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수명과 함께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액티브 시니어에게 또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외모다. 모임이나 대인관계가 계속 유지되다 보니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그러나 중장년 남성의 경우 성형이나 미용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자연스레 그 관심이 ‘다이어트’로 쏠리고 있다. “뱃살만 빼도 더 젊어 보일 텐데”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의들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의 뱃살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비만치료에만 집중하는 365mc의 노원점 채규희(蔡圭希·42) 원장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봤다.
“나이 들면 살이 잘 안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뭔가 손쉬운 해결책이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각오하라는 경고로 시작된다. 다이어트는 역시 쉽게 볼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줄면서 체내 근육량이 감소해요. 또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량 유지도 어렵게 되고요. 근육이 줄어드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섭취한 음식이 가진 열량을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하게 돼요.”
다이어트 약 거부감 되레 병 키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역시 기대했던 마법은 없다. 채 원장은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음식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10%는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소모됩니다.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 돼요.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음식을 적게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죠.”
의사들이 비만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비만도의 지표인 체질량 지수는 BMI(Body Mass Index) 지수라고도 부르는데, 체중(kg)을 키(cm가 아닌 m를 기준)의 제곱으로 나눈 숫자다. 만약 키가 170cm이면서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이 있다면 체질량 지수는 70/1.72, 즉 24.2가 된다. 채 원장은 이 지수가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체질량 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보고 약 처방을 합니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있다면 27 이상일 때 처방을 시작하고요. 물론 혈압이나 당뇨 수치가 약으로 조절이 안 된 상태라면 그것을 먼저 안정화시킨 다음에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요.”
“또 약을 먹으라고?” 처방 제안을 받으면 아마 많은 중장년들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흔히 4종 세트라고 말하는 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약, 통풍약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여기에 약 하나를 더하라니. 하지만 채 원장은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도 체중조절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이나 혈당 조절을 할 때 체중 감량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요즘 나오는 약들은 장기간 복용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 약과는 다릅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장기간 복용해도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어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체중감량을 위해 처방되는 약은 크게 3가지다.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체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약, 음식물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으로 나뉜다. 안전하지만 넘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복용을 해야 효과가 나고, 끊게 되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술자리
사실 남성들에게 가장 큰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술과 외식이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를 해보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식당밥’을 먹는 경우가 대다수라 지키기 어렵고, 잦은 술자리는 뱃살을 더욱 두둑하게 만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장년 남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늘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다이어트 식단 같은 것은 꿈도 못 꿔요. 게다가 생맥주 3잔 혹은 소주 1병이면 밥 두 공기만큼의 칼로리와 맞먹어요. 여기에 안주까지 더하면 한 끼에 1만kcal에 육박할 수도 있어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2500kcal. 한 번의 술자리가 미치는 여파가 가늠이 된다. 그래서 채 원장이 권하는 것은 ‘야채 도시락’이다.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야채를 도시락으로 갖고 다니다가 식사 때 꺼내어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주고, 염분섭취도 낮춰준다. 이것이 곤란하다면 식사마다 밥을 3분의 1가량 덜고 조금만 식사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이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과일이나 떡과 같은 간식도 치명적이다. 송편 3개만 먹어도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는다. 과일은 건강에 좋으니 맘껏 먹어도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과일 속 과당도 엄연한 당분이다. 먹으면 살로 간다.
해야 하는 운동,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릎이 나가 우리는!” 지난해 방영된 모 소화제 광고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걸으면 그만이라는 젊은이에게 이경규는 이렇게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시니어 입장에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릎이나 어깨, 허리 등 주요 관절에 크고 작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수중운동을 권합니다.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운동이 대표적이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심폐기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돼요. 복부지방을 빼고 싶다면 빨리걷기도 효과가 좋습니다. 이런 운동들이 익숙해지고 근력운동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죠.”
뽈록한 배, 지방흡입 효과 있을까
중장년 남성의 다이어트 지향점은 날씬한 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만 좀 날씬해진다면 다른 부위에 살이 좀 붙은 것쯤은 신경 쓸 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길거리에 붙은 지방흡입 광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운동도 싫고 약도 곤란하다면 확 들어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채 원장은 “지방흡입도 만능은 아니다”고 말한다.
“복부는 윗배와 아랫배로 나눌 수 있는데, 윗배는 내장지방의 비중이 높고, 아랫배는 피하지방이 대부분이에요. 문제는 지방흡입 수술과 같은 방식이 효과적인 부분은 피하지방이라는 것이죠.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으로 빼는 것보다는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에요. 결국 또 제자리인 셈이죠.(웃음) 지방흡입 수술은 내장지방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체형 변화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로 체중감량에 도움닫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지방흡입을 주목하는 것이지요. 남성들은 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최근에 지방흡입 수술에 비해 간단하게 주사로 지방을 추출하는 시술이 개발되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합니다.”
채 원장은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부분 본인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어요. 말씀 나누다 보면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고 거꾸로 제게 알려줍니다. 갑자기 여러 가지를 뜯어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한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한 대책을 만들어 생활에 변화를 줘보시는 것이 지키기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날씬해진 자신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스파이크 서브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 최초로 스파이크 서브를 선보인 장윤창(張允昌·59). 마치 돌고래가 수면 위를 튀어 오르듯 날아올라 상대 코트에 날카로운 서브를 꽂아 넣는 그의 ‘돌고래 스파이크 서브’는 수많은 배구 팬들을 매료시켰다. 15년간 국내 배구 코트를 지킨 장윤창 현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를 만났다.
“옛날에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거의 수만 마리는 받은 것 같아요. 또 팬레터의 80~90%는 ‘오빠랑 결혼할 거다’라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제가 답장을 못했어요.(웃음)”
1980~90년대의 한국 남자 배구는 지금까지 통틀어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그 중심에는 ‘왼손 거포’ 장윤창이 있었다. 수많은 배구 팬들이 그의 시원시원한 공격과 스파이크 서브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몰려와 전 좌석을 꽉꽉 채우곤 했다. 그는 아니라며 수줍게 부인했지만, 그가 받았다는 팬레터와 무수한 종이학이 그의 인기를 증명해줬다.
사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남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거머쥔 여자 배구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78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4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 대표팀에는 강만수, 김호철, 강두태를 비롯해 고등학교 2학년의 장윤창도 있었다.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장충체육관에서 공이 찌그러질 정도로 때리던 대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꼭 국가대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선배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운동할 수 있었다는 건 그 나이에 저로서는 큰 행운이었죠.”
한국 남자 배구팀은 세계선수권 4강 진출의 기세를 몰아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1979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으로 당시 베스트 멤버였던 강만수, 김호철, 이인 등 국가대표 주전들이 잇달아 해외로 진출했다. 웬일인지 ‘철벽 블로커’로 이름을 알린 장윤창은 국내에만 머물렀단 사실이 의아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3개월 동안 뛰면 20만 달러를 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었어요. 그 당시에 20만 달러면 강남에 있는 아파트 8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인데 협회에서 저도 모르게 거절했더라고요.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이 다 외국으로 나가 있으니깐 저까지 빠지면 전력 손실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거죠. 사실 이때 분노의 스파이크 서브가 탄생했어요.(웃음)”
당시 실망감으로 가득 찬 그는 중동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대표팀을 뒤로 한 채 한국에서 홀로 방황하는 시절을 보냈다.
“원로 선배들이 ‘아직 앞길이 창창한데 이래서 되겠냐’ 하면서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라고 설득하셨죠. 결국 그분들의 말을 듣고 전지훈련에 합류했어요. 솔직히 연습도 하기 싫은데 스파이크 서브나 한번 해보자 해서 시도한 거죠. 근데 아무도 못 받더라고요. ‘아, 이거 조금만 다듬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파이크 서브’라는 무기까지 장착한 그는 1984년 처음 열린 대통령배 배구대회에서 고려증권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 베스트6, 인기상까지 휩쓸었다.
15년간의 선수 생활
비교적 선수 생활이 짧은 배구 종목에서 그가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코트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워낙 어린 나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5년이 지나도 제가 대학생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팀에서 최고참 선수가 됐고 리더 역할을 해야 했어요. 놀고 싶어도 못 놀고, 딴짓할 생각조차도 못했죠. 어릴 땐 죽어라 뛰었고 나이가 들어선 후배한테 지지 않으려고 죽어라 연습했죠. 속에선 불이 나는데 안 나는 척, 숨이 차서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괜찮은 척.(웃음) 항상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집착을 했을까, 좀 멍청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선수 생활 내내 몸에 나쁘다는 술과 담배는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덕분에(?) 술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다고. 그럼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따로 있었냐는 물음에 “개인 연습을 더 하고 등산을 했다”는… 정말 배구만 바라봤던 ‘장윤창’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경기를 치러왔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예선전에서 일본과 겨룬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가 배구를 일본한테 배우다 보니 일본팀에게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였어요. 일본과 붙으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을 정도로요. 그래서 패배를 맛본 선배들은 일본과 맞붙는 걸 좀 두려워했어요. 반면 저나 김호철, 강두태 이렇게 세 명은 그런 상황을 몰랐으니까 두려움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신구(新舊)의 조화가 잘 이뤄지다 보니 2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3대 2로 역전승을 거뒀어요. 일본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였죠.”
네트를 사이에 두고 팀 간 신경전은 없었을까.
“대표적으로 득점에 성공하면 포효하는 방법이 있어요. 기를 확 눌러버리는 거죠.(웃음) 사실 신경전은 바깥이 아닌 코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아요. 공이 공중에 떴을 때 공격하는 사람과 블로킹을 하는 수비수 사이의 눈치싸움처럼요.”
배구선수로서 나름 명성과 내공을 쌓은 그가 왜 배구 지도자의 길이 아닌 교수의 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제가 은퇴하고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어릴 때부터 주목을 많이 받다 보니까 중압감이 컸어요. 팀이 이기면 ‘장윤창 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지면 ‘장윤창이 못해서’라고 하니 그 부담감 때문에 한 번도 마음 편히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은퇴 후에는 현장이 아니라 내가 못 해본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경기대학교에서 교직에 몸담은 지도 어언 10여 년째.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수와 면담한다고 하면 어색하고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제 연구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은 편하게 와주는 것 같아 고마워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웃음) 제가 학교에 발 담그고 있는 동안에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교수가 되고 싶어요.”
받은 사랑 베풀며 살고파
‘함께하는 사람들’은 1999년 장윤창이 창단한 봉사단체로 황영조, 전이경, 유남규, 현정화, 장재근 등 국민의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들이 한마음 한뜻을 모아 매월 양로원, 보육원 등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간다.
“한 번은 비닐하우스 한 동에 70~80명이 사는 곳에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가 한창 겨울이었는데 통풍이 안 돼서 그런지 옴진드기가 있는 거예요. 한쪽에서는 옷을 빨고 한쪽에서는 샤워를 시켜주고. 근데 옴이 옮는다고 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끝나고 샤워하러 가서 소금물로 씻고 또 씻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좀 죄스러워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잠시 쉬어왔던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답했다.
“일하면서 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한 3년간 황영조 선수에게 운영을 부탁했는데 이제 다시 돌아가려고요. 아내가 그 노력을 가정에도 좀 쏟으라고 잔소리하는데…(웃음) 그래도 이해해줘서 항상 고맙죠. 때론 힘들어서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했는데 이전에 봤던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서 그만두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국민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죠.”
소금이 몸에 나쁘다는 말이 많다. 콩팥과 고혈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염식 식사를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소금이 그렇게 나쁜 물질일까? ‘성경’에서는 빛과 소금이 돼라 했고, 로마시대에는 병사와 관료들에게 소금을 급료로 줬다.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했던 카라반들은 소금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이었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국가가 나서서 소금을 전매했다. 이처럼 소금은 예로부터 보석처럼 여겨져 왔다. 만약 소금이 인체에 그렇게 해로운 물질이라면 법으로 금지시켰어야 했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연구팀은 저염식 식사가 심장병이나 조기사망 위험을 줄인다는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가 소금 섭취량을 줄일 경우 사망 가능성이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밥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음식이지만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 과다로 오히려 해롭다. 생명의 물도 많이 마시면 수독증에 걸릴 수 있다. 산소가 몸에 좋다고 하지만 고농도의 산소만 흡입하면 고산소증에 걸려 위험하다. 자연에는 악마와 천사가 따로 없다. 우리가 편견을 갖고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소금은 악마가 아니다. 신장투석을 할 정도의 환자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염분을 섭취해야 한다. 예방 차원에서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이든 적절해야 좋다.
미네랄은 인체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과거에는 채소나 고기 등 음식물을 통해 보충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인공재배가 많아지면서 미네랄 함량이 많이 떨어졌다. 이럴 때 미네랄 부족을 보충해주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염화나트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99.9% 이상이 염화나트륨이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천일염이나 식물소금 퉁퉁마디, 죽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높지 않고 대신 칼슘, 마그네슘, 칼륨, 셀레늄, 게르마늄 등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콜레스테롤에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있듯이 소금도 그렇다. 한의학에서는 짠맛을 강한 짠맛과 약한 짠맛으로 구분한다. 정제염을 먹어보면 많이 짜다가 끝 맛이 아주 쓰다. 그래서 물이 당긴다. 그러나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혈압을 높이고 뒷목을 뻣뻣하게 하며 콩팥에 무리를 주는 나쁜 짠맛 때문이다. 나쁜 짠맛은 다양한 미네랄이 부족하다.
술을 마신 후 해장국으로 재첩국이나 조개탕을 자주 먹는다. 조개껍질에서 우러나온 약한 짠맛을 느끼는 순간 입에서 침이 돈다. 그리고 숙취로 인해 컬컬하던 목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퉁퉁마디나 칠면초의 짠맛도 약간 짭짜름하다가 끝 맛이 달아 입에 침이 고인다. 죽염과 잘 발효시켜 오래 묵힌 된장도 마찬가지다. 입이 침이 고이면 소화력이 좋아진다. 몸 여기저기 생긴 멍울과 종기를 풀어주고 대변을 잘 보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좋은 짠맛은 대소변을 잘 보게 하고 소화와 체액 순환을 도와준다.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갓 제조한 천일염을 먹으면 무척 짜고 물이 당긴다. 하지만 몇 년 묵힌 천일염은 짠맛이 약해진다. 소금을 묵혀 간수를 빼면 나쁜 짠맛이 좋은 짠맛으로 변한다.
죽염이 일반 소금과 다른 점은 제조법에 있다. 죽염은 인산 선생이 처음 만들었다. 서해안 천일염을 몇 년 묵혔다가 왕대나무 속에 넣고 황토로 입구를 막은 다음, 강철 쇠통에 넣고 송진을 포함한 소나무로 불을 때어 만든다. 높은 온도에서 여러 번 구울수록 좋다. 1회에서 8회까지는 소나무로만 불을 때므로 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지만, 9회째는 송진을 추가해서 구우므로 온도가 매우 높아진다. 가장 좋은 죽염은 아홉 번 구운 것이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죽염은 구울수록 짠맛이 약해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즉 3회 구운 죽염보다 9회 구운 죽염이 덜 짜고 더 달아서 입에 침이 많이 고인다.
죽염을 입에 물고 있으면 침이 많이 나온다. 이 침은 구내염, 치은염, 풍치, 충치, 축농증, 인후염 등을 치료하며, 현대인에게 문제가 되는 공해 독을 해독한다. 또 가래를 제거해서 호흡을 편하게 해준다. 음식에 넣어 복용하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소장궤양, 대장궤양 등 다양한 위장병을 치료한다. 증상만 멎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재생되도록 도와준다.
죽염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도 있다. 그래서 성인병(고혈압, 당뇨, 통풍 등) 환자,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 좋다. 특히 현대에는 과다 섭취로 인한 성인병이 많기 때문에, 죽염이나 염생식물 섭취가 더더욱 중요하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은 한의학적으로 피를 맑게 해준다는 의미다. 만성피로 역시 피가 맑지 못해 드러나는 증상이기에 죽염이 좋다.
죽염을 복용할 때는 몇 알갱이씩 입에 넣고 있다가 사탕처럼 녹여서 그 침을 삼키는 방법이 있고,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도 있다. 소금 대신 조미료로 사용해도 좋다. 물에 타서 마실 때는 생수 2L에 죽염 8g 정도를 녹여 한 모금씩 매일 1.5L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도록 해주며 허열을 가라앉히고 피로도 덜어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사람과 공간이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풍수학이다. 그런 면에서 풍수는 집을 살 때뿐만이 아니라 집을 단장할 때도 유용하다. 물론 누군가는 풍수를 ‘미신’이라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대적 삶과 맞지 않는 비합리적 이론’이라 할 수도 있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분명 귀 기울일 내용이 없지 않다.
원래 풍수라는 말의 어원은 ‘장풍득수(藏風得水)’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의미로 농사짓기 좋은 최적의 터를 찾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란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지게 마련이다.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풍수가 적용된 사례가 많다. 이미 알려진 사례를 보더라도, 홍콩의 47층 건물인 홍콩상하이빌딩을 짓는 데 풍수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풍수를 고려해 백악관 집무실을 개조했다. 또 축구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 부부도 딸 하퍼의 방을 풍수지리학자에게 보여준 뒤 자문을 해서 꾸몄다. 우리나라도 대기업 총수의 집과 사옥은 처음부터 풍수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고, 그 대지에 맞는 건물을 풍수를 따져 디자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기업가처럼 큰돈을 만지거나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풍수에 관심이 많다.
풍수의 적용
풍수학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쌓아온 경험의 통계자료다. 집의 건축 요소, 가구, 가전제품 등을 자연의 원리와 닮게 배치해 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만들어줌으로써 편안하고 건강한 생활은 물론, 흔히 운명이라고 부르는 인생의 큰 줄기를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바로잡아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대지 계획부터 평면 계획까지 풍수를 고려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하지만 우리는 아파트, 오피스텔에 사는 게 일반적이고, 공간이 주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가구나 소품을 바꾸고 그 위치를 바꾸는 식의 풍수가 더 현실적이다. 가령, 예전의 집들은 현관을 열면 바로 욕실이 보이는 구조가 많았다. 그런데 이는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럴 때 현관에 중문을 설치해주거나 가벽을 설치해 돌아가는 방식으로 구성을 바꿔줄 수 있는 것이다. 집 안 특정 공간의 컬러를 바꾸거나 벽지 등을 바꾸는 식으로 크게 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풍수를 적용할 수 있다.
시작은 ‘비우기’부터
집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우선 공간에 여력이 있어야 한다. 일단 빈 공간이 있어야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만인 사람이 근육이 탐스러운 몸을 만들 때 우선 살을 빼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풍수나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우기’다. 풍수 인테리어의 기본은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고, 남아 있는 물건의 정리정돈을 잘하면서 정갈한 상태를 유지하고 채광, 통풍, 환기가 잘되게 하는 것이다. 먼저 집이나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불필요한 물건이나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과감히 버리자. 그리고 방이든 거실이든 너른 시선으로 한 번 둘러보자. 그런 다음 구입했을 때의 가격을 떠나 왠지 싫거나 불편한 물건이 있는지 체크하자. 그런 물건이 있다면 그것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눈에 띄지 않게 버릴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마음의 평안이 기준
돈의 개념으로 판단하지 말고, 마음의 안정과 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든다는 데 중점을 두고 생각해야 한다. 버리는 게 익숙해지면 삶은 놀랄 만큼 단순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집 안의 운수를 끌어올리는 풍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고 남은 물건들은 사용 빈도, 계절에 맞게 잘 수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납할 때도 빈틈없이 채우기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어 수납해야 좋은 기운이 통한다.
진정한 ‘집’의 의미
집이라는 공간은 딱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보편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기후, 풍토, 토질, 문화와 역사 등이 반영되어 있다. 여기에 자신이 가장 편하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개성을 입혔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집이 만들어진다.
또 집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기준으로 만들어질 수 없고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낸 공간이야말로 ‘집’이고 자신의 공간이 된다.
그러니 집은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겨서 다른 사람이 사는 집과 비슷하게 몇 주 만에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통찰력과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 천천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갈 때 그곳은 어느새 편안하고 행복한 ‘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게 될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인 ‘하우스(house)’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정감이 있는 자신과 가족의 공간인 ‘홈(home)’을 만들어야 할 때다.
>글 : 박성준 건축가·역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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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집과 건물을 짓는 건축가. 사람과 땅의 기운을 함께 보는 풍수 컨설턴트이면서, 또 한 사람의 생년월일시 기운과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을 읽어내는 젊은 역술가이기도 하다. 풍수와 인테리어를 접목시킨 풍수 인테리어를 제안하고 있으며, 풍수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의 사옥과 주거공간의 콘셉트 디자인 및 설계를 하는 등 풍수에 맞는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2018년 개띠의 해가 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는 돌고 역사는 기록될 것이고 개개인의 삶은 흘러갈 것이다. 올 새해맞이는 따뜻한 휴양지 코타키나발루에서 ‘지치지 않는’ 여행을 하면서 쉬는 것. 낮에는 바닷가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배가 고프면 슬렁슬렁 시장통에 나가 애플망고를 실컷 먹고 저녁에는 밤하늘을 보면서 수영을 즐기는 일. 한 해의 초문을 여는 방법으로 이보다 행복한 여정은 없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에서 놀고 액티비티 투어도 하고
코타키나발루는 사바 주의 주도(州都)다. 사바 주는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보르네오 섬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여행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낮에는 툰구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 해양공원의 5개 섬을 골라 다니면서 놀면 된다. 가야(Gaya), 마누칸(Manukan), 사피(Sapi), 술룩(Sulug), 마무틱(Mamutik) 섬이다.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의 이름은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 라만(1903~1990)의 이름에서 따왔다. 물빛이 아주 맑은 수트라 항구(Sutera Harbour)에서 배를 타고 빠르게 달려 5분도 안 돼 마무틱 섬에 이른다. 5개 섬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고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어 일명 ‘산호섬’으로 불린다. 섬에서 노는 게 지겨운 날에는 시내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Kinabalu National Park)으로 가서 트레킹을 하면 된다. 골프를 하고 싶다면 탄중아루(Tanjung Aru) 리조트 내의 골프 코스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제셀턴 포인트(Jesselton Point)에서 배를 타고 반딧불 투어, 밀림 투어 등을 해도 좋다. 제셀턴 포인트는 주변 섬으로 갈 수 있는 페리 탑승장이다. 이 도시와 인근 섬들을 연결하는 여객선이 드나든다. 수많은 현지 여행사가 있어 각종 투어와 액티비티 투어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참고로 제셀턴은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 시대에 말레이시아의 물자를 실어 나르던 항구로 1945년 오스트레일리아 군인이 내려 거주하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 일본군으로부터 코타키나발루(당시 이름 제셀턴)를 탈환하기 위해 진입한 오스트레일리아 군이 야영했던 곳이라서 붙여진 지명. 기념 동판 하나만이 남아 그날을 일러준다.
필리핀 마켓 야시장에서 애플망고 실컷 사 먹기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백미는 야시장 구경이다. 이 도시로 이주한 필리피노들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내다 팔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 오후 4시경 문을 여는 노천 야시장엔 활력이 넘친다. 상인들 거의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어렵지 않다.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에는 망고가 지천이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사 먹을 엄두를 낼 수 없는 애플망고를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새우튀김도 사고 닭 날개(사테, Satay)도 사 먹는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구운 닭 날개 소스에 대해 능숙하게 말한다. ‘매운 맛’이나 ‘맛있어요’라는 말은 아주 잘한다. 바나나튀김도 맛있고 작은 팬케이크는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첸돌(Chendol)도 재미있다. 간 얼음 위에 꼬물꼬물한 연두색 첸돌과 코코넛밀크, 흑설탕을 넣어 만든 빙수다. 이와 비슷한 아이스카장(Ice Kajang)도 있다. 잘게 간 얼음 위에 야탑 열매와 옥수수, 팥, 젤리 등과 여러 가지 시럽을 넣은 빙수다.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질 시간. 시장통을 비껴 워터 프런트 쪽으로 걸어가면 바다 너머로 해가 진다. 지는 해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다. 숙소로 피신하는 게 답. 달빛과 별을 보며 수영하면서 맛있는 애플망고와 새우튀김을 안주 삼아 지역 맥주 한잔 곁들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가 된다.
전통 부족민 볼 수 있는 ‘카다잔-두슨 원주민 민속촌’
사바 지역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어 전통가옥을 재현해놓은 사바 카다잔-두슨 문화협회(Kadazans-Dusuns Cultural Association Sabah)를 찾는다. 사바 주의 용맹한 ‘카다잔’ 원주민 전사와 몬소피아드 사냥꾼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민속촌이다. 카다잔족, 두슨족, 룬구스족, 바자우족, 무루트족(Murut) 등은 이 나라 대표적인 전통 부족들. 카다잔족과 두슨족은 사바 주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으로 전체 인구의 30%나 된다. ‘키나발루’라는 이름도 카다잔족의 언어로 ‘죽은 자들의 안식처’를 뜻하는 ‘이키나발루’에서 유래되었다.
두 부족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했다. 다른 점이라면 카다잔족은 분지에서 쌀농사를 짓고 두슨족은 구릉성 산지에서 산다는 것. 카다잔-두슨 민속촌에 이들이 살던 집과 풍습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또 매년 5월 30~31일에는 추수 축제가 열린다. 벼를 수확한 후 한 달 정도 풍성한 축제가 벌어질 때 훨씬 볼 만하다.
도시 전망은 시그널 힐에서, 낙조 감상은 탄중아루에서
시그널 힐(Signal Hill) 전망대도 오른다. 걸어서 가기에는 가파른 길이다. 낙조를 감상하기 제일 좋은 곳이지만 낮에는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의 역할을 한다. 전망대에서는 코타키나발루 시내 전경과 페낭 해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근처 시계탑은 랜드마크로 원래 등대 역할을 담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의 융단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건축물이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근처의 선데이 마켓으로 간다. 잘란 가야(Jalan Gaya)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300개 이상의 노점이 생활용품, 식재료, 약초,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원래는 현지인들을 위한 작은 로컬 마켓이었지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판매 품목도 다양해졌다. 필리핀 마켓과 달리 수제품이나 공산품이 많다. 보기 드문 제비집도 있다. 마켓은 생각보다 일찍 파장한다. 다시 가장 번화한 원보르네오(One Borneo)와 와리산 스퀘어(Warisan Square)로 이동해 마사지를 받고 천천히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낙조를 볼 수 있는 탄중아루로 간다. 탄중아루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이 도시의 낙조는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힌다. 아쉽게도 바닷가에는 비가 내린다. 낙조를 보지 못하면 어떠리. 맘껏 휴식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Travel Data
항공편 인천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편은 대한항공이 주 2회,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이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직항편도 있다. 매주 금요일 출발.
기후 1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다. 평균 기온은 영상 30℃.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가 없어서 여행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지 않는다. 날씨는 대체로 맑은 편이지만 하루 한 번 열대지방의 소나기인 스콜이 내린다. 코타키나발루의 1월은 우리나라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통풍이 잘되는 얇은 옷 위주로 챙기고, 한 달 평균 일주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은 필수다. 고산인 키나발루 산과 쿤다상(Kundasang) 지역은 기온이 서늘한 편이다.
언어 공식 언어는 말레이어다. 하지만 호텔 및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널리 사용된다.
통화 정보 자국 통화인 말레이시아 링깃(Ringgit)이 통용된다. 1링깃은 260원대다.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서 가면 된다.
사용 전압 200~240V, 50Hz다. 우리나라와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꼭 어댑터를 준비하자.
음식 정보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외 볶음밥인 나시고렝(Nasigoreng)이나 국수 등 메뉴가 다양하다. 한국인이 일부러 찾는 집으로는 ‘웰컴씨푸드’가 있다. 주문하면 수족관에 있는 해산물로 즉석요리를 해준다.
숙박 정보 휴양도시라서 고급 호텔, 리조트, 콘도, 레지던스, 아파트 등 묵을 곳이 많다. 골프를 원한다면 리조트를 선택하는 게 좋다.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면 아파트를 추천한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다. 아파트 객실은 에어컨, 평면 TV를 갖추고 있으며, 일부 객실에는 냉장고 등이 완비된 간이 주방도 마련되어 있다. 1일 7만~10만 원 선이다. 수트라 항구 근처의 이마고(Imago) 쇼핑몰·콘도는 장기투숙자가 많이 이용한다. 또 KK 베케이션 아파트먼트 @ 마리나 코트 리조트 콘도미니엄을 비롯해 여럿 있다.
기타 볼거리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투어나 새로 지은 시청사, 석호(潟湖, lagoon) 위에 세워진 시티 모스크, 사바 주 모스크(Sabah State Mosque)가 있다. 건물 돔은 온통 황금으로 뒤덮여 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정보 www.mtpb.co.kr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코타키나발루는 관광지를 찾아다니느라 애쓸 필요 없는 곳이다. 많은 곳을 다니기 싫어하는 시니어에게 좋은 여행지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마사지 숍 등이 갖춰져 있다.
나는 굽이굽이 숲 속 사이에 자리 잡은 공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붉은 화로가 이어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짙푸른 나무 숲, 맑은 물, 흐르는 산골 출신이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도시로 이사한 이후에도 이모가 살고 계신 그곳으로 방학 때가 되면 찾아갔다. 내 고향 공장 근처 저수지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들을 발견했고 다시는 그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푸른색 자연이 전부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자연을 목격하다
태생적으로 자연에 관한 궁금증이 많았던 나는 20대 초반 환경단체의 일원이 됐고 잠시나마 단체의 간사로 활동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 말고도 환경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보지 않으면 모를 사회문제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중·고등생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새만금간척사업의 당위성은 정당하지 않았다. 뉴스도 믿을 게 못 됐다. 누군가 사실을 왜곡하고 포장해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자연에게 해 왔다. 자연이 사라진 첨단 미래 도시가 멋질 것이라 상상하고 꿈꿨던 어린 시절이 부끄러웠다.
환경단체 회원과 간사로 마주했던 과거의 환경 관련 사업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치열했던 순간인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과 지율스님의 기나긴 단식으로 기억되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 ‘녹조라떼’ 논란 4대강 사업 반대운동 등이 있었다.
‘환경을 보호하자’, ‘자연을 살려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들 사업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새만금에 살던 백합조개는 물길이 막혀 죽었고, 철새들은 내려서 쉬고 먹을 공간을 잃었다. 도롱뇽이 살던 곳에는 큰길이 뚫렸고, 4대강 사업은 새 정부가 전면 재조사 방침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자연은 이미 훼손됐다. 자연은 끝 모르는 발전 욕구,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각인된 이들에게 아주 쉽게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상대였다.
순간적으로 몇몇 소수는 이득을 봤다. 국민들은 개발 주체들이 내놓은 청사진에 환호하다 사업이 미진하다 싶으면 이에 화내기는커녕 잊기 바빴다. 현재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혹여 어떤 이는 내 일이 아니니 괜찮다고 할 것이다. 과연 남의 일일까? 국책사업에 들어간 돈은 우리 모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매일 중요 뉴스로 보도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한 갑론을박, 끝난 줄 알았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점화, 밀양 송전탑 문제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이 나라 주인 우리의 일이다.
옥자, 미자 그리고 나
영화 는 마치 고향 산천과 공장,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의 허황된 탐욕 덩어리인 슈퍼 돼지 ‘옥자’를 스리슬쩍 무공해 자연에 옮겨놓은 모습이 산속 연기를 뿜던 공장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지금까지도 자연은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인공 자궁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고 결국 남은 것은 폐허뿐이다. 정복하고 착취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겠지만 후회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자연은 존엄하다. 사람 또한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눈 딱 감고 뺏고, 쉼 없이 사용하고, 버렸다. 자연은 점점 사라졌고 자취를 감출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멀어지고 사라져 버리는 자연을 제자리에 놔두고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모여 생겨난 것이 바로 환경단체다. 영화에서 옥자를 구하는 ‘ALF(동물해방전선)’처럼 적극적인 행동으로 환경 문제에 파고드는 것뿐만이 아니다. 환경과 관련해 시민 참여를 일깨우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보급하고 알리는 역할도 환경단체의 중요한 임무다. 각 단체의 크고 작은 실천 운동은 정책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도시 텃밭과 장터, 빈 그릇 운동, 환경 관련 실태 등을 조사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생명을 지켜가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그림 공동대표와 함께 백두대간과 서울 주요 등산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걷기 열풍으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수용 한계에 다다른 전국의 등산로는 깊게 패여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녹색연합이 조사해 알렸다.
산양보호운동 또한 녹색연합 활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경북 울진 지역 주민과 소통을 해오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정착시켰다. 예약탐방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숲길을 이용할 수 있다(uljintrail.or.kr). 지역주민 해설사와 반드시 동반 탐방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사례다. 녹색연합의 홍보모금 담당 부서의 상상공작소 박효경 팀장은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어 자연을 대하는 기본 예의를 정리해 주었다.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
1. 여행의 기본은 텀블러와 에코백.
2. 환경에 무해한 세제 사용. 비누, 치약, 자외선차단제 중 하나라도 친환경용품 준비.
3.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음식 선택. 여행지의 문화를 깊게 체험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
4.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나자. 렌터카 이용 시 소형차나 하이브리드차를 고르자.
5. 외출 시, 전등과 냉난방 꼭 끄기.
6. 희귀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은 사지 않고, 보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있는 숲에서는 조용히 걷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잠시 머물다 온다.
여자라면 꼭! 알자!-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여성생태학적(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모든 생명과 환경을 바라보는 곳이다. 지금 이곳에서 펼치고 있는 운동 중 여성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친밀한 것이 월경문화캠페인 ‘나는달’과 ‘화장품 다이어트’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생리대인 면 생리대가 ‘대안 생리대’로 불리면서 다시 세상에 돌아온 이유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성분을 표기하는 ‘전성분표시제’가 현재까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를 쓰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는 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가 짓무르거나 체온으로 인해 세균 번식이 쉽다. 13세에서 50세까지 약 37년 동안 여자는 약 1만11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이는 매년 여의도만 한 숲을 파괴해야 가능하단다. 여성환경연대는 최대한 면 생리대를 삶아 쓰는 것을 권하고 있으나 그게 어렵다면 적어로 향이 없는 제품을 고르기를 권한다. 향이 있는 제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높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기본은 천연 제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기초화장 단계를 줄이고 적게 씻는 것이다. 기초화장은 천연비누로 세안 -> 토너 -> 로션/에센스/크림 (중 하나만) -> 자외선 차단제 4단계로 충분하다. 폼 클렌저, 클렌징 오일 등 클렌징 제품으로 화장을 지운 다음 이중 세안은 진한 색조화장이 아니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화해’를 통해 화장품 전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화장품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되도록 무향, 무색소 제품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이용할 것과 영·유아에게 탈크가 함유된 파우더 사용하지 않기 등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각질 제거 TIP!
베이킹소다 혹은 곡물가루 이용한다. 일주일에 1~2차례 소다(탄산수소나트륨 혹은 베이킹소다)나 쌀겨를 물에 적셔 얼굴에 바르고 부드럽게 마사지 한 후 미지근한 물로 헹군다.
당신 손 안의 스마트폰 오래오래 소중하게 다루세요.-그린피스
그린피스에서는 이제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 등 IT 관련 분야에 관해 접근하고 있다. 애플사에서 2007년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았을 당시 손 안의 혁신을 가져다 준 창조적 결과물에 감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람은 쓰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안 쓰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2G 핸드폰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고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신모델이 출시돼도 프로그램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초기 모델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 이상한 것은 과거에는 가능했던 스마트폰의 기능이 현재는 사라지고 있다. 메모리 카드로 저장 공간을 확장을 못하고 배터리도 본체와 일체형이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교체할 수 없다. 기계의 결함과 고장, 침수 등 고장이 났을 때도 수리를 맡기지 않고 새 상품을 갈아타버린다.
매년 출시되는 신모델에 발맞추다 보면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폰을 대세에 떠밀리듯 바꿔버린다. 제품 수명이 줄어들면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제조업체사다.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자주 바꾸면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자원, 에너지, 인력 등의 낭비가 가속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채굴하기 위해 콩고의 가난한 광부들은 지도나 안전장비 하나 없이 깊은 땅속에서 질식과 매몰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 2개월이며 18세에서 35세 사이 연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우선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과 부속을 재사용하고 폐기된 기기에서 가능한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많이 재활용해야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제조하는 것 또한 자연을 위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엄마, 이 오빠 알아? 이 오빠 엄마가 엄마 안다던데?”
교회에 다녀온 딸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얘, 민철이 아니야?”
“맞지? 맞지? 오빠랑 얘기하다 우리가 옛날 살던 동네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네도 거기 살았다고….”
민철이 엄마와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아랫목에 배를 깔고 팝송을 함께 듣고, 디제이가 있는 빵집에 들락날락했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친구가 결혼해서 외국으로 떠났다가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면서 연락이 끊어졌다. 그런 친구 소식을 딸을 통해 듣게 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당장 연락을 하고 단짝 시절로 돌아갔다.
여의도에 사는 친구네 집은 잘 꾸며져 있었다. 현대적인 가구와 중국풍의 믹스매치가 세련돼 보였다. 거기다가 유럽이나 미국에 갈 때마다 사온 소품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필자는 친구의 세련된 감성과 친구가 만나는 품격 있는 사람들에 매료됐다.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부터 바빠졌다. 함께 가는 곳도 많아지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친구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물건을 내보였다. 필자가 전에 살던 생활 방식과는 전혀 달랐지만 고맙고 즐거웠다.
어느 날 친구가 집 앞으로 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나갈 수 없다고 하니 얼굴만 보고 가겠다고 찾아왔다. 친구는 부스스한 필자의 모습을 보더니 “차 타고 드라이브 좀 하면 나아질 거야” 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날 친구를 거절하는 게 힘들었던 필자는 조금씩 친구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필자가 홍콩 여행을 가게 됐다. 심천에서 수년을 살았고 홍콩을 밥 먹듯 드나들었던 친구는 최신 가이드북과 옥토퍼스카드(선불카드)를 챙겨주며 자기가 홍콩 맛집을 정리해서 주겠노라 했다. 필자는 친구의 말을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조용히 홍콩엘 다녀왔다. 문제는 홍콩 여행을 다녀온 후에 터졌다. 적극적인 성격의 친구는 이모저모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별일도 아닌데 뭐”라고 말한 필자의 대답이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장문의 문자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전해왔다. 필자는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가까워지면서 생활에 활기도 생기고 재밌는 일도 많았지만 끌려다니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필자만의 여행을 하고 싶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 후 누가 잘못한 것도 없이 서로 상처를 받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오히려 친구를 안 만나니 홀가분했다. 그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편안함을 되찾았다.
소노 이야코의 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집 주변을 둘러싼 나뭇잎과 가지를 손질했다. 통풍이 나쁘면 집이 썩고 그 집에 사는 사람도 병에 걸린다고 믿으셨다.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깊이 뒤엉킬수록 서로 성가스러워진다. 살다 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다.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과 관계가 힘들고 어려울 때 약간의 거리를 두고 관계를 통풍하는 일 그것이 삶을 행복으로 이끌고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현명하게 관계를 끊는 일은 아직도 고민거리다. 페이스북에서 ‘알 수도 있는 친구’에 그 친구 이름이 뜨면 아직도 깜짝 놀라니 말이다.
각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겪으며 힘들어하기 마련. 흔히 이런 현상을 ‘새학기증후군’이라 부른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제때 화장실에 못 가거나 낯선 곳에서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반복되면 소아변비가 생길 수 있다.
소아변비란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2회 이하거나 단단하고 마른 변 때문에 대변보기 힘들어하는 상태를 말한다. 아이들은 변비 증상을 잘 몰라 정확한 의사 표현이 어려워 관심이 필요하다. 만일 아이가 배가 팽창된 상태로 복통을 호소하거나 상체를 뻣뻣하게 세우고 발끝으로 걷는 모습을 보인다면 변비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아변비는 아이의 영양흡수를 방해해 성장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변비가 심해져 항문에 힘을 주는 것이 반복되면 항문이 밖으로 빠지거나 항문 점막이 찢어지기 쉽다. 이때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대변 배출이 반복되면 소아치질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에게 항문 질환이 생기면 항문 주위가 가려운 항문 소양증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항문에서 흘러나온 점액질이나 대변이 제대로 닦이지 않으면 가려움증을 유발하기 때문. 만일 아이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항문 주위를 계속 긁는다면 항문 소양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어린 아이의 경우 깔끔하게 뒤처리하는 습관이 잡히지 않아 배변 속 독소나 세균이 주변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메디힐병원 유기원 부원장은 “항문소양증은 밤에 증상이 특히 심해지므로 아이가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항문 주변을 계속 긁으면 다른 항문질환이 추가로 생길 수 있다”며 “항문에 습기가 있는 경우 가려움증이 심해지므로 몸에 물기를 완전히 없애고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옷을 입혀 엉덩이 부위에 땀이 차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호에서는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 왜 좋은지를 생태적으로 밝혀 개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양의학에서는 당뇨를 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를 소갈(消渴)이라 부른다. 에서 소갈은 ‘내부에 열이 뭉쳐 진액을 말리는 것’이라고 표현돼 있다. 열로 인해 목이 마르고, 열로 인해 음식이 금방금방 소화되며, 열로 인해 땀과 소변 그리고 정액이 몰려 나가 몸의 진액이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소갈을 치료할 때 인체 내부의 열을 식히고, 땀과 소변과 정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한다.
당뇨를 이해하려면 먼저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시료식품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포도당 수치를 100으로 잡음)을 말하며, 이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55 이하면 낮은 식품, 70 이상이면 높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메밀의 루틴 성분 혈관에 좋아
여주 열매는 쓴맛이 강해 ‘쓴 오이’라고도 부르는데 혈당지수는 24다. 한의학에서 고과(苦瓜)라고 부르며 성질이 쓰고 차갑다. 무더위를 잘 견디게 해주고 습열을 제거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많고 음식을 잘 먹고 살집이 있는 사람의 당뇨에 적합하다. 위장이 약하고 차가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또 여주는 여름철에 더 적합한 약초라 할 수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동북아시아, 바이칼 호 주변 등 추운 지방이다. 에서 메밀은 “위장의 찌꺼기와 막힌 것을 잘 제거한다. 설사, 이질, 복통, 상기 등의 증상이 있으면서 기가 성하고 습열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만약 비위가 차갑고 약한 사람이 먹으면 원기가 손상되어 수염과 눈썹이 빠지므로, 적합하지 않다”고 표현돼 있다. 그래서 살집이 있고 음식을 잘 먹고 열이 많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은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줘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같은 질환에 도움이 되며,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돼지감자는 국화과 뚱딴지라는 식물의 덩이줄기인데, ‘이눌린(inulin)’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천연 인슐린’으로 알려져 있다. 이눌린은 단맛을 내지만, 소화계를 통해 흡수되지 않은 채 그냥 빠져나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단맛을 내는 데 쓰인다. 한의학적으로는 달면서 약간 쓰고 서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음식으로 당뇨에 좋다. 돼지감자는 또한 소화를 도와주고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 그러나 빈속에 돼지감자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 성인병에 탁월
우뭇가사리,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등 해조류의 혈당지수는 10~20 사이로 매우 낮다. 해조류는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인체 내에서 피를 정화해준다. 또한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산화 물질이 많아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여준다. 고혈압을 내리고 미네랄을 공급해주며 식이섬유도 많아 대변을 잘 보게 해 독소를 배출해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일본 오키나와와 전남 바닷가, 제주도가 장수마을로 유명한 것도 해조류의 영향이 크다. 해조류의 약한 짠맛은 정제염의 강한 짠맛과는 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해조류로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해조류는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성인병 환자(고혈압, 당뇨, 통풍 등),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질환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도 좋다. 고환 주위가 잘 붓는 사람, 관절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도 좋다. 특히 현대인들은 음식 과다 섭취로 성인병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해조류, 염생식물이 더욱 필요하다. 만성피로 역시 피가 맑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해조류, 염생식물이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의 혈당지수는 34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식물인데, 혈당 수치의 급상승을 막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치를 낮춰준다. 시큼하고 단맛이 있어서 땀, 소변, 정액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수렴시켜 소갈을 치료하며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설사가 잦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몸에 열이 많으면서 입이 마르면 생블루베리가 좋고, 몸이 건조해지면서 마르는 사람에게는 건블루베리가 좋다.
설사가 잦을 땐 달달한 식초를
시큼한 맛이 나는 음식은 당뇨에 좋다. 피클이나 식초, 레몬주스 등 신맛이 나는 음식은 혈당지수가 매우 낮은데, 레몬이나 식초를 드레싱 재료로 이용하거나 채소, 생선 위에 뿌려서 먹으면 혈당수치를 낮출 수 있다. 식초에는 끝 맛이 쓴 식초와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있다. 육류를 많이 먹거나 열이 많은 당뇨 환자는 전통식초처럼 끝 맛이 쓴 식초가 좋다. 그러나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마르고 땀, 설사가 많은 당뇨 환자는 흑초, 홍초처럼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좋다. 오미자도 끝 맛이 달아 기침, 소변, 설사가 잦고 기가 약한 사람의 당뇨에 좋다. 다만 당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오미자청 등은 좋지 않고 생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즙이나 말린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차 등이 당뇨 환자에게 좋다.
콩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뇨단백도 감소시킨다. 인산죽염을 만드는 인산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에서는 검고 작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고 속이 파란 쥐눈이콩이 당뇨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복용법이 좀 독특하다. 쥐눈이콩 생것을 소나무 바가지에 넣고 약수로 불린 후 소나무 절구통에서 소나무 주걱으로 짓찧어서 먹으라 했다. 콩을 짓이기면 비린내가 심해 먹기 어려운데, 소나무 절구통과 주걱을 사용하면 비린내는 제거하면서 콩의 약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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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