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나침반, 책임감 크게 느껴요”

입력 2025-12-16 06:00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자] 정남순 씨, 중장년의 길을 다시 연결하는 사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가치동행일자리’는 중장년의 경험과 역량을 지역사회에 연결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는 중장년에게 경력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컨설턴트 정남순 씨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컨설턴트 정남순 씨(성민하 프리랜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컨설턴트 정남순 씨(성민하 프리랜서)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같이 해봐요.”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 가치동행일자리 중장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정남순 씨는 오늘도 누군가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해 상담실 문을 연다. 중장년 컨설턴트는 취업 상담–경력 설계–사후 관리를 아우르는 3단계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어 말 그대로 재도전 전 과정을 함께 걷는 동행자에 가깝다.

정남순 씨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참 다양하다. 경력 단절을 딛고 다시 일하고자 하는 이도 있고, 조직을 이끌다 퇴직 후 막막함과 마주한 경우도 있다. 60대가 넘어 처음으로 취업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속 절실함만은 모두가 닮았다.

“사연이 정말 다양합니다. 중장년 컨설턴트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진로의 나침반이 되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성민하 프리랜서)
(성민하 프리랜서)

가치 있는 직업 상담

정남순 씨는 교육 기업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임원으로 일했다. 20대부터 긴 시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퇴직 후 공허함이라는 낯선 감정과 마주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카페에서 여유를 부려도 불안했던 사람이기에, 회사가 없고 일이 사라진 일상은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퇴직하고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갔어요. 나에게 발전적인 선택이면서, 커리어를 녹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가 직업상담사를 알게 돼,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다시 일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직업상담사, 평생교육사,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역량면접코치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쌓았다. 6년째 현장에서 활동 중인 지금도 연간 서너 개 이상의 상담·코칭 역량 교육과정을 꾸준히 들으며 변화하는 산업별 노동·직업 환경을 공부하고 있다.

“직업 상담은 결국 누군가의 삶이 다시 움직이도록 돕는 일이잖아요. 일이 주는 보람이 돈보다 큰 가치 있는 일이죠. 퇴직 후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를 꽤 봤어요. 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공부를 지속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가치동행일자리 중장년 컨설턴트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남순 씨는 “가치동행일자리는 스스로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의미 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또 다른 장점은 유연한 근무 방식이다. 덕분에 그는 중장년 컨설턴트 업무를 하면서 여러 대학교에서의 청년 진로 컨설팅과 출강, 채용 전문 면접위원 등 N잡 활동을 무리 없이 병행하고 있다.

“청년 취업과 중장년 취업은 결이 다릅니다. 제가 느끼기에 중장년들은 정말 애틋하고 간절해요. 한편으로는 모두 상처를 안고 있어요. 과거에는 나를 향한 열정, 승부욕에 불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막막하고 힘드니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반대로 과거의 영광이나 역할이 지금은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하죠. 조직에서 큰 역할을 했던 분들이 다시 인턴이나 신입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마음을 리셋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해요. 무엇이든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법이죠.”

(성민하 프리랜서)
(성민하 프리랜서)

울리는 컨설턴트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 정남순 씨는 ‘울리는 컨설턴트’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심으로 듣기 때문이다. 상담은 보통 4~6주 동안 주 1회씩 진행 되지만, 필요하면 7주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횟수가 아니라 마음의 밀도다.

“센터를 찾아오시기까지 많은 용기를 내셨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으시도록 해요. 중간중간 ‘누구보다 이해합니다’, ‘정말 잘 살아오셨습니다’ 같은 말을 하면 마음이 열리는 게 느껴져요. 최근에 60대 여성분은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하셨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을 다시 하고 싶은지가 보이거든요.”

이렇게 정남순 씨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지만, 중장년 대상 강연을 할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신입사원에서 임원까지 올랐던 힘든 시간, 퇴직 후의 공허함, 다시 시작할 때의 두려움 등.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통해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마음에서다.

“하던 일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은 분도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분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제 일입니다. 지금은 막막해 보여도 분명히 길은 있습니다. 늦었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다만 예전에 일하던 스타일,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면 길이 잘 안 보여요. 그래서 컨설턴트가 필요한 겁니다. 새 길을 함께 찾는 거죠.”

(성민하 프리랜서)
(성민하 프리랜서)

‘다시 시작’의 불을 켜는 사람

그는 중장년 구직자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작은 변화라도 보이면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한 줄의 이력서라도 함께 고쳐 써가며 성공의 경험치를 쌓도록 돕는다. 컴퓨터 기초가 서툰 내담자에게는 자판 치는 법부터 문서 작성 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며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그중에서도 72세 구직자의 취업 성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원하시는 분야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많았어요. 여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다 문화재관리사 업무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추천해드렸죠. 7월에 합격하시고, 지금도 즐겁게 일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상담이 끝나고도 이렇게 연락해주고 신경 써주시는 건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제가 한 건 용기를 드린 것밖에 없는데, 그 말이 정말 큰 울림이었습니다.”

가치동행일자리 활동은 11월에 종료됐지만 정남순 씨는 12월부터 1월까지 자원봉사 형태로 상담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담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의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다. 또한 내년에도 가치동행일자리를 지속하며 중장년의 재도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중장년 강의를 하면, 마지막에 꼭 함께 읽는 문장이 있어요.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길에서 잘 해낼 거야. 그리고 시작하는 이 자리가 나를 다시 빛나게 할 거야’라는 말이에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분이 참 많아요.”

중장년의 인생 2막에 조용히 불을 켜주는 사람. 정남순 씨는 오늘도 누군가의 ‘다시’라는 단어 앞에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지금까지의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더 빛날 수 있어요. 어떤 준비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 같은 컨설턴트와 함께 방향을 찾아보세요. 여러분의 빛날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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