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대부분은 10년 이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은퇴 후에도 현재 거주지와 비슷한 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2차 베이미부머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퇴 준비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은퇴 후 소득 및 주거에 대한 인식 조사’를 발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7%)이 향후 5년 이내에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것으로 예상했고, 10년 내 퇴직할 것이라는 비율은 89.5%로 나타났다.
거주지 선택에 관련한 부분에서, 설문 응답자의 절반(49.7%)이 은퇴 후 현재 사는 집에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사를 하더라도 현재 거주 지역과 동일한 지역 내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 중 64.2%는 은퇴 후에도 계속 서울에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 중 수도권(경기, 인천)으로 이주를 원하는 비율은 22.1%, 지방으로 이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 대도시(대구, 광주, 대전, 부산, 울산, 세종) 거주자는 72.3%가 은퇴 후에도 계속 지방 대도시에 살고자 했으며, 지방 소도시로 이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3.1%였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겠다는 사람은 각각 1.3%, 2%였다.
더불어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보다는 생활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거주지를 정할 때 교통 편의성(22.2%)과 생활시설 접근성(20.7%)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부모(2.5%)나 자녀와의 거리(2.4%)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생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희망 거주 형태에도 반영돼 은퇴 후 아파트에 살기를 바라는 비율이 63.9%에 달했다. 단독주택 거주를 원하는 응답자도 25%로 나타났지만, 타운하우스(5.6%), 오피스텔(4%), 시니어타운(1.6%)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었다.
이정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퇴자에게 거주 주택은 생활 근거지인 동시에 전체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자산이기도 하다”며 “특히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기보다 생활의 기반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남은 기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재원을 확충하는 동시에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자기 계발과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을 활용한 추가 노후 소득 확보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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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세에 이미 ‘천자문’을 떼고 6세부터 본때 있는 글을 썼다. 딱히 스승이 없는 채로 독학을 해 유학의 최고봉으로 부상했다. 평지돌출한 인걸이다. 뉘신가. 이른바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 조선 말기 유학자들이 개화에 반대하면서 내세운 사상)으로 당대의 격변에 대응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1792~1868)다. 산 많은 양평군에서도 외진 서종면 노문리에 그의 생가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외진 곳일수록 반색한다. 산수경관이 살아 있어서다. 화서의 생가 마을 일대에도 중구난방으로 들어앉은 전원주택이 흔해 어수선하다. 그러나 시야에서 집들을 거둬내고 풍경을 바라보면 상황이 다르다. 높거나 낮은 산들은 조율한 듯 조화롭고, 산 사이론 벽계천이 흘러 오롯이 수려하다. 산자수명을 본연으로 지닌 곳이다. 낮엔 초목이 초록을 토하고 밤하늘엔 별들이 모여 소곤거린다. 박순, 김창흠, 남언경 등 조선 중후기 거유들이 이곳에서 살았던 이유를 알 만하다. 자연 풍경에 관한 관조를 최고의 공부이자 최상의 낙으로 삼은 게 선비들이지 않던가. 화서가 영위한 웅장한 삶의 원천적 비결은 이곳 산수를 젖으로 삼아 성장한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
생가를 볼까? 물소리 들려올 듯 벽계천 가까이에 있는 남향집이다. 집의 전체적인 모습은 좌우로 긴 ‘ㅁ’자를 닮았다. 대문을 통해 들어서자 공간을 확연하게 양분한 담장이 보인다. 담장 왼편에 안채가, 오른편에 사랑채가 있다. 담장에 난 중문을 통해 안채와 사랑채를 오갈 수 있다. 흔히 앞쪽에 사랑채를, 뒤쪽에 안채를 두지만, 이 덩실한 고택은 특이하게도 안채와 사랑채를 병렬로 배치했다. 전형에서 벗어난 구성이다. 야산 자락 경사지를 깎아 확보한 대지의 면적이 협소해 사랑채를 앞쪽으로 끌어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범례보다 합리와 실용성을 중시한 건축이다. 사랑채엔 방이 유난히 많다. 묵어가는 이들이 많았던 걸 알 만한데 ‘청화정사’(靑華精舍)라 쓴 현판이 걸린 이 집에서 화서의 강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부가 많아 유학의 산정에 올랐으니 흠모하여 따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론이 다반사였으리라.
화서는 소가 닭 보듯 벼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거의 한평생 이곳 향촌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화서에게 자연과 사교하는 일은 일상의 루틴이었다. 퇴계가 ‘도산구곡’을, 우암이 ‘화양구곡’을 경영하며 만족을 구가했듯이, 화서 역시 이곳의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다. ‘노산8경’이 바로 화서가 애호한 경승이다. 풍경에 시를 헌정하고 이름을 부여해 자연을 찬탄했다. 그렇다면 화서는 은자로 살았나? 세사엔 식상해 차라리 눈을 감았나? 정반대다. 그의 DNA에 초야의 생리가 박혀 있었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오감의 플러그를 빼놓고 살 성격은 아니었다. 고종 임금에 따르면 화서는 ‘밝고 슬기로우며, 강직하고 과감하여 뭇 사람을 초월한 인물’이다. 비록 산림에 묻혀 자족했지만 시국과 정세에 관한 지론이 깊어 주창과 직언도 많았다. 모름지기 사대부의 말년이란 산수간으로 물러나 세상일 따위는 흘러가는 뜬구름에 맡기는 게 상책이라고 보는 유가의 전통도 있었지만, 화서의 계보는 다른 쪽에 속해 있었다. 현실참여형 지식인의 본이었다.
산골에 칩거한 재야 지식인이더라도 학식과 덕망이 높으면 바람에 실린 송홧가루가 천리만리를 날아가듯, 결국은 그 이름이 멀리까지 알려진다. 제자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튼튼한 세력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세력으로 힘을 쓴다. 이렇게 되면 조정이 그를 부른다. 화서 역시 임금의 부름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화서는 벼슬에 초연했다. 별별 임명장이 수시로 내려왔지만 곧바로 사직했다.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한 사건) 때는 동부승지에 임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에 화서는 75세 노구를 이끌고 상경, 조정에 사직서와 함께 상소문을 제출했다. 상소문의 요점은 이렇다. 서양과 화친하지 말고 적극 싸우라는 것. 서양과 손잡는 건 짐승의 삶을 자청하는 꼴이라는 것. 백성을 수탈하지 않으면 백성이 스스로 고무돼 적을 몰아낸다는 것. 간명하고도 격렬한 상소문이었다. ‘위정척사’의 필요성과 실천적 대안을 역설한 글이었다. 매천 황현은 이 상소문을 ‘100년 이래 가장 유명한 상소문’이라 평가했다지.
당대의 격변과 풍랑을 잠재우는 길은 오직 나라의 문을 닫고 저항하는 데에 있다는 게 화서의 솔루션이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 조짐을 통찰하는 한편, 일본의 조선 침탈을 예언했던 그의 광활한 현실 인식은 이른바 ‘화서학파’의 학통으로 전수돼 항일 독립운동의 밑불로 타올랐다. 화서의 사상적 상속자인 최익현, 유인석, 양헌수 등이 한말 국권사수의 전위에 서지 않았던가. 박은식과 김구도 화서의 계보에 든다. 그동안 화서는 반근대적인 골수 보수주의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외세의 불량한 본질을 간파하고 국권의 자주성 강화를 역설했다. 이런 주장에 박힌 줏대와 혜안을 외면하는 건 불공정하다. 한쪽 날개만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봤다는 허풍처럼 초라하다.
용문사 명물, 1000년을 산 은행나무
이제 발길은 용문사에 닿는다. 용문면 용문산 아래에 있는 천년 고찰이다. 화서 생가가 양평의 정신적 유적이라면 용문사는 불교 문화유산의 대표다. 일주문을 지나 냇가로 난 소로를 따라 30분쯤 오르면 용문사 경내가 환히 드러난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관음전, 삼성각, 종각 등이 펼쳐진 품새의 위용으로 보면 큰 절이다. 유서도 깊다. 신라 신덕왕 재위 때인 913년에 창건됐다. 일설에 따르면 원효가 초창하고 도선이 중창했다. 내력이야 어쨌든 첫 산문은 초막이나 토굴로 시작됐을 법하다. 그러던 게 천년 세월을 거치면서 대찰의 외양을 갖추어 번듯하다. 용문사에서 득도한 이도 한둘에 그치지 않을 텐데, 이를테면 고려 말의 선승 정지국사가 이곳에서 정진했다. 그는 중국 연경으로 건너가 만행을 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에 들어가 있던 무학대사와 나옹화상을 만나 교유도 했고. 이후 무학과 나옹이 명성을 얻은 반면 정지국사는 자취를 감추고 수도하길 거듭하다 72세에 홀연히 입적했다. 용문사엔 정지국사를 기리는 부도와 비가 있다. 빼어난 조각 기법으로 아름다운 금동관음보살좌상도 이 절의 성보(聖寶)다.
용문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은행나무 노거수다. 수령 1000년 이상으로 국내 은행나무 중 최고령이다. 나무의 건강을 위해 가지치기를 대대적으로 해 현재 높이는 40m 정도지만, 이전엔 60여 m에 달해 유실수로서는 동양권 최대 거목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 알의 씨앗에서 출발한 나무가 천년을 살다니. 단지 물과 햇빛을 취하는 광합성으로 기적적인 생육을 하다니. 그 도도한 생명력에 인간은 그저 압도될 수밖에 없다. 뭐랄까, 바위라거나 강물이라거나 거목이라거나, 묵연히 유장한 것들은 길을 일러주는 선생에 가깝다. 인간을 감싸주는 고요한 포용력으로 보면 부처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겠지, 오늘도 은행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인다. 저 노거수를 보고 무너진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돌아간 이가 한둘이랴.
최영식 양평문화원 원장
“분원(分院)까지 네 곳 만들어”
경기도 양평군은 자연경관이 생동하는 곳이다. 특히 강 풍경이 수려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에 몰리는 인파를 보라. 사시사철 쉴 만한 물가다. ‘굴뚝 없는 청정지구’ 양평으로 아예 이주한 이들도 많다. 그래 인구가 늘어났다. 곳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문화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가령 지하에 묻힌 옛 유물을 발굴하기가 어렵다. 최영식 양평문화원 원장의 얘기는 이렇다.
“전통문화의 전승엔 다소 취약점이 있다. 반면 현대 문화가 확장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채워준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도드라진 인구 증가를 배경으로 한 긍정적인 현상이다. 양평문화원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토대로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근래에 있었던 문화원 사업 가운데 큰 성과를 거둔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추억의 영화 상영’으로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300여 편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무려 1만여 명의 주민이 영화를 감상했다. 우리 문화원은 모든 문화 혜택이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상영은 매우 주효한 프로그램이다.”
2024년에 펼칠 새 사업을 소개해달라.
“지방문화원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한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대부분 2024년엔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양평군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양평문화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신년에 새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기존 프로그램들을 점검하며 유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열정은 많지만 예산 문제로 늘 고민하는 게 지방문화원의 현실이다. 양평문화원은 학예사 같은 인적 자원을 갖추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벽에 부닥치는 일이 잦다.”
주민의 문화원 프로그램 참여도는 어떤가?
“양평문화원엔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인구 대비 타 지방 문화원보다 많은 인원이다. 관내 4개 지역에 분원(分院)도 설립했다. 이는 사례가 드문 방식이라 판단한다. 문화원에 조경을 해 쾌적한 환경도 갖추었고.”
양평 하면 용문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양평을 불교 문화 융성지로 봐도 될까?
“그렇다. 천년 고찰 용문사 외에 상원사나 사나사 등 유서 깊은 고찰이 더 있다. 용문사에서 유명한 건 1000여 년의 수령을 가진 은행나무다. 양평문화원은 매년 10월, 이 나무의 장생과 군민의 안녕을 비는 ‘영목제’를 거행한다.”
양평엔 여느 군에 드문 군립미술관이 있어 돋보인다.
“양평엔 65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한다. 이런 배경으로 군립미술관이 설립됐다. 문화원 원사(院舍)에도 회화와 지역 유물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문화원 현관엔 직접 발간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주민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이다. 진취적인 서비스 기법이다.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모두 ‘정년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차가 존재한다. 노동계는 줄곧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계속고용 방안을 모색 중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계속고용이 가능하려면 노사정 간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초고령사회 대비 계속고용 논의를 요청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 연장만이 답’이라며 논의에 불참했다. 이후 8월,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대한 국민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사노위 의사결정 구조상 노동계나 경영계 위원 중 과반수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의제 설정 및 의제별 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 전문가 중심의 ‘초고령사회 계속고용연구회’(이하 계속고용연구회)를 발족했다. 노동 시장, 노동법, 연금, 복지, 직업훈련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해 논의를 진행했다.
계속고용연구회 공동 좌장을 맡고 있는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계속고용에는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다만 노동계가 주장하는 법정 정년 연장은 부작용이 많다고 생각한다. 노사정 논의를 통해 현재 노동 시장과 노사관계 특성을 고려한 계속고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정년 연장의 부작용
계속고용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덕호 상임위원은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의 노동력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두 번째로는 은퇴 후 연금 수급 시점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5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의 고용률은 66.3%로, 일본 76.9%, 독일 71.8%에 한참 못 미친다. 세 번째 이유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 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법정 정년 연장이 아닌 계속고용을 논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만의 특수한 노동 시장 때문이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우리나라는 통상 해고가 굉장히 제한적이며, 은퇴 시기에는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진다. 입사 시기 대비 은퇴 시기 임금을 보면 유럽은 1.6배, 일본은 2.1배, 한국은 2.9배 수준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이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노동 시장의 구조가 양극화되는 것도 생각할 지점이다. 1차 노동 시장은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 2차 노동 시장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다. “청년들이 2차 노동 시장에서 훈련받아도 1차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장을 주장하는 노조가 있는 곳은 대부분 1차 노동 시장이라 정년을 늘리면, 청년들의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김 상임위원은 말했다.
또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법정 정년과 상관없이 60세 이후에도 계속고용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한다. 대기업의 평균 정년 연령은 60.2세지만,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61.5세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법정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미래 세대를 좌절케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정 사회적 논의 필요
정부는 일본의 정년 연장 방식을 좋은 선례로 보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통해 사실상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기업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 중 어느 한 가지 형태로든지 고령자를 고용해야 한다. 이 중 계속고용은 종래의 근로관계를 청산한 후 재고용하는 것으로, 임금 수준 등을 포함한 근로 조건에 변화가 발생한다. 일본 기업 81.2%는 계속고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2005년 52%였던 60~64세의 취업률이 지난해 73%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임금 체계 개편이 일본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연구회는 올 상반기 ‘계속고용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 방향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조기 은퇴를 막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은퇴 전에 직업전환 훈련을 통해 전문직을 수행할 역량을 키우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정년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20%는 도산하는 경우가 많고, 금융계는 희망퇴직을 원한다. 실제로는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정년 연장 이전에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노총이 지난해 11월 13일 경사노위에 복귀한 터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월 14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시동이 걸렸으며, 이르면 올 1월 본위원회를 개최해 의제별 위원회 구성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방법론에는 시각차가 있지만, 초고령사회의 계속고용 방안을 노사정이 대화로 마련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속고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청룡은 사신도 중 하나다. 사신(四神)은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를 말한다. 이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 동물로 벽사와 음양의 조화를 뜻하는 신령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일출이 시작되는 방향인 동쪽 수호신 청룡은 진취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나타내고 용기와 도전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 실제 갑진년은 2월 10일 설날(음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시작한다.
새해에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다짐한다. 가족의 건강을 빌고 결혼, 승진, 합격 등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 다이어트, 금주, 연애, 사업, 대인관계 등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소원도 제각각이다. 그중 금연은 많은 이들이 매년 도전 과제로 삼는 단골 메뉴다. 담배는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 수십 종 이상의 1급 발암 유발인자를 비롯해 7000가지가 넘는 유해물질을 포함한다.
흡연은 거의 모든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폐질환은 물론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인 암이 언급될 때도 빠지지 않는다.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위장질환, 구강질환 등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만 누구나 이러한 담배의 해로움을 알고 있지만, 중독성이 강해 본인 의지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금연이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훌륭한 치료가 될 수 있다. 흡연은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주위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해에는 꼭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금연 성공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금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금연을 시작하게 되면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난다. 금연 20분 후 심박동 수와 혈압이 줄어들고 12시간이 지나면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2주 후에는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폐 기능이 좋아진다. 한 달이 지나면 숨이 덜 차고 기침이 줄며, 호흡기와 같은 상피세포에서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는 섬모가 정상적인 역할을 하면서 기관지에 쌓여 있던 가래가 배출된다. 폐 감염의 위험 역시 감소한다.
금연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진다. 1년이 지나면 심장혈관 질환 위험성이 흡연자 대비 절반으로 줄고, 2~5년 후 뇌졸중 위험은 비흡연자 수준으로 감소한다. 또 5년 후에는 구강, 인후, 식도, 방광암 위험이 절반으로 낮아진다. 금연 10년 후에는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두암과 췌장암의 위험이 감소한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배 성분 중 하나인 니코틴은 의존성이 있어 금단증상으로 금연을 어렵게 만든다”며 “본인의 강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혼자 금연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금연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금연 생활습관 길러야
하루아침에 바로 담배를 끊기는 쉽지 않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해 보도록 하자. 물은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은 몸속에 있는 니코틴과 타르 성분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을 위한 식단을 짜는 것도 좋다. 검은콩과 등푸른생선, 당근, 양파 등은 금연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콩은 이뇨 작용을 통해 체내의 니코틴 등 독소를 체외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등푸른생선은 흡연으로 수축된 혈관을 이완시켜 준다. 당근의 터핀 성분은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양파의 퀘르세틴 성분은 체내에 쌓인 니코틴을 무해한 성분으로 바꿔주는 해독제 역할을 한다. 반대로 맛이 강하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금연 식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술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각 시·군 보건소와 동네 의원 및 병원에서는 다양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개인 상담을 통해 맞춤형 금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약물이나 금연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연보조제는 크게 패치와 껌, 사탕, 약물 등으로 나뉜다. 패치형은 피부를 통해 몸속에 니코틴을 서서히 공급하는 금연보조제다. 다만 패치형은 평소 자신의 흡연량에 맞춘 니코틴 함량의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패치를 붙인 상태에서 흡연은 심한 어지럼과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니코틴이 과도하게 체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의심된다면 패치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니코틴 껌이나 사탕은 속쓰림에 주의해야 하고, 너무 빨리 씹으면 혈중 니코틴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한 개씩 천천히 씹어야 한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흡연을 피하는 환경을 만들고 전문 의료진 상담을 통해 꾸준히 도전하고 관리한다면 반드시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4년에는 금연과 함께 절주,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 생활을 실천해 보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24년 정부가 발표한 노인일자리 규모는 10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이하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약자복지 지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확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행한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주요 안내’에서는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 4만6000개, 사회서비스형은 6만6000개, 민간형 3만5000개가 늘어난다. 베이비붐·신노년 세대를 대비하는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의 증가분이 전체 일자리 증가분 14만7000개의 70%인 10만1000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유형별 일자리 수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노인일자리 사업량이 확대되며,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4862억 원이 증액된다. 지난해 대비 31% 증액된 금액으로 2조 26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됐다. 기존 대비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 단가는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사회서비스형은 71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4만 원 인상된다.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종사자 수도 1220명을 증원하여 6520명까지 늘린다. 다만 최저임금 및 물가 상승 수준 등을 고려한 공익활동 활동비 인상과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담당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지속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24년 새롭게 추진할 주요 일자리 분야를 4가지로 갈무리했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시설 지원 분야(건강관리·치매예방프로그램 등)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활용 △폐지수집 노인을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로 흡수(개인 욕구 및 특성 파악 후 희망자에 한해) 후 노인복지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급식지원사업(경로식당) 대상자 확대 및 이에 따른 인력(조리·배식·위생 관리 등)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공급 △타 부처 및 공공기관과 협력한 노인일자리 창출 확대. 대표적인 예 ‘늘봄학교 돌봄지원 서비스’(교육부), ‘시니어 안전점검원’(국토부), ‘경찰서 급식지원사업’(경찰청) 등
아울러 민간일자리 확대에 따라 취·창업 일자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식사 및 세탁 서비스 분야 인프라 지원 사업을 통해 시장형사업단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내 1인 노인가구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참여 노인과 기업의 노인일자리 접근성 향상 및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취업형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고령사회의 삶과 일’ 권두사를 통해 “노년기 일과 사회 활동에 대한 수요를 단순히 연령으로 나눠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 노년층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능숙한 디지털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노후준비는 불충분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노동에의 참여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현 노년층은 고용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근로 취약계층이 대다수로, 민간 영역의 취·창업도 필요하나 복지적 차원에의 사회활동도 더욱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권두사 말미에 노인일자리사업이 당면한 주요 정책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중장기 수요추계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정책 목표 수립 △노년기 노후소득 보장 및 자아실현의 두 가지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내실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유형 다양화 및 민간분야 취·창업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 △지역거버넌스 기반 노인일자리 수행체계 개발, 사회적 경제 조직 등 수행기관 다변화를 통한 노인일자리사업 전달체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인일자리 법적 근거 강화, 근거 기반 정책 수립의 통계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 노인일자리 정책 인프라 확충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령화 대응 정책에서,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행복한 노년의 동반자로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참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 일’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청룡은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 중 하나로서, 동쪽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동쪽은 일출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진취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나타낸다. 특히 청룡은 용 중에서도 젊은 용으로서 생동감 있고 변화무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건강미 넘치고 역동적인 해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어온 ‘MZ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MZ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음식, 춤, 운동 등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문화가 형성될 전망인 가운데, MZ 문화별로 주의해야 하는 건강법들을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핫플’에 ‘오픈런’까지 줄서기…골반 불균형 주의해야
MZ세대 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줄서기’를 들 수 있다. 맛집,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남들보다 빠른 경험을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일)에 나서는 일도 많다. 특히 오픈런은 MZ세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시장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오픈런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4%가 오픈런을 경험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경험 비율로는 20대가 94.7%, 30대가 91.6%로 40(38.6%)·50대(5.5%) 대비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건강상 주의해야 할 점은 장시간 줄을 서다 보면 짝다리를 짚는 등 자세가 비뚤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짝다리는 몸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해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골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으로 발전해 요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잦다. 골반이 척추를 받치고 있는 만큼 척추의 균형도 덩달아 깨지기 때문이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에 따르면 “골반 불균형은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에도 악영향을 끼쳐 여성들에게는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며 “골반 불균형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등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마라탕’ 먹고 ‘탕후루’ 후식까지…MZ ‘맵단짠’ 문화, 젊은 고혈압∙당뇨 불러
먹거리 문화도 MZ세대 입맛을 중심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추세다. 마라탕, 탕후루 등의 음식들은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젊은 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MZ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탕후루와 마라 음식은 지난해 한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인기 메뉴 1위와 2위로 각각 선정됐으며, 특히 탕후루의 경우 주문 증가율이 2022년 대비 약 1만4000%나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맵단짠(맵고 달고 짠)’ 식습관은 위장에 큰 부담을 준다. 맵고 짠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위염, 위산과다 등의 위험을 높이고 고당류의 음식은 중성지방과 혈당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마라탕의 경우 1인분 열량이 보통 1800kcal 정도로, 밥 한 공기가 약 300kcal인 것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고열량 음식이다. 나트륨 수치도 약 2000~30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전체 섭취 권장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맵단짠 음식은 젊은 세대의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 발생에도 일조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당뇨 환자는 지난 2018년 13만 9682명에서 2022년 17만 4485명으로 24.9% 증가했고, 고혈압 환자는 21만 3136명에서 25만 8832명으로 21.4% 늘었다. 특히 평소 잦은 음주나 흡연 등의 생활 습관으로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높다면 저염식 식단으로 관리에 나서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하고 포만감이 높은 통곡물과 야채를 중심으로 구성된 저염식 식단은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바디프로필’ 열풍…극단적 다이어트, 영양 밸런스 챙겨야
멋진 몸매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증가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SNS 인증을 통해 운동에 대한 열정을 뽐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멋진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촬영도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다양한 컨셉의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며 인스타그램 내 관련 게시글은 현재 500만 개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무리한 바디프로필 촬영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한다.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몸을 단기간에 만들다 보면 다이어트에 극단적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이는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체중 요요현상이나 근골격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과한 다이어트는 촬영 당시의 체지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뼈와 근육의 영양결핍 상태를 초래하고 전신의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키는 등 골관절염의 유발 가능성도 높인다.
따라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균형 잡힌 운동 습관이 필요하다.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 모두 병행함과 동시에 충분한 단백질, 칼슘 등의 섭취를 통해 뼈와 근육에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건강한 몸을 기록하는 것인 만큼 내·외면 모두 아름답게 관리하도록 하자. 또한 바디프로필 준비 중 관절이나 몸에 통증이 생기면 촬영을 미루더라도 치료에 나서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우파’, ‘슬릭백’ 등 너도나도 ‘댄스 챌린지’….관절 부상 요주의
지난해 바디프로필만큼이나 유행한 트렌드는 바로 ‘댄스 챌린지’다. 댄스 챌린지란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영상 기반 SNS 플랫폼을 통해 노래 하이라이트 부분의 안무 영상을 게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인들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종영한 유명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5억회를 돌파한 바 있으며, 이른바 공중부양 춤으로 알려진 ‘슬릭백 챌린지’도 2억뷰를 넘기는 등 큰 유행을 끌었다.
그러나 아무리 젊다고 한들 영상 속 춤을 여과 없이 따라 하다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발목, 무릎과 같이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은 같은 춤 동작을 반복하다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로 꼽힌다. 실제 한 국내 대학에서 스트릿댄서 100명의 부상을 조사한 결과 ‘발목’이 67.7%로 부상이 가장 빈번한 부위로 꼽혔으며, 그중에서도 ‘염좌’의 비중이 제일 높았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멋진 영상을 위해 무리한 연습을 강행하다 관절에 염좌가 발생했다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이 더 악화하기 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중 약침 치료는 한약재 성분을 체내에 직접 주입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격투기’에 ‘풋살’까지….땀 흘리며 성취감 느끼는 여성, 골절 부상 주의
재밌게 건강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며 헬스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에 눈을 돌리는 MZ들도 많아졌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기존 남성 위주였던 스포츠에 여성 MZ들의 참여율을 크게 높였다. 치열한 몸싸움이 동반되는 격한 종목임에도 땀 흘리며 이루는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이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풋살의 경우 여성 연예인들의 풋살 경기를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며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에 개최된 한 여성 풋살 대회에는 약 34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할 정도였다.
하지만 풋살, 격투기 등 격한 스포츠는 빠르게 움직이며 온몸의 힘을 써야 하는 만큼 상대방과 부딪히거나 넘어졌을 때 강한 충격으로 골절과 같은 부상을 입기 쉽다. 골절의 종류에 따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골절 형태인 ‘외상성 골절’의 경우에는 한방통합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에 따르면 외상성 골절에 대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는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며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유연하게 하고 손목, 무릎 등 관절보호대를 착용해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실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즐겨야 한다. 도전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즐기는 것이다.
‘e스포츠’ 게임 열풍…일자목증후군 주의해야
e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뜨겁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게임 이용률은 80%를 넘겼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한 게임 대회의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e스포츠 사상 최초로 대규모 거리 응원이 진행된 광화문에서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연호하는 팬들의 응원이 이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페이커를 선망하며 멋진 플레이를 펼쳐보려는 MZ세대도 건강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일자목증후군(거북목증후군)’은 한 대회에서 선수들이 전부 일자목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 아직도 화제가 될 정도로 프로게이머들에게 자주 보이는 증상 중 하나다. 장시간 앉아서 화면에 몰입하다 보면 머리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리며 뒷목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데, 이는 일자목증후군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또한 일자목증후군은 경추(목뼈)를 충격과 하중에 취약하게 해 목디스크 등 각종 경추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뒤로 15초, 좌우로 15초씩 젖혀주는 스트레칭을 평소 반복해 주면 경추 관리와 일자목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모든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듯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MZ세대들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역동적인 새해를 보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다가오는 새해, 시니어를 위한 정책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중 하나로는 노인일자리 및 수당 확대가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바탕으로 알아보자.
기획재정부 ‘2024년 예산안 20대 핵심과제’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수와 수당이 대폭 확대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2024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노인인구: (`22) 901.8만 명 → (`23) 950만 명 → (`24) 1,000.8만 명)
더불어 기초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 또한 날로 늘어나며 저소득 노인 지원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초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 (`19) 37.4% → (`20) 38.1% → (`21) 43.2% → (`22) 45.3% 이에 반해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84.5만 명)는 희망자(93만 명, 노인 인구의 10.3% 수준)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24년에는 103만 명 규모의 노인일자리(+14.7만 명)를 마련,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또한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이다. 전반적인 규모와 금액 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의 확대가 중점적으로 일어날 계획이다.
공익형 노인일자리(노노케어, 교통도우미 등)는 월 27만 원(60.8만 명)에서 29만 원(65.4만 명)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보육교사보조, 공공행정 업무지원 등)는 월 59.4만 원(8.5만 명)에서 월 63.4만 원(15.1만 명)으로 늘어난다. 민간형 노인일자리(실버카페, 지하철 택배 등) 규모도 19만 명에서 22.5만 명으로 증가가 기대된다.
한편 올해 12월 29일까지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 65세 이상(일부 사업은 60세 이상) 참여 가능하며, 모집 분야는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사업단으로 나뉜다. 참여를 원한다면 지역별 행정복지센터(구 동사무소) 또는 노인복지관·대한노인회·시니어클럽 등 사업 수행기관을 찾아 신청하면 된다. 또는 ‘노인일자리 여기’, '복지로',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그밖에 중장년이 알아둘 만한 2024년 예산안 관련 변경 및 신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초연금은 월 32.3만 원에서 33.4만원으로 인상
△ 신체제약이 큰 독거노인(중점군 5.7만 명)을 위한 돌봄시간 확대(일반군 월 5시간, 중점군 월 16시간→20시간)
△생계급여 역대 최고수준 13.2% 인상(4인 가구 기준 162.0만 원→183.4만 원, 수급선정기준 2015년 이후 최초 상향, 중위 30% 이하→32% 이하)
△소규모 농어가 직불금 단가 상향(120만 원→130만원) 및 고령농 은퇴직불금(600만 원/ha) 신설
△독거노인 조손가구 등 응급안전 관리요원 확충(696명→766명) △참전 명예수당(6·25전쟁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 상향(월 39만 원→42만 원) 및 보훈 트라우마센터 신규 설립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효율 냉난방설비 6.4만대 보급 및 취약차주 고리(평균 11%) 대출 저리(평균 4%) 정책자금으로 대환(이자 비용 1인당 연 390만 원 경감, 총 1만 명)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 김두리 한의사 연구팀은 약침 치료가 삶의 질과 보건의료체계·사회적 관점에서 일반 물리치료보다 비용 효율적인 치료법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IF=2.908)’에 게재됐다.
목 통증(경항통)은 전 세계적으로 성인 유병률이 약 50%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근골격계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이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목 통증은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와 같은 질환으로 악화하거나 쉽게 만성화될 수 있어 적절하고 합리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따라서 수술 없이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보존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한약재 유효성분을 정제해 주사 형태로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한의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목 통증 치료법이다. 약침 치료는 침의 물리적 자극과 한약의 효과가 더해져 염증과 통증을 신속히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촉진하는 등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지금까지 약침은 치료 효과를 밝힌 연구가 다수 있었음에도 치료 경제성을 규명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두리 한의사 연구팀은 만성 목 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침치료와 일반물리치료의 경제성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연구팀은 6개월 이상 만성적인 목 통증을 겪고 있는 남녀 성인 환자 101명을 약침치료군과 열치료, 전기치료 등이 포함된 일반물리치료군으로 무작위로 나눠 4주간 주 2회의 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8주 동안 추가적인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질보정수명(QALY, Quality Adjusted Life Year) 지표를 활용한 비용 효율성분석과 보건의료체계 및 사회적 관점에서의 분석을 진행했다. 질보정수명은 치료로 인해 개선되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완벽한 건강상태는 1, 죽음은 0을 뜻하며 값이 높을 수록 비용 효율적이다. 그리고 보건의료체계 관점 분석은 치료에 투자한 비용, 시간 및 각종 기회비용 등이 기준이 되며, 사회적 관점 분석에는 결근, 업무 저하 등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비용이 추가된다.
QALY 산출에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EQ-5D(The EuroQol-5 Dimension)와 SF-6D(The Short Form 6 Dimension)가 활용됐다. 그 결과 각 지표 모두 약침 치료군이 일반 물리치료군 보다 높게 측정돼 약침 치료군의 QALY가 일반물리치료군보다 더 높았다. 또한 보건의료체계 관점 및 사회적 관점에서 약침 치료군의 비용이 물리치료군에 비해 각각 26달러, 1157달러 적었다. 즉 QALY가 더 높고 비용이 낮은 약침 치료가 일반 물리치료군에 비해 비용 효율적인 치료법인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그중 치료에 소요된 시간 비용 및 생산성 손실 비용은 두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시간 비용은 약침 치료군에서 약 35달러 적었고 생산성 손실 비용에서도 약침 치료군이 1130달러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약침 치료가 치료 시간 대비 높은 효과를 보임을 뜻한다. 또한 회당 17달러로 설정된 약침 치료가 비급여치료임을 고려해 수가를 2배까지 높여 분석했음에도 약침 치료가 사회적 관점에서 비용 효율적인 치료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논문의 제1 저자인 김두리 한의사는 “목 통증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약침 치료의 경제성을 증명한 이번 연구가 추후 관련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약침 치료뿐만이 아닌 다른 한의 통합치료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건강’과 ‘경제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노후 적정생활비는 월평균 369만 원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노후 조달가능생활비’는 월 212만 원에 불과했다. 또한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노후 준비 진단과 거주지 선택 조건’을 발간했다. 전국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으며, △노후생활 준비 상황, △노후 거주지 선택 니즈, △부부가구의 노후 준비 등을 담았다.
노후 준비 미흡한 현실
노후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질문한 결과, 전체 가구의 21.2%만이 ‘잘 되어 있다’고 응답했고, 44.6%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부문별로는 ‘가족·지인관계’가 4.11점(7점 리커트 척도)으로 잘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중요한 생활 부문으로 꼽힌 ‘경제력’은 3.21점으로 준비 정도가 가장 미흡했다.
더불어 은퇴 전 가구의 ‘희망 은퇴 나이’ 평균은 65세였으나, ‘실제 은퇴 나이’는 평균 55세로 10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또한 전체의 과반(52.5%)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노후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비용인 ‘최소생활비’는 월 251만 원,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여행·여가 활동·손자녀 용돈 등을 줄 수 있는 ‘적정생활비’는 월 369만 원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재 가구가 가진 소득과 지출, 저축 여력 등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노후생활비로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하는 ‘노후 조달가능생활비’는 월 212만 원으로 적정생활비의 57.6% 수준에 불과했다.
노후 조달가능생활비에 대해 전체의 65.6%는 연금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86.8%로 가장 높았고, ‘개인연금’(58.7%), ‘이자와 금융상품 원금 등 금융소득’(55.9%), ‘퇴직연금’(54.1%), ‘사학·군인·공무원연금’(49.1%)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준비를 저해하는 요인은 ‘소득 부족’(57.1%), ‘경제 불확실성·물가 상승’(48.2%),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가능성’(41.3%) 순이었다.
또한 자녀 있는 부부 가구가 자녀 없는 부부 가구보다 노후생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노후생활 준비 정도를 1점(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에서 7점(매우 잘 준비돼 있다)으로 측정했을 때, 자녀 있는 부부 가구의 노후생활 준비 정도는 3.89점으로 자녀 없는 부부가구(3.48점)보다 높았다. 또한 자녀 없는 부부 가구가 자녀 있는 부부 가구보다 연금 의존도가 높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수요 증가
응답자들은 현재 거주지에서 평균 9.1년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거주 기간은 은퇴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은퇴 전 가구’는 8.7년을, ‘은퇴 후 가구’는 13.1년을 한 곳에서 살았다. 특히 은퇴 후 가구는 한곳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응답자 비중이 58.6%에 달했다.
노후 거주지가 갖추어야 할 인프라에 대해 은퇴 전 가구와 은퇴 후 가구의 응답에 차이가 있었다. 은퇴 후 가구는 ‘은퇴 전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 의향이 42.6%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30.3%), ‘마트 등 쇼핑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27.5%), ‘교통이 우수한 곳’(27.0%) 등의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은퇴 전 가구는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65.7%)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은퇴 전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는 0.1%에 불과했다.
고령자가 이제까지 살아온 지역 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6.2%가 동의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50대와 60대에서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내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데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배우자나 가족 간병이라고 답한 응답자(32.5%)가 많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자립 생활이 가능한 고령자 전용 주거 시설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실버타운에 거주하겠다는 응답자는 60.7%였고, 성별로 보면 남성(54.5%)에 비해 여성(68.9%)의 응답률이 높았다. 실버타운 거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노후에 살기 좋은 환경이라 생각되어서’(28.6%), ‘제공되는 노후생활 지원 서비스가 충분할 것 같아서’(19.9%), ‘자녀에게 부양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17.0%) 등으로 나타났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사는 “기대 수명 연장·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 변화·가구 유형 다양화 등으로 맞춤형 노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노년기에도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니즈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주택 신축이나 개조 등을 허용하는 제도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