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지성인 윤석화, 돌꽃처럼
- 마치 부드럽게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그 강은 사람들이 쉬이 찾지 않는 산속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길을 내어 고고히 흘러가는 강이다. 한 시간 동안 윤석화와 인터뷰를 끝내고 든 느낌이다. 42년간 활동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배우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늦깎이 엄마로서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그런 엄격함이 빚은 솔직한 결론들을 청명한 울림으로 던져줬다. 배우와 모성에 대해 그리고 고난을 감히 축복이라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석화는 인터뷰하는 동안 쑥스럽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리고 아직 사진 찍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외다. 우리나라 최고의 연극인을 꼽으라면 항상 첫 손가락에 들어갈 그녀가 사진에 익숙하지 않다니? “연극배우란 것이 늘 배역에 대해 면밀히 연구한 후 제 마음속에서 새로이 만들고, 조금씩 조금씩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저한테 그 인물을 오게 하는 거죠. 저는 그런, 어찌 보면 미련한 작업에 익숙한 사람이라…. 제가 처음부터 꿈이 모델이었다거나 어찌어찌하다 모델이 됐다면 이렇게 쑥스러울 것 같지 않은데, 그렇게 미련한 작업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게 굉장히 부끄러워요. 그리고 나이가 드니(웃음), 아주 쑥스러워요 정말.”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소녀 미련한 작업에 익숙한 사람, 윤석화의 어린 시절 꿈은 다름 아닌 ‘현모양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꿈도 어느 정도 이룬 그녀는 연극인으로서 살아온 지 올해 42년. 불꽃같은 ‘돌꽃’ 윤석화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물론 저에겐 소망이 있죠. ‘무대에서 참 아름다운 배우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은 속일지 몰라도 저 자신은 속이기 힘들죠. 그래서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선택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왔어요. 연극인으로서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늘 똑같아요. 어떤 때는 제가 참 괜찮은 배우 같고, 어떤 때는 이렇게 해도 되나 싶고.” 그녀의 토로에는 살아온 시간에서 증명되는 모종의 깊이가 담겨 있었다. 동시에 그녀가 여전히 현장에서 뛰는 배우임을 깨닫게 해줬다. 그녀는 ‘속도야 달라지겠지만 은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우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존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좋을 수는 없고 언제나 나쁘지도 않고.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아직도 배우 윤석화에게 하고 싶은 역할이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이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인정을 해야겠죠. 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대해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에요. 후배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저의 식지 않은 열정을 얘기하죠. 예전에는 어떤 작품을 꿈꾸게 되면, 예를 들어 열 작품을 꿈꾸면 최소한 다섯은 현실로 이뤄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자신감이 예전 같지 않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배우가 가진 고민은 허심탄회하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와 그 한계를 순순히 인정했다. “연극에 대한 애정은 더 깊어졌지만 연극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예전에 비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환경과 싸워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죠. 십 년 전만 해도 작품을 할 때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도들이 조금 겁도 나고 두렵고…. 나이가 드니 계획을 세우면 젊었을 때는 이삼 일 정도면 실행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이 되어야 움직이는 것 같아요(웃음). 이러다 혹시라도 직무유기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죠. 제가 생각하는 최선에 이르지 못했을 때 다음 스텝에 많은 걸림돌이 될 테고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삶의 가치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윤석화는 맺고 끊음이 분명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때때로 삶에 대한 깔끔한 태도는 나이가 주는 지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나이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지혜가 발휘되는 거겠지요. 내 앞의 현실을 수용해야지, ‘이래도 할 수 있어’라고 우기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추해보일 수도 있고, 교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나이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수용을 추구하는 본인의 기준이 담겨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고집한다. 그녀의 꿈은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이고, 지금 기자 앞에 있는 그녀는 자신의 꿈을 충실히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보톡스를 안 맞는 거죠. 배우는 자기를 관리하는 게 의무입니다. 그런데 너무 인위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면 안 예뻐 보이더라고요. 예전부터 하는 얘기지만 나이든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책임지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이 사실 굉장히 두렵죠. 저도 그것에 대해선 자신 없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잘하려고 노력해요. 가능하면 모든 것에 감사하고 기도하고 기뻐하고 내게 있는 것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라는 거죠. 그렇게 나이 들다 보면 향기가 나지 않을까요(웃음)?” 배우로서 사랑받는다는 의미를 깨닫다 윤석화는 연극배우로서 살아왔고 연극배우로서 세상을 익혔다. 그래서 그녀의 삶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연극이다. “제가 연극배우로서 삶을 배우고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관점이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TV나 영화나 음반 제의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유명해지는 게 싫어서 연극을 했어요. 연극을 해보니까 이건 유명해지지도 않고,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 같았죠.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연극이 무엇인지 깨달을 무렵 내가 평생을 걸어도 좋을 나의 업이다 싶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국을 갔죠.”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언론은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꾸밈조차 싫었다.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없었다면 좀 더 자유롭게 큰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을지도 몰라요. 늘 주목을 받는다는 게 제게는 자유를 뺏기는 기분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도 넘고 저 강도 건너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스타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백 명이 날 좋아한다고 쳐요. 그중 구십 명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이고 열 명은 정말 윤석화를 사랑하는 팬으로 남을 수 있겠죠.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찌됐든 인기가 있다는 것, 윤석화를 보러 그 연극을 보러 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거예요. 인기가 있었으니 그만큼 연기를 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은 감사해요.” 연극에 뼈를 묻고 살아온 윤석화가 변신을 하려는 걸까? 그녀는 최근 SBS 드라마 에 출연했다. “드라마를 무조건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그런데 워낙 안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됐죠. 물론 제 본분은 연극이니 선배로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첫 번째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고집들에서 좀 자유로워졌어요. 뭐든 때가 있는 거겠죠(웃음).” 어머니는 위대하다 연극인으로서의 삶만큼이나 윤석화의 삶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늦깎이 엄마로서의 삶이다. ‘가슴으로 낳은’ 수민(아들 14세), 수화(딸 10세)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 걸까? “어머니는 정말 희생이에요. 육아를 해보니 힘들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머니가 된다면 어떤 이유라 해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꿈꾸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머니는 그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그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아는 게 중요하죠.” ‘제일 부러운 사람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있어서 급할 때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그간 겪었던 육아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저의 경우 가장 힘든 것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그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죠. 공부를 하라고 해야 하는지 놀라고 해야 하는지, 야단을 쳐야 할지 칭찬을 해야 할지… 정말 ‘뇌가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그녀는 어머니가 가정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가정은 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인내심도 많아야 하고 포용력도 있어야 되고 단호함도 있어야 해요. 그게 여자예요. 남자는 그게 안 돼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결과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국내 입양 위한 일곱 번째 자선 콘서트 아이에게서 너무 멀찌감치 떨어져 생각 없이 말하는 것보다는 다치고 상처받더라도 다가가야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윤석화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니 그렇게 예뻤던 애가 지금은 내 아들이 맞나 싶고…. 한편으론 애가 컸구나 싶어 뿌듯하지만 ‘잘못 크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돼요. 말하는 것만 봐도 ‘으유~!’ 이러고 싶을 때 있죠. 그러나 ‘엄마 말 들어봐~’하며 인내심으로 달랩니다. 이론은 쉽죠. 저는 말하는 게 굉장히 직설적인데 아이한테는 그럴 수 없어요.” 아이를 키우기로 했을 때, 그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다고 한다. 그녀가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은 열악한 국내 입양 현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래서 그녀는 국내 입양을 위한 자선 콘서트와 바자회를 지금까지 여섯 차례 열었다. 2015년에는 이틀 동안 가수 이문세, 배우 황정민과 박건형, 기타리스트 함춘호 등 그녀와 친분이 있는 유명인사들이 무대에 나와 그녀를 도와줬다. 올해는 하루 더 늘려서 5월 5, 6, 7일 3일 동안 동숭동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일곱 번째 콘서트와 자선 바자회를 연다. 그녀는 2003년부터 국내 입양기관과 미혼모 자립을 위해 자선 콘서트를 계속 열어왔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도 모두 기부하고 있다. 의연하게, 담대하게, 온유하게 “제가 오늘 밤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에요. 기쁘게 죽을 거예요. 저 자신을 위해선 할 만큼 했고 누릴 만큼 누렸어요. 누군가는 가소롭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제 그릇이 그러니까요. 물론 제 신념은 ‘죽을 때까지 결코 죽지 않겠다’예요. 미리 죽지 않고 그래서 그냥 인생을 다 사는 여자(웃음).” 시원시원한 목소리 톤만큼이나 인생을 논하는 그녀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후회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도 아직 해보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 “왜 없겠어요, 많죠. 하지만 사람이 자기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뭘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 것 자체가 살아있음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걸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면서 길을 가야겠죠.”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저는 저답게 살기를 바라요”라는 말에는 윤석화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마침내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사람이 말할 수 있는 확신에 찬 결론이기도 했다. “누구처럼 멋있게, 누구처럼 돈 많게, 누구처럼 가난하게도 아니고 저다운 저를 바라보고 생각하며 저답게 살고 싶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십 넘게 살면서 약간의 후회는 있죠. 부족하고 거칠었던 철없던 날들이었지만 다시 다잡고 살았어요. 그래도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의연하고 담대하고 온유하게 산 것이 바로 저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조금 더 깊어지면 예쁜 할머니가 되겠죠(웃음).”
- 2017-03-14 09:27
-
- [브라보가 만난 사람] 파독광부 민석기씨
- 1977년 10월 24일 김포공항.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기.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생이별을 앞둔 인파로 가득했다. 한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형제, 자매와 조카까지 모두 공항에 자리를 잡았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고, 힘줘 잡은 두 손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곧 먼 이국의 땅으로 떠날 파독(派獨)광부들을 환송하는 자리. 그 자리에는 만삭의 아내와 두 아이를 끌어안고 이별을 고하는 민석기(閔錫基·66)씨도 있었다. 그리고 39년이 흘러, 그는 이날의 이야기를 자서전에 기록해 세상에 내놓았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장소협조 Frenchie B 1960년대 초 대한민국. 당시 경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박정희 군사정권 초반 시행한 경공업 위주의 수출 지향 정책은 되레 실업자 양산과 외화 부족 현상을 증가시켰다.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인력 수출’이다. 당시 독일은 ‘라인 강의 기적’이 완성돼가고 있었다.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했고, 일자리는 많았지만 사람이 없었다. 일자리를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 거친 일을 하려는 사람이 부족했다. 당연히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외면당했다. 독일 정부 역시 비슷한 선택을 했다. ‘인력 수입’이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약 7900여 명의 광부가 독일에서 근무했다. 500명을 모집했던 첫해, 첫 번째 모집에는 4만6000여 명이 몰릴 만큼 좋은 일자리는 절실했다. 민석기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독일에서 찾던 ‘경력 광부’ 한때 광부만 2000명이 넘었던 함태광업소. 사촌누나와 매형 덕분에 광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2년을 일했다. 독일로 갈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도 그때였다. “독일로 갈 광부를 뽑는다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어.” 동료 광부의 전언이 계기가 됐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민석기씨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했다. 당시 독일 광부들의 월급은 600마르크(약 160달러) 정도로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제가 독일에 지원했던 시기는 파독광부제도 시행 후반이었어요. 초기에는 해외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만한 머리 좋은 사람들을 주로 뽑았죠.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갔는데, 일을 안 하고 요령 피우는 친구들이 많았나봐요. 그래서 힘쓸 만한 사람들 위주로 뽑았더니 이번엔 폭력사건이 골치를 썩였죠. 그래서 독일 측에서 요구했대요. ‘진짜 광부’를 보내달라고. 이때 탄광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우대해줬고, 저도 되겠다 싶어 지원하게 됐죠.” 들어 올리지 못했던 가마니 영화 에는 파독광부를 지원했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체력시험을 보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일념으로 쌀가마니를 힘겹게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장면. 1977년에는 그 체력시험이 서강대학교에서 있었다. 독일인 심사관도 통역을 받으며 지원자들을 지켜봤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번쩍 들 필요도 없이 어깨 위에 들쳐 매기만 하면 됐는데 그것조차 되질 않았다. 쌀 대신 모래가 들어 있던 60kg짜리 가마니는 꼼짝도 하질 않았다. “시원하게 떨어졌죠. 이해할 수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쉽게 들 수 있었을 텐데 안되더라고요. 요령이 없었나봐요. 그렇게 풀이 죽어 태백으로 돌아갔는데, 후에 연락이 왔어요. 다시 시험을 보라고. 그래서 서울로 향하기 전에 열심히 모래가마니를 들어올리는 연습을 했어요. 그것도 열심히 하니까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두 번째 도전에서는 필기시험까지 일사천리로 합격했다. 합격하고 나서도 독일로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가 30만원이나 됐다. “당시에 대구에서 집 한 채 사는 데 150만원이었으니 엄청나게 큰돈이었죠. 하지만 돈을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 시절에는 ‘독일 가는 데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도 선뜻 빌려줬어요. 그만큼 파독광부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신용도 높았어요. 어떤 기수는 한국에서 한 달짜리 사전교육까지 다 마쳐놓고도 떠날 날짜가 자꾸 미뤄져 빚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곧 독일에서 큰돈을 벌 테니까 하는 마음에 빚으로 흥청망청 생활했던 거지요. 다행히 저는 사전교육을 제대로 마칠 수 없을 정도로 출국일이 급하게 잡혀 별일 없이 독일로 향할 수 있었어요.” 3년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 못 지켜 “3년만 꼭 참아. 3년만 참고 일하면 한국에서 잘살 수 있을 거야.” 출국심사를 하기 전 눈물을 흘리는 아내에게 민석기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 계약이 3년이었으니 그 시간만 채우고 돌아오면 한국에서 무엇을 시작해도 쉽게 할 수 있는 밑천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때는 자신의 귀국이 훨씬 늦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곧 대구의 시댁으로 내려가야 하는 아내를 뒤로 한 채 그는 루프트한자 항공기에 올랐다. “당시엔 비행기 자체가 신기했던 시대였으니까요. 타고 있던 커다란 것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진짜 떠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내릴 수도 없고, 도망갈 곳도 없다는 현실이 체감됐어요.” 버스는 어둠 속을 5시간을 넘게 달렸고, 잔뜩 겁먹은 얼굴의 한국인 무리가 낯선 향기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차에서 내렸을 때 그들은 딘슬라켄의 땅을 밟고 있었다. 이들이 독일의 광부로서 생활을 시작한 로벡 광산이 있는, 먼 훗날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아리랑파크’가 건립된 장소였다. “처음엔 말도 못하게 고생했어요. 말이 안 통했으니까요. 이걸 들라는 건지 내리라는 건지 당기라는 건지 밀라는 건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죠. 멍하니 들고 서 있을 때가 태반이었어요. 망치, 톱, 정 같은 공구 이름도 전혀 몰랐고요. 갱도 내에서는 무전으로 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아 더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녁에는 괜한 군기를 잡겠다는 선배들의 괴롭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지옥 같은 갱도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00m쯤 갱도를 내려가면 작은 터미널 같은 것이 나와요. 개미굴같이 여러 소규모 갱도들로 연결되는 철로들이 집결되는 곳이죠. 거기서 열차를 타고 10분 넘게 들어가면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하고, 내려가서 실제 작업하는 곳까지 다시 수백m를 더 들어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내려가고 들어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고요. 석탄을 찾아 따라다니는 것이죠. 공기가 공급되는 환풍기 근처는 찬바람 때문에 서늘했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은 지열 때문에 40℃가 넘기 일쑤였죠. 거기서 독일인들의 고함을 들어가며 일했어요.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고.” 그래도 말이 들리고 일이 익숙해지자 독일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했다. 한국에선 쉬는 날도 없이 작업시간이 길었지만 독일은 달랐다. 주 5일 근무에 공휴일도 꼬박꼬박 쉬었고, 하루에 8시간만 근무하면 그만이었다. 막장에 들어가는 데 1시간, 나오는 데 1시간,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5시간에 불과했다. 독일에서 나 홀로 이름 지어본 ‘새마을협동농장’ 처음에는 3년만 있자 하고 온 독일이었지만, 첫 휴가는 그보다 훨씬 뒤인 7년 만에 이뤄졌다. 한 달 휴가 동안 도로공사나 다른 일을 하면 큰돈을 쥘 수 있었고, 더 돈을 모아 금의환향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한국에 도착했을 땐 집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8남매가 모두 모여 민석기씨를 환영했다. 형제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독일에서 큰돈을 벌고 있는 민석기씨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빨갛고 파란 테두리가 그려진 아빠의 국제우편을 늘 기다리던 막내는, 막상 난생 처음 아빠를 만나자 낯설음에 뒷걸음쳤다가 곧 아빠 품에 안겼다. 그렇게 가족들은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다. 휴가 때 그의 마음을 흔든 것 중 하나는 ‘새마을운동’이었다.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조국은 많이 변해 있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 새마을운동이 있다고 믿었다. “당시에 전 기숙사를 나와 인근 마을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농장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편했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주말에 시간이 남는 한국인 광부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았어요. 전 아예 나와 있어서 이런 유혹을 피할 수 있었고 농장일로 가욋돈까지 벌었죠. 그때 농장 주인의 제안으로 빈 땅에 직접 배추와 무, 갓 등을 심으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새마을협동농장이라고 이름을 지었죠.” 후에 그의 이 농장은 현지 신문에 소개되면서 지역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의 ‘외도(?)’가 회사에까지 알려져 곤란을 겪기도 했다. 외로운 말년의 파독광부 많아 한때 아이들을 독일로 불러 완전한 정착도 꿈꿔봤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자 1989년 민석기씨는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휴일도 없이 일해서 모은 목돈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리라 기대했지만 돌아와서 보니 그것과는 먼 삶이었다. 다른 파독광부들처럼 남의 손에 관리가 부탁된 돈들은 형제들에게 그리고 처가로 스며들었고,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 돼 있었다. “잘된다는 말만 믿고 형님 건설회사에 계손 돈을 보탰지만, 실제로는 까먹기만 했어요. 또 처가 쪽으로도 돈이 흘러가 수중에 남는 게 없었죠. 결국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독일에서 엄마와 살게 했고, 전 딸아이와 한국에 남았어요. 그 후 식당일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죠. 건강이 나빠졌을 때는 간이식을 받으러 중국까지 갔었어요. 굴곡이 많은 삶이었지만 그래도 남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잘 살아온 것 같아요.” 독일로 가 인생의 대박을 맞이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많았던 민석기씨. 그렇다면 다른 광부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파독광부들이 잘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요. 독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300명 정도의 사람들은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오는 상황인 거죠. 한국에 돌아온 사람들 중 주변 사람들에게 속아 빈털터리가 된 경우도 적지 않아요. 심지어 재산권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는 친척들도 있죠.” 마침 그를 만난 12월 9일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발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었다. 민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가결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 소식을 듣는 그의 표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읽혔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에 의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고, 또 평생을 지지했는데, 이제는 상당수 국민이 그의 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로서는 명쾌하게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도 독일에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광부들이 한국인의 성실함을 몸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동력이 된 차관도 독일로부터 빌려올 수 있었죠. 또 조국과 민족,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이 있어 막장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요.” 민씨의 이야기는 가족과 부모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엮는 회사 ‘뭉클스토리’의 기획 행사에 선정돼 함께 독일에 다녀온 간호사 노금희, 황보수자씨의 이야기와 함께 책으로 만들어져 지난 10월 정식 출간됐다.
- 2017-01-06 14:28
-
- 2016년 강타한 뉴컬처 트렌드는?
-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2016 병신년(丙申年). 올 한 해 새로운 문화 트렌드와 콘텐츠가 등장했다. 디지털과 컴퓨터, 통신기술의 발달과 1인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인 변화 등으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문화 트렌드와 콘텐츠는 2016년 대중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주었다. 먼저 실감(實感) 콘텐츠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드론, 360도 카메라 등 촬영기구와 HMD(Head Mount Display)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현장감과 실재감을 제공하는 실감 콘텐츠(Reality-contents)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중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 가장 대표적인 실감 콘텐츠로 꼽힌다. AR은 실재와 허구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혼합했고 VR은 100%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차이가 있는데 눈앞에서 현실처럼 느껴지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높인 콘텐츠라는 점은 공통점이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열풍은 실감 콘텐츠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AR, VR은 게임뿐 아니라 뉴스, 다큐멘터리, 스포츠 중계, 광고, 공연, 영화 등 미디어와 대중문화는 물론 교육, 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VR과 AR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IT 기업뿐만 아니라 전자업체, 영화사, 방송사 등 문화산업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6년에 두드러진 또 하나의 문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모바일이나 PC, SNS 등을 통해 짧은 시간에 간단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낵컬처(Snack Culture)의 도약이다. 유·무선 인터넷의 이용시간이 급증하면서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웹예능 등 스낵컬처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월에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5927만 명에 달하고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2.8시간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TV가 153분으로 가장 길었고 다음이 스마트폰 등 이동형 인터넷 56분, 고정형 인터넷 47분, SNS 22분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는 시간이 급증하면서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 웹예능 등 스낵컬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웹툰 일일 이용자만 620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웹툰 사이트 상위 5개사 누적 회원만 9590만 명에 이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500억원에 달하던 웹툰 시장은 2015년 42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16년 올해 웹툰 시장 규모는 5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웹소설 역시 2014년 200억원, 2015년 400억원대로 두 배가량 성장했고 2016년 웹소설 시장도 2000억원대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2월 선보인 로 모습을 드러낸 웹드라마는 2013년 17편, 2014년 23편, 2015년 67편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밖에 tvN의 를 비롯한 다양한 웹예능도 이용자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제작사들이 앞다퉈 웹예능 제작에 나서고 있다. 웹툰, 웹소설 등 스낵컬처는 가장 강력한 대중문화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의 원천이자 한류 상승의 기폭제 역할까지 하고 있다. 급증하는 1인가구도 2016년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1911만 가구) 중 27.2%를 차지하고 있다. 1인가구는 2인가구(26.1%), 3인가구(21.5%), 4인가구(18.8%), 5인 이상 가구(6.4%)를 제치고 가장 많은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1인가구의 증가는 문화와 생활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1인가구의 증가로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 문화가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는 ‘혼영’, ‘혼행’ 문화도 대중화했다. 1인가구를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도 크게 늘었다. , , , 등 급증하는 1인가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방송,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최대 한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의식해 사전제작제로 만들어진 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 , , 등 방송 전 제작을 완료한 드라마들이 등장해 사전제작제가 자리를 잡았다. 또한 지난해 강세였던 쿡방과 먹방,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가 떨어지는 대신 올해는 음악 프로그램에 게임, 경연 등 다양한 예능 장치가 가미된 , , , , 등 음악 예능이 큰 인기를 얻었다. 2016년 영화계는 세월호 대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과 , 독립운동과 친일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 위안부 문제를 다룬 등 사회 문제와 연관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또 (1156만 명)의 공유와 마동석, (970만 명)의 강동원과 황정민, (749만 명)의 송강호와 공유, (712만 명)의 하정우, (704만 명)의 이정재와 이범수, (687만 명)의 곽도원과 황정민, (652만 명)의 유해진 등 6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 7편 모두가 남자 스타 주연작으로, 남자 스타 주도 흥행 현상이 더 심화됐다. 2016년 대중음악계에 떠오른 주요 트렌드로는 비주류에 머물던 힙합 음악의 부상 그리고 트와이스, 여자친구, 마마무로 대표되는 걸그룹 세대 교체, 젝스키스, S.E.S, NRG, 클릭비 등 원조 아이돌 그룹의 귀환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2016년 올 한 해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사건으로는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내 한류의 위축, 박유천, 이진욱, 유상무, 엄태웅 등 남자 스타 연예인들의 잇따른 성폭행 혐의 피소, 송강호와 김혜수 등 수많은 대중문화인의 정부의 블랙리스트 포함 등이 있다. 2016년 대중의 곁을 영원히 떠난 스타는 구봉서, 김성민 등이다. 1인가구의 증가는 문화와 생활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1인가구의 증가로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 문화가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는 ‘혼영’, ‘혼행’ 문화도 대중화했다.
- 2016-11-29 17:58
-
- [배국남 뉴컬처 키워드] 남자스타 ‘흥행 독식’ 왜?
- 38.8%라는 근래 보기 힘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흥행 일등공신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 남자 주연 송중기다. 올해 들어 한국영화 중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6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주연은 강동원 황정민, 두 남자 배우였다. 10년 넘게 방송되면서 예능 최강자로 군림하는 MBC 은 유재석 박명수 등 6명의 남자 멤버들이 이끌고 있다. 의 조승우와 의 김준수는 출연 작품마다 매회 티켓매진 기록을 수립하는 뮤지컬계의 최고 흥행 파워 스타다. 최근 들어 드라마, 영화, 예능, 뮤지컬에서 남자 스타 주도의 흥행이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원톱 남자 주연 혹은 남-남 투톱 주연의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성 스타들이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작품들은 시청자와 관객의 외면을 받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 스타 전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돼 여성 멤버들이 주축이 된 여성 예능 프로그램은 보기조차 힘들어졌다. 남자 스타의 티켓파워가 강력해 조승우나 김준수의 뮤지컬의 회당 출연료는 2000만~3000만원 선으로 여자 스타의 출연료를 압도한다. 영화계에선 근래 들어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1~3년 사이에 송강호가 주연으로 나선 을 비롯해 황정민의 , 최민식의 , 류승룡의 , 황정민 유아인의 등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였다. 그리고 600만~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황정민의 , 이병헌의 , 황정민 강동원의 , 송강호 이정재의 , 유아인 송강호의 , 하정우 한석규의 , 김수현의 등 모두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다. 반면 여자 스타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2014년 상영돼 866만 명이 관람한 손예진 주연의 , 8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심은경 주연의 등 극소수의 작품을 빼놓고는 최근 여자 주연을 내세운 영화들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여자 주연으로 눈길을 끈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는 한효주와 천우희, 두 명의 여자 스타가 주연으로 전면에 나서 개봉 전 기대를 모았지만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CGV가 지난 1월 열린 ‘2016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한 관객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남자 스타 영화 흥행 파워 판도를 잘 보여준다. 흥행 파워를 의미하는 ‘믿고 보는 배우’를 묻는 조사에서 40.1%의 지지를 얻은 황정민이 1위를, 28.2%의 강동원이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송강호, 하정우, 최민식 유아인 이병헌 순이었고 10위 안에 포함된 여자 스타는 10위를 차지한 전지현이 유일했다. 전통적으로 여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강력하게 나타나는 드라마에서도 최근 들어 남자 스타들의 시청률 상승 주도력이 크게 상승했다. 시청률은 높지만 화제성에서 떨어지는 홈드라마를 주로 방송하는 일일드라마나 주말극의 경우, 여자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화제성과 신드롬 진원지 역할을 하는 주중 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사극에선 남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여자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20%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던 SBS 는 남자 주연으로 나서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주원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올해 들어 주중 드라마로 첫 20%를 기록한 SBS 미니시리즈 역시 남자 주연을 맡은 유승호가 흥행 일등공신이었다. 시청률 40%에 육박한 는 남자 주연 송중기가 인기 견인차였다. 시청자의 좋은 평가 속에 12~17%로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로 지난 3월 22일 막을 내린 도 유아인 김명민 등 남자 주연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대하사극 역시 정통 드라마로 11~14%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송일국의 힘이 컸다. 3월 28일 시작된 KBS , MBC , SBS 등 세 방송사의 새 월화 드라마들도 각각 박신양, 강지환, 장근석 등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 눈길 잡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4월 20일부터 방송된 SBS 는 지성의 원맨쇼라고 할 만큼 원톱 주연 지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4월 27일부터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KBS 드라마 역시 천정명 조재현 두 남자 주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물론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선 여자 주연들의 활약이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성 주연의 전유물이라는 주말극과 일일극에서도 남자 주연의 흥행 파워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남자 스타 천하다. MBC , KBS , tvN , jTBC 등 근래 들어 남자 멤버들이 활약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육아를 비롯한 관찰 예능,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여자 예능 프로그램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남자 예능 프로그램의 득세 속에 4월 8일부터 여성 예능을 표방하며 시청자와 만나는 KBS 는 시청률이 3~5%로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MC도 남자 스타들이 독식하고 있다. KBS SBS jTBC 의 유재석, MBC SBS jTBC 의 김구라, KBS SBS jTBC 의 강호동을 비롯해 이경규 이휘재 전현무 김성주 등 남자 예능 스타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메인 MC로 나선 여자 예능 스타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MBC 의 김성주, 의 성시경 유세윤 백지영, KBS 의 신동엽, SBS 의 이휘재 성시경, 의 전현무 등 백지영을 제외한 방송 3사 음악 예능의 MC들이 모두 남자 스타들이다. KBS 등 방송 3사 연예대상 수상자 판도는 남녀 예능 스타의 흥행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1회 신동엽 부터 2015년 14회 이휘재까지 KBS 연예대상에서 여자 대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MBC는 2000년 1회 박경림 이후 2015년 15회까지 여자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SBS는 2009년 3회 연예대상에서 유재석 이효리가 공동 수상한 이후 남자 스타들이 대상을 독차지했다. 최근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00억원대(2015년 기준) 시장규모를 보이는 뮤지컬 분야에서도 남자 스타의 흥행 견인 트렌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연한 은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 변요한 등이 인기를 견인했고 이중 조승우는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고 뮤지컬 흥행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등 출연작마다 흥행 대박을 터트린 김준수를 비롯해 홍광호, 한지상, 유준상, 정성화 등 남자 스타들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며 뮤지컬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영화와 예능,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 남자 스타들이 대중문화 흥행을 이끄는 트렌드를 구축한 것은 대중문화의 주도적 소비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뮤지컬의 강력한 수용자인 젊은 여성 관객과 시청자가 주로 남자 스타의 작품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나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한 남자 스타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고 강력한 팬덤을 보이는 젊은 여성들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화제와 관심을 촉발하는 ‘홍보전령사’ 역할까지 해 남자 스타의 흥행 파워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투자자나 제작자, 방송사들이 여자 스타의 작품이나 프로그램은 외면하는 대신 경쟁적으로 남자 스타 위주의 작품을 쏟아내는 것도 대중문화의 남자 스타 흥행 독식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남자 스타들의 흥행 주도력이 높아지면서 남자 주연을 내세운 작품들은 장르, 내용, 소재면에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고 진화를 거듭해 시청자나 관객들이 선택의 폭이 많다. 이에 비해 여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은 매우 적어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을 뿐더러 작품의 스펙트럼도 좁아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6-06-21 14:30
-
- [스타라이프] 스타들의 몸값 천정부지 출연료가 얼마길래?
- 중국 한류 팬이 물었다. 한국 드라마에는 편부와 편모 가정이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도 그러냐고.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가 하소연했다. 스타 한 사람이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1억~2억 원 넘게 요구하고 저작권 수익 20퍼센트를 보장해달라고 하니 어떻게 드라마를 만드느냐고. 한 네티즌이 질문했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중국 영화 출연료가 1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냐고. 30년 연기자로서 살아온 50대 중견 연기자가 강조한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소속된 4000여명의 연기자 중 70퍼센트가 연 소득(2014년 기준)이 1020만원 미만이고 방송에 단 한 번도 출연하지 못해 출연료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30퍼센트라고. 스타와 연기자들의 몸값 일면을 보여주는 언급들이다. ‘장근석, 이병헌, 이영애 등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원 이상 스타 속출’ ‘한류스타 비,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5000만원, 드라마 한 편 출연료로 60억원 챙겨…’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 대중매체는 하루가 멀다고 월급쟁이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스타의 엄청난 몸값에 대해 시시콜콜 보도한다. 수많은 사람이 스타의 몸값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과연 스타들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료 실태는 어떨까. 스타의 드라마 출연료는 방송사가 탤런트를 공채로 선발해 전속제(탤런트가 소속 방송사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시스템)를 운영하던 1991년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졌다. 전속제가 시행되던 시기에는 연기자의 연기경력, 드라마 종류(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주·조연 등 드라마 비중, 방송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제에 의해 출연료가 지급됐다. 1991년 SBS의 등장으로 전속제가 속속 폐지되면서 스타들은 등급제 적용을 받지 않고 방송사 혹은 제작사와 스타 소속 연예기획사 간의 협의로 출연료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물론 스타가 아닌 일반 연기자나 단역 연기자의 경우는 현재도 등급제에 근거해 출연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출연료를 산정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있던 1991년 이후로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1990년대 후반, 한류가 일면서 출연료는 수직상승했다. 연기자의 등급제에 의해 드라마 출연료가 지급되던 1977년, 한국 텔레비전 방송연기자협회의 ‘출연료 현실화 자료’에 따르면 이 당시 최고 스타의 40~50분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3만5000원 선이었다. 최불암, 김혜자, 강부자, 이순재 등 스타급들이 이 금액을 받았다. 최불암은 “연기자들의 출연료 등 수입이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과 비교해 높았지만, 지금처럼 엄청나지는 않았다. 등급제에 의해 출연료가 지급되던 시기에는 단순히 인기가 높다고 해서 젊은 연기자가 경력이 많은 연기자보다 출연료를 더 많이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매년 PD 등이 참여하는 등급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연기자의 등급에 따라 출연료가 결정되는데 연기경력이 등급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경력이 많은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료가 대체로 높았다”고 말했다. 1991년 SBS의 등장으로 탤런트 전속제 폐지와 함께 일부 스타에 대해 등급제가 아닌 스타와 방송사 간 협상으로 출연료가 결정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인기가 높은 스타들의 몸값은 치솟기 시작했다. 1997년 들어서는 탤런트 드라마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드라마 제작에 어려움이 생기자 KBS, MBC, SBS 방송 3사 사장들이 긴급회동을 해 스타들의 몸값 상승을 자제하자는 결의를 했을 정도다. 이때 방송 3사 사장들은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의 상한선을 200만원으로 한정하자고 합의했다. 이 당시 회당 200만원을 받은 스타는 최진실을 비롯한 극소수 톱스타였다. 최진실은 생전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줄 몰랐어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지요. 제 출연료에 대한 언론 보도로 인해 스타 출연료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항상 제 이름이 언급돼요. 한동안 최진실 하면 연기자 몸값 1위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지요”라고 말했다. 톱스타 최진실이 회당 최고 출연료 200만원을 받고 드라마에 출연한 지 올해로 20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스타의 드라마 출연료는 어떻게 변했을까. 1995년 케이블TV가 등장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등 외국에서의 한류가 거세지고 체계적인 연예기획사가 등장하면서 스타들의 몸값은 폭등했다. 지난 20년 동안 스타의 드라마 최고 출연료 기록은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최고 몸값 신기록이 수립될 정도다. 2001년 SBS 대하사극 여자 주연을 맡은 강수연은 회당 600만원을 받으며 2000년대 드라마 최고 출연료 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은 1년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2002년 전도연이 SBS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625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록 역시 불과 1개월 만에 깨졌다. 김혜수가 2003년 방송된 KBS드라마 에 출연하면서 회당 700만원을 받았다. 김희선은 2003년 3월 SBS 드라마 출연계약을 체결하며 회당 1000만원을 받으며 드라마 회당 출연료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한국 방송사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바로 2007년 방송된 사극 에 주연으로 나선 배용준이 회당 출연료로 2억5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한국 스타로서는 처음으로 회당 1억원을 돌파하는 동시에 드라마 한 편 출연으로 60억원의 출연료를 챙겨 대중문화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승수 전 MBC 드라마국장은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 2억5000만원은 한국 방송계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일부 스타들이 배용준을 계기로 한국 방송시장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스타의 출연료가 치솟을수록 드라마 제작비는 한정돼 있어 제작 상황이 열악해졌고 스태프의 인건비가 삭감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출연료는 다른 스타들의 출연료 협상 시 기준이 되면서 스타의 막대한 몸값 지출로 한국 드라마 제작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게 됐다. 오죽했으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 지난 2009년 회당 1500만원을 넘지 못하게 하는 드라마 출연료 상한제 시행를 주장했을까. 하지만 드라마제작사협회의 출연료 상한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 2억5000만원 이후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웬만한 이름 있는 스타들은 5000만~1억5000만원 정도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를 받는다. 이영애, 전지현 등이 회당 1억원 이상의 드라마 출연료를 받고 최지우, 고현정, 하지원, 송혜교, 김태희 등은 회당 5000만~1억원 정도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남자 한류스타의 경우 드라마 회당 1억~2억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렇다면 중견 연기자들은 얼마나 받고 조연 연기자들과 단역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 이순재, 최불암, 김혜자, 고두심 등 인기 중견 스타들도 이제는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1000만~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반면 조연 연기자나 단연 연기자들은 등급제 적용에 따른 출연료를 받는데 연기경력이 20년~30년 된 조연 배우들은 회당 100만원 미만, 단역 배우는 회당 20만원 선을 받는다. 스타와 일반 연기자의 몸값은 천양지차다. 영화는 어떨까. 영화 스타의 출연료도 급상승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영화 스타들의 몸값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강우석 감독과 영화제작자협회는 2005년 6월 스타의 출연료 상승과 연예기획사의 터무니없는 영화 지분요구 등을 지적하며 스타 권력화의 문제를 제기해 연예계에 큰 논란이 일었다. 2006년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30억~40억원 할 때 한 스타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10퍼센트인 4억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의 주연 이병헌은 출연료는 미니멈 개런티 6억원에 흥행보너스를 추가로 받기로 계약했는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출연료로 이병헌이 챙긴 수입은 10억원이 넘었다. 영화 스타들의 출연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영화 남자 스타 출연료는 편당 6억~8억원 대다. 이 액수의 출연료를 받는 영화 스타는 하정우, 김윤석, 송강호, 장동건, 원빈, 이병헌, 황정민 등이다. 이들은 이러한 기본 출연료 외에 러닝 개런티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다. 여자 스타의 경우는 남자 스타보다 낮은 편이다. 3억~6억원 선으로 전지현, 손예진, 김혜수, 하지원, 전도연 등이 이 같은 몸값을 받는다. 우리 스타들의 해외 드라마 출연료는 국내 출연료보다 더 많다. 정지훈(가수 비)이 지난해 출연한 중국 드라마 의 회당 출연료로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박해진, 권상우, 송승헌, 이종석 등 남자 스타의 경우 7000만~2억원 선이고 장나라, 김태희, 추자현, 장서희 등 여자 스타의 경우는 5000만~1억원 선이다. 한류스타의 중국 영화 출연료 역시 한국 영화 출연료의 2배~3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남자 한류스타의 경우 15억원 안팎을, 여자 한류 스타의 경우 10억원 내외의 영화 출연료를 받고 있다. 송혜교, 송승헌 등이 10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고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 중국 광고대행사 YC스페이스 오혜령 대표는 의 이민호나 의 김수현은 중국에서 드라마, 영화 출연료는 정해진 것이 없다. 부르는 것이 값이다”라고 말한다. 스타들의 몸값은 왜 이처럼 치솟는 것일까. 스타는 희소자원이자 빨리 만들어질 수 없는 대체불가재다. 이 때문에 스타의 수요가 증가할수록 스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한류 상승과 제작사 급증, 작품 증가로 스타의 수요는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급자인 스타가 가격(몸값)을 결정하는 공급자 중심시장이 형성되면서 스타의 몸값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흥행성적, 인기도, 제작비 상황, 스타 파워, 연기경력, 작품의 비중 등을 분석해 작성한 출연료 산정 기준의 부재와 방송사와 투자사의 스타 출연 여부만을 보고 편성과 투자를 결정하는 관행 등도 스타 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와 제작사, 드라마 PD와 영화감독들은 한국 스타의 드라마, 영화 출연료가 대중문화 시장규모보다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대중문화시장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일본의 드라마 주연 스타 출연료를 한국 스타들이 이미 추월했다. 일본 최고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회당 5000만~1억원 선이다. 우리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1억원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고 2억원을 받는 스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스타의 몸값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작품 완성도 하락부터 스태프 인건비 삭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가 스타의 높은 몸값으로 야기된다. 우선 한정된 제작비에서 스타 몸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드라마나 영화 완성도를 위해 쓸 수 있는 제작비가 감소한다. 작품의 완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역, 의상, 세트, 컴퓨터그래픽 제작비를 줄여야 하고 이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 드라마나 영화에 부모가 나와야 하는데도 스타 몸값이 너무 많아 제작비 압박을 받아 부모 배역을 다 쓰지 못하고 편모 혹은 편부만 출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스타들의 몸값은 조명, 오디오, 촬영, 분장 등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인건비 삭감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는 망해도 스타만 흥하고, 스태프와 일반 연기자를 비롯한 방송영화계 종사자들은 박봉과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리지만, 스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 독식 구조가 견고하게 구축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 2016-02-18 10:05
-
- [추천 공연] 은밀하고도 위대한 그들만의 공간 뮤지컬 <오케피>의 배우 서범석 인터뷰
-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 : 오페라나 뮤지컬 등의 무대 아래 설치된 오케스트라의 연주 공간)의 줄임말 ‘오케피’. 무대와 관객석 사이, 그들만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려낸 뮤지컬이다. 배우 황정민이 연출과 주연(지휘자)을 맡은 작품으로 하프, 오보에, 바이올린, 트럼펫, 피아노 등 13가지 악기와 함께 개성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그 중 오보에 연주자 역을 맡은 배우 서범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Interview] 뮤지컬 의 배우 서범석 출연하게 된 계기 2012년, 동갑내기 친구인 배우 황정민씨와 를 할 때였어요. 당시 연습실도 지금 를 준비하는 곳과 같은데, 그때부터 황정민씨가 오케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정말 좋은 작품이고, 제 목소리가 오보에 연주자 역에 잘 맞을 거라면서요. 그렇게 해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황정민씨가 캐스팅 제안을 했고, 저도 다른 작품 보지 않고 무조건 기다렸죠. 어떤 배역을 염두에 둔 건 아니고 친구가 맞다 하니 따라가자 해서 했는데 정말 만족스럽고 좋아요. 오보에 연주자는 극 중 어떤 인물인지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복잡다단한 소동들이 많이 벌어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고요하게 중심을 잡아나가는 인물이에요. 언제나 일찍 오고, 지각 한 번 하지 않으며 늘 곧은길을 가려고 하죠. 평생 누군가에게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주지도 않고 살던 그가 한 사건으로 인해서 큰 도움을 원하게 되고,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성격도 변하게 돼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던 인물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느낀 감정을 2막에서 노래로 표현하죠. 그 장면이 더욱 감동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전까지의 캐릭터를 잘 다져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점을 가장 신경 쓰고 있어요. 작품 출연 전후 오케스트라 피트를 바라보는 시각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전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와 함께한 작품들을 해봤지만,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그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어떤 파트에서 어떤 악기가 나왔다는 것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런 점들이 눈에 보이고,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런 마음이 더해져 그들과 함께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죠. 에서 연기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가 꿈의 배역이라 했는데, 현재의 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를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나이가 더 들었고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그때보다 조금 더 발전한 모습으로 깊이 있게 완성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중에서 세르반테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들이 공연을 끝내고 나니 더 이해가 되고 잘 보이더라고요.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점들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20여 년 넘게 뮤지컬 무대에 섰는데, 감회와 계획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생활처럼 습관처럼 작품을 해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제는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 진실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면서 역할에 더 파고들어보려고요. 그래서 도 더 심도 있게 들어가보려 해요. 외부와의 연락도 좀 자제하고 한번 진지하게 임해보려고요. △배우 서범석 대표작 , , , 등.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남우주연상,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수상. △ 뮤지컬 일정: 2월 28일까지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황정민 출연: 황정민, 오만석, 서범석, 윤공주, 송영창 등
- 2016-01-28 16:03
-
-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관람할 수 있는 맞춤 영화
- 설 극장가는 영화계 대목이다. 명절을 맞아 오순도순 모인 가족들에게 영화관은 즐거운 연휴를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는 설 연휴를 겨냥한 영화를 따로 제작할 정도다. 2014년 설 영화계에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고르는 재미가 있는 관객의 눈은 즐겁다. 지난 연말 극장가를 점령한 양대산맥 ‘변호인’(1023만), ‘용의자’(408만)의 열풍이 아직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에도 한국영화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22일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이다.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도의 한 농고를 배경으로 추억과 공감의 이야기를 담은 농촌 로맨스이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종석과 ‘늑대소년’의 히로인 박보영이 만나 벌써부터 화제다. 충청도를 접수한 의리의 여자 일진, 소녀 떼를 사로잡은 전설의 카사노바, 청순가련 종결자 서울 전학생,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홍성공고 싸움짱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포진돼 추억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관람할 수 있는 설 연휴 맞춤 영화도 대기 중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스무살 꽃처녀(심은경)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매(나문희)가 난생 처음 누리게 된 빛나는 전성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물이다.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B1A4 진영, 김현숙, 김슬기 등 신구배우들이 적절히 조화된 멀티캐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 설 가족 단위 관객의 구미를 강하게 당긴다. 구수한 사투리와 찰진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 심은경은 단연 눈에 띈다. 그녀는 2인 1역을 맡은 선배 연기자 나문희와의 연령차가 무색할 만큼 걸음걸이부터 말투, 표정 하나하나까지 연구하며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역시 22일 개봉한 ‘남자가 사랑할 때’는 황정민이란 연기파 배우를 앞세워 설 연휴 블루오션을 노린다. 황정민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나이 마흔, 친구가 운영하는 소규모 금융업체에서 일하면서 형 집에 얹혀사는 대책 없는 남자 태일 역으로 분해 한 여자에게 꽂힌 후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서툰 사랑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정민의 매력이 물씬 묻어난 ‘신세계’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색다른 황정민을 만들었다. 설 연휴 빅3로 꼽힌 세 영화의 뒤에는 복병 ‘조선미녀삼총사’가 있다. 29일 개봉하는 ‘조선미녀삼총사’는 조선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인 미녀 삼총사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랜만에 극장가에 등장한 코믹 액션물이란 점과 MBC 드라마 ‘기황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하지원의 새 영화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원이 카리스마 리더 진옥, 강예원이 조선 유일의 유부녀 검객 홍단, 가인이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막내 가비 역으로 출연한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설 연휴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지난 16일 개봉과 동시에 1000만 영화 ‘변호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설 연휴에는 29일 개봉을 앞둔 ‘넛잡: 땅콩 도둑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넛잡: 땅콩 도둑들’은 사고뭉치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땅콩털이 대작전을 담은 3D 애니메이션이다. 450억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국내 3D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이다. 또 할리우드 10대 메이저 스튜디오 오픈로드가 북미 배급을, 와인스타인이 북미를 제외한 전세계 배급을 맡았다.
- 2014-01-24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