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을 기금형으로 바꾸면 노후가 더 든든해질까.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과 함께 제도 밖 노동자를 포괄하고, 적립금을 은퇴 후 연금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기금형 도입 방향과 공공 운용기관의 역할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주관한 이 날 토론회에서는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참여에는 의견이 갈렸다.
기금형 도입, 운용 구조와 사각지대 함께 바꿔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소득을 뒷받침하려면 운용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의 개편 없이는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금형으로 추진되는 공공형·연합형·금융기관형은 각각의 목적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공공형에 대해서는 “공공의 목적은 분명히 사각지대 해소”라며 민간과의 가입자 유치 경쟁보다 영세 사업장 등을 포괄하는 역할에 무게를 뒀다.
국민연금공단 참여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자금의 성격과 인출 구조가 달라 기존 운용 경험이 그대로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형의 역할 확대에 대비해 근로복지공단의 운용·관리 역량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가입 사각지대가 노후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짚었다. 퇴직연금 도입을 사업장 자율에 맡기는 구조에서는 교섭력이 약한 영세 사업장 노동자가 제도 밖에 남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까지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 의무화와 함께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 지원도 제시했다.
그는 “민간 유인이 부재한 소액 계좌 중심의 사각지대는 공적 기관이 아니면 포괄하기 어렵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의 가입 대상 확대와 전담 조직·전산 기반 강화를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참여에는 반대 견해를 밝혔다.

“노동자 돈 지켜야”…공공 운용기관 역할은 이견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퇴직연금을 의무적 성격과 공적 역할을 가진 ‘준공적연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미만 근로자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공단 참여에 대해서는 “어디를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용 과정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남성욱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노후소득의 양극화로 전이되고 있다”며 구조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금형 설계에서는 “노동자들의 돈을 잘 지켜주는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탁자 책임을 엄격히 규율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참여는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미경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국장은 공공형 기금의 성과를 적립금 규모나 수익률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가입자를 만들어내는 게 공공형의 역할”이라며 저소득·소외 노동자를 얼마나 제도 안으로 포괄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참여 역시 추가 전산·인력 비용과 사각지대 해소 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이직 때 찾아 쓰는 적립금, 연금으로 남기려면
질의응답에서는 이직 과정에서 적립금이 소진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퇴직연금을 찾아 쓰면 노후 연금 재원을 지속해서 쌓기 어렵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남 연구위원은 제도 내 중도 인출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해지를 구분했다. 그는 “직장을 옮기는 게 중도 인출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IRP로 이전하게 돼 있는데, IRP를 해지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큰 부분”이라고 짚었다. 오 대표도 적립금이 쌓여야 연금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중도 해지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남 과장은 노동자의 긴급 자금 수요를 고려한 노사정 공동선언에 따라 중도 인출·해지를 현행보다 더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위적으로 제약하지는 않더라도 유도하는 여러 가지 수단들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연금 수령을 늘리기 위한 세제 혜택을 제안했다. 그는 “연금으로 5년을 가져가면 세제 혜택을 더 주고, 10년을 가져가면 더 주는 유인책이 중요하다”며 적립금을 노후소득으로 이어가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는 기금형 도입의 필요성을 넘어 가입 대상 확대와 운용기관의 역할, 연금 수령을 유도할 방안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과 구체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