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 통합돌봄 본사업 시행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약 800명이 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기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변성미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사업과장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통합돌봄 재정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3월 27일 본사업이 시행됐고, 오늘이 시행 한 달이 되는 날”이라며 “최근 2주간 사업 진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하루 약 800명이 통합돌봄 사업을 신청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변 과장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시범사업 기간 동안 약 170명이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라며 “그만큼 국민의 통합돌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 출범식을 기념해 마련됐다. 공동행동은 출범과 정책 제시를 하나의 행사로 연결해 돌봄재정 확대 요구를 국회 차원의 정책 과제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토론회에는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윤·전진숙·김선민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통합돌봄 재정 확대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돌봄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와 제공 단체까지 함께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국회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돌봄 인력과 전담 인력 양성·배치, 적정 처우 보장, 지역사회 맞춤형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정 지원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돌봄이 단순한 복지 사업 하나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법과 정책, 예산 심의를 통해 복지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 재정·인력 없이는 통합돌봄도 한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이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은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통합돌봄 현장의 한계를 짚었다. 김 전문위원은 통합돌봄이 시군구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구조지만, 현장에서는 재정과 인력 운용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방식으로는 단체장이 통합돌봄에 지방비를 어느 수준까지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국비 기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지방비 매칭 구조 완화, 재정 취약 지자체에 대한 지원 강화, 지역 특성에 맞는 예산 재분배 권한 부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인건비가 배정돼도 지자체가 실제 채용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하며, 전담 인력 확충과 인력 체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이 사업의 범위이자 내용”이라며 현재 인력 구조에서는 적극적인 홍보나 충분한 서비스 제공보다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유창훈 돌봄과미래 학술위원은 2027년 통합돌봄 재정 소요를 추계했다. 공동행동은 2027년 정부 예산에 돌봄 사업비 2623억 원과 돌봄 인프라 확충 투자비 3824억 원 등 총 6447억 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비 3824억 원은 5년간 총 1조9121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의 1차년도 분이다.
유 위원은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비뿐 아니라 초기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주로 운영비나 임차비 지원에 머물렀지만,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주거·의료·돌봄 인프라가 갖춰져야 실제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유 위원은 시설 인프라 투자 규모를 추계할 때 개소당 기초 투자 비용을 약 5억 원으로 보고 필요 규모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돌봄 인력·처우·재원 구조 함께 바꿔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장애인, 노동, 언론, 정부, 지방정부 관점에서 통합돌봄 재정 확대 필요성이 논의됐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통합돌봄이 기존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다시 엮는 제도인 만큼 시군구와 읍면동 인력이 제대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추계가 시범사업 서비스 단가를 중심으로 산정돼 주거, 재활보조기구, 이전 지원 등 일부 영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장애인 관련 수요도 더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현 한국노총 선임차장은 돌봄재정 확대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재정 부족이 지자체 간 인력 운용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표준임금과 최소 근무시간 보장 등 기본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사업비 안에 포함돼 잘 드러나지 않는 현장 돌봄 노동자의 규모와 처우도 함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 연합뉴스 보건복지 전문기자는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으로 담배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활용한 돌봄기금 조성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통합돌봄이 지자체 간 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책임을 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재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성미 과장은 토론에서 현장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통합돌봄을 위해 확보된 인력과 예산이 반드시 통합돌봄 업무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과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통합돌봄 인력이 다른 업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지역구 의원들이 통합돌봄 인력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와 중앙정부가 세부 지침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제도 운영 과정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민규 기획예산처 국민복지예산과장은 2027년 예산 편성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부처에 지출 한도가 배정됐고, 보건복지부가 내부적으로 통합돌봄을 포함한 복지·보건의료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통합돌봄 예산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지출 한도 배정 시기를 예년보다 2주 앞당겼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통합돌봄이 법 시행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신청 수요는 본사업 시행 직후부터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사업비와 전담 인력, 지역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으면 제도는 지자체별 편차 속에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과 기획예산처·국회 대응을 통해 202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통합돌봄 재정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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