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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지에서 생긴 일] 바다에서 죽을 뻔 했던 사연
- 여름휴가철이 돌아오면 대개는 낭만적인 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건 하나가 툭 하고 마음에서 일어난다. 지금부터 43년 전 일이나 필자 ‘기억의 창고’에서는 조금도 스러지지 않은 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대학 3학년 때 일이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느라 학교생활은 늘 따분했다. 대학 캠퍼스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고, 사회는 우리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빈번하게 이어지는 데모와 휴교는 더욱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으로 기억난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 여름방학에 경포대로 가기로 했다. 말이 나온 후부터 이미 마음은 바다로 가 있었다. 당시 필자가 탄 기차는 정말 느렸다. 그래도 동해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바다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확 펴지는 듯한 해방감이 들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대천에는 두어 번 갔지만 바닷물 색깔부터 달랐다. 한참을 눈으로 감상하다가 환상적 물색깔이 보내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물로 들어갔다. 세 명의 친구가 모두 수영할 줄 몰랐기에 유끼(물 위에 뜨는 돗자리 같은 것)을 띄우고 그 위에 올라앉아 한껏 기분 좋게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유끼가 뒤집어졌다.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다. 셋은 각자 영문도 모른 채 물 밖으로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그러나 아무리 발을 흔들어 봐도 발에 걸리는 것은 까마득한 물뿐이었다. 계속 허우적대며 실오기라도 잡으려는 노력은 허사였다. 이제는 기운도 빠지고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순간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유끼였다. 버둥대며 간신히 그 위에 올라앉은 순간 다른 친구 한 명이 이미 그 위에 누워 눈도 뜨지 못했다. 그리고 곧 이어 다른 친구도 올라왔다. 지쳐서 말할 힘도 없었다. 알고 보니 장난을 쳤던 사람이 필자 일행이 모두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걸 보고 겁이 났던 모양이다. 유끼를 필자 일행이 허둥대는 곳으로 밀어놓고 모두 올라온 후 백사장 가까이 끌어다 놓고는 어디론가 도망갔다. 같이 갔던 일행 중 다른 두 명은 설악산으로 가려던 계획이어서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고 백사장에서 바다를 보며 얘기하는 것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친구들도 처음에는 우리가 장난하는 줄만 알았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다 여겨 바다 가까이로 왔는데 그제서야 사태를 알게 됐다. 그날 셋은 병이 나서 밤새 고생하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왔다. 피서.. 바다.. 가슴 부풀게 하는 이 단어가 한순간에 지옥 같은 기억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장난질에 죽음을 생각하는 데까지 갔었다.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고, 항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마음에 쌓인 두려운 기억만 남았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연못에 있던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사건이었다.
- 2016-05-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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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함께 2] 손주 손잡고 떠나는 싱그러운 숲속체험
- 충청도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데다 바다와 산 계곡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다. 그중에서 금강자연휴양림은 금강 젖줄에 자리 잡아 탁 트인 풍경과 아기자기한 골짜기가 어우러져 다양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 귀여운 손자손녀들과 금강자연휴양림에서 싱그러운 숲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 빠져 다시 당진-대전고속도로 상주 방면으로 길을 틀었다.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공주시 반포면. 충남의 긴 젖줄인 금강이 흐르고 군데군데 울창한 자연습지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황새나 왜가리, 가마우지,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사시사철 이들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지만 4대강 공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쉽게도 이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금강에 가로놓인 빨간 아치 모양의 불티교를 건너면 충남산림환경연구소 간판을 단 금강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충청도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해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는 이곳을 생소하게 여기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원목 펜션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산림박물관, 동물원을 비롯해 수백 가지 희귀한 식물을 전시하고 있는 열대 온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계곡 수영장과 야영 캠프장 등 자연을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당일치기 여행보다 주말을 이용해 숙박하는 것이 금강자연휴양림을 구경하기에 여러모로 좋다. ◇ 100명이 먹어도 남는다는 잭후르츠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62ha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수목원이 나온다. 휴양림과 별도로 주소를 가지고 있을 만큼 광활한 넓이의 수목원은 17개의 전시수목원과 7개의 전문수목원으로 꾸며져 있다. 활엽수, 침엽수, 약용수, 야생화 등과 함께 가을에 찾으면 붉은색으로 갈아입은 울창한 단풍나무 숲이 관람객들을 맞는다니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월 중순께 이곳을 다시 찾아도 좋을 듯하다. 수목원 한가운데에는 충남산림환경연구소가 자랑하는 첫 번째 보물인 열대온실이 나온다. 마치 유리로 만든 궁전인 듯 둥근 돔의 모양을 띠고 있는 열대 온실에는 전 세계에서 자생하는 5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부처님이 득도하셨다는 인도 보리수나무와 성경에 등장하는 올리브나무, 인류 최초로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인 이집트의 파피루스 등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문화식물원은 인류사에 깊은 의미가 담긴 스토리텔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 제격이다. 바로 옆 열대화원에는 하와이언 훌라댄서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지닌 적도지방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전통의상의 재료이자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 꽃다발인 플루메리아 등 열대지방 특유의 컬러풀함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열대과수원에도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과일 한 개의 무게가 자그마치 50kg에 달하는 잭프루트는 100여 명이 둘러앉아야만 열매 하나를 간신히 해치울 수 있다. 열대지역에서 식량 대용으로 쓰이는 빵나무는 고구마 맛이 나며, 체리모야,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등 열대 과수들의 달콤한 향기가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열대온실 바로 위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산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제 양식을 따라 지붕의 귀솟음과 기둥의 배흘림을 반영한 산림박물관은 6개의 테마별 전시실을 비롯해 시청각실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올 때쯤이면 당신도 이미 나무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엘리트 체험코스를 갖추고 있으니 산림박물관에 들어올 때는 필기도구를 꼭 준비하자. ◇ 숲길 걸으며 듣는 생생한 자연학습프로그램 금강자연휴양림이 유명해진 이유는 비단 큰 규모만이 아니다. 숲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양질의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용객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고 한다. 숲체험은 동절기를 뺀 3~11월 내내 휴무 없이 계속된다. 단 추석연휴에는 숲체험을 하지 않으니 잊지 말고 체크할 것. 숲체험은 자연학습프로그램과 숲해설로 구분된다. 자연학습프로그램은 8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위한 유아숲체험교실, 초중고생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휴양림 숲교실,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의 숲교실, 일반인과 숲속의집 이용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명상의 숲교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개별 탐방객을 대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이 1일 3회씩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여름이 가기 전에 숲이 선사하는 싱그러움을 만끽해보자. ◇ 숲을 연주하는 동물들의 교향곡 금강자연휴양림에는 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마을은 동물의 관람 및 생태 관찰, 특히 어린이들의 생태학습과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수류와 조류로 구분하고 있다.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는 거대한 발톱과 부리만 봐도 두려움이 생긴다. 연못을 자유롭게 노니는 오리 떼는 원앙과 백조와 함께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두 발로 걷다가도 먹이를 한 손에 들고 그루터기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는 일본원숭이는 꾀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이내 달려와 함께 눈을 맞추며 대화라도 하자는 듯 팔을 내밀기도 한다. 울타리가 쳐진 넓은 들판에서 사는 꽃사슴은 자태가 우아하고 수줍음이 많다.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이내 먼 곳으로 뛰어가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사슴에 비해 키는 작아도 씩씩한 염소와 양떼가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울타리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귀염둥이 토끼는 소리가 나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을 발견하곤 굴 안으로 숨기에 바쁘다. 수목원, 박물관, 동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체험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만다. 이제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릴 차례다. 숙박시설은 잣나무, 벚나무, 잎갈나무 등 다양한 목재로 지어져 있다. 나무를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황토, 자갈 등으로 만들어져 아늑한 분위기 속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크기는 작게는 6명부터 30명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하게 꾸며져 여행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할 수 있다. 펜션 내부에는 기본적인 취사 및 취침 시설이 구비돼 있으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전 문의 후 여행일정을 잡아보자. 주말에 이용하려면 가급적 2~3주 전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9~10월 간절기를 대비해 두툼한 옷을 꼭 챙겨가도록 하자. ◇ 금강자연유양림(충남산림환경연구소) 홈페이지 www.keumkang.go.kr 문의 041-635-7400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산림박물관 길 110 숲해설 시간 1일 3회(10:30~11:30, 13:30~14:30, 15:00~16:00) ※추석 연휴엔 휴관하며, 숲속의 집 펜션과 야영장 숙박, 자연학습 및 숲해설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예약 가능 ◇ 금강자연휴양림 주변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 석장리박물관 금강을 따라 발달한 선사시대 주거촌의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구석기와 신석기시대 위주로 선사문화의 이해를 돕도록 체계적인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홈페이지 www.sjn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금벽로 990(석장리동) 관람시간 09:00~18:00 문의 041-840-8924 - 국립공주박물관 화려하고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알아볼 수 있는 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실, 충남 고대문화실, 야외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2004년 개관, 효과적인 체험을 위한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 gongju.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관광단지길 34(웅진동 360) 문의 041-850-6300 - 무령왕릉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무령왕릉은 한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필수 체험 코스. 위치 충남 공주시 송산리 일대 >>>글 임도현 프리랜서 veritas11@empas.com 사진 김남헌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 2015-10-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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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L 칼럼] 청춘에 대하여
- 먼저, 한자를 이용한 측자(測字) 파자(破字) 수수께끼부터 풀어봅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한자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답은 壬子(임자)입니다. 壬을 파자하면 千一이 됩니다. 子는 한밤중[夜]인데 1001일 동안 밤에 이야기하면 곧 千一夜話(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가 되지요. 톨스토이의 ‘부활’은 復活이 아니라 甦(소)라고 쓰면 더 재미있습니다. 한 글자에 갱생(更生)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잠이 깨다, 다시 살아나다, 이런 뜻이 있는 글자입니다. 이번엔 거꾸로 물어, 四季如春(사계여춘)이 무슨 말일까요? 1년은 네 계절[四季]로 되어 있고 봄은 새싹이 푸르게[靑] 자라는 계절인데 늘 봄과 같다니 얼마나 좋을까? 사계여춘은 청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늘봄이라고 아호를 지은 분도 있던데, 그만큼 청춘은 소중하고 값진 것입니다. 청춘이라면 생각나는 게 소설가 우보(牛步) 민태원(閔泰瑗·1894~1935)의 ‘청춘예찬’입니다. 이 글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헌사였습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우보는 청춘이 갖춰야 할 것은 끓는 피와도 같은 열정이라고 했습니다. 시인 고은은 이 글을 읽었을 때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듣고, 그 어떤 바윗덩이도 굴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힘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은 청춘의 열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며 청춘과 사랑 자체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청춘에 대한 생각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청춘은 아름다워라’, 이 제목에 다 들어 있습니다. 청춘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아리고 아쉬운 것입니다. 청춘이라는 말을 들으면 joyful이라는 영어단어가 늘 생각납니다. ‘기뻐하는, 즐거움을 주는’ 이런 뜻인데 젊음의 낭만과 장난, 유희, 용서될 수 있는 실수라는 의미도 함께 갖춘 말처럼 느껴집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세 번째 곡은 ‘청춘에 대하여’(Von der Jugend)입니다. 말러가 ‘편안하고 명랑하게’ 부르라고 한 이 곡은 어느 한가로운 날 작은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에서 잡담하는 젊은이들을 묘사한 시를 가볍고 산뜻한 악상으로 들려줍니다. 늘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고 ‘어느 갠 날 아침 갑자기’ 온몸을 바칠 만한 사랑이 올 것 같은 예감과 충동 속에 약동하는 청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청춘을 잃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잃거나 생명을 잃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단가 ‘사철가’를 봅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이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 데 있나.” 이 노래는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늙어진 계수나무 그 끄트머리에다 대란 매달아놓고, 무법도식하는 놈과 부모 불효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앉아 한잔 더 묵소, 덜 묵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라고 끝납니다. 청춘은 다시 오기 어려우니 즐겁게 마시며 놀아야 할 시기입니다.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 청춘이라니 그대로 있을 수 없지요. 중국에는 무슨 무슨 춘이라는 술이 많습니다. 당나라 시대에 마신 술을 꼽아보면 대춘(大春) 석동춘(石東春) 부영춘(富永春) 약하춘(若下春) 죽엽춘(竹葉春) 이화춘(梨花春) 등 많기도 합니다. 이 술을 마시면 젊어진다, 젊음이 유지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청춘을 버린다는 뜻인 포청춘(?靑春)은 역설적으로 청춘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술의 대명사입니다. 고산 윤선도는 “산골에 갇힌 뒤부터/길고 긴 한낮이 늘 지겹구나/포춘을 무슨 수로 이어갈까/근매의 옛 다짐이 부끄럽네”[自我囚山後 常嫌白日遲 抛春何計繼 勤買愧前期]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여기 나온 포춘이 곧 포청춘입니다. 勤買는 부지런히 술을 사서 마신다는 뜻으로 당송 팔대가 중 하나인 한유(韓愈)의 시 ‘감춘’(感春)에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석양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는 노래대로 다시 못 올 청춘을 술로 배웅하며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고 해본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내 것이었던 것, 그러나 이제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젊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모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청춘과의 작별은 아쉽고 슬픈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살이의 여덟 가지 흥취’[遷居八趣]라는 시에서 “실버들 천 가지 만 가지/가지마다 모두 청춘/그 가지들 봄비에 젖으면/가지가지 사람 괴롭게 하네”[楊柳千萬絲 絲絲得靑春 絲絲霑好雨 絲絲惱殺人]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은 여덟 가지 흥취 중 맨 마지막 ‘버들을 찾는 것’[隨柳]인데, 반복되는 말 絲絲(사사)에 청청한 버드나무와 자신을 비교하는 다산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 ‘병원’에는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윤동주가 만난 그 의사가 그런지 몰라도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의 병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 병을 겪었고, 어떤 형태로든 이기고 살아 오늘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젊은이들이야말로 나이든 이들의 병을 모릅니다. 나는 1973년 신문사 입사시험을 칠 때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연년세세화상사 세세연년인부동)을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사람은 매년 달라져 가는구나’라고 풀었습니다. 해석문제는 풀었지만 그 문제를 낸 사람의 마음은 알지 못했습니다. 청춘은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바탕이며 원천입니다. 자신의 청춘은 물론 남의 청춘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입니다. 아울러 지금 청춘들의 처지와 고통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춘이 힘겹지 않은 적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지만 요즘 청춘은 특히 가엾기 그지없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겠습니까? 1910년 5월 29일에 태어나 2007년 5월 25일에 타계한 금아(琴兒) 피천득선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라고 썼습니다. 왜 하필 스물한 살일까? 사랑의 고통 때문에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가서 모래밭에 몇 자 써놓은 뒤 죽지 않고 돌아온 나이가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금아는 ‘밝고 맑고 순결한 5월은 지금 가고 있다’고 썼지만, 나는 ‘밝고 맑고 순결한 청춘의 달 5월이 왔다’라고 글을 맺겠습니다.
- 2015-04-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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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LTH FOOD] 궁중보양식(宮中保養食) 제대로 알고 먹자
- 해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다양한 피서법을 즐기겠지만, 대부분 더위에 지친 몸에 영양을 공급하면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보양식을 찾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궁중에 왕은 어떤 보양식을 즐겨 먹었을까? 한나라의 지존(至尊)인 왕은 일반 백성들과는 차별화된 음식을 먹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먹을거리 재료가 풍부한 요즘, 비록 왕의 신분은 아니더라도 왕이 먹던 음식 정도야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궁중보양식’을 찾게 된다. 조선시대 대표 궁중보양식으로는 ‘타락죽’이고,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임자수탕’이 아닐까 한다. 논점이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필자가 궁중보양식 관련 자료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한 학자(學者)의 잘못된 기록이 우리 식문화에 엄청난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양학’ ‘조리학’ ‘식품가공학’ 등은 있어도 ‘식생활문화’에 대한 전문적 학문은 정리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자나 교수들이 식생활문화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언론 등에 발표하면서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큰 폐해(弊害)를 낳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식생활문화를 공부해 온 필자는 두려움이 앞선다. 포털사이트나 전통음식 관련 사전 등을 통해 임자수탕을 검색해 보면 거의 모든 자료에서 임자수탕의 주재료를 ‘흰깨’ 또는 ‘참깨’라 언급한다. 많은 이들이 신뢰하는 한 전통음식 관련 사전에서도 ‘흰 참깨[白麻子, 荏子]와 닭이 가진 성질을 이용하여 복(伏)을 물리치고자 한 것이 임자수탕인데’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임자는 흰 참깨가 아니라 들깨다. 그러므로 임자수탕은 흰 참깨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들깨가 들어가야 맞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도애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에는 ‘하월시식으로 밀로 국수를 만들어 호박과 닭고기를 조합하여 백마자탕에 말아 먹는다’라고 되어 있지 ‘흰 참깨’라는 말은 없다. 또한 『한국학사전』에 ‘백마자탕’은 ‘어저귀’국으로 나와 있는데, ‘어저귀’란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헌데 모 유명 궁중음식연구가는 ‘백마자는 깨를 이르는 것이니’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또 다른 전통음식연구가는 한 신문에 ‘임자수탕은 참깨를 뜻하는 ‘임자’가 들어가 ‘깻국탕’이라고도 불리는데‘라는 잘못된 내용을 기고한 바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들은 모두 식문화계에 권위와 지명도가 높은 분들의 입을 통해 나가다 보니 우리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 이분들이 쓴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는 몰라도 임자수탕 및 백마자탕의 재료를 ‘흰 참깨’ 등으로 잘못 알고 조리법을 기록하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한 신문기사를 보면 ‘들깨를 임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이란 명칭이 붙었고 흰 깨를 사용하면 백마자탕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 역시 백마자탕을 ‘어저귀’가 아닌 ‘흰깨’로 잘못 보도한 것이다. 임자수탕이나 백마자탕 모두 우리가 알아야 할 전통음식이고, 우리 몸을 보해주는 귀한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왜곡된 식문화 자료들을 바로잡아 후학들만큼은 올바로 알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2014-07-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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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아래 도시 태백, 힐링 여행지로 컴백
- 도시 자체로 피서지인 동네가 있다. 평균해발고도 800m. 하늘 아래 동네 태백이다. 한 여름 평균온도도 19도를 넘지 않아 시원함이 옷깃에 스민다. 석탄도시 태백의 모습은 지워진지 오래. 이제 태백으로의 여름 여행은 한 폭의 풍경 스케치라 할 만하다. 백두대간의 허리. 대한민국의 마지막 청정지대. 올 여름 숨 가쁜 삶 속에 진이 빠진 당신께 자연이 주는 놀라운 치유 에너지를 스스로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25000원 당일치기 태백 풍경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아침에 서울 시청과 잠실에서 출발해 태백의 상장동 벽화마을,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를 둘러보고 검룡소에서 트래킹하는 코스다. 서울을 떠나 가장 먼저 들르는 곳. 태백 상장도 벽화마을. 이곳은 옛 탄광도시 태백을 모티브로 했다. 탄광촌 주민들의 애환과 추억, 에피소드를 벽화로 그려 지금은 태백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점심은 황지동 태백한우 직판장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청정고원지대에서 키워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태백 한우. 한우육회, 한우구이, 곰취냉면 등 그 메뉴도 다양하다. 주변식당을 자유롭게 선택해 입과 배를 즐겁게 하면 된다. 한우로 두둑해진 배를 만지며 식후경을 하는 곳은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매봉산(1303m). 해발고도가 높아 ‘배추고도’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능선에 드넓게 펼쳐진 배추밭 사이로 7개의 풍력발전기(대형 바람개비), 바람의 언덕, 빨간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전국 4개 고랭지 배추밭중 하나로 초록의 향연과 하얀 바람개비가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 놓은 듯하다. 마지막은 검룡소 오솔길을 걸으며 자연치유로 마무리다. 검룡소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약 1.3km의 이어진 흙길과 나무터널 숲길, 그리고 그 속에 드리워진 갖가지 야생화가 뼛속까지 상쾌함을 전해준다. 2010년 국가 지정문화재 ‘명승 제73호’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문의: 투어2000. 02-2021-2070
- 2014-06-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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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사천 세계타악축제, 우여곡절 끝에 7월 개최
- 경남 사천시는 세계타악축제가 7월 31일부터 나흘간 열린다고 11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세계타악축제 관련 예산이 지난달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되살아나 이처럼 축제 개최일정을 확정했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말 예산이 삭감돼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시는 최근 열린 사천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세계타악축제를 피서객이 집중되는 시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당초 외국 공연팀 섭외 문제 때문에 축제시기를 늦추려고 했다. 외국 공연팀이 많아 미리 섭외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축제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까지 축제 프로그램 운영과 추진방향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축제를 준비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축제 준비기간이 짧다. 때문에 지역농악과 타악 등을 선보일 지역 예술단체의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거리공연과 장날 공연 등 찾아가는 공연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할 예정이다. 사천 세계타악축제는 2006년 처음 막을 연 이후 한여름밤 동서양을 아우르는 국제 타악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2년 축제 개최과정에서 불법 기부금을 모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축제 방향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부금을 모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축제 방향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예산 심사에서 논란 끝에 축제에 들어가는 시비 전액이 삭감됐으나 지난달 임시회에서 5억원의 사업비가 포함된 추경예산안이 의결돼 기사회생했다.
- 2014-05-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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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힐링]각종 전설 간직한 기암 가득한 '용화산'
-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에 위치한다. 서울과 원주에서는 2시간 이내면 충분히 도착되는 도심과 가까운 휴양림 중 하나다. 서울과 원주에서 용화산자연휴양림을 가는 길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중앙고속도로(춘천방향)를 이용, 춘천IC에 내려 5번 국도로 시내를 통과한 후 화천방향으로 이동한다. 북한강 옆으로 화천방향 407번 지방도를 이용해 20분 정도 이동하면 용화산자연휴양림으로 진입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산에서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용화산(龍華山)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용화산성, 용화사, 용흥사 등이 있고, 준령 북쪽의 성불령에 성불사 터가 있다. 용마굴, 장수굴, 백운대, 은선암, 현선암, 득남바위, 층계바위 등 각종 전설을 간직한 기암이 많고, 폭포도 6개나 되어 경치가 아름답다. 인근 주민의 정신적 영산(靈山)이자 명산으로 옛날에는 가뭄이 들면 화천군에서 군수가 제주(祭主)가 되어 기우제를 지냈다. 지금도 해마다 열리는 용화축전 때 산신제를 지낸다고 한다. 용화산 남동쪽 자락에 위치하는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빙벽 및 암벽등반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 깊은 계곡에 위치해 있으며, 춘천 특유의 추운 날씨로 계곡이 금방 얼어버린다. 단단하게 얼어버린 계곡에는 천연 빙벽체험장이 생겨난다. 용화산자연휴양림 계곡은 길고 깨끗해 여름철이면 많은 피서객들로 계곡을 메운다. 며칠 전 내렸던 눈이 계곡의 크고 작은 바위에 소복이 쌓여 있어 손으로 그린 그림처럼 아름다운 겨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개장되어 쾌적한 산림휴양시설을 자랑한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휴양림까지 이어진 소나무숲이 휴양림의 멋진 모습을 한층 높여주며, 용화산 자락의 사여령 고개로 가는 등산로 우측에는 쭉쭉 뻗은 낙엽송이 대면적으로 조림되어 있어 등산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단체 이용객을 위한 숲속 수련장은 6인실, 7인실, 10인실과 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련장 앞에는 운동장이 있어 단체운동 경기를 할 수 있다. 용화산자연휴양림은 야영객을 위한 일반야영데크(18개), 오토캠핑장(9개), 몽골텐트(9개)를 갖추고 있다. 야영장이 계곡과 바로 연접해 있어 여름철에는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용화산자연휴양림은 야경이 참 아름답다. 물론 야간조명이 야경 등급의 90%를 차지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숲과 객실 그리고 가로등의 환상적 조합을 이루고 쾌적한 자연환경이 그것을 뒷받침해줘 더욱더 아름다운 것 같다. 용화산자연휴양림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화천에는 겨울철 유명한 축제가 열린다. 그래서 그 축제에 참가하고 휴양림에서 아늑한 휴식을 취하는 인파들로 용화산자연휴양림은 1월에는 성수기 못지않은 인파로 붐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1월 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데 화천천이 두껍게 얼어 그 얼음을 뚫고 낚시를 한다. 어른 팔뚝 만한 산천어들이 잡혀 체험하는 이들이 지루하지 않아 보인다. 평일인 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겨울철 인기 축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 2014-02-24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