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장기간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를 노화시키며, 암, 심장병 및 코로나19 와 같은 전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도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에릭 클로팩 박사 연구팀은 50세 이상 미국인 5700명을 대상으로 혈액의 면역 세포 수와 스트레스의 상호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에게 직업 스트레스, 만성스트레스, 일상 차별, 연령차별 등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경험을 질문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면역 체계를 노화 시킬 수 있다고 밝혀졌다.
연구팀은 “흡연이나 음주 같은 행동을 통제했을 때 면역 노화와의 연관성 중 일부가 사라지거나 줄었다”며 “면역 세포 노화를 예방하려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염두에 두고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연구를 통해 외상 및 차별 등의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이 기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도출할 수 있다”며 “다만 면역 체계를 젊어지게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은 노화를 거스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 번 쇠퇴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면역 체계의 노화를 조금이나마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차단, 생활습관 개선 등 그에 따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의 심리 치료사 르네 에디는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의 영향을 다르게 받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며 “자신에게 기쁨을 주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거나, 가능하면 직장이나 소셜 미디어와 분리하는 일상을 의미한다.
아울러 직장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집에서든 매일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한다면 이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친구의 정치적 견해를 듣는 것이 괴롭게 느껴진다면, 그 친구와의 만남을 피하는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습관 개선 역시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완화하려면 세로토닌 생성을 높이고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비타민 B와 C, 마그네슘, 엽산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 도움이 된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추천하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완화 식품으로는 고구마, 시금치, 노란 피망, 브로콜리, 아몬드, 비트, 아보카도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 보상을 지원해온 ‘희망플러스 특례보증’가 더욱 폭넓고 두터운 지원을 위해 개편된다. 대출 한도가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확대되고 손실보전금수급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의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주요 특례보증을 개편해 7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의 지원대상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소상공인방역지원금을 받은 업체 중 중신용(나이스평가정보 기준 개인신용 평점 745∼919점) 소기업·소상공인이다. 고신용 소상공인 지원대출 상품인 희망플러스 신용대출에 비해 낮은 신용 평점을 가진 소상공인이 이용 가능하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은 1000만 원 한도의 대출을 1~1.5% 초저금리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총 10조 원 규모로 공급될 예정이다.
첫 번째 개편 사항은 대출한도 확대다. 현재 사업자별 본건 보증금액 한도는 1천만 원이었으나, 운전자금에 대한 보증한도를 2천만 원까지 확대해 소상공인이 금융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기존에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을 지원받은 중신용 소상공인도 추가로 1천만 원 보증 대출이 가능하고, 소진공 희망대출을 지원받은 저신용소상공인은 지역신보를 통해 추가로 1천만 원 한도의 특례보증을 받을 수 있다.
희망플러스 특례보증은 1년차 1%대, 2~5년차 씨디(CD)금리(91물) +1.7%p의 저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10만 5590건, 1조 552억 원을 공급했다.
두 번째로 희망대출플러스 중·저신용자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방역지원금 수급자(매출 감소 확인 기준)만 신청가능했으나, 손실보전금 지급개시에 따라 손실보전금 수급자도 중·저신용자의 경우 지원 대상에 추가된다.
한편,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 브릿지보증도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금융지원 사각지대 해소가 취지다.
‘중·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2000만 원 한도로 5년 동안 지원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이번 개편으로 지급 대상에서 ‘방역지원금 수급조건’이 삭제된다. 이에 따라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이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폐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브릿지 보증’도 지원 대상을 폐업자 전체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보증 만기 6개월 이내 도래’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이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중·저신용자 특례보증, 브릿지 보증은 다음 달 1일부터, 희망대출플러스는 다음 달 18일부터 적용된다. 관련 내용은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상담과 신청을 할 수 있다.
장례를 준비하는 유족이라면 의례나 절차 등에 관한 궁금증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장례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 제일 궁금해합니다. 대략의 비용이라도 알고 있어야 비용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부터 세 번에 걸쳐 장례 비용의 구성과 대략적인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입니다. 3일이면 끝나는 장례 절차에서 과연 어디에 이 많은 비용이 드는 걸까요?
장례를 치르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구분해보면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그리고 장지 부분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첫 번째로 장례식장의 비용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 영역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곳이 장례식장인데요. 임대 비용과 음식 비용, 기타 비용으로 나뉩니다. 기타 비용은 청소료, 관리비 등으로 큰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임대 비용은 고인을 모시는 안치료,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 입관실 사용료 등인데, 이는 장례식장에 따라 상당한 금액 차이가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를 받지 않는 장례식장이 상당수 있는 반면, 수도권 대학병원 중에는 하루 사용요금이 500만 원이 넘는 장례식장도 있습니다. 안치료는 1일 사용료가 10만 원 이내이고, 입관실 사용료는 염습 시 1회 사용하는 비용으로 20만~40만 원입니다.
장례식장 표준약관에 의하면 임대료의 산정 기준은 입실을 기준으로 12시간 이내는 시간당 비용으로, 12시간이 넘어갈 경우는 24시간 비용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3일장을 진행할 경우 48시간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겁니다. 대부분 표준약관에 의해 비용을 받지만 간혹 3일장이니 3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장례식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약 시 꼼꼼하게 조항을 따져봐야 합니다.
음식 비용에는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제사음식 등이 있습니다. 평균 식사 비용은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홍어회나 문어숙회 등을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 음식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장례식장에 음식 비용이 대략 얼마 정도인지 문의하면 대부분 조문객 1명당 2만 원에서 2만 5000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답변해줍니다. 장례식장에서 식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금액이 얼마나 비싼 금액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경우 제사음식 비용이 발생하는데, 처음 빈소를 차릴 때 기본 제물, 입관 후 성복제, 상식과 발인제로 여러 번 제물을 바꿔 올립니다. 제물을 다 갖춰서 주문할 경우 총 비용이 100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상에 간단한 상식 제물을 추가해 성복제나 발인제를 올리는 경우에는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은 임대사업자인데 수도권의 일부 대형 장례식장을 제외하고는 임대보다 음식으로 수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문객도 많이 줄고 음식을 소비하는 비율도 줄다 보니 장례식장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상조회사 영역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와 함께 시니어들의 4차 접종이 진행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후유증이 또 다른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시니어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코로나19 후유증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있는 6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시니어 3명 중 1명은 장기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했던 고령층 환자의 경우 여러 후유증 가운데서도 호흡 불편감과 만성피로, 치매 등 3가지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후유증은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막막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증상을 방치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또한 시니어는 당뇨나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코로나19 후유증이 의심된다면 조기에 의료진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개인별 증상이 다양한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위해 일대일 맞춤 진료를 실시한다. 한방 치료의 강점은 신체의 면역계 이상을 부작용 없이 치료한다는 데 있다. 일시적인 면역 억제가 아닌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 회복에 집중해 재발을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인다.
시니어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3가지 코로나19 후유증 중 하나인 호흡 불편감의 경우 한약 처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 ‘청폐탕’이 있다. 청폐탕은 기관지와 폐에 진액을 보충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주요 한약재인 황금(黃芩)은 폐의 열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제거해 가슴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좋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코로나19 및 후유증으로 인한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에 청폐탕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몸이 처지는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약침치료와 추나요법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환자의 개별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피로 원인에 따른 약침치료를 진행한다. 약침은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것으로, 경혈에 놓아 면역 기능과 자율신경계를 강화해 활력을 증진한다. 이어 한의사가 직접 손과 신체 일부를 사용해 틀어진 관절과 근육을 바로잡는 추나요법으로 경추와 두개골을 교정한다. 뇌 혈류량을 늘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누적된 피로감을 개선한다.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으로 치매가 우려될 경우에는 공진단이 효과적이다. 공진단은 노화 억제와 두뇌 기능 향상 효과가 있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공진단의 치매 예방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노화를 억제하는 장수 유전자인 ‘시트루인1’을 활성화시켜 신경세포의 재생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적으로 뇌유래 신경인자와 신경 성장인자의 발현 또한 높인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면역력이 취약한 시니어들은 치료와 함께 일상 속 건강관리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가장 간단하게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기관지 점막이 촉촉해져 기침 증상이 완화되며 호흡도 안정적이게 된다. 특히 따뜻한 물을 마시면 건조해지기 쉬운 기도 상부의 습도가 유지돼 외부 바이러스 및 세균의 침투를 막는 효과가 있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시니어들이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걷기가 있다. 하루 최소 20분 이상 햇빛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면역 증진과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뜻하는 ‘넥스트 노멀’을 준비할 시기가 왔다. 넥스트 노멀의 핵심은 코로나19와의 공생이다.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여기며 방심하기보다는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언제나 감염에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코로나19 감염 이후에는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숨이 가쁘고 피곤해진다면 국립재활원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을 활용해보자.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사하기
에너지를 만들고 잘 회복하기 위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자.
숙면 취하기
몸이 열심히 회복하는 중이므로 낮잠을 자야 할 수도 있다. 잠을 잔 시간보다는 일어났을 때의 기분이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 도움 받기
아이 돌보기, 쇼핑하기, 식사 준비하기, 운전하기와 같은 일은 어려울 수 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도록 하자.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하기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천천히 일상을 시작하라. 직장 복귀나 자녀 돌보기 등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고, 취미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속도에 불을 붙였다. 비대면 원격·재택 근무가 확대되면서 특정 소속을 갖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만큼 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가 됐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쉽지 않은 시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플랫폼 비즈니스 일자리는 늘었다. 음식 배달, 택배, 가사 서비스, 돌봄 서비스 등의 일자리가 많아진 것.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긱 이코노미’가 성장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뜻의 긱(Gig)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약 284조 원이었던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5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의 시대가 온다
긱 이코노미의 확산은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N잡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앞으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나선:나도 선수’라는 플랫폼도 생겼다. N잡 시대의 정보에서 소외되는 중장년을 위한 재능 거래 플랫폼이다. 오히려 중장년이 N잡러가 되기 적합하다는 것.
은퇴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가 중장년층을 취약계층으로 만든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유연한 근무를 원하는 중장년에게 디지털 플랫폼 일자리는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잘 참여하지 않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중장년층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74%는 구직 활동에 가장 관심이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희망하는 비율이 약 50%에 달해 절반을 차지했다. 물론 생계형 일자리를 원하는 중장년층도 있지만(30%), 대부분은 오랜 시간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일하거나, 하루 세 시간만 일하는 형태의 일자리를 원했다. 숙련도 높은 시니어에게 긱 이코노미가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중장년분들이 교육을 듣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원하고, 사회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의지가 있었다”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들이 단지 수업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 활동을 연계해서 목적에 다다를 수 있도록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디지털 격차
은퇴 이후 사회 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니어의 욕구는 무척 높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97.6%는 계속 일하기를 원했다.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는 평균 71세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일자리가 줄면서 중장년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정년 60세 연장법을 만들고, 기업 차원에서도 은퇴 후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한정되거나 그 자리가 매우 적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재취업 시장의 경쟁도 치열하다. 은퇴 후 재취업에 도전했다가 여러 차례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이도 많다.
디지털에 취약한 중장년층에게 비대면 시대는 눈뜬장님으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2년 동안 무인 매장이 늘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가게도 많지만, 서울에 사는 55세 이상 시니어 중 키오스크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54%로 절반이 넘는다.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힘들더라도 이런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디지털 역량을 높이려면 대면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배점태 컨설턴트는 “디지털 교육에 대한 중장년의 관심은 높아졌는데, 코로나19로 대면 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답답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에 대한 적응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화상 대화 등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긱 이코노미가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고용 시장이 되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긱 이코노미가 디지털 플랫폼을 발판 삼아 확산되는 만큼, 중장년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뿐 아니라 새로운 고용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도 필요하다. 또 중장년층이 사회 취약계층이 되지 않도록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사회 안전망도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타인과의 접촉 없이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세컨드하우스에 알맞은 입지, 보유하기 전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을 살펴본다.
세컨드하우스란 도시 거주자가 주말 또는 휴일에 쉬기 위해 도시 근교나 지방에 마련한, 말 그대로 ‘두 번째 집’을 가리킨다. 주로 강이나 바다, 산 등 자연과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아 별장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 조망이 우수할수록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인기가 많다. 따라서 세컨드하우스를 선택할 때는 산, 강, 바다 등 주변 자연환경을 어떻게, 얼마나 접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팔방미인 세컨드하우스, 보유 전 세금 살펴봐야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리얼캐스트는 “세컨드하우스를 소유하거나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국민소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세컨드하우스 및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났다. 2017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역시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모양새다.
여행을 떠날 때 숙박 시설을 예약하기 위한 수고를 들이거나 숙박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세컨드하우스의 장점이다. 초기 부담 비용이 낮고 환금성이 높아, 차후 양도할 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해당 지역 또는 주변 지역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 세컨드하우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어서다. 추후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때 양도세를 웃도는 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후보지를 몇 군데 추려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세컨드하우스가 유명 관광지 근처에 있다면 ‘연세’(임대료를 연 단위로 지불하는 형태) 등의 방식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 관광 이외에도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공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세컨드하우스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세컨드하우스를 보유하기 전 몇 가지 따져봐야 하는 사항이 있다. 우선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구입할 때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부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매년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컨드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인지 비조정대상지역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므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거주하면서 비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다면 취득세가 1~3% 발생한다. 그러나 비조정대상지역에 살면서 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구입하면 취득세율은 8%까지 올라간다.
조정대상지역 여부는 종합부동산세도 좌우한다.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대 3%에 불과하나,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대 6%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보유 주택의 공시지가에 따라 종부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고, 공동 명의와 부부 각각 단독 명의일 때도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사를 고용해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양도세 절세, 농어촌주택이 해답
주택 수에 따라 증가하는 양도세율 때문에 세컨드하우스 마련을 주저하는 경우,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농어촌주택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것. 다음 요건을 충족하는 농어촌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 적용을 피할 수 있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도 가능하다.
첫째,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이 아닌 지역의 주택이어야 한다.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으로는 △수도권 지역(연천군, 인천 옹진군 제외) △부동산거래신고법상의 토지거래허가지역 △국토계획법에 의한 도시 지역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단지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단, 도시 지역 중 인구 20만 명 이하인 시는 일부 예외로 인정된다. 둘째, 일반주택과 농어촌주택이 같은 읍·면, 또는 연접한 읍·면이 아닌 곳에 있어야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취득 당시 주택가액(개별주택가격)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의 합계액이 2억 원 이하, 한옥은 4억 원 이하여야 한다. 넷째, 농어촌주택을 최소 3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일반주택을 먼저 양도할 때는 세컨드하우스로 농어촌주택을 취득한 지 3년이 되기 전이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은 후 농어촌주택을 3년 미만으로 보유하다 양도하면 비과세를 받았던 양도세가 추징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한 협의 매수, 또는 수용의 경우나 사망으로 인한 상속, 멸실의 사유로 농어촌주택을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농어촌주택 특례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주택을 구매했을 때 적용된다. 일반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 신고기한 내에 일반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과 농어촌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을 첨부해 과세특세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보유세와 취득세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TIP] 세컨드하우스, 어떤 형태가 좋을까?
세컨드하우스로는 단독주택이 가장 수요가 많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단독주택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직접 거주와 임대 둘 다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최근 인기다. 생활형 숙박 시설,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있는데, 이 중 아파트는 수요층이 다양하고 단독주택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싶다면 모듈하우스를 고려해보자. 집의 기본적 형태인 기본 골조와 현관문, 욕실, 전기 배선 등을 70% 이상 공장에서 만들어오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다.
2015년 가수이자 방송인 서유석이 발표한 노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입니다. ‘나이 듦’을 솔직담백하게, 때로는 풍자와 해학으로 묘사한 노래 중간에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아름다운 시절이 정말 소중했던 시간이라고 되새깁니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라던 세상 떠나신 아버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는 그의 고백은 노래가 끝나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여섯 번째 마음 미장공 이야기는 ‘검버섯 핀 바나나’로 시작합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에 등산 가고 화요일에 기원 가고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가집
(중략)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
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놀려대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나 볼 거야
(후략)
검버섯 핀 바나나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 뵈러 갔을 때입니다.
“어느 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데 바나나 껍질이 거뭇거뭇하게 된 걸 통째로 버렸지 뭐니? 그 귀한 걸….”
그게 너무 아까워 어머니는 경로당에 가져가서 어르신들과 같이 드셨다는 겁니다. 바나나. 지금은 사시사철 가장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과일로 전락했지만 어린 시절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나요. 한 다발은커녕 낱개 하나도 먹기 어려워 부잣집 아이들 먹는 것 바라보며 군침만 흘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에야 귀하든 아니든 어머니 입장에서는 먹는 걸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던 거죠. 한편으론 이제 늙고 병들어 쓸모없어졌다고 버림받는 자신을 보는 양 서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 얘길 들으면서 제가 몇 해 전 쓴 시가 떠올랐습니다.
검버섯 핀 바나나
샛노란 바나나 한 다발
하얗고 단단한 속살
며칠 지나 남겨진 세 송이
그새 늙어 검버섯 점점이
어떻게 이별할까 궁리 끝에
우유 붓고 보들보들 살점 썰어
드륵드륵 클클클클
바나나 셰이크로 안녕히
숨 거두기 전 가장 달콤했던 이여
바나나는 익을수록,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에 더 가까울수록 진가를 발휘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순간, 비록 겉모습은 시커멓고 말라비틀어졌지만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하고 더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설익었을 때는 설탕이나 시럽, 꿀처럼 단맛을 첨가해야 바나나 음료가 제값을 겨우 합니다. 무르익지 않으면 떫고 신맛이 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성숙하지 않은 시절엔 뭘 넣어도 부족한 맛이 납니다. 깊이 농익었을 나이엔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그윽하고 충분하고 깊습니다.
노인은 살아 있는 박물관
노인, 어르신 한 사람이 죽는 것은 살아 있는 박물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어르신들이 드리워주는 그늘, 아낌없이 나누는 지혜와 경험, 그 울타리는 박물관 하나를 꽉 채울 만큼 큽니다. 우리 속담에도 ‘일 못 하는 늙은이, 쥐 못 잡는 고양이도 있으면 낫다’, ‘늙은 고양이랑 늙은이는 없으면 옆집에서 꾸어 와서라도 모시는 게 좋다’란 말이 있습니다. 비록 젊을 때처럼 팔팔하게 역할은 못 하더라도 언제든 의지하고 의논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겉으로는 쓸모없을 듯 보여도 나름대로 쓸 데가 있기 마련입니다. 바나나만 하더라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가장 달콤하다는 게 우리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을 뵈러 가서 잠깐 들었던 이야기가 시 한 편으로 연결되었네요. 그분들이 저희에게 음으로 양으로 큰 기운과 가르침을 주신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찬밥을 대하는 자세
봄이 완연해지더니 계절은 이제 초여름으로 향해 갑니다. 이럴 때 유독 신경 써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밥과 반찬입니다. 쉬이 상하고 금방 맛이 갑니다. 기껏 지은 밥이며 된장찌개, 고등어조림이 상할라치면 만든 사람 속도 무척 상합니다. 재료가 아까운 건 물론이고 장 보고 다듬고 만든 정성에 마음이 참 쓰리고 아픕니다. 저는 이렇게 먹다 남은 찬밥을 모았다가 누룽지를 만듭니다. 버리지 않고 고쳐 쓰는 부모님, 할머니 마음을 닮고 싶어서입니다.
찬밥이 누룽지가 되는 과정은 절묘합니다. 적당히 태워 생긴 탄소 입자는 날카롭지 않아서 세포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몸속 독소를 흡착, 분해해 씻어낸다고 합니다. 누룽지는 자신을 태워 훌륭한 영양제이자 해독제로 변신합니다. 전날 과음으로 힘들 때나 소화가 안 될 때 누룽지 끓여 먹으라는 어른들 말씀이 매우 일리 있었네요. 다만 성질을 누그리지 않으면 누룽지 만드는 일이 화를 돋우는 참사가 되기도 하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냉장고 안 찬밥을 모아
누룽지를 만듭니다.
급한 마음에
미처 다 눋지 못한 밥알들
주걱으로 긁을라치면
손목도 시리고
모양도 죄다 흐트러집니다.
진득이 기다리면 될걸
조금만 더 참으면 될걸
날 선 마음 누그리고
모난 마음 둥글리고
먼 산 한 번 바라보고
강아지 눈 맞춰
잘 잤니 인사하고
솥뚜껑 열어
누우렇게 고운 빛깔
얼굴 반쪽 내민
누룽지 만났습니다.
(‘혼자 술 마시는 여자’ 178~179쪽)
묵은지 유감(遺憾)
‘먹방’, ‘쿡(Cook)방’이 개인방송 채널까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벌써 여러 해입니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의식주(衣食住)가 아닌 ‘식의주’(食衣住) 시대가 왔나 봅니다. 다종다양한 요리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가 바로 ‘묵은지’입니다. 오랫동안 숙성되어 푹 익은 김장김치를 일컫는 묵은지. 요리에 재능이나 관심이 없거나 요리할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운명이기 십상입니다. 발효음식 특유의 역한 군내와 물컹한 식감까지, 김치냉장고 속 골칫거리에 불과하니까요.
할머니와 묵은지
하얀 곰팡이가 다닥다닥 피어올라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은 묵은지 한 포기라도 버리지 않고 흐르는 물에 몇 번이고 빨아서 김치만두로, 비지찌개로 새롭게 만들어주시던 우리 할머니. 거북이 등가죽처럼 거친 손으로 맛난 음식을 뚝딱 해주시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묵은지라도 그 감별 기준은 버릴 것인가 쓸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먹을 것인가, 아니면 속을 털어내고 깨끗이 빨아서 먹을 것인가 이 두 가지였습니다. 취사선택이 아니라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잘 쓸 것인가입니다.
누룽지와 묵은지 닮은 마음
좋은 것, 쉽고 편한 것, 화려한 것만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함부로 대하거나 버렸던 것은 아닐까. ‘살림살이’한다는 주부가 정작 살리는 일이 아닌 버리는 일, 죽이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해왔던 것은 아닐까. 낡았다고, 싫증 났다고 홀대했던 것은 아닐까 되묻습니다. ‘나이 듦’, ‘늙음’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던 것은 아닌지 자꾸 부끄러워집니다. 그래서 또 배웁니다. 검버섯 핀 바나나, 자신을 태워 누룽지로 승화한 찬밥, 곰삭은 묵은지처럼 익을수록 깊고 달콤하고 구수한 삶을 살겠노라 다짐합니다.
“시어머님 간병을 번갈아 할 수 없으니까 정말 애가 타고, 일주일 넘게 혼자 맡아 하시는 형님께는 너무 죄송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6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던 지난 3월 중순 갑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시어머니가 입원한 B씨. 큰동서와 번갈아 간병을 할 요량으로 PCR 검사를 하려는데 본인이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 해제한 지 2주가 지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가족까지 급박하게 대처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고통과 역할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어떤 가족은 자녀가 시간을 내어 찾아와도 요양원에 격리된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장례식에 조문도 받을 수 없었다. 방역 단계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예약한 결혼식장과 날짜는 번번이 바뀌고 연기되다가 예비 신랑 신부와 그 가족은 끝내 갈등 속에 파투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족, 친구, 동료, 이웃과 사회를 갈라놓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지침은 심리적 거리마저 소원하게 해 인간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다.
마스크의 역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강제했던 실외 마스크 착용이 5월 2일부터 해제되었다. 혹시나 하고 청계천으로 산책 나선 날.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마스크 벗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다음 날 외출할 때도 거리나 공원, 버스정류장, 지하철 등에서 마스크와 함께했다. 지난 2년 남짓 마스크에 길들여져, 규제가 이제는 생활의 도구가 된 것일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겨준 불편함과 제한이 안전과 건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2020년 첫 발병부터 지금까지 온 세상을 휩쓴 코로나19라는 역병(疫病)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준이 되면서, 그동안 단절되고 막혔던 부분을 어떻게 복구하고 대처해나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족의 재발견
2021년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SNS를 활용한 노년층의 행복도가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대면하는 활동이 왕성했던 청년층은 행복도가 떨어진 것과 달리 비대면이더라도 가족과 유대를 잃지 않았던 노년층은 행복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신이 가진 인맥 안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열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2020년 조사를 바탕으로 발간한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1-코로나19 특집호’에서도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더욱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이 젊은 세대보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삶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행복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밝혀졌다.
인간관계에서 폭은 줄이되 깊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족 간 대화가 늘어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사례도 많이 발견된다. 예전 같으면 퇴직한 아버지나, 취업 준비하는 자녀나 밖으로 돌기 바빠 ‘빈 둥지 증후군’인 어머니의 마음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부모 역시 MZ세대 자식이 얼마나 따로국밥 불통인지 화병이 났을 텐데, 코로나19 덕분에 온 가족이 서로를 지켜보고 관찰할 시간이 생기면서 ‘많이 힘들지?’ 물어봐 줄 수 있게 되었으니 한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자기를 들여다보고 주변을 살펴볼 특별한 시간을 주었다. 또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접촉 아니어도 언제나 접속 중
긴 코로나19 터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점점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SNS나 메신저, 원격 화상회의 장치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폭넓게 때로는 깊숙한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영유아부터 청장년 대상 활동뿐 아니라 시니어 관련 교육, 봉사, 인지치료 등에도 비대면 화상 방식이 선호되는 추세다. 변화에 앞질러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인천을 지역 기반으로 치매 예방 및 인지 교육을 펼치는 한국시니어교육센터의 경우, 예전처럼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로 직접 찾아가는 대신 매주 일정한 시간에 원격 화상강의 방식을 이용해 어르신들을 만나 소통하고 있다.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방역과 안전을 내세웠지만, 2년 남짓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장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역 기준이 완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통을 병행할 수 있으니 그 효과와 만족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의 소중함과 연결 : ‘딥 콘택트’(Deep Contact)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잘 차려입고 꾸미고 시간을 들여 어딘가로 이동해서 누군가를 만나 사교와 업무를 수행해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대화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돌이켜보자.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며 대부분의 만남이 비대면, 재택(혹은 특정 장소가 아닌 카페나 대중교통 등)으로 바뀌면서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간관계에서 고립과 단절을 가져와 고통으로 다가왔던 사람들도 어느덧 방역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기저기 걸쳐놓고 집중하지 못했던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관계에 깊이 몰입하는 ‘딥 콘택트’의 시대가 주목받는 까닭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서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불황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영업자 40%가 폐업을 고민하는 가운데,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제 원유의존도 1위다. 게다가 1인당 원유 소비량은 4위에 이른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120달러 시대
지난 8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2020년에 비하면 3배가 올랐다. 2008년 4월~8월 1차 고유가 시기와 2011년 2월~2014년 8월 2차 고유가 시기에 이어 세 번째 고유가 시기로의 진입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의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데다, 원유 추가 증산 가능성도 크지 않아 고유가 상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4%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는 1.4%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원유의존도가 높아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 우리나라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품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120달러 유지 시 우리나라 경상수지(국제 시장에서의 모든 경제적 거래를 말함)는 516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종식을 일컫는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 회복세로 원유 수요는 증가하는데, 원유 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고유가 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 이제 시작?
국제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 물가 상승률이 5%가 넘은 것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월 0.9%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9월 3%대로 오르더니 올해 5월 5%까지 오른 것.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075.12원이다. 경유는 리터당 2075.63원으로 휘발유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서울의 경우 리터당 3000원이 넘는 주유소도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예정이다. 7월부터는 가스요금이 오를 예정이고, 올해 3분기 전기요금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스요금은 4월과 5월에 이미 두 차례 인상된 바 있다.
한숨 깊어지는, 고령 자영업자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기는 위축되고 소비자의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41.3%였던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21년 63.7%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60세 이상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60세 이상이 36.4%로 가장 많았고 50대 27.3%, 40대 20.8% 순이었다. 2021년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20년 대비 12만 명이 늘었다.
그런데 자영업자 중 40.8%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자영업자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0.8%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폐업을 생각하는 이유는 ▲매출·순이익 등 영업 실적 감소(28.2%)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7.8%)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17.5%)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경기 회복 가능성 낮음(16.7%) 등이 꼽혔다.
코로나19로 2년을 간신히 버텼는데, 고유가라는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 고령자의 경우는 폐업 이후 재취업도 쉽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더 큰 상황이다.
오일쇼크 공포가 온다
정부는 유류세 30% 한시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유가 안정 정책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970년대 오일쇼크때와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는 시기로 접어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일쇼크 당시처럼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도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심각하다”면서 “물가는 민생경제에 가장 중요한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정책을 총동원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는 19일 첫 번째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유가 동향 등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유가 환급금이 대책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통해 고유가 이전 수준으로 기름값을 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