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은 “행복하고 싶으면 친구와 여행을 가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말한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죽하면 ‘친구를 알고자 하면 사흘만 같이 여행해보라’는 말이 있을까. 여행 중엔 본성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일정에 지치고, 취향과 지향이 부딪치다 보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특히나 해외 자유여행은 사전에 준비할 일도, 멤버 간 선택할 일도, 조정할 일도 많다. 요컨대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꼼꼼한 룰을 사전에 세워놓으면 좋다.
역할분담
각자의 특성대로 맡아서 하기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분담이다. 한 친구가 도맡아 하면 피로가 쌓이고 결국 “내가 혼자 애쓰는데 너희들은 뭘 했느냐” 하는 불평이 생기고 균열이 발생한다. 단 공정한 역할분담은 N분의 1로 나누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각자 똑같은 분량으로 일을 나누기보다는 자신의 장기, 재능별로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 여행 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일정 기획, 예약, 회계 총무역할이다. 각자 자신 있는 분야를 맡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리는 크게 건강(비상의약품, 음식), 회계 총무, 기획·예약, 기록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항공권 및 숙박호텔 예약
품 들인 만큼 싸게 살 수 있다
행복한 여행을 하려면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품 들이는 만큼 가성비는 높아진다. 여행준비의 핵심은 항공권과 숙박호텔 예약이다. 여기서 여행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비용보다 비행시간을 최소화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기로 했기 때문에 직행 항공권만을 집중 검색했다. 품을 들이는 거에 따라 200만 원짜리 항공권을 절반에 살 수도 있다. 항공권을 싸게 샀을 때의 뿌듯함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항공권은 일찍 예약한다고 반드시 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살피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예약’하는 게 필수다. 요컨대 항공권 비용 절약의 왕도는 결국 손품이다. 아울러 적당한 시기에 표를 사는 결단도 필요하다.
호텔 예약을 할 땐 비용과 교통편의를 함께 감안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벨기에의 브뤼셀, 호텔 3곳. 열흘 치 짐이 든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게 부담이었다. 대중교통 이동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역에서 가까운 호텔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해당 도시 호텔들을 하도 많이 검색해 여행을 떠나기 전쯤에는 그 도시 시가지를 머릿속에 훤히 그릴 정도였다. 호텔 등급은 여행 전반에서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점점 더 고급형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 뭐든 좀 불편한 데서 좋은 곳으로 업그레이드돼야 만족도가 높아지고 여독을 풀기에도 좋다. 전체 동선은 함께 가고 싶은 나라를 결정한 후, 여행지 안내서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여행사의 패키지 프로그램 일정표를 참고하고, 멤버들이 가고 싶은 곳을 반영해 최종 정리했다.
데이터 이용
여행 목적, 멤버 구성에 따라 수단을 찾는다
해외여행에서 데이터 사용은 필수다. 헤어졌을 때 멤버 간 비상연락망은 물론, 길을 찾을 때, 유적지 관련 정보를 찾아볼 때 필요하다. 해외에서 데이터 사용 수단으로는 유심,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 해외로밍 등이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비교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유심은 전화번호가 바뀌기 때문에 국내에서 오는 문자나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게 불편하다.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는 일행이 인터넷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불편한 점은 공유기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 수시로 별도 충전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또 멤버가 같이 사용하려면 일정 범위 내에서 붙어 다녀야 한다. 로밍은 편의성 면에서 가장 좋지만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짐 싸기
여행은 채우러 가는 게 아니라 비우고 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새 옷, 새 신발을 사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반대였다. 옷도, 양말도, 신발도 헌것으로 가져간다. 여행 중에 옷장 속에 놔두고 오기도 하고 매번 빨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새 옷과 새 신발이면 낭패다. 여행을 하다가 가방을 비워야 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여행은 바리바리 채우러 가는 게 아니라 비우러 가는 것이다. 당연히 여행 짐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여행지 정보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할 때도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국과 관련한 영화, 소설 등을 읽고 가면 이해가 빨라 흥미롭다. 영화를 다운받아서 비행 중에 보면 지루함도 덜 수 있다. 네덜란드와 관련한 영화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튤립 피버’가 있고 책으로는 ‘먼나라 이웃나라, 네덜란드 편’,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산책’, ‘플랑드르 미술여행’, ‘네덜란드에 묻다, 행복의 조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 등이 있다.
지출 비용
항목별로 미리 짜놓은 예산에 따라 쓴다
비행기표, 숙박비(별 4개 수준의 호텔 숙박비 기준), 입장권, 교통비, 투어비 등은 예약이 필요해서 미리 비용 파악을 할 수 있다. 굵직굵직한 일정들은 되도록 예약을 했다. 유명한 곳은 2개월 전 예약이 필수이고, 현장 판매가 안 되는 곳이 많으므로 확인이 꼭 필요하다.
현지에서 써야 하는 비용도 미리 예산을 세워 분류했다(여행지에서 현찰이 모자라 송금을 부탁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식비는 끼니당 100유로씩 예상했다. 유럽 식당에선 1인 1식이 필수라 하지만 수프, 샐러드, 메인 요리 3개를 시켜도 무방하다. 또 호텔에서 팁을 줘야 할 때를 대비해 1달러짜리 지폐를 별도로 준비했다(동전을 싫어한다 해서). 교통비, 입장료도 미리 책정했다. 이외에 예비비를 편성해놓으면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에 대처할 수 있어 좋다. 여행에선 크든 작든 사고가 발생한다. 여행 도중 우리는 일정이 변경되어 예약한 버스표와 기차표를 취소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아뿔싸, 버스나 기차는 하루 전에 취소해도 환불이 불가하고 현지에서 1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만 바꿔줄 수 있다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다(총액 28만 원 정도여서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예비비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행 중 비용 지불은 카드와 현찰 모두 가능하지만, 편의와 안전을 위해 적절히 배분해 다니기로 했다. 현찰로 지불할 때는 즉시 기록했다. 매일 저녁 영수증을 펴놓고 돈 계산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현찰은 멤버들에게 N분의 1로 분배, 각자 가지고 다녔다. 혹시 모를 도난이나 분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 카드의 경우, 여행공금카드(체크카드)를 국내에서 미리 만들어갔다. 여행 후 가계부 앱을 돌려 지출비를 카테고리별로 점검해보니 ‘교통비 36%≻투어와 기타 31%≻숙박비 16%≻식비 13%’의 순이었다(그림 참조). 이런 기록 시도는 처음 해봤는데 다음 여행 계획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프로그램은 종합구성으로
해외 자유여행은 현지 가이드, 현지 관광상품, 프리 워킹투어 등으로 종합구성하면 좋다. 렌트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짐까지 계산해 동선 계획에 넣어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서도 호텔에 짐을 맡길 수 있는지, 역에 라커가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교외 관광지는 이동수단의 불편이 많기 때문에 현지 관광버스투어, 현지 가이드를 활용하고, 목적지가 편한 곳일 때는 구글 앱 도움을 받아 이동하면 된다. 도심의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할 때는 워킹투어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역사문화유적지는 현지 한국어 가이드를 섭외하는 것이 좋다.
역사문화유적지
같은 곳을 봤어도 스토리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추억이 달라진다. 미리 공부를 해가도 문외한의 눈으로는 한계가 있고 차이도 구별하기 힘들다. 우리는 역사문화유적지를 갈 때는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섭외해 설명을 들었다.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도 있지만 복잡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다행히 20여 년 이상 그곳에서 산 분이 가이드를 해줘 역사, 문화, 시사, 그리고 현지의 생활문화까지 들려줘 매우 유익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 섭외는 ‘자전거여행’, ‘마이리얼트립’ 등을 이용하면 된다.
교외 유명 자연관광지
교외 유명 자연관광지는 현지 교통 사정에 어두운 외지인이 찾아가려면 힘들다. 관광버스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하다. 역 터미널, 공항 터미널에 티켓센터가 있고, 국내에서 예매도 가능하다. 단 주의할 것은 버스 출발 장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리도 출발지와 티켓 발매처가 헷갈려 엉뚱한 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뒤늦게 혼비백산해 버스 출발 5분 전에 모임장소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심은 워킹투어 프로그램 이용
대부분의 도시에는 워킹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걸어서 두세 시간가량 도심을 돌며 주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 가이드 모두 가능하고 유료와 무료가 있으니 일정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우린 암스테르담에서 무료 워킹투어 프로그램(영어)을 신청했다. 무료는 실력 차가 나는 경우가 많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유료 워킹투어를 이용하는 게 낫다.
한곳에서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구글앱 사용
한곳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면 일행끼리 움직이면 된다. 길치 4인방인 우리는 목적지를 찾아갈 때 구글 앱과 지도를 보거나, 현지인에게 물었다. 구글 앱이 잘돼 있어 길 안내를 상세하게 받을 수 있다. 트램(노면열차)을 타도 내려야 할 정거장, 경로까지 꼼꼼하게 안내해줘 편리하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일본의 북쪽 섬 홋카이도는 최근 TV 속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목받았다. KBS2 ‘배틀트립’, SBS ‘동상이몽2’, JTBC ‘뭉쳐야 뜬다’, tvN ‘짠내투어’ 등을 통해 홋카이도가 소개됐다. 이곳이 여름 휴가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역시 시원한 기온과 가까운 날씨에 있다. 직항 항공편의 비행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밖에 안 되고, 8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4.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진짜 매력은 더욱 다양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지역이 일본 총면적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넓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21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남단의 하코다테(函館) 시에서 오호츠크 해가 보이는 왓카나이(稚内) 시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412km다. 서울-부산 직선거리 325km보다 훨씬 먼 거리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 패키지 상품을 선택할 때도 여행지로 이동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지 꼭 확인해야 한다.
홋카이도 관광의 시작 삿포로
삿포로(札幌) 시는 홋카이도의 가장 큰 도시로 대부분의 여행지 출발점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오도리(大通) 공원. 삿포로 역에서 도보로 15분쯤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삿포로 TV타워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올해 7월 19일부터 8월 16일까지 열리는 삿포로 여름 축제기간에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삿포로·아사히·기린 등 일본의 유명 맥주 제조사의 행사장(비어가든)에서 한정판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일본의 전통시장을 보고 싶다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니조(二条)시장으로 가야 한다. 특히 신선한 수산물이 자랑인 이곳은 삿포로를 방문하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대게 뷔페와 해산물 덮밥(카이센동)으로 유명하다.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싶다면 마루야마(円山) 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빼곡한 원시림 속으로 들어서면 오한이 느껴질 정도다. 인근에 삿포로 마루야마 동물원과 홋카이도 신궁도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자연이 아름다운 비에이와 오타루
삿포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넓은 평원과 아름다운 꽃밭을 감상하고 싶다면 후라노(富良野) 시의 비에이(美瑛) 정(町, 행정구역 단위)이 제격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끝없이 펼쳐지는 라벤더 꽃밭은 홋카이도 여행의 백미다. 비에이에서 넓은 꽃밭을 맘껏 보고 싶다면 팜 도미타(ファーム富田)나 시키사이(四季彩) 언덕이 좋다.
인근 암반에서 흘러나온 미네랄 성분이 호수의 물과 만나 환상적인 에메랄드빛을 만들어내는 아오이이케(靑い池)도 인근에 있다. 청의 호수로 잘 알려진 이곳과 함께 시라히게노타키(しらひげの瀧, 흰수염폭포)까지 둘러보면 후라노 관광은 완성된다.
삿포로에서 바닷가 옆 철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오타루(小樽) 시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 운하를 따라 조성된 공원과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상점들이 이색적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발달한 수공예 산업으로 인해 오르골이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1만 원대부터 억대의 오르골까지 만날 수 있는 오타루오르골당(小樽オルゴール堂)도 가봐야 할 이색 관광지다.
온천에서 유빙까지 볼 수 있어
홋카이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온천마을도 많다. 노보리베츠(登別), 조잔케이(定山渓) 마을이 유명하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은 료칸부터 대형 호텔까지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고, 조잔케이는 삿포로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인기가 높다.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싶으면, 홋카이도의 북단 왓카나이 시로 올라가 북극에서 오호츠크 해를 타고 내려오는 유빙을 바라보면 된다. 이곳에선 크루즈를 이용한 ‘유빙크루즈’ 상품이 인기다.
사실 삿포로를 중심으로 이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왓카나이 시까지 항공편을 이용해도 50분이 걸리고 삿포로 역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5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홋카이도 관광 경험이 있다면 아예 도쿄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원하는 여행 지역 공항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도 여러 저비용 항공사가 있어 도쿄를 경유해도 직항보다 항공료가 더 저렴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다 어렵다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답이다. 다만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삿포로를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하기 때문에 홋카이도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다녀올 수 있는 중장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TIP 일본 여행 이것만 알고 가면 편하다
ㆍ현지인은 어떻게 다닐까 알고 싶다면?
한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을 피하고 싶거나, 현지인만 아는 관광정보를 원한다면 일본정부관관광국 홈페이지(www.welcome tojapan.or.kr)를 통해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각 지역 관광 안내 페이지로 연결되어 있고, 목적지 주변 도시 정보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 지역 관광 안내 페이지에는 그 도시를 즐기는 당일 코스, 1박 2일 코스 등 관광 예시가 정해져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도움이 된다.
ㆍ구글맵만 알아도 대중교통 해결
교통비가 비싼 일본 여행에서 대중교통 이용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구글맵. 웬만한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GPS로 현재 위치를 찾아 이용 가능한 버스와 지하철을 추천해준다.
ㆍ편의점 결제도 되는 교통카드 스이카
동일본 여객철도에서 발행한 교통카드. 일본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지역별로 다른데,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스이카(スイカ)다. 일본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500엔이라는 보증금의 부담이 있지만, 편의점이나 상점 등에서 결제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신용카드 대신 쓰기에 편하다. 물론 지하철, 버스, 철도를 이용할 때도 쓸 수 있다. 여행 중 현찰을 사용하면 동전이 늘어나 불편하고, 금액 계산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는데 스이카로 해결할 수 있다.
Best in New Zealand
영화 속 자연 ‘커시드럴 코브’의 ‘코로만델 반도’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영화로 만들 때 촬영 장소 중 한 곳이 북섬의 ‘코로만델 반도(Coromandel Peninsula)’에 있는 ‘커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다. ‘오클랜드’에서 출발하면 삼림공원과 바다를 끼고 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면서 초록색 자연에 풍덩 빠지게 된다. 다만, 반도의 북쪽은 도로가 좁고 굴곡이 심해 캠퍼밴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커시드럴 코브’로 가는 여정은 푸른색 바다를 옆에 끼고 사암으로 형성된 절벽 위 숲길을 걷는 산책이다.
유리 호수 ‘타우포’와 북섬의 제왕 ‘통가리로 국립공원’
뉴질랜드에는 총 3800개의 호수가 있다. 이 중 가장 큰 호수는 북섬에서 제일 아름다운 ‘타우포(Taupo)’ 호수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언덕에 올라서면 파란 호수가 보인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여행자들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유리보다 맑은 호수 건너편으로는 설산이 점잖은 선비처럼 앉아 있다. 초록빛 언덕에는 키 작은 야생화들이 바다 같은 호수를 넘어온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춘다. 호수를 옆에 끼고 1번 도로를 타고 가면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만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운트 둠으로 나오는 나우루호에(Ngauruhoe) 산과 북섬의 최고봉 루아페후(Ruapehu)와 통가리로(Tongariro) 산이 포함된 지역이다. 마오리족의 영산으로 아직도 5~6년에 한 번씩 폭발하는 활화산이다. 호수, 초원, 용암대 등 화산지역에 나타나는 자연의 특징을 공부하면서 여행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고래와 물개의 서식지 ‘카이코우라’
뉴질랜드는 사람이 살기 전까지 토종 포유동물이 박쥐, 고래, 물개 세 종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중 고래와 물개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남섬의 ‘카이코우라(Kaikoura)’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동물의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마을 앞바다로 나가면 고래를 비롯해 돌고래와 바닷새를 볼 수 있다. 매년 1월은 물개 산란기여서 해변으로 어미 물개와 새끼들이 모여든다. 이 마을 인구는 약 2000명인 데 물개는 5만~6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빙하의 눈물 ‘데카포’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물이 흘러와 만들어진 옥색의 호수가 ‘데카포(Tekapo)’다. 호수 뒤편으로는 ‘마운트 쿡’과 ‘서던 알프스 산맥’의 흰 봉우리들이 보인다. 이 풍경에 취해 호숫가에 앉아 한참 동안 멍때리기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교회의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잠깐 동안 숨을 멈추게 한다. 호숫가 돌 사이 루핀의 보라색은 호수의 푸른빛과 어우러지면서 고고하고 이국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옆의 산꼭대기에 있는 ‘마운트 존 천문대’로 가는 길 곳곳에서는 루핀의 군락지가 색과 향기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아스트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파란 하늘과 호수와 흰 산봉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지나온 시간의 상념들이 씻겨 내린다. 그래서 이곳을 ‘영혼의 세탁소’라 부르나보다.
별 헤는 밤, 대자연의 ‘마운트 쿡’
남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 ‘마운트 쿡(Mt. Cook)’이다. 본래 이름인 ‘아오라키(Aoraki)’는 마오리족 언어로 ‘구름을 뚫는 산’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마운트 쿡으로 가는 길목에서 서울시 크기만 한 빙하호 푸카키(Pukaki) 호수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가는 길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화이트 호스 힐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면 두 개의 빙하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후커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이 반겨준다. 만년설에 덮인 산들과 빙하, 호수를 떠도는 유빙들을 볼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다.
이곳은 밤이 되면 수많은 별이 쏟아진다. 어린 왕자의 고향 별인 생텍쥐페리의 별, 별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의 별, 창문을 통해 본 기억 속 고흐의 별, 순수한 감성을 지닌 양치기 목동의 별인 알퐁스 도데의 별들이 말을 건다.
태고의 신비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 밀퍼드 사운드
피오르드(Fiord) 지형을 대표하는 남섬의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인, 1200m가 넘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뉴질랜드 최대 국립공원이다. 빙하와 온대우림이 만나 비경이 탄생했다. 우림의 3분의 2는 ‘너도밤나무’와 ‘포도 카프 상록수’의 울창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테 아나우’에서 ‘밀퍼드 사운드’로 가는 94번 도로 곳곳에서는 기가 막힐 만큼 웅장한 지형과 폭포 등 대자연을 만난다. 크루즈 관광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는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단애와 폭포를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한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3대 걷기 명소인 ‘케플러 트랙’·‘루트번 트랙’·‘밀퍼드 사운드 트랙’은 모두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안에 있다.
‘아서스 패스’에서 찍는 로드 무비
남섬 서부에서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 처치(Christchurch)로 가는 73번 도로는 ‘아서스 패스 국립공원’을 통과한다. 캠퍼밴을 비롯한 자동차 여행을 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가끔 지나가는 화물차에게 길을 양보하면서 천천히 이동한다. ‘아서스 패스(Arthur′s Pass)’에서 만나는 하나하나의 풍광을 음미하다 보면 뉴질랜드 여행의 백미를 맛보게 된다. 잭슨스(Jacksons)에서 다필드(Darfiels)까지의 거리는 140km. 길 위에서 나만의 로드 무비를 찍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오티라 밸리(Otira Valley)’의 멋진 풍경들과 폭포,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 강 주변의 황량함, ‘피어슨 호수(Lake Pearson)’, ‘케이브 스트림 시닉 리저브(Cave Stream Scenic Reserve)’, ‘캐슬 힐(Castle hill)’ 등이 내 로드 무비에 기록된다. 이 길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비용과 효율 등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의 가장 적합한 시기는 봄과 가을이다. 힐링과 자유로움,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해보자. 최고의 선택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
•뉴질랜드로 여행할 때 이용하는 항공편이 경유할 경우 가능한 한 상하이 푸둥 공항은 피하는 게 좋다. ‘수화물 자동 연결’이 되지 않아 짐을 찾은 후 다시 부쳐야 할 뿐만 아니라 입국, 출국 신고와 검사를 또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농업 국가라서 입국할 때 식품에 대한 검사가 매우 엄격하다. 통관할 수 없는 식품류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통과되는 식품들은 겉면에 라벨을 일일이 붙이고 리스트를 준비해 세관 검사를 받을 때 제출하면 좀 더 편리하다.
•여행 중 뉴질랜드 내 북섬과 남섬을 오가는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페리 크루즈선’을 이용할 때 ‘톱10 홀리데이 파크’ 회원은 15%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인터아일랜더 크루즈선 홈페이지: www.interislander.co.nz
㈜INL 메일주소: inltours@campervan.co.kr
톱10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top10.co.nz
키위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www.kiwiholidayparks.com
톨로드 비용 납부 사이트: www.tollroad.govt.nz
아내가 자매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해 이번 여행은 캠퍼밴 여행으로 결정했다. 두 처형과 처제 그리고 아내와 나 다섯 명이 25일 동안 뉴질랜드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마음 가는 대로 걸으며, 자신을 보채거나 강요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청정 국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연의 보고를 다니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을 배웠다. 뉴질랜드는 나를 격려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여행지였다. ※ 본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성수기 여행 차량 예약은 미리미리
캠퍼밴 여행은 소파와 침대는 물론 주방, 식탁, 화장실, 냉장고, 에어컨, 가스, 샤워 시설까지 갖춘 개조 차량을 타고 다니며 즐기는 여행 방법이다. 뉴질랜드에서 캠퍼밴(camper van, 캠프용 밴)을 빌리려면 ‘2종 보통 이상’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한 21세 이상 75세 미만의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 캠핑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천국인 뉴질랜드에는 ‘마우이(Maui)’, ‘주시(Jucy)’ 등의 렌탈 회사가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는 마우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수용 인원에 따라 2·4·6인승으로 나뉜다. 빌리는 가격은 차량 연식과 임차 시기(계절별)에 따라 달라진다. 마우이에서는 연식에 따라 ‘마우이’, ‘브리츠(Britz)’, ‘마이티(Mighty)’로 구분해 관리한다.
캠퍼밴 예약은 마우이의 한국 에이전시 사인 INL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에이전시 역할도 해주고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없다. 여행기간 중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INL에 여행기간과 인원을 알려주면 견적 및 예약사항, 여행 표준일정 등을 보내준다. 여름철 성수기(우리나라의 경우 12~1월)에는 6개월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베이스 캠프 ‘홀리데이 파크’
캠퍼밴의 기능들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물도 채워 넣어야 하고 전기 충전도 해야 한다. 여행 중 발생한 생활 오수와 분뇨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인 ‘덤프 스테이션(dump station)’에서만 버릴 수 있다. 이렇게 캠퍼밴에 필요한 것들을 보충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 ‘홀리데이 파크(Holiday Park)’다. 이곳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숙박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캠핑장이다. 샤워시설, 공동식당, 조리시설, 세탁실, 바비큐장도 있다. 대부분의 홀리데이 파크는 국립공원 가까운 곳에 있으며 뉴질랜드 캠핑 여행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용료는 기본요금이 있고 인원수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홀리데이 파크는 ‘톱10 홀리데이 파크’, ‘키위 홀리데이 파크’, ‘HAPNZ 홀리데이 파크 그룹’ 등 몇 개의 체인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각 그룹은 회원에게 10~15%의 할인 혜택을 준다.
별 헤는 밤의 야영장 ‘DOC’
홀리데이 파크 외에 정부기관 ‘자연보호부(Department of Conservation)’에서 관리하는 캠핑장 ‘DOC’도 있다. 뉴질랜드 전역에 준비되어 있는 500개의 DOC는 사설 캠핑장인 홀리데이 파크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 전기와 물 공급이 안 되고 생활 오수와 폐수를 버릴 수도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양심 박스에 기부하는 형태로 이용료를 받는다)과 자연 친화적인 위치가 장점이다.
캠핑을 할 수 없는 곳도 있으므로 거의 모든 마을에 있는 ‘여행자 정보센터 i-center’에서 홀리데이 파크와 DOC 위치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된다.
뉴질랜드에서의 운전 요령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운전방향이 반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좌회전, 우회전 상관없이 운전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중앙선을 두고 운전한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 회전 교차로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돌면 된다.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제한 속도다. 과속을 하면 벌금 액수가 크다. 카메라에 찍히면 귀국 후에도 벌금 통지가 온다. 행복한 여행을 하려면 제한 속도는 반드시 지키는 게 좋다.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의 제한속도는 100km이지만 캠퍼밴의 경우는 90km다. 가능하면 80km로 천천히 다니는 게 좋다.
‘톨로드(toll road, 유료도로)’는 세 곳 있다. 이 도로는 전자감응식 장치로 통행 체크가 되며 비용 납부는 인터넷에서 해야 한다. 사전에 인터넷에서 차량 등록을 한 후 도로를 이용하거나 도로를 이용한 후 5일 이내에 인터넷에서 납부를 하면 된다. 납부시기를 놓치면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3만~4만 원 정도 추가된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쪽 남반구의 남북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며, 시차는 4시간 빠르다.
뉴질랜드의 북섬은 태평양판 지각이 인도-호주판 밑으로 들어가 화산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형성된 섬이다. 특히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부터 동쪽 태평양 연안까지는 화산 활동이 가장 많은 ‘타우포 화산대’에 속하는 지역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북섬을 ‘불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반면 남섬은 두 판이 맞물리면서 지각이 올라와 형성된 섬이다. 지각 판이 서로 밀면서 남섬에서 가장 높은 지형 ‘서던 알프스 산맥’도 만들었다. 이 산맥에는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23개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편서풍을 타고 뉴질랜드로 불어오는 바람이 태즈먼 해를 통과하면서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서던 알프스 산맥’을 만나면 많은 비를 뿌린다. 이렇게 내린 비는 높은 산 위에 만년설과 빙하를 만든다. 남섬을 ‘얼음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남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을 비롯해 빙하가 만든 계곡과 호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산맥을 넘은 바람은 건조하고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어 캔터베리 평야의 초원을 형성하는 기후가 된다. 이곳은 양들의 천국이다.
원주민 문화 영향받은 뉴질랜드 역사
뉴질랜드는 인간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 각종 동식물이 살아 있는 태고의 땅이었다. 이러한 땅에 AD 1000년경부터 폴리네시아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연도 서서히 파괴되었다. 대표적 사례로 ‘모아새’의 경우 이때부터 인간에게 식용 자원이 되면서 멸종했다. 뉴질랜드에 들어온 마오리족은 석기문화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후 18세기에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몇 차례 충돌이 일어났다. 그 후 양측은 공존하기 위해 1840년 ‘와이탕이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으로 마오리족과 유럽인들은 같은 땅에서 함께 살기로 뜻을 모았고 뉴질랜드가 건국되었다. ‘뉴질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알면 도움이 되는 정보
•뉴질랜드로 여행할 때 이용하는 항공편이 경유할 경우 가능한 한 상하이 푸둥 공항은 피하는 게 좋다. ‘수화물 자동 연결’이 되지 않아 짐을 찾은 후 다시 부쳐야 할 뿐만 아니라 입국, 출국 신고와 검사를 또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농업 국가라서 입국할 때 식품에 대한 검사가 매우 엄격하다. 통관할 수 없는 식품류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통과되는 식품들은 겉면에 라벨을 일일이 붙이고 리스트를 준비해 세관 검사를 받을 때 제출하면 좀 더 편리하다.
•여행 중 뉴질랜드 내 북섬과 남섬을 오가는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페리 크루즈선’을 이용할 때 ‘톱10 홀리데이 파크’ 회원은 15%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인터아일랜더 크루즈선 홈페이지: www.interislander.co.nz
㈜INL 메일주소: inltours@campervan.co.kr
톱10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top10.co.nz
키위 홀리데이 파크 홈페이지: www.kiwiholidayparks.com
톨로드 비용 납부 사이트: www.tollroad.govt.nz
‘남원’ 하면 춘향, ‘춘향’ 하면 광한루원만 생각났다. 남원에는 진정 광한루원 말곤 갈 데가 없을까 궁리하던 때에 마침 김병종미술관이 개관했다. 미술관이 좋아 남원에 들락거렸더니 식상했던 광한루원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동네 빵집과 걷기 좋은 덕음산 솔바람길도 발견했다. 이 산책로가 미술관과 연결되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던지. 남원을 여행하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가 종종 생각났다.
걷기 코스
남원역(남원시외버스터미널)▶차량 이동▶광한루원 북문▶남문▶요천 섶다리▶덕음산 솔바람길 입구▶전망대 레스토랑▶남원국립국악원▶그네매점(또는 약수터매점) 뒤 덕음산 솔바람길 입구▶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남원항공우주천문대▶춘향테마파크(또는 덕음산 오감만족숲)
상상 속 달나라를 구현한 광한루원
광한루원에는 남문(정문)과 서문, 북문이 있다. 오늘 걷는 코스는 북문으로 입장해 남문으로 나가는 것이 동선상 편하다. 북문 앞에는 고품격 한옥 호텔인 남원예촌과 규모 있는 한정식 전문점들이 자리했다. 이 일대는 남원 제일의 관광단지라서 거리가 깔끔하고 작은 쉼터도 조성돼 있다.
주중 낮 동안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는 남원예촌을 잠시 둘러본 뒤 광한루원 북문으로 입장한다. 광한루원의 중심 건물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춘향사당이 코앞이다. 조선 중기 사람들은 달나라에 옥황상제와 선녀가 산다고 생각했다. 이 상상을 지상에 구현한 것이 광한루원이다. 광한루는 옥황상제가 머무는 달나라 궁전이며, 광한루 앞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한다.
연못에 섬처럼 떠 있는 세 개의 섬은 지상낙원, 즉 영주산(한라산),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을 뜻한다. 중국 ‘사기’에 등장하는 전설 속 세 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본떠 일컬은 것이다. 나무다리로 연결된 세 섬을 차례로 들러본다. 팽나무가 우거진 영주산 영주각에 올랐다가 봉래산의 대숲을 지나고, 방장산 숲에 숨은 작은 방장정에선 잠시 쉬어간다.
방장정 옆으로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오작교가 보인다.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널 때 걸었던 오작교를 본떠 만들었다. 다리 길이가 57m에 달하는 국내 최장 연지교다. 조선 후기 소설 ‘춘향전’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났던 장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오작교를 건너며 연못을 굽어보니 잉어 떼와 천연기념물인 원앙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노닌다. 광한루원은 원앙과 잉어에게도 지상낙원인 듯하다. 연못가 버드나무와 짝꿍처럼 잘 어울리는 수중 누각 완월정에 올랐다가 남문으로 나선다.
솔숲이 우거진 덕음산 솔바람길
광한루원 남문으로 나오면 바로 요천변이다. 요천 제방에 올라 벚나무 가로수길을 걷는다. 가로수가 우거져 그늘이 짙다. 덕음산 솔바람길로 가려면 승월교나 섶다리를 이용해 요천을 건너야 한다. 흔한 시멘트다리 대신 섶다리를 선택해 건넌다. 이 섶다리는 옛날부터 요천에 섶다리 두 개가 있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근래에 만든 쌍섶다리다. 섶다리를 건너면 춘향테마파크와 식당, 놀이공원, 국립국악원 등이 있는 춘향촌 입구가 보인다. 춘향촌 입구 왼쪽에 ‘덕음산 솔바람길’ 입구가 있다. 나무계단을 조금 오르면 솔숲길이 이어진다. 잔잔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걸었을까. 숲길이 전망대레스토랑 앞 전망대로 인도한다. 이곳에 서서 남원 시내를 굽어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 같고, 도심 가운데로 요천이 흐른다. 남원의 젖줄 요천은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가 남해까지 간다.
탁 트인 남원 풍광을 감상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국립민속국악원 방면으로 내려간다. 국립민속국악원은 판소리의 성지인 남원의 국악 수준을 잘 보여주는 공연장이다. 주말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통 공연을 선보인다. 주말에 이 길을 걷는다면, 공연시간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국립민속국악원 뒤쪽으로 이동해 덕음산 솔바람길의 또 다른 입구를 찾는다. 나무계단을 오르자 김병종미술관까지 이어지는 데크 산책로로 연결된다. 길 곳곳에 전시돼 있는 시, 그림, 캘리그래피 작품을 감상하고, 솔숲 향기를 맡으며 느리게 걷는다. 데크에서 내려오면 바로 김병종미술관이 보인다. 국립민속국악원에서 미술관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남원의 뜨는 명소 김병종미술관과 화첩기행 북카페
2018년 3월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 출신 한국화의 거장 김병종이 자신의 작품을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건립이 기획됐다. 덕음산 기슭에 위치해 있어 실내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푸른 숲이다. 김병종 화가의 작품은 1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김병종 화가의 초기작이자 그의 이름을 미술계에 알린 ‘바보예수’ 시리즈를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쉽고, 동심이 느껴져 절로 미소 지어진다. 김병종 화가는 여행 에세이 ‘화첩기행’을 저술해 문학가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줬다.
상설전시장 옆에는 화첩기행 북카페 ‘미안’도 자리해 있다. 남원에서 나고 자란 청년 카페지기가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라는 뜻을 담아 ‘미안’이라 이름 지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김병종 화가의 작품과 그가 기증한 미술, 인문학, 문학 관련 도서 등 약 2000여 권이 진열돼 있다. 나머지 벽면은 통창을 설치해 물이 가득한 정원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미술관과 카페를 만나 걷는 즐거움이 커진다. 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지친 다리를 쉬어간다.
춘향테마파크 걸을까, 오감만족숲을 걸을까
미술관에서 걷기를 마치고 광한루 쪽으로 내려가도 되고, 더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항공우주천문대를 거쳐 춘향테마파크 또는 덕음산 오감만족숲으로 내려가도 좋다.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광한루원이 멀지 않다.
항공우주천문대는 미술관 뒤쪽으로 난 길 끝에 있다. 미술관에서 약 300m 거리다. 오르막을 살짝 오르면 돔 형태의 지붕을 얹은 천문대를 만난다. 여러 대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관측을 할 수 없으니 날씨를 봐가며 입장해야 한다.
천문대 뒤쪽, 솔바람길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춘향테마파크 뒷문이 나온다. 이 문은 춘향테마파크의 가장 위쪽 구역에 있으니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하면 된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공원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촬영세트장이 남아 있다. 뒷문 근처에는 월매집, 춘향과 이몽룡이 첫날밤을 보냈던 월매집 부용정, 춘향이 변 사또에게 고초를 당했던 관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향테마파크에 입장하지 않고, 뒷문 앞에서 이정표를 따라 오감만족숲/광한루 방면 숲길로 5분 정도 내려가면 오감만족숲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오감만족숲은 2017년에 덕음산 기슭에 조성한 공원으로 걷기 좋도록 지그재그형 산책로를 만들어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승월교로 바로 연결된다.
주변 명소 & 맛집
전통시장의 정취가 물씬 남원공설시장
광한루 서문 앞에 있는 상설시장이다. 오일장날에는 아침부터 붐빈다. 남원에는 산과 강이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하다. 특산물을 구경하며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남원산 미꾸라지가 흔하다. 시골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오래된 뻥튀기 가게도 있다. 온갖 곡식은 물론 무까지 튀겨준다. 남원 사람들이 이 시장에서 즐겨 사 먹는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닭발 튀김. 뼈를 발라낸 닭발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남원시 의총로 51, 4와 9로 끝나는 날이 오일장.
맛의 고장 남원 맛집
남원에서는 남원산 미꾸라지와 된장을 넣고 푹 끓인 추어탕이 유명하다. 광한루원 서문 쪽 요천변에 추어탕 거리가 형성돼 있다. ‘새집’, ‘현식당’, ‘부산집’이 입소문 났다. 광한루원 북문 앞에 있는 남원 한정식 전문점 ‘종가’도 추천할 만하다. 보리굴비 정식을 주문하면 홍어찜, 육회, 전복구이 등 맛깔난 전라도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돌솥비빔밥 전문점인 ‘반야식당’도 광한루 인근에서 오래 장사한 소문난 집이다. 최근 뜨고 있는 ‘집밥, 담다’는 ‘따뜻한 가정식 한 끼’를 표방하는 젊은 감각의 음식점이다. 정갈한 식단으로 호평받고 있다. 예약은 필수.
남원 사람은 다 안다는 명문제과
남원에서 오래 장사한 동네 빵집이다. 가게는 작고 허름하다. 다른 빵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빵을 개발해 인기를 얻었다. 남원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인데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한 뒤로 손님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평일에도 줄을 서며, 오후 늦게 가면 인기 빵은 동나 살 수 없다. 3대 인기 빵은 생크림소보로, 꿀아몬드, 수제햄빵이다. 광한루원 북문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남원시 용성로 56.
걷기 Tip
❶ 5월 8일부터 12일까지 광한루원과 요천 일대에서 제89회 춘향제가 열린다. 광한루원은 야간 조명을 밝히는 밤에 산책해도 좋다.
❷ 4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바래봉 철쭉제도 열린다.
작년 연말 ‘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사에서 운 좋게 행운의 1등 경품에 당첨이 되었다. 경품은 고속터미널 근처 고급 호텔의 하루 숙식권이었다. 50만 원에 상당하는 경품이라고 했다. 경품 1등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무대에서 노래 한 곡 하라는 주문까지 받아 ‘빗속의 여인’을 불렀다.
2인용에 금년 3월 말일까지가 유효기간이다. 알아보니 오후 3시 이후에 체크인해서 3시간 동안 클럽에서 칵테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1박 후 아침 식사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저녁 식사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밖에서 하거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별도 비용을 지불한 뒤 해야 한다. 클럽도 여러 명이 갈 경우 2명 초과 인원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자리가 없으면 입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막상 사용하려면 걸리는 문제들과 비슷했다.
이럴 경우 1순위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여자 친구와의 멋진 하룻밤이다. 단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이네의 ‘노래들’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묻지요.
오늘은 내 사랑이 찾아오려나?
저녁이면 나는 쓰러져 한탄하지요.
오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고.
위의 시처럼 불행하게도 여자 친구와의 멋진 하룻밤 꿈은 물거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상대야 구할 수 있지만,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 1박은 무리라서 결국 혼자 자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술 취해 잠들고 나면 아침. 한창때 해외 출장 다니던 시절, 고급 호텔을 이용했을 때 그랬다. 그처럼 실속 없고 허망한 일은 없다.
책 ‘혼자 놀기’에서 읽은 대목도 계속 맴돌았다. 저자가 얹혀살던 언니네 집에 언니의 남자 친구가 자고 간다 해서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올 요량으로 집을 나왔으나 가지 못하고 동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제대로 힐링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읽을 때는 공감했으나 막상 내가 실행하려니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쉽지만, 남자끼리 가서 실컷 술이나 마시다가 오자는 사람도 있었다. 애인이 있는 후배가 저녁은 자기가 살 테니 숙박권을 넘기라는 제의도 있었으나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
경품권을 손에 쥐고 나서 꿈만 100일 정도 꿨다. 결국 마음대로 안 되고 시간만 가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래저래 유효기간이 다가왔고 일주일 전 예약을 감안하면 더 이상 내가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아프리카 여행 일정이 원래대로 진행됐다면 남은 시간은 더 촉박했다. 그래서 그동안 바빠 얼굴도 자주 못 보던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은 숙박권을 아들 부부에게 넘기자고 했다.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는데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만나야 하니 겸사겸사 식사나 같이하자고 했다. 결국 경품권을 넘겨주기 위해 아들딸과의 단출한 식사자리가 마련되었다. 딸 그리고 아들 부부가 네 살 된 딸과 같이 왔다. 그런데 아들이 마음만 받겠다며 딸에게 티켓을 넘겼다. 딸은 최근 인사이동으로 헤어진 단짝 여자 친구와 같이 1박을 하겠다고 했다. 아파트도 공동명의로 같이 산 막역한 사이다. 밤새 할 말도 많고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의 식사비용도 그래서 반반 내기로 했단다. 아들딸을 만나 앞으로 이런 일이 없더라도 자주 만나자고 약속했다. 모두 경품권 덕분이다. 내게 좋은 상대가 생기면 현금을 내고서라도 호텔 1박 힐링을 염두에 두겠다는 생각도 이번에 얻은 소득이다. 화이트데이 다음 날 딸로부터 신나는 하룻밤이었다며 감사의 문자를 받았다.
보들레르는 “여행이란 어른들에게는 인생이라는 악랄한 강대국과 맺은 휴전, 전반적인 긴장과 투쟁 중에 취하는 잠시 동안의 휴식이다”라고 했다. 찌는 듯한 여름엔 시원한 곳이 그립더니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이 되니 따스함이 마냥 그립다. 베트남이야말로 한겨울 따스한 꿈을 꾸기에 더없이 알맞은 곳이다.
여행에서의 하루는 1년 치 행복이다
한국에서 4시간 반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내리면 하노이나 호치민과는 또 다른 베트남을 만나게 된다.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낭은 휴양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국의 파타야나 필리핀의 세부처럼 리조트형 휴양지에선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떠들썩함보다는 호젓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한쪽으로 비켜나 조용한 안식을 주는 곳. 그곳은 바로 다낭과 호이안 그리고 후에다. 파도가 낮은 포복으로 밀려오는 미케비치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다. 모래사장엔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모양의 전통 고기잡이배 ‘틴퉁’이 무심하게 던져져 있다. 베트남 국적기를 배에 단 어부는 부지런히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이지만 호젓한 새벽의 바닷가를 겁낼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안전’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사회주의권 나라가 훨씬 더 안전하다. 이런 나라에선 범죄를, 특히 자국을 방문한 외국 여행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중형의 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여행자의 신분을 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다낭이다. 다낭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베트남 중부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다낭은 베트남전쟁 때 미군의 최대 기지로 사용될 정도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미군이 물러나자 아이러니하게도 침체기를 맞게 된다. 다낭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으로 요즘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주변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매력적인 호이안과 후에도 있다.
동서양이 혼합된 낭만적인 밤 풍경 ‘호이안’
여행을 자주 해서 좋은 점은 무작정 많이 보려고 허덕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어딜 가든 닮은 곳을 찾아내고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과 중국식 유적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호이안은 남인도 항구도시 코친과 중국의 리장을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다. 전통을 훼손하지 않고 개성 있게 변화한 골목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호이안이야말로 가장 베트남다운 곳이란 느낌이 든다.
작고 아름다운 투본 강을 낀 채 마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호이안은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역사가 스며 있는 장소들과 과거 번화했던 국제 무역항의 모습이 애수를 자아낸다. 내원교, 전가사당, 풍흥고가, 광조회관처럼 천 년에 걸쳐 중국과 일본의 지배가 남긴 흔적들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에도 막부가 수교 거부 정책을 펼치자 호이안에 살던 일본 상인들은 하나둘 떠나가 버렸고 그 자리를 중국인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호이안에 밤이 오면 상점들은 하나둘 화려한 연등을 켠다. 동서양이 혼합된 이국적인 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할 만큼 낭만적이다. 베트남의 명물인 시클로를 타고 골목 탐험에 나서도 좋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시장기가 든다. 북부에선 국물이 있는 쌀국수가 대세이지만 중부에선 볶음쌀국수 카오라우가 대세다. 쌀국수가 질리면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바게트샌드위치(반미, 막대기 모양의 베트남식 바게트)를 먹거나 분위기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현지 맥주에 시푸드도 괜찮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운하에서 연등을 팔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등을 하나 사서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빌어본다. 원뿔 모양의 전통 모자 ‘논(non)’을 쓰고 연등을 파는 꼬마들의 순박함과 노를 젓는 노파의 온화한 미소가 기도를 더욱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안 가면 후회할 ‘후에’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길.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가 연상되는 멋진 해안도로를 끼고 달린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하이반 고개에는 외국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만들었다는 요새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망루에 올라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감상한다. 점심은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마을 랑코비치에서 먹는다. 다낭에서 두 시간 거리인 후에는 드라이브의 즐거움도 주지만 다낭과 호이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은 역사적 자취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줘서 좋다. 후에는 옛 참파 왕국의 수도답게 독특하고 고풍스런 유적이 많다. 마지막 날엔 흐엉 강을 따라 산책도 하고 배를 타고 사색에도 잠겨본다. 바람도 상쾌하고, 강물도 더없이 잔잔해 다음 날을 계획하기에 이보다 소중한 시간은 없을 것 같다. 배는 충분해서 가격 흥정도 해볼 수 있는 분위기다. 보통 한 시간에 5달러(베트남 돈으로 10만 동=5000원), 두 시간에 10달러면 작은 배 한 채를 단독으로 빌릴 수 있다.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다. 그렇게 배를 빌려 타고 배 안에서 두 시간 정도 깊고 고요한 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사람들이 고요함을 못 참는 이유는 뭘까. 밖이 조용하면 상대적으로 시끄러워지는 내면의 소리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까. 익숙하지 않지만 참고 있어보면 고요는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하루 한두 시간 정도 고요히 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잘 찾아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travel tip
★찾아가기 인천- 다낭간 직항(대한항공, 베트남항공)이 있으며 4-5시간 소요된다. 다낭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30분,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차로 30분 소요. 다낭에서 후에까지는 차로 두시간정도 소요되며, 기차도 매일 4편 운행된다.
★기본여행정보 아열대성기후이며, 여행 적기는 건기인 12월부터 5월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로 많은 비가 내린다. 특히 10월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90일간 무비자며, 화폐단위는 동(VND)으로 1달러는 2만동이다. 언어는 베트남어와 부분적으로 영어가 통용된다.
★추천 숙소 풀만 다낭 비치 리조트 Pullman Danang Beach Resort
호이안 구시가지까지 무료셔틀 운행. 공항 서비스. Vo Nguyen Giap street, Khue My Ward Ngu Hanh Son District, 55000 Danang, tel. +84 511 3958 888 info@pullman-danang.com
스코틀랜드의 긴 역사가 고이 간직된, 천년고도 에든버러. 대영제국이 된 지 300년이 흘렀어도 근원은 스코틀랜드일 뿐이다. 남자들은 킬트 줄무늬 치마를 입고 길거리에서는 백파이프 연주가 흐른다. 스코틀랜드의 민족성과 풍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스튜어트 왕가와 귀족들, 월터 스콧,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흄, 로버트 번스 등 세기의 작가들 흔적이 남아 있다. 회색빛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서리서리 스며 있는 역사의 이야기는 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한다.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기념탑
에든버러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시내 중심까지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탓일까? 아니면 약간 구릉진 언덕 위에 자리를 잡은 고색창연한 건축물들 때문일까? 에든버러 겨울의 첫 느낌은 ‘회색빛’이다. 어쩌면 버스정류장 앞쪽에 우뚝 서 있는 스코틀랜드 대문호인 월터 스콧(1771~1832)의 기념탑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스콧의 유언에 따라 시커먼 사암석으로 만든 뾰족한 탑. 61m 높이의 기념탑은 왠지 기괴하고 음산하다. 이 탑을 만들 때,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으로 영국에서 제일 높은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기념탑보다 5m 더 높이 올렸다는 후일담이 있다. 287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에든버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지만 포기하고 스콧 기념탑 아래 프린세스 정원의 국립 갤러리, 로열아카데미를 찾는다. 모두 무료 입장이다. 관광객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 미술관에 걸린 수준 높은 명화를 마음껏 감상하면서 미소 짓는다.
에든버러의 국교는 장로교
에든버러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프린스 스트리트를 경계로 북쪽의 올드 타운과 남쪽의 뉴타운으로 구분된다. 구시가지는 15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 행정, 문화의 중심지였다. 신시가지는 18세기 이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조성된 주택, 상업지구. 1985년, 유네스코는 신·구시가를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선도, 마음도 구시가지에 다 빼앗긴다. 무조건 ‘고성(古城)’을 기점으로 걷는다. 고성까지 걸어가는 길목에서 화폐 박물관, 뉴대학을 만난다. 대학 건물은 해묵은 향기를 뿜어낸다. 토마스 찰머스(1780~1847) 목사의 동상이 있는 이 대학은 스코틀랜드 장로교 교구가 있던 곳. 16세기경, 이곳은 매우 중요했다. 1560년, 스코틀랜드가 국교로 지정한 장로교를 잉글랜드와 미국으로 전파하는 중심지였다.
스코틀랜드-잉글랜드 격전지, 에든버러 성
에든버러 성은 오래전 활동을 중단한 화산 꼭대기(133m)에 있다. 성 뒤쪽은 거대한 바위산이 버티고 있는데 3면이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딱 봐도 요새로 최적이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동쪽이 출입구. 이 성은 현재 영국군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통 복장을 한 두 명의 근위병이 성을 지키고 있다. 한겨울에도 킬트를 입은 채 맨살을 보여주는 근위병은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에 무심하다. 에든버러 성은 6세기에 지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1018년부터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현재의 건물들은 16~18세기 혹은 그 이후에 지어졌다. 이 성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성주가 바뀌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수많은 전투를 치르는 동안 이 성은 이긴 자의 차지였다. 스코틀랜드의 스튜어트 왕조를 끝으로 결국 잉글랜드 차지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성내에는 가장 오래된 12세기 초기의 건축물인 세인트 마가렛 예배당이 있는데 대부분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타탄 무늬 제품의 천국 도시
에든버러의 백미는 구시가지 거리 로열마일이다.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을 연결하는 1.6km 남짓의 도로. 과거 왕가에서 쓰던 전용 도로로서 길이가
1마일이나 되어 ‘로열마일’로 불린다. 왕족들만 다닐 수 있는 로열마일 때문에 서민들은 좁은 클로즈 골목을 이용해야 했다. 대로 옆으로 무수한 클로즈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클로즈는 한국의 피맛골 거리와 엇비슷하다. 로열마일 양쪽으로는 역사를 간직한 옛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기념품 숍, 식당, 호텔 등도 무수히 이어진다. 로열마일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브로디스(Brodie’s) 클로즈다. 18세기, 낮에는 저명한 인사로 지내고 밤에는 도둑으로 살았던 윌리엄 브로디(1741~1788)의 이름을 따서 붙인 골목이다. 론마켓에서 캐비닛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낮에는 경건하고, 부유하고, 훌륭한 시민이었다. 1781년에는 시의 조합장(deacon)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밤에는 강도짓과 도둑질을 했고 도박꾼으로 방탕하게 살았다. 그는 두 번째 부인과 살면서 돈을 많이 써댔다. 1786년에는 시립은행의 열쇠를 복사해 800파운드를 훔쳤다. 또 부유한 집안에 일하러 다니면서 열쇠를 따로 복제했다. 주변 상인들도 도둑질에 끌어들였다. 기록에 의하면 그의 교활함과 뻔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결국 성 자일스 교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브로디의 이중적인 캐릭터에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이 영감을 얻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작품이 탄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나 그 진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그의 집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애덤 스미스 동상과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로열마일의 가장 번화한 광장에 과거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청동 말과 동상으로 만들어진 버클루 공작의 기념비, 애덤 스미스의 동상과 성 자일스 성당 등이 몰려 있다. ‘국부론’으로 잘 알려진 애덤 스미스(1723~1790) 동상은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애덤 스미스 동상 앞에 있는 성 자일스 성당(1495년 건립)의 노르만 양식의 탑이 인상적이다. 이 교회는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곳. 종교개혁가 존 녹스는 프로테스탄트 동지를 규합했다. 성당 앞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18세기 시청사가 있다. 시청사 옆 리얼 마리 킹 클로즈는 ‘귀신 나오는 골목’으로 관광 트렌드가 되었다. 이 광장에서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콕번 스트리트를 앞두고 데이비드 흄(1711~1776)의 흉상이 있다. 흄은 에든버러 근교인 나인웰스에서 태어났지만 에든버러에서 대학을 다니는 등 인연이 깊다. 우여곡절이 많은 그의 인생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흄은 “철학자가 되어라. 그러나 철학 가운데서도 여전히 인간이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메리 여왕이 살던 홀리루드 하우스
흄 흉상을 지나면서 길은 한가해진다. 길 끝에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이 있다. 홀리루드 하우스는 1128년 데이비드 1세가 지은, 성 아우구스티누스회의 성당이었다. 1498년, 제임스 4세의 명에 따라 궁전으로 다시 지었고 1530년대에는 제임스 5세가 자신과 왕비인 기즈의 메리를 위해 탑을 덧붙였다. 1560년대에는 이들의 딸인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가 살았다. 메리는 1565년, 이 수도원에서 사촌 단리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하지만 단리가 살해되자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살해 용의자 보스웰 백작의 아이를 임신한 채 이 궁전에서 결혼했다. 메리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메리와 단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제임스 6세는 에든버러에 머물 때는 홀리루드 하우스를 이용했으나 1603년, 그가 영국으로 떠난 뒤로 이 궁전은 왕가의 방문이 있을 때만 사용되었다. 2002년에는 왕실이 소장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퀸스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주인의 무덤 지킨 충견, 보비
에든버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보비의 동상이다. 존 그레이의 양치기 개 보비. 존은 보비와 여행을 하던 중 병으로 객사했다. 존의 시신은 보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든버러 그레이프라이어스 교회 묘지에 묻혔다. 당시 두 살이었던 보비는 죽을 때까지 무려 14년간 매일 밤 존의 무덤을 지켰다. 보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퍼졌고, 에든버러의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보비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 보비가 집 없는 개로 오인받아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가거나 사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보비는 개로서는 유일하게 에든버러 시 명예시민권을 부여받았고, 죽은 뒤에는 특별허가를 받아 존 옆에 묻혔다. 보비의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롤링(1965~)이 즐겨 찾았다는 카페가 있다. 이혼 후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녀는 아이 분유 값을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동화를 쓰기로 결정한 그녀는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했다.
Travel Data
항공편 스코틀랜드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다. 인천→영국 런던행 직항편을 이용해 히드로공항까지 약 11~12시간 소요.
교통 런던 빅토리아 코치 역에서 에든버러까지 내셔널익스프레스 버스가 운행된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는 매일 20여 회 기차가 운행된다.
시차우리나라보다 9시간 늦다.
음식 ‘하기스(Haggis)’가 유명하다. 양의 내장을 잘게 다져 곡물과 섞은 것을 양의 위장에 채워 삶은 음식. 스코틀랜드의 전통 요리로서 매시포테이토와 순무를 곁들여 먹는다.
주류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스카치위스키다.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가장 일반적이고,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종류다.
숙박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고급 호텔은 25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평균 8만~10만 원대에서 이용 가능하다.
화폐 파운드
여행 포인트 시간 여유를 갖고 북부 고지대에 있는 ‘하일랜드(Highland)’ 지역을 연계하면 좋다. 에든버러 시내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최근 뉴스에 안타까운 사건이 보도됐다. 우리나라 유학생이 그랜드캐니언으로 여행을 갔다가 실족해 병원에 실려 갔는데 병원비가 10억 원이나 나오고 국내에 오려면 2억 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고국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여행사는 가이드가 조심하라고 경고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데 해결이 어떻게 날지 결과가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행지에서는 가이드 안내에 잘 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나도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올라 새삼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 당시엔 정말 심각했었다. 그때 40여 년간 만나온 동창 7명은 홍콩으로 단체여행을 떠났다. 다들 경험했겠지만 여자 7명이 마음 맞춰 여행을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어찌어찌 날짜를 맞춰 출국을 하게 됐다.
낯선 여행지에서는 가이드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운 없게도 아르바이트 날라리(?) 가이드를 만났다. 물론 가이드 입장에서는 다양한 여행객들을 인솔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랬겠지만, 너무 자주 경고를 하면서 겁을 줬다. “홍콩에서는 여러분이 하는 영어로는 통하지 않는다. 길을 잃으면 찾아올 수 없다. 그러니 절대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고 했다.
어쨌든 홍콩에서의 관광은 시작되었고, 여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들은 신이 났다. 그리고 여행 셋째 날, 우리는 옵션 여행을 하지 않고 우리끼리 자유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영어로 택시도 타고 침사추이 다운타운에서 아울렛 구경도 하고 망고 주스와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건은 마지막 날 공항에서 벌어졌다. 가이드는 “비행기 타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유명한 홍콩 공항 쇼핑을 하고 안녕히 돌아가시라”면서 “혹시 시간이 좀 늦어도 승객이 한 명이라도 타지 않으면 이륙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홍콩 공항은 정말 크고 넓다. 우리는 각자 선물도 사고 쇼핑도 하러 다니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비행기 타는 시간에 맞춰 탑승구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초콜릿과 과자를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친구들과 헤어졌지만 비행기 시간을 자주 체크하며 약속시간에 맞춰 지하 전동차를 타고 탑승구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탑승 시간이 촉박한데도 친구 3명이 오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 시간 10분 전쯤 되니 승무원이 어서 비행기에 오르라며 재촉했다. 우리는 일행 3명이 아직 안 왔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당장 탑승하지 않으면 다른 손님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그냥 떠나겠다고 했다. 그 순간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우리끼리 먼저 타야 하는 게 옳은 건지, 탑승을 포기하고 기다리는 게 나은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탑승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남겨진 친구들한테는 배신자가 된 듯한 느낌도 들고 그 친구들 걱정도 돼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비행기를 못 탄 친구들은 대한항공을 타고 돌아오게 되었다고 알려줬다. 그제야 우리는 안심하고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저가 항공사 비행기로 왔는데 대한항공 비행기 온다니 더 잘됐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 친구들은 비행기 값을 더 지급했을 텐데 말을 안 해준다. 쇼핑 때문에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쳤다는 사실이 창피하다면서. 어쨌든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여행은 무사히 마쳤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시간은 잘 지켜야 한다는 교훈은 얻었다. 한 사람이라도 오지 않으면 비행기가 떠나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말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가이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우리가 잘못한 걸까. 지금도 우리는 모임에서 가끔 그날의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2018년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 중 요즘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하는 등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늘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시장도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격동의 세월을 맞아 ‘쥐꼬리’만 한 이자로 냉대받던 예·적금 등 안전상품의 가치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때마침 금리 인상으로 이자도 두둑해졌다. 다만 가입 조건이나 우대 혜택이 제한적이라, 자금 운용 목적에 맞는 꼼꼼한 비교가 필수다.
‘최고 6%대’ 예·적금 상품의 귀환
“또 허탕쳤어요. 오늘 1번이신 할머니, 손주 해준다고 오셨는데 새벽 1시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정말 핫하고 치사한 적금이다 싶네요.” (jhy***님)
최근 은행 문 앞에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루 가입자 수 제한으로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고객도 상당수다.
SH수협은행은 ‘Sh쑥쑥크는아이적금’으로 인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아침마다 가입 전쟁이 벌어지자, 지점마다 하루에 10명씩만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비결은 금리다. 2018년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타 시중 은행에서는 찾기 어려운 최대 연 5.5%의 금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입조건이 제한적이다. 월 10만 원 한도, 최대 만기는 5년, 만 6세 미만의 자녀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판매고 10만 좌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예상외의 뜨거운 반응에 수협은 2018년 12월 말까지만 한시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 계획을 변경했다.
2018년 12월 새롭게 출시된 새마을금고의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선착순 제한 없이 ‘최소 5%’의 금리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들어갔다.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으로, 아동 또는 부모 중 1인 이상이 새마을금고와 거래하는 경우 파격적인 우대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납입 금액은 월 5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이며, 전체 새마을금고 통합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직장인 차은진 씨는 “친정어머니께서 아이 통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연차를 내고 가서 적금에 가입했다”며 “연 5%가 넘는 상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다행히 통장을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최고 연 6.5%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새마을금고 지점별로 금리 차이가 있다. 방문 전 해당 지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비단 아이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도 연 5% 안팎의 고금리 상품이 다수 나왔다. 우리은행의 ‘우리 여행적금’은 최고 연 6.0%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여행 특화 상품이다. 정기적금으로 가입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50만 원이다.
금리는 가입기간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 연 4.2%포인트를 더한 최고 연 6.0%다. 우대금리는 우리은행 첫 거래고객,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 또는 연금 수령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7% 포인트, 우리신용카드 이용액과 공과금 카드납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포인트가 제공된다.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 항공권 할인권(최대 10%)과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 적립금(최대 8만 원) 및 1년간 최상위 멤버십 자격도 제공된다.
IBK기업은행의 ‘IBK W소확행통장’ 적립식의 경우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이다. 계약기간 중 레저 업종에서 IBK카드를 사용한 실적, 온누리상품권 현금 구매 실적에 따라 최대 연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최대 연 4.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의 ‘OK VIP 정기적금’은 최고 연 4.9%(만기 12개월)의 이자를 준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동시 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다. 월 보험료 납입액에 따라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 0.9~2.4%포인트가 더해진다.
최근 출시된 은행 예금 가운데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상품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연 2.55%(2018년 12월 12일 기준)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연 2.5%를 이자로 준다. 스마트폰 가입 전용 상품이며 우대조건은 없다.
파킹 통장을 아시나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이 ‘파킹 통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파킹(parking) 통장이란, 말 그대로 주차장에 차를 잠깐 주차하듯 단기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아주저축은행의 ‘더 마니 드림 저축예금’은 단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는 예금 잔액별로 달라지는데, △1만~9만 원이 1.6% △10만~99만 원은 1.7% △100만~499만 원은 1.8% △500만~999만 원은 1.9% △ 1000만 원 이상은 2.0%다. 예치금액 제한이 없고 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도 면제된다. OK저축은행의 ‘OK 대박 통장’은 복잡한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연 1.7% 금리를 준다.
3개월 안팎의 단기 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한시 판매하는 상품으로, 단기 자금에 연 3%가 넘는 금리를 제공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을 기념해 특판 RP는 3개월(91일) 약정 상품으로 연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규나 휴면고객 대상으로 가입 한도는 2000만 원까지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RP는 3개월(91일) 예치 시 연 3%의 이자를 준다. 1인 가입 한도는 10억 원까지이며, 선착순 판매로 한도 소진 시 종료될 수 있어 지점별로 가입 한도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달러 투자 상품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자산 수요에 맞춰 연 3%의 이자를 주는 ‘달러RP특판’을 내놨다. 만기는 3개월 약정이며, 달러RP에 신규 가입하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달러까지 가입할 수 있다.
2019년 금리, 올라가나
주부 박지윤(가명) 씨는 ‘금리 인상시기’ 뉴스에 예금 운용기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 씨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자금을 짧게 굴리다가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 텐데, 경기 침체 얘기도 많아 마냥 기다리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종전 1.50%에서 0.25bp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새해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에서 2019년 2.6%, 2020년 2.5%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새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2020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확인된 시점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도 새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 악화 속에 GDP갭 마이너스 폭이 추가로 확대되며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새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특판’ 고금리 상품 출시 경쟁도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던 2금융권에선 특판으로 상당 부분 목표를 채웠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의 시그널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주목한다. 미국 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고음이 들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2월 5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연 1.901%, 10년물은 연 2.058%로 마감해 금리 격차가 15.7bp로 줄었고, 장단기 금리의 축소 영향으로 단기 예금과 중장기 예금의 금리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박해영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PB팀장은 “단기 상품(1개월짜리 등)의 금리와 장기 상품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당수 자산가들이 3개월 이내로 짧게 자금 운용을 하는 추세”라며 “금리 동결 혹은 인하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 운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중한 예금 안전하게 지키는 법
높은 금리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를 거치며 예금자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 파산 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고금리를 겨냥해 저축은행 등에 예금을 맡길 경우 금융기관별로 5000만 원 이내로 나눠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지역조합은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를 해준다. 새마을금고 예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신협도 신협중앙회를 통해 준비된 예금자보호준비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한다.
금융상품별로 예금자보호 대상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적금은 기본적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주택청약저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형 증권사가 판매하는 발행어음 같은 경우 예금자보호법의 원금보장을 적용받진 못하지만, 신용도가 좋은 회사인 경우 파산 가능성이 희박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