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결혼

기사입력 2021-07-01 18:04 기사수정 2021-07-07 08:24

[뉴노멀의 백년가약] PART.1 2021 웨딩 트렌드

뉴노멀의 등장과 함께 결혼문화도 바뀌고 있다. 백년가약이라 불리는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며,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축하받고 사랑을 인증받는 행사다. 코로나19 때문에 시·공간적 제약이 생겼고, 이로 인해 결혼식이 점점 소규모·고급화 추세를 보인다. 다음에서는 뉴노멀 시대에 부상 중인 웨딩 트렌드에 대해 살펴본다.

▲뉴노멀이 등장하면서 결혼문화도 바뀌고 있다(브라보 마이 라이프)
▲뉴노멀이 등장하면서 결혼문화도 바뀌고 있다(브라보 마이 라이프)

자녀를 둔 시니어는 결혼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 비혼주의를 선언하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자녀와 부딪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시니어와,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뉴노멀인 밀레니얼은 자꾸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한편 막상 결혼한다고 해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나? 덕분에 결혼식 비용을 줄이고, 그 금액으로 더 좋은 혼수와 예물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답례품도 예전보다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갈수록 소규모와 고급화를 거듭하고 있는 결혼식, 코로나 시대에 자녀의 결혼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밀레니얼 자녀와 시니어 부모는 결혼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셔터스톡)
▲밀레니얼 자녀와 시니어 부모는 결혼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셔터스톡)

자식과 부모의 동상이몽

코로나19라는 재앙은 결혼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결혼식을 미루는 신랑 신부가 많았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2019년 대비 10.7% 감소했다. 특히 30대 후반 남자와 20대 후반 여자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이 많이 취소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54.5%는 결혼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혼 남성(42.2%)보다는 여성(66.8%)이 결혼에 대한 의지가 적었다. 실제로 비혼을 남성(11.5%)보다 여성(20.2%)이 더 선호했고, 연령별로는 40대 초반(24.5%)이 비혼을 가장 선호했다. 흥미로운 건 10명 중 3명(29.3%)은 부모 밑에서 월급을 용돈으로 쓰면서 풍족하게 살며 연애만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미윤 경인여대 웨딩&이벤트과 교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나 노동 환경, 사회경제적 여건 등 다양한 요소가 비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시니어는 결혼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목매지 않는 자녀 세대와 달리 시니어에게는 결혼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결혼과 출산을 연동하여 대를 잇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윗세대가 자신들을 위해 그랬듯이 부모로서 결혼을 지원하는 것을 당연한 도리라고 여기는 부모가 많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기혼 남녀와 해당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의 결혼 비용 지원에 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0%가 긍정적이었다. 다만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부모 세대(84.7%)가 자녀 세대(64.8%)보다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자녀의 결혼 비용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은퇴한 시니어 김영미(가명) 씨는 “학비와 용돈을 지원했지만 졸업 후엔 일절 지원하지 않았다. 애가 결혼할 때 보니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때 혼수와 집을 구하는 데 조금 보태줬다”라고 밝혔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시호시'는 프리미엄 답례품을 판매한다.(롯데백화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시호시'는 프리미엄 답례품을 판매한다.(롯데백화점)

혼수는 투자, 답례는 실용적, 여행은 예약

코로나19 이후 결혼 건수도 줄고, 소규모 결혼식으로 비용도 줄어들었다. 그 덕에 혼수나 답례품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됐다. G마켓에 따르면 결혼 관련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혼수용 가구와 가전의 고객별 평균 구매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총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결혼식을 준비하는 스몰 웨딩용품의 구매 단가는 36% 감소했다. G마켓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결혼식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결혼식보다 혼수 준비에 예산을 더 투자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장에서 식사하는 것이 꺼려지면서 답례품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식사를 대신해 떡이나 와인, 홍삼 같은 제품을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했으며, 이색 답례품도 등장했다. 손소독제나 핸드워시 등도 코로나 시대의 실용적인 답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웨딩센터에 따르면 결혼식 답례품 관련 문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시호시’가 지난해 12월 시범적으로 내놓은 웨딩 답례품 400세트는 완판을 기록했다. 시시호시에서는 5만 원 이상의 세트를 선보였다. 건강한 음식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국수세트’, 달콤하고 정갈한 시간을 선물하는 ‘디저트세트’, 향기롭고 촉촉하게 즐기는 ‘스파세트’ 등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시시호시의 프리미엄 웨딩 답례품은 형식적인 상품과 포장에서 벗어나 정성을 가미한 상품 선정과 고급스러운 포장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신혼여행의 모습도 바뀌었다. 제주도와 울릉도 같은 국내 여행지가 허니문의 중심지로 변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기대하며 미리 신혼여행 예약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CJ온스타일 홈쇼핑에서 소개된 노랑풍선의 유럽 여행 상품은 방송 65분 만에 5만2000명분이 전체 매진됐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3월 판매한 필리핀 해난리조트 숙박권은 해외여행자가 격리 해제된 후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총 14억 원어치가 판매됐으며, 동일한 조건으로 방송한 베트남 빈펄리조트 숙박권의 주문 금액은 18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정부가 방역 체계를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단체관광을 할 수 있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체결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PCR 음성확인서·예방접종증명서 제출, 도착 후 음성 여부 확인을 거치면 별도의 격리 조치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는 신혼부부가 출국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결혼을 하고 하나투어를 통해 몰디브 신혼여행을 예약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한 뒤 이번에 다시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데스티네이션 웨딩과 같은 럭셔리 웨딩도 주목받고 있다.(셔터스톡)
▲최근에는 데스티네이션 웨딩과 같은 럭셔리 웨딩도 주목받고 있다.(셔터스톡)

새로운 결혼의 표준

최근 스몰 웨딩, 럭셔리 웨딩, 노웨딩, 리마인드 웨딩 등 다양한 방식의 웨딩이 등장하고 있다. 개성 강한 젊은 세대는 다양한 곳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둘이서 떠난 섬에서 결혼식을 하거나 남산한옥마을 내의 고택을 빌려 100년 전 혼례 방식에 따라 소규모로 결혼식을 올린다. 권 교수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결혼식의 주체였지만, 이제는 자녀가 주체적으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다양한 결혼식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며,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가치 중심적 소비문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튜브 라이브로 결혼식을 한 부부도 있다. 이 신혼부부는 지난해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가친척 대부분이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이 부부를 위해 KT는 해당 예식장에서 유튜브 결혼식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KT는 신랑과 신부가 양가 친척·지인들과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양방향 다원 생중계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

웨딩의 규모가 줄면서 한층 더 개인적이고 고급화된 예식도 등장했다. 규모가 작아지면서 호텔에서 럭셔리 웨딩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이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통상적으로 소수의 지인과 함께 해외 휴양지에서 진행하는 웨딩을 말하지만, 현재는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의 한적한 자연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소수의 인원을 초대해 즐긴다. 소노호텔&리조트는 ‘데스티네이션 웨딩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숙박과 다이닝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웨딩에 참석한 가족 및 지인은 예식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제주, 양양, 고성 등 교외에서 천혜의 자연을 감상하는 동시에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프라이빗한 웨딩을 할 수 있다.

해당 패키지는 ▲양·한식 코스 다이닝(30명 기준)과 ▲호텔&리조트 객실(10실)로 구성되며, 패키지 이용 시 2021년까지 대관료는 무료다. 객실은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님 및 친척용으로 4개가 제공되고, 나머지 6개는 하객용이다. 소노호텔 &리조트 관계자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특별한 지인들을 초대하는 결혼식인 만큼 보통 1인당 10만 원에 달하는 다이닝을 제공한다. 30명 기준 다이닝과 객실을 포함한 총비용은 평균 800만~900만 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간소화와 럭셔리는 앞으로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향후 스몰 웨딩은 결혼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고, 매년 약 두 배씩 성장 중인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현재 대중적인 문화는 아니지만 앞으로 인기 있는 프라이빗 웨딩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녀 세대는 다양한 결혼식에 대한 부모 세대의 반감을 걱정했다. 미혼 남녀는 다양한 방식의 웨딩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부모의 반대를 걱정했다.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명 중 6명(60.7%)은 스몰 웨딩을 부모 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 문화라고 생각했다. 특히 하객이 없는 온라인 결혼식 진행 시 부모님이 반대할 것 같다고 말한 응답자가 61.9%에 달했다. 주영애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부모와 자녀가 선호하는 작은 결혼식이 다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는 특색 있는 결혼식을 선호하지만, 부모는 말 그대로 기능적으로 축소된 결혼식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1년 7월호(VOL.79)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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