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7

손주 생각에 눈물 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입력 2026-06-07 07:00

[관객의 시선] 4대 빌리의 열연 돋보여

▲Angry Dance_빌리 김승주.(놀유니버스)
▲Angry Dance_빌리 김승주.(놀유니버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5년 만에 돌아왔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의 발레와 탭댄스, 애크러배틱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손주 생각이 난다. 그리고 문득 꿈 많던 어린 시절의 나도 떠오른다. 아름다운 춤과 음악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 소개

(놀유니버스)
(놀유니버스)

일정 7월 26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

연출 에드 번사이드·이지영

출연 •빌리 : 김승주, 박지후, 김우진, 조윤우 •마이클 : 이서준, 이루리, 지윤호 •미세스 윌킨스 : 최정원, 전수미 •아빠 : 조정근, 최동원 •할머니 : 박정자, 민경옥, 홍윤희 •성인 빌리 : 김명윤, 임선우, 고민건 등

러닝타임 17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료 VIP석 17만 원, R석 14만 원, S석 12만 원, A석 8만 원

◇관람 포인트

•발레·탭댄스·애크러배틱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무대.

•손주를 떠올리게 하는 소년 빌리들의 뜨거운 열정.

•1대 빌리 임선우의 16년 만의 성인 빌리 귀환.

•꿈과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따뜻한 메시지.

◇REVIEW

▲Grandma's Song_빌리 김승주, 할머니 박정자.(놀유니버스)
▲Grandma's Song_빌리 김승주, 할머니 박정자.(놀유니버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광부 파업 시기를 배경으로, 발레를 통해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해가는 탄광촌 소년 빌리의 성장기를 그린다. 2005년 런던 초연 이후 토니상 10개, 올리비에상 5개를 휩쓴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 이후 2017년,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이 작품이 자주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빌리 역 배우는 1년에 세 차례 오디션을 거치며, 기본기와 테크닉을 훈련하는 ‘빌리 스쿨’ 과정만 50주에 달한다. 최종 선발 이후에도 공연 연습 13주, 무대 연습 3주 등 약 1년 6개월의 트레이닝 기간이 걸린다. 극 중 빌리가 춤추는 시간이 공연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혹독한 훈련은 필수다.

작품은 매 시즌 ‘새로운 빌리의 탄생’ 자체로 화제를 모은다. 이번 시즌의 4대 빌리는 김승주, 박지후, 김우진, 조윤우다. 힙합댄스가 강점인 박지후, 발레 실력이 돋보이는 김우진, 애크러배틱에 강한 조윤우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빌리를 완성한다.

기자가 관람한 공연의 주인공은 맏형 김승주였다. ‘마틸다’, ‘레미제라블’ 등에 출연한 그의 강점은 연기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미성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미세스 윌킨슨 역의 최정원 역시 “배우로서 앞으로가 기대된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서사 중심에는 빌리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거친 노동자 문화 속에서 발레는 낯설고 이해받기 어려운 세계다. 광부인 아버지는 처음에는 아들의 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아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빌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극 중 할머니는 시니어 관객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할머니는 치매 증상을 앓고 있으며,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손주 빌리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다. 공연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손주가 떠오를 수 있다. 손주의 재능을 발견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빌리의 성장 스토리는 단순히 ‘꿈을 이루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지영 연출가는 “‘빌리 엘리어트’는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좋아하는 것을 끝내 놓지 않는 삶의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얘기하는 작품은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16년 만에 성인 빌리로 돌아온 임선우

▲성인 빌리 임선우와 빌리 조윤우.(놀유니버스)
▲성인 빌리 임선우와 빌리 조윤우.(놀유니버스)

‘빌리 엘리어트’에서 특히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신이 있다. 바로 ‘드림 발레’ 장면이다. 소년 빌리가 성인 발레리노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으로, 실제 성인 발레리노 배우가 등장해 함께 파드되(2인무)를 춘다.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과 아름다운 춤선, 의자를 활용한 안무와 공중을 가르는 플라잉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번 시즌 성인 빌리 역은 김명윤, 임선우, 고민건이 맡았다. 이 가운데 임선우의 이야기는 매우 특별하다. 그는 2010년 국내 초연 당시 빌리 역으로 무대에 섰던 배우다. 뮤지컬 출연 이후 선화예중·선화예고를 거쳐 대학 대신 곧바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고, 현재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무대 위에서 꿈을 좇던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해 다시 ‘성인 빌리’로 돌아온 셈이다. 실제 빌리의 서사와 닮아 감동을 더한다. 임선우 역시 “이렇게 성인 빌리가 돼 다시 무대에서 춤추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며 “그런 생각을 하면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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