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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는 거대한 꿈을 꾸다
- 무려 90명의 남성 합창자로 이뤄진 국내 최대의 남성 합창단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체 이마에스트리. 그 이마에스트리의 창립자이자 음악감독이 바로 지휘자 양재무(61)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 트렌토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귀국,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했던 그는 작금의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특별한 공연을 했다. 지난 5월 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가 그것이다. 엄중한 시국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를 만나 음악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코로나19의 완화를 기원하는 공연들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방역 선도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시대의 공연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롤 모델을 시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어버이날을 맞이해 열린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또한 그러한 기획의 일환이었다.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의료진과 가족들을 무료로 초청해 열린 이날 공연에는 배우 양희경의 사회로 양재무 감독이 이끄는 남성 합창단 이마에스트리(I MAESTRI)의 바리톤 고성현,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공연계의 롤 모델 기대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는 생활 방역으로 넘어가면서 가능해진 공연이죠. 그동안 사람을 모으기 어려워 큰 공연장에서도 취소된 공연이 많았어요. 지방의 많은 문화회관, 극장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죠.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 예술의전당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게 있었죠.” 예술가다운 굵고도 시원시원한 인상의 양재무 감독은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에서 60명의 합창자들을 동원해 편곡한 오페라 가곡들과 강산에의 ‘명태’, 양희은의 ‘상록수’ 등을 들려줬다. 이마에스트리의 총 멤버는 90명. 이 정도 규모의 남성 합창단은 전 세계에서 이마에스트리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멤버들 개개의 면모도 오페라 주역 가수를 맡을 정도의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들이다. 그래서 이름에 마에스트리가 붙었다. 이마에스트리는 ‘장인들’을 뜻하는 용어로 이탈리아어 ‘마에스트로’(maestro)의 복수형이다. ‘마에스트로들이 모였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의 음악으로 통하게 하고 싶다 지금 케이팝(K-POP)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의 대처 성공 덕분에 국격도 올라간 상태. 이마에스트리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프로페셔널함과 독보적인 규모를 보면, 클래식에서도 한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케이팝 덕분에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네임 밸류가 높아졌어요. 덕분에 저희 밸류도 함께 상승하는 중이죠. 그리고 코로나도 그래요. 유학을 갔다 온 이탈리아에서도 제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예요. 시장이 편지로 마스크와 진단 키트를 요청하더군요. 그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예술의 본토인 유럽에서도 그런 영향이 있을 정도니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분야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도 좋은 콘텐츠로 유럽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고요.” 6월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마에스트리가 창단 15주년을 맞이했다. 긴 시간 동안 이 독특한 단체를 지휘해 온 그에게 소회를 물어봤다. “모여서 뭔가 하다 보면 좋은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협회는 아니지만 연주회를 같이 해보자는 취지로 모였죠. 창단 멤버는 45명이었는데 사실 이렇게 많이 모이기가 힘들어요. 우선 어려운 점은 모두가 개성이 강한 분들이라는 데 있죠. 부딪치는 부분들 튜닝하고 서로 양보하고 연주의 솔로 부분을 누가 맡느냐도 많이 생각해야 했어요. 두 번째로는 경제적 어려움이에요. 연습실도 없이 개인이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하다 보니 그런 어려움이 하나하나 해결되더라고요. 워낙 없는 콘텐츠였기에, 저희가 럭키했던 거 같아요.” 적극적인 편곡이 감동을 만든다 성량이 풍부한 오페라 가수들이 남성 4부 합창을 한다는 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그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합창단이라고 소개했다. 이마에스트리처럼 대규모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양 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그런데 그렇게 대규모 남성 합창곡으로 편곡된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 자체가 차이이자 이마에스트리의 특징이 됐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청산에 살리라’는 굉장히 좋은 곡인데, 간주의 역할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차르트, 베르디 등이 사용했던 테크닉을 넣어서 편곡을 가했죠. 또 ‘비목’ 같은 경우는 이름 없는 전사자이지만 살아 있을 때는 용맹한 군인이었으리라 생각해서 ‘전선을 간다’라는 곡에서 남자 휘파람 소리를 전주에 넣어 편곡을 했어요. 어렸을 때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보며 휘파람으로 부르는 군인들의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는데 그게 모티프였죠. 그렇게 편곡된 ‘비목’을 들려주니 군대 갔다 온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아련함과 용맹함을 함께 아우르는 버라이어티한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는 이마에스트리의 공연에 대한 대중의 만족도가 200%는 된다며 자부심을 느끼는 듯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공연해본 결과 어느 나라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가 감동하는 걸 확인해서다. 슈베르트가 섰던 무대에서 ‘마왕’을 연주하다 “다녀온 해외는 열서너 곳 정도. 연주는 스물세 번 정도 했죠. 그때마다 매우 많은 걸 전달하고 왔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인의 연주력이 그렇습니다. 빈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을 세계 최초로 남성 4부 앙상블로 노래한 적이 있어요. 빈은 음악적 프라이드가 높아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하는 게 걱정됐었죠. 그런데 어차피 넘어야 할 강이라면 넘어가자는 판단으로 하게 됐어요.” ‘마왕’은 시벨리우스가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게 있었다. 그걸 알고 있었던 양 감독은 남성 4부 합창으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한다. 그리고 편곡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헨델의 ‘메시아’도 성경 구성 그대로 하지 않고 헨델이 생각했던 오라토리오 구성에 맞도록 내용을 재구성했거든요. 그래서 ‘메시아’를 보면 내용이 구약과 신약을 왔다 갔다 해요. 저도 ‘마왕’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재배치해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편곡을 했죠.” 결과는 성공이었다. 새롭게 편곡된 ‘마왕’에 빈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10여 분간 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노래, 세계에 소개하고파 양 감독은 1960년생, 올해 예순한 살이다. “수염 깎으려고 거울 보면 가끔 나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런데 나와서 일하며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전혀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음악가들은 연습에도 자기연마에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열려 있어야 해요.” 그의 열린 생각은 철저하게 개방적이란 점에 있다. 이마에스트리 멤버들 또한 전 세계에서 유학하고 온 사람들이라 다양한 언어와 장르가 소화 가능해 레퍼토리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는 노사연의 ‘만남’, 조용필의 ‘친구여’ 등이에요. 그리고 ‘꿈’. 조용필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는지…. ‘꿈’을 L.A.에서 연주했는데 ‘우리도 꿈을 갖고 왔다. 여러분도 꿈을 갖고 L.A.에 왔을 텐데 참 어렵다. 행운이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니 L.A. 교민들이 울었어요. 그들을 보며 우리도 울었죠. 조용필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그분 노래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세계화하고 싶어서예요.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면 세계어로 번역되거나 가곡화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는 이탈리아 가곡 악보들을 출판하기도 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좋은 가곡들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였다. “성악가는 누구나 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제가 출판한 악보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경제적으론 하나도 도움이 안 되지만.(웃음) 그런데 어쩌면 저는 이렇게 돈을 못 벌까요?(웃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지금까지 부족하지는 않았어요. 흡족하진 않은데 모자라서 빚을 지거나 하진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공연 위해 도전 양 감독은 자신을 돌아볼 때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음악적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마왕’을 기획한 것처럼 모두가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는 데 자신의 강점이 있다는 그의 진단이야말로 계속해서 ‘큰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베토벤이 8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9번을 작곡할 때까지 11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죠. 그렇게 만들어진 9번 교향곡의 궁극적 메시지는 인류가 하나가 되어 환희를 부르라는 것이었죠. 그 메시지야말로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런 걸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언젠가는 통일이 될 텐데 무엇으로 우리의 감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죠.” 그는 야외에서 공연하다 보면 우리나라 관객이 아직 감상의 문화, 보기만 하는 문화에 갇혀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걸 다 같이 합창하는, 함께 노래하는 문화로 만들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연주자와 관객들이 함께 감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코로나 극복 음악회를 전국 단위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 성과를 통해 세계 무대로 나갈 수도 있고요.” 평화를 위한 판문점에서의 연주, 중국과 도쿄에서의 연주, 평양에서의 음악회를 꿈꾸는 그의 비전은 아직 할 과제가 많아 보였다. 그는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전진할 계획이다. “쉬어야 창의가 솟는다는 말에는 동의 못하겠어요. 머리가 안 좋으면 손발이 고생한다는데 제가 그 경우거든요.(웃음) 쉬면 안 되는 타입이에요.” 이렇게 늘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인 그이기에 나이 듦이 걱정스럽기보다 기대가 된다.
- 2020-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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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독자를 위한 6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일정 7월 2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 나타난 현대 서예와 디자인 서예 등 다양한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등 총 4개 주제로 구성해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 일정 8월 9일까지 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일평생 창작에 몰두하며 독자적인 작품관을 구축해온 백영수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더불어 작가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 및 아카이브 섹션을 구현해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부 ‘백영수의 삶을 거닐다’에서는 실제 사용했던 그림 도구와 생전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작가의 삶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2부 ‘백영수의 작품을 거닐다’에서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 105점을 연대기별로 전시해 작가의 화풍이 정립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 My Dear 피노키오展 일정 6월 26일~10월 4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00년 넘게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피노키오’를 소재로 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규모 복합 전시다.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회화, 영상, 대형 조형물, 그림책, 팝아트 등 170여 점의 다양한 시각예술 복합 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았다. 피노키오의 원작자 카를로 콜로디의 희귀 빈티지 도서와 산문 및 오브젝트도 함께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하는 ‘에르베 튈레의 사운드 워크숍: OH!’를 비롯해 ‘My Dear 피노키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 대지의 연금술 일정 8월 30일까지 장소 엄미술관 인류세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건강하게 상호 융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거시적 물음을 던진다. 아울러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양자의 관계를 밝고 이로운 정신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는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며, 서로에게 배우며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성찰에서 비롯됐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아트 디렉터인 제이콥 쿠즈크 스틴슨의 상상력과 기술이 더해진 독창적인 작품들을 통해 생태계를 향한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 Stage ◇ 모차르트! 일정 6월 11일~8월 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아드리안 오스몬드 출연 김준수, 박강현 등 청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을 그린다. 2010년 초연 무대를 꾸민 서숙진 디자이너가 다시 합류해 모차르트의 내면과 천재성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해낸다. 무대, 의상, 소품 등 미학적 요소들 역시 초연 버전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해 더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 에스메 콰르텟 데뷔 리사이틀 일정 6월 9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출연 에스메 콰르텟(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런던 위그모어 홀 공연을 비롯해 영국 전 지역 15회에 걸친 대장정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에스메 콰르텟의 국내 첫 공식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진은숙의 현악사중주곡 파라메타스트링, 슈만 현악사중주 1번 등을 선보인다. ◇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정 6월 20일~8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 2020-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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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 콘서트 여는 혜은이 "여러분을 위한 선물입니다"
- 2017년 소극장 콘서트를 통해 큰 울림을 선사했던 가수 혜은이가 3년 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은 지난 추억을 새기고 다가올 희망을 그리는 노래로, 관객을 위한 선물 같은 시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28일 막을 올리는 ‘2020 타임슬립 콘서트 혜은이, 그대를 위한 선물’ 준비에 한창인 혜은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서는 소감이 어떠신지요? 3년 만에 다시 하는 소극장 콘서트라 기대가 큽니다. 이전에 함께했던 멤버들이 이번에도 함께 해요. 다들 반갑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랍니다.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뒤편에 가사를 띄울 예정이에요.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면서 하나 되어 즐기는 무대를 꾸며보고 싶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어떤 곡들로 채워졌나요? 아무래도 제 공연을 찾아오는 분들께서 기대하는 바가 있으시니 ‘당신은 모르실거예’나 ‘제3한강교’ 등 대표곡들은 빼놓을 수 없죠. 여기에 제 노래 중에서 그동안 방송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내 작은입술에’, ‘밤 하늘의 무지개’, ‘별후’ 등 제목은 다소 생소해도 들어보시면 ‘아, 그런 노래가 있었지’ 하며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르실 것 같아요. 소극장 공연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3년 전 소극장 공연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무대 자체도 굉장히 아기자기한 데다가, 객석과도 가깝다 보니 좀 더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울릴 수 있었죠. 노래 중간중간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고, 인생 고민도 털어놓고 일반 콘서트와는 또 다른 정을 나눈 것 같아요. 어떨 땐 너무 밀착돼 있다 보니 자그마한 실수도 눈에 띄게 마련이죠. 그럴 땐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인데 관객분들이 더 응원해주시고, 라이브 공연의 묘미를 즐기시는 듯해요. 오랜 세월 함께해온 멤버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그야 두말할 것 없이 아주 척척 잘 맞아요. 몇 년씩 함께 해오다 보니 눈만 마주쳐도 서로 빠르게 교감하고 서로의 메시지를 읽어내죠. 공연을 하다 보면 객석에서 신청곡을 요청할 때도 있어요. 사실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즉흥 공연은 쉽지 않거든요. 멤버들과 함께 해온 세월 덕분에 어떤 곡이든 우리만의 스타일로 멋진 무대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혜은이를 찾는 팬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세요 10년 전부터 우리 팬들이 저에게 앨범을 만들어 선물했어요. 이번에도 공연 기념으로 새 앨범을 내주셨는데, ‘그래’라는 곡이 있죠. 가사에 제가 지금껏 살아오고, 또 살아가야 할 이야기가 요약돼 있습니다. 이 노래가 더 의미 있는 건 팬들이 함께 코러스를 했다는 거예요. 서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 찾아오시면 또 소중한 기억 함께 나눴으면 해요. 공연장에서 만날 여러분을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공연: ‘2020 타임슬립 콘서트 혜은이, 그대를 위한 선물’ 일정: 5월 29일~6월 28일 (매주 화요일 공연 없음) 장소: SH아트홀 출연: 혜은이, 혜은이밴드, 혜은이안무팀, 혜은이코러스
- 2020-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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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노래의 길을 잇는 국악인 김영임
- 1972년 선소리 산타령 예능 보유자인 이창배를 사사하면서 국악을 시작해 1974년에 발표한 ‘회심곡’으로 전국적인 히트를 기록한 경기민요와 12잡가의 대가 김영임(67). 이후 48년 동안 소리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수많은 공연 경험과 자신만의 브랜드 콘서트인 ‘김영임의 소리 孝’를 갖고 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교육 보조자로서 우리의 소리를 전수하는 데도 열중하고 있다. 케이팝의 세계적 성공과 세대를 뛰어넘은 트로트 붐 등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우리 음악의 대표 주자 국악의 아이콘 중 하나인 김영임을 만나 국악인으로서의 삶, 소리의 존재 이유를 들어봤다. 김영임은 자신만의 브랜드 콘서트를 갖고 있는 드문 국악인이다. 그녀는 매년 5월이 되면 국내 최초의 국악 뮤지컬인 ‘김영임의 소리 孝’ 공연을 한다. 그러나 벌써 20여 년을 훌쩍 넘겨 계속되며 그녀의 브랜드가 된 ‘김영임의 소리 孝’이지만 올해는 볼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이다. “50여 년 동안 국악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공백 기간이 긴 건 처음이에요. 5월을 준비하고 시작하다 보면 1년이 금방 가곤 했는데…. 그런데 반대로 보면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저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공허함이 좀 사그라지더라고요. 넘어진 김에 쉬었다가 간다고 하잖아요.” 트로트에 이어 국악 대세도 오지 않을까 여전히 그녀의 일상을 지켜주는 것은 다름 아닌 소리다. “전라도 쪽에 ‘편’ 소리가 있듯 경기 소리에는 경기 잡가가 있어요. 장구 하나를 두고 6박 장단으로 부르는 소리인데, 열두 개를 다 하려면 네 시간 정도 걸려요.” 소리를 하고 싶어지면 혼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장구를 치며 경기 잡가 열두 바탕의 소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화제인 TV의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있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인데 제가 트로트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잖아요. 이미자, 은방울 자매, 문주란 씨 등등…. 학교 다닐 때 남진 씨 좋아했던 기억도 나고. ‘미스터 트롯’ 보면서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트로트를 잘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옛날에 KBS1 음악 프로그램 ‘빅 쇼’ 무대에서 이미자 씨의 ‘모정’과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를 불렀던 기억도 나고요.” 그녀는 “트로트가 대세이니 앞으로 국악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그런 시간이 조만간에 만들어져서 젊은이들에게 국악도 각광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소리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김영임과 소리가 만난 것은 꽃다운 나이, 열아홉 살 때였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만류로 못하다가 일 년 후 다시 했죠. 많이 반대했어요. 미국에 있는 오빠가 ‘노래는 조금만 하고 미국으로 돌아와서 공부해라. 내가 지원해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에게 ‘내가 내 인생을 사는 것이기에 구렁텅이로 들어가도 헤쳐 나오겠다’고 말하고 소리를 하게 됐죠. 국악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민속경연대회에서 장원을 하고, 스케줄 펑크를 낸 선배 대신 나간 방송 프로그램 PD에게 섭외된 그녀는 국악 드라마 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카메라맨들의 사랑을 받는 미녀 국악인으로서, 지금 시대로 보면 아이돌로서 활동을 하던 그녀는 레코드 회사 섭외를 받아 ‘회심곡’ 음반을 내면서 마침내 대박을 쳤다. 그녀는 그때의 자신을 “행운의 열쇠를 거머쥔 거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무조건 좋은 일만 생기는 게 아니라 했던가. 그런 삶 속에서 그녀의 상처는 점점 쌓여갔다. “동료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마음의 상처가 컸어요. 그런 것도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일들이죠.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배움으로 생각해요. 너무 빨리 이름을 얻어서 고개를 들고 다니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닐진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운 거죠.” 소리꾼의 삶과 한 소리꾼과 한(恨)을 떼고 생각하기란 어렵다. 한은 우리 소리의 절절함과 곡절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단어이며, 소리꾼이 가진 한이 소리에 담김으로써 그 소리는 완성된다고도 한다. 어린 나이의 성공, 그로 인한 인간관계에서의 상처, 그리고 오랜 시집살이를 해야 했던 전통 사회 여성으로서의 한이 김영임에게는 있는 게 아닐까. 그녀의 남편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이상해 씨. 1979년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그들은 어느새 41년을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친정에서 일 년 살다가 큰딸이 두 살일 때 시집과 합쳤어요. 그때부터 시어른들과 지냈죠. 저는 장손의 큰며느리였어요. 그런데다 시집 분위기가 가부장적이어서 어른들은 장손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집안 경조사가 있으면 일을 나누지 않았어요. 무조건 큰아들 몫이었어요. 그런 분위기로 인해 우리 부부는 가족들한테 기대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열심히 개미같이 일해서 자수성가한 케이스가 됐어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한은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김영임 또한 그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저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울컥해요. 왠지 모르게 가슴이 텅 빈 것 같아요. 남편과 자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럴까, 내 마음을 내가 잘 다스리고 추슬러야겠죠. 저에겐 가야 할 길이 아직 있으니까요.” 그녀가 가야 할 길이란 물론 소리꾼의 길이다. 그녀는 진심을 담아 자신에 대해 ‘아직까지도 도전하며 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교육 보조자인 그녀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무형문화재로서의 길이다. “윗세대 선생님들을 보면 여든이 넘어가면 기력이 안 돼서 노래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걸 미리 생각하면 너무 두렵잖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오늘도 내일도 사람들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며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나이 먹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야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의욕이 사그라지지 않더군요.” 그녀가 지키는 부부의 세계 변치 않는 도전의식을 가지기로 결심한 김영임의 나이는 올해 예순일곱 살, 여덟 살 연상인 남편은 칠순 중반이다. 이제 부부 사이에 알콩달콩한 무언가가 있을 나이는 아니다. “우리는 어른들과 함께 살아서 스킨십도 못하며 살았어요. 표현도 못하다 보니 그게 굳어졌죠. 기본적으로 남편은 나를 정말 끔찍이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마음으로 들어와서 편안하게 위로해주는 게 없어요. 나이 먹어서 그런 걸 바라는 것도 우습고요.” 그래도 생활의 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부드러워진 걸까. 그녀에게 이혼과 졸혼을 선택하는 황혼 부부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어봤다. “사실 우리 부부도 이혼할 뻔했어요. 그런데 이혼해서 나아질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자도 여자도 초라해지고…. 그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서로가 좀 절충을 해야 하고, 깨지도록 싸워도 끝까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래도 한 가정을 이루고 산 세월이 있잖아요. 해답은 대화에 있다고 봐요. 상대를 존중하는 언행도 굉장히 중요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요.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하죠. 행복하려면 건강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아침 식사는 꼭 내 손으로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고 있어요.” 세월이 흘러가며 더해진 깊이 김영임이 특히 건강에 신경 쓰게 된 계기가 있다. 암이었다.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때였으니 40대 후반쯤의 일이었죠. 안면마비가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하고 자궁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했어요. 특히 갑상선은 성대 가까이 있어 수술이 여덟 시간이나 걸렸죠.” 어쩌면 소리꾼으로서의 삶을 통째로 잃을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그러나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그녀는 되려 수술 후에 너무 감사했다고 말한다. 목소리가 수술 전보다 더 잘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역경, 그리고 굽이굽이 흘려보낸 세월이 그녀의 목소리에 깊이를 더했다. “20대 때 제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꾀꼬리 같은 목소리예요. 서른 조금 지나면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고… 지금도 20대 시절의 키는 살아 있어요. 그때 불렀던 ‘정선 아리랑’을 그대로 부르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젊은 시절에 대명창들의 노래를 들으면 이해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들의 목소리는 곰삭아서 따라갈 수 없는 소리였다. “예전에는 못했던 단락 단락 노래의 꾸밈새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이제야 (명창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리는 운명, 노래는 그녀의 멘토 김영임은 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첫 번째로 지금까지 놓지 않은 소리를 꼽았다. “소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내 할 탓이다 싶고요. 인간관계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쁜 사람도 좋게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가정을 잘 지킨 거죠.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내 새끼들은 먹인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죠.” 그녀는 살면서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두 번이나 어겼다. 소리를 하겠다는 것과 반대한 남편과 결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두 가지 일에서 어머니와 한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노래하면서 잘못 사는 인생은 안 살겠다고 했죠. 그리고 이 남자와 결혼한 뒤 친정에 보따리 싸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둘 다 지켰죠.” 그녀가 어머니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것은 소리의 힘이기도 했다. 50여 년 가까이 만들어진 김영임의 소리는 그녀의 인생과 일맥상통하는 멜로디와 가사가 함께해왔다. 노래는 그녀의 멘토였고 그녀가 잘못 가려 할 때 붙잡아주는 버팀목이었다. 특히 김영임을 대표하는 노래 ‘회심곡’에 담긴 효에 관한 애절한 가사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는 그녀를 느끼게 해준다.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 정을 사람마다 부모 은공 생각하면 태산이라도 무겁지 않겠습니다. -‘회심곡’ 가사 중에서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내가 마음 쓰는 행동이 틀리면 노래를 버려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럴 수만은 없었죠. 부모한테 후회 없이 효도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거든요.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에요.” 김영임의 소리, 존재의 이유는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소리가 될 것 앞으로의 일에 대해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는 김영임은 공연을 준비하고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결실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티 내고 과시하는 게 싫다는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김영임답게 살아가면서 ‘저 여자 지혜롭게 잘 맞춰서 사는 여자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노래를 하는 사람이기에 ‘대한민국에서 이 사람 소리는 인정할 소리다’라는 말을 듣고 싶죠. 최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원하는 소리’라고 말할 수 있는 걸 남기고 싶어요. 이 소망이 마음 한쪽에 남아 있는 건 아직 제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 2020-05-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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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소년' 가수 이광조의 자유로운 영혼처럼
- ‘오늘 같은 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등의 메가 히트곡들로 7080세대에게 깊이 각인된 가수 이광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유로운 영혼’이다. 거친 가요계에서 수십 년 동안 매니저와 기획사도 없이 자신이 마음에 드는 공연과 음악활동을 했다. 사정이 그러니 당연히 아무런 홍보도 없이 음반을 냈다. 그런데도 노래가 ‘알아서’ 성공했다는 점은 숙명론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최근 생애 최초로 신성사업단을 자신의 기획사로 삼아 새롭게 가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이든 거침없이 말하며 자신의 인생에 머뭇거림이 없는 남자, 이광조만의 특별한 삶과 생각을 만나봤다. 자유롭다. 이광조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자유 그 자체인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말하자면 진짜 보헤미안이다. “저는 여태까지 유명한 사람들에게 곡을 받은 적이 별로 없어요. 그 사람들이 별로 유명하지 않을 때 가서 ‘한번 들려줘봐’ 하고 듣고 나선 할 건가 안 할 건가를 결정했죠. 어차피 매니저도 기획사도 없었고. 저는 자유스러운 걸 좋아해서 남에게 묶이는 걸 못해요.” 구애받는 걸 못 참는 자유 영혼 그는 심지어 “지금 노래는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까지 말한다. 바로 옆에 최근 그와 손잡은 기획사 대표 겸 매니저가 있는데도 말이다. “안 하려고 했는데 홍순호 대표가 ‘안 하면 안 된다’ 해서 한 거죠.(대표 웃음) 어쩔 수 없이 친구 때문에 이렇게 트로트도, 유튜브도 하고요. 저는 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걸 제일 좋아해요. 럭셔리하게는 못 살아도 길거리에서는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어떻게든 일을 시키려는 기획사 대표와 산전수전 다 겪은 가수가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났다. 사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에는 계약서도 없다. “‘계약하면 안 한다, 그 대신 의리는 지킨다’ 했죠. 10년이면 10년, 20년이면 20년 안 변할 테니까. 지금 돈도 못 버는데도 같이 있잖아요.(대표 웃음) 매니저 없이 일하다가 이런 큰마음을 먹은 이유요? 늙었으니까.(웃음) 아아 농담이고요, 늙었다기보다는 한 인간(홍 대표)을 살려야겠다, 물론 나도 살고요. 그래서 한 거죠.” 부끄럽게 말하는 그가 귀엽다. 독설에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이광조는 한때 가요계에서 독립군으로 불렸다고 한다. PD에게 안 눌리고 혼자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그였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우리 집이 60년대에 차가 두 대나 있을 정도로 잘살던 집이었는데, 중학교 때 폭삭 망했어요. 집에 돈이 없어 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제 성격 때문인지 초라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런데 가수들 보면 유명해지면 악착같이 돈을 막 벌어서 자기 집 살리려고 하잖아요. 부모님에게 미안했던 건 제가 떴을 때도 이상한 곳이면 안 가고 제 기준에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싶으면 절대 안 했어요. 매니저를 못 구한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었어요.” 어떤 때는 그에게 독설이 심하다는 비판이 날아오기도 했다. 그는 사실 그랬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참지 못하는 성미 때문이었다. 모 방송 가요 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를 듣고 대놓고 독설을 한 적도 있다. ‘노래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말을 안 하는 건 애정이 없다는 거죠. 요즘은 너무 거짓말이 많아요. 못하는데도 아주 잘한다 하고. 예를 들어 제가 활동하던 시절에 노래를 할 때는 목소리에 에코를 안 넣었죠. 그런데 요새는 에코를 다 넣어요. 그렇게 하면 더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거든.” 무대는 지금도 떨린다 그에게 할 일 하고 할 말 다 하는 배짱이 두둑한 이유는 어쩌면 그의 가수생활이 흘러가듯 자연스레 도착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서울대 미대 출신 가수가 김민기, 현경과 영애, 이정선 등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홍익대에는 아무도 없어서 ‘야 너 한번 나가봐’ 하고 미는 바람에 노래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1976년에 데뷔했죠. 맨 처음에 가수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가수 되면 남들이 다 알게 될 텐데, 그래도 노래를 해야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죠.” 그때 그는 지구레코드와 전속 계약을 맺고 생애 최초 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데뷔 앨범은 다 만들어졌는데 레코드 회사가 3개월이 지나도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노래가 너무 어렵고 대중적이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그가 받은 계약금은 100만 원이라는 거액. 그러나 그는 성질이 나서 돈을 갖다 주고 계약을 파기했다. “계약 파기하고 나간다고 하면 승낙을 잘 안 해주잖아요? 사장이 절 불러서 ‘너 다른 데 가려고 하지?’라고 묻는 거예요. 안 보내줄 것 같아서 ‘그게 아니다. 연극을 하려고 그런다’라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죠. 사실 내 연극 포스터가 붙어 있던 때였거든. 100만 원을 돌려주기 전에 이불 밑에 깔고 세고 세고 얼마나 또 샜는데…. 그 후 오기가 나서 진짜로 가수활동을 시작했죠.” 그에게 있어 가수생활은 어쩔 수 없이 된 거니까 한 거고, 그러다 보니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러한 계기는 그를 여전히 순수한 가수로서 남게 해주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무대 뒤에서는 무지하게 떨어요. 그러나 정작 무대에 나가 조명을 받으면 내 안방 같죠. 콘서트 때도 첫 번째 두 번째 곡을 부를 때까지는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죠. 그러다 점차 노래를 하면서 좋아져요. 내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렇게 영광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치스럽지도 않아요. 하지만 ‘내가 이랬습니다’ 하고 드러내기는 싫어요. 누가 나에 대해 물어봐도 ‘그냥 노래하는 가수예요’라고 말하는 정도죠.” 트로트, 싫다? 무념무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광조의 삶에도 간절함과 절박함이란 단어가 어울릴까? 그는 왜 절박하고 간절한 게 없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얘기를 들어보니 그 또한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50대 시절, 삶의 고독이나 고뇌가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변화무쌍했어요. 미국에서 지내던 때였죠. 미국은 좋았어요. 여길 왜 왔나 싶어.(웃음) 거기 있을 때는 세상에 그런 한량도 없었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살았는데 버스를 타면 20분이면 바닷가에 갈 수 있었어요. 음악활동은 전혀 안 했죠. 그냥 바다를 보는 게 전부였어요. 어느 날엔가는 밤에 바닷가에서 린다 론스태드의 ‘Long Long Time’을 듣는데 안개가 마치 뛰어가는 듯하더군요. 노래는 들리고 파도는 치고 있고 삶의 연민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사실 낮에 가면 개똥밖에 없어.(웃음)” 낮에는 개똥, 밤에는 안개가 깔리는 한적한 바다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철저한 보헤미안으로서 십수 년을 미국에서 지내던 그였지만 이제 최첨단 미디어의 도시 서울에 오게 됐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구십이 넘은 어머니에게 매일매일 문안인사 드리는 효자다. 그의 삶이 최근에 바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트로트도 불러봤다는 그에게 요즘 가요계의 ‘대세’인 트로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슬쩍 물어봤다. “나는 좀 부담스러워요.” 역시 그다운 직선적인 대답이었다. 어쩌면 그 취향은 우리나라 컨템포러리 가요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묵직한 발라드 히트 넘버를 가진 가수로선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 트로트는 너무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도 필요는 하겠지만… 너무 가볍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물론 제 시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다는 거죠.” 현재진행형 ‘유튜버’는 모험이다 이광조와 요즘 시대의 접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유튜브다. ‘철저한 아날로그 인간일 것 같은 이광조가?’ 싶지만 사실이며, 이광조 TV라는 채널도 갖고 있는 엄연한 ‘유튜버’다. 심지어 그는 웹예능까지 찍었는데, 그 시리즈 제목이 ‘레트로맨’이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가 격하게 웃으며 비명을 질렀다. “어우, 말도 안 돼. 그 얘기를 할게요. 나는 그런 걸 ‘너무너무’ 싫어해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하는데, 신경질을 빡 부렸어. 안 해! 그래서 안 하게 됐어요.” ‘레트로맨’에서 이광조는 풍물시장이나 다방, 성수동 등지를 다니며 동네 여행을 하고 VR도 해보면서 신문물 체험 활동을 보여준다. 비슷한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끈 ‘와썹맨’, ‘워크맨’같은 ‘맨’ 시리즈 벤치마킹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손사래를 치지만 유튜브 채널에서 아직 감상 가능한 공식 ‘흑역사’다. “지금 올리는 영상들은 어쩌면 제 노래를 듣고 싶었던 사람에겐 좋은 걸지도 몰라요. 팝송까지 합하면 200곡이 넘어요. 그걸 일주일에 하나씩 요새 목소리로 다시 녹음해서 올리는 건데, 쉽지는 않아요. 나는 노래하는 거 아니면 안 한다 그랬어요. ‘레트로맨’은 나는 몰라.(웃음)” 참,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그답다. 여하튼 욕심 한 스푼, 미련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그다. 소년이라는 말, 듣기 좋다 이광조는 요즘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냥 좋단다. “가끔은 떡볶이를 먹고 싶다, 그러면 떡볶이 찾아 삼만 리야. 그런 게 행복이야. 순간순간 느끼는 행복.” 그는 한 일흔다섯 살까지만 살면 굉장히 잘 살았구나 생각할 거 같다고 말한다. 여든몇 살 돼서 정신 흐트러져 잊어버리는 건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흔다섯 살까지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신이 늙은 소년이길 바란다. 맑고 변치 않는 사람으로서. “조용히 산 게 잘한 일 같아요. 남에게 ‘이거 한 사람이야’라고 말 안 하고 산 거. 그 외에는 잘한 게 별로 없어서.(웃음) 뮤지션으로서 남기고 싶은 게 있냐고요? 없어요.” 그는 철저한 소멸을 꿈꾼다. 음악도 그냥 하게 돼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연스레 충족된 삶으로서 그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지금의 이광조 자신이 된 것이리라.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싫고, 먼지도 싫고, 그냥 없어지면 좋겠어요. 입에서 입으로 안 전해지고 그냥 갔으면. 지금 살아 있을 때 얘기 듣는 게 좋지 그다음은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그의 대답을 듣고 입에서 저절로 솔직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하지 않을 게 없죠. 죽을 때까지 이렇게 갈 거예요. 제가 바뀌길 기대하는 사람들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웃음)”
- 2020-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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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독자를 위한 5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 프렌치 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 일정 6월 14일까지 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미국 최초로 인상주의 전시를 열었던 브루클린 미술관의 유럽 컬렉션 중 59점의 대표작을 만날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프랑스 모더니즘 예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폴 세잔,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등 총 45명 작가의 작품들을 풍경, 정물, 인물, 누드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각 작품의 의미와 특성을 통해 모더니즘 전반에 걸친 미술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간대별 관람 인원을 제한하며,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사전 접수 후 입장 가능하다. ◇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 오브제 시리즈 일정 7월 28일까지 장소 아이러브아트센터 셀린박 갤러리 개인과 사회, 정치적 이슈를 테마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셀린박 디자이너가 작업한 사물 시리즈 전이다. 앞서 2018년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2019년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초청돼 전시한 바 있다. 비판적 디자인을 기반으로 사회 구조의 이면적인 모습을 사물기호증(움직이지 않는 특정 물체에 초점을 둔 성도착증의 일종)과 관련지어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관객 스스로 구조와 제도의 모순으로 생긴 결함을 통찰하도록 이끈다. ◇ 모두의 건축 소장품 일정 6월 14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관 서소문 본관 ‘모두의 소장품’ 전과 연계한 전시로, 동시대 수집의 범위와 행위를 성찰하고 미래의 소장품 형식을 탐색한다. 1980년대 초반 중구 회현동에서 현재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축된 서양 고전양식의 구 벨기에 영사관을 중심으로 건축 수집의 기원, 의미, 방법을 체험하는 2개의 섹션으로 마련했다. 건축을 수집하는 8개 국·공·사립 기관과 40여 명의 건축가가 함께한 150여 점의 전통 건축과 근·현대 건축자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잠정 휴관으로 서울시립미술관 SNS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 메이커 탐구생활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크리타 과학과 예술의 유쾌한 연결을 이어가는 메이커 세 팀이 함께한 전시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학 유튜버 ‘긱불’(GEEKBLE), 을지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디자인과 메이커의 경계를 허무는 ‘프래그’(PRAG),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메이커테인먼트 콘텐츠를 선보이는 ‘크리타’(CR!TA)가 참여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은 일상의 탐구에서 시작된다”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전시품 외 큐레이터 기획공간을 별도로 꾸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으로 최대 10인까지 입장 가능한 소규모 전시 예약제를 잠정 운영하며, 일일 8회 진행된다. ● Stage ◇ 2020 디즈니 인 콘서트 일정 5월 23~2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대극장 출연 디즈니 콘서트 싱어즈, 디토 오케스트라 미국 월트 디즈니 본사의 프로듀서이자 음악 작·편곡가로 활동해온 테드 리케츠가 전 세계를 무대로 선보였던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이다. ‘인어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을 비롯해 ‘겨울왕국 2’까지, 디즈니 대표 명작들을 대형 LED 화면과 더불어 60인조 이상의 풀 오케스트라 연주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으로, 손주와 함께라면 더더욱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로빈 일정 5월 1일~8월 2일 장소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연출 정태영 출연 김대종, 임찬빈, 박정원 등 지구 밖 행성을 배경으로, 유능한 과학자이지만 자식과의 교감에 서툰 아빠와, 답답한 우주를 벗어나 지구로 돌아가려는 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부녀 사이에 중재자로 나선 로봇 ‘레온’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기억,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의미를 일깨운다. ◇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일정 6월 27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출연 클레어 라이언, 맷 레이시, 커트 올즈 등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최초 1만 회 공연을 돌파하며 가장 오래된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새롭게 단장한 월드 프로덕션 팀이 8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 더욱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와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 Movie ◇ 나는 보리 개봉 5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진유 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등 농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1세 ‘보리’는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다. 그런 보리가 소외감을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소원을 빌게 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정겨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보리네 가족의 일상과 주인공의 고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과 켐니츠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해 국내외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개봉 5월 14일 장르 공연실황 감독 제임스 파우웰, 장 피에르 출연 마이클 볼, 알피 보 등 지난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였던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됐다. 콘서트 형식의 작품으로 모든 대사가 노래로 진행되는 송스루 공연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 보이콰이어 개봉 5월 14일 장르 드라마 감독 프랑수와 지라르 출연 더스틴 호프만, 캐시 베이츠 등 상처가 있는 소년이 국립 소년합창단에서 인생 스승을 만나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카데미 주연상에 빛나는 더스틴 호프만과 캐시 베이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기대를 모은다. ● Book ◇ 백세 일기 (김형서 저ㆍ김영사) 올해 4월, 만 100세 생일을 맞아 펴낸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신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의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 등 4가지 주제로 70여 편의 글을 엮었다. 한 세기를 살아보니 알게 된 깨달음과 솔직한 심정, 그간의 희로애락 등을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들려준다. ◇ 천년의 수업 (김헌 저ㆍ다산초당)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인생에서 주요한 9가지 질문에 대해 통찰한다. 수천 년 동안 서양 고전이 던져온 물음들을 통해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 50, 이제 나를 위해 산다 (호사카 다카시 저ㆍ상상출판) 50세를 앞두거나 접어든 사람이 참고할 만한 ‘행복 습관’ 80가지를 정리했다. 취미, 공부, 인간관계, 건강, 마음가짐 등 행복한 노후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 더 월 (론 란체스터 저ㆍ서울문화사) 2019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황폐해진 미래 세상에서 벌어질 문제를 그린다. 시사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으로 갈등을 드러내면서 경고의 메시지도 담았다.
- 2020-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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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원, '찬또왔어요' 시청자 11만+하트 9천만 달성
- 시니어 세대를 비롯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스터트롯’ 입상자 이찬원이 V 라이브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뽐내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찬원은 지난 27일 '미스터트롯' 공식 V 라이브 채널에서 ‘매력 톡톡 찬또왔어요’를 진행했다. ‘매력 톡톡 찬또왔어요’는 누적 시청자 수 11만9000명과 9000만 하트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날 이찬원은 “오늘 월요일이라 힘들지 않으셨나 모르겠어요. 월요일은 ‘원래 힘든 날’이라고들 하던데 ‘원래 사랑하는 날’로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네요”라는 멘트로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이찬원은 주현미의 ‘잠깐만’, 조영남의 ‘화개장터’, 최석준의 ‘꽃을 든 남자’ 등 팬들의 요청에 라이브를 부르는 모습으로 미니콘서트장을 만들었다. 이찬원은 장갑을 끼고 팬들에게 선물할 그립톡을 직접 만드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그립톡을 만드는 중에도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소통을 이어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찬원은 “저의 롤모델은 엄마”라며 “일찍 결혼하셔서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젠 자기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한편 김희재에 이어 이찬원까지 성공적인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미스터트롯’ 입상자 6인(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의 V 라이브 세 번째 주자는 장민호로, 28일 오후 8시 ‘미스터트롯’ 공식 V라이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 2020-04-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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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과 정원이 아름다운 북카페 ‘플럼라인’
- 파주 출판도시의 중심 도로인 은석교 사거리와 응칠교를 지나다 보면 왼쪽으로 눈길을 끄는 웅장한 건축물이 있다. 회색빛의 ‘북카페 플럼라인’은 전면을 유리로 꾸민 외형만으로도 멋스럽다. 건물 왼쪽 300평 규모의 대형 정원에는 하루가 다르게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공간은 민임석 대표가 6년 전 마로니에북스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민 대표의 남편이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곳 출판도시를 산책하면서 힐링을 했다. 그때 이 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1층과 2층이 천장까지 통으로 시원스레 트인 공간을 본 순간 멋진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외부의 건축재부터 내부의 작은 부품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80평 정도의 1층과 2층은 민 대표가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운영 중이고, 3층과 4층은 출판사와 디자인 회사에 로줬다. 테이블은 1층과 2층, 야외 파라솔까지 합쳐 다양한 형태로 10여 개 정도가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깔끔한 실내와 2층으로 올라가는 너른 나무 계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국에서 사진 공부를 하는 아들의 작품으로 만든 자그마한 책이 디스플레이되 있고, 벽면에도 그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민 대표는 앞으로 이곳을 더 갤러리처럼 꾸밀 생각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내다보이는 바깥 경관은 무척 빼어나다. 저 멀리 심학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골들은 조용한 공간에서 심학산을 계절별로 볼 수 있어서 아주 좋다고 말한다. 기자가 찾은 날도 카페 앞에 있는 갈대 샛강에서 커다란 흰색 재두루미 한 쌍이 날아오르며 진풍경을 선사했다. 북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2층에는 사진, 예술, 인문학책과 원서들, 기독교 서적을 갖췄다. 1천 권 정도의 책이 비치돼 있는데, 그 앞쪽에 진열된 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의 묵직한 초대형 사진 작품집이 눈길을 끈다. 아늑한 이 공간에서는 소규모 인원이 토론회나 북 콘서트, 강연하기에 좋다. 여기에서 드라마 촬영도 많이 했다고 한다. “1층은 유리창과 나무 바닥이 소리를 적당하게 울려서 하우스 콘서트를 하기에 제격이에요. 매년 입양 부모들과 미혼모 가정을 초청해 위로 공연도 했어요. 프로가 아니라도 지인들끼리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악회나 연주회도 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어요.” 민 대표는 틈만 나면 정원을 가꾼다. 요즘 같은 날에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땅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화려한 꽃들은 없지만 자그마한 화초들과 자작나무, 마로니에, 바늘꽃, 덜꿩나무 등이 곳곳에 심겨 있다. “사람들이 이곳을 보면서 힐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것들을 심었어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기에 쏟은 정성을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정원 한쪽에는 눈에 띄는 대형 조형물이 있다. 보스, 복서, 건달 등 독특한 캐릭터를 표현해 금보성아트센터로부터 ‘2019 올해의 창작상’을 수상한 김원근 조각가의 ‘손님’이라는 작품이다. 마치 조폭처럼 보이는 덩치 큰 남성이 꽃 남방을 입고 한 손에 꽃다발을 들었고, 바로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은 여인이 다소곳이 서 있다. 작가가 어렸을 때 삼촌이 외숙모와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왔을 때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전한다. 다소 이질적인 느낌의 이 조각상 때문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바로 뒤편으로는 직사각형의 설계가 독특한 한길사 건물이 있다. 주 메뉴인 커피는 누가 내려도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초고가의 커피 머신을 사용한다. 민 대표가 레몬 청을 직접 만들어 선보인 레몬 에이드도 상큼하다. 커피와 자스민, 루이보스, 히비스커스 등 다양한 음료가 있다. 거리 자체가 한산한 편이어서 언제라도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은 힐링이에요. 손님들이 편안하고 만족을 느끼는 곳이죠. 지금도 동네 사랑방처럼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음악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카운터 뒤편으로 고풍스럽게 진열된 원서와 빈티지 소품들은 외국의 벼룩시장에서 사들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중학교에서 윤리 교사로 재직했던 민 대표가 대학 시절에 사용했다는 타자기도 정감이 있다. 상호에 쓰인 ‘플럼라인(Plumb line)’은 ‘다림줄’이라고도 하는데, 공사를 할 때 수직과 수평을 잡기 위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기준선을 의미한다. 기독교 신자이다 보니 종교적인 의미가 조금 담겨있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65
- 2020-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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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텍트 문화 생활로 즐기세요
- 코로나19 여파로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이고 영화관에도 관객이 없다. 아예 휴관을 한 문화공간들이 많아서 딱히 어딘가를 갈만한 곳도 없다. ‘TV는 내 친구’도 하루 이틀이고 유튜브로 좋아하는 음악이며 동영상 짤 등을 찾아보는 이제 볼만큼 봤다. ‘궁하면 통하는 법’.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룩한 재빠른 응용력에 5G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는 한국 사회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문화계에 부는 코로나 19 적응시대의 문화 공유는 기존 오프라인 관람객에 온라인 관람객을 추가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는 오프라인에 온라인 관람을 추가하는 추세지만 앞으로 문화계는 온라인 관람 및 향유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나 콘텐츠를 신문이나 방송 등으로 소비하던 시대에서 현재는 모두 인터넷 및 SNS 등 온라인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문화적 대변혁의 시대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말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는 BC가 Before Christ가 아니라 Before Corona를 가르치는 단어가 될 것’이라는 칼럼을 실어 전세계 지식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만큼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의 한 기원을 가르는 충격적 문화현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한결 같은 학자들의 전망이다. 현재 K 방역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얻고 있는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 동안 온라인 분야가 부수적인 분야로 머물렀던 문화계의 온라인 공유는 음악 공연과 미술 전시회 등 전 분야에서 자리잡고 있어 문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문체부와 문체부 소속 산하기관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한데 모아놓은 문화포털에서는 ‘집콕 문화생활!’이라는 콘셉트로 방구석에서 즐기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들을 소개해놓았다. 무료로 즐기는 고품격 온라인 공연 ◇국립국악원 지난달 17일부터 주중 매일 오전 11시에 국악 한 편!! 이라는 슬로건으로 춘향가, 심청가, 가야금산조, 남도시나위 등의 공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공연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언제든 들어가서 즐길 수 있다.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 국립극단은 2016년에 공연했던 세익스피어 원작의 ‘실수연발’을 온라인 상영하고 있다. 1시간 55분 공연 전작이 올라와있어 코로나로 방콕하고 있는 연극팬들을 위한 훌륭한 팬 서비스라는 댓글 호응이 뜨겁다.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된 현대무용 공연 ‘혼자 추는 춤’ 시리즈의 10개 작품을 무관객 공연으로 제작, 무료 감상할 수 있도록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방구석1열에 딱 알맞은 콘텐츠. 야외 생활이 아무래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코로나 정국에서 방구석에서라도 따라 하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경쾌한 공연이다. 강추!! ◇국립오페라단 ‘집콕 오페라 첼린지’라는 이름으로 국립오페라단이 긴급 업로드한 작품은 2019년 10월 상영했던 ‘호프만 이야기는 2시간 41분 공연 전작이 국립오페라단 공식 유튜브 체널에 올라가 있다. 1주일에 1편씩! 보고 싶었던 오페라 전막 감상에 도전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국립오페라단의 집콕 생활 응원 오페라 공연은 평소 접하기 힘든 공연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추천 집콕 생활이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은 무용단원이 직접 지도하는 집콕 스트레칭 영상 및 가극단원이 지도하는 배우들의 환절기 기관자 꿀팁 등 ‘스펙TV특별편’을 제작해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 손안의 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현악 5중주, 바이올린 4중주와 더블베이스, 퍼커션, 플루트 4중주 및 클라리넷 5중주 등 실내악을 중심으로 무관객 공연 생중계를 실시한다. 집에서 답답하게 머무르는 오케스트라 애호가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한 프로그램. ‘내 손안의 콘서트’ 지난 공연까지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있다. 심심한 손자손녀와 함께 온라인으로 즐기는 문화 콘텐츠 ◇어린이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의 어린이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전시 및 영상이 모여져 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 산하에도 어린이박물관이 마련돼있어 온라인 놀이 체험 공간이 마련돼있다. 이곳 사이버놀이터에서는 컴퓨터로 민속놀이를 컬러링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민속 놀이를 배우는 코너가 있고 놀이체험마당 코너에는 지도 퍼즐 맞추기, 물건 알아 맞추기, 다른 그림 찾기, 네오 점프, 에어리언 점프, 컬러 점프, 네오 매치 등 어린 자녀 및 손자 손녀와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교육 사이트다.. ◇국립국악원의 e-국악아카데미 국악 애니메이션을 통해 엉덩이가 들썩이고 흥이 절로 나는 국악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국악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국악 형태의 창작동요 나는야 껌딱지, 꽃마을, 밥도독, 밤밤밤부리, 별님이 가시연꽃에게, 아침소리 등의 창작동요 10곡 이외에도 60여개의 창작동요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업로드 돼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한국 전래동화, 외국 전래동화, 창작동화 등의 동영상 동화 456편이 영어 및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태국어 등의 5개국 언어로 자막 처리돼 구비돼있다. 손자손녀와 함께 보며 다국어 동화구연 교육을 통해 언어교육과 동화 교육을 함께 시킬 수 있는 곳이다.
- 2020-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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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ber Cheers!!
- 코로나로 인해 모두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가 어쩌다 이렇게 우울한 바이러스로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수입 맥주 보기 힘들었던 때에도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그리고 코로나... 이렇게 수입맥주의 대명사 같던 그런 맥주였는데... 한국 맥주 회사가 만드는 짙은 갈색 맥주병이 아니라 투명한 병에 노란색 빛깔의 맥주.. 지금은 동네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호텔 바나 전문 클럽에서나 팔던 수입맥주 코로나. 레몬을 잘라서 병 입구에 멋들어지게 꽂아 주던 그 코로나 맥주, 그 브랜드 이름이 지금은 전 세계의 공포와 원흉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코로나 맥주는 멕시코의 대표적 국가 브랜드다. 라임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멕시코 사람들은 레몬 대신 라임 한 조각을 병 입구에 꽂아 쏙 집어넣고 마신다. 미국에서도 멕시코 원조를 따라 코로나에 라임을 넣어 마시는 것이 일반화됐다. 라임을 병 안으로 쏙 집어넣으면 맥주의 노란 빛깔에 연두색 라임이 보글보글 빠지며 라임의 맛이 더해져 시큼하고 알싸해진다. 미국에 있을 때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태평양 바닷가 앞 카페에서 코로나 맥주를 마시곤 했다. 바닷가에서 마시는 코로나 맥주 맛은 언제나 진리이다. 코로나 맥주 한 잔이면 '바로 여기가 파라다이스'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릴렉스 된다. 한마디로 매혹적인 맥주임이 틀림없다. .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다.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것 이외에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 전시회 등의 문화생활도 참고 있다. 아니 공연이 다 취소돼서 딱히 갈 공연들도 없다. 문화생활만 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봄꽃을 보러 야외로 바람을 쐬러 가는 것도 뚝 끊었다. 지난해 벚꽃 만개했을 때 부산이나 광양, 여수, 순천, 보성 등 한국 전역을 돌아다니던 그때 사진을 구글 포토앨범에서 불러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딘가 돌아다니다 괜스레 민폐 끼치면 안 되니 말이다. 지인을 만나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을 하는 것도 서로 부담스럽다. 이 시국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자며 카톡으로 정(?)을 나누고 부대끼는 중이다. 잠깐 참고 집순이(?)로 당분간 살아야지 결심하며 실천하고 있지만 어떨 때는 갑자기 '욱'하고 그분이 올라오신다. 오늘 저녁 같은 경우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은 차츰 땅거미가 내려앉고 사람들은 지하철로 버스로 분주히 오간다. 갑자기 이 황금 같은 금요일에 어딘가 갈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온몸으로 체감됐다. 서서히 그 분, '욱'이 올라오셨다. 아무래도 뭔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집 앞 도미노 피자에서 피자 한 판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인 수입맥주를 골랐다. 하이네켄, 호가든, 블루문과 스텔라 아르투아 4캔. 평소 즐겨 마시던 코로나에는 손도 가지 않았다. 자, 오늘은 피맥이다. 왁자지껄한 펍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피자 한 판, 깔아놓고 수입 맥주 골라 마시니 그럭저럭 집순이로 살아온 몇 주간의 스트레스가 조금 날아가는 것 같다. 근 한 달을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 맥주병을 들고 가볍게 병목을 부딪히며 지인들과 건배를 나눴던 그 시간들이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역시 사회적 동물인가? 은근 외톨이가 좋다고... 나에게 집중하겠다고 두문불출하던 내가... 타의에 의해, 사회적 환경에 의해 나가 돌아다니기가 꺼려지는 분위기가 되니 갑자기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정말 청개구리다. 멕시코의 대표 맥주 코로나 이야기를 꺼낸 김에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미칠라다(Michelada)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흔히 멕시코의 맥주 칵테일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맥주에 이것저것 섞기보다는 맥주를 따라 마시는 컵 입구에 소금과 라임을 무치고 칠리 파우더까지 묻혀서 차가운 맥주를 부어 마시면 이를 다 미칠라다라고 부른다. 마치 데킬라나 보드카 마실 때 소금과 커피를 컵 입구에 묻혀 마시는 것과 같다. 멕시코 시티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바에서 미칠라다를 시켜 마셨다. 칠리 파우더에 소금, 그리고 라임까지 어떨 맛일지 상상은 했지만….OMG!! 맛은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어이쿠, 어떻게 이런 맥주를 마시지?' 멕시코 사람들은 이 맥주를 해장술로 마신단다. 정말 특이하다. 워낙 대중화된 술이라 간편하게 즐기기 위해 미칠라다용 인스턴트 컵까지 상품화됐다. 그 컵을 갖고 다니면서 찬 맥주만 부어 마시면 즉석에서 미칠라다가 된다. 이렇게 미칠라다 컵을 갖고 다니면서 맥주를 부어 마시고 또 마시고... 하루 온종일 맥주를 마시며 산다고 한다. 미칠라다 한 잔을 마셨더니 땀이 흘렀다. 마치 더운 여름날 매운 냉면 먹으면 땀이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해장을 하기 위해 이 술을 마시나 보다. 멕시코와 우리는 참 비슷한 식성을 가진 나라다. '사회적 거리 두기' 스트레스로 오늘은 맥주 이야기만으로도 한 꼭지가 완성될 판이다. 정말 갑갑하긴 한 것 같다. 사실 지인들과 편안하고 예쁜 레스토랑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 하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 힘든 세상을 버텨 왔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요즘의 생활에 모두들 집단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난리들이다. 집단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비법이다. 집에서 대충 먹는다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밥통의 밥 한 그릇 덜어서 그렇게 막 차려먹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먹을 때가 훨씬 더 많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 그 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에는 일부러 나만을 위한 요리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해물볶음, 연어샐러드, 치즈도 조금 잘라놓는다. 약소하지만 근사한 나만의 만찬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지는 와인 한 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다운받거나 내 지식욕을 충족시켜줄 다큐멘터리 한 편 보면… 금요일 저녁 남부럽지 않은 ‘나와의 데이트’가 어느덧 끝난다. 내 나이 50에 들어서 뒤늦게 알게 된 ‘나와의 데이트’가 의외로 나를 위로한다. 집단 우울증으로 힘든 브라보 멤버들에게 강추!!
- 2020-04-13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