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에게 겨울철 운동은 실내외 온도차와 고농도의 미세먼지, 빙판길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 운동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척추와 관절 등이 굳어진 상태에서 헬스를 시작한 시니어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시니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 부위로 허리가 꼽힌다. 흔히 바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곤 한다. 대부분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난 요추 염좌다. 젊은 사람의 경우 삐끗한 허리는 휴식과 찜질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니어들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만에 운동에 나서면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 부상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이 쌓여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리한 동작’이 84.2%로 가장 높다.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 없이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다. 하지만 시니어 중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구청 혹은 아파트 내 헬스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수강료도 전문가의 코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니어들의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몸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정이 먼저다. 일례로 척추기립근 강화에 좋은 시니어용 플랭크 동작을 살펴보자. 플랭크 동작은 엎드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어깨와 90도가 되도록 몸과 머리를 일직선상에 맞추고 버티는 자세다. 시니어의 경우 30초도 버티기 힘들고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해질 수 있다. 대신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일직선으로 펴고 버티는 동작을 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중량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고중량으로 운동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관절이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낮은 중량으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늘리는 데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관절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법 등을 다룬 콘텐츠가 많다. 이를 주의 깊게 숙지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헬스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헬스 운동 이후 요추 염좌를 겪은 시니어에게는 어떤 조치가 우선돼야 할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이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며 2~3주간 경과를 보자. 만약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허리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요추 염좌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자생한방병원의 동작침법(MSAT)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침을 놓고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제어하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 통증 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요통 경감 효과는 일반 진통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헬스를 하며 겪을 수 있는 허리디스크도 비수술 접근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 통합 치료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한의사가 척추와 주변 조직을 손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준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생긴 염증 제거에 약침이 쓰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이 담긴 자생한방병원의 신바로 약침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노화에 따라 근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80대의 근력은 30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감소증과 관련 있는 관절염, 당뇨, 보행장애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지켜야 한다. 단, 근육을 지키려는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허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헬스에 나선 시니어들이여 조심하자. 참으로 신경 쓸 게 많은 나이다.
허리 건강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버드독 스트레칭 ▶ 버드독 스트레칭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등부터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근육까지 고루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동시에 곧게 뻗는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하루 10회 3세트 실시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시니어의 경우 이 자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리 또는 팔 한쪽만 들고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이 익숙해졌다면 위 설명대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는 자세로 이어나간다.
데드버그 스트레칭 ▶ 누워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으로 데드버그 스트레칭이 있다. 이 동작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복부 근력을 발달시킴으로써 허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한쪽씩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한다. 이어 왼팔은 머리 위로 오른쪽 다리는 쭉 뻗는다. 천천히 되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하루 3회 3세트 실시한다. 만약 무릎 들기가 힘든 시니어라면 사진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을 진행하자. 이어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지지한 채 운동해도 된다.
화가이자 만화가인 정석호(55) 화백은 36년째 먹 냄새를 맡으며 종이에 붓을 휘두른다. 호랑이해를 맞아 펴낸 수묵 만화 ‘불멸의 호랑이’는 어미 잃은 아기 호랑이가 산중호걸로 자라나는 짧은 줄거리지만,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동하는 호랑이의 기운을 전한다.
옛 고(古)에 집 헌(軒), 고헌. 정석호 화백은 어릴 때부터 옛것에 푹 빠져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서 흰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나이 지긋한 회장님이 난초를 치는 장면을 보았다.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그는 그 후로 남몰래 화가를 꿈꿨다. 짧은 찰나였지만 붓끝의 힘 있는 움직임이 강렬히 머리에 남았다.
고달팠던 젊은 예술가의 삶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부터 태백에서 살았다. 한약방을 4대째 이어 꾸리신 아버지는 내가 4형제 중 장남이라 가업을 물려받길 바라셨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신 거다. 노트에 낙서를 많이 했는데 가벼운 흔적조차 싫어하셨다.” 당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동네에서 그림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만화방이었다. 친구들을 따라 우연히 방문했는데, 아지트 삼아 부단히 들락거렸다. 그림으로 먹고살겠다 결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만화계로 발을 들였다. 한국화의 전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지라 유명하다는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수묵화, 문인화 등 다양한 한국화 공부를 20여 년간 했다.
젊은 예술가의 삶은 고달팠다. 중간중간 만화, 교과서 삽화 작업, 사극 대역이나 소품 제작 등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드라마 ‘다모’, ‘미스터 션샤인’, ‘성균관 스캔들’ 등 다수 작품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주로 용모파기 그림이나 난을 칠 때 대역으로 많이 등장했다. “다양한 분야를 부지런히 배워둔 덕에 방송업계에서 자주 일감을 줬다. 보통 예술가들은 전문 분야 하나만 파는데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산수화, 사군자, 서예 등 다양한 작품을 다 만들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수미술만 고집하기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한국은 연륜과 경력이 있는 작가의 그림은 잘 팔리는데, 비교적 젊은 작가 것은 안 팔린다. 최소한 50세가 넘어야 인정받는 것 같다. 수묵화 경우에는 경력이 30년, 40년 되는 사람도 많으니까. 순수미술에 비로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작년, 재작년부터다.”
정 화백은 수묵화에서 방향을 틀어 동물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해 대한민국 국견협회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이 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을 지키고 보급하는 활동을 펼치는 단체다. 그는 이곳에서 진돗개 순종을 감별하는 일을 도맡았다. “감별사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돗개를 많이 그렸다. 눈을 감고도 진돗개의 특징이나 성향을 읊고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동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리는 사람이 없어 그 분야에서 자리 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조금 더 강렬한 동물을 그려보고 싶어 호랑이 그림을 시도했다. 예상보다 주변 반응이 좋아 꾸준히 발전시켰다.”
수묵화를 알린 호랑이 도사
그는 올해로 20년 차 호랑이 화가다. 많은 동물 중 특히 호랑이에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동물에게는 찾을 수 없는 기상과 용맹성에 매료됐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좋아했고, 산신령으로도 여기지 않았나. 맹수보다 영물로서의 호랑이를 표현하려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서울대공원을 자주 찾았다. 동물들의 생김새와 활동을 보며 사진도 찍고 간단히 스케치한 후 작업실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TV로 늘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도록을 독파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도 열심히 봤다. “호랑이 도사가 될 정도로 많이 그렸다. 그러다 우연히 일본 에이전시를 통해 후타바샤 편집국장의 눈에 띄어 2014년에 수묵 만화책 ‘백호’를 출간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수묵 기법을 알리고 싶어 만화로 장르를 넓혀봤다. 모든 컷을 손으로 한 장 한 장 그려낸 한국화로 채웠다.” 후타바샤는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를 책으로 엮어낸 메이저 출판사다. ‘백호’는 지난해 모든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절판됐는데, 한국 출판사와 협업해 호랑이해를 맞아 다시 ‘불멸의 호랑이’로 새롭게 선보였다.
영웅은 일시적으로는 숨어 있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세상에 드러난다. ‘맹호복초’(猛虎伏草, 용맹스러운 범은 풀밭에 엎드려 있다)가 주제다. 시베리아 불곰에게 공격당해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어린 백호는 오랜 시간 홀로 시련을 극복하며 대자연에서 맹호로 성장한다. 그 후 원수였던 불곰을 물리치고 결국 산의 주인공이 된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어떠한 역경에도 당당히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말도 있듯이, 이 책에 담긴 그림과 메시지를 보며 독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길 바란다.”
책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백호가 원수 불곰과 당당히 싸워 물리치는 부분이다. 모든 장면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수정에 한계가 있어 그렸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전자 기기로는 느낌이 절대 안 살아난다. 수묵이 주는 중후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색을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하되 묵의 농도로 질감을 표현했다. 부드러운 붓의 선과 역동적인 터치감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 특히 백호는 줄무늬가 도드라지는 짐승이라 수묵으로 그리는 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3~4시간 걸린 장면도 있고, 15일 이상 그린 그림도 있다.”
끝없는 붓질, 보장된 우연
온 마음을 쏟아내 작품을 완성하지만, 정 화백에게 그림은 항상 어려운 분야다. “쉬운 건 없다. 만화와 순수미술 둘 다 어렵다. 만화는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순수미술도 마찬가지다. 한 폭에 모든 걸 담아야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는 오후 2시 30분에서 3시쯤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작업실로 나온다. 한마디로 저녁형 인간이다. 한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 나머지 시간에는 온전히 그림을 그린다. 작업이 길어지면 동이 틀 때까지 몰두하기도 한다. 낮에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라 집중력이 분산되고, 방해받는 게 싫어서 새벽에 작업하게 됐다. 노력과 연륜이 쌓여 한 점당 20만~30만 원에 팔리던 그림 가격도 몇 배로 뛰었다. “이제는 3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잘 안 판다. 제일 비싸게 팔린 그림은 1500만 원쯤 했다.”
수묵화의 경우 보통 한 달에 5~6점, 호랑이는 1~2점 정도를 그린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쉼 없이 그리는 게 아니라 구도를 잡아둔 뒤 벽에 붙여놓고 보고 또 본다. 어디가 삐뚤어지지는 않았는지, 중심이 제대로 잡혔는지 오랜 시간 살핀다. 그 후 호랑이를 조금씩 그리며 계속 진행 상태를 체크한다. 배경도 어떤 계절이 좋을지, 바위나 나무는 얼마나 그릴지 생각하는 데 며칠이 또 지난다. 완성까지 1년이 꼬박 걸리는 작품도 있다. “사람들이 보통 벽에 잠깐 걸었다 버리려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10년, 20년 동안 걸려 있을 거라 생각하면 대충 그릴 수가 없다.”
정 화백은 호랑이 눈에 가장 공을 들인다. “표정이 편안하지 않으면 새로 그린다. 무섭지 않게, 최대한 차분하고 선한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눈이 제대로 그려지면 90% 이상 완성한 거나 다름없다. 예전에 그린 그림들은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결과물에 완벽히 만족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주는 그림의 주인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궁에는 그가 그린 ‘참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는 ‘백호 부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궁에는 ‘설악 참매’가 있다. “처음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청와대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 매가 많으니 매 그림을 선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나 보더라. 그것이 계기가 돼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정상 방문 때도 내가 그린 매와 호랑이 그림을 증정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아랍에미리트 첫 방문 선물로 내 그림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요청이 들어왔지만, 4점이 채택됐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이 우연 혹은 운이었다고 말한다. “특별히 내가 잘나서 그렇다기보다 당시 운 좋게 매 그림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우연히 비서관의 눈에 띄어 대통령 마음에도 들었다고 생각한다. 참 신기하고 쑥스럽다. 대통령이 선물로 주는 그림으로 채택된 게 생각보다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됐다. 이제는 내 그림을 하나만이라도 가지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생겼다. 예술가로서 정말 뿌듯하다.”
한국 호랑이의 진정한 의미
35년의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면서 그 잔재가 그대로 남아 호랑이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직도 호랑이가 무섭게 포효하고 이빨을 드러내는 듯한 공격적인 이미지로 많이 왜곡돼 있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강한 기질의 호랑이를 그린 병풍을 방 뒤에 많이 놓았다. 특히 대나무 숲에 호랑이가 있는 그림이 대다수였는데, 그게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벵갈 호랑이야 인도 쪽 기후의 영향을 받아 갈대나 대나무 숲에서 서식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호랑이는 대나무 숲을 싫어한다. 대나무 이파리에 몸이 쓸리면 소리가 나 먹이 사냥에 방해를 받는 탓이다. 민화를 살펴보면 보통 소나무와 함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정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호랑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옛날 호랑이 그림을 살펴보면 주로 산신령이나 동자 등과 함께 편안한 모습으로 있다. 산에서 우리 민족을 내려다보며 든든하게 지켜주는 영물의 의미였던 거다. 김홍도 선생의 맹호도 정도만 살짝 거칠고 나머지 그림들은 대부분 재밌고 친근한 이미지다. 문헌 자료와 조선시대 그림을 많이 찾아봤는데, 조선시대 호랑이는 대표적으로 ‘까치 호랑이’로 설명할 수 있다. 편안한 인상의 까치 호랑이를 보고 이제는 해학적인 요소를 많이 담으려 노력한다. 눈도 좀 크게 그리고, 인상도 순하게.”
요즘은 담비나 족제비를 등장시켜 그림에 스토리를 가미해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호랑이 한 마리만 그리기보다 숲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작은 동물들도 함께 넣어서 마치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고 김기창 선생의 바보 산수도 많이 참고한다. 우리 민화를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나.”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왕궁리 유적지로 들어가면서 ‘여유롭다’란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유적지든 공원이든 시설물로 가득가득 채워지고 볼거리가 많음을 보여주려는 듯한 복잡한 풍경이 늘 아쉬웠던 터다. 널찍한 익산의 왕궁리 옛터엔 휑한 여백의 미가 팍팍, 신선한 바람 맞으며 헐렁한 여유감으로 벅차기까지 하다. 물씬한 황량함이 어쩐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그 넓은 터에 혼자 온 듯한 여행자 두 사람만이 각자 이쪽저쪽에서 뚝 떨어져 호젓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유난스러운 유적지의 시스템이 있을 법한데 여긴 그렇지도 않다. 딱히 꾸며진 모습 없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널널한 풍경이 된 역사 속을 걷는다. 관람 동선 안내문이 있지만 이 넓은 공간을 그냥 발걸음 닿는 대로 자유롭게 오가면 된다. 입구에서 호위하듯 고목이 숲을 이룬 길을 산책하듯 홀린 듯 걸으며 유적지를 돌아보는 맛,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멀리서도 홀로 오롯한 왕궁리 오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포토존 프레임 안으로 바라보는 석탑 또한 기품 있다. 오랜 세월 너른 터에 우뚝 서서 품격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왕궁터를 돌아보건대 세련되고 웅장했을 백제 옛터다. 끊임없는 보존 노력으로 이제는 풍경이 된 역사 속에 서본다.
주변으로 몇 개의 건물터, 금당터가 자리를 지키고, 왕궁 둘레를 감아 도는 길에 단을 높인 대형 배수로의 흔적도 보인다. 왕이 휴식하던 후원과 공방, 화장실까지 옛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조성했다는 설명서를 읽으니 그 시절 장인들의 디테일한 기술이 놀랍다. 이런 길을 따라 궁궐과 정원의 멋을 누렸을 백제 시대의 영화를 마음의 눈으로 그려보고 상상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공주, 부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지구로 당당히 자리 잡은 후에도 여전히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년 넘는 역사 속의 백제 문화유산은 무궁무진할 터.
왕궁리 유적 옛터에 내리는 노을을 보러 저녁 시간에 다시 와볼 생각이었는데 딴전 피우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 일몰이든 일출이든 천년이 훨씬 넘는 왕궁터가 배경이 되어준다면 그 풍경은 더 말할 게 없을 듯하다. 푸른 하늘과 늦가을 왕궁리의 조화가 이렇게나 멋진데, 날씨 따라 변화하는 백제 옛터 왕궁리의 사계는 또 어떨까.
미륵사지 석탑이 품은 이야기
왕궁리 유적지에서 미륵사지 석탑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다. 정문에 들기 전에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쇼’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게 뭐지’ 하면서 보고 있는데 이 지역 주민인 듯한 분이 지나다가 얼마 전에 진행된 행사라면서 참 볼 만한 쇼였다고 말해준다. 미륵사지 석탑 동·서쪽에 프로젝션 매핑 및 드론을 이용해서 다양한 빛과 형상을 표현하고 음악을 활용한 종합 미디어 쇼로 구현된 행사였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익산 지역의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 석탑의 가치 확산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입구에 들면서부터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렇게 너른 대지에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모습이 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았던 미륵사지 석탑, 백제 시대 최대 사찰이던 미륵사지는 국보 제11호다. 원래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절반 이상이 붕괴된 모습이다. 그동안 꾸준히 보강하고 섬세한 복원 작업을 해온 결과, 지금은 미완의 6층 석탑으로 우뚝 서 있다. 복원 작업 중 해체 수리하면서 내부에서 사리장엄구와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현재 내부는 입장할 수 없다.
우리의 기술로 거의 완벽하게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 옛 석탑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해 들어가 보았더니 시원하다. 그 서늘함이 그 옛날의 기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길 양옆의 연못이 차분하다. 연못 속으로 비치는 석탑의 반영이 오랜 세월 속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거길 지나 미륵사지 앞마당에는 동·서 방향으로 당간지주 두 기가 서 있다.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매우 크다. 보물 제236호로 지정되었다. 당간은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 꼭대기에 깃발을 꽂아놓는 돌기둥이다.
미륵사지 주변으로는 큼직한 돌이나 파편들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는데 석탑의 노반 덮기 돌이라고 한다. 동원 금당터가 있고 몇 군데 터마다 목탑이나 석탑이 있었지만 화재로 사라지기도 하고 지금은 이렇게 기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유적지를 돌아보는 젊은 커플이 내 사진 속에 몇 번씩 담긴 걸 보았다. 널찍널찍한 터에 스며 있는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살피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 예쁘구나 했다. 한적한 미륵사지 터를 돌며 데이트하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그저 그림이다. 백제 유적지의 풍경 속에서 그들만의 하루는 참 멋진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뿐일까.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가족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이렇게 가족과 나들이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접해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백제 무왕의 흔적이 가득한 익산의 모습을 보려면 이곳 미륵사지를 빠뜨릴 수 없다.
한옥마을에서 호젓하게 하루
익산으로 떠나면서 그곳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어찌된 게 이 시기에 빈방이 없다고 나오는 곳도 제법 있다. 시내를 벗어난 곳의 숙소를 클릭해보았더니 한옥 숙소가 있다. 이름도 낯선 ‘함라’라는 곳에 위치했다. 일단 통화를 해보았다.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예약을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익산시에서 20~30분 정도 달려 해질 무렵에 도착한 ‘함라마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통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조용하다. 체크인하고 밖으로 나와해 저무는마을 골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농촌 지형을 그대로 살린 울퉁불퉁 돌담길의 자연스러움, 토담에 매달린 주먹만 한 호박과 노란 호박꽃, 가을을 알리는 담쟁이들의 뒤엉킴…. 알고 보니 토석담이 주를 이루는 함라마을의 이런 토담, 돌담, 화초담 등의 전통 담장이 등록문화재 제263호라고 한다.
그리고 시·도문화재로 지정된 함라 삼부자집의 조해영 고가, 김안규 가옥, 이배원 가옥 사랑채는 오래된 전통 가옥으로, 토석 담장과 한옥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전통적 경관이 볼 만한 곳이다.
함라 삼부자가 베푼 인심은 호남을 대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는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고 노잣돈까지 얻어 갔다는데, 당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들이었다고 전한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아무도 없는 마당에 서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정원의 꽃들이 선명하다. 풀잎에 아침 이슬이 송송송… 잔디 마당을 걸으니 운동화가 촉촉해진다. 관리동 어르신이 지나가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시며 이 먼 데까지 뭐하러왔냐신다.이렇게 조용한 거 처음이라니까, “조용하기로야 예가 절간이지 뭐” 하신다. 더러 시끄러울 수도 있을 테지만 하루 있는 동안 정말이지 한 점 소음이 없었다.
마을 바로 위쪽으로 함라향교가 마을을 품듯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조선 세종 19년에 세워진 함라향교는 겉으로 보기에도 아주 오래된 느낌이다.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였지만 여전히 실용적인 향교로 건재한 채 지금껏 이어져오는 듯했다. 어르신도 말하신다. “이게 우리 아버지 때도 있었던 향교지요. 그때도 지내던 제를 지금까지 빠짐없이 이렇게 지냅니다.” 점잖고 선한 인상으로 꼭 존대어를 하신다.
한옥 숙소엔 도문대작이라는 식당이 있다. 허균(許筠)이 함열 유배 시절인 광해군 3년, 전국 팔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해 정리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저술했다고 한다. 함열관아 객사터 가까운 곳이 허균 선생의 유배 생활공간이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바탕으로 이곳 함라 숙소의 식당 이름이 ‘도문대작’이다. 정이 넘치는 마을분들이 차려주신 수수한 한 상으로 흐믓했던 아침 시간이다.
그냥 시내의 흔한 숙소에서 묵었다면, 따끈한 온돌의 맛도 모르고 덜컹거리는이중 창호문여닫이도 못 해봤을 것이다. 아침 이슬 촉촉한 담장이 이어진 멋진 아침 산책도, 새벽 정원의 이슬도, 정다운 아침밥상도, 점잖으신 향교 어르신도 못 뵈었을 텐데. 교외로 조금 더 달려가서 묵은 조용한 한옥마을의 하루가 기억 속에 이렇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호젓해보기의 진수, 익산 여행은 확실한 힐링이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듀얼라이프를 즐기는 시니어가 많다. 평일은 도시에서 머물고 주말엔 시골로 떠나는 5도 2촌(5都 2村)을 넘어 4도 3촌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주말농장과 농막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말농장을 소유하거나 농막을 지을 때 알아두면 좋은 사항을 살펴본다.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을 품은 시니어들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약 4만3000명이 농촌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2019년 대비 2만8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수요는 고스란히 귀촌으로 이어졌다. 특히 60·70대에서 두드러졌는데, 2020년 기준 두 세대의 귀촌 인구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9.4%, 16.2% 증가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단체관광 등이 어려워지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베이비부머들이 저밀도의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농막 등을 설치하고 텃밭을 가꾸며 은퇴 후 전원생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절세를 위한 재촌자경
원래 농지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이 원칙이지만, 주말농장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주말농장은 농업 종사자가 아닌 이들이 체험을 목적으로 취득한 1000㎡ 미만의 농지를 말하는데,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소유할 수 있다. 주말농장은 이제까지 사업용 토지로 분류됐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비사업용 토지가 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투기 목적의 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반 양도세율(6~45%)보다 10%P 높은 16~55%의 세율을 적용한다. 다만 비사업용 토지를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LH투기 논란 이후 정부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주말농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말농장을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했고,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했다. 비사업용 토지의 중과세율을 10%P에서 20%P로 올렸으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했다.
올해 8월부터는 그 전과 달리 농업진흥지역 내에서 주말농장 목적의 토지 취득이 어려워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소유가 제한된 것일 뿐, 임대를 통한 주말농장 이용은 가능하므로 주말농장 실수요자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양도세 감면이 필요하다면 재촌자경(在村自耕)과 기간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농지의 경우 농지 소재지 혹은 인근의 시·군·구(직선거리 30km 이내 지역 포함)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또한 현행법상 일정한 기간 사업용 토지로 유지해야 한다. 가령 양도일 직전 3년 중 2년 이상 또는 5년 중 3년 이상을 사업용으로 사용했거나, 총 보유 기간의 60% 이상을 사업용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때 농업 이외의 사업소득(부동산임대소득 제외)이나 총급여 합계액이 3700만 원 이상인 경우 사업용 농지로 인정받을 수 없다.
불법 농막에 시달리는 시골
최근 주말농장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니별장으로 불리는 농막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강화군청의 자료에 따르면 관내 농막 신고 건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900여 건에 달했으며, 2017년과 비교해 300건이 늘어난 수치다. 농막형 전원주택단지는 농막의 목적 외 사용, 농지의 무단 형질 변경뿐만 아니라 오·폐수 무단 방류, 쓰레기 불법 소각 등 주민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농막은 장점이 있는 시설이지만,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농막은 현행법상 주거용이 아니다. 작업에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또는 수확 농산물의 간이처리나 농사 중 일시적 휴식을 위해 농지에 설치한다. 연면적은 20㎡ 이하이고, 층고는 4m 이하로 제한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법령 해석에 따라 부대시설 설치 여부가 달라진다. 실제로 농막 건축 시 전기, 수도, 정화조 등 부대시설 설치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이와 관련된 민원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농막 신고 시 주의 사항
구비 서류 ▶ 지자체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만 보통 신분증,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서, 농막의 배치도 및 평면도,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준비하면 된다. 토지가 타인의 소유거나 대리인이 신고할 경우 토지사용승낙서와 위임장이 필요하다.
신고 방법 ▶ 관할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서 신고할 수도 있지만,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인터넷을 활용해도 좋다. 인터넷 홈페이지 ‘새움터’의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통해서 할 수 있다. 또한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행업체를 통해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
신고 절차 ▶ 구비 서류를 갖춘 후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면 신고필증을 받는다, 걸리는 시일은 지자체마다 상이할 수 있다. 농막의 존치 기간은 3년이다. 장기간 쓰고자 한다면 3년마다 한 번씩 연장 신고를 해야 한다.
최규동 단국상의원 대표는 “둘러보니 요양 서비스 개선을 위한 모든 것을 대학이 갖고 있더라”며 요양원 사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삼베 위주의 일본식 수의에서 벗어나 전통 비단 수의를 개발해 보급한 것이 최 대표의 작품이다. 수의와 관련한 사업을 하다 자연스레 고객층이 겹치는 요양 서비스 분야를 바라보게 됐고, 학교에서 제공 가능한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특히 최 대표는 기존의 요양원 시스템을 보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기존 운영 방식은 입소자인 어르신들이 휴양하고 조리하여 병을 치료하는 요양원 본래의 기능보다는, 사고 예방을 위해 가만히만 있게 해 결국 근육이 퇴화하고 인지기능이 더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있다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는 대학이 갖는 장점으로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꼽았다. 개별 요양원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대학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지기능과 신체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치매를 기반으로 한 인지교육 프로그램과 물리치료를 기반으로 한 운동역학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각 분야별 전문가와 개발 인력 등을 갖추는 데 상당한 자본이 소요되고,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움이 커 개별 요양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또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이론을 단국대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요양원 직원에게 사전 교육하거나 실습해보는 식으로 적용하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 브랜드’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휴식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평생교육 요양원’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휴앤락은 휴식과 즐거움이 가득한 요양원에서 대학 브랜드가 제공하는 평생교육을 통해 회복하는 삶을 누리시라는 뜻입니다. ‘살리는 요양원’으로서 한국을 넘어 세계의 표준을 새롭게 세우고 싶어요.”
그저 푹 빠져서 즐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름의 격한 취미생활일 경우 부부라면 대부분 다른 한쪽에서는 뜯어말리는 걸 본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한다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 30년 넘도록 부부가 수집한 2만여 점의 예스러운 부엌세간이 전시된 덕포진 생활사 박물관에서 만난 김홍선 관장은 고개를 내젓는다.
"애초에 우리는 아내가 더 앞장섰지요. 이런 취미로 말년의 재미를 책임진다고 내게 큰소리쳤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니까요. 하하... 이것 봐, 지금 고생은 나만 하잖아요."
고생이라고 말했지만 젊었던 시절의 취미로 이제는 느긋하게 누리는 부엌 전시관 앞에서 김포 덕포진의 가을 숲을 바라보는 그의 오늘을 들여다보았다.
"안 다녀본 데가 없어요. 장안평, 인사동, 황학동은 물론이고 직장 출장길에서도 찾아갔었고, 소문 따라 지방으로 쫓아가고 미친 듯이 모았거든. 점점 늘어나면서 창고를 임대해서 보관해 왔지요. 그러다가 자꾸 늘어나니까 감당이 안 되어서 말이지. 처음엔 지금의 이 건물을 지을까 말까 망설였어요. 짓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런데 창고에 보관하느라 지출되는 창고비용이 은행 이자와 별다르지 않아서 지었습니다.
사실 이런 박물관을 가지고 있다는 건 머리 아픈 일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모으는 사람들 중엔 부자도 있지만 그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살면서 돈이 생기면 사러 다닙니다. 나는 그래서 그들에게 하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못 말려요. 마약은 격리라도 시킬 테지만 이런 취미의 중독성은 마약보다 더합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어제 그거 샀어야 하는데 하면서 꿈에도 나타나는 통에 미친다니까요."
담백하고 따뜻한 언어 외할머니
그렇게 모아지고 쌓인 2만여 점의 생활용품들이 박물관 1층을 빼곡히 채웠다. 우리네 외할머니의 부엌에 있었음직한 무쇠솥부터 채반, 술을 내리던 소주고리, 맷돌, 도무지 용도나 이름조차 알 수도 없는 생활도구들이 방대하다.
"이건 도둑시루라고 하지, 시어머니가 무서우니까 몰래 먹으려고 요렇게 만들어진 떡시루인데... " 설명만으로도 재미있다. 귀중한 식수원이었던 우물통, 김치 양념 가는 돌확이나 자배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호미와 가래, 갖가지 모양의 무쇠화로, 디딜방아, 맷돌과 어처구니, 주꾸미랑 문어 잡는 도구, 양푼, 참빗,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던 두레반의 정다움... 도구들과 연결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온갖 부엌 살림살이들이 지방 특색이나 용도별 삶의 형태에 따른 이야기들로 흥미진진하다.
"연가라고 아는가" 묻기에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이런 노래를 흥얼댔더니 '연기의 집'이라며 투구처럼 생긴 옹기를 가리킨다. 이름 한 번 이쁘다. 그 틈에서 꽤 큰 장독 옆구리를 한 땀 한 땀 꿰맨 모습이 지금으로선 새로운 디자인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일회성이 판치는 세상에 꿰매서 썼던 장독의 세월을 그려본다. 천년 이상 땅 속에 묻혀있었다는 옹관, 물때가 끼지 않는 숨 쉬는 옛 옹기의 현상, 은행잎으로 섬세한 무늬를 놓은 토기 장인들의 섬세함, 옹기장이 이야기를 소설처럼 들었다.
지금은 사라져 흔적조차 만나기 어려운 아주 오래 전의 생활용품 전시장 속에 덕지덕지 외할머니의 일생이 담겨있었다. 정겹다. 조상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따뜻한 시간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부엌세간들 속에서 속정 깊은 외할머니를 그려보고 내 어머니를 떠올린다.
부엌 세간들이 품어낸 세월의 가치
"이곳에 온지는 5~6년 됐나? 서울 사직동 한옥에서 살았는데 아내는 지금도 서울과 덕포진을 오가고 있어요. 원래 마당의 정원 관리는 아내가 하기 때문에 바삐 오가죠. 올해는 덩굴장미를 많이 심어서 텃밭을 많이 점령했어요. 이쪽에 덕포진 진지가 있고 강도 보이고 풍광이 좋아요. 평화누리길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긴 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카페로 용도 전환을 하라고, 요리교실로 활성화하라고 갖가지 조언들을 하는데 그 말에 딱히 반박을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는 동안 찾아오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볼 수가 없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박물관을 지키는 일이 녹록지 않음이 짐작된다. 젊은 시절의 취미가 노후에 소일할 일이 되는 것만큼 이상적인 사례가 있을까만 교류와 관계성의 현실이 배제되면 재미가 덜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생활용품의 역사적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주어야 할 텐데 무심함에 때론 서운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자부심만은 만만찮다.
"차라리 사람들 말대로 이 건물에 카페를 하거나 임대를 주면 더 여유로울 텐데 이건 개인이 할 짓이 아니라니까. 지역이나 국가에서 해야지. 박물관이라고 어디서 지원이 있는 줄 아는데 지가 좋아서 하는 걸 어디서 도와줄 리가 있나. 팔아야 뭐가 나올까 지금은 생기는 것은 별로 없어요. 아무리 좋은 문화 콘텐츠라도 중요한 자료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부유층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민속박물관에 가면 전시된 물건은 다 양반 위주지 여기처럼 서민들 용품은 별로 없거든요.
공유 부엌의 사용도 가능
전시관 2층은 음식 체험실이다. 잘 갖추어진 조리대와 넓은 홀은 쿠킹클래스의 현장이란 게 단박에 연상된다. 이곳 체험실은 공유 부엌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그동안 강사를 초빙해서 전통 장류나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 김장철엔 김장 담그기, 제철음식으로 감자전이나 호박요리, 샌드위치나 떡볶이, 중국을 비롯 동남아 요리 등 시대와 나라 구별 없이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진행해 왔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주춤했으나 경기도 김포시 보조사업으로 희망의 밥상 펼치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기도 했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화상을 통한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이었다. 어려운 시절에 밥상이 주는 위로와 화합으로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물론 평소에도 함께 한 끼 식사를 하며 쉼을 얻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전엔 박물관 마당에서 로컬푸드 장마당이 열리곤 했다. 지역주민들이 가꾼 신선한 식재료들을 판매하고 무료 요리교실이 열렸었다. 가족요리대회, 어린이 요리교실 등이 때때로 진행되기도 했는데 이젠 한적하다. 알고 보면 따뜻한 놀이마당이란 걸 아는 사람만 안다.
직접 내린 드립 커피 한 잔 건네며 성큼 다가온 가을의 정취와 이어질 겨울의 멋을 슬그머니 자랑한다. 박물관 주변의 자연이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어 늘 기대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멋도 공유한다. 누구라도 원한다면 이런 풍경을 내다보면서 각자의 취향대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도 제공된다는 것.
“방역 수칙 강화로 모임들이 편치 않으니까 서울에 사는 우리 친구가 주말이면 놀러 와요. 다른데 가면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여긴 조리실도 있고 마당에 가마솥도 걸려 있고 야외 천막 텐트도 있으니 여기서 마음껏 쉬며 먹고 숲에도 들고 시간 보내기 좋으니까 그런가 봅니다. ”
“가끔씩 때가 되면 오는 젊은 친구들도 있어요. 여행 관련 모임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몇 명씩 모여서 먹을 것 사 가지고 와서 요리해 먹고 함께 모여 토론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편히 놀다가 갑니다. 3층엔 카페 공간도 있으니까."
외할머니 부엌의 느릿한 정서에 잠기다
하루쯤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런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이곳이 공유 부엌의 개념으로 만들어져서 소액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각자 먹을 재료만 사 와서 요리도 하며 느릿한 템포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옛 마을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외할머니의 부엌, 방학이면 놀러 갔던 외가댁의 편안한 정취를 맛보고 싶을 때 떠올릴 만하다.
미리 예약한 덕분에 로컬푸드로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부엌 조리대엔 대부분 텃밭에서 조달하는 식재료들이다. 단호박은 박물관 옆 채마밭에서 자란 수확물이다. 앉은뱅이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와 단호박전은 다시 한번 찾아가 맛보고 싶게 한다.
외할머니 부엌의 푸근함 속에서 따뜻한 위로의 소리를 그는 날마다 듣는다. 인적이 드문 박물관 들꽃 정원에 나와 자연의 변화에 흠뻑 빠지고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도시에서 맛보지 못할 평온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있을지. 뚝 떨어진 김포의 덕포진 숲길 옆 외할머니 부엌의 김홍선 관장은 자발적 유배와도 같은 잔잔한 사색의 시간에 묻혀 산다.
●Exhibition
◇에릭 요한슨 사진전 Beyond Imagination
일정 2022년 10월 30일까지 장소 63아트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은 사진가이자 리터칭 전문가다. 그의 작품은 여타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다. 그는 작품원(園)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사진 속에 가능한 세계로 담아낸다. 요한슨은 상상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심함,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로 탄생한 요한슨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으며, 다양한 연출로 구성된 여러 포토존을 통해 에릭 요한슨의 작품 속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요한슨은 해학과 풍자를 내포한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과 상충적 개념의 이미지 충돌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다.
◇상상의 정원
일정 11월 28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상상의 정원’은 조선 후기 ‘의원’(意園) 문화에서 탄생했다. 18~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은 경제적 형편에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의원, 즉 ‘상상 속 정원’을 경영했다. 동시대 ‘의원’을 염두에 둔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은 정원의 역사, 실천을 다시 생각하면서 다양한 초점을 지닌 열린 정원을 만들어낸다.
각 작품은 자체로 이야기가 있는 하나의 정원이면서 동시에 서로 조화와 긴장 관계를 이루며 더 큰 정원을 구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기존의 자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담의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도록 조성해 동선도 자유롭다. 방문객은 다음에 이어지는 작품 설명 순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마치 전통 정원을 산책하듯 덕수궁을 느긋하게 거닐며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Book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스벤 뵐펠·갈매나무)
우리는 100세 인생이 더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이제 괜한 수사가 아니다. 밀라논나도 윤여정도 청년들의 롤모델을 넘어 자신의 분야에서 인생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50대라고는 믿기 힘든 ‘동안’을 자랑하는 셀럽들의 이야기가 이제 놀랍지도 않으며, 50은 인생의 고작 절반을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50세 이후, 즉 중년이 길어지고 있다. 보통 70세가 가까워질수록 암과 심혈관 질환 또는 심리 질환 같은 문명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때 삶의 질은 50세 이후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나이 들어서도 자신을 가꾸며 젊게 생활하려는 ‘신중년’(Young-Old)으로서의 삶이 인생 후반기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독일에서 사회 경제 분야와 연계해 선구적으로 노화 연구를 개척해온 스벤 뵐펠(Sven Voelpel)은 중년의 건강관리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 ‘늙지 않는 7가지 공식’(마음가짐, 식사, 운동, 수면, 호흡, 이완과 휴식, 사회관계)을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학문 연구와 사례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담은 이 책은 2020년 독일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다. 유튜브 등을 통해 그는 재치와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다.
선구적 노화 전문가가 제안하는 과학적 일상 루틴 가이드에 따라, 인생 후반기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보자.
◇다산의 철학 (윤성희·포르체)
빠르게 변화하며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게 알맞은 속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다산의 철학을 보여준다.
◇면역 습관 (이병욱·비타북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보완통합의학 권위자인 이병욱 박사는 이럴 때일수록 면역과 개인 위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을 고치는 암 의사 이병욱 박사가 말하는 올바른 면역 습관에 귀 기울여보자.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정연희·허밍버드)
“딸아 처음부터 너는 너였단다. 누구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네 이름으로 살아가기를.” 눈부신 삶을 살아갈 사랑하는 딸에게 엄마로서, 한 시대를 먼저 산 여성으로서 ‘누구의 딸, 아내,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라는 애정 어린 당부를 전한다.
●Stage
◇지킬 앤 하이드
일정 10월 19일~2022년 5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데이빗 스완
출연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 윤공주, 아이비, 선민 등
국내 최초 스릴러 로맨스 뮤지컬로 150만 관객을 열광시키고 가슴 설레며 기다리게 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초판된 영국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지킬과 하이드’라는 인물을 통해 조명하는 작품이다. 무대를 압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더불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극대화하는 연출로 관객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초연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누적 공연 횟수 1410회, 누적 관객 수 150만 명,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95% 등 압도적인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리어왕
일정 10월 30일~2022년 11월 21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현우
출연 이순재, 소유진, 지주연, 오정연, 서송희, 이연희 등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인간 존재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아우르는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압도적인 걸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올해 데뷔 65주년을 맞은 연기의 거장 이순재, 대문호와 대배우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출해온 이현우 교수가 기존의 공연에서 간과됐던 부분까지 면밀히 분석해 셰익스피어 본연의 ‘리어왕’을 선보일 예정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일정 10월 8일~11월 21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봉건
출연 박해미, 김예령, 고세원, 임강성, 임주환, 태항호 등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초연 직후인 194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 남부 명문가 출신의 한 여성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급변하는 미국 사회, 특히 남부 상류사회의 쇠퇴와 산업화 이후를 다소 충격적으로 전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공연은 각색을 통해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해 더욱 밀도 높게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신문물 설명서]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휴가’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산책 삼아 울긋불긋 단풍진 숲속을 거닐거나 서재에서 여유롭게 책 읽는 시간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뙤약볕 아래에서의 골프 라운딩, 땀 흘리며 오르는 등산길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케이션’을 떠난 MZ세대다.
쉴 때도 운동할래요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에 휴가(Vacation)를 더한 신조어다. 휴가지에서 운동이나 액티비티 활동을 즐기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스포츠케이션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포츠케이션은 휴가보다 운동을 우선시하며, 운동을 위해 휴가지와 숙소를 선택하고 일정, 예산까지 모두 운동에 맞춰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한 휴식보다 액티비티나 스포츠를 위한 휴가를 즐기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이 지난 6월 MZ세대 4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휴가지에서 ‘액티비티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이는 무려 72.4%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28.8%가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액티비티 등 즐길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스포츠케이션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팬데믹이 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여럿이 모이기 어려워서다. 실제로도 골프와 헬스, 등산, 자전거 타기 등 혼자나 적은 인문이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인기다.
여기에 MZ세대만의 특징이 더해져 스포츠케이션이 탄생했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적 특성이 휴가와 맞닿은 것. 이들은 무기력해지기 쉬운 코로나 시국에도 자신만의 운동 습관을 만들고 공유하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 이른 아침 일어나 운동하는 ‘미라클 모닝’을 유행시킨 주역이다.
호텔업계는 ‘호트’(호텔+트레이닝의 신조어)로 화답했다. 호텔 투숙객은 요가, PT, 필라테스, 농구, 카트 라이딩 등의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여름 호캉스를 다녀온 A씨(26)는 “휴가 기간에 매일 호텔 내 헬스장을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휴가를 책임지다
골프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운동인 골프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오상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4050세대의 전유물이던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시니어의 고급 사교장이나 다름없던 골프장을 ‘핫플’(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사업이나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운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골프웨어와 아이템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즐긴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또한 골프장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휴가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로 공유 한다. 실제로 ‘#골린이’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만 9월 기준 53만7000건이 등록됐다.
골린이(골프+어린이의 신조어)들은 골프 여행을 휴가 방식으로 선택했다. 운동하면서 멋진 풍경을 즐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킬 수 있어서다. 인천 영종도, 남해, 거제도 등 골프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어 휴가지의 선택 폭이 넓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 펜션’까지 등장 했다. 이승찬 아체로 빌라&골프 대표는 “장년층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펜션을 찾고 있다”며 “1997년생 고객이 친구들과 방문하거나, 젊은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호텔들도 자체 스크린 골프 시설 이용권이나 골프용품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5060세대 전유물인 등산에도 스포츠케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 등산객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롯데백화점 올해 상반기 아웃도어 상품 매출에서 2030세대 고객의 매출 신장률이 31%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 ‘#등린이’ 해시태그가 23만7000개나 등록됐다는 사실 또한 인기를 입증한다.
등린이(등산+어린이의 신조어)들은 주말과 휴가철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악회 대신 등산 크루나 등산클럽을 꾸리고 게임하듯 ‘명산 100 챌린지’에 참여해 배지를 모은다. 등산 후 기록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것은 물론, SNS 해시태그나 등산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다녀온 등산 코스, 주변 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기도 한다. 비닐봉투를 챙겨 쓰레기를 줍는 ‘클린 산행’으로 건강, 휴식, 환경까지 챙기는 ‘일석삼조’ 효과도 누린다. 등산 콘텐츠 크리에이터 조초록은 “거들떠도 안 보던 산을 올여름엔 10번이나 갔다”며 “MZ세대에게 등산은 체력도 기르고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 매력적인 취미”라고 말했다.
스포츠케이션은 ‘요즘 젊은 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장년층 건강관리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말하기도 입 아픈 수준이다. 재밌게 건강관리를 하고 싶거나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마냥 누워 있기 질린다면, 올가을 등린이 아들, 골린이 딸과 함께 스포츠케이션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이 위축됐다. 이에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여행 욕구를 개별 공간이 보장되는 호텔에서 푸는 문화가 확산한 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명절 연휴조차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호캉스로 시간을 보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이번 추석 연휴(9월 18일~22일, 총 5일)의 국내 여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텔 이용률이 전년 연휴 대비 40.7% 증가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발맞춰 호텔업계는 다양한 패키지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실버 호캉스'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가을을 맞아 11만2400여㎡(약 3만4000평) 숲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심 라운딩 앤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라운드와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골프클럽 짐맥클린 골프스쿨 프로에게 개별 레슨을 받은 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골프는 비거리 300야드, 3개 층 75타석의 완전 자동 티업 시스템을 갖춘 실외 연습장(90분)과 호수와 그린이 펼쳐진 파3 골프장 중 선택 가능하며 11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고 고품질의 LP 음악을 감상하며 아날로그 감성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폴 인 레코드’ 패키지를 내놨다. ‘레코드(Record)’의 중의적 의미인 기록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담아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이용객에게 객실 타입에 따라 흑백 필름 카메라와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제공된다.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 럭셔리(Silver Luxury)’ 패키지를 선보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연예인이 다녀간 펜트하우스와 스위트룸에서 숙박하며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객실에는 뵈브 클리코 샴페인 1병, 콘래드 서울 타워 모양을 모티프로 하여 만든 시그니처 디저트 타워가 마련돼 있으며 세단 차량 픽업 서비스도 있다. 11월 29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투숙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능하다.
건강검진과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부산미래IFC검진센터는 지난 5월 같은 건물의 아바니센트럴부산호텔에서 숙박하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HO캉스! 프리미엄 숙박검진 패키지’를 선보였다. 숙박 검진을 통해 검진 전 금식, 식이 조절, 약 복용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대훈 부산미래IFC검진사업부 지원팀장은 “오픈 이벤트로 진행했었던 숙박검진 패키지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 고객이 비교적 많았다”며 “호텔과 센터가 같은 건물이라 이동이 용이함은 물론이고,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는 경우 검진 전 금식이나 약 복용 등을 집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패키지 진행에 대해서는 “현재 VIP 검진 항목에 한정해 조식을 포함한 숙박권이 포함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