다. 정말 수도 없이 듣고 사는 말입니다. 근데 왜 그렇게 변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할까요? 그만큼 변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변화는 자연법칙에 어긋납니다. 자연법칙은 관성의 법칙입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하고 있는 물건은 정지 상태를 유지하려는 게 바로 관성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변화는 그 관성을 벗어나려고 하니 쉽지 않은 일이지요. 혁신은 더욱 그렇습니다. 혁신(革新)의 혁(革)은 가죽을 뜻합니다. 신은 새로울 신입니다. 가죽을 벗겨내듯 새롭게 하라는 겁니다. 가죽을 벗기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그만큼 혁신이 어렵다는 거겠지요.
변화에 관한 최고의 책은 주역입니다. 주역의 역자는 도마뱀을 뜻합니다. 보호색을 그때그때 바꾸는 걸 보고 만든 한자입니다. 주역은 변화에 대해 단호합니다. 변화는 좋은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역은 64괘로 점을 치는 책인데 잘 풀리는 것의 대표는 태괘(泰卦)이고, 불길한 것의 대표는 비괘(否卦)입니다. 태괘 모양을 보면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 있습니다. 비괘는 반대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비괘는 정상이고 태괘는 거꾸로 된 형상입니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 있는 비괘는 안정적입니다. 그 자체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길하다는 겁니다. 태괘는 땅과 하늘이 뒤집혀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원위치로 돌아가려 합니다. 지금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꾸 변화하려 합니다. 그래서 길하다는 겁니다. 우리는 안정에 목숨을 겁니다. 직장의 선택 기준도 안정입니다. 안정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안정은 그 자체로 불길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첫째, 절실함입니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갖 궁리를 해야 합니다. 궁리는 그래서 생긴 말입니다. 글자 그대로 궁할 때 이치를 깨우친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궁하지 않으면 이치를 깨우치지 못한다는 겁니다.둘째,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하면 어떤 일을 할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우리는 늘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받습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없애는 것이 필요합니다.셋째, 공부를 해야 합니다. 책도 읽고, 낯선 곳에도 가보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만나봐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열린 눈이 필수적입니다. 유연해야 합니다. 시장을 잘 읽어야 합니다. 칭기즈 칸이 세계를 제패한 힘은 열린 사고입니다.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현지인을 인정하고 그들로 하여금 백성을 다스리게 했습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Obsolete’라는 영어 단어가 있습니다. 쓸모없다는 뜻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익숙하다’입니다. 즉 익숙한 것은 쓸모없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시장도 변하고 고객도 변하는데 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던 일만 하려고 하고, 팔던 물건만 팔려고 하고, 기존 프로세스대로만 하기 때문입니다.
변화와 혁신의 핵심은 낯설게 하기입니다. 익숙한 것은 편하고 낯선 것은 불편합니다. 저항을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봉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봉변을 당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반대로 변화를 적극 활용해 성공하면 이를 능변이라고 말합니다. 봉변을 당할 것인지, 능변으로 변화에 성공할 것인지,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