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 기른 농산물로 상을 차리고, 가족과 어울려 쉴 수 있는 소박한 집 한 채.
믿을 수 있는 먹거리와 건강한 여가 활동을 바라는 이들의 로망이다. 개정된 농지법 시행으로 ‘농촌체류형 쉼터’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꿈이었다.
농지에는 ‘농막’, 그야말로 단순한 창고만 설치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제 농촌체류형 쉼터의 도입으로 신중년 세대의 로망을 한층 수월하게 실현할 길이 열렸다.
‘작은 집’에서 실현한 신중년의 로망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시니어에게 농촌의 작은 집은 주말을 보내거나, 취미로 농사를 짓거나,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새로운 형태의 세컨드하우스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귀농·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주택 마련 문제로 고민이 많았지만, 올해 1월부터 개정된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로망 실현의 부담을 덜었다. 농지에 이른바 ‘농촌체류형 쉼터’라는 거주시설을 설치할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 없어 보이는 소형 건축물인 농막, 농촌체류형 쉼터, 세컨드하우스는 각각 다른 목적과 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농지법의 적용을 받는 농막은 엄밀히 말하자면 농업용 보조 시설로, 농기구와 비료를 두는 작은 창고에 불과하다. 관련 법규는 농막을 귀농·귀촌의 전초기지처럼 사용하며 쉼터로 활용하고자 하는 실제 수요와 상충해 농촌 활성화를 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세컨드하우스는 개인이 별장처럼 사용하는 주거시설로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주택이다. 지난해 말 신설한 개념인 농촌체류형 쉼터는 귀농·귀촌 희망자나 주말농장을 경작하는 사람, 농업인을 위한 임시 숙소이며 주택이 아니다. 이처럼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용도와 법적 기준이 다르므로, 목적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다.

법과 공법이 바뀌자 농막도 달라졌다
프리미엄 농막, 농촌체류형 쉼터, 농촌형 세컨드하우스가 등장한 데는 법령 개정뿐 아니라 모듈러 건축 공법도 큰 역할을 했다.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규격화 및 표준화된 ‘모듈’ 단위로 공간을 제작한 후 건설 현장에서 설치·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초부터 완공까지 현장에서 이뤄졌던 기존 공법의 한계에서 벗어나, 품질은 균일하게 유지하며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모듈러 건축 공법을 활용하면서 관련 시장이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LG와 삼성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소형 모듈러 주택에 스마트 IoT 가전을 채운 ‘LG 스마트코티지’와 ‘삼성 타이니하우스’를 전시하며 미래 주거 형태를 제시했다. GS건설은 단독주택 브랜드 ‘자이가이스트’를 앞세워 신사업을 키우고, 현대그룹의 가구 제조 분야 계열사인 리바트 또한 모듈러 주택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밖에 모듈러 주택을 활용해 지자체의 농촌체류형 쉼터나 고급 리조트를 짓고,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감성, 실용성 다 갖춘 모듈러 업체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모듈러 주택 분야에 혁신적인 업체들이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모듈러 주택의 특성상 빠르고 경제적인 건축이 가능하면서도, 각기 다른 디자인과 기능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주택을 제공한다. 모듈러 주택의 선두 주자들이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보자.


스페이스웨이비 ‘K-HOME 시대 연다’
스페이스웨이비는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모듈러 주택을 선보이며 LG전자·삼양·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의 협업, 국제 인증 취득과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이다. 채광·단열·동선 같은 기능적 요소와 감성·개성이라는 미학을 두루 갖춘 공간을 추구한다. 주력 모델인 ‘웨이비룸’ 시리즈는 AI 기반 설계와 IoT 기술을 결합해 주택의 온도 조절, 조명, 보안 시스템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주택 관리의 편리함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고려한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는 “모듈러 주택은 이제 이동식 주택이 아닌 완벽한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며, 주거지로서의 완성도를 강조했다. 특히 AI 프로그램을 통해 10분 만에 설계와 가견적을 제공하는 점과 공장에서 주택 완성 후 1일 이내 설치 완료라는 빠른 시공 속도를 갖추고 있다.


플레이서스 ‘원스톱 맞춤형 디자인’
플레이서스의 ‘ExSmall’ 시리즈는 고급스러운 외관과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내부 공간 구성이 자유로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주택을 완성하기에 적합하다.
기존 건축 방식의 숙련공 부족에 따른 품질 저하 등을 우려해온 정승권 플레이서스 대표는 공기가 짧고 품질 관리가 용이하며, 이동 및 재설치가 가능한 모듈러 주택에 주목했다. “우리는 단순히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공간을 디자인한다”며, 디자인과 맞춤화에 대한 강한 철학을 드러냈다. 모듈러 주택이 기계화와 공업화 흐름 속에서 획일화된 디자인 양산에 머무르지 않도록 심미적 요소를 중시하며, 디자인과 맞춤화로 세련된 주택을 구현한다. 정 대표는 “모듈러 주택으로 외제차 대신 집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전하며, 주택 구매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편안하고 세련된 생활을 약속했다.


공간제작소 ‘아시아 최대 슈퍼 팩토리’
공간제작소는 로봇 자동화 설비를 통한 정밀한 생산공정으로 효율적인 주택 생산을 이끌어가는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독일 바인만사와 협력해 전 공정에 로봇 자동화를 도입함으로써 인건비 절감과 생산 속도 향상을 동시에 이뤄냈다. 특히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장을 구축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작하는 것이 강점이다.
박정진 공간제작소 대표는 “공장에서 짓는다 하더라도 사람이 만든다면 인건비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 로봇 공정을 통해 주택 가격의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집짓기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건축 매니저와의 소통을 통해 건축주의 취향에 맞는 주택을 빠르고 합리적으로 쉽게 지어드릴 뿐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 모를 하자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세 업체 모두 모듈러 주택이 제공하는 빠른 시공과 비용 효율성을 강조했다. 업체 선정 기준과 설치 시 주의점은 없는지 물었다. 스페이스웨이비의 홍 대표는 “공장을 자체 운영하며 제작 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체계가 있는 곳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플레이서스의 정 대표는 “섬세한 설계와 시공은 필수지만,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비용 지출을 유도하는 업체는 피하라”고 전했다. 공간제작소 박 대표는 “직접 공장을 방문해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인지 규모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진입도로 폭이 4m 이하일 경우 패널라이징(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고려하라”고 귀띔했다.

농촌체류형 쉼터 Q&Aㆍ기존 농막을 쉼터로 전환할 수 있나?
기준을 충족한다면 가능하다. 기존 농막을 철거하고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도 있다. 전환 기간은 개정 농지법령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2027년 말까지)다.
ㆍ임시 숙소라면 전입신고도 가능한가?
전입신고를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나, 소유자가 쉼터에 전입신고하면 상시 거주(30일 이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는 농지법 위반 및 농지 불법 전용에 해당하므로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ㆍ농촌체류형 쉼터를 고용한 근로자의 숙소로 쓸 수 있나?
불가하다. 본인이 농작업용으로 직접 활용할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다.
ㆍ정원에도 설치할 수 있나?
불가하다. 잔디 조경 또는 관상용 수목과 그 묘목을 정원 및 시설 녹지 조성 목적으로 심었다면 농지로 활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ㆍ농지를 빌려 쓸 때도 설치할 수 있나?
임대인의 ‘토지사용승낙서’가 있다면 가능하다. 단, 주말 및 체험 영농의 경우라면 지목이 농지여도 농업진흥지역 안에는 설치할 수 없다.
ㆍ도로가 없는 맹지도 가능한가?
소방차나 응급차가 진출입할 수 있는 도로에 접해야 한다. 현황 도로의 기준은 산림청 고시에 따르되, 임도는 제외한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도 의무다. 안전을 위해 방재지구·붕괴위험지역·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와 방류수 수질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
ㆍ설치 절차는 어떻게 되나?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절차에 따라 세움터(www.eais.go.kr) 또는 지자체 건축부서를 방문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상수도 처리 및 전기 설비공사 신고, 설치 후 60일 이내 농지 대장에 신고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존치 기간은 3년 단위로 연장하며, 지자체 조례에 따라 12년 이상까지 유지할 수 있다.
ㆍ어떤 골조나 형태로든 가능한가?
가설건축물이므로 철근콘크리트조나 철골철근콘트리트조는 불가하다. 연면적·건축면적 33㎡, 층고 4m 이내로 제한하고, 다락은 제한 높이 안에서만 가능하다. 데크·정화조·주차장은 쉼터의 연면적과 별도로 설치할 수 있다. 주차장은 1면을 설치하되, 농지를 훼손하면 안 되므로 콘크리트 포장은 불가다. 명심할 점은 쉼터와 부대시설을 모두 합한 면적의 두 배 이상 농지에서 영농 활동을 해야 한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정책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