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 이후 기존 노인돌봄체계의 사각지대와 제도 간 분절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주요 제도는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서비스 부족, 중복 급여 제한, 지역 간 공급 격차가 여전히 통합돌봄의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년학회는 지난달 29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초고령사회, 건강노화를 넘어 존엄한 삶으로’를 주제로 2026년 전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첫 번째 기획세션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맡아 ‘초고령사회 지역사회 노인돌봄체계의 재구조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세션은 돌봄통합지원법에 근거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 이후,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의료서비스 등 현행 노인돌봄체계의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좌장은 김찬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GING IN PLACE를 위한 노인돌봄정책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과제’를, 윤주영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에서 보건의료 과제’를 발표했다. 김민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남일성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윤경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안착하려면 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요양병원 등 기존 노인돌봄체계의 한계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는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서비스 제공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기요양 수급자는 약 112만8000명으로 노인의 9% 안팎이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중 직접 돌봄이 제공되는 중점돌봄군은 약 5만3000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이용자까지 포함해도 실제 돌봄을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14.1%가량으로 추정됐다. 일반돌봄까지 포함하면 15.2%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행 노인돌봄체계가 전체 노인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요양병원 이용자를 모두 합쳐도 돌봄을 받는 노인은 전체의 14.1% 수준”이라며 “안부 확인 중심의 일반돌봄까지 포함해도 15.2%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 사각지대도 현행 제도의 주요 문제로 제시했다. 일상생활 수행에 제한이 있지만 경제적 부담, 정보 부족, 지역 내 서비스 부재 등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고, 전노쇠·노쇠 단계나 중복 만성질환자처럼 기능 악화 가능성이 큰 노인은 기존 돌봄체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재가에 거주하는 노인의 5.6% 정도를 돌봄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량 부족도 지적됐다. 장기요양 재가급여는 등급별 한도 안에서 이용해야 하고, 노인맞춤돌봄 중점돌봄군도 주 2회, 회당 두세 시간 정도의 서비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제도 간 중복 제한도 문제로 거론됐다.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보건소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처럼, 서비스가 서로 배제되면 오히려 필요한 돌봄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무분별한 중복 지원은 피해야 하지만,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통합돌봄의 과제로 돌봄 대상자 확대와 예방적 접근을 제시했다. 현재 기능제한자 중심의 돌봄 대상 범위를 전노쇠 단계와 중복 만성질환자까지 넓히고, 지역사회에서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해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량 확대, 지역 간 돌봄 인프라 격차 해소, 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사업 구조를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윤주영 교수는 통합돌봄에서 보건의료 연계가 핵심 과제라고 했다. 통합돌봄 대상자는 복지서비스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 복약 문제, 퇴원 이후 건강관리 등 보건의료 욕구를 함께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장기요양 재가급여자와 의료기관 퇴원환자를 대표적인 보건의료 고수요 집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장기요양 재가급여자는 평균 3.5개 이상의 질병을 갖고 있고 약물 개수가 8개를 넘어간다”며 “돌봄 욕구와 보건의료 욕구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상자”라고 했다.
그는 지자체가 통합돌봄을 설계할 때 노인인구 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돌봄 수요의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고령화 지역이라도 전체 인구와 후기고령층 규모, 거동 불편자 수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와 인프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과제로 재택의료와 방문의료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의사·간호사 등이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가 보건의료 측면에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재택의료와 방문의료 수요를 어떻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공급 기반을 얼마나 확충할 것인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기능도 개별 사업 중심에서 대상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방문건강관리, 신체활동, 영양, 구강보건, 치매, 정신건강 등으로 나뉜 사업을 통합돌봄 대상자의 필요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돌봄 전담조직 안에 간호직 등 보건의료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토론에서는 서비스 공급 기반과 역할 분담을 둘러싼 과제가 제기됐다. 김민경 부연구위원은 대상자 욕구를 진단해도 실제 제공 기관과 인력이 없으면 통합돌봄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지역별 인프라 매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혜진 교수는 재택의료가 대상자별·재원별로 나뉘어 있어 현장에서는 중복과 공백이 동시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남일성 교수는 통합돌봄의 핵심은 누가 조정하고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라며 지자체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과 최저 서비스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김찬우 교수는 통합돌봄이 기존 장기요양·맞춤돌봄·보건의료 체계와 어떻게 연결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복 급여 제한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연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의 역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