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실버 생활체육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곧이어 ‘파크골프가 인기’라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다.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면서 아예 실버 생활체육 주요 종목으로 부상했다. 인근 공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단지 그뿐일까? 현장에서 들은 파크골프의 진짜 인기 이유는 꽤 흥미롭다.
양평교 초입에 들어서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먹구름과 대기를 감도는 꿉꿉함은 양평교 아래 오가는 이 하나 없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영등포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는 500여 명.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A씨가 전한 인기는 그 이상이다. “파크골프가 정말 인기예요. 말도 못 해요. 체감상으로 매년 두 배씩 느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치려고 밀려 있는 거!”
영등포뿐만 아니다. 파크골프는 일대 붐을 맞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이 그 방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만 5000여 명 수준이던 회원은 2022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으로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즐기는 동호인쪾비동호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대략 4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에 6홀이 들어서며 처음 소개됐다. 실버 세대 생활체육 핵심 종목으로 부상한 건 수년 사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현재 실버 세대 생활체육 유행은 ‘게이트볼에서 파크골프로 전환’되고 있다.
현장은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편의성과 접근성에 열광한다. 몇 천 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비용도 현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사랑클럽’ 회원 A씨는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접근하기 좋고, 이용료 저렴하고, 잔디 밟으면서 많이 걷고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어요? 고작해야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지루해서 오래 못 해요. 근데 파크골프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회원 B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장점이 정말 많아요.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파크골프가 사랑받는 주요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가 퍼진 요인에 대해 “경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들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일반 골프장은 1번 홀에서 티업하면 다른 팀을 만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교류가 이뤄지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클럽’은 회원 60여 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C씨의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파크골프를 접하고 사람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자주 보니까 빨리 친해졌지요. 한번 어울리면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있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한국판’ 파크골프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파크골프는 하프 9홀(파33) 1라운드 18홀(파66)로 진행된다. 파3 네 개, 파4 네 개, 파5 한 개로 기본 제원은 일본과 같다. 차이는 한 홀의 거리다. 위험 방지, 연령이나 남녀 차이에 의한 핸디캡 최소화 등을 위해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9홀까지 연장 길이가 500m지만, 국내는 790m까지 가능하다. 파5 홀의 경우 일본은 60~100m, 국내는 100~150m다. 현재 국내는 대개 최장 거리인 150m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요소”로 이를 지목한다. “일본은 ‘놀이’이고 우리는 ‘생활 스포츠’, 나아가 ‘경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80대 이상이 파크골퍼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우린 연장 길이가 기니까 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됐습니다.”이 사무처장은 배우기 쉬운 점도 파크골프 인구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파크골프는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3년, 5년 배운 사람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10년 이상 해야 우승할 수 있어요. 1~2년 바짝 해서는 대회 정상을 꿈꾸기 어렵지요. 그런데 파크골프는 노력 여하에 따라 6개월~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는 운동입니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분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파크골프는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 규모로 확인된다. 국내 대회 상금이 3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경제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연이어 취소했던 강원도 화천군은 파크골프 대회를 유치해 특수를 누렸다. 약 한 달간 이어진 대회에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방문해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까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경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파크골프장에도 라이가 있어요?’입니다.(웃음) 당연히 있지요.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처음 가서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하러 현장에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에 가서 현지에 체류하며 꽤 많은 비용을 씁니다. 1억 원을 투자해서 대회를 치른다고 하면, 그 열 배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는 선수만 해도 500~600명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돈은 엄청납니다. 지자체에서 계속 유치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파크골퍼들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고는 못 삽니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웃음)”
현장은 단기적 경제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7년에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장수 국가군으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자의 진료비, 의료비는 당면한 문제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5만 9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10만 6000원에 달한다. 전체 인구 대비 각각 2.8배, 2.7배 수준이다. 반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관 의료비는 비참여자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생활체육 참여만으로 의료 비용 감소에 직접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파크골프가 현재 최일선에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클럽’ 회원 A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에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때론 반주하기도 하고,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웃음) 또 실제로도 아프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파크골프는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내년 최저임금이 2.5% 인상된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수정안은 올해 시급에서 240원, 월급 기준으로는 5만160원이 인상된 것으로, 노동계의 관심사였던 1만 원 돌파에는 실패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에 가장 영향을 받는 세대는 5060 중장년층이다. 전체 세대 중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덜 받는 전문관리직이나 사무직 비중은 가장 낮고, 최저임금으로 급여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제조, 서비스,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중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 세대의 단순노무종사자 비율은 27.1%로 10% 내외를 기록한 젊은 세대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또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취약한 30인 이하 사업장 근무자 비율 역시 75.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인상안을 통해 중장년층은 실제로 급여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실질임금은 되레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있다. 국회는 2018년 5월 최저임금 범위에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2019년부터 적용됐지만, 노동계 현실을 고려해 산입요율을 차등 적용해 왔었다. 이 산입범위가 100% 적용되는 시점이 내년인 2024년으로, 근로자 입장에선 실질소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기본급 인상보다는 상여금 확대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선호했던 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임금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월 209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기본급에 식대 20만 원, 교통비 20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고 있었다면, 2023년에는 205만792원 지급받았던 실질임금이 내년에는 206만740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2.5%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0.45%만이 인상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여기에 식비‧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 된다. 만약 언급한 사례보다 상여금 금액이 더 높았다면 실제 2024년 임금 지급액은 올해보다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인상 효과가 낮아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은 데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계속 지적했던 사안이다. 지난달 14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산입 범위 개악과 최저임금 제도의 왜곡 현실’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토론회에서 “산입범위 확대로 이제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며, “기본급을 낮게 유지한 채 다양한 상여금과 수당을 활용해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는 다양한 꼼수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임 씨(64세)는 직장에서 일하는 딸을 대신해 초등학생인 손녀딸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황혼 육아’ 중이다. 육아만 거의 40년간 하는 임 씨는 문득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쯤일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의 청소·육아 등 가사 노동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무려 84세까지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무급 가사노동’이란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을 말한다. 가정 내에서 보수 없이 이루어지는 식사, 육아, 청소, 돌봄 등 모든 가사 활동을 아우른다.
앞서 2021년 통계청은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에서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490조 9천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무급 가사노동이 세대별과 연령별로 얼마나 생산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2019년 기준 노년층(65세 이상)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80조 9000억 원으로 2014년 49조 2040억 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 역시 13.6%에서 16.5%로 늘어났다. 가사노동 생산액은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값을 매겨 산출한 결과다. 특히 손주 돌봄이 노년층의 가사 노동을 늘린 주요한 요인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47세, 여성은 84세 해방
통계청은 가사노동 소비에서 생산을 뺀 차이를 ‘생애주기적자’로 정의했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생산, 집안일의 혜택을 받는 것이 소비이다.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크면 ‘적자’ 상태가 된다. 반대로 가사 노동 담당자가 되면 소비보다 생산이 큰 ‘흑자’ 상태가 된다.
2019년을 기준으로 남성은 가사 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연간 91조 6000억 원 많았다. 반면, 여성은 가사 노동 생산이 소비보다 91조 6000억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 노동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더 많다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 가사 노동을 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애주기적자는 돌봄 소비가 많은 유년층(0~14세)이 13조 6000억 원 적자를 냈다. 노동연령층(15~6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가사노동 소비보다 생산이 많아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노년층은 77조 4000억 원 소비, 80조 90000억 원 생산으로 3조 5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적자는 0세에서 3638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남성은 31세에 흑자로 진입한 뒤 47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여성은 25세에 흑자로 진입했으며, 84세가 되어서야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의 흑자 기간은 16년이었던 반면, 여성은 59년으로 남성보다 3.7배 많았다.
남녀 모두 최대 흑자는 38세로, 자녀 양육 등의 영향으로 가사 노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8세를 기준으로 가사노동 생산액은 남성은 259만 원, 여성은 1848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시기만 놓고 봐도 여성의 가사노동이 약 7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황혼육아 가사 노동 규모 약 3조
흑자를 기록한 노동연령층과 노년층. 그러나 노동연령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은 2014년 86.4%에서 2019년 83.5%로 2.9%p 감소했다. 반면에 노년층은 13.6%에서 16.5%로 2.9%p가 증가했다. 생애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가사노동 시간도 길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노년층의 돌봄 노동이 두드러진다. 2019년 기준 노년층이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로 발생한 흑자 규모는 4조 3210억 원으로 집계됐다. 노년층이 가족과 가구원에게 돌봄을 제공받기보다 오히려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노년층이 주로 누구를 돌보느냐 하면, 그건 바로 손자녀다. 유년층과 노동연령층은 가구 내 순이전이 많은 반면, 노년층은 가구 간 순이전이 많았다. 이 같은 수치는 노년층이 함께 살지 않는 손자녀를 돌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9년 기준 가구 간 순유출된 노년층의 가사 노동 가치 규모는 총 3조 7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약 3조 1000억 원이 오롯이 가족 돌봄에 쓰였다.
지난해 본지가 실시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 조사’(55~69세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 대상,한국리서치) 결과를 통해서도 ‘무보수 황혼육아’ 사실이 도출됐다. 조부모들은 대체로 주 3일 이상, 하루 7시간가량 손주를 돌보며 절반은 무보수로 자신의 노후를 할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녀를 돕는다는 보람, 손자와 쌓은 유대감 등 무형의 자산을 쌓고, 국가·사회·가정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긍심을 크게 느꼈다.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인구의 연령별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자원의 세대 간 배분과 이전 흐름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민시간이전계정을 개발하게 됐다”며 “이번 통계 분석이 정부의 재정 지출 및 육아 지원 등 저출산·고령화 대비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의 10명 중 8명이 딸·며느리 등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노후 돌봄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 김다미씨가 최근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재가(在家) 치매 노인 가족 주 부양자의 돌봄 행위 영향 요인'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딸이 43.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며느리(16.8%), 아들(15.2%), 기타(13.6%), 배우자(12%) 순이었다.
노인 고령화로 재가 치매 노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주 부양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가족 주 부양자의 돌봄 행위는 치매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지역사회 치매 간호 실무 적용 및 돌봄 행위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조사를 시행했다.
설문 조사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경기 등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노인을 집에서 돌보는 가족 주 부양자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가족은 여성이 82.4%(103명)로 남성(17.6%·22명)의 약 5배에 육박했다.
또 기혼자(76.0%)가 미혼(24.0%)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령은 50대 이상(36.8%)이 가장 많았고, 40대(33.6%), 30대 이하(29.6%) 순이었다. 평균 연령은 47.4세였다. 이들이 치매 노인을 돌보는 데 쓴 시간은 하루 평균 9.3시간이었다. 하루 3~4시간 요양보호사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풀이해 볼 수 있다.
치매 노인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가족 탄력성’이 꼽혔다. 가족 탄력성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실제 가족 탄력성이 높을수록 가족 구성원이 치매 노인을 더 잘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의 돌봄 노동 증가는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 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딸의 비율이 2011년 10.3%에서 2020년 18.8%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큰 며느리의 비율이 12.3%에서 10.7%로, 작은 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다. 즉, 며느리의 돌봄 노동 책임이 과거에 많이 줄었고, 그 책임이 딸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다미 씨는 “가족 주 부양자가 치매 노인을 더 잘 돌보게 하려면 가족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중재가 필요하다”며 “주 부양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지 말고 가족 구성원 전체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통계청의 2022년 잠정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는 104~105명 정도 태어났다는 의미다. 남아 선호 경향이 짙었던 1990년대에는 출생성비가 116.5명에 달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갓생러’들의 시대다. 자기관리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일이나 공부, 취미 분야에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이러한 열풍의 배경으로는 MZ세대의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꼽힌다. 실제로 국내 한 업체에서 MZ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2023년에 갓생에 도전할 계획’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전에 임할 갓생 분야로는 공부, 재테크, 자격증 취득 같은 자기계발 분야(65.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에서도 ‘갓생 살기’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기대수명 증가와 4차 산업혁명으로 격변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해 교육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공개한 평생학습 참여 현황에 따르면, 오프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55~79세의 비중이 2019년 41.5%에서 2020년 44.5%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시니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임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학도의 열정이 자칫 신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목과 어깨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 주변 근육에 부담을 야기하는데,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경추 전반에 12.2kg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진다. 이는 경추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일(一)자로 변형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자목은 머리의 무게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지 못하고 목 특정 부위에 집중되게 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 주변에 통증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경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디스크 주변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겪거나, 움직임에 불편이 따른다. 특히 신체 노화와 함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시니어의 경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목 통증 해소를 위해 활용되는 주요 한방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침치료가 있다.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근육에 침을 놓으면 긴장이 풀리고 부드럽게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통해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실제로 목 통증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경추 수술을 받을 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침치료와 경추 수술률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6주 이내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2년 내 수술률이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이어지는 공부인 만큼 책상에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독서대를 사용해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천장을 보며 뒷목의 부담을 풀어주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니터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 쉬운데, 이는 일자목과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무심코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안경을 착용하거나 글씨 크기를 키울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모니터 밑에 받침대를 놓아 화면을 눈높이보다 10도가량 높게 위치하면 경추의 C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화면이 눈높이와 수평이 되도록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눈과의 거리를 50cm 이상 유지해 상체를 바르게 세우도록 한다.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학문에는 끝이 없으니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학문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 같은 태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알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학을 꿈꾸는 시니어라면 자기계발뿐 아니라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자.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2019년(27.7%)보다 6.4%p 높아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6.7%지만 60세 이상은 41.6%로 높아졌다. 독거노인 비율도 늘었다. 2000년 16%였던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20.8%에 달했다.
5060 취미플랫폼 ‘오뉴’(ONEW)를 운영하는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노인 외로움이 왜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하다 2020년 8월 로쉬코리아를 설립했다. ‘시니어는 소중하니까’의 줄임말 ‘시소’로 시작해 최근에는 ‘오뉴’로 플랫폼을 리뉴얼하고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공간을 열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모두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는 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로쉬코리아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로쉬코리아(LOSH KOREA)는 ‘외로움이 여기서 멈춘다’(Loneliness stops here)는 의미에요. 왜 우리나라 시니어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세 명이 공동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복지 차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긴 한데요. 이 경우에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약자여야 이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세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이분들이 원하는 활동이 아닌 거예요. 활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영감을 받지 못하는 거죠. 아무래도 복지 차원의 프로그램들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려다 보니 퀄리티를 높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몇 번 가보고 맞지 않으니 집에서 TV를 보거나 경로당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은퇴 전후인 것 같아요. 그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봐야 하는데요.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디서 활동해야 할지,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이때 발견하지 못하면 그렇게 사회와 멀어지면서 노후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민간에서도 이런 부분을 누가 바꿔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로쉬코리아를 시작했습니다.
Q 처음에는 어떤 서비스로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먼저 했어요. 그럼 스스로 정보를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삶이 변화가 안 되더라고요. 들여다보니 정보를 찾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는 거예요. 복지관은 70대 이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문화센터나 살롱은 40대 타깃이 많고요. 동호회는 문턱이 너무 높은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아주 즐겁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시소’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지역 근처에 어떤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있는지 요즘 MZ들에게 보내는 것처럼 똑같이 안내해드렸어요. 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교류하실 수 있도록 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희와 오프라인에서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실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서비스가 점점 커지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마지막으로 생활도움서비스를 해봤어요.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집에서 필요한 어려움을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라는 콘셉트였습니다. 병원 이동, 집안 수리 등 다양한 도움을 드렸는데요. 경제적·사회적 약자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 했고,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집에 방문하면서 저희 서비스를 알려드렸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서 얼굴이 밝아지시고 삶이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를 업으로서 더욱 명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은퇴 후에 복지관, 문화센터를 갔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셨던 분이 있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일상에 활력을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플루언서가 되어 저희를 통해 찾은 활력을 저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희의 팬이 되신 거죠. 그럴 때면 벅찬 기분을 느껴요.
Q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오뉴’ 서비스까지 하게 되신 거군요. ‘오뉴’에 대해 알고 싶어요.
‘오뉴’는 5060을 뜻하는 숫자 5, 6을 이어서 발음한다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Oh, New!’라는 뜻도 있어요. 오늘도 이곳에서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게 액티브하게 보내시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시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에 맞춰 ‘큐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뜨도록 해 활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푸쉬 알림을 통해서 여가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서는 다수의 5060분들에게 여가, 문화를 제안하는 콘텐츠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매월 1만 2000명 정도의 시니어 분들과 만나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5000명 정도 됩니다.
Q 복지관, 문화센터, 살롱 등 다른 문화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오뉴’만의 특징은 어떤 걸까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제안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첫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을 제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A 고객이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취미를 찾는다고 생각해볼게요.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면 음식, 운동, 병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 운동을 검색해서 운동 중에서도 춤을 고르고 춤 중에서도 발레, 훌라댄스, 현대무용 등을 보다가 훌라 댄스를 선택해 취미로 즐겼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대부분 맞춤 서비스는 그다음 서비스로 춤에 관련된 것들을 제안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다시 첫 번째 건강 키워드로 돌아가요. 다음에는 건강한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운동 중에서 춤이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는 먼저 콘텐츠로 만들어서 이용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살펴요. 관심이 많은 것은 기획해서 원데이 클래스로 먼저 해보고요. 거기서 반응이 좋은 것들은 정규 클래스로 편성합니다. 지금 이슈가 된다고 무작정 제안하기보다는 고객별 성향 등을 반영한 데이터들을 보고 제안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 유명한 선생님들도 모실 수 있었고요. 클래스 퀄리티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획을 탄탄하게 하면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단계적으로 반영해서 조금 더 뾰족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추천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일 것이고 ‘오뉴’만의 색깔이 확고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동안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는데요. 지난해부터는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계시네요!
저희 서비스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문화, 여가 프로그램은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은평구에 있을 때 점점 은평구에 사시는 고객분들의 비율이 줄더라고요. 성동구, 왕십리 등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여쭤보니 사는 지역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여러 지점을 다니며 문화생활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다니고 싶다는 힌트를 주셨어요. 그래서 공간에 방문도 하고 주변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다 보니 삼청동으로 오게 됐어요.
‘오뉴하우스’는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있는데요. 이곳이 5060의 성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뉴하우스 1층에서는 유명 카페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2층에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화장실이 2층에 있는데, 1층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화장실에 갈 때 자연스럽게 수업하는 모습도 보고 회원들이 그린 그림 전시도 볼 수 있어요.
또 오뉴하우스를 중심으로 맞은편에 비정기적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요. 옆 건물은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재봉틀, 미술처럼 도구가 필요한 클래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술품 전시를 열기도 해요. 나중에는 2, 3, 4층도 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Q ‘오뉴하우스’ 공간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고객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국에 유명한 ‘어니언’ 빵집을 간다면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가신다는 거예요. ‘런던베이글’ 같은 곳은 갈 생각도 못 하고요. 그 공간이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머무르지는 못하시는 거예요. ‘스타벅스’는 가도 ‘블루보틀’은 부담스러운 거죠.
시니어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블루보틀’ 보다 커피도 맛있고, 다른 곳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고, MZ들의 커뮤니티보다 훨씬 즐거운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오로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인 거죠.
Q 1층 카페에는 여러 상품도 전시되어 있네요?
저희 수업 중에 조향 클래스가 있었는데요. OEM으로 만든 '오뉴' 제품이 있고요. 와인 클래스에서 다룬 와인을 전시하기도 하고요. 책도 두었습니다. 또 저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레코드와 재봉틀 클래스를 하거든요. 오뉴하우스를 찾는 분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가져와서 두었어요. 저희 공간에 있는 상품들은 이렇게 스토리가 담겨 있고요.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기업들과 협업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하신다고요?
CJ에 건강식 브랜드 라인이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제품을 먹을 고객들이 포만감을 느낄지 궁금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랑 프로그램을 열어서 협업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용자분들이 식단 챌린지를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 과정에서 피드백과 데이터를 모아 CJ에 넘기면 이런 내용을 반영해 제품을 만드시는 거죠.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이 5060 고객을 타깃팅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냥 이용료를 저렴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숙박 플랫폼과 저희가 다를 게 없잖아요. 여행 가서 클래식 듣고, 트래킹 하고, 수업도 넣고, 호텔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요.
‘어딩’이라는 트래블 커머스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5060을 위한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최근 이렇게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Q ‘오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5060 시니어 분들의 여가생활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취미를 잘 큐레이션 해드리는 것’이에요. 개인의 상황, 성향, 경제적 여력에 맞는 여가 콘텐츠를 정말 잘 제안해드리고 싶어요. 무료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밖에 없는 줄 아시지만, 삼청동에만 하더라도 퀄리티 좋은 무료 전시가 정말 많거든요. 이런 큐레이션을 잘 해드리면 여가 생활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저희의 업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가의 범위를 펼치는 거예요. 지금은 문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행도 있을 거고요.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소비가 결국 다 여가와 맞닿잖아요. 저는 미식도 여가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제를 연결할 수 있는 회사, 소상공인들과 함께 기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싶어요.
아직은 저희 수업이 서울 지역에서만 열리는데요. 앞으로 지역도 넓힐 생각이고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수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도 지역별로 하나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오뉴하우스’에는 유명 카페 출신 바리스타, 프로그램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15명의 팀원이 진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여러분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공간입니다. 1층 카페에 그냥 놀러 오셔도 좋고요.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모두가 오뉴 프로그램에 대해 잘 설명해 줄 거예요.
자신의 업에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였으니까, 모든 시니어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라질 때까지 정말 우직하게 나아갈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을 공감하고 응원하신다면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주시고 필요한 걸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0년 이성은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주 환경에 녹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2018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회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총 4567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지 환경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산책이나 걷기와 같은 저강도의 신체활동을 하기 적합하며, 우울감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녹지 환경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노인을 위한 공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공원, 법제화 필요할까?
현행법에는 도시생활권의 기반이 되는 생활권 공원으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이 규정돼 있다. 노인을 위한 생활권 공원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은 국회에서 노인공원을 신설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승래 의원은 노인의 보건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인의 신체적 특성 등이 고려된 노인친화형공원을 생활권 공원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 도시의 노인 여가시설이 확충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을 추진했다.
이와 같이 노인공원의 필요성이 절감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노인공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공원은 서울시의 ‘오솔길 실버공원’으로 통한다. 1990년 오솔길공원으로 개장됐고, 2005년 테마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어르신 공원으로 정비됐다. 팔각정, 운동기구 등을 배치했으며, 실제로 이용객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또한, 부산시의 사하구 장림공원은 지난해 노인친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노인의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노인의 삶의 질과 정서 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시는 2040년 부산의 녹지 미래 계획에 따라 노인친화공원을 250개 정도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 대구와 고양시에도 어르신공원이 있고, 대전에는 효공원이 있다. 경북 포항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공원을 활용해 어르신 공원을 조성하는 방침을 세우고 계획을 이행 중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노인공원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낙후된 공원 또는 어린이공원이 탈바꿈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노인공원 법제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그렇지 않아도 공원의 주 이용객은 노인인데, ‘노인을 위한 공원’으로 정해두면 노인혐오와 같은 반발심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지금처럼 모두가 공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시설과 기능을 증가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그렇다면, 노인을 위한 녹지 공간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진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노인을 위한 건강 도시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도시 조성에 ‘녹지’와의 관계성을 고려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이진희 연구원은 사례 검토를 토대로 △토지이용 및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 △도로 및 대중교통, △보도 및 자전거도로로 가이드라인을 구분했다. 건강 도시를 위한 네 가지 가이드라인에는 공통적으로 ‘녹지 환경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토지이용 및 배치’에는 녹지·광장 등 야외 공간 주변으로 카페 등 건물 배치,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에는 도시 단위의 보도 이용이 가능한 대규모 녹지 공간 개발, 근린 단위의 소규모 녹지 공간 개발 및 연계,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오감 자극 등의 설계 방향이 제시됐다. 또한 도로에는 가로수 식재 설치, 녹지와의 통합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건강 도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뉴욕시의 액티브 디자인이 꼽힌다. 지역 주민의 신체 활동 증진을 통하여 건강 수준을 높이는 도시 공간과 건축물 디자인 방식을 의미한다. 지역 주민의 도보 활동, 자전거 이용,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신체 활동 증진 방법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과의 연계를 통해 도시의 지속성 확보와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제고에 도움을 준다.
홍콩은 고령친화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노인을 위한 주거단지나 요양시설에 적합한 설계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 가운데 야외 공간 가이드라인을 보면, 감각적인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노인이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조경을 포함하고, 단체 운동·산책·원예 활동 등이 가능한 설계를 하도록 지침한다.
이진희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해서는 건강과 보건, 의료에 초점을 맞춰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공급뿐만 아니라 현재 도시 구조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인구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도시 환경이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촉진해 건강한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인이 더 오랫동안 일하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 지역과 교류하며,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는 60세 이상 취업자와 창업자가 역대 최다라는 기록을 썼다. 그러나 고령자 일자리는 여전히 저임금에 단순 노무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고령자의 노후를 위한 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자 취·창업자, 역대 최다
지난달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585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9%로 처음으로 20% 선을 웃돌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사상 최다의 취업자 기록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04년부터 매년 늘었다. 최근 몇 년간은 증가 폭이 계속 커졌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 폭 4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60세 이상 취업자 수의 급증을 의미한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987년 100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후 14년이 지난 2001년에 200만 명을 넘었고, 2012년 300만 명이 넘기까지는 11년이 걸렸다. 그러나 400만 명을 넘는 데는 5년, 500만 명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평균 근로 희망 연령은 73세였다. 이를 입증하듯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일하는 노인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70대 취업자 수는 171만 8000명으로 70세 이상 취업자를 따로 분류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고 기록을 썼다.
지난해 고령층의 창업도 역대 최고로 많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60세 이상 창업 기업(부동산업 제외)은 12만 9000개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2016년 7만 3471개와 비교해 보면, 무려 76.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창업 기업이 20.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와 같은 고령층의 취업과 창업 기록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이유는 인구 고령화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인구로 진입하면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인구 5125만 9000명 중 60세 이상은 1315만 4000명으로 전체의 25.7%에 달했다. 60세 이상 비율이 25%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고령 노동자 일자리 개선 필요
즉,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하는 고령자도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79세 고령자 685만 6000명 중 절반 54.7%는 근로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취업을 원하는 사유는 ‘생활비 보탬’(53.3%)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일하는 즐거움’(37.3%), ‘무료해서’(5.2%), ‘건강 유지’(3.0%) 등이 이었다.
‘생활비 보탬’이 일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고령자들은 만족스러운 일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2년 65~79세 취업자 직업 분포 현황을 보면, 전체 301만 명 중 단순 노무 종사자가 103만 6000명으로 34.4%를 차지한다. 농림어업 종사자는 70만 1000명(23.3%),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51만 5000명(17.1%), 기능·기계 조작 종사자는 49만 4000명(16.4%)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리 사무직은 16만 명(5.3%), 사무직은 10만 4000명(3.5%)에 그쳤다.
특히 그중에서도 60~64세는 ‘고령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 집단으로 통한다. 법정 정년 60세와 기초연금 등 다양한 노인 대상 복지 정책의 연령 기준인 65세 사이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공개한 ‘고령 저임금근로자의 노동공급 분석’(진성진·오지영)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60~64세 인구는 약 396만 명(남성 195만 3000명 여성 199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6%를 차지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 60~64세 인구 중 임금근로자는 36%에 달하는 14만 2000명가량이다. 또 이들 중 저임금근로자는 33.2%에 이르렀다. 같은 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20.3%로, 고령자 중 저임금근로자가 많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고령 저임금근로자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일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기준 저임금 평균은 166만 7000원이었다. 남성은 단순 노무, 기능원, 장치 기계 조작 및 조립에 약 73.3%가 분포되어 있었고, 여성은 서비스 종사자와 단순 노무 종사자가 약 73.1%에 해당했다.
즉,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따른 양적 일자리가 필요하고,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고령자의 노동 참여를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취업장려제도나 고령자를 위한 지자체별 일자리 센터 등 정책과 인프라를 알리고 더 발전·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행 60세의 정년을 연장하고 계속고용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네 번째 순서로 ‘공인중개사’에 대해 알아봤다.
◇ 공인중개사, 왜 유망할까?
공인중개사는 오래 전부터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실질적으로 노년기 대비에 좋은 일자리다. 국가전문자격인 ‘공인중개사’는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한번 취득하면 갱신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이가 많더라도 도전하는 데 무리가 없어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도 시도해 볼 만하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40대 이상 중장년은 오랜 사회활동 경험을 통한 대인처세술, 폭넓은 대인관계, 복합적인 인지능력 등이 성공적인 공인중개사가 되는 밑거름이 된다. 직업전환의 부담이 적으며 소자본으로도 개인·합동사무소 중개법인 등의 설립이 가능하다. 소득의 경우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단기간 내에 기존 업무와의 소득 격차를 최소화 또는 상향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은퇴 후 20년 이상의 사회활동을 준비 할 수 있는 평생직업이다.
-KCI 한국자격증정보원 ‘공인중개사’ 소개란
부동산중개사로도 불리는 공인중개사는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직업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을 열어 운영하는 이들을 보면 중장년이 상당수다. 눈으로도 쉽게 확인될 정도로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직업임을 알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투자자본(인테리어, 집기 및 업무시설 등)이 비교적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고 알려져 제2직업으로 염두에 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인중개사는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공장, 토지 등의 부동산에 대해 거래 당사자 간 매매, 교환, 임대차 등의 득실 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고 중개한다. 부동산 이용과 개발에 대한 상담이나, 주택과 상가 분양 대행, 경매 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 분석, 입찰대리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실무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대인관계 능력, 협상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개 의뢰를 받은 부동산의 지변, 평수 등을 파악해 매입자와 예정자에게 시세, 재테크, 향후 전망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 답사나 시장 조사 등도 진행한다. 부동산이나 금융 정책, 세무 및 법률 지식, 부동산 경기나 동향 등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요구돼, 지식을 습득하는 데 흥미가 있어야 적성에 맞는다.
아파트나 주택 등의 경우 봄, 가을 이사철 주말에 고객이 많은 편이다. 고객의 여건과 편의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근무 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다. 영업 차원에서 시장조사나 매물분석, 온라인을 통한 고객 상담 등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 현장 방문 외에는 특별히 체력 소비가 되지 않고,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나이에 제한 없이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의 관심이 높게 나타난다.
◇ 공인중개사, 나도 될 수 있을까?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중개 일을 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전문자격 공인중개사 시험(국토교통부 주관)에 합격증이 필요하다. 시험은 1차와 2차가 있는데, 둘 다 합격해야(매 과목 100점 만점 기준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 자격증이 발급된다. 시험은 연 1회 시행되기 때문에, 시험 일정을 잘 숙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1차를 합격해야 2차 시험 응시가 가능한데, 두 시험을 하루에 동시에 치를 수도 있다. 다만, 1차 시험에 불합격했을 경우 2차 시험은 무효 처리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나 여건에 따라 단기간에 1·2차를 동시에 대비하기도 하고, 시간을 두고 두 해에 걸쳐 각각 준비하기도 한다. 시험 합격률은 20~30% 내외로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따라서 관련 지식이 전무 하다면 사이버대학 등 관련 대학이나 학원 등에서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된다.
자격 취득 후에는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대학에서 위탁받아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다면 부동산중개사사무실에 중개보조원으로 취업한 후 실무경험을 쌓아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도 된다. 중개보조원은 주로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 및 일반서무 등 부동산중개사의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꼭 부동산 관련 학력이나 전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 따르면 자격증 시험 준비나 취득 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은퇴 후 창업 등을 목표로 한 중장년층이 시험 응시생의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요즘은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청년들의 응시율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창업의 목적 외에도 건설사 또는 분양사 등 관련 업계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 용도로 자격증을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 공인중개사, 도전을 꿈꾸고 있다면?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고, 진입 장벽은 낮은 만큼 제2직업으로 떠올려본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이 있다. 먼저, 현재 공인중개사의 경우 과포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 수는 2023년 4월 30일 기준 11만 7786명이다. 통계청 집계에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2202만 2753명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소당 수요 가구가 약 187명으로 계산된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사무소당 가수요층을 300가구로 본다. 공인중개사는 자격 배출이 많고(2022년까지 52만 여 명),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과포화 상태라 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 휴·폐업자 수가 1만 3217명에 이를 정도로 중개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사기 등 불미스런 사회적 이슈에 따른 부담이나, 개업공인중개사끼리의 경쟁 구도와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협회 관계자는 “타인의 거의 모든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업종이므로 안전한 거래와 권리 이전에 신경 써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직업 윤리와 소명 의식도 필요하다” 며 “부동산 중개 업무는 다량의 정보 취득과 다양한 기법이 뒷받침돼지 않으면 동종 업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나만의 사무실 운영 및 홍보 노하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한 부동산 중개를 위해 타 중개사무소에서 일정 기간 소속공인중개사 등으로 활동하며 중개 기법을 익히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직업도 있어요!" 공인중개사 자격증 활용 직업 5選
[1] 부동산개발업자
· 유사 명칭: 부동산디벨로퍼(Developer), 부동산시행자, 부동산개발자
· 숙련 기간: 4~10년
· 하는 일: 사업 대상 부지의 입지여건, 주변수요 등을 분석해 적합한 부동산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위한 용지구입, 인허가절차 진행, 자금마련, 건축, 마케팅, 분양, 입주, 정산, 사후관리까지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2] 부동산정비사업관리자
· 유사 명칭: 재건축정비사업자, 재개발정비사업자, 도시환경정비사업자
· 숙련 기간: 2~4년
· 하는 일: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조합설립 및 정비사업 동의, 조합설립인가 신청 등을 진행한다. 사업성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신청, 분양 및 관리 처분계획 수립을 대행하거나 자문하기도 한다.
[3] 부동산경매인
· 유사 명칭: 부동산 경매사
· 숙련 기간: 1~2년
· 하는 일: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법원 경매나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법인에 의해 시행되는 공매 등 부동산경매 시장에 나온 경매 물건에 대해 권리분석과 현장 확인 업무를 하고 의뢰인의 경매 참여를 지원한다.
[4] 부동산신탁관리원
· 유사 명칭: 부동산처분신탁관리원
· 숙련 기간: 1~2년
· 하는 일: 부동산 소유주로부터 신탁청약을 접수하고, 신탁에 따른 내용을 설명한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물건, 환경, 법적규제, 이용상황, 인근의 임대료 등을 조사하고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신탁부동산의 종합관리계획을 작성하고, 소유권이전 및 신탁등기를 한다.
[5] 부동산컨설턴트
· 유사 명칭: 주택상담원, 재건축상담원, 부동산상담원
· 숙련 기간: 2~4년
· 하는 일: 토지나 건물의 최적의 활용방안을 분석하기 위하여 각종 자료를 수집·분석한다. 부동산의 보유, 매매, 개발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개발 최적시설·최적규모를 판정, 투자수익성을 파악한다.
[참고] 한국고용정보원 '2020 한국직업사전'
같은 아이템이라도 어디에서 창업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누구나 알만한 A급 상권 지역의 경우 그만큼 임대비용과 권리금이 매우 비싸다. 주로 역세권, 대학가, 오피스, 아파트 인근이 꼽힌다. 이런 상권은 권리금만 1억 원이 넘기도 한다. 창업자금이 넉넉지 않다면 직접 시장조사도 하고 주변 상권도 분석하려는 노력을 기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도 PC나 모바일을 통해 상권 분석이 가능하다. 온라인 상권 분석을 위한 사이트 3곳을 소개한다.
◇ 소상공인마당 상권정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사업과 각종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소상공인마당’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상권 분석 툴을 제공한다. 홈페이지 접속 후 ‘상권정보’ 페이지로 들어가면 창업자가진단부터 상권분석, 시장분석, 상권현황 등을 무료로 확인 가능하다. 시장분석 메뉴에서는 커피, 치킨, 한식, 편의점 등 업종별 기간에 따른 ‘창업 기상도’를 한눈에 보여준다. 상권현황 및 분석 페이지에서는 지역과 업종을 입력하면 업소 현황, 매출지수, 배달지수, 임대료 현황, 창폐업률 현황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업이 성행하는 만큼 관련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배달지수’ 항목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서울시에서 점포를 낼 계획이라면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가 유용하다. 일반점포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포함해 외식업, 서비스업, 소매업으로 나눠 확인 가능하다. 분기별 자료를 제공해 기간별 점포 추이도 가늠할 수 있다. 카테고리는 크게 ‘뜨는 상권’, ‘나는 사장’, ‘나도 곧 사장’으로 나뉜다. ‘뜨는 상권’에서는 행정동, 상권별로 점포수, 매출, 유동인구, 주거인구의 순위를 보여준다. 지도 화면 내에서 뜨는 동네와 점포수를 직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나는 사장’에서는 운영 중인 점포의 위치와 업종을 선택 후 보행권역 또는 반경 영역을 지정하면 주변 점포를 분석해준다. ‘나도 곧 사장’은 예비 창업자를 위한 메뉴로, 업종과 지역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점포당 3년 생존률’ 등의 세부 자료를 볼 수 있다. 그밖에 창업자 스스로 경영 환경 및 경영 센스를 측정하는 자가 진단 툴도 마련됐으니 확인해보면 좋다.
◇ SG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
통계청 SG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 홈페이지 내 ‘기업생태 분석지도’에서는 기업체의 활동, 비활동, 개업, 폐업 등의 생태지표를 통해 원하는 지역의 업종별 통계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주제별 선택에서 ‘노동과 경제’ 카테고리를 들어가면 ‘사업체수 분포 현황’, ‘도소매업 및 서비스업 현황’, ‘치킨점 1개당 인구수’, ‘커피전문점 변화’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기간별, 대상 유형별 통계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업종통계지도’ 메뉴에서 ‘생활업종’을 선택하면 음식, 소매업, 생활서비스 등 실생활과 밀접한 71개 주요 업종에 대한 다양한 통계자료 조회가 가능하다. ‘공공데이터’ 쪽에서는 지하철 역 인근 유동인구와 버스정류장 인근 시설물 정보를 수록해 예상 점포 위치의 교통 접근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