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시니어를 위한 여름철 수면 팁 대방출

입력 2026-07-08 06:00

[여름을 이기는 일상의 습관]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밤 10시면 졸음이 쏟아지는데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많은 시니어가 “나이 들면 원래 잠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대한수면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을 취한다고 답한 비율은 7%에 그쳤고, 응답자의 60%는 수면 문제를 경험했다.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혈압, 혈당, 기억력, 심혈관 건강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무더운 여름밤, 잠을 포기하기 전에 알아야 할 노년기 수면의 진실과 숙면 전략을 짚어본다.


없어진 게 아니라 달라진 잠

엄유현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이 들어 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형태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깊은 수면은 줄고 얕은 수면과 분절 수면이 늘어난다. 또한 일찍 자고 일찍 깨는 경향이 강해져 젊을 때처럼 8시간을 한 번에 푹 자기는 어려워진다.

엄유현 교수는 “노년층은 젊었을 때처럼 푹 자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면서 “실제 수면 시간은 충분한데도 수면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스스로 불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수면재단은 65세 이상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을 7~8시간으로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보다 수면 후 회복감이다.

엄 교수는 “수면이 앞당겨지고 분절되는 건 노화의 특성이므로 병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수면 패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면증을 타파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넘게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박찬순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환자가 말하는 ‛잠을 못 잔다’는 하나의 증상 뒤에는 여러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면의학은 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함께 접근하는 분야”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여름은 또 다른 시련이다. 젊은 사람도 열대야에 잠을 설치지만 시니어는 더욱 취약하다. 노화로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탈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잠들기 위해서는 뇌와 주요 장기가 있는 몸속 깊은 곳의 온도, 즉 중심체온이 서서히 떨어져야 한다. 엄 교수는 “지나치게 덥거나 지나치게 추운 환경 모두 숙면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잠들기 직전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몸을 과도하게 데우는 것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이완 효과는 있지만, 수면 시간 직전 중심체온을 높이는 행동은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는 “적절한 냉방과 제습기 사용이 더 나은 수면 환경을 만든다”면서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 모두 문제라고 봤다.

그뿐 아니라 저녁 시간대의 수분 섭취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더위 때문에 늦은 저녁 과일이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야간뇨가 늘어 수면이 더 자주 끊기게 된다. 노년층은 원래도 화장실 때문에 자주 깨는데, 수분 섭취량이 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엄유현 교수는 “실제로 저녁 6시 이후 수분 섭취만 조절해도 수면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분 섭취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잠을 방해하는 음료도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술 한잔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빨리 잠들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 알코올은 이뇨 작용과 탈수를 유발해 자주 깨게 만든다. 특히 탈수에 취약한 노년층에게는 더욱 불리하다. 카페인 역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나 녹차, 에너지 음료 등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침실 환경도 숙면의 중요한 조건이다. 통기성 좋은 인견 소재 침구를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에어컨보다 제습기를 활용해 습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베개 높이 역시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요소다. 박찬순 교수는 “특히 비염 등으로 코가 잘 막히는 사람은 어깨부터 상체를 20~30도 정도 높인 자세가 코막힘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낮잠은 약일까, 독일까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에는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든다.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에어컨이 나오는 거실에서 TV 보다가 깜빡 잠드는 일도 잦아진다. 문제는 이런 생활 패턴이 밤잠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엄유현 교수는 “낮잠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 그 이상 자면 밤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밤잠이 부족해서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낮잠 때문에 밤잠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름철 숙면의 핵심은 낮 시간 활동에 있다. 엄 교수는 “햇빛을 쬐고 산책하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 때문에 장시간 야외 활동이 어렵더라도 실내 쇼핑몰이나 마트, 복지관 등을 오가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낮 동안 충분히 움직여야 밤에 잠이 온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취침 전 디지털 기기 사용도 줄여야 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쉽다. 하지만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시켜 잠드는 시간을 늦추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는 잠들기 최소 1시간 전부터 TV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열대야인 줄 알았는데 수면무호흡증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수면 문제를 열대야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시원한 환경에서도 밤에 자주 깨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낮 동안 졸음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수면무호흡증이다.

박 교수는 “열대야는 환경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시원한 환경에서도 계속 피곤하고 졸린다면 수면무호흡증 같은 질환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8년 4만 5000명에서 2023년 15만 4000명으로 5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남성은 30~40대, 여성은 폐경 이후인 50~6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코를 고는 문제가 아니다. 수면 중 산소 공급이 반복적으로 끊기면서 혈압 상승, 부정맥, 심혈관질환, 뇌졸중 위험도가 높다. 그는 “자는 동안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압이 내려가야 하는데,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그 패턴이 무너진다. 급제동·급가속을 매일 밤 반복하는 자동차 엔진처럼, 심장이 계속 혹사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라면 폐경 이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은 기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호흡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면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증가한다. 박찬순 교수는 “여성은 남성처럼 심한 코골이나 무호흡보다 만성피로, 우울감, 불면 등의 형태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 중단, 코골이, 주간 졸림, 집중력 저하, 기상 시 두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코가 막히면 입을 벌리게 되고, 이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박 교수는 “코가 막혀 입을 벌리면 혀가 뒤쪽으로 밀려 기도가 더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비염의 중증도를 분류할 때 가장 심한 단계에 수면장애가 포함될 정도로, 비염과 수면호흡장애는 밀접한 관계다. 특히 여름철 냉방 환경으로 인해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사람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제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금물

잠을 못 자면 수면제를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수면의 문제는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비염, 야간뇨, 복용 약물 등의 복합 원인일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전혀 다른 만큼, 인터넷 정보나 주변 권유에 의존하기보다 수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 교수는 “수면 부족 자체가 혈압과 혈당을 높이고 전반적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수면제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는 것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혈압약을 먹는 것처럼 수면제를 복용해 수면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수면 전문의와 함께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잠은 기억을 정리하고 몸을 회복시키는 건강의 기본이다. 여름밤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래 나이 들면 그렇다”고 넘기기보다 내 수면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좋은 노년은 결국 좋은 잠에서 시작된다.


▲그래픽= 유형현 기자 redeye112@ (생성형 AI 제작)
▲그래픽= 유형현 기자 redeye112@ (생성형 AI 제작)


도움말 박찬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박찬순 교수는 2021년 건강보험 관련 제도 개선과 의학적 비급여의 효율적 관리 등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면의학 학술 단체인 대한수면학회 회장으로 수면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엄유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엄유현 교수는 2023년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박찬순 교수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수면의학 학술 단체인 대한수면학회 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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