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폐쇄형 SNS'가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에선 네이버의 '밴드', 카카오의 '카카오그룹'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의 밴드는 2012년 8월, 카카오의 카카오그룹은 2013년 9월에 선보였고 최근엔 다음(Daum)이 쏠그룹을 출시해 경쟁에 가세했다. (Daum은 항상 뒷북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선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네이버 라인을 멀찌감치 앞서있지만 폐쇄형 SNS 시장에서는 반대로 카카오의 카카오그룹이 네이버 밴드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기능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선점’이 곧 시장 지배력 확보의 지름길인 것이다. 편한 만큼 골치 아픈 SNS세상, 뜨거운 밴드(BAND) 열풍에 대해 잠깐 살펴볼까 한다. <글쓴이 주>
‘우리끼리 BAND' 열풍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는 현대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SNS가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폐쇄형 SNS로의 전환은 30대 이상 이용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밴드(BAND)’ 열풍이 거세다. 2012년 8월 출시된 밴드는 최근 글로벌 가입자가 2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가운데 국내 가입자가 1천800만명이다. 개별 밴드 수는 800만 개에 육박한다. 해외 사용자는 공동체 의식이 있는 일본, 대만, 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늘고 있다.
쉽고 편리한 기능
이토록 밴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우선 밴드는 이용 방법이 간단하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초대를 받고 가입하면 바로 활동할 수 있다. 멤버들끼리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만큼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등 SNS 부작용에서 자유롭다.
대화를 위한 채팅방 외에 게시판을 별도로 둔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중요한 정보가 대화창에서 흘러가 버리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게시판에는 용량이 큰 사진이나 동영상도 올릴 수 있고, 게시물 중 3개까지 공지로 등록할 수도 있다.
또 사진첩 기능이 있어 사진들을 따로 모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투표, 음성메시지, 사진댓글 등 색다른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 끈끈한 유대감→높은 충성도
밴드는 학연(동창회), 지연, 혈연(가족), 동아리 등이 모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멤버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이다. 멤버들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충성도가 매우 높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무려 21개의 밴드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가 2013년 8월 동창 찾기 기능을 추가한 이후 밴드 체류 시간은 수직 상승했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의 유입이 급증하며 과거 '아이러브스쿨'의 돌풍을 재현하는 느낌마저 든다. 중장년층은 향수에 젖어 있기 때문에 밴드를 통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유쾌 상쾌 통쾌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밴드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개방형 SNS에서는 누군가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면 주눅이 든다. 무심코 SNS에 남긴 말로 구설수에 올라 집단공격을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SNS 포비아(Phobia·공포)’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개방형 SNS에선) 자기 포장에 열중하고 완벽한 모습에 집착한다. 반면 밴드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니 그럴 걱정 없고 마음이 편하다.
네이버는 밴드에 모바일게임 플랫폼 기능을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은 사실상 '카카오'가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형제인 라인과 밴드의 협공에 카카오가 어떻게 대응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엔, 얼마나 갈까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비스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2000년대 초반 '도토리' 열풍을 몰고 왔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제 국내 SNS시장에서 비주류로 밀려났다. 야후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밴드 열풍, 그 바람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 IT산업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쟁업체의 공격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면도날 위를 걷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비즈니스에 임해야 할 것이다. 변화는 너무 빠르고 시장은 혹독하다.
글=건설워커 유종현
유종현은 취업포털 건설워커 대표, 메디컬잡 대표, (주)컴테크컨설팅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취업전문가, 잡(JOB)칼럼니스트, 뉴스에듀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공학 소프트웨어 국제 공인 개발자, 소호 창업전문가, PC통신 취업정보제공자로도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