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성장동력은 5060세대부터라고 굳게 믿으며 그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다. 바로 박명희 별사탕학교 이사장이다.
“학교 이름이 왜 별사탕학교인지 궁금하시죠? 건빵 속에 들어 있는 별사탕을 생각하면서 만든 이름이에요. 건빵을 먹다 목이 메면 달콤한 별사탕을 찾게 되잖아요. 중장년 및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다가 막막하실 때, 그 답답함을 해결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무언가를 배우는 곳이 학교잖아요. 그래서 이름을 별사탕학교로 지었습니다. 어때요, 의미가 딱 들어맞지 않나요?”
중장년 취업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엽다고 생각되던 찰나, 그것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웃으면서 이름을 짓게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박명희 이사장. 그의 웃음이 별사탕학교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할 용기
별사탕학교는 2020년 12월 30일,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때 새로운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 당시는 5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했고, 만 3년 만에 두 배의 인원으로 성장했으며 직업상담사들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저를 비롯해 모두 직업상담사였어요. 남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상담사였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잖아요. 저를 비롯한 직업상담사들도 퇴직 후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답니다. 100세 시대인데… 그 고민의 끝에 상담사끼리 의기투합해 별사탕학교를 만든 거예요.”
이어 박명희 이사장은 “중장년은 과거에 비해 학력 수준 및 구직 욕구가 높은 편이기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을 가진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다시 돌려줄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학교 설립 이유를 밝혔다.
나를 위해 할 일을 찾다 보니, 결국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우리를 위한 일이 된 셈이다. 이렇게 설립된 별사탕학교는 현재 5060세대에 적합한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평생교육 및 진로 개발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4년밖에 안 된 신생 사회적협동조합이지만, 별사탕학교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입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을 위해 공공 및 민간기관,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협력해 경험과 역량을 갖춘 퇴직 중장년층의 취업과 기업의 성장을 돕고,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기업과 달리 이윤 추구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목적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 유지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별사탕학교는 공공 및 사회기관 등과 협력해 사회적 책임 사업을 수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지금의 별사탕학교를 만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터. 박명희 이사장은 중장년이 자발적으로 별사탕학교를 찾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중장년 재취업 교육이 있다고 아무리 홍보해도 ‘이 나이에 취업이 될까, 교육받는다고 될까’라는 마음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많고요.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꾸준히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많이 노력했죠.”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중장년의 마음을 헤아리고, 별사탕학교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먼저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학교의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박 이사장은 누구나 처음은 힘든 것 아니냐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 별사탕학교를 설립할 때 저 역시 많이 움츠러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십수 년 직업상담사로 일한 게 전부니까요. 게다가 자본도 넉넉지 않았던 터라 걱정을 많이 했죠. 하지만 돈을 쫓는 일에 급급해하기보다는 취지가 분명한 우리만의 일을 하면 자연스레 이윤을 창출하고, 더 많이 베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매몰돼 주저앉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박 이사장은 활짝 웃어 보였다.
“별사탕학교는 600명 이상의 퇴직 중장년 일자리와 사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힘에 부치는 날도 잦은 것이 사실인데요. 그때마다 별사탕학교의 문을 두드려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려고 해요. 힘든 것이 10이라면 보람은 100으로 다가와요. 이 보람에 중독되었다고 할까요?(웃음)”
제2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
중장년 및 노인 일자리 전문 기관인 별사탕학교는 5060세대에 적합한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자원을 투입한 사회적기업 협력 모델, 지역사회 서비스 모델, 중소기업 매칭 모델 등을 통해 취업·창업·사회 활동 연계 및 디지털 전환 등을 지원한다.
중장년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어느 하나 허투루 진행하는 것이 없다. 이미 경력자들이 별사탕학교의 문을 두드리기 때문에 이들의 경력 자산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야만 바로 현장에서 수행이 가능하고, 시너지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최근 별사탕학교에서 가장 주력하는 것은 생애주기 맞춤형 진로 개발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교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다양한 직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진로 개발 교구, 잡유닛카드(Job Unit Card)다. 100세 시대 중장년에게 보드게임 같은 놀이처럼 접근할 수 있으며, 연령별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업 세계가 굉장히 빨리 변하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는 과거의 직업으로 수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현장과 직업 간의 괴리를 없애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를 익히고 자연스레 직업 역량도 키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카드 교구를 제작했습니다. 이 교구로 특허까지 출원한 상태입니다.”
교구를 소개하는 박 이사장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단순히 직업 소개만 하는 카드가 아니라, 그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알아보고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며 로드맵을 제시해준다. 중장년의 재취업, 전직을 위해 필요한 진로 탐색 카드이면서 초중고에서도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최근 퇴직 교원을 중심으로 창의・진로 탐색을 위한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시작했고, 이들을 통해 청소년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5060 중장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등 자연스레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진 세상을 꿈꾸다
퇴직 이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중장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마음을 바꿔야 해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으면 안 돼요.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는 분들이 많지만,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냐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별사탕학교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충성고객이 된다. 재취업에 성공하면 끝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사후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5060세대의 사랑방을 자처하는 셈이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매년 500~600명씩 취업 지원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별사탕학교의 미션은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 별사탕학교를 설립해 사회적 임팩트를 확대하고 싶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맞게 조합이 보유한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조합 활동에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공유 가치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성장과 도전을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별사탕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퇴직 중장년에게 단순히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 간 연결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모든 세대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별사탕학교를 통해 중장년층이 활동하며, 청년들이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박 이사장의 바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박명희 이사장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별사탕학교는 시니어, 중장년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의 징검다리 같은 곳입니다. 50대 이상 중장년은 ‘지식’, ‘기술’, ‘태도’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한 기업에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나이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자부심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예요. 망설이지 말고 별사탕학교의 문을 두드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