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현장에서] 중장년 취업, 공고보다 ‘기업이 원하는 일’ 먼저 찾아라

입력 2026-09-29 17:13 수정 2026-09-29 17:15

서울중장년내일센터, 기업 수요에 맞춘 직무 발굴·교육·채용 연계 사례 공유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가 열렸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가 열렸다.

중장년이 다시 일하려면 어디서 사람을 구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한 뒤 채용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9월 29일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는 기업의 채용 사례를 바탕으로 이 과정을 어떻게 넓힐지 살피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형 일자리 모델은 기업이 중장년 인력을 채용할 때 필요한 지원을 한데 연결하는 방식이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가 채용과 계속고용을 상담하고,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고용 지원 제도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서부지사의 직무훈련 등을 기업의 수요에 맞춰 연계한다.

서울은 한 산업만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서 민기정 센터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서 민기정 센터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기정 서울중장년내일센터장은 서울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 발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산업이 뚜렷한 지역과 달리 서울에서는 여러 업종의 기업을 만나 중장년이 맡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는 중구에 자리한 지역 특성을 살려 호텔 분야에 주목했다. 주변에 호텔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도 잦아, 중장년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호텔 현장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센터는 2023년부터 기업과 논의를 이어가며 시설관리와 서비스 업무 등으로 채용 가능성을 넓혀왔으며,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구직자와 호텔을 연결하는 시도도 했다.

또한 올해 시범 운영한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 양성과정’은 새로운 직무를 발굴한 사례다. 슈퍼바이저는 가맹점의 운영 상태와 매출을 살피고 개선을 돕는다. 센터는 2주간의 교육에 보고서 작성과 매출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교육을 포함했다. 민기정 센터장은 “참여자 35명 가운데 9명이 4개 기업에 취업했다”며 “취업 직무는 슈퍼바이저에 한정되지 않고 인사와 사업 총괄 업무 등으로도 이어졌다”고 성과를 발표했다.


일경험과 채용, 기관이 함께 연결

차영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팀장은 여러 기관의 사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구성된 서울 지역 중장년 고용 네트워크에서는 고용센터와 노사발전재단, 기업·협회,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차영민 팀장은 마을버스 분야를 협력 사례를 예로 들며, 구직자가 일경험을 거쳐 근로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센터와 운송업계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폴리텍대학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계가 효과를 내려면 기업이 지원 제도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병욱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운전기사가 필요한 업체가 많지만, 작은 회사일수록 바쁜 업무 탓에 지원 제도 신청까지 챙기기 어렵다”며 “조합은 사업장을 직접 찾아 제도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병욱 전무는 일경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별 인원을 늘려 달라는 의견도 냈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서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서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존 경력, 다른 업종에서도 쓰인다

기업 사례 발표에서는 중장년의 기존 경험을 새로운 일에 적용한 사례가 소개됐다. 학교 시설관리·경비·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씨엔에스의 이종수 차장은 “센터의 채용 연계를 통해 영업관리 사무직 정규직으로 재취업했다”면서 “현재는 학교 계약에 필요한 서류와 견적서를 작성하고 현장 근무자에게 업무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종에서 쌓은 사무 경험을 새 직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장년 대상 교육·일자리 사업을 운영하는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는 “기업 내부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상우리는 계속고용 컨설팅을 받으며 취업규칙과 관련 지원 제도를 점검했다. 중장년을 채용한 뒤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업무 환경을 갖추는 과정이다.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서 소개된 사례는 학교 사무직부터 호텔 서비스, 마을버스 운전, 프랜차이즈 가맹점 관리까지 다양했다. 이는 중장년 일자리가 특정 직업 하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에는 필요한 직무를 구체화하고 지원 제도를 쉽게 이용하도록 돕는 일이 구직자에게는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무와 교육·일경험을 연결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퇴직 전 하던 일과 같은 직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경험이 다른 업종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살피고, 필요한 교육과 일경험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재취업의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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