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빅뱅 시대

기사입력 2020-09-30 08:00 기사수정 2020-09-30 08:00

[유튜브 큐레이션] 1화 유튜브 빅뱅 시대

빨간 네모. 흰색 재생 버튼. 중간 광고. 이런 용어로 간단하게 설명만 해도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유튜브’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페이팔 출신 공동창업자 3명이 파티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유튜브는 이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KBS 2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등장인물 윤지후는 “하얀 천이랑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천과 바람 대신 유튜브만 있다면 세계 어디든, 그것이 무슨 분야든 상관없이 구경할 수 있다. 이제 건너뛰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외계인이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다.” 유튜브 문화·트렌드 총괄 케빈 알로카(Kevin Alloca)가 저서 ‘유튜브 컬처’ 서문에 쓴 문장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지금 이 순간 유튜브를 보고 있다.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는 20억 명에 육박하고, 하루에 10억 시간을 유튜브에서 소비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유튜브를 얼마나 소비하고 있을까? 지난 4월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20 NPR 인터넷 이용자 조사’(중복 응답)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시청채널 순위에서 유튜브는 93.7%로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네이버(43.1%), 넷플릭(28.6%), 인스타그램(26.4%), 페이스북(24.1%) 순이었다. 특히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전년 대비 16.7%P 증가했다. OTT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눈에 띄지만, 아직은 유튜브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관심 있는 카테고리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전체 카테고리별 선호도는 요리·음식·맛집(39.4%), 유머·예능(36.9%), 게임(36.8%), 일상생활(35.2%), 운동·헬스·건강(28%) 순이었다. 비중도 조금씩 달랐다. 10대와 20대는 게임과 유머·예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30대와 4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유머·예능에 관심이 많았다. 5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운동·헬스·건강 콘텐츠를 주로 소비했다. 6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일상생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대별 관심사를 잘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다.

유튜브 사용 목적도 달랐다. 동영상 시청이 90%로 1순위였다. 그다음이 채널 구독(67%), 음악 감상(65.1%), 궁금한 정보·내용 검색(55.3%), 공감·비공감 클릭(29.5%) 순이었다. 정보 검색은 전년 대비 10%P 이상 증가했다. 유튜브가 단순히 동영상 시청용이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처럼 정보 검색 창구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는 ‘영화’, ‘게임,’ ‘연예인·아이돌’, ‘여행’, ‘맛집’·푸드’였다. 특히 영화가 34.8%로 가장 높았다.

더 나아가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할 때도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는 경우가 54.3%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유튜브에 ‘취미’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십자수, 라탄공예, 유화 그리기 등 다양한 분야의 취미를 영상에서 추천한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실내에서 주로 할 수 있는 취미를 추천하는 영상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런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유튜브 내의 영상 콘텐츠(4.0점)가 오프라인 학원·아카데미(3.87점)나 서적(3.54점)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높았다.

유튜브는 생물처럼 진화하고 있다. 영상 공유 사이트로 시작해서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되더니 이제는 검색 엔진의 자리를 엿보고 있다. 유튜브는 새로운 시대의 빅뱅이다. 빅뱅이 새로운 우주를 만든 것처럼 유튜브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알로카의 말처럼 미래에는 외계인에게 유튜브를 소개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날(?)을 위해서 알아두면 쓸모가 있거나, 무해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유튜브 채널을 다음 호부터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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