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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형을 알고 패션을 선택하면, 스타일 백전백승
- 나이가 들수록 패션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하는가? 일찍이 패션 잡지들은 입을 모아 중년이야말로 일생일대 가장 화려하게 입을 수 있는 때라고 했다. 세련된 옷과 한껏 멋을 부린 패션은 중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면서 더 야무지게 꾸밀 것을 권했다. 지금 거울 앞에 서서 당신의 체형부터 진단해보라. 20대의 화려함을 한참 전에 떠내 보낸 쓸쓸한 몸이 보일 것이다. 그 쓸쓸함을 채워줄 패션에 대한 팁을 전수한다. ‘한껏 멋 부려도 좋을’ 중년의 특권을 이제 마음껏 누려보자. 몸통에 살이 몰려 있는 사과형 몸매 사과형 몸매는 주로 허리와 엉덩이 쪽에 살이 몰려 있다. 대신, 멋진 다리 혹은 가슴을(물론 둘 다 가진 축복받은 몸매도 있다) 가졌을 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멋진 부분들을 드러내고 몸통 부위의 살을 가리는 것이다. 엠파이어 라인이나 긴 상의는 당신의 몸매를 돋보이게 해준다. 라펠이 달려 있거나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상의로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이 좋고, 될 수 있는 한 어두운 색의 베이직하고 심플한 상의를 입자. 수트를 입을 때도 짧거나 박시한 재킷은 피하는 것이 좋다. 주름치마 역시 절대 당신의 옷장에 있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다. “여자들이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요즘의 세태가 무서워요. 미친 짓이죠. 저는 풍만한 몸매가 좋아요. 어떨 때는 레드카펫 위의 제 모습이 임신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저는 상당히 풍만한 몸매라 가녀린 것과는 거리가 멀죠. 그래서 제 몸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려주는 옷을 입어요. 거의 모든 옷이 그렇죠.” 사과형 몸매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할리우드 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의 말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51세가 된 그녀는 여전히 섹시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이런 패션 노하우 덕분이다. 하체가 풍만한, 서양배 몸매 만약 당신이 엉덩이가 크거나 상체보다 하체가 풍만하다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양배 체형이다. 이런 유형은 허리 위쪽으로 볼륨감을 주는 스타일을 통해 여성스러움을 더하고, 우아한 상체와 슬림한 허리를 강조해야 한다. 밝고 대담한 컬러의 상의는 당신의 풍만한 하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네크라인 부분에 장식이 많은 상의를 선택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체를 보완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하체를 강조하는 튜브, 펜슬 스커트는 피하자. 포켓이나 프린트가 화려한 팬츠 역시 웅장한 하체를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런 몸매는 오히려 몸에서 가장 가는 부분, 즉 허리에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 니트 드레스 혹은 셔츠 드레스에 허리 벨트를 더해주는 패션은 서양배 체형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룩이다. 볼륨 없이 마른 일자형 몸매 젊었을 때는 마른 일자형 몸매가 여자들의 로망이지만, 나이 들수록 이런 몸매 역시 고민이 따른다. 조금만 소홀하게 입어도 초라해 보이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 일자형 몸매는 구조적인 옷을 통해 몸에 볼륨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빳빳한 소재의 아우터에 폭이 넓은 벨트로 라인을 만들어준다든지, 주름 장식의 옷으로 몸매를 보완해준다. 화려한 옷보다는 실루엣이 과감한 옷을 고르자. 팬츠 역시 스트레이트 핏보다는 주름이나 볼륨이 있는 게 낫다. 청바지는 스키니한 것보다는 보이프렌드 핏처럼 낙낙한 스타일이 어울린다. 상의는 노출이 있는 것보다는 스트라이프 같은 프린트가 더해진 디자인으로 볼륨감을 더하자. 재킷 또한 헐렁한 소재보다는 어깨와 허리 라인이 잡혀 있는 것이 몸의 균형미를 살려준다. 아담한 키에 왜소한 체형 때로는 부족함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 법. 포켓이나 플리츠, 턴업(밑단을 접어 올리는 것), 러플, 프릴 같은 잡다한 장식을 피하라. 이런 장식은 옷의 라인을 살려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은 키를 더 부각시킨다. 정교하게 재단된 옷이나 피팅된 옷(배기 스타일은 절대 삼가자!)에 다리를 많이 드러낸 스타일은 당신을 보다 늘씬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만약 일자형 몸매에 아담한 키를 가졌다면 신발 선택도 중요하다. 3cm 정도의 굽을 가진 미드힐은 중년 패션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여자들이 미드힐을 신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하이힐이 주는 마법 같은 키 연장술이 없다는 점이죠. 이럴 때는 발가락 클리비지(발가락 사이의 골)가 드러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좋아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볼 수 있죠.”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의 충고만 따른다면 하이힐과 미니스커트가 내는 여성미와는 다른, 미드힐과 미디스커트 주는 우아한 중년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상체가 풍만한 역삼각형 또는 딸기형 몸매 넓은 어깨 또는 큰 가슴을 가진 딸기형 몸매는 상대적으로 하체가 왜소해 보인다. 이런 몸매에서 스타일의 추는 하의에 맞춰져야 한다. 풍성한 스커트나 와이드 팬츠는 필수 아이템. 여기에 화려한 컬러가 더해져도 괜찮다. 대신 딱 달라붙는 제깅스 스타일의 하의나 브이 넥, 퍼프소매, 터틀넥은 당신의 상체를 더 부각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어깨의 볼륨을 줄여줄 래글런이나 돌먼 슬리브의 상의에 하의는 반대로 볼륨을 살려줄 플레어나 플리츠스커트나 아웃포켓이 달린 넉넉한 핏의 바지를 스타일링하자. 아우터를 고를 때도 더블 브레스티드처럼 부피감이 있는 것보다는 칼라리스의 싱글 버튼을 고르면 몸매를 좀 더 보완할 수 있다.
- 2019-03-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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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긴다
- 요즘은 교복 자율화 실시로 학생들의 복장이 제각각이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팔바지에 생선 등처럼 주름을 세우거나, 목 칼라 주변에 호크 몇 개 더 달아 덜렁거리도록 해서 멋 좀 내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교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청바지, 티셔츠가 다였다. 심지어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복장처럼, 검은 교복 상의를 걸치고 다녔다. 그거 하나만 입으면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비싼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4년 동안 그러고 다니다가 취업을 하니 그때부터 양복이 정복이었다. 수십 년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녀야 했다. 넥타이는 정말 싫었다. 휴일에 경조사가 생겨 넥타이를 매야 할 때는 마치 누가 내 목을 끌고 가는 것 같았다. 은퇴를 하면서 넥타이의 압박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그마저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제2의 인생 설계 후 강의를 하게 됐는데 의무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됐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하게 입고 다니니 자유롭고 젊어 보이기까지 해서 좋았다. 내가 선호하는 건 진한 색깔의 옷들이다. 나이 들수록 밝게 입는 게 좋다고 해서 티셔츠만큼은 다양한 색상을 골라 입는다. 날씨에 따라 가벼운 조끼를 속에 입고 노타이 차림에 재킷을 걸치면 그만이다. 바지는 청바지도 좋고, 상황에 따라 언밸런스한 정장 바지도 잘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싶다. 어떤 옷은 편한 맛은 있지만 체격에 안 어울리고, 어떤 옷은 디자인은 좋은데 얼굴색과 잘 맞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내가 옆에서 코디를 해준다. 아내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잘 맞춰서 골라주는 옷을 입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하게 된 패션도 아내가 추천한 옷이다. 그 옷을 자주 입다 보니 이제는 내 전용 패션이 됐다. 패션 감각으로 따지면 나는 거의 문외한이다. 계절이 바뀔 때가 제일 부담스럽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고, 가을이 다 지나고 초겨울이 왔는데도 반소매를 입고 외출해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사람이 결혼 후 아내의 달달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무딘 감각이 점점 살아났다. 요즘 내 옷차림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모임에 나가 사람들에게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우쭐해진다. “어떻게 그렇게 젊어 보이냐? 비결이 뭐냐?”라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나이 들수록 옷을 정갈하게 잘 입어야 한다. 여든이 넘은 장모님은 병원에 갈 때면 항상 장롱에서 깨끗하고 좋은 옷을 꺼내 입으며 “잘 입고 가야지, 차림이 추레하면 간호사들도 우습게 봐” 하신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옷 잘 입는 비법이 하나 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그리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역시 당신의 패션 감각은 최고야!” 그러면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가정도 화목해진다. 자신에게 패션 감각이 있어도 옷 구매와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아내에게는 남편 꾸며주는 시간이 큰 기쁨 중 하나일 테니까….
- 2019-03-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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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 완장 떼고 당구로 뭉칩니다!
- 시니어 사이에서 당구의 인기를 논하는 것은 철 지난 유행 얘기를 꺼내는 것만큼이나 진부하다. 영화 속 폭력배들의 격투신 단골 장소였던 당구장도 옛 추억거리가 됐다. 맑은 공기 흐르고 신선 노니는 듯한 당구장 문화를 이끈 시니어들. 그래서 만나봤다. 다음(Daum) 카페 아름다운 60대의 ‘당구 동호회’. 큐대 끝에 파란 초크 삭삭 비비고 예리하게 공을 응시하는 동호회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션 쇼핑몰에 있는 너른 당구장 안. 이곳에서 정기모임을 하는 동호회들의 현수막이 천장 가까운 벽면마다 촘촘하게 붙어 있다. 동호회 이름만 살펴봐도 50대 이상 세대들의 당구 사랑이 짐작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우수 카페인 ‘아름다운 60대’에 속해 있는 ‘당구 동호회’도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아름다운 60대’는 말 그대로 60대 이상 연령대가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로 올해 18년째 운영되고 있다. 2만6000명에 가까운 회원이 띠별, 지역별, 취미별로 다시 뭉쳐 활동한다. 당구? 우리 세대에게 딱이다! 당구 동호회 등록 회원은 50명. 매주 25명에서 30명은 정기모임에 참여한다. 당구 동호회가 생겨난 지 올해로 10년째. 취미 모임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창단 멤버이자 ‘가을국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은희(70) 씨도 이날 모습을 보였다. 사진 모임의 전시회 준비로 바빠서 최근 당구 모임 참석이 뜸했다. “10년 전에 은평구 불광동에서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1년 정도 모임을 가졌다가 교통 좋은 종로3가로 장소를 옮겼고, 지금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는 특별하게도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초창기에 여자는 저랑 두세 명 정도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남자들만큼 당구 실력이 좋은 분들이 꽤 있어요. 여자가 많으니까 좋습니다. 당구 모임을 만든 이유는 이게 쉬워 보이지만 운동량이 꽤 되더라고요.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요. 치매 예방에도 좋겠더라고요.” 가만 보고 있자니 포켓볼(공을 큐대로 쳐서 당구대 사방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는 경기)을 치는 여자 회원이 없다. 다들 4구 당구를 치며 어울린다. 구력이 쌓이다 보면 단순히 공을 구멍에 넣는 재미보다 공이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내고 각도를 연구하는 4구 당구의 매력에 깊이 빠진단다. 숨은 고수들의 마스터클래스 소싯적 당구 천재부터 입문자들까지 누구든 당구에 관심이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보니 실력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를 할 때는 상급, 중급, 초급자들의 실력을 감안한다. 입문자는 무조건 당구지수 30으로 시작하고 중간 정도가 120~150 사이다. 여자 회원의 경우 80~100 정도면 좋은 실력이라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가끔 당구지수가 500인 분이 오면 그보다 아래 지수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훈수를 해주죠. 당구를 하다가 제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하고요. 힘을 어떻게 줘야 하고 각도 잡는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한 가지 수를 알면 거기서 파생되는 수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응용해서 쳐라 이거죠. 공 좀 칠 줄 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잘 치는 사람과 당구 대결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제가 200을 치는데 그런 분이 오시면 3, 4수는 따라붙을 수 있거든요.” 이날 모임 참여자 중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회원 두 명을 만났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홍수경(70) 씨. 당구지수 150으로 여성들 중 상위 등급이다. “150까지 올리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실력이 안 느는 거 같아요. 62세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땐 여자 회원들이 별로 없어서 다들 잘해주셨어요. 잘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당구는 절대적으로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스포츠예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안 되나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쫓아다니면서 그냥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한 2년, 3년 사이에 많이 늘었어요. 제가 지수가 100일 때 사위랑 처음 당구를 쳤어요. 그때 사위가 훈수도 두고 그랬는데 요즘은 치자고 하면 피해요. 아들은 저랑 당구는 안 치지만 우리 엄마 실력 좋다고 자랑한대요. 150 정도면 길도 알고 누구든지 상대할 수 있어요.(웃음)” 그다음으로는 당구지수 250인 홍창표(72) 씨를 만났다. 다른 남자 회원들이 젊을 때 좀 쳐봤다면 홍창표 씨는 정년퇴임 후 당구에 발을 들였다. “젊었다면 3년 정도 배워도 잘 쳤을 텐데 나이 먹어서 시작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퇴직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 식사하고 당구 치러 가더라고요. 가만히 하는 거 보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당구 잘 치는 친구한테 나도 좀 배우겠다고 했더니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를 추천해줬습니다.” 주로 동갑내기 친구들과 팀을 이뤄 당구를 치는 홍창표 씨는 현역 시절 국내 최초 전동차량 개발에 일조했다고. 1974년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하고 3년 뒤 우리 기술로 전동차량 개발에 성공했는데 그 당시 주역이라고 했다. 영광스런 현역 시절 모습을 내려놓고 이곳에 나와 재밌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첫째는 내 시간 즐겁게 보내려고 나와요.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반갑고요. 대단히 깊은 관계도 없고 거래도 없으니까 부딪히지도 않아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편해요. 이렇게 또 정이 쌓이는 거겠죠.” 당구로 시니어 대동단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들 자기 방식대로 당구를 치는 동호회원들. 안절부절못하며 몸서리를 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화 없이 공에만 집중하는 팀도 있다. 밖에 나가면 전직 경찰공무원, 군장성급, 사회 저명인사 등 이력들이 빵빵하지만 적어도 당구장에 나올 때만큼은 집에 완장을 놓고(?) 나온다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들어와서 잘난 척하면 스스로가 못 이겨서 나가요. 왕년에 못나간 사람 어디 있어요. 다 잘 나갔지요.(웃음)”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있다. “당구는 시니어를 위한 완벽한 운동”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나이가 들어 운동하기 힘든 사람한테 당구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젊었을 때 저거 칠십 넘어서 하면 좋겠는데 했는데 실감이 납니다. 지금 우리 나이에 서너 시간 집중하고 서 있고 걷는 게 적은 운동이 아니에요. 움직여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하고 공 겨냥하려면 허리도 숙여야죠. 큐대를 지속적으로 들고 있으려면 팔에 힘도 있어야죠. 계절에도 관계없고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할 수 있는 게 당구라 시니어에게 정말 적합한 운동이죠.” 이유 있는 당구 홀릭! 시니어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해방창구로 뜨는 곳 당구장이 아닐까? mini interview 베이비붐 세대는 당구로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아름다운 60대 모임의 ‘당구 동호회’ 김봉훈 방장 ‘돌곶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봉훈 방장은 다음카페 ‘아름다운 60대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걷기 모임과 소띠모임에서 오랜 시간 방장을 하다가 작년 말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올해 또 당구 동호회 방장 자리를 수락해야 했다. “당구 동호회 방장을 4년 동안 하셨던 분이 저보다 네 살 위 선배님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같은 해 12월에 심장수술을 하셨어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회원들의 편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한다. “별거 없어요.(웃음) 회원들이 오면 노란색 명찰에 이름을 써주고 간식 좀 챙기고 그런 거죠.” 워낙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도맡아왔다. “다들 뭘 좀 하자고 공지하면 일단 잘 뭉쳐요. 물론 행동이 좀 느리고 말이 많기도 하지만요. 그게 우리 시니어 모습이잖아요.” 당구지수 200이라는 김봉훈 방장도 어린 시절의 당구장 분위기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때는 당구장 가면 불량배 취급했습니다. 정학 또는 퇴학도 당할 정도였죠. 근데 대학교 들어갔더니 선배들이 당구장부터 데리고 가는 거예요. 거기서 담배 배우고 술 배우고. 뭔가 젊은 혈기로 한판 노는 장소였어요. 그때까지도 당구장 하면 좀 안 좋게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정식 스포츠로 받아들여질지 정말 몰랐죠. 그 뒤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먹고살기 바빠지면서 당구와 멀어졌죠.”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하고 자기 취미 한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사회에서 은퇴한 시니어들. 각종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당구를 치던 기억들이 각자 하나둘 씩 남아 있었다. “모여서 경기를 해보니 재미있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또래들이 어울리니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도 있어요. 당구는 그렇게 기억력도 살려주는 것 같아요. 마음과 세월 나이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우리 세대에게 당구가 나이를 잊고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이 된 겁니다. 어릴 때 당구를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배우는 이유입니다. 어울리려고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당구에 입문하는 건 향수 때문입니다.” 김봉훈 방장도 1970년대의 산업 현장을 누비며 살아왔다. 당구 치고 난 다음의 뒤풀이 자리는 젊은 시절 이야기로 떠들썩하고 흥겹기 그지없다. 모두들 현역 시절 사연 많은 사람들이지만 다 잊고 그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참으로 따뜻하다. “인간 사이에도 구도가 있어요. 거기서 우러나오는 냄새와 스토리도 있고요. 나이 드는 재미를 당구 모임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장소협찬 헬로APM당구클럽
- 2019-03-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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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폼 패션이 ‘뉴트로’다
- 리폼 패션은 오랫동안 지켜온 나만의 스타일이며 이제 생활화됐다. 생각해보니 50대 때부터 그랬던 듯싶다. 누가 봐도 내 외모는 기본 체격에 못 미친다. 그런데 모임에 나가면 의외로 “그 옷 어디서 샀어? 패션 감각이 남다르군”, “너 옷 좀 입을 줄 아네” 하며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스스로를 너무 잘 안다. 표준 체형이 아니다 보니 기성복보다는 리폼한 옷이 더 잘 맞는다. 이런 이유로 리폼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리폼 패션의 보물창고는 내가 자주 가는 벼룩시장에 있다. 그곳과의 인연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기 전 청계 6~8가 도로변을 따라 옛 동대문운동장(지금의 DDP) 자리에까지 형성되었던 벼룩시장은 공사 후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시장으로 입점하지 못한 상인들이 함께 자리를 잡아 만든 시장이 바로 숭인동 동묘 부근 벼룩시장이다. 일명 구제시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호선, 6호선 동묘역에서 내리면 되고, 연중무휴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에서 해질 무렵까지다. 이곳에 나오는 물건들을 다 소개하려면 지면이 부족할 만큼 볼거리, 입을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오후 2시에서 두세 시간이 골든타임이다. 지금은 유명 연예인들도 찾는 시장이 되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얼마 전엔 P 연예인이 다녀간 후 찾는 이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벼룩시장에서 득템을 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또 혼자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게 좋다. 나는 딸과 함께 10여 년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 맘에 드는 옷을 싸게 잘 사려면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착용해야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요령이다. 가격을 묻지 않은 채 입어본 후 맘에 들어 하면 주인이 부르는 가격을 다 주고 사야 한다. 리폼 패션의 세계로 들어오려면 벼룩시장에서 산 옷을 수선할 수 있는 단골집이 있어야 한다. 나는 체격 면에서 불리해 상의는 목둘레와 어깨넓이, 하의는 허리만 맞으면 된다. 나머지는 수선으로 해결한다. 드라이크리닝도 필수다. 중고품의 정의는 뭘까. 새 옷을 구매한 후 라벨 또는 가격표를 떼거나 가격을 지불한 뒤 입으면 바로 중고품이 된다. 나는 레트로(retro)에서 뉴트로(new+retro)가 된 패션이 우리 시니어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2019-02-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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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 ‘멋진’ 기네스를 마저 알아야겠어”
- 맥주라곤 하이트, 카스만 알던 시절, 난생처음 맛본 흑맥주의 맛은 충격적이었다. ‘간장 향’, ‘한약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강렬했던 맛이 잊히지 않듯 흑맥주의 매력은 입안에서 계속 맴도는 풍미에 있다. 영화 ‘킹스맨’을 본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기네스(Guinness)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The Secret Service), 2015 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사무엘 L. 잭슨 등 ‘콜린 퍼스의 수트 포르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영화 속 콜린 퍼스는 수트를 입고 우산 하나로 악당을 처치하며 수트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러한 ‘킹스맨’의 독보적인 스타일링은 턴불&아서 셔츠, 드레이크 넥타이, 스웨인 아데니 브릭의 여행 가방, 브레몽 시계, 조지 클레버리 구두 등 전 세계 소수만 사용하는 명품 브랜드의 참여로 완성됐다. 신사의 나라 영국의 영화답게 젠틀맨 스파이 ‘킹스맨’의 작전 기지 또한 영국 새빌로에 있는 맞춤 양복점. 킹스맨 요원이 수제 양복으로 스타일을 자랑했다면 악당은 힙합 요소가 들어간 패션을 선보인다. ‘007’, ‘본’, ‘미션임파서블’ 등 스파이 영화에서 술이 빠지지 않듯 ‘킹스맨’에서도 다양한 술이 등장한다. 특히 해리(콜린 퍼스 역)가 ‘멋진(lovely)’이라고 표현한 아일랜드 대표 맥주 ‘기네스’는 킹스맨 최고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가 탄생한 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다.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고 있던 해리는 그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무리에게 “난 이 멋진 기네스를 마저 마셔야겠다”고 말하며 물러가기를 요청하지만,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떠나는가 싶더니 가게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이들을 차례차례 때려눕힌다. 이 장면의 화룡점정은 마지막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가 남은 기네스를 마저 비우는 그의 모습이다. 기네스의 풍미와 부드러움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장면은 통쾌함에 갈증이 해소되면서도 해리처럼 당장 기네스를 한잔 비우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기네스를 한 번이라도 마셔봤다면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해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맥주계의 젠틀맨, 기네스 하루에 약 1000만 잔 이상 소비되는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다. 하지만 청량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첫맛에 당황할 수 있다. 탄산이 강한 다른 맥주와 달리 기네스는 청량감이 거의 없다. 우리가 기네스 광고를 볼 때 부드러운 느낌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네스 특유의 부드러운 풍미와 거품의 비결은 바로 질소를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1959년 기네스는 맥주 안에 질소를 넣어 이산화탄소가 담긴 다른 맥주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 속 해리가 샴페인, 위스키, 칵테일이 아닌 맥주 기네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리 역을 맡은 콜린 퍼스가 아일랜드 출신 배우이기 때문에’,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등 많은 추측이 있지만 확실한 건 영화가 끝나도 계속 생각나는 콜린 퍼스처럼 기네스도 한 번 맞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9000년 임대 계약 체결 기네스 창립자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는 175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폐기된 양조장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를 매년 45파운드(약 6만5000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9000년간 임대하는, 역사상 가장 독특한 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60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8740년이 더 남은 셈. 현재 기네스 양조장이 있는 더블린은 아일랜드 최고 관광 코스 중 하나다. 캔 속 작은 공의 정체 다른 캔맥주와는 달리 기네스 캔맥주에는 특별한 ‘무엇’이 들어 있다. 캔을 흔들었을 때 딸랑딸랑하면서 움직이는 이 물체의 이름은 ‘위젯(widget)’. 1991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술 진보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발명품은 기네스 특유의 부드러운 거품층을 생성시킨다. 간단히 설명하면 캔을 땄을 때 압력 차로 인해 플라스틱 공(위젯)에 들어 있던 질소가 빠지면서 맥주와 섞여 부드러운 거품을 일으키는 원리다. 따라서 기네스 캔에 든 물체는 이물질이 아니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기네스와 기네스북의 관계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네스북’은 기네스와 관련이 있다. 기네스 양조회사의 상무이사였던 휴 비버(Hugh Beaver)는 어느 날 어떤 새가 가장 빠른가에 대해 사람들과 논쟁을 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세계 최고 기록들을 모은 책을 구상하게 됐다. 그 후 약 1년간의 조사 끝에 1955년 기네스의 이름을 딴 ‘기네스 북 오브 레코드(The Guinness Book of Records)’ 초판본이 출간됐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0년부터 ‘기네스 월드 레코드(Guinness World Records )’라는 제명으로 바뀌었고, 2001년 기네스는 기네스북 판권을 다른 회사에 넘겼다. 아일랜드보다 더 아일랜드다운 기네스 기네스 엠블럼으로 사용되고 있는 하프 문양은 1862년부터 현재까지 총 여섯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1922년 아일랜드 정부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악기인 하프를 엠블럼으로 사용하려고 신청했지만 거절됐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1876년 기네스 사가 먼저 하프를 트레이드마크로 등록을 했기 때문. 결국 기네스보다 한발 늦은 아일랜드 정부는 하프를 엠블럼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네스 엠블럼과는 다른, 좌우 위치가 바뀐 하프 문양을 쓸 수밖에 없었다.
- 2019-02-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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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킹핑크 재킷 입고 만날 ‘봄’
- 한때 유행에 따라 옷을 갖춰 입고 멋쟁이 소리를 듣고 살았다. 미니스커트가 유행일 땐 단속에 걸려 명동파출소에 잡혀가기도 했고 미디와 맥시가 한창일 때는 치렁대는 긴 치마를 좋아했고, 거리를 다 쓸고 다닐 정도로 나팔바지의 유행을 따랐던 적도 있다. 옷을 고르는 내 기준은 단연 색상이다.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좋아하지 않는 누런 색 계통의 옷은 절대 사지 않았다. 젊을 때부터 튀는 옷차림이 좋았다. 요즘은 아찔한 탱크톱 옷차림도 아무렇지 않게 봐주는 시대이지만, 예전엔 끈 달린 원피스도 못 입고 다닐 정도로 사람들 시선이 보수적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 나는 양장점에 가서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맞춰 입었다. 그중에는 어깨를 과감히 드러내는 원피스도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여학생들이 집에서 멀쩡한 교복 차림으로 나와 밖에서 아찔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혀를 끌끌 차다가 내 생각에 웃고 만다. 나도 부모님 눈을 피해 좋아하는 옷을 입고 몰래 외출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깨를 훤히 드러낸 차림으로 외출하긴 어려워 레이스 볼레로 정도는 걸치고 나갔다. 물론 친구들과 어울릴 땐 용감하게 벗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용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지난가을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갔다. 내 맘에 딱 드는 의상을 집어 들자 친구들이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나이 들수록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는다는 통계도 있지만, 나는 젊을 때부터 고운 색을 좋아했다. 쇼킹핑크라 불리는 재킷을 들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상당히 튀는 옷을 입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대놓고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냐면서 다들 수군댔다. 나도 처음엔 놀랐지만 자주 만나면서 친구의 패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됐고 내 스타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도 디자인이나 색상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옷들을 입고 다녔으니 뒤에서 그런 말들을 꽤 해대지 않았을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스타일이 좋다. 그래도 그날의 화려한 핑크 재킷에 대한 친구들의 시선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다. 젊을 땐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좋아하는 옷을 입었지만, 나이가 드니 남의 눈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이 나이에는 그저 욕먹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옷차림이 좋은데 나는 왜 또 튀는 색상의 옷을 샀을까 슬쩍 후회도 했지만 금세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봐?’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침 같은 색상의 핸드백까지 있어 금상첨화라 여기며 벌써부터 하의 코디할 생각에 즐겁다. 발목까지 오는 흰 바지에 작년에 장만한 멋진 부츠를 신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꽃피는 봄이 오면 누가 뭐라 하든 잘 차려입고 외출하려 한다. 그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날들이 행복하기만 하다.
- 2019-02-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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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이여, 스카프를 두르자
- 한창 댄스스포츠를 즐길 때 파티가 있는 날이면 양복 대신 턱시도를 입고 나갔다. 격식을 차려보자는 의미였다. 턱시도를 입을 때는 나비넥타이를 맸다. 검정색, 흰색 나비넥타이가 대부분인데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호텔 종업원이나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나비넥타이를 매는 게 어색했다. 그러나 자꾸 매다 보니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개성 있어 보여 좋았다. 강연이나 파티 등 특별한 자리에 나갈 때는 나비넥타이를 즐겼다. 작은 차이이지만 패션 감각이 남달라 보였다. 그 뒤 남자 패션은 목이 포인트라는 걸 알게 됐다. 그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아이템이 스카프다. 역시 포인트는 목이다. 나는 땡땡이 무늬 스카프를 선호한다. 컬러는 검정색이나 회색 등 무난한 것을 고른다. 비스코스 소재로 만든 얇은 스카프를 하고 나가면 “그거 여자 거 아녜요?” 하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남자가 스카프를 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멋을 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 스타일대로 하고 다녀야 한다. 네팔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갔을 때도 스카프를 했다. 스카프는 스타일리시한 멋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보온성도 있다. 목을 감싸는 넥워머 위에 스카프를 한 번 더 두르면 패션 감각이 돋보인다. 먼지가 앞을 가릴 정도로 혼탁한 카트만두 시내를 관광할 때는 스카프가 마스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2019-02-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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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쟁이가 되려면 ‘TPO’를 지키자
- 곧 3월이다.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툭툭 터지기 시작하면 사람들 옷차림이 가벼워질 것이다. 간절기에는 아침저녁 온도 차이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 특히 겉옷을 벗었을 때를 대비해 블라우스나 티셔츠의 소재와 색깔을 잘 맞춰야 한다. 봄에는 가벼운 소재에 파스텔 색조의 옷이 잘 어울린다. 진정한 패셔니스타가 되려면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패션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옷을 더 품위 있게 입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색깔만 고집하면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다. 또 무조건 비싼 옷보다는 체형과 나이에 맞는 옷을 입는 게 보기에 좋다. 의상과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화려한 액세서리는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핸드백, 구두, 소품의 색깔은 두 가지 정도로 맞추는 게 세련되고 단정해 보인다.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으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백화점 등에 가서 트렌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옷장에 걸려 있는 옷을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코디할 수 있다. 남성 패션에서도 TPO가 역시 중요하다. 잘 차려입어도 가방이나 구두, 넥타이가 안 어울리면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향수를 사용할 줄 아는 남성이야말로 진정한 패셔니스타다.
- 2019-02-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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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시크의 시대
- 200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독특한 전시가 열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패션 아이콘인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의 옷장을 소재로 한 전시였다. 당시 아펠의 나이는 83세였다. 그녀의 옷장에는 1960년대의 파리 패션을 대표하는 주요 의상은 물론, 터키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사 모은 다양한 색감의 의상과 티베트 지역의 보석이 가득했다. 세상을 향한 한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이 녹아 있는 저장고가 인간의 옷장임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녀의 옷장(Wardrobe)은 이후 수많은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6년 랄프 로렌의 홈 컬렉션은 아펠의 직물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고,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M·A·C은 2012년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컬러를 이용해 색조 제품을 내놓았다. 현재 아펠은 9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패션계를 매혹하고 있다. 최근 시니어 모델이 매체를 장악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시니어 패션 블로거와 스타일리스트들이 연일 패션쇼의 앞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의 백발이 성성한 모델들이 패션을 비롯한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의 핵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멋 내기 딱 좋은 나이 패션 역사에서 젊은 여성 모델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다. 그 이전만 해도 파리의 오트 쿠튀르의 디자이너들은 젊은 모델을 고집하지 않았다. 발렌시아가도 기혼의 중년 여성을 주로 기용했고, 이브 생 로랑도 다르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일수록 ‘나이’라는 요소보다 영원한 여성성과 인간의 아름다움에 더 가치를 부여했다. 하지만 1960년대, 청년문화의 등장과 함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공격하며 자신의 미감을 자신 있게 드러냈다. 부모들에게 물려받은 풍족한 경제력도 원인이었다. 당시 소비의 주요 계층은 청년이었다. 이후 패션계는 젊음의 활력과 아름다움을 미의 원천으로 둔갑시켰고, 소비재 산업도 이에 호응했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나이대의 예법과 문화, 가치관을 쉽게 접하면서 ‘자신의 나이’에 대해 생각하던 기존의 틀을 깨기 시작했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사회적 성숙을 이룬 세대가 패션시장 전면의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노년 세대의 스타일, 시니어 시크(Senior Chic)에 대한 열망도 한층 커가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아이리스 아펠은 뉴스 인터뷰에서 “늙어간다는 거, 그게 확 드러나는 게 언제일까요? 그건 옷을 젊어 보이게 입으려고 혈안이 될 때예요”라고 말했다. 노년은 그 자체로 찬미의 대상이다. 노년을 상징하는 주름은 생의 훈장과 같은 것이라며 더 이상 생물학적 시계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노래 가사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더 이상 아픈 몸을 구석구석 눌러가며 푸념조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미국의 패션 매거진 ‘얼루어(Allure)’는 더 이상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안티에이징이란 단어가 노화(aging)를 무의식중에 우리가 싸워내야 하는 삶의 조건처럼 만든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노년을 다루는 언어부터 성찰할 필요가 있다. 언어부터 노년을 부끄럽게 만들면, 그 언어를 쓰며 우리는 자연스레 노년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갖게 된다. 노년은 우리 스스로 의미를 복원하고, 창조하는 시기여야 한다. ‘시니어 시크’를 위한 원칙 패션은 노년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있다. 옷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과 같은 우리의 외양을 창조하는 도구는 살아온 생의 서사를 쓰는 장치다. 노년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정과 결과물을 숙성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의미를 추출할 수 있는 시기다. 노년의 패션 스타일링은 젊은 날의 방식과 다른 신중함과 관점이 요구된다.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내적인 자신감이 밖으로 표출돼야 한다. 옷태라는 단어에서 태(態)란 한자가 ‘내 마음이 막힘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변화하는 신체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지나치게 넉넉한 실루엣의 옷을 입는 일도 피해야 한다. 시니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다. 패션은 노년의 몸을 ‘못나고 늘어진 어떤 상태’로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검열을 통해 그 늪에 빠질 뿐이다. 패션의 매혹은 감춤이 아닌, 여전히 아름다운 신체의 부분으로 타인의 시선을 모으는 데서 나온다. 항상 피팅이 된 옷을 골라야 한다. 당신이 축적해온 선별력 있는 눈을 옷을 고르는 데 써야 한다. 우아함의 어원이 ‘심혈을 기울여서 선택한다’는 단어에서 왔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 당장 옷장에서 오래된 옷들을 버리고, 가장 단순한 선과 중성색(화이트, 블랙, 베이지)으로 된 기본 품목으로만 채운다. 이러한 원칙부터 끈덕지게 지켜보자. 참조할 수 있는 모델이 있냐고 묻는 분이 많다. SNS를 켜고 ‘#AGELESS’라는 표제어를 넣어보라. 멋진 노년을 함께하자며 자신의 스타일을 공유하는 수많은 이가 당신을 기다린다. 그들을 보며 외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멋 내기 딱 좋은 나이!”라고.
- 2019-02-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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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옷은 모든 문을 연다”
- 평소 편하고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겨 입는다. 본래 스타일도 그렇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삐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라 일하기 편한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 격식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하는 날이면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편한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한 ‘패션人스타’에도 지원할 정도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예전부터 예쁘고 잘생긴 사람보다 스타일이 멋진 사람을 좋아했다. 비싸고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멋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남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옷차림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남편은 짙은 와인색 바탕에 커다란 흑장미가 군데군데 그려진 올이 굵은 카디건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멋스럽게 색이 빠진 리바이스 청바지에 검은색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흑장미가 그려진 스웨터는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 그것으로 남편의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었고, 적당히 마른 체형에 귀밑까지 자란 생머리가 찰랑거리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남편을 두 번째 만난 날, 내 환상은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광화문의 작은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황토색 코르덴바지에 밤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알고 보니 첫 만남 때 입었던 와인색 카디건 스웨터는 시어머니 옷이었다. 사이즈가 커서 자주 안 입던 멋쟁이 시어머니 스웨터가 키 크고 마른 체형의 남편에게 잘 어울려 그날 입고 나온 것. 남편은 옷차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운명처럼 그날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던 것이다. 미국의 패션 전문기자 ‘토비 피셔 미르킨’은 자신의 저서 ‘패션 속으로’에서 “패션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이해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옷은 그 사람의 진지함과 유머 감각, 창의성과 성적 본능을 모두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단 내 경우가 아니어도 잘 차려입은 옷은 첫인상을 강력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말이다. 생김새를 떠나 멋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를 갖춘 단정한 옷을 입고, 편한 친구들 혹은 지인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유로운 차림을 한다. 일상에서 패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 말이 있다. “훌륭한 옷은 모든 문을 연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역사가, 작가인 ‘토머스 풀러’가 한 말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 2019-02-26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