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1

고령자 주거정책, 집 넘어 생활권 돌봄으로 전환해야

입력 2026-05-01 07:00

고령친화도시·은퇴자마을 실행 전략 논의… “2026년 주거-복지 연계 정책 이행 원년”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이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와 고령친화도시 실행 전략’ 토론회에서 ‘고령친화도시 제도 시행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이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와 고령친화도시 실행 전략’ 토론회에서 ‘고령친화도시 제도 시행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고령자 주거정책이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주거·돌봄·의료·이동·관계가 결합된 생활권 단위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령자가 살던 집과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고령친화도시, 통합돌봄, 은퇴자마을, 공공임대, 지역 돌봄거점을 하나의 실행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와 고령친화도시 실행 전략’ 국회 토론회가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박희승·백혜련·소병훈·이개호·전진숙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건축공간연구원이 주관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제도 시행 이후 후속 법안과 지원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의료도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생활공간으로 찾아가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령친화도시 논의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박환용 건축공간연구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토론회가 돌봄과 주거가 실제 공간 안에서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주거공간, 단지, 한 블록, 생활권 안에서 돌봄이 실현되는 방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생활권 안에 주거·의료·돌봄 포함해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친화도시 제도 시행과 정책과제’ 발표에서 2026년을 고령자 주거·돌봄 정책의 실행 체계를 본격적으로 정비해야 할 시점으로 봤다. 그는 통합돌봄, 은퇴자마을, 고령친화도시 제도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지만, 각각 따로 움직이면 주거는 하드웨어에 머물고 돌봄은 방문형 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주거 공간, 보건·의료·돌봄 서비스, 에이지테크 기반의 예방·모니터링 체계가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고령친화도시를 이러한 정책들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고령친화도시는 단순한 인증이나 선언이 아니라, 지자체가 주거·복지·교통·의료·여가 자원을 생활권 단위로 묶어 실행하는 체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처별 예산과 사업을 패키지로 연계하고, 지자체의 5개년 조성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통해 실제 실행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은퇴자마을 등 주거모델도 지역사회와 단절된 섬이 되지 않도록 개방성과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인 임덕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합돌봄과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 모델’ 발표에서 고령자 주거정책의 무게중심을 신규 공급에서 ‘주거 유지’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삶은 건강 악화와 돌봄 필요가 한순간에 발생하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정책도 어디론가 옮겨 살게 하는 방식보다 현재의 집과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고령자 주거지원을 주거확보 지원, 전환형 주거지원, 주거유지 지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임대와 고령자복지주택은 중요한 기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을 돕는 전환형 주거와 집수리·배리어프리 개조·주거비 지원·생활지원서비스를 묶은 주거유지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돌봄은 보건의료와 요양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 안의 안전, 주거비 부담, 퇴원 후 복귀 가능성까지 함께 판단하는 주거지원 조정체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는 ‘관계 기반 지역공동체와 돌봄 거점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시설 부족만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라고 지적했다. 외출이 줄고 만남이 줄고 역할을 잃으면 고립과 우울,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고령자가 살던 지역 안에서 관계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권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65세 이상 인구의 97%가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아간다며, 정책의 과제는 97%가 살아가는 지역을 더 안전하고 연결되며 돌봄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쉐어 가나자와, 안단치 등 사례를 소개하며 복지시설이 지역과 섞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고령자주택, 학생주택, 보육, 식당 등이 한 생활권 안에서 만날 때 돌봄은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생활권이며, 고령자를 위한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누구도 고립되지 않도록 관계가 이어지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말미에는 “사람이 제3의 치료이고, 지역이 최고의 돌봄”이라고 말했다.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와 고령친화도시 실행 전략’ 토론회에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건축공간연구원 제공)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고령자 주거-돌봄 연계와 고령친화도시 실행 전략’ 토론회에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건축공간연구원 제공)

“부처간 관점 달라, 법과 예산으로 구조 만들어야”

이어진 종합토론은 박선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주거 문제를 사람의 노화와 주택의 노후화가 함께 진행되는 ‘더블 에이징’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자산 상위 고령자는 자가 거주 비율이 매우 높지만 자산 하위 고령자는 보증부 월세와 무상거주 비율이 높아 주거지원 접근성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수선유지급여 수급자 중 상당수가 80대라는 점을 들어 집수리와 주거안전 지원의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하 서울시복지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통합돌봄의 핵심은 개별 서비스를 나열해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인의 삶의 맥락을 반영하는 전인적 돌봄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돌봄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사람을 따라 이동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주택과 시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집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는 돌봄 체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주거와 돌봄의 경계를 낮추는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정연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위원은 은퇴자마을 조성 특별법과 관련해 향후 시행령과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입지와 생활권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자마을이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건강·요양·복지 인프라와 연결된 주거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법이 55세 이상 국민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세대가 분리된 폐쇄적 주거단지가 되지 않도록 세대 혼합와 지역사회 개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귀훈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복지부는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돌봄 필요를 중심으로 보지만, 국토부는 자가, 월세, 주택 유형 등 주거 조건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현장에서 괴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부처간 협업은 자율에만 맡겨서는 어려울 수 있다”며 법과 예산을 통한 부처 간 연계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고령자 주거정책의 방향이 단순한 시설 공급이나 주택 건설을 넘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생활권 설계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고령친화도시, 통합돌봄, 은퇴자마을, 공공임대, 중간집, 지역 돌봄거점이 각각의 제도로 따로 움직여서는 초고령사회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주거와 복지를 통합한 실행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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