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생 70년’ 국민 배우 이순재, 별세…향년 91세

▲2021년 연극 ‘리어왕’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재.(이투데이 DB)

‘현역 최고령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원로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25일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고령에도 연기 활동을 이어오던 고인은 지난해 말부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10월에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중도 하차했으며, 이후 안정을 취해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TV와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순재는 평생 14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자리잡았다. MBC ‘사랑은 뭐길래’(1991~1992), KBS 2TV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등에서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국민 아버지’라 불렸다.

사극에서도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MBC ‘허준’(1999)에서는 강직한 스승 유의태 역을 맡아 호평받았고, ‘상도’(2001), ‘이산’(2007) 등 다수 작품에서 묵직한 연기를 펼쳤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캐릭터 이미지.(MBC)

연기 변주도 멈추지 않았다. 70대에 들어서며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해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이 작품으로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했다. 나영석 PD의 tvN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서는 특유의 패기 있는 모습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KBS 드라마 ‘개소리’로 연기대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모습.(KBS)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KBS 드라마 ‘개소리’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 작품으로 2024 KBS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면서 “시청자 여러분, 평생 여러분께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로맨틱 헤븐’, ‘대가족’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다.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 이야기’,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며 ‘대학로의 방탄노년단’으로 불렸다.

연기 외에도 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하며 업계 발전에 기여했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그는 제15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1972),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남우상(1973), 제39회 황금촬영상 연기공로상(2019)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